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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페미니스트의 탈코르셋 운동 가운데서도 머리카락에 집중한 다큐멘터리. 타인이 강요하는 대로 긴 머리의 여성이 되길 거부한 이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다양한 여성이 카메라 앞에 선다. 탈코르셋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는 유튜버 한국여자, 혼삶비결이 출연해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고, 윤김지영 교수와 이민경 작가는 운동의 이론적 맥락을 짚는다. 여기에 가벼운 그래픽 자료가 더해져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영화 '머리카락' 사회가 요구하는 긴 머리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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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이 절실한 FBI 요원 켄드라(안나 켄드릭)는 SNS에서 우연히 비폭력주의 혁명가 모세(마샨트 데이비스)의 설교 영상을 접한다. 월세를 못 내 쫓겨날 위기에 처한 모세의 상황을 이용해 켄트라는 그가 범죄를 저지르도록 유도한다. <그날이 온다>는 미국 정부기관 요원들의 불합리한 수사 과정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영화다. 영화의 메시지는 좋지만 공상에서 비롯된 모세의 행동과 켄드라의 계획이 너무 허술해 아쉽다.
영화 '그날이 온다' 미국 정부기관 요원들의 불합리한 수사 과정을 비판하는 블랙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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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기러기 아빠 오 부장(이영범)이 죽음을 예고받는다. 위암 말기 판정과 3개월 시한부 선고에 오 부장은 절규하지만, 그의 곁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다. 사랑하는 아들은 미국 유학 중이고 아들과 같이 타지 생활 중인 아내는 오 부장에게 매정하게만 군다. 듬직한 회사 후배 조 과장(조동혁)조차 그의 아픔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다. 고독과 고통을 감내하며 오 부장은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마지막 휴가>는 한 중년 가장의 세계가 무너진 이후를 다룬다. 영화는 세상 모두가 나와 등졌다고 느껴질 때 맺고 풀어지는 관계를 지켜본다. 영화는 묵묵히 전개되지만 남발하는 상투적 요소가 흡인력을 저해한다. 납작하게 만들어진 캐릭터는 인물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여 아쉽다.
영화 '마지막 휴가' 시한부 선고 받은 기러기 아빠가 삶을 마무리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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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케이티 더글러스)이 살고 있는 ‘베스탈리스’ 시설은 여성의 덕목으로 청결과 인내를 가르친다. 세면부터 수면까지의 모든 일상을 통제하는 이곳은 우수한 학생에게 좋은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에 학생들은 의심 없이 복종한다. 결국 모든 가르침과 규칙을 충실히 이행해 입양을 눈앞에 둔 비비안은 소피아(셀리나 마틴)와 마주치게 되고, 상황은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기 시작한다.
스릴러와 SF의 구성을 갖춘 <레벨16>은 공상과학적 상상 속에서 여성이 겪을 수 있는 비상식적인 상황을 그려낸다. 상상임에도 일견 현실과 닮은 듯한 영화의 전개는 후반부에 이르러 다소 힘을 잃는 듯 보이지만, 비비안이 내린 최후의 선택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영화 '레벨16' 여성의 덕목으로 청결과 인내를 가르치는 시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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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중일전쟁 당시 중국군 제524연대는 일본군으로부터 상하이 조계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받는다. 상하이 조계는 외국인과 부유한 중국인들이 모여사는 곳으로 공격이 금지된 외교 구역이다. 조계 건너편의 창고에 배치된 524연대는 나흘 밤낮으로 일본군과 격전을 벌인다. <800>은 이름 없는 중국 혁명군 800명이 이 창고를 최후의 방어선으로 삼아 필사의 사투를 벌였던 실화를 소재로 한 전쟁 블록버스터다.
물량 공세를 퍼부은 대규모 전투 신은 박진감이 넘치고 고증에 충실해 생생하다. 약 20만㎡의 대규모 세트로 상하이를 실감나게 구현했다. 다만 전쟁에서 인권보다 애국심을 더 강조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불편함을 안긴다. 지난 중추절과 국경절이 겹친 황금연휴에 개봉해 31억3천위안을 벌어들이며 코로나19로 침체된 중국 극장가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영화 '800' 일본군에 맞서 나흘 밤낮으로 싸운 중국 혁명군 800명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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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과 실업으로 신음하는 한물간 브로드웨이 스타들이 졸업 무도회를 박탈당한 10대 레즈비언을 도우며 재기를 꿈꾸는 이야기인 <더 프롬>은 달콤한 노래와 춤, 귀여운 위트로 무장해 마음의 빗장을 부드럽게 열어젖힌다. 초반부의 매력도를 높이는 건 쇼 비즈니스로부터 수혈받은 거창한 나르시시즘을 자랑하는 네명의 브로드웨이 멤버들- 디디(메릴 스트립), 배리(제임스 코든), 앤지(니콜 키드먼), 트렌트(앤드루 라넬스)- 이다.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스타’ 이미지를 꿈꾸며 미국 러스트 벨트의 인디애나주로 향한 그들은 적대적인 학생-학부모들에게 평등과 자유의 가치를 전하려 애쓰지만, 일말의 불순한 의도 탓인지 도움은커녕 골칫덩이로 전락해버린다. 한편 동급생 연인과 그저 남들처럼 프롬파티에 가고 싶은 소녀 엠마(조 엘런 펠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싸움을 지속해나가면서, 화려하지만 엉성한 네명의 동료들과 차츰 우정도 쌓는다.
트럼프 시대와 작별을 고하며 할리우드가 보내는 상쾌한
영화 '더 프롬' 메릴 스트립과 니콜 키드먼, 졸업 파티에 가고 싶은 레즈비언 여학생을 돕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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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주(서영화)와 홍주(양흥주) 부부는 30년 만에 춘천을 찾는다. 유람선을 타고 청평사에 갔다 왔다가 어디선가 휴대폰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린 은주는 들렀던 매표소와 식당으로 돌아가지만 어디서도 휴대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배가 끊겨 청평사 근처에서 숙박을 할 수밖에 없게 된 부부는 늦은 식사를 하러 간 식당에서 30년 전에 이곳에 온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다. 인테리어도 바뀌지 않은 이 식당엔 젊은 남자(우지현)와 여자(이상희)도 있다.
절대 연인 사이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청평사의 정취를 즐기다가 돌아갈 배를 놓친다. 잠을 설치던 홍주는 우연히 옛사랑 해란을 만나 술잔을 기울이게 되고, 젊은 여자는 남자에게 애인과 헤어졌다고 고백한다. 은주의 잃어버린 휴대폰을 시작으로, <겨울밤에>의 인물들은 무언가 놓쳐버린 것들을 찾아 헤맨다. 이들이 청평사에서 경험하는 겨울밤은 마치 무의식을 부유하듯 모호한 시공간으로 묘사돼 과거와
영화 '겨울밤에' 30년 만에 춘천 찾은 중년 부부... 잃어버린 건 휴대폰 뿐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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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대학생 영석(남주혁)은 길에 쓰러진 한 여자를 돕는다. 고장난 휠체어와 여자를 리어카에 태워 집까지 데려다준 영석에게 여자는 밥을 먹고 가라 권하고, 영석은 얼떨결에 밥을 얻어먹게 된다. 여자의 이름은 조제(한지민). 폐지 줍는 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조제는 헌책에 파묻힌 채 자신만의 세계에 살고 있다. 그런 조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 영석은 종종 조제를 찾아와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며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조제 또한 영석에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간다. 설레는 시간도 잠시, 낯선 감정에 마음이 저릿해진 조제가 뒷걸음질을 치고, 조제의 닫힌 문 앞에서 영석 또한 발걸음을 돌린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겨울이 되고 영석은 다시 조제의 집에 찾아간다. 조제와 영석의 재회는 서로를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고, 두 사람은 전보다 더 깊은 애정을 나누게 되지만, 보통의 연인이 그러하듯 이들 또한 점차 사랑의 끝을 감지해간다.
<조제>는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 <
영화 '조제' 변모하는 사랑의 형태를 그려낸 영화... 원작과의 차이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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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루각은 겉으로는 멀쩡한 중국집이지만 실제로는 사설 복수 대행 업체다. 철민(지일주), 지혜(박정화), 승진(장의수), 용태(배홍석), 곽 사장(정의욱)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용루각에서 함께 살게 된 이들은 정체가 불분명한 정보원으로부터 제보를 받아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을 대신해 힘을 쓴다. 어느 날 마약에 중독된 재벌 2세의 만행 때문에 죄 없는 여성이 살해되는데, 철민이 평소 자주 찾는 편의점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용루각은 사건의 배후에 폭력조직 호야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영화는 여러 등장인물들을 골고루 다루려는 연출이 이야기의 속도감을 수시로 늦춘다. 그러다보니 이야기가 장황하고 몰입하기 힘들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의 후반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해 아쉬움을 남긴다.
'용루각: 비정도시' 재벌 2세가 살해한 여성의 복수를 계획하는 중국집 점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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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의 기적>은 성모마리아 발현의 기적 103주년을 맞아 제작된 기념작이다.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5월 13일 포르투갈의 작은 마을 파티마에 한 줄기 빛이 비친다. 10살 소녀 루치아(스테파니 길)와 어린 사촌동생들은 빛 속에서 현신한 성모마리아를 마주하고, 그녀는 매달 13일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이후 세명의 아이들은 6차례 마리아와 만나 기적을 목격한다.
안정되고 원숙한 연출로 당시 주변 상황과 공간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영화는 욕심 부리지 않고 기적의 순간을 담담히 전한다. 기적 그 자체보다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순수함의 미덕을 관찰하는 태도가 돋보인다. 신성, 믿음, 희망을 전하는 성실한 종교영화다.
'파티마의 기적' 성모마리아 발현의 기적 103주년을 맞아 제작된 기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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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 코미디>는 10대 시절 로맨틱 코미디의 열렬한 팬이었던 엘리자베스 생키 감독의 에세이적 다큐멘터리다. 그는 오랫동안 사랑했던 장르의 이상적 결말인 ‘결혼’의 실체를 경험한 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메이저 스튜디오 영화가 중산층 이성애자 백인 중심으로 제작됐다는 점이나, 제2차 세계대전을 기점으로 로절린드 러셀이나 캐서린 헵번으로 대표되는 진취적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방대한 아카이빙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로맨틱 코미디>는 궁극적으로 이 장르의 한계를 말하는 작품이 아니다. 비백인 캐릭터를 내세운 <빅 식>(2017)이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2018)의 성과를 언급하며 최근의 흐름을 짚고, 사랑과 인간성을 탐구하는 장르가 가진 항구적 매력을 강조하며 감독의 오랜 관심과 애정을 보여준다.
'로맨틱 코미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로코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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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게임, 망겜, 1등으로 망할 것 같은 게임. 국내 최초 레벨 없는 RPG 게임으로 화제가 됐던 <일랜시아>는 2000년대 초반 “누구든지 무엇이든지 될 수 있는 곳”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자랑했지만 지금은 10년 넘게 운영진에게도 버림받는 ‘망한 게임’이 됐다. 닉네임 ‘내이름전지현’, ‘마님은돌쇠만쌀줘’의 길드마스터이기도 한 박윤진 감독은 카메라를 들고 아직도 이 게임을 떠나지 않은 유저들을 찾아간다.
<일랜시아>는 IMF 키즈들의 안식처였다. 시간을 쏟을수록 절대적인 결과가 나오고 순수한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게임 세계는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에게 성취감과 위로를 줬고, 노력과 결과물이 비례하지 않는 현실은 그들이 여전히 게임의 추억을 놓지 못하게 한다. 유저들 스스로도 ‘게임 자체가 무기력한 느낌’이라며 자조하지만 <일랜시아>의 매력을 고백하는 대목엔 순수한 애정만이 줄 수 있는 뭉클함이 있다.
넥슨사의 게임은 돈이 없으면 고스펙
'내언니전지현과 나' 운영진도 버린 '망겜'을 10년 넘게 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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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기 안에 짐승 한 마리를 키운다. 두 마리 늑대에 관한 인디언 속담이 있다. 한 마리의 이름은 화, 질투, 거짓말, 열등감, 죄책감이며 다른 한 마리의 이름은 진실, 겸손, 연민, 희망 등으로 불린다. 내면에서 치열한 싸움을 하는 두 늑대 중 누가 이기는가. 아이의 질문에 현명한 노인은 답한다. 네가 먹이를 주는 쪽.
<럭키 몬스터>는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에 던져진 남자가 자기 안의 짐승에게 서서히 먹혀가는 이야기다. 다단계 판매직으로 일하는 도맹수(김도윤)는 또 다른 자아 럭키 몬스터(박성준)의 환청에 시달린다.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등 벼랑 끝에 선 맹수는 유일하게 집착하던 아내 리아(장진희)를 지키기 위해 위장이혼을 감행한다. 얼마 뒤 로또 1등에 당첨된 맹수는 다시 아내를 찾으려 하지만 그녀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토록 바라던 돈이 손에 들어왔지만 맹수의 환청과 불안은 점점 심해져만 간다.
<럭키 몬스터>는 매끈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구조 안에
'럭키 몬스터' 자기 안의 짐승에게 서서히 먹혀가는 남자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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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어둠 속에서 깨어난 아버지가 잠든 아들의 한쪽 얼굴을 쓰다듬는다. 아들의 얼굴엔 마저 지우지 못한 하얀 분칠이 남아 있다. 광대 분장을 하고 하루 종일 행사를 뛰던 직업 MC 경만(하준)은 이제 막 아버지의 병상 곁에서 미뤄둔 잠을 청한 참이다. 낮이 되자 경만의 귀여운 동생 경미(소주연)까지 나타나 활기를 돋운다. 아프고 가난하지만 세 식구의 돈독한 사랑에는 모자람이 없어 보이는 풍경에 불안이 스밀 무렵,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버린다. 급하게 장례비를 마련해야 할 처지에 빚을 갚으라는 고약한 친척까지 등장하면서 남매는 궁지에 몰린다.
경만은 고심 끝에 장례식장에 경미를 남겨두고 당일치기 지방 행사를 떠나기로 한다. 효심이 지극한 의뢰인 일식(정인기)이 팔순의 어머니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경만에게 잔칫날의 마이크를 덥석 맡긴 날. 울어야 하는데 웃겨야 하는 오빠의 애처로움만큼이나 홀로 장례식장에 남아 무력하게 동분서주하는 동생의 서러움도 커져만 간다. 김록경 감독의 &
'잔칫날' 아버지가 죽은 날, 팔순 잔치에 초대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