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과 마음의 집을 잃은 소년 스텟(개릿 워레잉)은 그의 노래 실력을 알아본 교장 선생님 덕에 국립소년합창단 오디션 기회를 얻는다. 가까스로 합창단원이 된 스텟은 단장이자 지휘자인 카르벨레(더스틴 호프먼)를 만나 자기 안의 목소리를 발견해나간다. 반항아가 좋은 스승을 만나 역경을 딛고 자란다는 빤한 스토리에 갈등이 손쉽게 사그라들지만, 어린 재능을 지켜주려 애쓰는 어른들 품에서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소년을 지켜보는 감동이 있다. 예정된 성취로 이야기를 맺는 대신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인물을 조명하는 결말도 따뜻하다. 소년합창단의 노래를 내내 감상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 스텟 역의 개릿 워레잉이 솔로 파트를 소화했고, 팝페라 스타 조시 그로반이 O.S.T에 참여했다.
'보이콰이어' 어린 재능을 지켜주려 애쓰는 어른들 품에서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소년을 지켜보는 감동
-
<톰보이>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2019)으로 제72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과 퀴어종려상을 수상한 셀린 시아마 감독이 2011년에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다. 여름방학 중에 새 동네로 이사온 10살의 ‘톰보이’ 미카엘(조 허란)은 이웃집 소녀 리사(진 디슨)와 통성명을 하고 친구가 된다. 리사덕에 동네의 또래 남자아이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게 되지만, 사실 미카엘은 로레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아이다. 여동생 잔(말론 레바나)도 언니와 오빠를 동시에 가진 듯한 기분이 나쁘지 않아 기꺼이 로레/미카엘의 거짓말에 동참한다. 고정된 성역할을 거부하고 자신이 되고 싶은 모습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로레의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대신 아름다운 클로즈업 촬영으로 묘사하고 감각하게 하는 셀린 시아마 감독의 연출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톰보이' 셀린 시아마 감독이 2011년에 만든 두 번째 장편영화
-
구덩이라 불리는 곳은 끝이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수직 감옥이다. 콘크리트가 아래로 이동하면서 수감자들에게 그 위에 놓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하는데, 아래층 수감자는 위층에서 먹다 남긴 걸 먹어야 하는 형국이다. 48층에서 눈을 뜬 주인공 고렝(이반 마사구에)은 심술궂은 노인 트리마가시(조리온 에귈레오)가 음식을 먹고 난 뒤 아래층 수감자들을 골려주기 위해 침을 뱉는 모습을 보고 놀라지만 이내 구덩이의 체계에 적응한다. <더 플랫폼>은 기이한 규율이 작동하는 지옥도다. 잘 차려진 음식이 찌꺼기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인간의 미식과 탐식 문화에 회의감마저 든다. 감옥은 계급을 은유하려는 듯 보이지만 파괴적인 내러티브는 본래 목적과 달리 위악적이고 인간혐오적이다.
'더 플랫폼' 기이한 규율이 작동하는 지옥도 속에서 일어나는 일
-
남편에게서 도망친 타지마 유리코(이토 란)는 센다이의 한 술집으로 흘러든다. 10살 아들을 두고 떠난 그녀는 이후 18년 동안 소란스런 사건 하나 없이 술집에서 일하며 검소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난다. 술집 손님이자 그녀의 연인도 장례식장에 나타나지 않았지만 유품은 아들에게 인도되고, 아들은 어머니의 삶을 기억하기 위해 어머니의 연인을 만나고자 하지만 연락이 닿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유리코의 아들은 ‘카가 형사’(아베 히로시)로 성장한다. 목을 졸라 죽이는 살인사건이 두 차례 발생하자 카가는 어머니의 유품을 번뜩 떠올리는데, 두 교살사건과 관련이 깊어 보이는 어머니의 유품을 단서로 삼아 살인자를 찾아나선다.
<기도의 막이 내릴 때>는 일본 유명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카가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추리극에 걸맞은 빠른 진행과 군더더기 없는 프레이밍은 원작 소설의 팬은 물론 영화를 통해 카가 형사의 이야기를 처음 접한 관객 모두를
'기도의 막이 내릴 때' 일본 유명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 원작
-
-
<고양이 집사>는 길 위의 고양이들과 그 고양이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고양이와의 공존을 꿈꾸는 ‘집사’들을 만나고자 고양이 마을 조성을 추진 중인 춘천 효자동을 시작으로 성남, 노량진, 부산 청사포, 파주 헤이리를 오간다. 그 출발점이자 중반부까지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춘천 효자동은 특히 다채로운 고양이와 집사들로 가득하다. 툴툴대면서도 기어이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밥때마다 고양이 도시락을 챙기는 중국집 사장 부부, 벽화 골목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의견을 구하며 고양이 마을을 가꾸려는 동사무소 직원들, 사람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고양이에게 무심한 듯 사려 깊게 공간을 내어주는 바이올린 가게 사장이 있는 한편, 각자의 특징에 맞게 레드, 조폭이, 예쁜이라 이름 붙여진 고양이들이 동네를 지킨다.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다양한 성격과 소통 방식을 지닌 고양이들을 알아갈 수 있다는 것, 고양이와 사람이 교감하는 순간들은 물론 고양이들끼리 맺
'고양이 집사' 길 위의 고양이들과 그 고양이들을 보살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
바닷가를 찾은 한 소년이 서핑을 즐기는 이들을 홀린 듯이 쳐다본다. 이 소년은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2세 김수(곽민규)다. 그는 폭행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아 또 한번 범죄가 발각되면 교도소에 갈 수도 있는 상황에 처해 있다. 그렇게 사회봉사 시간을 채우기 위해 쓰레기를 주우러 바닷가에 왔다가 새로운 세계에 눈뜨게 된 것이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받은 서핑 강습 전단지를 받고 더 호기심이 발동한 수는 쓰레기장에 버려진 서핑보드를 갖고 와 막무가내로 바다에 나가보지만, 강습도 받지 않고 도전하면 위험하다는 핀잔을 서퍼 해나(김해나)에게 듣는다. 대신 이 일로 서프숍과 인연을 맺게 된 수는 그들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서핑의 매력에 점차 빠지고, 원래 하던 갑보인력사무소 일을 그만두려 한다.
이주노동자 2세, 폭력전과, 집행유예…. 수를 둘러싼 모든 조건이 사회에서 소외된 그의 캐릭터를 설명한다. 무료한 삶에 더해진 변수가 미친 파장을 그리는 청춘물은
'파도를 걷는 소년'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단지 피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그들이 처한 어두운 현실을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
미국인 샬롯(다샤 네크라소바)은 학생 비자로 독일 베를린에 체류하면서 주목받는 시인이 되기 위해 애쓴다. 낮에는 카페 바리스타로 일하고 저녁엔 낭송회에 참석해 시를 읊는 샬롯의 특징은 얼핏 소시오패스로 보일 정도로 감정과 도덕에 무감하다는 점이다. 옷가게에서 습관적으로 물건을 훔치던 샬롯은 결국 발각되어 막대한 벌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이는데, 이 때문에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시 보조금을 노리면서 주변 동료들과 경쟁하게 된다. 전 남자친구와 베를린에서 만난 새 연인 사이에서 삼각관계의 스릴을 즐기는 건 덤이다.
신예 조던 블라디 감독의 데뷔작 <샬롯: 욕망의 법칙>은 예술가를 꿈꾸는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권태와 불안 그리고 소비주의 세계의 허무를 유영하는 블랙코미디다. 정신적 교류에 어려움을 겪는 이방인의 향수, 데이트 앱을 뒤적여도 채워지지 않는 고독 등이 힙스터 문화 속에서 묘사된다. 그 속에서 외모와 물질에 대한 강박을 검열 없이 내보이는 샬롯은 쉽게 긍정할
'샬롯: 욕망의 법칙' 예술가를 꿈꾸는 가난한 밀레니얼 세대의 권태와 불안
-
저주의 전조인가. 여고생 사키(기타하라 리에)는 유학을 앞두고 소꿉친구 유카(고미야 아리사)의 집을 찾는다. 유카는 3년 전 친구들과 토시마엔 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흔적도 없이 실종됐다. 유카의 부모는 오랜만에 찾아온 사키에게 토시마엔 놀이공원 티켓을 선물로 준다. 사키는 친구들에게 유학을 떠나기 전에 추억을 만들고 싶다며 토시마엔에 놀러가자고 제안한다. 그곳에서 사키와 그의 친구들이 ‘오래된 문을 두드리지 말 것’, ‘귀신이 불러도 대답하지 말것’, ‘비밀의 거울 방에 들어가지 말 것’이라는 금기어 세 가지를 어기면서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헌티드 파크>는 ‘놀이공원 괴담’을 스크린에 펼쳐낸 일본 공포영화다. 사키와 친구들이 금기어를 어기면서 놀이공원에 갇히게 되고,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에서 서스펜스가 구축된다. 그러면서 3년 전 같은 공간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키의 친구 유카의 실종과 관련된 사연들이 드러난다.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도, 섬
'헌티드 파크' 놀이공원 괴담을 스크린에 펼쳐낸 일본 공포영화
-
시골 여자중학교 축구부 코치 김수철(정웅인)은 딸아이 병원비를 벌기위해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다. 늘 축구 시합에서 1점도 내지 못하고 패하지만, 권위적이거나 강압적으로 아이들을 대하지 않는다. 축구부 아이들은 기계처럼 운동을 시키지도 않고 폭력적이지 않은 그를 “감독쌤”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축구부 단짝 친구인 윤아(이비안)와 선희(정예진), 민정(정지혜)은 집에 가면 축구화를 버리겠다며 행패 부리는 아버지와불우한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축구의 매력에 푹 빠진다. 그러나 동네에서 부유한 축구부원 나진(정하진)이 선한 세 친구와 사사건건 부딪치다가 축구부를 나가버리고, 그동안 나진 아버지의 지원금으로 운영됐던 축구부는 선수도, 지원도 부족한 상태로 전국축구대회에 출전한다.
<슈팅걸스>는 시대에 맞지 않는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다. 어설픈 상황에서 자아 찾기에 나서는 이야기는 눈 높은 현대의 관객이 극장 밖을 나설 때 큰 깨달음을 주지 못한다. 2015
'슈팅걸스' 시대에 맞지 않는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화
-
개츠비(티모시 샬라메)와 애슐리(엘르 패닝)는 대학에서 함께 신문을 제작하다 연인으로 발전했다. 애슐리는 곧 새 영화를 발표할 롤란 폴라드 감독(리브 슈라이버)의 인터뷰를 맡게 되었고, 인터뷰가 끝난 후 근사한 데이트를 할 계획으로 두 사람은 함께 뉴욕으로 향한다. 인터뷰 도중 롤란 폴라드 감독은 애슐리에게 자신의 신작을 보여주겠다는 제안을 하는데 관람 도중 자신의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뛰쳐나간다. 당황한 애슐리는 그의 동료 테드(주드 로)와 함께 감독을 찾으러 나선다. 애슐리를 기다리던 개츠비는 영화를 촬영하던 친구와 우연히 마주치고, 갑작스레 그의 작품에 출연하게 된다.
우디 앨런 감독의 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은 각자의 이유로 뉴욕에 당도한 인물들의 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뉴욕의 낭만적인 분위기를 조명한다. 그 속에서 인물들은 달뜬 얼굴로 배우들을 만나며 파티를 오가고, 또 자신이 마주한 현실로 인해 고민하고 방황
'레이니 데이 인 뉴욕' 각자의 이유로 뉴욕에 당도한 인물들의 서사를 다룬 작품
-
젊고 아름다운 미국 여성 제니퍼(마틸다 안나 잉그리드 루츠)는 사냥을 핑계로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프랑스 남성 리처드(케빈 얀센스)와 불륜에 빠진다. 가족과 문명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헬기가 필요한 모로코의 사막 한가운데의 저택에서 두 사람은 미래에 대한 계획 없이 서로의 외적인 매력만 탐닉한다. 그러던 중 리처드가 사냥에 나설 친구들을 모아놓고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리처드의 친구 스탠(빈센트 콜롬보)에게 제니퍼가 강간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제니퍼는 리처드의 또 다른 친구 드미트리(기욤 부셰드)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외면당하고, 돌아온 리처드에게도 싸늘한 대우를 받는다. 제니퍼만 없으면 강간을 없던 일로 할 수있다고 착각한 리처드는 급기야 그녀를 높은 벼랑에서 밀어버린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제니퍼는 악에 받쳐 리처드 무리에게 복수를 감행하고, 이들도 제니퍼를 죽이는 데 혈안이 된다. 종래에는 사건에 엮인 네 사람이 서로를 사냥하기 위해 총과 칼을 겨누는
'리벤지' 강간당한 여성이 핏빛 복수를 벌이는 스릴러영화
-
아빠 고양이 블랭키(유민상)와 아기 고양이 케이프(오나미)는 도심 속 고층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케이프는 엄마가 있다는 전설 속의 캣츠토피아로 떠나고 싶지만 뚱뚱한 아빠 고양이 블랭키는 귀찮을 뿐이다. 어느 날 케이프는 블랭키의 허락 없이 길을 나서고, 케이프를 보호하고자 블랭키도 함께 모험을 떠난다. 우여곡절 끝에 수다쟁이 앵무새 맥까지 꿈의 숲 캣츠토피아를 향한 원정대가 꾸려진다. <캣츠토피아>는 세상 물정 모르는 집고양이들이 도심 속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과정을 따라가는 어드벤처물이다. 도심 곳곳의 상황들이 재치 있게 그려지지만 대단한 야심이나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작품은 아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귀여움을 무기로 웃음을 자아내는 익숙하고 안전한 구성이 나쁘지만은 않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조합마저 무난한, 가족애니메이션의 정석이라 할 만하다.
'캣츠토피아' 세상 물정 모르는 집고양이들이 도심 속에서 한바탕 소동
-
독실한 천주교 집안의 막내 수환(이경훈)은 동네에서 ‘순한’이라고 불릴만큼 선한 심성을 지녔다. 교실에서 방귀를 뀐 친구가 부끄러워할까봐 수환 자신이 부끄러워하고, 시집간 누이가 낳은 또래의 조카와 몸싸움을 벌인 끝에 이기고 나서도 연민의 감정이 들어 고개를 파묻고 눈물을 흘린다. <저 산 너머>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소박하게 그린 드라마다. 생전 고인의 가르침만큼이나 정갈하고 반듯한 감정선은 풍경화 같은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순순한 감상을 남긴다. 다만 일제강점기와 천주교 박해와 같은 사회적 메시지가 녹아 있지만 그다지 뾰족하지 않아 아쉽다. 가난하고 힘든 상황을 견디는 어머니를 연기한 배우 이항나와 연민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굵은 눈물을 흘리는 아역배우 이경훈의 발견만큼은 값지다.
'저 산 너머' 고 김수환 추기경의 어린 시절을 소박하게 그린 드라마
-
스파이 작전이 수포로 돌아가며 해고 위기에 놓인 CIA 요원 JJ(데이브 바티스타)는 불법 무기 거래를 막기 위해 잠복 수사에 들어간다. 감시 대상이던 소피(클로에 콜먼)는 자신의 집에 CCTV를 설치하던 JJ의 소행을 빠짐없이 녹화하고, 이를 약점 삼아 바쁜 엄마 대신 JJ와 함께 그간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경험하기 시작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아이언맨3> 제작진이 참여한 <마이 스파이>는 올곧게 코미디영화들을 연출해온 피터 시걸 감독의 신작이다. 두 주연배우의 재기발랄한 에너지가 돋보이며 어리숙한 JJ에 비해 매 순간 야무지게 대처하는 소피의 행보를 쫓아가는 재미가 있다. 장르적 클리셰를 따른 탓에 신선함은 없지만 킬링타임 무비로 가볍고 무난하게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다.
'마이 스파이' 올곧게 코미디영화들을 연출해온 피터 시걸 감독의 신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