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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마피아로 알려진 ‘알폰소 카포네’는 탈세 혐의로 감옥살이를 하는 과정에서 걸린 신경매독으로 불행한 말년을 보낸다. 영화는 48살에 사망한 카포네의 마지막 1년을 담는다. 플로리다 자택에서 정부의 감시를 받으며 살고 있는 카포네(톰 하디)에겐 이젠 내려가는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 생계를 위해 집 안의 값비싼 물건들을 정리해야 하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카포네는 자주 헛것을 보고, 자신을 보살펴주는 가족들에겐 신경질적으로 대하기 시작한다. 그런 그에겐 두 가지 비밀이 있다. 첫째는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로 카포네에겐 어딘가 묻어놓은 돈다발이 있는데, 동료 조니(맷 딜런)에게만 털어놓은 그 사실이 카포네를 감시하던 FBI 요원의 귀에 들어가면서 수사망이 좁혀든다. 카포네의 망상이 심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가 그의 모든 행동들이 전략적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을 제시함에 따라 상황은 혼란스러워진다.
데뷔작 <크로니클>(201
<폰조>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최연소 감독'이란 타이틀을 가진 조시 트랭크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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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엔지니어 사라(에바 그린)는 유럽우주국 ‘프록시마’ 프로젝트의 대원으로 선발된다. 평생의 소원이었던 우주 비행을 앞두고 있는 사라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어린 딸 스텔라(젤리 불랑르멜)다. 엄마의 부재를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하는 스텔라는 사라의 바람과 달리 마음의 상처를 입고, 두 모녀는 점차 어긋나게 된다. 사라는 가슴 한구석에 딸에 대한 애틋함을 품은 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으로 거처를 옮기며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다. 일에서도, 가정에서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사라가 지구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 점점 가까워져 온다.
주인공 사라의 고통은 ‘거리’에서 비롯된다. 지구를 떠나 머나먼 거리의 우주로 향하는 꿈을 이루기 위한 혹독한 준비 과정, 그리고 딸 스텔라와의 마음의 거리를 조절하기 위한 여러 노력이 사라가 견뎌내야 하는 거리의 무게다. <프록시마 프로젝트>는 우주영화지만 우주의 화려한 풍경으로 가득 찬 영화는 아니다. 영화는 웅장한 볼거리의 자리
'프록시마 프로젝트' 배우 에바 그린의 강인한 존재감이 돋보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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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천경찰서 강력팀 경장인 병수(곽도원)는 절친한 친구의 보증을 잘못 서줬다가 은행 대출금을 받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그 돈을 갚느라 10년간 신혼여행도 가지 못한 병수는 우여곡절 끝에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인생 첫 해외여행을 떠난다. 즐거운 여행의 한때도 잠시, 병수는 범죄 조직 킬러 패트릭(김희원)의 범죄에 휘말려 살인 용의자가 되고,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고향 후배이자 현지 가이드인 만철(김대명)과 함께 수사에 나선다. 사건을 해결하고 말겠다는 형사로서의 마음은 저만치 앞서 있지만 의사소통도 쉽지 않고 몸도 따라주지 않는다. 여기에 보증을 서준 죽마고우 용배(김상호)까지 등장하면서 수사는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국제수사>는 <들리나요?> <보통사람> 등을 연출한 김봉한 감독의 신작이다. 필리핀의 자연경관으로 눈이 즐겁고 그 밖에도 카지노, 투계장 등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곽도원,
<국제수사> '들리나요?' '보통사람' 등을 연출한 김봉한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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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미국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동안 열린 반전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져나가고, 시위 가담자들이 공모 등의 혐의로 기소된다. 1969년, 민주사회학생회의 톰 헤이든(에디 레드메인)과 청년국
제당의 애비 호프만(사샤 바론 코언)을 포함한 7명의 피고인들, 그리고 함께 기소된 흑표당의 바비 실(야히아 압둘 마틴 2세)이 재판정에 선다. “전세계가 우릴 지켜보고 있다”는 시위 지지자들의 외침이
법정 밖에서 울려퍼지지만, 줄리어스 호프만 판사(프랭크 란젤라)는 피고인들을 향한 반감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리처드 슐츠 검사(조셉 고든 레빗)의 날카로운 공격과 윌리엄 컨슬러 변호사(마크 라일런스)의 굳센 방어가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뜻밖의 인물들이 증인석에 들어서며 재판은 점차 복잡해져 간다.
2017년 <몰리스 게임>으로 감독 데뷔했으나 아직은 <소셜 네트워크> <뉴스룸> 등의 스타 각본가로 더 익숙한 에런 소킨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이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1960년대 말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시카고7인'의 재판 과정을 다룬 법정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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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스돕!” 창복(유재명)의 지시에 따라 태인(유아인)은 천장에 매달린 사람 바로 아래에 비닐을 넓게 깐다. 곧 죽을 사람의 피로 바닥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두 사람이 취하는 사전 조치. 살인을 위한 세팅을 마치자마자 태인과 창복은 현장을 빠져나와 라면 물을 올린다. 구타하는 소리와 비명이 들리지만 듀오는 아무렇지도 않게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한다. 태인과 창복은 조직의 시체를 전담 처리하는 비밀 용역으로, 살인이 일어나기 직전과 직후에 투입돼 시체를 정리하고 암매장까지 책임지는 인물이다.
영화는 두 사람이 언제부터 범죄에 가담했는지, 시체 전담을 수주하는 조직은 어떤 이유에서 살인을 저지르는지 구태여 설명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두 캐릭터의 기묘하고 독특한 호흡에만 온전히 집중하게 만든다. 낮에는 트럭에 계란을 싣고 다니며 수완 좋게 계란 장사를 하던 두 남자는 살인 현장에서 헤어캡, 비옷, 고무장갑으로 무장한 채 시체를 깔끔하게 처리하는 프로로 변한다. “다른 생각이
<소리도 없이> '서식지'를 만든 홍의정 감독의 첫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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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이 중단된 요양원을 관리하는 블라드(유리 비코프). 차 사고로 인해 길을 잃은 한 부부가 요양원에 머물게 되면서 그의 단조로운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어느 날, 한 남자가 조용히 요양원의 문을 두드리고 베라는 자신의 남편 보가토프가 회사 자금을 훔쳐 현재 쫓기는 상태라고 고백한다. <더 가드>는 요양원에 모인 순간을 기점으로 세 사람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을 긴장감 있게 묘사한다. 영화의 연출과 각본을 맡은 배우 유리 바코프는 혼자서 3역을 소화하며 열연을 펼쳤다. 텅 빈 요양원의 황량함과 인물들의 외롭고 허무한 정서는 잘 묘사됐으나, 주인공이 이토록 필사적으로 부부를 돕는 동력이 무엇인지는 잘 와닿지 않는다. 제30회 러시아 키노타브르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이다.
'더 가드' 제30회 러시아 키노타브르영화제 경쟁부문 공식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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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산악 거인 예티는 정말 존재할까? 예티의 실존을 굳게 믿는 인류학자 사이먼(박성영)과 그의 동료인 탐정 넬리(이다은)는 예티를 만나겠다는 일념 하나로 히말라야로 향한다. 현지인 테징은 처음엔 사이먼의 말을 비웃는 듯했지만, 결국 ‘당신을 돕는 게 나의 일’이라며 산악 가이드를 자청하고 함께 산에 오른다. 힘들게 산을 오르던 중 사이먼 일행은 설원에 찍힌 거대한 발자국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예티: 신비한 동물 탐험대> 는 예티를 찾아 떠난 사이먼 일행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캐릭터의 완성도가 높고 예티를 찾아가는 길목마다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보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결국 자연의 편에 서서 이들을 보호한다는 메시지 또한 돋보인다. 자극적인 내용이 없어 온 가족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예티: 신비한 동물 탐험대' 온 가족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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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을 쬐면 돌처럼 굳어버리는 트롤들은 빛을 피해 쏜살같이 달리는 것을 최고의 능력으로 꼽는다. 햇빛 사이로 달리는 경주에서 우승하면 트롤들의 왕이 될 수 있는 것. 어린 트롤 트림(손선영)은 실력을 갈고닦아 아버지 그롬(김진홍)처럼 왕이 되고 싶다. 그러나 만년 2등 그리머(이승행)는 이들 부자를 가만두지 않고, 트롤 왕국을 다스리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트롤킹>은 위기에 처한 아버지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친구들과 모험을 떠나는 트림의 이야기다. 오해가 쌓였을 뿐, 세상에 나쁜 트롤은 없다는 교훈을 얻기까지 우연에 기대어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경향이 없지 않지만 트롤 세계관을 흥미롭게 설득해나간다. 특히 리듬감이 좋다는 이들의 특성을 이용해 펼쳐지는 뮤지컬 시퀀스들을 보고 듣는 재미가 있다.
'트롤킹' 위기에 처한 아버지와 나라를 구하기 위한 트림의 모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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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사고뭉치 소녀 마샤는 매일 분주하고 바쁘다. 조용한 숲도 마샤가 등장하면 언제나 시끌벅적 소란스러워진다. 정원을 사랑하고 낚시를 즐기는 평화주의자 곰은 작지만 무서운 손님 마샤가 찾아올 때마다 늘 난감하지만, 마샤와 함께하는 모험이 싫지만은 않다. <마샤와 곰>은 공식 유튜브 채널 전체 누적 조회수가 247억뷰를 넘어서는 러시아의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다. <마샤와 곰: 최고 중에 최고> 는 현재 시즌3까지 나온 시리즈 중 인기 에피소드를 몇편 묶어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시끄러운 소녀와 온화한 곰, 그리고 동물 친구들의 자잘한 소동극은 흐뭇한 웃음을 안긴다. 극장판으로 따로 제작된 건 아니지만 애초에 옴니버스 방식인 데다 영유아 대상의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기엔 무리가 없다. 특히 시리즈의 핵심이기도 한 음악과 춤이 흥겹다.
'마샤와 곰: 최고 중에 최고' 영유아 대상의 러시아 인기 애니메이션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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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애니메이션 <미니특공대>의 다섯 번째 시리즈. 리더인 볼트가 블루시티 최고의 맛집인 미스터 J 버거의 광고모델로 발탁되면서 미니특공대를 탈퇴한다. 볼트가 화려한 스타 생활을 즐기는 동안 햄버거 괴물은 식당들만 골라 파괴한다. 위기감을 느낀 남은 멤버들은 햄버거만 먹는 세상을 만들려는 브레이커 J와 햄버거 괴물 군단에 맞선다. 리더가 빠진 채 햄버거 괴물, 콜라 괴물, 감자 괴물, 닭다리 괴물, 피자 로봇 등 만만치 않은 악당들을 상대로 힘겹게 싸우는 미니특공대의 활약이 심장을 뛰게 한다. 강해진 적만큼 미니특공대의 액션 또한 전편에 비해 더욱 화려해졌고, 박진감이 넘친다. 어린이 관객에게 패스트푸드를 편식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극장판 미니특공대: 햄버거괴물의 습격> 인기 애니메이션 '미니특공대'의 다섯 번째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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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더이상 사람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지 못하는 시대, <부활: 그 증거>는 종교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다. 이용규 교수, 배우 권오중·이성혜 등 세 사람이 기독교의 핵심 가치인 부활의 증거를 찾기 위해 인도 바라나시와 첸나이, 이탈리아 로마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려낸 로드무비다. 다만, 종교의 의미를 전달하는 방식이 교과서 같아 다소 지루한 점은 아쉽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다. <잊혀진 가방>(2010), <순교>(2015), <제자도: 제자 옥한흠2>(2016) 등 기독교 정신을 담아낸 김상철 감독이 지난해 MBC에서 방영된 TV용 다큐멘터리 <부활>을 극장용 영화로 재구성했다.
'부활: 그 증거' 종교의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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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혜성 ‘클라크’가 지구를 향한다. 당초 아름다운 구경거리 정도로 예측됐던 혜성이 지구와 인류에 멸종에 가까운 피해를 입힐 것으로 밝혀지자, 미국 정부는 따로 선정한 필수 인력만 비밀 벙커에 대피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필수 인력에 선정된 존(제라드 버틀러)은 아내 앨리슨(모레나 바카린)과 아들을 데리고 군 비행장으로 향하는데, 아들의 지병을 이유로 탑승을 거부당하는 과정에서 가족은 뿔뿔이 흩어진다. 존은 비밀 벙커가 있는 곳이 그린란드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가족을 살리겠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그들을 찾아 나서지만, 그를 맞이하는 건 모든 시스템과 인간성이 무너져버린 세상이다.
<엔젤 해즈 폴른>(2019)에서 무언가가 무너진 세상을 그려냈던 릭 로먼워 감독은 신작 <그린랜드>에서 다시 한번 제라드 버틀러를 혼란스러운 세계에 빠뜨린다. 전작에 비해 스케일도 커졌고 주인공이 지켜야 할 것도 많아졌다. 영화는 재난영화에 기대하는 스펙터클에 집중하기보다는 그 상
<그린랜드> '엔젤 해즈 폴른' 릭 로먼워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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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 레이첼(캐런 피스토리우스)은 잠에서 늦게 깬다. 아침부터 여러 가지 집안일들이 그녀를 괴롭힌다. 여기에 아들 카일(가브리엘 베이트먼)은 학교에 지각하면 안된다며 보챈다. 레이첼은 아들을 데리고 출근길에 나서지만 도로는 꽉 막혀 있다. 설상가상으로 앞차는 신호가 바뀌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녀는 앞차에 세게 경적을 울리고 지나간다. 그 차에 타고 있던 정체 모를 한 남자(러셀 크로)는 레이첼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무시한다. 이에 분노가 폭발한 남자는 보복 운전을 시작한다. <언힌지드>는 보복 운전을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다. 영화는 한 남자의 분노로 파국으로 맞이하게 된 레이첼의 하루를 그린다. 여기서 ‘분노’는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하나는 강렬하다는 것이다. 영화는 분노한 남자를 연기한 러셀 크로의 육중한 몸짓을 최대한 활용하여 폭발적인 파괴의 미학을 선보인다. 다른 하나는 분노의 일상성이다. 영화 초반부에 CCTV나 뉴스 영상을 발췌하
'언힌지드' 보복 운전을 소재로 한 스릴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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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에게 ‘한국 가수 중 최초’라는 수식어를 자꾸 붙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영화에서 RM이 말한 것처럼, 여러 대륙을 누비며 월드 투어를 하는 그들은 어딜 가든 비슷한 사이즈의 콘서트가 가능한 독보적인 스타다.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는 BTS의 공연 실황을 담은 네 번째 다큐멘터리로, 2019년 4월부터 10월까지 전세계 아미들을 열광케 했던 스타디움 투어 <LOVE YOURSELF: SPEAK YOURSELF>의 무대 뒷모습을 담았다. 연예인으로서 가장 화려한 시기를 담았음에도 오프닝신으로는 멤버들이 맥주와 소주, 치킨과 온갖 야식을 늘어놓고 격식없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선택한 영화는 앞선 작품보다 훨씬 진솔한 목소리를 담을 것을 예고한다. 멤버들이 활동명과 본명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은 과연 이들이 연예인과 본연의 자아를 어떻게 구분하며 살고 있는가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다. 그들이 사적 시간을 즐기는 다양한 방식을 비추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 더 무비' BTS의 공연 실황을 담은 네 번째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