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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잃고 급작스런 무대공포증을 앓는 노년의 피아니스트 헨리(패트릭 스튜어트)에게 젊음과 지성의 절정기를 누리는 음악평론가 헬렌(케이티 홈스)이 찾아온다. 드물게 정신적 교류에 성공한 예술가와 비평가의 지적, 로맨스적 긴장을 담아내는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는, 슈만과 클라라의 관계를 연상시키는 남성 예술가-여성 뮤즈의 전형적 구도로부터 새로움을 이끌어내지는 못한다.
뉴욕과 스위스를 오가는 풍광 스케치와 27곡에 이르는 풍성한 클래식 사운드트랙, 패트릭 스튜어트의 완숙한 연기 등이 조화를 이뤄 시청각적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만족감을 안기는 영화다. 존재의 성찰과 예술적 치유를 논하는 거창한 테마와 달리 주제를 향한 예리한 시선의 부재가 아쉽다.
'피아니스트의 마지막 인터뷰' 정신적 교류에 성공한 예술가와 비평가의 지적, 로맨스적 긴장을 담아내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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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간미연)는 자신의 영혼을 탐낸다는 이유로 앞집 노부부를 살해한다. 형사 성민(최철호)은 그를 체포해 수사하다가 그가 요가학원 ‘칼리’의 수강생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때 잘나갔던 패션모델 효정(이채영)은 광고 촬영 현장에서 다른 모델로 교체돼 의기소침해진다. 그는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에 정체 불명의 요가학원 칼리를 찾는다. 효정을 포함, 예쁜 얼굴을 위해 다이어트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미연(조정민) 등 수강생들은 그곳에서 이상한 일을 겪는다.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는 아름다워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집착과 욕망에 대한 섬뜩함을 그린 공포영화다. 인물들이 입체적이지 않고, 서사가 자꾸 옆길로 새는 바람에 서스펜스가 설득력 있게 구축되지 않고 이야기에 집중하기 쉽지않다.
'요가학원: 죽음의 쿤달리니' 아름다워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집착과 욕망에 대한 섬뜩함을 그린 공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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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 그리고 두 아이와 행복하게 살고 있는 데이비드(바비 소토)는 크리퍼(샤이아 러버프)와 함께 LA 갱단을 관리하며 그들로부터 상납금을 수금하는 조직원이다. 능숙하게 갱단을 관리해왔지만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에 데이비드는 언제나 긴장 상태다. 어느 날, 수금해 온 돈 중 일부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데이비드는 크리퍼와 함께 돈을 숨긴 사내를 찾아가고 뜻밖의 사연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후 방문한 곳에서 조직의 패권을 위협하는 잔인무도한 라이벌 코네호(호세 마틴)와 마주친다. 코네호와의 만남 후 데이비드와 그의 가족, 주변인들이 무자비하게 공격당하기 시작하고, 이에 데이비드는 가족과 동료를 지키기 위한 치열한 사투 속으로 뛰어든다.
<엔드 오브 왓치>(2012), <퓨리>(2014),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 등을 만들어온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신작으로, LA 뒷골목을 주 무대로 갱단의 상납금을 관리하는 조직원이 맞닥뜨린
'택스 콜렉터' <엔드 오브 왓치>,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 등을 만들어온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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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프랑스, 폴란드 출신의 과학자 마리(로저먼드 파이크)는 동료 과학자 피에르(샘 라일리)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뛰어난 과학자인 동시에 집념 강한 연구자인 마리의 자질을 알아본 피에르는 마리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한다. 그리고 오랜 노력 끝에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한 두 사람은 1903년 우여곡절을 거쳐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다.
노벨상 수상의 영광도 잠시,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남편 피에르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마리는 깊은 절망과 좌절을 느낀다. 슬픔과 고통을 견뎌낸 마리는 방사능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이어가지만 위대한 발견의 이면에 숨겨져 있던 예기치 못한 일들이 그의 삶에 파문을 일으킨다.
여성 최초 노벨상 수상, 세계 최초 노벨상 2회 수상에 빛나는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마리 퀴리의 삶을 소재로 하는 영화다. <페르세폴리스>(2007)와 <더 보이스>(2015) 등을 만든 감독 마르잔 사트
'마리 퀴리' 폴란드 출신의 프랑스 물리학자이자 화학자인 마리 퀴리의 삶을 소재로 하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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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당뇨, 마비 등 온갖 질병을 달고 삶이 시작된 한 아이가 있다. 다이앤(사라 폴슨)이 낳은 딸 클로이(키런 앨런)다. 시간이 흘러 클로이는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다. 학생인 그녀의 일상은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다. 수많은 알약, 채혈과 주사, 엄마와의 식사 그리고 구토. 반복되는 고된 일상이지만 모녀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클로이가 무언가를 발견하기 전까진 말이다.
어느 날, 클로이는 엄마가 식탁에 올려놓은 마트 봉투를 뒤지다 자신의 약통을 발견한다. 하지만 약통 겉면에 적힌 환자의 이름은 엄마였다. 클로이는 자신의 루틴을 의심하기 시작한다.
<런>은 엄마에게 의심을 품은 딸 클로이가 자신을 둘러싼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영화는 두개의 차이를 충돌시키며 서스펜스를 창출해낸다. 하나는 클로이의 시선에서 일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각차라고도 할 수 있다. 관객은 클로이가 휠체어에 앉은 높이에서 그녀와 함께 세상을
'런' <서치>를 연출한 아니시 차간티 감독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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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을 때부터 주어지는 것들이 있다. 주변 환경, 경제적 조건, 함께하는 사람들까지. 처음엔 나를 지켜주는 울타리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동시에 내 주변에 드리운 벽이자 족쇄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울타리의 또 다른 이름은 가족이라고도 한다. <힐빌리의 노래>는 미국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태어난 이들이 가난과 폭력의 고리에 갇혀 버텨온 시간을 담아낸다.
‘힐빌리’는 미국 남부의 백인 저소득층, 낮은 교육수준과 보수적 성향을 띤 이들을 비하하는 용어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가난한 백인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예일대를 졸업한 변호사 J. D. 밴스의 동명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3대에 걸쳐 이어지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트럼프 시대 미국의 현실을 내비친다. 예일대 학비를 위해 로펌의 인턴 자리를 구하고 있는 밴스(가브리엘 바소)의 시점에서 수시로 과거의 기억들이 교차되며 밴스 가족의 역사를 훑는 형식
'힐빌리의 노래' 미국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태어난 이들이 가난과 폭력의 고리에 갇혀 버텨온 시간을 담아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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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알제리를 탈출하며 부모를 잃은 안티고네(나에마 리치)는 현재 퀘벡에 정착해서 할머니와 언니, 오빠들과 살고 있다. 이민자 가족이라고 해서 남다를 것은 없다. 간혹 가족들과 투닥대고, 학교에서 새로 사귄 남자 친구 때문에 설레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며 그녀의 운명이 흔들린다. 경찰의 오인 사격으로 큰오빠 에테오클레스(하킴 브라히미)가 사망하고, 같은 장소에 있던 작은오빠 폴리네이케스(라와드 엘 제인)가 투옥된 것이다. 작은오빠가 캐나다에서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안티고네는 오빠를 대신해서 스스로 감옥에 갇히겠다고 마음먹는다. 물론 이 시도가 순조로울 리는 없다. 이내 발각돼 재판에 오르면서 세간의 관심은 온통 16살의 작은 소녀에게 집중된다. 게다가 SNS를 통해 번지는 사건의 진상은 그녀가 겪었던 것과 상관없는 내용들이다. 의도하지 않은 의견이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나간다.
소피 데라스페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안티고네&g
'안티고네' 소피 데라스페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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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4월 4일 집 앞 놀이터에서 실종된 장기 실종아동 최준원양(당시 6살)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야기의 한축엔 아버지 최용진씨와 동생의 실종과 부모의 이혼으로 상처가 큰 첫째딸 준선씨의 관계가 놓여 있다. 또 다른 한축엔 17년 만에 장기 실종 전담팀에서 재수사에 들어가 사건 해결의 희망을 품게 되는 수사 이야기가 있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증발' 집 앞 놀이터에서 실종된 장기 실종아동 최준원양과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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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토넛이 탐험선 W를 타고 대산호초 탐험을 떠난다. 이들은 아름다운 산호초로 뒤덮인 호주 대산호초에서 아기 산호 코리를 만난다. 옥토넛은 가시관 불가사리의 공격으로부터 산호초를 지키기 위해 작전을 펼친다. 다양한 해양 생물과 바닷속 생태계를 보여주는 옥토넛 다섯 번째 시즌의 한 에피소드로, 환경오염 때문에 가시관 불가사리 숫자가 늘어나고, 그러면서 바다 생태계가 무너질 위협에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수작이다.
'극장판 바다 탐험대 옥토넛: 대산호초 보호작전' 다양한 해양 생물과 바닷속 생태계를 보여주는 옥토넛 다섯 번째 시즌의 한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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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난 후, 바이올렛 에버가든(이시카와 유이)은 길베르트 소령을 그리워하며 ‘자동 수기 인형’이라는 명목하에 대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바이올렛은 길베르트 소령의 거처를 알게 된다. <극장판 바이올렛 에버가든>은 <바이올렛 에버가든> 시리즈의 마지막 극장판이다. 끝을 맺는 작품인 만큼 수려한 작화에 편지의 문체까지 섬세히 공을 들였다. 등장인물들이 망설임 끝에 감정을 표하는 순간의 온기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극장판 바이올렛 에버가든' <바이올렛 에버가든> 시리즈의 마지막 극장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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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인간과 구별되지 않는 인공인간들이 넘쳐나는 2220년의 대한민국. 아픈 아들의 병원비를 감당해야 하는 인간(정경호)과 새 삶을 살아보려는 인공인간(강유석)은 일자리를 찾아 동행하다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에 실제와 연기가 섞인 대답을 내놓는, 배우와 일반인을 포함한 100여명의 인터뷰가 이들의 드라마 앞뒤로 붙어 영화를 풍성하게 만든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초청작.
'구직자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코리안 판타스틱 부문 초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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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5년. 호주에 정착한 3명의 터키 이주민이 있다. 터키 아이스크림 장수 메멧(알리 아타이), 낙타 쇼맨 알리(에르칸 콜칵 코스텐딜) 그리고 사탕 장수 살림. 오스만제국이 전쟁에 참전하면서 이들은 마을에서 한순간에 적이 돼버린다. 이런 상황에서 메멧과 알리는 고향으로 돌아가 전쟁에 가담하자는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영국 부대에서 나온 웨인 대위(윌 소프)가 이들의 계획을 저지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갈리폴리로 향하는 연합군의 기차를 멈출 계획을 수립한다.
<터키쉬 아이스크림>은 전쟁으로 한순간에 적이 된 호주 속 터키인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극중 인물들은 영어를 잘 못한다. 메멧의 말을 알리가 주로 통역하는데, 그 과정에서 오역이 발생하며 웃음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영화는 마냥 코미디만 펼쳐내진 않는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전쟁이 빚어낸 비극의 농도가 짙어진다. 희비극의 중첩으로 짙어진 페이소스를 관객에게 주는
'터키쉬 아이스크림' 전쟁으로 한순간에 적이 된 호주 속 터키인들의 좌충우돌을 그린 코미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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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 청춘의 고독과 우울을 그렸던 이시이 유야 감독이 이번엔 소년의 판타지로 잠수했다. 너무 착해 오죽하면 별명이 예수님인 마치다(호소다 가나타)는 만삭인 엄마를 대신해 동생들을 돌보며 매일의 밥상까지 책임지는 소년 가정주부다. 버스에선 누구보다 빠르게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주변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에겐 어떻게든 가장 먼저 달려가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그도 사람이어서, 지나치게 덜렁대고 실수투성이라는 큰 결점 때문에 자주 엉뚱한 코미디 포인트를 양산해낸다. 마치다는 어느 날 양호실에서 마주친 같은 반의 이시하라(세키미즈 나기사)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불운한 가정사를 지닌 동급생 소녀의 냉랭한 매력으로부터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한다.
<마치다군의 세계>는 남의 사생활을 캐는 데 지쳐 있는 연예부 기자 요시타카(이케마쓰 소스케)의 피로와 염세를 마치다와 대조하면서, 선의로 가득 찬 사람이 지닌 구원의 가
'마치다군의 세계'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에서 청춘의 고독과 우울을 그렸던 이시이 유야 감독이 이번엔 소년의 판타지로 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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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구에 솔직했던 그날 밤 이후, 사건은 무려 5개월이 지나서야 고백된다. 과외선생님과 고등학생 제자로 만난 토일(정수정)과 호훈(신재휘)은 임신 5개월차에 이르러 양가 부모를 찾는다. 커다란 옷을 벗어던지자 이미 안정적인 임신부의 자세를 취하고 있는 딸 앞에서 교사 커플인 토일의 부모가 사색이 된 반면, 레게 문화에 심취한 듯한 호훈의 부모는 당혹스러우리만치 낙관적이다.
영화가 임신 사실을 알아챈 주인공의 충격과 혼란을 가뿐히 건너뛰고, 양가 부모의 반응부터 담아낸 데는 이유가 있다. 나이 어린 부모의 좌충우돌기보다는 임신과 결혼 발표를 매개로 드러나는 가족의 의미에 집중하는 <애비규환>은, 어린 시절에 잃어버린 아빠를 찾아나선 토일의 여정에 관객이 기꺼이 동참하도록 이끈다. 이혼 후 어려움을 딛고 새 가정을 꾸렸던 엄마 선명(장혜진)과 15년 넘게 친아빠를 대신하기 위해 애써온 태효(최덕문)는 아직 그 마음을 알 길이 없고, 자기 뿌리를 찾으러 고향인 대구로 떠났던
'애비규환' 캐릭터의 힘으로 웃음과 애틋함을 동시에 견인하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