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프리카계 소녀 마리엠(카리자 투레)은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할 위기에 놓여 있다. 낮은 성적 때문에 실업계 진학을 권유받자 그는 용기 내어 “다른 애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요”라며 일반계 진학 의사를 밝히지만, 선생님으로부터 “그러기엔 늦은 것 같구나”란 답변을 들을 뿐이다. 생업을 책임지는 엄마 대신 여동생 둘을 돌보고, 고압적인 태도로 구는 오빠 때문에 숨 쉴 곳도, 공부할 시간도 부족한 마리엠으로서는 삶에 대한 모종의 기회를 박탈당한 기분이다.
좀처럼 마음이 풀리지 않던 마리엠은 우연히 레이디(아사 실라), 아디아투(린지 카라모), 필리(마리투 투레) 일행을 만나고, 학교를 벗어나 거리를 쏘다닌다. 더이상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어디서든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마리엠은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길에서 춤추고 노래를 부르고 때론 백인 아이들의 돈을 뺏는 나쁜 짓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이 학교를 떠났다고 해서 악독한 범죄에 빠지거나, 인간으로서 추락하는 모습으
'걸후드' 셀린 시아마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
삶의 벼랑 끝에 서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한명은 경찰 현수(김혜수)다. 그는 이혼 소송 중인 남편의 모함으로 추문에 시달렸으며, 업무 중 일으킨 사고로 징계위원회에 불려갈 예정이다. 다른 한명은 고등학생 세진(노정의)이다. 세진은 아버지가 연루된 범죄 사건의 증인이라는 명목하에 섬마을에 고립되어 있다.
어느 날, 세진이 유서 한 장을 남긴 채 절벽에서 사라지고, 이후 복직을 앞둔 현수가 윗선의 지시로 세진의 실종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자살로 종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수는 차근차근 세진의 삶의 궤적을 더듬어나가기 시작한다. 절벽 위 세진의 운동화를 시작으로 CCTV 영상과 유품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세진의 사연에 접근해간다. 섬마을 주민들의 목격담을 조사하던 현수는 세진을 마지막으로 목격한 순천댁(이정은)으로부터 세진에 관한 몇 가지 단서를 얻게 된다. 그렇게 조금씩 비밀을 풀어나가던 현수는 그 과정에서 자신과 너무나도 닮아 있는 세진을 마주하며 복잡한
'내가 죽던 날' 제1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시아 단편경선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박지완 감독의 장편 데뷔작
-
최고 시청률 35.7%를 찍었던 <내일은 미스터트롯>. ‘트롯맨’들의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 <미스터트롯: 더 무비>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이들의 인기를 증명한다고 할 수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톱6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이며, ‘<내일은 미스터트롯> 대국민 감사 콘서트’ 서울 공연 장면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영화를 채운다.
생애 첫 대규모 콘서트를 앞둔 심정, 여름 MT에서의 편안한 모습 등 무대 위아래에서의 모습이 고루 담겼다. 임영웅은 지난 시간을 찬찬히 돌아보는 영화 속 안내자로서 내레이션을 맡았다.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아니었다면, 콘서트 무대 자체의 스펙터클이 지금보다 더 두드러질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미스터트롯: 더 무비' <내일은 미스터트롯>의 톱6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가 주인공인 영화
-
좋은 앙상블엔 대개 연습이 필요하다. 무수한 리허설에 익숙한 연극인들이 정작 자기 삶의 초연 무대에서 허둥지둥대는 모습이 놀랍지 않은 이유다. <성혜의 나라>(2018)로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던 정형석 감독이 이번엔 자신의 본거지인 공연계로 눈을 돌렸다.
나이듦 앞에서 부쩍 위축된 극단 연출자 영로(김승수)는 오랜 파트너였던 조연출 세영(서윤아)의 구애를 부담스러워하고, 유산을 계기로 소원해진 만식(이천희), 혜영(김정화) 부부는 예전으로 돌아갈 기회를 찾지 못한다. 새로운 만남에 방어적인 민우(유민규)와 그의 팬 주영(최배영)의 사랑 역시 힘든 건 마찬가지다. 정형석 감독의 연출은 자극적인 전개 없이 일상적 정서에 충실하며, 불신과 불안 앞에 망설이는 세 연인의 속내로 관객을 편안히 이끈다.
'앙상블' <성혜의 나라>(2018)로 전주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던 정형석 감독의 작품
-
-
비디오 아티스트인 료스케(마시마 히데카즈)는 친구가 사는 홋카이도에서 다음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장소를 이동하던 중 차가 멈춰 서고, 도움을 요청하러 들른 집에서 고교 시절의 첫사랑 하루카(사나다 마스미)와 재회한다. 23년 만에 마주한 두 사람은 다시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만 이미 남편과 아이가 있는 하루카는 료스케와의 만남을 망설인다.
<마음에 부는 바람>은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사계절 시리즈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신작이다. 우연한 만남, 시한부 인생, 첫사랑과의 재회 등 소재 면에서 감독 전작들의 기시감이 들지만 인물들의 감성을 애틋하게 그리는 감독의 장기가 적절히 발휘된 작품이다. 그 밖에도 스코틀랜드의 오로라나 홋카이도의 푸른 연못 등 아름다운 풍광이 눈을 즐겁게 한다.
'마음에 부는 바람'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사계절 시리즈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신작
-
매거진 <톱>에서 3개월의 인턴 생활을 끝내고 백수가 된 로리(노에미 오파렐). 글보다 글쓴이의 영향력을 중시하는 편집장 때문에 작가가 꿈인 로리는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를 늘릴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리와 로리의 룸메이트 엘리(모우니아 자흐잠)는 술집에서 우연히 인스타그램 스타 클라라(줄리엣 고셀린)를 만난다. 뷰티 정보는 물론 펜트하우스에서의 화려한 일상을 공개하며 소녀들의 워너비로 살아가는 클라라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클라라와의 작은 인연을 시작으로 그녀의 친구가 된 로리는 서서히 팔로워 수를 늘려가며 인플루언서가 되고, 페미니스트 운동가인 엘리는 SNS에 영혼을 파는 자신의 친구가 점점 못마땅하다.
<페뷸러스>는 직업도, 성격도, 생각도, 외모도 서로 다른 세 친구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우정을 나누는 이야기다. 이들을 결속하기도 하고 떼어놓기도 하는 건 인스타그램이며, 그 과정에서 이들이 경유하는 것은 페미니즘이다. 로리는 페미니스트로서
'페뷸러스' 1세대 유튜버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의 첫 장편영화
-
황영사. 여기 빗자루질을 하는 한 스님이 있다. 그는 위장 잠입한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다. 그의 목표는 황영사 9층 석탑 속 금동불상. 강동구가 금동불상을 가지고 있다는 소문이 암시장에 퍼진다. 급기야 진 회장(송영창)도 이 소문을 듣는다. 그는 강동구와의 거래를 윤 실장(신혜선)에게 맡긴다. 윤 실장은 진 회장이 운영하는 스카이호텔 카지노로 강동구를 부른다. 그녀가 제시한 거래액은 2억원어치의 카지노 칩. 강동구는 룰렛 게임에 받은 칩을 올인하고 잃는다. 윤 실장은 그의 무모함에 끌린다. 하지만 강동구의 행동은 의도적이었다. 판돈을 묻고 더블로 간 셈이었다. 미끼를 문 윤 실장은 두 번째 거래를 강동구에게 제시한다. 그것은 중국 지안에 위치한 고구려 고분벽화를 가져오라는 것. 이 작업에 고분벽화 전문가 존스 박사(조우진)가 투입된다.
강동구는 도굴 과정에서 겪은 위기의 배후에 진회장이 있음을 직감한다. 강동구는 이제 역으로 진 회장에게 거래를 제안한다. 그 장소는 서울
'도굴' 한국에서 그간 다뤄진 적이 없었던 도굴을 소재로 한 범죄 오락영화
-
추억의 조랑말이 스크린에 다시 나타났다. <마이 리틀 포니: 레인보우 로드 트립>은 1980년대 인기 TV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의 탄생 37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레인보우 대시와 포니 친구들은 레인보우 축제에 초대받는다. 그런데 레인보우 축제가 열리는 무지개 끝 마을은 무지갯빛이 온데간데없고, 흑백만 남았다. 써니 시장은 마을이 신비한 마법에 걸려 빛을 잃었다고 말하고, 대시와 포니 친구들은 마을의 색깔과 무지개를 되돌려놓기 위해 마법을 푸는 방법을 찾아 나선다. 이 애니메이션은 아무리 어려운 과제라도 용감하게 도전하고,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부모 관객에게도 익숙한 만화 캐릭터라 아이들과 함께 극장에서 즐길 만하다.
'마이 리틀 포니: 레인보우 로드 트립' 1980년대 인기 TV 애니메이션 <마이 리틀 포니>의 탄생 37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
제10회 요시가에 국제 피아노 콩쿠르, 각자 다른 배경을 가진 네 남녀가 있다. 한때 카네기홀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까지 했던 천재 소녀 아야(마쓰오카 마유)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잠적했다 7년 만에 돌아온다. 악기사에서 일하는 아카시(마쓰자카 도리)가 연령 제한을 겨우 통과하고 콩쿠르에 참여하자 방송국은 ‘생활인의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현장을 취재한다. 실력도 외모도 준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마사루(모리사키 윈)는 10년 만에 만난 아야가 반갑고, 파격적인 연주법으로 심사위원들의 찬반 의견이 갈리는 자유로운 소년 진(스즈카 오지)이 합류한다.
서로의 음악관에 영향을 받으며 한뼘씩 성장하는 청춘들의 풍경이 피아노 소리를 공감각으로 채집한 영상에 잘 이식돼 있다. 온다 리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했다.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의 이시카와 게이 감독의 신작.
'꿀벌과 천둥' <우행록: 어리석은 자의 기록>의 이시카와 게이 감독의 신작
-
개봉 금지 조치로 인해 제작 30여년 만에 개봉한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해 한국영상자료원의 공식 상영을 요청받으면서 다시 빛을 본 두 작품, 단편 <칸트씨의 발표회>(1987)와 장편 <황무지>(1988)가 연작 형태로 엮여 새롭게 태어났다. <칸트씨의 발표회>는 사진작가인 주인공이 칸트라는 이름의 행방불명자를 추적하면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이었던 남자의 슬픔을 헤아리는 과정을 담는다.
<황무지 5월의 고해>는 광주 진압 중 어린 소녀를 살해한 공수부대원의 양심선언을 따라간다. <세계영화기행> <장동건의 백 투 더 북스> 등 방송다큐멘터리와 자전적 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딜쿠샤>(2016)로 주목받은 김태영 감독의 영화로, 그의 표현대로 “전자는 피해자의 시점을, 후자는 가해자의 시점을 담고 있기에” 짝을 이뤄서 볼 때 그 의미가 남다르다.
'황무지 5월의 고해' 자전적 몽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딜쿠샤>로 주목받은 김태영 감독의 영화
-
20년간 수감 생활을 한 다니엘(제라드 메이란)은 출소 직전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전 부인 실비(아리안 아스카리드)가 보낸 것으로 딸 마틸다가 손녀를 낳았다는 소식이다. 출소 이후, 다니엘은 가족들과 재회하고 손녀인 글로리아를 마주하는데 그사이 가족에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실비는 리차드와 재혼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좀처럼 달라지지 않은 것은 이들의 고단한 삶이었다. 글로리아의 아빠인 니콜라스가 손을 다쳐 일자리를 잃으면서 가족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다니엘은 이들을 돕기 위해 글로리아를 돌보기 시작한다.
<글로리아를 위하여>는 긴 수감 생활을 마친 다니엘이 가족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도입부에서 글로리아의 탄생과 다니엘의 출소를 교차시키면서 이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암시한다. 영화는 가족들의 일상, 특히 일터에서의 모습을 그리며 직접적이지 않지만 프랑스 사회가 현재 겪고 있는 사회 경제적 문제를 여실히 담아낸다.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글로리아를 위하여' 긴 수감 생활을 마친 다니엘이 가족과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
미경은 남편과 사별한 지 12년이 지났는데도 시아버지(한흥만)를 모시고 산다. 그의 딸 태의를 포함해 남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는 며느리로서 할 도리라고 생각한다. 정확한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먼 친척의 결혼식을 일일이 챙기는 것도 그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열심히 경조사를 챙기면 태의가 결혼할 때 준 만큼 돌려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하지만 태의는 어릴 때부터 시아버지를 부양하느라 자신을 희생한 미경을 보면서 결혼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미경과 태의에게 따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변화는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웰컴 투 X-월드>는 오랫동안 시집살이를 했던 미경이 딸과 함께 독립하는 과정을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독립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마트에서 일을 하며 모아둔 돈으로 딸과 함께 집을 구하지만 수중에 있는 1억원으로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혼자 남게 될 시아버지도 걱정이다. 자신보다 먼저 집을 나간 시어머니를 새
'웰컴 투 X-월드' 오랫동안 시집살이를 했던 미경이 딸과 함께 독립하는 과정을 그려낸 다큐멘터리
-
역사적인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새로운 클래식의 등장이다. <마틴 에덴>은 로베르토 로셀리니,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 등 이탈리아 영화의 정수를 환기하는 동시에 확장을 꿈꾼다. 정규교육이라곤 받은 적 없은 선박 노동자 마틴(루카 마리넬리)은 어느 날 항구에서 상류층 자제를 구해주면서 그의 여동생 엘레나(제시카 크레시)와 사랑에 빠진다. 엘레나와 교류하며 자신의 무지에 수치심을 느끼기 시작한 마틴은 어느덧 학구열을 불태우며 자기 안의 작가적 소명을 따라간다.
극심한 가난과 함께 등단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긴 세월이 20세기 초반의 격동과 비스듬히 동행하는 사이, 사회주의와 자유주의가 부딪히고 파시즘의 그림자가 어둡게 드리운다. 미국 작가 잭 런던이 1909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다큐멘터리 작업으로 잘 알려진 이탈리아 감독 피에트로 마르첼로가 미국 오클랜드의 이야기를 이탈리아 나폴리로 옮겼다.
20세기 초를 그리되 1970~80년대까지 흡수한 시대 초월적인 미
'마틴 에덴' 역사적인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새로운 클래식의 등장
-
은수(우미화)와 예원(이연)은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낸 동성 커플이다.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하는 예원과 달리 은수는 타인 앞에선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은수는 어느 날 교통사고로 인해 걸을 수 없게 되고, 동승했던 언니 은혜가 세상을 떠나면서 홀로 남은 조카 수민(김보민)과 생활하게 된다. 크고 작은 마찰을 빚은 끝에 은수와 예원, 수민은 서로의 빈자리를 단단히 채워주는 관계로 거듭난다.
세 사람은 함께 식사를 하고 바다로 여행을 떠나는 등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현재와 같은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지만, 현재의 법 체계에서는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깨닫는다. 그럼에도 예원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셋이 함께 상황을 헤쳐나가길 바라고, 은수는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담쟁이>는 한제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초청작이다. 영화는 은수와 예원, 수민을 통해 관객이 동성 커플에 대한 현 사회의 제도적 한계를 목
'담쟁이' 한제이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며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초청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