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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겐(셰랍 도르지)은 학교 교사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직업에 흥미가 없다. 유일한 식구인 할머니는 그런 그를 나무란다. 그는 고향인 부탄을 떠나 호주로 가려 한다. 아쉽게도 유겐에겐 남은 계약 기간이 있다. 이를 채우기 위해 그는 부탄에서 가장 외딴곳인 ‘루나나’라는 산간지역의 학교로 전근을 간다. 도시 생활에 익숙했던 그에게 이곳은 낯선 장소였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호의와 학생들의 열의가 그를 어루만지면서 유겐은 이곳에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교실 안의 야크>는 한 벽지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된 선생 유겐의 여정을 담은 영화다. 관객은 유겐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영화는 아름다운 설산과 푸르른 대자연의 풍광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새소리, 바람 소리, 모닥불 소리 등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소리를 그대로 살려내며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영화는 오래도록 기억될 여행처럼 관객에게 남
'교실 안의 야크' 한 벽지 학교로 전근을 가게 된 선생 유겐의 여정을 담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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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무대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태일(홍이삭)은 유명 기획사의 대표를 소개받는다. 그녀는 빤한 사랑 노래처럼 쉬운 게 좋다고 했다. 곡 작업이 풀리지 않던 차에 문득 떠오른 시골의 음악학원. 함께 음악을 하다 지금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지원(장하은)과 재회하고, 중학생들로 구성된 밴드 ‘더 디스트로이어’와 만나면서 활력이 살아난다. <다시 만난 날들>은 마냥 말랑말랑한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르영화는 아니다. 대사에 쓰인 스피릿이 넘쳐서 인디에 대한 찬가로 손색이 없는 작품이다.
영화의 바탕을 제공한 뮤지컬 <러브 트릴로지: 청춘>의 시작은 무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무대의 핵심 멤버인 홍이삭이 주연을 맡고 심찬양이 각본을 썼으니 영화의 제목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태일은 어두운 방에서 혼자 작곡을 하고, 피아노 앞에 앉아 지원과 교감을 나누고, 어린 친구들과 음악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뮤지션이 꾸는 각각의 꿈들이 서로 대화를 하듯이 부드럽게 이어
'다시 만난 날들' 뮤지션이 꾸는 각각의 꿈들이 서로 대화를 하듯이 부드럽게 이어놓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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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정미소를 운영하는 석구(김대명)는 8살 정도의 지능을 가진 30대다. 마을 사람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친근함을 표현하는 석구에게 주민들 역시 살가운 온기를 전한다. 어느 날, 14살 은지(전채은)가 마을에 나타난다. 서울에서부터 몇 시간을 달려 도착한 낯선 마을의 청소년 쉼터에 입소하려는 이유는 단 하나, 아빠를 찾기 위함이다. 쉼터의 소장 김 선생(송윤아)을 비롯해 복지사들에게도 좀처럼 곁을 주지 않던 은지는 마을축제에서 용기를 낸 석구에게 차츰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이후 은지의 아빠 찾기 여정에 석구가 동행하며 두 사람의 우정은 깊어간다. 그러나 이런 순간도 잠시, 일련의 사건을 통해 스토리는 완전히 전복되고, 석구와 은지를 둘러싼 김 선생과 노신부(김의성)의 갈등은 증폭된다.
<돌멩이>의 두드러지는 성취는 배우들이 그리는 연기 합에 있다. 배우 송윤아와 김의성의 무게감이 영화의 한축을 담당하는 데다 데뷔작임에도 안정된 호흡을 선보인 배우 전채은 또한 돋보인다
'돌멩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 상영작으로, 김정식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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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별을 마주한 네 여자가 있다. 캐미(헤더 그레이엄)는 이혼한 전남편이 심장마비로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학교를 자퇴한 딸 애스터(소피 넬리스)는 매사에 불만을 쏟아낸다. 레이첼(조디 발포어)은 죽은 남편이 담보 대출금을 6개월 동안 갚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집이며 가구가 전부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그에게 형편이 나은 캐미가 먼저 손을 내밀어 같이 살 것을 제안하고, 레이첼의 딸 털룰라(애비게일 프니오프스키)는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인 캐미와 함께하는 것을 반긴다. 그러나 애스터는 이러한 엄마의 행동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은 각자의 이유로 죄책감과 분노를 심연에 숨기고 사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레이첼은 캐미의 이혼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지만 외도는 아니었다며 합리화하고, 캐미는 레이첼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다. 애스터는 엄마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남자친구가
'우리가 이별 뒤에 알게 되는 것들' 한 남자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별을 마주한 네 여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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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란>의 원작인 민가 <목란가>는 중국에서 십수 세기 전부터 구전됐다. 1998년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전세계적인 사랑을 받았다. <뮬란>은 오랜 사랑을 받은 이야기를 실사 영화화한 작품이다. 변방의 이민족들은 마녀 시아니앙(공리)의 설득에 넘어가 반란을 꾀하고, 이에 황제는 가구당 남자 한명씩 군으로 징집령을 내린다. 몸이 불편한 늙은 아버지 대신 남장을 하고 입대한 뮬란(유역비)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훈련에 몰두하지만, 교전 중 정체가 들통나면서 군에서 쫓겨난다. 돌아갈 곳 없이 사막을 떠돌다 지쳐 쓰러진 뮬란은 더이상 자신을 감추지 않기로 마음먹고 군으로 돌아간다.
<뮬란>은 기존 애니메이션 작품과 획기적인 변화를 꾀하며 뮤지컬과 코미디를 배제했다. 애니메이션에서 곤경에 처한 뮬란을 돕고 관객에게도 웃음을 선사하던 용 무슈는 신비로운 봉황으로 대체돼 뮬란이 길을 잃을 때마다 도움을 준다. 크리스티나 아길레라를 전세
'뮬란' 오랜 사랑을 받은 이야기를 실사 영화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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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셈플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했다. 시애틀의 저택에서 성공한 남편, 똑똑한 딸과 함께 사는 버나뎃(케이트 블란쳇)은 행복하지않다. 그녀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탓에 사회에의 위협으로 취급받는다. 딸이 제안한 가족 남극 여행을 덜컥 수락하면서 그녀의 스트레스와 불안은 점점 더 커진다. 사건은 그녀 몰래 남편이 정신과 상담을 의뢰하면서 폭발한다. 20년 전 그녀의 화려했던 과거를 남편조차 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린 버나뎃은 또 한번 돌출행동을 시도한다.
<어디갔어, 버나뎃>은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2011년 작품 <버니>와 대구를 이룬다. 이웃으로부터 괴짜 취급을 받는 버나뎃과 주변 사람들 대다수가 사랑하는 버니는 얼핏 보기에 정반대의 존재다. 잠재적 사고뭉치인 두 인물은 하나의 사건을 통해 숨겨왔던 자신의 어떤 얼굴과 마주한다. 보통 사람들이 남에게 어떻게 보일지 고민하는 것과 달리 그들은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따른다. 특이하고 괴
'어디갔어, 버나뎃' 마리아 셈플이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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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작 <기화>에서 부자(父子)의 로드무비를 그렸던 문정윤 감독이 또 다른 길 위로 떠난다. 이번에는 길의 폭이 더욱 넓어져 삶과 죽음의 여정에 오른 스승과 제자가 주인공이다. 큰스님을 모시는 행자의 부름을 듣고 흩어져 지내던 네 승려가 산속 암자를 찾는다. 급격하게 변해버린 스승의 모습에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맏상좌인 혜진(김명곤)은 떠나보냈던 먼 기억들과 하나씩 마주친다.
감독 특유의 넉넉한 유머가 자리한 <구르는 수레바퀴>는 종교를 두고 진득한 농담을 건네는 와중에 수많은 불가의 질문을 던진다. 이것은 인연과 삶의 길을 동시에 아우르는 어렵지 않은 설법 같은 이야기이다. 스승은 네 제자에게 공히 ‘혜’(慧)라는 이름을 붙였다. 깨달음(覺) 대신 지혜를 썼음은 답보다 도달하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뜻일까? 냉소가 도시의 신화가 된 시대에 산사를 감돌아 든 질문은 두텁기 그지없다. “너는 왜 여기 있는가?”라는 질문이 극장 문을 나선 뒤에도 멈추지 않고
'구르는 수레바퀴' 감독 특유의 넉넉한 유머가 자리한 종교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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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희(이정현)는 남편 만길(김성오)과 달콤한 신혼 생활을 즐기고 있다. 만길은 일이면 일, 집안일이면 집안일, 거기다 다정함과 센스까지 갖춘 말 그대로 완벽한 남편이다. 그러나 신혼의 단꿈도 잠시, 우연히 만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희는 미스터리 연구소 소장 닥터 장(양동근)의 도움으로 만길의 뒷조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충격적인 비밀을 알게 되는데, 다름 아닌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정복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이었으며, 소희를 죽이려한다는 것이었다. 닥터 장을 필두로 소희의 고등학교 동창 세라(서영희)와 양선(이미도)까지 합심해 만길의 공격으로부터 소희를 지켜내고자 하는데, 예상치 않은 사건들이 자꾸만 터진다. 소희와 만길은 속내를 감춘 채 서로를 죽이려 하고, 도저히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2004년 <시실리 2km>로 데뷔하여 <차우>(2009), <점쟁이들>(2012)과 같은 특색 있는 코미디 호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 코미디 호러 영화를 연출해온 신정원 감독의 8년만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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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실력과 착한 성품을 지닌 다이빙 선수 이영(신민아)은 팬과 동료 모두의 인정을 받는 스타다. 반면 이영의 오랜 친구이자 같은 다이빙 선수인 수진(이유영)은 슬럼프를 겪고 있다.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둔 시기, 계속된 성적 부진으로 은퇴를 마음먹은 수진을 막기 위해 이영은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팀 출전을 제안한다. 김 코치(이규형)를 포함한 주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영은 오직 수진의 재기를 위해 개인 다이빙 연습 시간을 쪼개 수진과 싱크로나이즈드 다이빙을 연습한다. 수진은 자신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영에게 복잡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 얼마 후 수진의 실력이 몰라볼 만큼 좋아져 모두가 놀라고, 그와 관련된 이런저런 소문이 퍼져나가 이영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이영과 수진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한다. 의식을 잃었던 이영이 정신을 차려보니 그날의 기억은 전부 사라졌고, 함께 사고를 당한 수진은 실종
'디바' 조슬예 감독의 장편 데뷔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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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과 셜록 홈스, 괴도 루팡 이전에 ‘비독’이 있었다. 전설적인 대도인 비독은 무기수로 수감된 즉시 주변의 과도한 관심과 위협 속에서 수난을 겪는다. 목숨을 걸고 탈옥에 성공한 그는 신분을 감추고 조용히 살아가려 하지만, 얼마 못 가 살인죄를 뒤집어쓴다. 비독은 결국 경찰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에 이른다. 전설적 도둑이 공공의 적이 되어가는 과정은 <비독: 파리의 황제>가 비추는 19세기 초의 음울한 시대상을 반영한다. 피와 침이 난무하고, 폭력과 퇴폐에 관대한 이미지가 일견 흥미롭게 다가오나 집요한 미학적 성취보다는 장르 관습에 무게를 둔 모양새라 애매한 아쉬움을 남긴다. 퀴퀴한 뒷골목 세계의 아이콘으로서 배우 뱅상 카셀과 드니 라방이 안기는 강렬한 에너지만큼은 분명하다.
'비독: 파리의 황제' 배우 뱅상 카셀과 드니 라방이 안기는 강렬한 에너지가 담긴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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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비가 궁궐로 돌아오던 길에 초능력을 가진 부원의 일원에게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일이 벌어진다. 자신의 생일날 엄마를 잃은 리아 공주(박지윤)는 바깥 외출을 금지당한다. 10년 후 17살이 된 리아 공주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궁 안이 갑갑하다. 분장을 하고 남몰래 궁궐을 탈출해 오랜만의 자유를 만끽한 리아는 비눗방울로 거대한 하트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년 태오(남도형)를 만난다. 특정 부족을 차별하며 왕국에서 추방당한 스토리는 주류와 비주류를 은유하며, 이는 소년, 소녀의 풋풋하고 귀여운 사랑에 장벽이 된다. 할리우드 수준의 예산과 기술은 불가능한 대신 보편적인 이야기와 음악으로 승부를 건 한국 애니메이션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 영화진흥위원회 ‘2020 애니메이션 영화 개봉지원사업’ 선정작이다.
'매지컬: 공주를 웃겨라' 한국 애니메이션의 아기자기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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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강아지의 조합은 늘 반갑다. <지니어스 독>은 의욕 넘치는 과학소년 올리버(가브리엘 베이트먼)가 생각을 읽는 장치를 개발해 반려견 헨리와 소통하게 되면서 시작한다. 둘은 기계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정확히 알게 되고, 깊은 우정을 나눈다. 그렇게 두 친구는 서먹해진 부모를 다시 이어주려고 힘쓰는 한편 올리버의 발명품을 가로채려는 과학자이자 사업가 밀스(쿠널 나이어)와도 맞선다. 다만 영화의 중심에 아이와 동물이 놓이다보니 성인 캐릭터와 그들이 처한 문제는 가볍게만 그려지는 경향이 있다. ‘개처럼 생각하라’는 원제의 메시지만큼은 귀엽고도 유쾌하게 전달한다.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 <이프 온리>의 길 정거 감독이 자신의 반려견과 쌓은 유대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
'지니어스 독' 길 정거 감독이 자신의 반려견과 쌓은 유대로부터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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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사이에 두고 존재하는 두개의 놀이공원. 그린렌드 형제가 운영하는 낡은 놀이공원과 달리 온통 민트색으로 뒤덮인 닌니(프리다 구스타브손)의 놀이공원은 2차 세계대전 중인 각박한 현실을 잊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닌니는 길 건너 형제 중 형인 욘(알빈 글렌홀름)과 조우하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고, 안 그래도 밥그릇 싸움 중인 두 집안은 자식 문제로 싸움을 벌인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놀이공원으로 가져온 작품으로,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다소 산만한 구성이 아쉽다.
'어트랙션'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놀이공원으로 가져온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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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생활을 그만두고 살인청부업자로 활동하던 에이바(제시카 채스테인)는, 조직의 금기를 어겼다는 이유로 제거 대상으로 설정돼 사이먼(콜린 패럴)에게 쫓기는 상황에 처한다. <에이바>는 킬러인 에이바의 서사와 감정을 섬세하게 묘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킬러 영화와 차별화된 작품이다. 가령 에이바가 아버지의 외도를 목격한 후 가족들과 사이가 틀어진 점, 항상 타깃에게 ‘무엇을 잘못했냐’고 질문하며 살인을 정당화하고 싶어 하는 점 등을 강조하며 관객이 에이바에게 더 깊이 몰입하고, 그의 입장에서 상황을 관망할 수 있도록 한다. 전작에선 볼 수 없던 제시카 채스테인의 밀도 높은 액션도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나 능력 있는 요원을 성적 매력을 가진 도구로 활용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아쉬움을 남긴다.
'에이바' 기존의 킬러 영화와 차별화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