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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감독 임순례 출연 이얼, 황정민 제작 명필름 개봉예정 10월20일<세친구>의 약하고 선한 소년들은 동정없는 세상을 증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30대들에겐 원망을 내던질 곳이 없다. 다만 열패감을 봇짐처럼 멘 채 노래할 뿐. 영화는 불경기를 맞아 수안보 나이트클럽에 흘러들어간 3류밴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행로와 그들의 초라한 연주에 섞여든 희망과 절망의 ‘잡음’들에 귀를 기울인다. <섬>에 이어 명필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데에 일조할 <와이키키 브라더스>는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일찌감치 봉인을 뜯고 릴레이 시사회를 통해 마음 통하는 관객과 정을 쌓아가며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나비>감독 문승욱 출연 김호정, 강혜정, 장현성 제작 디프로덕션 개봉예정 10월13일가까운 미래의 서울. 망각의 바이러스가 출몰한다는 이곳에는 과거를 지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낙태의
가을 개봉작 70편 올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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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 출연 이영애, 유지태 제작 싸이더스 개봉예정 9월28일20대 후반의 남자 상우(유지태)가 30대 초반의 여성 은수(이영애)를 만나 사랑에 들린 나날을 보내다, 이내 멀어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리는 멜로영화. “공기, 즉 정서를 잡아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이야기처럼 이 영화는 보일 듯 말 듯 미묘한 두 연인의 감정의 흐름을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남녀가 사운드 엔지니어와 방송국 프로듀서로 만나 서로에 대한 감정을 쌓아나가는 여정에서 만난 보리밭, 대나무숲 등의 풍광과 소리 또한 마음 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의 허진호 감독이 3년 만에 만든 신작답게 보는 이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사랑이야기.<킬러들의 수다>감독 장진 출연 신현준, 신하균, 원빈 제작 시네마서비스 개봉예정 10월13일장진은 세상을 거꾸로 들여다보길 즐긴다. <간첩 리철진>에 이어 2년 만에 만든 신작 <킬러들의 수다>에서도 그가 보는
가을 개봉작 70편 올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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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은 이제 유럽에서 적지 않은 지명도를 얻은 것 같았다. 제5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개막일인 지난 8월29일(현지시각) 오전 <수취인불명>의 기자 시사회가 열린 뒤 이탈리아 위성채널인 <텔레플리>(tele+), 영국의 텔레비전 뉴스 <APTN> 등 이탈리아, 영국, 독일, 포르투갈의 신문·방송사 20여곳으로부터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인터뷰를 해온 기자들은 모두 <섬>을 기억하고서 이 영화에 대한 질문을 빠뜨리지 않았고, <수취인불명>과 관련해 영화의 표현방식뿐 아니라 주한미군문제와 한-미관계 등을 묻느라 인터뷰 시간이 대부분 1시간을 넘겼다. 이런 관심은 김 감독이 지난해 <섬>에 이어 올해 <수취인불명>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2회 연속 진출한 데 힘입은 바가 크겠지만, 그의 영화가 지닌 강렬한 개성이 먹혀들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수취인불명>을 본 현지 언론인이나
“정치적 올바름에 다함께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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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년 <비포 더 레인>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며 주목받은 밀초 만체프스키 감독이 7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차기작을 위해 7년을 기다렸고, 베니스는 그를 7년이나 기다렸다. 만체프스키는 오스카를 비롯한 30여개 영화제에 불려다니며 바쁜 한철을 보낸 뒤에 할리우드의 구애를 받아들여 몇몇 메이저 프로젝트에 착수했으나,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놓지는 못했다. 오랜 침묵 끝의 결단은 모국 마케도니아로 돌아가는 것. 그의 신작 <더스트>는 100년 전 마케도니아로 공간 이동한 서부영화의 모양새를 하고 있다. 침략자와 혁명가, 약탈자들이 뒤엉킨 100년 전 발칸반도의 풍광에서 미국 서부 개척시대의 치열함과 낭만을 발견한 감독은, ‘발칸 웨스턴’ 또는 ‘이스턴’ 장르를 만들어냈다고 말한다.21세기 초 뉴욕의 뒷골목에서 20세기 마케도니아를 이야기하는 전개 방식은 내러티브의 파편을 모아 입체적으로 재구성한 전작 <비포 더 레인>과도 닮아 있다.
“이야기를 하고 듣는 건,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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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의 베니스에는 저마다의 그림엽서를 가슴에 품은 관광객들이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다. 관광객들이 현지주민들의 머릿수를 훌쩍 뛰어넘는 8월 말 9월 초가 되면, 물 위에 떠 있는 도시 베니스의 땅덩어리 위에는 사람들이 둥둥 떠다닌다. 그들의 몸은, 특히 마음은 그렇게 떠다니고 있다. 베니스만큼 이방인에게 세상의 주인공인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곳이 또 없다고 했던가. 낭만적인 여정, 낯선 사랑을 예감하며 베니스를 찾는 이들이 과연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이맘때의 베니스가 다양한 양질의 문화 체험장으로 거듭나는 복된 공간이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흔히 베니스 관광 성수기의 핵심 행사로 곤돌라 축제를 들지만, 알고 보면 더 큰 주역은 영화제를 비롯한 문화행사 ‘비엔날레 디 베네치아’다. 이때만큼은 베니스도 뉴욕 못지 않은 코스모폴리스가 된다. 그뿐 아니다. 올해 베니스에 도착한 예술작품들은 국경도 무너지고 장르도 무너져 있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은 온통
바다 위에 피어난 국경없는 시네마 파라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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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잠잠했던 제한상영관 논의가 불붙을 전망이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문화관광부는 8월30일 “헌재 결정으로 인해 청소년 보호를 위한 보완장치인 ‘제한상영관’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이를 골자로 하는 영진법 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범위에서 제한상영관 도입을 추진하는 분위기. 하지만 지난해 영화계와 정부, 그리고 국회에서까지 일었던 제한상영관을 둘러싼 논란을 볼 때 서둘러 추진하는 것보다는 몇 가지 사항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일단 지난해 문화부가 제한상영관 도입을 정부입법으로 추진하면서 일었던 찬반 논거들만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영진위가 출판한 <제한상영관 도입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찬성하는 논거들은 1)성인용 영화의 양성화를 통해 산업규모 확대 2)표현의 자유 확대 등이다. 반대 논거는 1)폭력물의 범람 2)등급위의 제한상영 등급남발 우려 3)제한상영관의 비수익성 4)청소년 출입통제
제한상영관 논의, 다시 수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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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한 싸움이었던만큼 과정도 복잡하다.이지상 감독의 <둘 하나 섹스>는 이미 두 차례 등급보류를 받은 상태로 극장 상영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지난해 2월, 제작사인 인디스토리의 곽용수 대표와 함께 등급보류 무효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고, 3월부터 재판이 시작됐다. 그 과정에서 이 사건에 적용될 특정 법률인 영화진흥법상의 등급보류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 것이라 판단, 같은 해 5월에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그 결과 8월25일에 서울행정법원이 위헌제청 결정을 내렸고,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지 1년 만에 이번 결정이 나왔다.이번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결정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지난 96년 헌재의 사전심의 위헌 결정과 맥을 같이하는데.지난 96년 헌재는 공연윤리위원회의 사전심의는 행정기관의 검열에 다름아니며, 이는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므로 위헌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당시 결정은 제도를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는 명확히 제시해주는 것이었다. 그런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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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물등급위원회의 상영등급분류 보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지난 8월30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한대현 재판관)는 등급위가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 해당 영화의 상영등급 분류를 보류할 수 있도록 한 현 영화진흥법 제21조4항은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 제도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관 9명중 7명의 다수 의견을 따른 헌재는 “검열이란 실질적으로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는 행위”라고 전제하고, 등급위는 대통령령에 따라 구성된 행정기관이라는 점, 현 등급분류는 상영 전 의무사항으로 이를 어길 경우 형벌까지 부과할 수 있다는 점, 등급분류 보류의 경우 횟수제한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영화 상영금지 조치에 다름 아니라는 점 등을 위헌결정 이유로 들었다.창작자에게는 표현의 자유를, 관객에게는 볼권리를의 제작자인 조영각씨도 “지난 96년 헌재가 사전심의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과 맥락을 같이
다신 오지 마라, 등급보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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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령 - 인츠닷컴 영상사업부 사업부장친구들과 술집에 가듯, 그곳에 가면 즐겁다영화에 관한 한 다중인격인 나로선 다양한 취향의 영화를 고루 좋아하지만 결코 비디오로 혼자 보는 풍의 영화보기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는다(비디오도 여러 명이 함께 보면 더 재미있다). 그래서 밖에선 꼭 개봉작들을 극장에서 챙겨보고(1회에 관객과 함께 줄서서 기다리며 선물도 받고 흐흐…. 마지막회를 여자변태처럼 맨 뒤에서 보는 맛도 꽤나 재미있다) 심각하고 슬픈 영화에서 슬쩍 울기도 하고 우울하고 철학적인 영화에선 밖에 나와 “으! 살기 싫다”를 다연발하며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즐겁고 행복한 영화일 땐 극장 앞 떡볶이집에서 떡복이를 집어먹으며 눈물나게 웃을 때도 있다. 난 이런 전염되는 ‘공감대’를 좋아한다. 술마시고 음악들으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처럼 시네마테크에서도 잘 보면 비슷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특히 영화 같은 무언가에 미쳐서 지금은 예전 친구들이 없어진 외로운 영혼들이나 혼자서도 잘 노는 친구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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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 영화감독좋은 영화는 나를 깨어나게 한다1995년 여름에 나는 영화 편집일로 뉴욕에 몇개월간 있었다. 어느날 한 시네마테크에서 무성영화시대의 거장 에른스트 루비치의 회고전이 있었는데, 사실 그전까진 그의 이름을 영화사 책에서나 본 듯한 기억이 있을 뿐이었다. 그중 1919년 작품 <굴 공주>(Oyster Princess)를 보았는데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무성영화 코미디이고 폴라 네그리라는 여배우가 나왔으며 무척 재미있었고 기술로나 표현기법이 지금 보아도 별로 낡지 않게 매우 뛰어났다.그 영화를 보고나서 무엇보다 ‘우리가 대한독립 만세를 부를 때 그들은 벌써 영화의 완성을 이루고 있었구나. 우리는 1927년에야 비로소 연쇄극 <의리적 구토>를 만들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영화는 한해에 꼽을 만한 수작이 한두편 나올까 말까 했고 과연 한국영화에도 르네상스가 올까 하고 나 스스로 의심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출발선이 너무나 다르구나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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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수시로 영화제가 열리는 공간은 한정돼 있다. 하이퍼텍 나다, 아트선재센터, 씨네큐브 등 3군데 극장은 문화사업에 뜻있는 개인이나 기업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척박한 영화문화에 숨통을 틔워주고 있다. 동숭아트센터(대표 김옥랑)에서 지난해 8월 개관한 하이퍼텍 나다는 최근 1주년을 맞아 그간 상영했던 영화들 가운데 주요 작품을 뽑아 ‘나다 베스트컬렉션’이라는 제목으로 재상영했다. <키즈 리턴> <하나 그리고 둘> <구멍> <동경의 주먹> <제7의 봉인> <히로시마 내사랑> <차례로 익사시키기> 등을 틀었는데 주최쪽 집계에 따르면 평균 좌석점유율이 70%에 달했다. 특히 8월21일 <하나 그리고 둘> 상영은 매진을 기록하며 걸작은 시간이 지나도 다시 찾는 관객이 끊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동숭은 1995년 영화사 백두대간(대표 이광모)과 함께 예술영화전용관을 출범시킨 경험이 있다. 그러나 프로
영화에 물주기, 숨통터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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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XXXX, 근거지: 서울시 동작구 사당2동 148-12, 혐의점: 테이프 불법복사 및 밀반입 수천건, 활동시작: 1991년 5월10일, 특이점: 유사조직들과 달리 지난 10년 동안 탄탄한 조직체계, 방대한 지지세력 과시, 최근 동향: 생소한 외국감독들의 영화를 대사관과 연계, 프린트를 국내로 직접 반입하여 상영하는 등 대담한 행태를 보이고 있음문화학교 서울은 실정법상 명백한 범죄집단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에게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그들의 지난 10년이 있었기에 우린, 조악한 비디오 화질로나마 고다르를 만날 수 있었고, 파졸리니에 경악할 수 있었다. 문화학교 서울을 거쳐간 3500명의 회원들 모두 가난한 공범이었고, 어수선한 사당동 어귀를 돌아 한번이라도 혜민국 한의원 3층 시사실의 문턱을 넘은 이들 또한 행복한 수혜자였다. 문화학교 서울의 김노경(30) 사무국장 역시 이곳을 처음 찾은 날 “그동안 내가 무엇인가를 박탈당해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처음부터 문화학교 서울
3500명의 `공범`이 만든 시네필의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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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시네마테크를 허하라’는 기치를 높이 세우고 지난해 출범한 서울시네마테크는 유령과도 같은 존재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시네마테크’라 하면 다만 몇십명이라도 엉덩이를 붙이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을 지칭하는 것일 텐데, 114에 문의하거나 여기저기 수소문해도 그 소재는 묘연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 유령의 이름은 ‘서울시네마테크, 무슨무슨 영화제 개최’라는 언론의 기사를 통해 심심치 않게 등장해왔다. 실제로 이곳은 지난해 11월 오슨 웰스 회고전을 시작으로, 올해 1월 말 오즈 야스지로 회고전, 3월엔 필름누아르 걸작선, 5월에는 알랭 레네 회고전, 7월엔 마뇰 드 올리베이라 걸작선 및 포르투갈영화 특집을 개최했으며, 최근에도 고전걸작영화를 묶어 상영하고 작품들의 영화사적 의의를 조명하는 영화사 강의라는 이름의 행사를 끝마쳤다.이같은 왕성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네마테크가 유령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시네마테크 없는 시네마테크’라는 기형적인 구조 때문이다. 사실 이곳이
영화 유학, 이제 갈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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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디어센터 설립추진소위원회가 마련한 설립운영 안에 따르면, 영상미디어센터의 목표는 대안미디어의 창출 및 활성화다. 독립영화 제작, 배급의 활성화, 미디어교육의 강화,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 개발, 디지털 영상제작 지원, 정책연구 등을 위한 세부 기능들이 나열돼 있는데, 정리하자면 비전문가들에게 영상제작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중 독립영화 배급 차원에서 마련될 예정인 전용관 사업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의 경우, 현재 시네마테크가 처한 안정적인 상영공간 확보, 필름아카이브 마련 등의 문제와 연계점이 있다. 설립 추진소위에서 활동해온 이주훈씨는 “전용관과 지향점은 분명 다르지만, 그렇다고 시네마테크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고 전제한 뒤, “독립영화 전용관의 프로그램을 큰 틀에서 탄력적으로 운용한다면 시네마테크가 처한 운영상의 난점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아직 협약서 서명이 끝나지 않았지만, 일단은 한독협
함께 둥지 틀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