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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V의 공헌 중 하나는, 세계의 재능있는 애니메이터들에게 활동의 장을 열어준 것이다. MTV는 자신의 로고를 이용한 애니메이션을 전세계의 수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의뢰했다. 그리고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방영할 단편애니메이션을 작가들에게 부탁했다. 빌 플림턴 역시 MTV의 수혜자 중 하나였다. 점잖게 생긴 중년의 남자 두 사람이 나온다. 정장을 쫙 빼입은 이 신사들은 그러나, 고상하게 덕담을 주고받지 않는다. 서로 얼굴을 때리거나 할퀴는 것 정도로도 성이 차지 않는다. 입을 크게 벌리고 대포를 쏘거나, 혀와 눈알을 빼거나, 입 속으로 개와 고양이 그리고 쥐까지 집어넣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엄청난 수난을 당하고도 태연하게 제 모습으로 되돌아와서는 상대방에게 복수를 한다. MTV에서는 오고가는 복수전을 한번씩만 보여주었지만, 그것들을 한데 모은 단편 <되로 주고 말로 받기>에서는 마침내 어깨를 부둥켜안고 함께 걸어간다. 그만큼 서로에게 복수를 했으니 이제는 사이좋게 지
SICAF 2001에서 만나는 엽기의 원조 빌 플림턴, 그가 21세기에 더 각광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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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번 양보해도 ‘만화’와 ‘전시’는 찰떡궁합이 아니다. 만화는 공개된 전시공간보다 지하철, 책상서랍, 화장실, 소파, 침대 등에 어울린다. 만화는 1m 떨어져 관조하듯 바라보는 독해방식보다는 자유로운 자세의 수용자들에게 능동적으로 독해된다. 만화를 집어드는 순간, 만화의 칸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만화는 환상과 욕망, 웃음과 눈물, 감동과 슬픔을 준다. 그래서 만화는 가장 사적인 매체다. 사적이고 평면적인 매체이자 칸과 면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존재하는 만화를 확장된 4차원의 공간으로 재배치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화와 전시를 어떻게 행복하게 만나게 할 것인가의 문제는 그래서 여전히 진행형이다.꿈(Fantasy), 재미(Fun), 만남(Fusion)을 주제로 한 SICAF2001의 주제전은 명랑만화다. 1997년 순정만화, 1999년 SF만화에 이어 주제전의 장르로 선택된 명랑만화는 꿈과 재미의 장르이자 동시에 애니메이션, 웹, 캐릭터 콘텐츠로 확산되는데 가장 적절한 장르
전시 - 명랑만화 주제전과 북한만화, 유럽현대만화 등 보강된 기획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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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장편과 단편, 학생 및 졸업작품, TV 및 비디오, 파일럿, 인터넷 애니메이션으로 나뉘는 SICAF 2001 경쟁부문에 접수된 작품은 20개국 280여편. 그중 본선에 오른 94편의 작품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우선 장편부문 상영작은 <뮤턴트 에일리언>을 비롯해 <헬프! 아임 어 피쉬> <오! 나의 여신님> 등 해외작품 3편과 <별주부 해로> <더 킹> 등 국내작품 2편.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작이기도 한 <뮤턴트 에일리언>은 섹스와 폭력의 판타지로 알려진 미국의 애니메이션 감독 빌 플림턴의 최근작. 고위층의 음모로 우주를 떠돌게 된 우주비행사가, 자신처럼 우주로 내몰린 실험용 동물들과의 이종교배로 ‘돌연변이 외계인’ 군단을 형성한 뒤 지구로 돌아와 복수극을 펼치는 코미디물이다. 컴퓨터 작업보다 직접 그린 선의 질감을 좋아한다는 플림턴의 만화체 그림과 각종 권력에 야유를 보내는 상상력이 여전하다. 덴마크산
경쟁부문 - 오! 당신의 상상력, 애니메이션의 빅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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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멀로이 단편선영국 웨일스 출신의 애니메이션 작가 필 멀로이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결코 호감이 가는 인물들은 아니다. 더구나 이런 인물들이 벌이는 행동은 하나같이 보는 이를 경악시킬 정도로 엽기적이다. 치고 때리고 찌르고 자르고 부수고…. 온갖 잔인한 폭력에 갖은 노출증과 가학적고 변태적인 성행위가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등장한다.필 멀로이는 인류가 자랑하는 문화와 화려한 현대 물질문명의 이면에 숨어 있는 야만성과 모순, 편견을 가장 냉소적으로 그리는 작가이다. 성서부터 대중문화의 각종 상징들, SF까지 다루는 소재는 다양하지만 주제는 늘 일관적인 특징이 있다. 그는 동물과 다르다고 자부하는 인간의 이성과 도덕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그리고 그 내면을 들추면 짐승보다 더 추악한 욕망과 아집이 숨어 있다는 걸 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심각하지 않게, 다양한 패러디와 기발한 블랙 유머를 통해 유쾌하게 풀어가고 있다.성서의 ‘십계명’을 통해 인간사회의 허위를 해부한 일련의 단편
초청 단편 - 애니메이션 장인들의 색깔있는 단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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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감독 린 타로/ 일본/ 107분/ 2001년데즈카 오사무의 만화를 원작으로, 오토모 가쓰히로가 각본을 쓰고 린 타로가 연출한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메트로폴리스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의 거대도시국가. 로봇과 과학문명의 발달은 인류에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에서 소외시키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인간 복권을 외치며 로봇 파괴에 나서는 과격파, 로봇의 권익을 옹호하는 주장 등 여러 가치들이 혼재하는 시대. 도시의 실권자 레드공은 로봇 티마를 이용해 세계 지배를 꿈꾸고, 사립탐정 오야지와 켄이치는 그의 음모에 맞선다. 초현대적인 도시 디자인의 규모와 정교함은 그 자체로 장관. 캐릭터는 데즈카의 원작에 가깝지만, <아키라>와 의 감독이 합작해서 그린 미래 스케치는 좀더 어둡고 음울한 매력을 발한다.<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감독 기타쿠보 히로유키/ 일본/ 50분/ 2000년굳게 다문 도톰한 입술에, 쏘아보듯 강한 눈
초청 장편 - 중세에서 미래로 달려가는 판타지 포르티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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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8월 11일 개막, SICAF 어워드 신설하고, 북한만화 기획전 등 마련2년에 한번, 비엔날레로 열리는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 오는 8월11일부터 19일까지 코엑스와 정동 A&C,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개최된다. 올해로 5회를 맞는 SICAF 2001은 국내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페스티벌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다. 특히 올해부터는 기존 행사의 주축을 이루던 출판만화 관련 전시는 물론, 그동안 부대행사로 열리던 애니메이션영화제를 대폭 강화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8개국 ???여개업체가 참여한 전시의 중심에는 명랑만화 주제전을 내세웠다. 땡이, 꺼벙이부터 둘리, 마시마로까지 독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해온 명랑만화들이 주인공이다. 그 밖에 국내에서 만날 수 없던 북한만화 및 북한애니메이션과의 만남, 유럽의 예술만화를 보여주는 유럽현대만화전, 강경옥, 김수정, 허영만, 양영순 등 네티즌과 SICAF 심사위원단 투표를 거쳐 선정된 국내 작가
SICAF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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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 촬영감독“역동적인 화면을 만들기 위해 촬영팀과 함께 올림픽 화보 등 스포츠 사진을 연구했다. 결과적으로 사람을 무릎 정도의 높이에서 찍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이 섰다. 광각렌즈를 많이 사용한 것도 움직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그린 그림을 컬러프린트로 뽑은 느낌이 들어 디지털 색보정에 대한 거부감은 있지만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정영민/ 조명감독“디지털 작업을 고려해 야외에서건 스튜디오에서건 조명을 엄청나게 밝게 했다. 정말 조명의 규모라는 측면에서는 더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였다. 5일 걸려 가까스로 설치한 폐교 운동장의 조명탑을 비롯해 조명 장비 대여료 등에만 3억원 이상 든 것 같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에 조명기를 사서 대여업을 해 떼돈 벌었을 거라고 농담들을 했을 정도다.” 장성호/ CG“이 영화에서 처음 시도한 디지털 색보정은 컷마다 화면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작업이 절반 정도 넘어섰을 때 눈덩이처럼 불어
화산고의 비주얼 스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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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고>의 모든 것은 모두 김태균 감독으로부터 출발했다. 무협만화풍의 장면을 엮어낸 것도, 다양한 얼굴을 가진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도 그리고 황당무계한 비주얼 전략을 수립한 것도 모두 그 자신이었다. <박봉곤 가출사건> <키스할까요> 같은 ‘정상적인’ 사람이야기를 만들었던 그가 이 프로젝트에 나선 것은 다소 의외로 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는 “이전 영화에도 판타지적인 요소는 있었다”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11개월의 힘든 촬영을 마치고 현재 후반작업을 하고 있다. 어떤 느낌이 드나.= 편집을 하다보니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어색한 장면도 많고 잘못했다 싶은 장면도 있다. 어차피 장성호 실장이 메워주지 않겠나. (웃음)+ <화산고>는 보기에 따라선 참 황당한 프로젝트다. 어떻게 출발하게 됐나.= 1997년 한 시나리오 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가 이 작품을 발견했다. 단점이 많았지만 황당하고 재미있는 발상이 마음에
김태균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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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분명한 비주얼 전략 아래 촬영, 조명, 컴퓨터그래픽이 촬영 과정에서 유기적으로 협력했다는 성과를 이뤘지만 <화산고> 제작진은 후반작업을 하고 있는 현재, 많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 그중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CG와 관련된 것. 이는 CG 의존도가 높은 만큼 문제점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는 차원을 넘어, 시스템과 관련된 좀더 근원적인 성격의 문제였다. 장성호 CG 감독은 “시나리오 단계부터 참여해 콘티까지 그렸을 정도로 사전에 충분히 협의했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애초 계획에 없었던 작업이 너무 늘어났다. 폭파장면을 찍고 나서 빈약한 느낌이 들어 CG로 보충하거나, 가랑비 오는 장면을 찍은 뒤 폭우 모습으로 만들어야 하는 등 추가 작업이 수시로 진행돼 주체할 수 없었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작업 하나하나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시간이 지연되고 CG작업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 하지만 무엇보다 ‘촬영 때 풀지 못한 모든 것을 CG가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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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격렬한 액션이 펼쳐진다 해도 모든 사건이 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벌어지다보니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었다. 또 대부분의 관객이 학교를 익숙한 곳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잘못하면 영화가 추구하는 판타지적인 색깔이 묻힐 염려도 있었다. 그래서 학교의 내부 공간에 해당하는 세트를 구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점은 ‘지구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학교의 모습이어야 한다’는 것. 비현실적이면서도 보는 이의 상상력 구석 어디엔가 존재할 법한 독특한 실내공간을 만들어 화면에 효과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장근영 미술감독은 최영택 촬영감독 등 다른 스탭들과 사전에 많은 논의를 해야 했다. 서울종합촬영소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규모라는 30여개의 세트는 이같은 고려 아래 만들어졌다. 교실부터 검도부실, 역도부실, 다도실, 양호실, 샤워실까지 방마다 모두 다른 주제를 부여해 색깔과 디자인에서 차별화했다. 예를 들어 검도부실은 주장인 유채이의 성격처럼 아름답지만 차가운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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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고>는 만화책이나 무협지를 실사영화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려는 작품이다. 때문에 만화적 표현으로나 가능한 장면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실사화면에 옮겨놓아야 했다. 예컨대 교사가 던진 분필이 날아가다가 주인공 경수 앞에 떡 하니 멈추더니 다시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는 장면이나, 경수가 빗물을 자신의 기로 모아 엄청난 물줄기를 앞으로 쏘는 모습, 경수가 같은 반 학생들이 가져다놓은 바늘방석에 앉은 직후 얼굴이 갑자기 빨간 원색으로 변하는 장면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부분에서 만화적 상상력을 실사로 실현하려 했다. 또 정말 만화책처럼 화면이 두개, 세개, 다섯개로 척척 분할되거나 사선으로 쩍 갈라지는 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실제 필름으로 작업하자면 까다로운 이 작업은 컴퓨터의 힘을 통해 이뤄졌다. 또 김태균 감독은 영화에 판타지한 느낌을 담아내기 위해 하늘이 늘 성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낮장면에는 스스로 ‘배트맨 구름’이라고 부르는 무시무시하고 짙은 구름을 C
화면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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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컴퓨터그래픽 기술이 보장되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CG가 있었기에 현실에서 불가능한 일을 마치 실제 일어난 일인 양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산을 절약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 되는 화산고등학교는 전남 고흥군 도양의 한 폐교와 서울종합촬영소 등 곳곳에 흩어져 있을 뿐, 전체 건물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미니어처를 만드는 방법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완전한 3D CG로 화산고의 전경을 만들어냈다. 어차피 고등학교 건물은 배우들의 움직임 뒤에 놓인 배경으로 사용되는 정도 비중이었기 때문에 굳이 제작비를 들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던 것. 촬영지 중 하나였던 청주상고의 외관을 모델로 삼았고, 매트 페인팅을 통해 둔중한 질감을 얻었다. 스튜디오에서도 CG의 ‘절약정신’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화산고의 고수 중 하나인 송학림이 갇혀 있는 감옥 세트는 천장이 뚫린 그다지 높지 않은 구조물이었다. 어차피 CG를 통해
예산절감의 수훈은, C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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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절반 이상은 학생과 학생, 학생과 교사의 격투장면으로 채워져 있다. 그것도 공중에서 기공을 날리고, 그것에 맞아 붕 날아가는 무협지 스타일의 장면이 대다수였다. 전체 장면의 4분의 1 이상을 와이어 액션으로 구성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와이어 액션은 이미 <비천무> 등에서 선보인 바 있지만 <화산고> 제작진은 한국적인 와이어 액션을 만들어내기 위해 중국이나 홍콩 스탭을 부르지 않았다. ‘순수 국산’ 와이어 액션의 총책임자 이응준 무술감독은 발을 많이 사용하는 한국적 무술기술을 와이어 액션에 녹이려고 노력했다. 와이어 액션은 촬영기간이 질질 늘어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무술감독, 배우는 물론이고 촬영, 조명, 컴퓨터그래픽 담당자에게도 고민거리를 안겨줬다. 특히 대여섯개의 줄에 매달려 격한 동작을 취하다보면 줄이 배우의 몸과 얼굴 등에 닿기도 해서 섬세한 CG 작업을 통해 하나하나 지워야 했다. 와이어 액션은 ‘공중부양 액션’에만
와이어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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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고>는 시대, 공간, 사회적 맥락 등이 완전히 무시된 영화이다보니 전체적으로 판타스틱한 느낌을 자아내는 톤을 잡아야 했다. 6개월 동안의 시험을 거쳐 제작진은 “고급스러우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나는” 짙은 올리브 색으로 일관된 분위기를 만들어내자고 결정했다. 가장 처음 떠오른 방법은 ‘블리치 바이패스’. 현상할 때 필름의 은입자를 남겨둬 영상에서 강조할 부분을 명확히 하는 이 방식은 <친구>에서도 어릴 적 바닷가 장면과 장동건이 칼에 찔리는 장면에서 사용됐다. 하지만 이 방식은 현상 때마다 톤이 달라질 위험이 있다. <화산고>의 경우, 부분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장면을 모두 하나의 톤으로 맞추려 했기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민 끝에 제작진이 찾아낸 대안은 디지털 색보정이었다. <아바론>이나 <사무라이 픽션>처럼 현상된 네거필름 전체를 스캐닝해 디지털로 전환한 뒤 전체 색깔을 조정하고, 또 특정한 부분을 강
디지털 색보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