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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의 글로리아(지나 롤랜드)리플리와 사라와 라라의 어머니격인 전사. 전 마피아 보스의 정부. 우연히 친구네 집에 갔다가 친구가족이 마피아에 몰살당하는 바람에 6살난 친구의 아들을 떠맡는다. 강인하고 굵은 실루엣과 이마를 고스란히 드러낸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하고 갱단 앞에서도 전혀 두려움을 드러내지 않는 글자 그대로의 여장부다. 갱단을 향해 총을 겨누고는 “와 보시지. 얼마든지 와 봐”라고 여유만만하게 말한다든지 소년을 위해 예전 연인이었던 마피아 보스를 단신으로 찾아가 담판을 짓고, “날 죽이려드는 사람은 다 죽여버릴거야”라고 전의를 불태우는 등 용기와 모성과 연륜을 겸비한 여전사다. 처음에는 아이들 앞에서 “난 애들을 싫어해”라고 내뱉는 등 ‘모성’결핍증세가 심했으나 소년을 보호하는 과정에서 모성을 느끼게 된다. 6살짜리 꼬마인 주제에 매사에 고분고분하기는커녕 “난 남자예요. 뭐든지 할 수 있어요”라고 툴툴거리는 고집불통 소년과 티격태격하면서 튼실한 교감의 고
여전사 캐릭터 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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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가, 이년아!’(Get Away, Bitch!)우리 모두는 이 대사를 알고 있다. 시고니 위버가 <에이리언2>에서 번득이는 안광으로 에일리언에게 주문을 퍼부었을 때, 그것은 곧바로 할리우드 여배우들이 전사의 동굴로 가는 ‘열려라 참깨!’의 마법이 되었다. 지나 데이비스나 데미 무어 같은 당대의 스타들은 기꺼이 긴 머리채를 자르고 포화 자욱한 연병장으로 달려나갔고, 이윽고 그녀들의 경력은 현재까지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성차와 그 재현에 관한 한, 2001년 할리우드는 더욱더 요지경 속이 되어간다. <다이 하드>의 브루스 윌리스가 맨발에 피에 젖은 러닝셔츠를 벗어던지고, <키드>나 <스토리 오브 어스>에서 다감한 윌리로 변모하는 사이, 천하의 멜 깁슨은 스타킹을 신고 여자들의 심리를 연구하겠다고 호들갑을 떤다. 한편 <와호장룡>의 멋진 언니들- 양자경과 장쯔이는 주윤발을 사이에 둔 한판 승부를 이미 끝냈으며, 안젤리나 졸리는 자
할리우드 여전사 나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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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의 행방을 찾아라
유니버설이 제작하고 <양들의 침묵> <필라델피아>의 조너선 드미가 메가폰을, 드미의 오랜 촬영감독 닥 후지모토가 카메라를 잡은 <찰리의 진실>은 캐리 그랜트, 오드리 헵번 주연의 63년작 <셔레이드>의 리메이크로 알려졌다.<셔레이드>는 2차대전 말미 혼돈 속에 공동의 범죄에서 얻은 25만달러를 들고 파리로 도망쳐 가정을 꾸린 남자가 죽고 옛 동료가 그를 찾아오면서 미망인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스릴 넘치는 사건을 그린 영화. 줄거리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찰리의 진실>에서는 돈 대신 사라진 다이아몬드가 모든 인물을 움직이는 동력이 될 듯하다.
촬영분을 기준으로 영화의 30% 분량에 등장하는 박중훈은 <셔레이드>에서 제임스 코번이 맡았던 캐릭터를 이어받아, 유고 내전에 참전했던 특수부대의 한국계 요원으로서 어떤 이데올로기에도 무심한 프로페셔널의 초상을 그려 보인다. 스페인계
박중훈이 충무로를 향해 던지는 몇가지 충고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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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36)에게는 1997년쯤부터 관자놀이를 짓누르는 고민이 있었다. <미미와 철수의 청춘 스케치>로 아이돌 스타를 해봤고 <칠수와 만수> 등에서 ‘민중 배우’ 소리도 들었으며 로맨틱코미디의 주인공으로 한 철을 보냈는가 하면 <투캅스>로 최고 흥행작 히어로도 해봤다. 이제 어디로 갈까? 그건 더 올라갈 데가 없다는 교만이 아니라 작심한 긴 여행이 끝나려면 한참 멀었는데 어느 쪽으로 걸음을 떼야 현명한 것인지 알 수 없게 된 여행자의 막막함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연초 선댄스에 본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반한 조너선 뎀 감독이 보내온 <찰리의 진실>(The Truth about Charlie) 시나리오는 그의 머릿속 매듭을 단칼에 끊어버렸다. 아예 거듭날 수 있는- 그만큼 만나기 힘든- 영화를 하거나, 더 넓은 관객층을 향해 열린 할리우드영화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정리하던 참이었다.
그의 선택이 정말 옳았나보
박중훈이 충무로를 향해 던지는 몇가지 충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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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키드, 마침내 마법을 훔치다
<슈렉>의 영주 파콰드는 악당이다. 게다가 키가 아주 작고 얼굴은 큰데 매우 못생겼다. <슈렉> 시사회가 열린 직후부터 파콰드의 모델이 디즈니 회장 마이클 아이스너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미국의 점잖은 언론들도 이를 앞다퉈 보도했다. 아이스너를 골려먹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눈으로는 아무리 봐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해서 미국 언론의 단정적인 태도가 좀 의아스럽다. 물론 <슈렉>이 흉한 외모를 찬미하는 정치적 올바름을 과시하면서도, 유독 파콰드의 작은 키만은 계속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게 수상쩍긴 하지만.
어쨌거나 미국 언론의 호들갑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은 <슈렉>의 제작자이며 드림웍스의 실질적인 리더 제프리 카첸버그와 마이클 아이스너의 30년 묵은 애증관계를 목격해왔다. 1999년 5월에는 카첸버그가 디즈니를 상대로 낸 2억5천만달러(추정액)짜리 소송에
<슈렉>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전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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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렉>은 초록괴물 슈렉이 동화책을 북! 찢어 대변을 닦는 것으로 시작한다. 동화의 고전적인 내러티브와 주제를 뒤집겠다는 의도를 처음부터 강력하게 시사한다. <슈렉>에는 아기돼지 삼형제, 세 마리의 곰 가족,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피노키오에 ‘진저브레드맨’까지 친숙한 동화 속 주인공들이 대거 등장한다. 원작과 달리 굳이 유명한 동화의 주인공들을 등장시킨 것은 디즈니가 정식화시킨 아름다움, 사랑의 고귀함, 가족주의 등의 가치를 되짚어보겠다는 것이다. 불쌍한 건 디즈니에서, 드림웍스에서 연일 혹사당하는 동화 속 주인공들.
마이크 마이어스가 연기하는 슈렉의 말을 잘 들어보면, 어디선가 이미 만났던 목소리 같다. 기억을 되살려보면 <오스틴 파워>의 팻 배스타드가 떠오른다. 엄청나게 뚱뚱한 몸집에 늘 먹어대기만 하던 악당 팻 배스타드는 복장과 말투 모두 스코틀랜드풍이었다. 더 거슬러올라가면 마이크 마이어스가 주연으로 나온 <그래서 난 도끼부인
<슈렉>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전략 [2] - <슈렉> 에피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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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괴물, 엽기와 도발로 미키 마우스 울리다
<슈렉>은 재미있다. 그건 분명하다. 관객도 잘 알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 5월18일 개봉된 <슈렉>은 첫주 4200만달러를 기록했고, 현재 2억달러를 넘어 순항중이다. 잘하면 애니메이션의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는 <라이온 킹>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만약 <슈렉>이 <라이온 킹>을 넘어선다면, 그건 전대미문의 일로 기록될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도전했던 폭스나 워너가 모두 몰락하고, 창립 10년도 되지 않은 드림웍스가 겨우 5편의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를 능가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다윗이 골리앗에게 승리를 거둔 것은 신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다. 흥행만이 아니다. 모든 언론과 비평에서도 칭찬 일색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도 이렇게 찬사 일변도였던 적은 거의 없었다.
<슈렉>의 성공은 무엇보다 제프리 카첸버그라는 한 ‘영웅’에게
<슈렉>과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전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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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타고 어린 왕자의 사막으로 오세요리틀 뱀파이어 Little Vampire독일,미국,네덜란드| 감독 울리 에델| 출연 조너선 립닉키, 리처드 E.그랜트| 97분| 2000년인간으로부터 영원한 ‘타자’로 찍힌 초월적 존재들이 외로운 어린이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E.T> <꼬마유령 캐스퍼> <유령수업>에서 보아왔다. 골프장을 설계하는 아빠를 따라 스코틀랜드로 전학간 토니는 낮이면 학교에서따돌림을 당하고, 밤이면 알 수 없는 의식을 치르는 흡혈귀 가족의 꿈을 꾼다. 부모님들이 외출한 밤, 뱀파이어 가족의 아들 루돌프와 만나 단짝이된 토니는 300년의 동면 끝에 인간으로 재생할 기회를 노리는 루돌프 가족들을 도와 뱀파이어 헌터와 싸운다. 독일 작가 안젤라 좀머-보덴부르크의인기 동화 시리즈를 각색한 <리틀 뱀파이어>는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울리 에델 감독이 연출하고 <제임스와거대한 복숭아&g
부천영화제 | 패밀리 섹션 (Family S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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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지? 놀랐지?발칙한 상상력과 은밀한 즐거움을 선사해온 단편걸작선은 올해도 그 기대에 부합하는 단편 41편을 불러모았다. 예년에비해 호러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기발함이 돋보이는 코미디, 드라마, 스릴러, 액션, 실험영화 등으로 장르가 매우 다양해졌다. <굿 로맨스><외계의 제19호 계획> 등 한국 단편도 11편을 차지한다. 출품자 리스트에 낯익고 반가운 이름도 보인다. <비디오드롬><데드링거> <크래쉬> 등을 통해 테크놀로지에 침범당한 인간의 신체와 욕망을 기이한 영상에 담아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그가 만든 단편 <카메라>도 부천에 온다. 아직 실체를 확인하지못한 이 작품은 캐나다 토론토영화제 25주년 기념으로 만든 옴니버스 장편프로젝트 중의 하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 한순간 급속하게 또 끔찍하게늙어버리는 꿈을 모티브로, 한 노인을 통해 감독 자신이 영화, 카메라와 맺어온 관계를 고찰하는 작품이 될 듯하다.이번 단
부천영화제 | 판타스틱 단편걸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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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인디언 썸머> <번지점프를 하다> 등의 극장개봉작을 내보이는 ‘쇼케이스’가 포함된 ‘메이드 인 코리아’부문에는웹상에서 상영된 인터넷영화를 묶어서 소개하는 ‘인터넷, 스크린을 만나다’가 있다. 임원희, 류승완이 목소리출연을 했고, 장편개봉에 앞서 인터넷을통해 먼저 에피소드를 선보였던 <아치와 씨팍>, 이정재·유지태 주연의 인터랙티브 게임을 도입한 <MOB2025>를비롯하여 인터넷영화의 가능성을 열어준 씨네4M의 디지털 프로젝트 중 김지운의 <커밍아웃>과 장진의 <극단적 하루>가 모니터를떠나 스크린의 품에 안긴다.대공황의 불운한 기류를 잠재웠던 몬스터들의 활약. ‘할리우드 고전 공포영화 특별전’에서는 30년대 괴물영화를 지배한 스타, 보리스 카를로프가주연한 두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제임스 웨일 감독의 <프랑켄슈타인>(1931)과 여름 블록버스터로 둔갑한 ‘미이라’의 오리지널판인칼 프로인트
부천영화제 | ‘할리우드 고전 공포영화 특별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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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걸작 회고전에서는 이제껏 관객에게 자주 소개된 유명작보다는 그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을 토대로 ‘걸작의 재발견’을 시도한다. 새로운 세대의 관객뿐만 아니라 과거 열혈 영화팬이었던 중장년층에게 다시 한번 한국영화의 묘미와 향기를 전해주고자 한다. 상영작은 모두 일곱 작품이며, 상영 날짜순대로 <장희빈>(정창화, 7/13 소사구청 17:00), <창공에 산다>(이만희, 7/14 소사구청 17:00), <김약국집 딸들>(유현목, 7/15 소사구청 17:00), <십년세도>(임권택, 7/16 소사구청 17:00), <아! 백범 김구선생>(전창근, 7/17 소사구청 17:00), <어느 여배우의 고백>(김수용, 7/18 소사구청 17:00), <남과 북>(김기덕, 7/19 시민회관 17:00)이다.호금전 회고전에서는 다섯편의 상영작 모두가 비디오가 아닌 필름으로 상영되어 그의 팬은 물론 처음 그를 대하는
부천영화제 | 몇 개의 회고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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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뒤돌아 보지마라!배틀 로얄 BattleRoyale일본 | 감독 후카사쿠 긴지 | 113분 | 2000년‘폭력을 조장하는 영화’라며 국회에서도 논란이 이는 등 지난해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희를 넘긴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60번째 작품. 경제불황에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사회 시스템이 붕괴하자 전통적인 가치 역시 엉켜버린 근 미래. 학생들의 학교 보이콧이 늘어나며누구도 어른을 공경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상황이 되자 정부에서는 ‘배틀 로얄’ 법안을 발표한다. 무작위로 중학교 한 학급을 선발하여, 무인도에서3일간 죽고 죽인 뒤 한 사람만 살아남게 하는 법이다. 의미는? 의미는 배틀 로얄에 참가하는 당사자들이 찾아내야만 한다. 사회에서 살아가는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하듯이.어머니가 7학년 때 떠나가고, 아버지는 9학년 때 자살한 스야는 소풍을 가다가 난데없이 배틀 로얄에 참가하게 된다.거부하던 교사는 맞아 죽고, 설명을 듣지 않던 소녀는 이마에 칼을 맞고 죽는다. 사흘 뒤 단 한
부천영화제 | 제한구역 (Forbidden Z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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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가 날개를 펄럭이면메멘토 Memento미국| 감독 크리스토퍼 놀런| 출연 가이 피어스, 캐리 앤 모스| 116분| 2000년영국출신 크리스토퍼 놀런의 <메멘토>는 기억과 망각의 조각난 거울 맞추기다. 자신의 아내를 강간하고 살해한 남자와 몸싸움을 하다 뇌손상을 당해,15분 전의 일을 기억할 수 없는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레나드. 그에게 오로지 지속되는 기억은 아내의 마지막 모습과 그녀를 죽인 자에게복수해야 한다는 사실뿐이다. 레나드는 기억의 복원을 위해 수사에 필요한 단서를 온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폴라로이드 카메라에담는다. 읊조리는 듯한 내레이션과 함께 시작되는 이야기는 사건의 끝이다. 의 출세지향적 수사관이었던 가이 피어스의 강박적 연기가돋보이며 <매트릭스>의 캐리 앤 모스가 레나드를 돕는 나탈리로 출연.샤이너 Shiner영국| 감독 존 어빈| 출연 마이클 케인, 마틴 란도| 100분| 2000년낮은 휘파람 소리, 흔들리는 거
부천영화제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World fantastic 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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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에서 온 <아버지와 딸>(마이클 두독 드 비트)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심금을 울릴 만한 빼어난 애니메이션. 어느날 아버지는 딸에게 뜨거운 포옹을 남긴 채 배를 타고 떠난다. 딸은 반복해서 아버지를 맞으러 강가에 오지만 아버지는 보이지 않고, 딸은 그렇게 늙어간다. 단순한 구성에다 색과 선이 자제된 극히 간소한 표현이지만 어떤 장편 못지않은 묵직한 비애감을 감염시키는 마술적인 작품. 동양의 산수를 연상케 하는 묵화적 풍경에 펜화적 섬세함을 조화시킨 표현기법도 탁월하다.<낙하>(체코, 아우렐 클림트)는 경쾌하고 신랄한 해학과 모델애니메이션기법 양면에서 눈에 띄는 단편. 처마 끝에 노인이 매달린다. 노인이 언제 떨어질지가 갑자기 모든 사람의 관심사가 된다. 그러나 노인에 대한 관심은 그의 생명에 대한 걱정과 관계없는, 무료한 삶 가운데 돌출한 하나의 스펙터클일 뿐이다. 구경거리를 기다리다 사람들이 모두 지쳐 떠나버린 빈 거리 위에 마침내 노인이 떨어진다. 감독은
부천영화제 | 부천초이스 단편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