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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례연구: <신라의 달밤> 고군분투 배급홍보전 밀착취재일본의 영화사 직원들은 편할 거다. 보통 후반작업까지 끝내고 나서도 6개월이 지나서 개봉하는 게 그들의 관례다. 한국 영화는,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속도의 계율이 지배한다. 촬영 종료후(후반작업 종료후가 아니다!)1개월 이내에 개봉되는 영화가 태반이다. 그사이에 후반작업과 배급작업과 마케팅이 모두 완수돼야 하는 것이다. 한국을 방문한 일본영화인들은 이 광경을 보고 “놀랍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한국 영화인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혀를 내두른다. 그들 눈엔 놀라운 역동성으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말 그대로 전쟁을치른다.6월23일 개봉한 <신라의 달밤>을 만든 좋은영화 사람들도 전쟁을 치렀다. 여기 재구성한 짧은 기록은 블록버스터 외화들에 샌드위치마크를 당할 <신라의 달밤>의 배급팀과 홍보팀들의 분투기의 일부다. “최전선의 야전부대와 후방의 보급부대.” 개봉 2주를 앞
충무로 D-14, 영화 개봉 2주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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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작 프랜차이즈 <에어리언> 시리즈부터 <쥬라기 공원3>까지, 할리우드 후속작들의 모든 것<그리스2> <죠스2> <마이걸2> <마이키 이야기2> <배트맨 포에버>….이 썰렁한 제목들의 공통점은, 전편의 빛나는 업적을 송두리째 무너뜨린 속편이라는 점이다. 전편의 소재와 주제, 때로는 감독과 주연배우까지 고스란히물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참담한 실패를 맛본 이유는 무엇일까. 그대로 따라하기만 해도 관객이 반길 것 같지만 생각과 달리 속편 만들기는 결코쉬운 일이 아니다. 웨스 크레이븐의 <스크림2>에 영화과 학생들의 토론장면이 나온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무엇이 있는가. <대부2>를던져놓고는 뒷말을 잇지 못한다. 누군가 <제국의 역습>을 떠올리지만 바로 ‘삼부작의 두 번째’라고 일축된다. 주관에 따라 약간씩다르기는 하겠지만 전편의 명성에 부합할 만한 속편을 만들기는 꽤 힘든 일이다
속편영화의 전략과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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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은 대부분 장사속의 발현이지만, 일부 작가주의 감독들도 속편을 만든다. 장사가 잘됐으니 비슷한 걸 또 만드는 게 아니라, 전편에서 못다한 얘기를 이어가거나 하나의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다. 엄격히 말하면 연작에 가까운 셈이다. 프랑수아 트뤼포는 기념비적인 데뷔작 (1958)를 내놓은 뒤에, 주인공인 앙투안 드와넬의 성장담과 인생사를 담은 <도둑맞은 키스>(1968) <떠나간 사랑>(1979) 등을 꾸준히 만들었다. 주연은 모두 데뷔작의 소년배우 장 피에르 레오였다. 어린 레오에게서 자기 모습을 발견한 트뤼포는 그의 성장담과 자신의 성장담을 한데 모아 나중에 드와넬 시리즈로 불리게 되는 아름다운 연작을 내놓은 것이다.알랭 레네의 <스모킹>과 <노스모킹>은 영화사상 가장 기이한 전편과 속편일 것이다. 감독도 등장인물도 배우도 같은 두 영화는 주인공 여인이 담배를 피워무느냐 피우려다 마느냐에 의해 제목이 정해졌다. 레네는 등장인물
속편 영화 | 작가주의 속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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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출시된 비디오 <택시3>을 사들인 영화마을 대여점들은 나중에 이를 전량 반품했다. 이 영화가 뤽 베송이 제작한 <택시><택시2>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걸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일부 비디오 제작사들이 유명영화 덕을 보기 위해 속편으로 꾸미고출시한 비디오는 대여점 한 군데만 들러도 한 다스는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비디오들은 가능하면 피하는 게 좋다. 오리지널과 아주 희미한유사성이 있다는 것말고는 사줄 게 없는 영화가 대부분이기 때문.<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3>는 살인마가 갈고리를 사용한다는 것말고는 전편과 거의 무관한 영화. 어엿한 진짜 <미이라2>가극장 개봉될 때까지 일부 비디오 대여점에선 사이비 속편인 <미이라2>가 돌아다녀 진품으로 오인받았다. <스피드 완결편>도전편에 대한 관객의 호의를 노린 사이비 속편. <나인하프위크2>는 미키 루크가 나오고 줄거리도
속편 영화 | 조심해야 할 사이비 속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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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수의 예외를 뺀다면 속편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다. 전편의 후광으로 돈을 더 벌기 위해서다. 그러나 흥행 도사들도 속편을 만들다가 종종실족한다. 속편 성공의 법칙을 모아봤다. 물론 이건 하나의 경향일 뿐 좋은 재능과 시운은 늘 예외를 마련한다.1계.반복하라. 그러나 더 크게,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반복하라설명이 필요없는 속편의 대원칙이다. <투캅스2>의 카피는 ‘이번엔 더 지독한 놈이 나타났다’였다(<투캅스>의카피는 ‘웃다 죽어도 좋다’였다). 속편 파티의 VIP관객은 전편의 지지자들이다. 그들을 특별 대우하기 위해선 전편의 메뉴를 다시 준비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똑같다면 비난받을 것이다. 이 딜레마의출구는 같은 메뉴라도 양을 더욱 늘리고 맛은 훨씬 강하게 하는 것이다. <미이라2>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다 아는 뻔한 스토리야”,“이번엔 뭐였냐고? 뭐 미라랑, 피그미랑, 또 큰 벌레들이랑, 늘 똑같지 뭐”. 그러나 <미이라2>는
속편 영화 | 성공적인 후속편 만들기 5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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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보다 나은 아우 - 최고의 속편 10편<대부2> (TheGodfather Part2) 1974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출연 알 파치노, 로버트 드니로비토 콜레오네의 젊은 시절과 아들 마이클의 시련이 겹쳐지는 <대부2>는 프리퀄과 시퀄이 병행하는 기이한 구조의영화였다. 평론가들은 이런 구조를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봤다. 어쨌든 그해 아카데미는 <대부2>에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 6개 오스카를헌사함으로써 1편보다 나은 속편이라는 당대의 평가를 부추겼다(1편은 작품상 등 3개의 오스카를 받았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분명해지는건 <대부>의 위대함이다. <대부2>는 대단한 완성도를 갖췄지만 <대부>의 미학적 성취를 앞지르진 않는다는게 일반적 견해. 물론 1990년 <대부3>은 너무 초라해보였다. 영화사에 남는 걸작과 그에 어울리는 속편을 모두 만든 코폴라에대한 기대가 컸던 탓이다. <대부3> 역
속편 영화 | BEST & WO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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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 플림턴의 <돌연변이 외계인> 장편 대상, 손그림으로 3D 강세를 뚫다Annecy Festival Internationaldu Film d’Animation지난 6월4일부터 프랑스 안시의 스크린을 수놓은 움직이는 그림들의 잔치 ‘2001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6월9일 막을내렸다. 프랑스와 스위스의 접경에 자리한 안시는 알프스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호수를 품은 그림 같은 경치로 이름난 자그마한 휴양도시. 파리에서고속열차 TGV로 3시간40분, 혹은 제네바공항에서 버스로 1시간쯤 달리면서 울긋불긋한 삼각지붕과 농가, 알프스 소녀 하이디라도 거닐 법한잔디언덕을 지나면 40여년 전통의 애니메이션 축제의 고장 안시에 이른다. 비엔날레에서 97년부터 연례행사로 바뀐 뒤 25회째를 맞은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예년과 마찬가지로 주행사장인 안시 호숫가의 봉리유센터를 중심으로 시내 8개 상영관에서 치러졌다.“안시가 좋은 것은 모든 테크닉과 주제를 볼 수 있어서”안시의 6일 밤
2001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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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로 알려진 빌 플림턴은 독창적인 유머 감각으로 성인애니메이션을 만들어온 미국의 독립애니메이터.잡지의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로 출발한 그는 <롤링스톤> <뉴욕타임스> 등 유수의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고, 75년부터<소호 위클리 뉴스>에 그린 정치풍자만화 <플림툰>으로 인기를 끌었다. 83년부터 단편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시작한 그는<당신의 얼굴> <담배를 끊는 25가지 방법> 등 섹스와 폭력을 과장된 유머로 비튼 엽기적인 상상력을 펜선이 강한 만화적인그림체에 담아 보여줬다. 2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만들었다는 <돌연변이 외계인>은 그의 4번째 장편애니메이션. 지구에서 방출된 동물들과우주비행사가 그들의 변종인 2세대들과 함께 자신을 몰아낸 권력층에 복수를 시도하는 기상천외한 코미디물이다.지구가 배출한 외계인, 그것도 사람과 동물 사이에 난 돌연변이라니 발상이 재
안시 | 빌 플림턴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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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로 아카데미에 이어 안시에서 단편 그랑프리를 수상한 미하일 두독 드 비트는 네델란드 출신의 애니메이터. 십대 때부터만화와 애니메이션, 특히 체코 등 동유럽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그는 영국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광고 작업으로 주목받던 그는 예술적인 단편애니메이션의 산실로 알려진 폴리마쥬에서 92년 첫 단편 <톰 스위프>를 만든다.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95년작 <수도사와물고기> 등 그의 작품들은 마치 수묵담채화처럼, 검고 유연한 붓선으로 그린 선적인 캐릭터와 담백한 색감을 보여줬다. 현재는 영국을 비롯한유럽의 예술학교에서 애니메이션을 가르치며 개인 작품을 준비 중이라고.<아빠와 딸>은 아주 감성적인 작품인데, 어떻게 만들게 됐나.+ 다른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와 씨름하다가 어떻게 풀어야 할지 적절한 답을얻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내가 가장 원하는 게 뭔가를 자문했다. 정말 제일 좋아하는 게 뭘지, 작품에서 가장 아름답
안시 | <아빠와 딸> 미하일 두독 드 비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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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배우들 최고의 인기 구가 드라마 선풍은 패션으로 이어져<찜>이 기록적인 흥행을 세운 나라, 영화 잡지를 펼치면 한국 배우들로도배된 나라, 인기연예인 10명을 뽑으면 8명이 한국 배우인 나라, TV엔 한국 드라마가 쉼 없이 방영되는 나라. 한국보다 한국 배우와 한국영화를 더 좋아하는 베트남을 찾아갔다. 30여년전, 미처 말을 걸기도 전에 적이 되어 만났으나, 이젠 영화와 드라마로 한국의 마음이 가장 깊이전해지는 나라가 된 베트남은, 느리지만 즐겁게 영화를 알아가고 있었다.-편집자‘깜온’은 ‘감사합니다’라는 말이다. 유럽 선교사가 만들었다는 귁구(國語)의 알파벳 외양과 달리 ‘깜온’은 중국말 ‘감은’(感恩)에서 왔다.웃 사람에게 ‘깜온’ 할 때 붙이는 ‘신’은 ‘심’(心)에서 왔다. 베트남은 우리에게는 미망의 나라다. 서로의 근친을 알아채기 전, 우리는그곳에 적으로 갔다. 그리고 사회주의 국가 베트남, 보트 피플이 빠져나온 암흑의 나라로 우리는 베트남을 치환했다. 구경
베트남, 한국영화 쇼크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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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무척 좋아 보인다.좋지 않을 이유가 없다. 배우 스탭들이랑 호흡도 잘 맞고, 필요한 만큼 지원도 잘되고. 찍힌 것도 만족스럽다.왜 하필 지금 <흑수선>인가.준비하던 시나리오 중에서 가장 강하고 흡인력 있는 작품이 <흑수선>이었다. 한국전은 우리의 상처인 동시에 기막힌 영화소재다. 너무무겁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깊이 있는 터치보다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적 운반수단을 이용해 영상미에 힘쓸 생각이다. 오래 전부터 형사영화가가장 재밌는 장르라고 생각했지만 멋있게 표현하기에는 우리 기술력이 충분한 뒷받침을 못할 것 같아 미뤄왔는데 이제 할 수 있겠구나,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방대한 이야기인데 어떻게 보여줄 참인가.냉혹하고 집요한 젊은 형사가 연쇄살인사건을 추적하면서 그것이 거제포로수용소와 빨치산을 둘러싼 역사적인 음모와 비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알게 된다. 미스터리도 있고, 액션도 있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희생되는 연인의 슬픈 사랑이 핵심이
<흑수선> 배창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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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창호 감독의 액션미스터리스릴러 <흑수선>, 탄생에서 제작과정까지“포로들은 줄을 서세요.”철조망 사이로 돌멩이를 던지던 포로 100여명이 경비병들의 위협 사격에 우르르 흙바람을 일으키며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방금 전 가열차게 돌을던지던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빨간 메가폰에서 흘러나오는 지시에 따라 차례대로 줄을 서는 모습이 양순하기 그지없다. 경남 거제시 신현읍 고현리에위치한 거제포로수용소 유적관. 한국전 당시 친공포로들과 반공포로들 사이의 대립과 소요로 젊은 피가 흩뿌려졌던 그곳에서, 배창호 감독의 신작<흑수선>의 촬영이 한창이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그 비극의 현장을 재현하고 있는 이들은 당시 포로들의 나이와 비슷한, 거제공고1학년생들이다.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 제법 비장한 얼굴들을 하고 있지만, 컷사인이 떨어지면 그들은 그냥 귀여운 철부지의 모습으로 돌아온다.거제시의 전폭적인 지원계획에 따라 동원된 이 어린 학생들은 촬영 짬짬이 땡볕을 피해 막사 안
<흑수선> 거제도 촬영현장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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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프랑스영화제 6월25일부터 29일까지 총 18편 상영90년대 후반 이후 극장가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꼽는다면 프랑스영화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점도 분명 포함될 것이다. 요즘들어선 예술전용관 성격의 극장이 아니라면 뤽 베송이 감독하지 않은, 또는 장 르노가 나오지 않은, ‘프랑스영화 같은 프랑스영화’는 좀처럼만나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오는 6월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센트럴6시네마에서 열리는 ‘제1회 서울 프랑스영화제’는 프랑스영화에대한 오랜 갈증을 풀 수 있는 장이 될 것 같다. 한때 콩나물 시루 같은 극장에서 앞사람의 뒤통수를 피해가며 <퐁네프의 연인들>이나<베티블루> 같은 영화를 감상했던 이들이나 할리우드의 전형성에 싫증을 느끼는 이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이번 영화제에는 지난해와올해 사이 제작된 최신작들이 선보일 예정이다.다양한 표정의 영화들 한자리에제1회 프랑스영화제에는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됐던 세드릭 칸 감독의 <로베르
1회 서울 프랑스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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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은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스스로 내뱉은 말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화를 가두는 함정이 될까봐 아주 조금씩 조심스레 이야기를꺼낸다. 하긴 어떤 감독이든 미완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말로 설명하고 싶어하진 않지만 허진호 감독이 다른 점은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태도와직결된다는 점이다. 를 본 사람이면 느끼겠지만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사람 같다. 죽음을앞둔 남자에게 찾아온 예쁜 사랑이 어린 시절 뛰놀던 초등학교 운동장의 풍경과 겹쳐진 에는 ‘안타까움’이나‘그리움’이라는 짧은 단어로 압축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들어 있다. 인터뷰 내내 뭔가 더 많은 말을 할 듯하면서 멈추는 그의 모습을 보면어떤 감정이나 정서를 특정한 어휘나 문장으로 표현했을 때 주는 불편함과 모자람을 카메라로 메우겠다는, 무언의 암시가 있는 듯 느껴진다.지난 6월5일 <봄날은 간다> 3개국 투자조인식 직후에 그를 만나 이번 영화의 단면을 슬쩍 들춰봤다.두 번째 영화 촬영에 들어가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