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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동화의 나라, 드림웍스의 도전은 계속된다
3시30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4월이라 해도 이미 여름볕 같은 샌타모니카의 강렬한 태양 아래 고맙게도 시원한 그늘을 만드는 야자수, 그 아래 파란색 벤치에 앉은 동양의 이방인은 4시에 열릴 <슈렉>(Shrek)의 LA프리미어 행사장에 늦을까 조바심을 내며 오직 버스가 오는 방향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끊임없이 보채는 아이들에게 무어라 소리지르는 히스패닉 아줌마의 빠른 스페인어와 흘러내릴 듯한 바지를 엉덩이에 걸친 한 무리의 흑인청년들이 랩을 하듯 쏟아내는 강한 악센트의 영어가 정류장의 대기를 정신없이 가르는 가운데, 몇년 묵은 듯한 악취를 풍기는 거지가 “담배있수?”라고 물어온다. 처음으로 시선을 그들에게로 건넨다. 우성인자로만 조합된 듯 큰키에 흰 살결의 백인들이 SABB니 BMW니 하는 자동차에 몸을 싣고 쌩쌩 달리는 해변가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초라하고 남루한 행색의 사람들. 그 모습은, 이제와 돌이켜
<슈렉> LA프리미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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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실패하면 대박?-감독들
“영화 2편 실패한 감독의 3번째 영화에 투자하라!” 요즘 영화계에 떠도는 농담섞인 투자조언이다. 박찬욱과 곽경택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친구>나 제작 전에는 좋은 말을 듣지 못했다. 데뷔작의 흥행여부가 감독으로서 존립여부를 가늠하던 최근 상황에서 세 번째 승부에서 진검을 휘두른 박찬욱, 곽경택의 예는 투자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 같다. 전작이 실패했다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건 아니다. “쓸 만한 감독이 없다”는 제작자들의 푸념을 잠재울 만한 일인 셈이다. 올해 순위권에 첫 진입한 감독은 박찬욱, 곽경택 외에 김성수가 있다. 박찬욱, 곽경택이 이미 개봉한 흥행작으로 순위에 진입한 데 비해 김성수는 7월 개봉할 <무사>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특이하다. <비트> <태양은 없다>에서 확인된 연출력에다 “제대로 된 블록버스터를 보고 싶다”는 기대심리가
2001 충무로 파워 50 - [7] 결과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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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박무승 KM컬쳐
대표| 60년생| 2000년 순위 27위
“국민기술금융 영화사업 팀장 및 KM컬쳐 부사장직을 겸임하다 2월부터 KM컬쳐 대표로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지난해 <반칙왕>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주목받는 투자사가 됐지만, 이후 거대 음반사를 인수하는 등 “영화쪽 투자에 소흘했다”는 것이 그의 말. LJ필름, 다다필름 등 개성있는 제작사들과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KM컬쳐는 투자뿐 아니라 자체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조만간 신인들을 중심으로 한 매니지먼트 사업을 부상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나온 1년 별로 한 게 없다. 순위 안에 든 것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이 사준 듯싶다.
앞으로 1년 자체 제작하는 <명랑만화와 권법소년>을 비롯해서 4편 정도 생각하고 있다. 규모는 100억원이다. 큰 작품을 할 수도 있어 맥시멈은 200억원까지도 잡고 있다.
● 42.유동훈 영화인협회
이사장| 41년생| 2000년 순위 첫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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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충무로 파워 50 - [6] 41위~5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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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오지철 문화관광부
기획관리실장| 49년생| 2000년 순위 31위
“그가 있어서 문화관광부에 대한 미련이 그래도 존재한다”는 한 추천인의 촌평은 과찬이 아니다. 97년 문화산업국장 시절부터 전문성과 비전을 겸비한 합리적인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영화 관련 단체 인사들 사이에선 “말이 가장 잘 통하는” 행정 관료로 꼽힌다. 99년 문화정책국장 시절, 표준전산망 사업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특혜의혹이 불거져 영화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그에게만큼은 ‘면죄부’가 주어졌던 것도 그 때문. 지난 4월 기획관리실장으로 승진, 부처 내 예산과 기금 운용 등을 맡고 있다.
지나온 1년 완결하진 못했지만, 복수 시스템과 네트워크망 형성 등의 원칙하에 영진위 등 단체들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만큼 통합전산망 사업이 조속히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 1년 한국영화를 찾는 관객이 늘고 있지만, 시나리오나 연출 등을 좀더 다듬어서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2001 충무로 파워 50 - [5] 31위~4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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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전도연 영화배우|
73년생 | 2000년 순위 25위
<내 마음의 풍금>과 <해피엔드> 두 작품이나 선보였던 지난해에 비해, 공백도 길었고, 그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한편을 소개한 것뿐인데, 흥미롭게도 전도연의 파워는 더 막강해진 모양이다. 지난해 25위에서 4계단 상승했다. 배우 전도연의 장점은 귀엽고 어여쁜 누이 같은 이미지를 복제하지도, 거부하지도 않는다는 것. 매번 성격과 분위기가 다른 작품과 역할을 고르면서도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다. 고정돼 있길 거부하면서 늘 의외의 선택을 감행하고, 결과적으로 ‘옳았다’고 수긍하게 만드는 힘이, 류승완 감독의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로 이어질지, 기대해 볼 일이다.
지나온 1년 <해피엔드> 이후 8개월간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 출연했다. 앞으로 1년 류승완 감독의 <피도 눈물도 없이>에 출연한다
2001 충무로 파워 50 - [4] 21위~3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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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이용관 영화진흥위원회
부위원장| 55년생| 2000년 순위 14
영진위가 풍랑에 흔들릴 때마다 균형을 잡아온 조타수. 지난해 영진위 부위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PIFF 프로그래머를 그만뒀고, 중앙대에도 휴직원을 냈다. “영화정책과 행정부문의 집행 주체로 정치적 영향력에 있어 비중이 막강하다”는 것이 그를 추천한 이들의 근거있는 이유. 하지만 사안마다
한국영화인협회 등 영화계 구세력의 표적이 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미디어센터 설치, 투자조합 결성 등 올해 영진위 사업 추진에서도 남은 ‘역량’을 십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나온 1년 힘든 만큼 보람도 남는다. 일하면서 영화계 내부의 많은 사람들에게서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1년 임기가 1년 남았다. 영진위의 터전을 만드는 한해를 준비할 것이다. 어느 누가 위원이 되는 것과 상관없이.
● 12.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37년생| 2000년 순위 11
부에노스아이레스 영화제에 가려면 30
2001 충무로 파워 50 - [3] 11위~2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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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강우석 영화감독·시네마서비스
대표| 60년생| 2000년 순위1
“1등 안 해본 사람들은 몰라요. 이거 지키려면 자기 몸을 얼마나 망쳐야 되는지.” 지난 6년간 부동의 1위를 고수한 강우석 감독은 “제작, 극장, 배급, 자금확보 등 세팅작업이 끝난 거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로커스홀딩스에 지분을 넘겨주면서 자본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됐으며 20세기폭스코리아의 김정상 사장을 영입, 회사관리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그는 지금까지와 조금 다른 투자, 배급관계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은 좋은영화, 쿠앤, 씨앤, 씨네2000 등 몇몇 제작사와 전속관계처럼 일했지만 앞으론 더 많은 제작사와 일하겠다는 것. 대신 제작사의 자율권도 넓힌다. “시네마서비스에 우선권을 주기만 하면 다른 투자사로부터 투자받는 건 얼마든지 OK”라고 말한다. 최근 시네마서비스의 품을 떠난 쿠앤필름(대표 구본한)이 그런 예로 거론된다. 시네마서비스에서 개발비 투자를 받은 <공공의 적>과 <
2001 충무로 파워 50 - [2] 1위~10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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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영화산업은 활화산이다. 한때 존립을 염려했던 영화업은 35%를 넘나드는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 일확천금을 꿈꾸며 몰려드는 자본, 벤처열풍과 콘텐츠 확보경쟁 등 이제 명실상부한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을 읽어보고자 <씨네21>은 창간과 함께 매년 한국의 영화산업을 움직이는 인물 50인을 선정했다. 영화인의 순위를 매긴다는 게 의미없는 시도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씨네21>은 이같은 작업이 한국영화산업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를 제공한다고 믿는다. 실제로 지난 6년간 순위변동만 눈여겨보더라도 지금 영화계에 무엇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설문은 관련인사 72명에게 의뢰했고, 외유중이거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마감시간 내 회신지를 보내지 못한 분을 뺀 48명의 응답을 집계했다. 순위별 추천횟수에 배점을 곱해 점수를 산출했으며, 점수가 같을 경우 지명횟수가 많은 사람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언론매체를 순위에 집어넣
2001 충무로 파워 50 - [1] 선정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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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심용학의 <좁은 골목의 영혼>, 가작 김철환의내년부터 영화화 때 4천만원 추가지급키로한국영화의 새로운 영토를 일궈갈 이야기꾼을 기다리는 ‘막동이시나리오 공모전’이 올해 3회째를 맞았다. ‘막동이시나리오 공모전’은 영화배우 한석규씨가 상금을 포함한 비용 전액을 직접 부담하고, 인터넷한겨레 및 <씨네21>과 공동으로 주최하는 공모전이다.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혀갈 수 있는 새로운 시도와 독창성, 무엇보다 실제 제작으로 연결되고 대중의 마음에 다가설 수 있는 상상력을 길어올리고자 마련된 자리기도 하다.당선작 없이 와 <함정> 등 가작만 두편을 낸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당선작과 가작이 각 1편씩 선정됐다. 3회 막동이 시나리오 공모전에 응모한 총 339편 속에서 발견된 당선작은,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남자가 귀신을 본 뒤 그에 얽힌 연쇄살인의 비밀을 풀어간다는 미스터리 성향의 <좁은 골목의 영혼>이다. 가작은 80년대를 거쳐 30대 후반에
제3회 막동이시나리오 공모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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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철한 인터뷰김철한씨는 현재 프랑스 영화학교 에섹에서 유학중인 영화학도다. 원래 불문학을 전공했던 그는, 96년 현대 불문학을 전공하러파리로 떠날 때만 해도 소설가 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보고 느낀 것들, 한국에서 가지지 못한 것들을 가져가서 나누고 싶다”는, 그렇다면시청각적인 이미지를 활용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하다 뜻하지 않게 영화에 가닿았다. 하지만 우연해뵈는 영화와의 조우 뒤에는, 어린 시절아버지의 백과사전에서 사진을 봤을 때부터 또렷이 남았고, 영화로 보면서는 물리적으로 가슴이 아팠다는 <자전거 도둑>의 기억 같은내밀한 애정이 있었다. 파리에서 IMF를 맞아 생활고를 면하기 위해 무수한 아르바이트를 거쳤고, 빠듯한 생활 끝에 모은 돈을 털어 99년 에섹에입학했다. 현재 2년과정의 교육을 모두 마치고 졸업을 위한 영화사 실습만을 남겨둔 상태. 다른 공모에도 냈던 2편과 함께 출품한 는 그의 세 번째 시나리오다.바다 건너편에서 수상 통보를 받아서
가작 <11월의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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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심용학 인터뷰2시간 넘는 인터뷰를 하는 동안 신명나게 들려준 스토리가 무려 7∼8개, 심용학씨는 시나리오 작가는 이야기꾼이라는 단순한사실을 새삼 되새기게 만들었다. 그 이야기들이 아무리 그가 지난 3∼4년간 써온 시나리오 줄거리라 해도 말이다. 아이디어만 떠오르면 한달에1편씩 쓴다는 그는 현업 ‘백수’이자 열댓편의 습작을 거친 예비 작가. 현대자동차 차량전자시험팀 내 오디오팀에서 8년간 일하다가 IMF를 맞아명예퇴직했다. 집안 사정이 어렵던 터라 돈도 필요했고, 내친 김에 오래도록 짝사랑해온 영화로 달려온 것이다. 현대자동차에 다닐 때도 영화를보러 지방에서 서울까지 내달려 오기 일쑤였을 만큼, 영화가 좋았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퇴직 뒤 충무로의 시나리오 학원에 다니며 본격적인 작문수업에 임하기까지, 써 본 글이라곤 공대 실험결과 리포트와 대리 시절의 논술시험 정도라고. 하지만 단편용 <모래알>을 시작으로 영화진흥위원회사전제작 지원공모 본심에 올랐던 <소울 메이
당선작 <좁은 골목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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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곽경택| 영화감독·<억수탕> <닥터K> <친구>멜로드라마의 대기습이랄까. 올해로 3회를 맞은 막동이시나리오 공모는 최근 한국영화의 경향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멜로드라마가 문전성시를 이뤘다. 잔잔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이 장르가 공모전마다 빠지는 법이 없지만, 이번 응모작 339편 가운데선 무려 40% 가까이를 차지했다. 젊은 작가들, 작가지망생들의 흐름에서 한국영화의 경향을 읽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SF 20%, 깡패영화 20%, 기업이나 정치가의 비리를 다룬 사회물이 10%, 사극이 5%.여성 시나리오 작가들의 참여율이 높아졌다. 멜로드라마들은 섬세한 감정묘사나 일상묘사, 대사의 재미가 언뜻언뜻 눈길을 사로잡기도 했다. 이른바 사회물들은 대부분 주제와 씨름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사회 경험이나 사회 전체를 들여다볼 통찰력의 결핍이 느껴졌다. 영화적 표현의 부족, 기존 한국영화의 다양한 문제점 답습, 외국영화의 모방흔적 등은 장르를 넘어서 일반
제3회 막동이시나리오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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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 송해성 감독은 파이란 역에 장만옥을 캐스팅하고 싶어했다. 장만옥쪽도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촬영 스케줄이 빼곡한 장만옥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4월 한달. 영화의 분위기와 시간적 배경을 생각하면 조정하거나절충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다음 카드가 장백지였다. <희극지왕> <성원> <십이야>에서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로어필한 장백지의 이미지를 따라 파이란의 캐릭터도 그 색깔이 많이 바뀌었다. <파이란>이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홍콩, 대만, 필리핀,싱가포르 등 아시아 5개국에 사전 판권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던 데는, 장백지의 스타성이 크게 작용했다.제목 | <파이란>이라는 제목은 크랭크인 직전에 정해졌다. 원작소설의제목 <러브레터>는 동명의 일본영화 <러브레터>가 있는데다가, 멜로의 느낌이 너무 강해서 처음부터 고려의 대상이 되지않았다. 송해성 감독이 눈독을 들였던 제목은 <봄날은 간다>
제작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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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롤로그편지를 씁니다. 그리고 이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한 교수님께 ‘내가 영화감독이 돼야 하는 이유’에 대해 편지를 썼던 십여년전 그날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이국의 여배우에게 ‘당신이 연기할 캐릭터의 히스토리’에 대해 긴 편지를 썼던 수개월 전 그날처럼요. 나는 이편지를 부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 우체통 앞에서 잠깐 망설입니다. 덜컥 편지를 넣어버린 뒤에 후회할지도 모르니까요. 그러다 결국 부치기로 합니다.수신자가 너무 많군요. <카라>를 봤던 사람들, 나를 알고 있는 사람들, 나를 믿었던 사람들, 나를 의심했던 사람들에게, 이 편지를쓰고 또 부칩니다. 그리고 편지 첫머리에 <파이란>이라는 제목을 달아 봅니다.#1.<카라> 이후, 강재처럼 살았습니다<카라>가 개봉되던 극장 앞에서 지인들을 만났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영화를 보지 않은 채 그냥 돌아가는 길이었죠.“네 영화가 아니”니까 볼 필요가 없다면서. 내 의사와 무관하
<파이란> 송해성 감독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