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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관객에게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 대부분이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을 꼽을 것이다. 한때 명절의 특선영화나 주말의 영화 프로그램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을 만큼 익숙한 영화다. 그외 <사운드 오브 뮤직>의 로버트 와이즈 감독이 연출한 또 하나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61)나 <왕과 나>(1956) <남태평양>(1958) <마이 페어 레이디>(1964) 같은 영화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다.위에 언급한 영화들은 모두 20세기폭스,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파라마운트, 혹은 워너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전후 할리우드 뮤지컬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MGM, 혹은 제작자 아서 프리드가 이끌었던 이른바 ‘프리드 사단’의 뮤지컬들이다. 프레드 아스테어, 진저 로저스, 진 켈리 등의 뮤지컬 스타들과 빈센트 미넬리, 스탠리
헐리우드 고전의 토양 위에 꽃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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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휘장 뒤의 영화 고전기 할리우드로부터 <물랑루즈>로 이어지는 백스테이지 뮤지컬의 이상은 “쇼는 계속돼야 한다”(The Show must go on)로 요약된다. 사랑을 찬양하고 쇼를 숭배하는 이 모토는 유토피아에 대한 환상이자 염원이며 기도다. 우리가 기억하는 뮤지컬의 어떤 대목을 떠올리건 거기에는 낭만적인 구애의 시퀀스가 들어 있다. 그녀의 마음을 확인한 진 켈리는 비를 맞으며 춤추고 뉴욕의 로미오를 만난 내털리 우드는 <Tonight>를 노래한다. 비극을 향해 치닫는 이야기지만 <물랑루즈> 역시 사랑의 신화를 갈구한다. 이완 맥그리거가 엘튼 존의 <Your Song>을 부르면서 시작되는 두개의 구애 시퀀스는 천상의 로맨스처럼 보인다. 바즈 루어만에게 음악은 사랑이라는 감정의 단순한 표현이 아니다. 그것은 연인들의 어깨에 날개가 솟구쳐 구름 저편으로 날게 하는 마술이며 초능력이다. 영화는 마지막 대목에서 다시 한번 그런 믿음을 확인한
춤추고 노래하라 환락의 제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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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락의 소굴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압생트 향과 분내가 진동하는 세기말의 물랭루주. 그 입구에 선 흥행사 바즈 루어만(39) 감독은 정중히 허리를 숙인다. 재킷은 이리 주십시오. 자, 들어와서 저희와 같이 놀아보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돌아가시겠습니까? <물랑루즈>의 프로포즈는 화끈하다. 방문을 여는 순간 코앞에서 샴페인이 터질 때 기분이 이럴까. ‘막’이 오르자마자 카메라는 디지털로 재현된 1899년 몽마르트르 골목을 로켓의 스피드로 저공 비행하고, 순진한 젊은이의 모험담이 주단을 굴리듯 펼쳐진다. 꽃술 같은 캉캉 스커트가 그리는 야한 색채의 소용돌이에 넋을 잃는 것도 한순간, 미처 숨을 고르기도 전에 무일푼의 시인과 아름다운 매춘부는 <사관과 신사>의 주제가부터 엘튼 존의 <Your Song>까지 망라한 ‘연가(戀歌) 메들리’에 젖어,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이 내려다보는 지붕 위에서 전설 같은 사랑에 빠진다. <물랑루즈>는 처음 20분 동
춤추고 노래하라 환락의 제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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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류승완, 배우 류승범을 말하다.
류승범은 기이한 배우다. 아직도 길거리 사람들은 잘 모르는데 청춘영화 시나리오가 나오면 업계에선 회자된다. 이상하지 않나. 어쨌든 메인 스트림에 진입하는 단계인 것 같은데 대신 함몰되지 않았으면 한다. 작품마다 항상 가능성을 남겨놓는, 보여주는 그런 배우였으면 좋겠다. 그게 모든 것을 소진하는 배우보다 훨씬 위력적이다.
요즘 가끔 집에서 승범일 보면 연기에 부담을 느끼는 때도 있는 것 같다. 1년 전에 같이 작업할 때와 달라진 모습이다. 시나리오에 밑줄 긋는 모습을 보면 그렇다. 가장 릴렉스한 연기는 고도로 치밀한 준비가 되어야 한다는 승범이 말에 동의하지만, 다른 삶의 체험들에 항상 자신을 열어두었으면 좋겠다. 그게 나중에 소중한 자양분이 되니까. 언젠가 승범이나 나나 한번쯤은 처절한 실패를 맛볼 텐데, 굴복하지 않고 넘어서려면 그런 훈련을 해둬야 한다. 물론 아직 시간은 많고, 지금까지는 잘하고 있다.
순발력도 뛰어나고 머리도 좋다.
류승완, 류승범 형제의 `버라이어티 토크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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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영화 보기, 더 행복한 영화 수다
범 | 형은 내가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하기 전부터 나한텐 이미 감독이었잖아. 보여지지 않고,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자그만 방에서 빛이 안 들어오게 커튼을 치고, 벽에 스크린을 만들어서 영화도 봤지. 형이 찍어온 영화들. 소리가 굉장히 멋있었어. 필름 돌아가는 소리가. 그땐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느낌이 참 묘해. 방이 깜깜해지고, 집이 극장이 되는 듯한…. 영화 자체보다는 그런 상황들이 재밌었던 거지만. 그래도 극장 가는 건 별로 안 좋아했는데, 형이랑 성룡 영화는 많이 본 것 같아.
완 | 성룡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봤으니까. 성룡 영화는 정말 좋아. 특히 80년대 성룡 영화들. 요즘의 성룡은 연세가 많이 드셔서…. (웃음) 열심히는 하시는데…. <엑시덴탈 스파이> 볼 때는 정말 영화 그만 했으면 좋겠단 생각도 들더라구. 그래도 최근작 중에서 나은 <러시아워2> 보면서 아, 그래 저 맛이야 하는 생각이 들
류승완, 류승범 형제의 `버라이어티 토크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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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난항이었다. 단편 4부작을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낸 16mm 저예산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극장에 개봉시키는 `사건`을 일으키며 지난해 각종 영화상에 오르내렸던 감독 류승완과 배우 류승범. 이들 류 브러더스가 지난 1년 동안 벌인 영화기행에 관한 `쾌도난담`을 목격하리란 즐거움에 자못 들뜨기까지 했지만, 둘의 신작 <피도 눈물도 없이> 촬영장으로 향하는 8인승 차 안에서 우선 형제의 예상치 못한 `협공`부터 막아내야 했다."우리도 다른 형제들이랑 다를 게 없다니까요.""형제라 뭐 다르지 않냐고 많이 질문하는데, 꼭 외계인이 된 것 같아요."쉽게 속내을 드러내지 않는 형제들과 쉬이 수다스러워지지 않는 이야기를 이어가는 1시간은 잠깐, 이버에는 자청한 길고 긴 인내력 테스트를 견뎌야 했다. 톱밥 날리는 인천의 한 공단지역에 도착하자마자 다수 수다를 꾀했다가 작전 변경, 밤샘 활영이 지나고 1시간을 더 내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결과였다.수은주가 뚝
류승완, 류승범 형제의 `버라이어티 토크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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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부산영상위가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는 일은 11월11일부터 사흘 동안 열리는 ‘2001 부산국제필름커미션박람회’(BIFCOM 2001). 전세계 주요 도시의 필름커미션과 스튜디오가 참가해 로케이션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이 자리는 부산영화제 기간에 맞춰 부산 남포동 인터몰 미라지오(옛 새부산예식장) 등지에서 열릴 예정이다. 아시아지역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세계필름커미션연합(AFCI) 소속 10개국 27개 필름커미션 또는 스튜디오에서 참여한다. 한국의 부산, 전주영상위원회를 비롯해 필름커미션을 준비중인 대전시, 부천시, 중국의 베이징제편창, 상하이제편창, 일본의 일본필름커미션연맹, 오사카필름카운슬, 미국의 미시시피 필름오피스, 호주 영화진흥위원회, 영국의 런던필름커미션, 타이의 타이필름파운데이션 등이 그들.아시아 영화기구의 현황과 교류방안과 국내 필름커미션의 활성화와 상호협력방안을 논의하는 컨퍼런스와 필름커미션 업무의 기능과 사례, 한중 합작영화 제작, 동서양 영화
다음 목표는 아시아 네트워크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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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여영(29) 기획팀장.부산영상위원회의 연간 사업과 행사 기획, 출판 등이 주업무. 영상원을 졸업한 뒤 1달간 실직상태로 지내다가 ‘바닷가에서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꼬임에 넘어가 부산으로 내려와 현재까지 근무중. 현재 ‘2001 부산국제필름커미션’ 기획을 맡아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으며, 행사 이후 장기간 실종될 예정.김현석(28) 로케이션 팀장.<리베라 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내추럴시티>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맡고 있음. 부산문화예술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했고, 부산영상위원회 멤버 중 가장 먼저 입사하여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헌팅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몽땅 반납하기도 하였음. 탁월한 친화력으로 접근이 어려운 경찰, 공공기관과의 접촉을 수월하게 만드는 것이 특기임. 조주현(29) 로케이션 팀장.<광시곡> <공중화장실> 등 지원. 동아대 고고학과를 졸업하고 박물관 큐레이터로서 청운의 꿈을 품고 있다
그들의 하루는 48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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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국제시장<정글쥬스> 촬영현장“촬영보다는 뒷정리보는 게 더 중요해요.”“가시나들이 저리 미치니, 영화배우 안 할 사람 누가 있노!” 귀를 찢는 듯한 괴성과 함께 장혁의 스타크래프트를 쫓아 한 무리의 여고생들이 파도처럼 빠져나간 공간은 단추가게, 털실가게 등이 밀집한 국제시장. 두명이 어깨를 나란히 할 공간도 모자랄 만큼 좁은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는 국제시장이 빈번하게 등장하는 <정글쥬스>는 이정표씨 담당구역이다. “낮 신인데 벌써 불 들어온 간판이 있어서 그런가 봐요.” 먹자골목으로 이동한 촬영팀 중 한 사람이 ‘오늘 촬영 쫑’이라는 표시의 큰 엑스자를 온몸으로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도 이정표씨는 자리를 뜨지 않는다. 뭐 특별한 액션신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도로를 막을 일도 없지만 그는 촬영 뒤, 그곳이 원상태 그대로 아무 일 없이 정리되는 것을 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민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절저한 사후관리 덕에 “다음에 와서 다시 찍어
“오이소, 안 되는 기 없십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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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서울에서 찍었다면 어땠을까? 조오련과 바다거북이 아니라 장재근과 치타의 대결이었다면, 영도다리가 성수대교였다면, 자갈치가 노량진이었다면, 용두산이 남산타워였다면, 비오는 영등포 뒷골목에 쓰레기차가 뒤집어지고 펄떡이던 쓰레기들이 사방으로 날리던 날, 죽어가던 동수는 이렇게 말하겠지. “어우 야, 그만해…. 나 많이 찔렸잖아.”영화는 결국 이야기지만 이야기를 담아내는 그릇은 공간이다. <리베라 메>부터 <친구> <엽기적인 그녀> <나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예스터데이> <정글쥬스> <내추럴시티>, 일본영화 <KT>까지. 이미 개봉되었거나 준비중이거나 촬영중인 많은 영화들이 부산이라는 공간을 촬영장소로 선택하는 배후에는 이들, 부산영상위원회(Busan Film Commission, 이하 부산영상위) 사람들이 있다. 회색의 웅장한 부산시청 의회쪽 건물. 서류봉투를
“오이소, 안 되는 기 없십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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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개봉하는 날. 드디어 개봉일이 왔다. 큰일났군.“안 끼던 반지는 왜 끼고 그래?” 아내가 묻는다. ‘좀 어른스럽게 보이려구 그런다, 왜?’ 속으로 대답해 본다. 거울을 보며 웃음을 지어본다. 거울 속에서 얼굴이 어색하게 웃다 일그러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루 먼저 개봉한 메가박스의 관객 수가 자꾸 마음에 걸린다. ‘아니지. 정식 개봉일은 오늘인데, 뭐.’ 이리저리 변명거리를 찾다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둔다.주상영관인 서울극장. 어라? 매표소 앞에서 웬 사내가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다. “<나비> 보세요, <나비>. 올해 가장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빨리들 오세요.” 누구지? “배급사에서 나온 사람인데요.” 옆에 서 있던 김??(이름채워주세요) 이사(제작실장)가 가르쳐 준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린다는 표정. 돌아보니 <나비> 제작팀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다. 익숙한 얼굴들.<나비>는 유난히 제목 때문에 말이
아직 못 본 사람이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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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내가 끝내려고 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나비>는 기억상실을 원하는 여인과 생명을 걸고 출산을 감행하려는 어린 처녀,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헤매는 남자의 동행기다. 서로 다른 결핍과 소망을 지녔지만, 세사람은 결국 서로의 상처를 쓰다듬는다. <나비>는 <이방인>으로 데뷔한 문승욱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며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청동표범상과 젊은 비평가상을 받은 수작이다. 실패한 데뷔작의 상처를 딛고 <나비>의 주인공들처럼 멀고 추운 길을 돌아 힘겹게 두번째 작품을 만들어내기까지, 문 감독은 쓰라림과 외로움, 때로 섬광처럼 찾아든 기쁨의 기억들을 제작기에 담았다. 편집자근 1년여 동안 난 어떤 한 분위기 속에 갇혀 있었다. 끊임없이 내리는 비, 폭우, 폭우에 쓸려내려가는 자재도구들, 사람들의 아우성, 누런 흙탕물, 쉼없이 돌아가는 물펌프의 기계음.1999년 서울의 여름은 카뮈의 <페스트>라는 소설 속에
디지털의 날개로 희망을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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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가 그렇게 좋진 않은데.=좋아진 거다. 처음 CGV가 들어섰을 때만 해도 주변에는 철공소뿐이었다. 그러던 것이 요즘은 지하철 2호선이 다니고, 대형상가가 들어서는 등 A급 지역으로 분류됐다.CGV의 영향이라는 말인가.무관하지는 않다고 본다. 개관하고서 2주 동안은 주말관객이 6천∼8천명 정도였다. CGV서면은 연간 관객동원 기대치가 200만명이었을 정도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는데, 그 이후 주말관객이 매주 1천명 단위로 오르더라. 지금은 주말에 최소 1만2천명 정도 유지하는데, 올해 성수기엔 하루 관객이 1만6천명을 기록한 날도 있었다. 목표선 200만명은 이미 지난 여름에 넘어섰다. 서면 도심권의 유동인구뿐 아니라 문현동 등지의 가족 단위 관람객이 찾기 시작하면서 그렇게 된 것 같다.롯데가 오픈했고, 메가박스가 곧 들어온다. 경쟁이 치열할 텐데.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롯데가 개관했을 땐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서인지 일부 관객의 리턴 현상이 있긴 했다. 하지만 박스오피스
“내년엔 해운대에 24시간 상영관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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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로 압도할 것인가. ‘입지’로 방어할 것인가. ‘마케팅’으로 승부할 것인가.멀티플렉스 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전국적인 영토확장에 나서면서, 지방 극장가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메가박스의 10월27일 개관으로 CGV, 롯데 등 3대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부산에서 벌이는 최초 결전은 올해 하반기 전국 극장가의 가장 큰 이슈다. 이들 3개 업체가 들어서는 곳은 부산의 새로운 영화중심으로 떠오른 서면 일대로, 관객을 유인하기 위한 멀티플렉스의 싸움은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부산이 ‘풍부한 어장’이라는 점도 이들 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긴다. 부산은 1999년 27개이던 스크린 수가 지난해에는 45개로 늘었고, 관객 수 역시 22%의 증가세를 보였다. 연간 1인당 평균 관람횟수도 1년 사이에 다른 지역과 비슷하던 1.6회에서 1.9회로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는데, 상승곡선은 올해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부산 중심 극장가, 서면에서 남포동으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