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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의 기적>
The Miracle of Bern l 쇤케 보르트만 l 독일 l 118분 l 2003년 l 패밀리 섹션
로카르노영화제 관객상과 바바리안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1954년 7월4일 ‘베른의 기적’으로 불렸던 베른월드컵에서의 실제 우승 과정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가족드라마이자 한 소년의 성장드라마이다. 서독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축구에 대한 소년의 열정과 전쟁 이후 귀환한 아버지와 가족들간의 갈등이 독일 축구팀의 극적인 우승 과정과 함께 펼쳐진다. 독일 축구팀이 승리하기까지의 과정은 아버지와 아들이 화해하기까지의 우여곡절과 맞물리면서 공동체의 평화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 않은 환경, 엄격한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을 수 없는 소년의 꿈을 다룬다는 점에서 독일판 <빌리 엘리어트>라고 할 만하다.
<별볼일 없는 남자들>
Little Men l 나리만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7] - 추천 드라마(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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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현실 속의 또다른 판타스틱
<쇼와 가요 대전집>
Big Showa Song Collection l 시노하라 데쓰오 l 일본 l 112분 l 2003년 l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무라카미 류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것. 스기오카와 다섯 친구들은 밤마다 도쿄 교외의 한적한 부두에서 복고풍 의상을 입고 일본 쇼와 시대의 흘러간 노래들을 부르며 세월을 보낸다. 어느 날 길에서 중년 부인과 마주친 스기오카는 그녀에게 추파를 던지고, 무참하게 칼로 찌른 뒤 도망친다. 그러나 희생된 그녀는 평범한 가정주부가 아니라 가라오케에서 노래를 부르는 친목모임이자 또 다른 쇼와 시대 추종집단인 40대 여성들의 비밀결사 ‘미도리 클럽’ 일원이다. 쇼와 시대란 1926년부터 시작된 시기로 일본이 세계대전과 급속하게 대외적 팽창을 거듭했던 시기. 당시 유행했던 노래를 즐기는 두 집단이 대립하는 양상이 흥미롭다. 느슨하게 진행되는 사건들, 그리고 돌발적인 폭력장면의 배치가 눈에 띄는 영화이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6] - 추천 드라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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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번뜩이는, 나를 찾아줘
젊은 감성과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무장한 짧지만 임팩트가 있는 단편영화들은 ‘판타스틱’영화제에 가장 어울리는 부문인지도 모르겠다. 전통적인 판타스틱영화라고 볼 수 있는 SF나 호러 같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올해 부천영화제의 단편들은 장르와 섹션을 불문하고 어느 구석엔가 빛나는 유머를 간직하고 있는 영화들이다.
부천 초이스(단편)
<전쟁포로><좁아!><당근파이 음악회>(위부터)
올해 미쟝센영화제에서도 소개되어 좋은 평가를 받은 <핑거프린트>(Fingerprint/ 조규옥/ 한국/ 21분20초/ 2004년)는 성장의 공포를 호러영화 속에서 표현해낸 수작이다. 수많은 복사물들을 만들어내는 ‘복사실’에서 벌어지는 일상적 일들은 견고한 비유로 배치되어 관객에게 성장의 의미를 묻는다. 후세인의 거처를 묻는 두 미군 병사와 이라크인 포로 사이에서 오가던 대화가 허무하지만 따뜻한 반전으로 끝맺는 <전쟁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5] - 단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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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 롱택샘의 일생>
The Magical Life of Long Tack Sam l 앤 마리 플레밍 l 90분 l 2003년 l 월드판타스틱시네마
캐나다 여성감독이 마술사이자 기예가인 중국인 증조부, 롱택샘의 과거를 찾아가는 다큐멘터리. 타고난 재능으로 전세계를 돌며 공연했던 증조부의 화려했지만 잊혀진 삶이 감독에 의해 재탄생한다. 그 자체로 영화적인 롱택샘의 일생은 실사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흥미진진하게 재구성된다. 감독은 롱택샘의 일생을 진실 그대로 복원하는 데 초점을 두기보다는 발랄한 상상력을 동원하며 마술사 롱택샘의 극적인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서사화하는 데 성공한다. 핏줄을 찾아가는 눈물겨운 감상 대신 담담하면서도 유쾌한 시선을 택한 그녀는 자신의 뿌리를 긍정하는 방식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 방식은 매우 신선하다.
<가감보이>
Gagamboy l 에릭 찰스 마티 l 필리핀 l 109분 l 2003년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4] - 추천 판타지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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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상상력, 뻔뻔하다
<페스티발 익스프레스>
Festival Express l 로버트 스미튼 l 영국 l 90분 l 2003년 l 월드판타스틱시네마
<페스티발 익스프레스>는 1970년 여름에 있었던 캐나다 횡단 록콘서트의 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1970년은 60년대의 자유분방한 록 정신이 마지막으로 불길 속에서 산화하고 있었던 때. 지금은 전설로 남은 재니스 조플린, 그레이트풀 데드 등의 록 뮤지션들은 기차 속에서 잼세션을 벌이고, 비싼 티켓 가격에 항의하는 팬들을 위해 즉석 무료공연을 펼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매력적인 기록들에 들떠 있다가 극장 밖을 나서면 좀 쓸쓸한 기분이 들기도 할 것이다. 자유와 평화와 사랑을 외쳤던 세대의 록 정신은 어느 순간 맨바닥에 엎어져버렸고, 화면 속에서 에너지를 분출하는 재니스 조플린은 젊은 나이에 약물로 요절했다. 33년 동안 창고에 박혀 있었던 이 다큐멘터리가 ‘월드판타스틱시네마’인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금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3] - 추천 판타지영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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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그 부트게라이트 특별전나의 사랑하는 시체들을 소개할께
<네그로맨틱><슈람><시체애호의 예술>(위부터)
부천영화제의 카탈로그에서 요르그 부트게라이트의 이름을 발견하는 것이 낯선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이만한 규모의 영화제에서 부트게라이트의 작품을 ‘특별전’이라는 이름으로 관람한다는 것은 드문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들은 시체애호증, 신체 훼손, 자해와 살인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고 여전히 정상적인 경로로 이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국가들은 한정되어 있다. 그의 1987년 장편 데뷔작 <네크로맨틱>(Nekromantik/ 독일/ 75분/1987년)과 1991년에 제작된 속편 <네크로맨틱2>(Nekromantik2/ 독일/ 104분/1991년)는 ‘네크로필리아’(시체애호증)에 대한 영화다.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네크로파일(시체애호자)의 사랑은 어떤 형태일까’라는 것. 이 두편의 도발적인 작업물은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2] -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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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곤두서는 즐거움
<개미들의 왕>
King of the Ants l 스튜어트 고든 l 미국 l 102분 l 2003년 l 개막작
당신이 호러영화의 마니아라면 <좀비오>, <지옥인간>(From Beyond) 등 80년대 호러영화 걸작들을 만들어낸 스튜어트 고든의 이름을 모를 리가 없다. 초창기 브라이언 유즈나(<리빙데드3>)와 함께 만들었던 이 두편의 H. P. 러브크래프트 원작 각색영화들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한 스플래터영화에 뒤틀린 유머감각을 발휘한 걸작들이었다. 이 작품 이후로 90년대 내내, 고든은 잡다한 할리우드영화들에 매진하면서 명성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가 돌아왔음을 알린 작품은, 다시 한번 브라이언 유즈나·러브크래프트의 팀워크로 만들어낸 2001년작 <데이곤>. 그리고 부천영화제 개막작인 <개미들의 왕>은 우리가 여전히 스튜어트 고든에게 주목해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주인공인 숀은 남의 집에 페
PiFan 2004 - 네 안의 숨겨진 환상을 찾아줄게 [1] - 추천 호러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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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Q&A
-스크린쿼터가 왜 지금 가장 위기인거지?
=있잖아. 정부 전체에서 쿼터를 지켜내자고 버티던 유일한 조직이 문화부였거든. 근데 문화부가 이제는 못 버티겠대. 그럼 정부 내부와 미국이랑은 얘기 끝났다는 거 아니겠어. 이창동 장관이 위험 사인 보낸 거고 데프콘 스리야. 이제 믿을 건 국민뿐이야.
-어차피 한국영화 잘되고 있는데 한번 줄여보고 안 되면 다시 원상복귀하면 되잖아?
=김형진 국제변호사 왈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심봉사 눈 안 떠지면 나중에 심봉사는 누가 모시나요?” 덧붙여 한국 영화산업 수십년 노력으로 이제 겨우 산업화되는데 쿼터 줄여서 상황이 나빠졌다고 치자. 상영일수 원상복귀시키면 망가진 산업도 ‘비아그라 효과’처럼 단숨에 돌아오나? 그리고 그 양자간 투자협정(BIT)이란 걸 맺으면 마음대로 못 고쳐. 국제조약이 애들 장난도 아니고.
-언제는 스크린쿼터가 문화다양성의 보루라더니 왜 쿼터 때문에 다양성이 죽어간다고 줄이라고 난리인거지?
=그게
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5] - 네티즌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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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한 수사학적 테러
“그렇게 잘 나가는데 하루도 줄일 수 없냐”는 주장은, 유지나 교수가 날카롭게 지적했듯이, 축소반대자들을 옹졸한 폐쇄주의자로 보이게 하려는 비열한 ‘수사학적 테러’에 다름 아니다. 이런 식의 테러가 “국익을 위해 양보하자며” 내놓은 국익의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BIT가 풀어줄 국제투기자본의 자유로운 활공은 누구의 국익에 기여하는가? 지난 5년간 80조원을 떼어간 것도 모자라서 아예 한국경제를 카지노판으로 만들자는 것인가? 그에 반해 우리 영화의 발전으로 우리가 얻고 있는 이익은 얼마나 실감나게 큰 것인가?(연간 1조2천억원의 직접매출과 5조5천억원의 부가가치 생산효과). 현재 우리 사회에서 경제성장에 기여하며 국민적 자부심을 갖게 하는 유일한 효자가 바로 한국영화가 아닌가? 군사적 힘에는 밀리지만 문화경제적으로는 미국을 자국시장에서 능가하는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은 근대화 이래 우리가 처음으로 맛보는 쾌감이다. 이런 자부심의 “필요조건”인 스크린쿼터를
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4] - 영화인들이 참여정부에 보내는 엄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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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를 축소하면 문화 다양성이 살아나나?
-영화계 일각에서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를 위한 마이너리티 쿼터나 최근 몇년 사이 아시아영화 점유율이 3분의 1로 축소된 상황을 우려해 아시아 쿼터 등을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다양성 확보를 쿼터와 연결짓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지영 I 다양성은 이 장관이 두 번째 원칙에서 이야기한 것이다. 다양성 문제를 풀기 위해 쿼터를 이용할 수 있으나 쿼터가 다양성 문제의 원흉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다. 여러 가지 제도적 보완을 스크린쿼터와 뭉뚱그려 이야기하는 것은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마이너리티 쿼터에 관한 논의는 대책위 내부에서도 이루어졌고 향후에도 다양하게 논의가능하다.
-마이너리티 쿼터 문제와 관련돼 있긴 한데 스크린쿼터가 유력한 배급사나 극장체인과 제작사에만 이익을 주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지영 I 축소를 하면 다양성이 살아나나? 축소를 하면 할수록 메이저로의 편중이나 강화는 심화될 뿐이
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3] - 비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안성기, 정지영 인터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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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 축소론자의 논거들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스크린쿼터는 일촉즉발의 위기다. 물론 사람들은 ‘또 쿼터 이야기냐’ 하고 반응할지도 모르겠으나 언제 급박한 상황이 발생할지 긴장감이 감도는 게 사실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비대위 공동 위원장이며 한국영화 발전의 산 증인들과 나눈 스크린쿼터 이야기.
-스크린쿼터(이하 쿼터)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겪는 어려움.
정지영 I 막연하게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안성기 I 사실 막연하겠지. 우리만 해도 오랜 시간을 싸우면서 여러 요소를 끊임없이 공부한 뒤 지금 정도 인식이 생겼으니까. 영화를 전공하거나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는 게 당연하다. 우리 영화를 좋아하는 보통 관객에게 쿼터문제를 제대로 설명하려면 이야기가 30분 이상 걸린다. 축소론자들은 부정적이고 감정적인 방향으로 몰아가서 툭 던지며 말하는데 우리는 반론을 제기하려면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설명한다. 다른 사람들을 납득시킬 때 이것이
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2] - 비대위 공동집행위원장 안성기, 정지영 인터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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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의 전장이 예상대로 국회로 옮아가고 있다. 6월22일 강남 주공공이극장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영화인들은 열린우리당 문화관광위원회(이하 문광위) 소속 12명의 의원과 공개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와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의사를 표명했다. 한나라당의 몇몇 의원도 24일 정책토론회를 통해 문화부의 입장에 반박하고 축소 저지 논의에 불을 댕겼다. 당론으로 ‘스크린쿼터 현행 유지’를 고수하는 민주노동당까지 포함하면 국회에서 쿼터문제는 초당적인 범위로 확장되고 있다.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 대표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하여 “국회대중문화미디어 연구회장의 자격으로, 스크린쿼터 지지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 자리에 섰다”라고 축사를 전했다. 한편 이재오 의원은 “새로운 영화진흥책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혀 향후 새로운 영화지원책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 1999년 여름을 달궜던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 사수 투쟁의 장면들.
이제까지의 스크린쿼터 논의에서
다시 불붙은 스크린쿼터 논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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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겨냥한 정치적 다큐멘터리들
〈Control>〈Bush's Brain>〈Persons of Interest>(위부터)
이번 여름! 미국은 가짜 이미지들로 가득 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만의 낭만적인 잔치가 될 것 같지는 않다. 그 거대한 상상의 성채들 사이로 현실정치를 쏘아보고, 풍자하고, 파헤치고, 가격하고, 뭉개버리려는 정치적 다큐멘터리들이 ‘밀려든다’. 그들 대부분이 조롱하고자 모셔오는 주인공은 대통령 부시이며, 부숴버리고 싶어하는 것은 그의 대이라크 정책이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것은 전쟁의 종식이고, 보고 싶어하는 것은 새로운 대통령인 것 같다. 말할 것도 없이 그 선봉장은 독설 다큐멘터리의 일인자 마이클 무어와 그의 영화 <화씨 9/11>이지만, 그와 같은 정치적 염원을 가진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생각보다 많다.
〈Uncovered: the Whole Truth about the Iraq War>는 부시 정부가 국민들에게 주장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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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적 좌파 영웅 혹은 신랄한 코미디언
<볼링 포 콜럼보인><로저와 나>(위부터)
2002년 마이클 무어를 인터뷰한 <가디언>은 그가 미국 코미디언이면서 다큐멘터리 감독이라고 설명했다. 아마도 이면에 다른 뜻을 담고 있을 그 문장과 달리 무어는 한번도 코미디언을 직업으로 삼은 적이 없지만, 때로 코미디언처럼 보이기는 한다. 그는 카메라 앞에 서든 뒤에 숨든 목소리를 높이고 냉소적인 유머를 쏟아놓는다. 첫 번째 다큐멘터리 <로저와 나>에서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화씨 9/11>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들은 신랄하고 재미있고 극적이다. <볼링 포 콜럼바인>이 전세계적으로 4천만달러가 넘는 돈을 벌어들인 데는 정치성과 함께 유머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를 몰아붙이는 그의 유머는 수많은 적을 만들기도 했다. “미국의 전투적인 좌파 영웅”이라는 찬사와 함께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데는 타의 추종을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