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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냄새 나는 게 우리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닉 파크라는 이름을 빼고 아드만 스튜디오를 말할 수 있을까. 1985년 닉 파크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설립자가 강의하던 영화학교로 찾아가 자기 작품을 보여주고는 일자리를 제의받았다. <월레스와 그로밋>의 첫 단편인 <화려한 외출>의 5분짜리 데모 테이프였다. 이후 <동물원 인터뷰>와 <월레스와 그로밋>의 두 단편으로 오스카 세개를 거머쥐면서 스타가 됐고, 장편 <치킨 런>의 성공은 그와 아드만의 미래를 더욱 넓혀주었다. 물론, 코앞에서 만나본 그는 거만은커녕 약간 수줍고 매우 섬세해 보이는 모범 예술가였다.
-월레스, 그로밋의 이름은 어떻게 지었나.
=아주 나이 많은 어떤 할머니가 뚱뚱한 큰 개를 기르고 있었는데 그 개 이름이 월레스였다. 이름이 재밌어서 써봤다. 그리고 동생이 전기 기술자인데 보청기 뒤쪽의 꼬인 줄 같은 전기줄을 그로밋이라고 부르더라. 발음이 좋아서 선택했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난 <월레스&그로밋> [3] - 닉 파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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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세트, 거대한 고독의 바다
드디어 촬영이 진행 중인 세트다. 여긴 거대한 고독의 바다다. 첫 번째로 들어선 세트는 실사 스튜디오에 비해선 작았으나 제법 컸고 무엇보다 어둠침침했다. 애니메이터 메를린 크로싱엄이 홀로 사람 가슴 높이로 세팅된 미니어처와 그 앞쪽의 카메라, 그리고 모니터와 하단의 컴퓨터 사이를 외롭게 오가고 있다. 워낙 섬세하고 느리게 촬영이 진행되니 조명팀은 한번 세팅해놓고 사라지고 사운드는 사전 녹음으로 처리하니 애니메이터의 고독한 작업일 수밖에. 악역 빅터가 총쏘는 장면을 촬영 중인데 모니터에 총의 동선을 점으로 표시해놓았다. 한번 찍고 총을 점 표시 순서대로 조금씩 옮겨 찍으며 한 프레임씩 쌓아가는 지난한 과정이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이 맡은 분량의 감독과 촬영, 배우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셈이다. “오늘(월요일 오후 2시께) 촬영한 게 3초 정도인데, 금요일까지 8분 분량을 마쳐야 한다”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난처한 표정을 이방인들 앞에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난 <월레스&그로밋>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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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톱모션애니메이션의 명가 아드만 스튜디오가 <월레스와 그로밋>이 아닌 <치킨 런>을 첫 장편으로 세상에 내놨을 때, 갸우뚱했던 기억이 있으신가? 아마 <월레스와 그로밋>의 세 단편을 맛본 이들이라면 이들의 애교 만점 콤비 플레이를 1시간 넘게 지속 관람할 날을 손꼽았을 터. 그날이 오긴 왔다. 2001년 제작에 착수한 <월레스&그로밋: 거대 토끼의 저주>가 11월4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 봄, 아드만 스튜디오의 초청으로 영국의 항구도시 브리스틀을 찾았다. 물론 <월레스&그로밋…>의 제작현장을 목격했고, 아드만의 ‘보물’ 닉 파크 감독을 인터뷰했다. 그때 완성된 초반 20분 분량을 관람했으나 최종 완성까지 때를 기다렸다. 조용한 긴장감이 흘러넘치던 당시 스튜디오 목격담과 닉 파크 인터뷰, 그리고 완성된 <월레스&그로밋…>의 ‘실체’를 이제야 공개한다.
닉 파크 감독의 인터뷰 대기 장소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난 <월레스&그로밋>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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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괴짜 과학자들은 평생 인정받지 못하다가도 불쑥 괴상한 기계를 발명하곤 한다. 그 뒤 생길 수 있는 일의 경우의 수는 3가지다. 떼돈을 벌거나, 인생을 종치거나, 애먼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거나.
<인생은 오백오십 살부터>보다 더 인기있고, <무중력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또 다른 쉰세 가지 일들>보다 더 잘 팔리며, <알고 싶지 않았지만 억지로 알게 된 섹스에 대한 모든 것>보다 더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역시 그런 발명품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비현실적이지만 그래서 갖고 싶기도 한 영화 속 발명품들. 어디 한번 구경해보실텨? 나도 과학자가 되겠다고 뒷북치시지만 않는다면 대환영이다.
애들이 줄었어요/ 전자자기축소기
이 영화는 하도 옛날 디즈니영화라(세상에 1990년의 영화닷!), 발명품의 작동 원리를 관객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 같은 것은 애초에 하지도 않는다. 때문에 어
황당하지만 갖고 싶은 영화 속 발명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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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두려움 사이, 피터팬의 어른되기
조창호 감독의 <피터팬의 공식>
소년이 정액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나이가 되면, 그 몸은 그때부터 성장통을 겪는다. 여자를 훔쳐보다가, 여자의 냄새가 밴 물건을 찾아내고, 여자의 육체에 감싸이는 직접적인 감촉을 욕망하게 된다. 통증이 견딜 수 없는 순간에 이르렀을 때 소년은 그것을 견디거나, 해결하기 위해 선택을 한다. 조창호 감독의 장편데뷔작 <피터팬의 공식>은 자위할 때의 신음소리가 너무 작은 내성적인 소년의 성장통에 관한 영화다.
어촌의 작은 고등학교 수영부에서 유일하게 ‘아시아대회 출전급’ 실력을 갖춘 한수(온주완)는 어느 날 수영을 그만둔다. 그날, 그의 엄마가 인생이 허무하다며 자살 기도를 했다.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자란 고3짜리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살충제를 마신 엄마는, 의식없는 육체로 병원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삶의 동인을 잃은 듯한 한수에게 두 여자가 나타난다. 옆집에 이사
강추! 부산영화제의 한국영화 7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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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거나 말거나’식의 유쾌한 3색 범벅
박성훈 감독의 <썬데이 서울>
<썬데이 서울>은 가십 기사와 반나체 사진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잡지다. 그러나 그 세대에 속하는 69년생 박성훈 감독은 <썬데이 서울>을 신문기자들이 놓치고 지나간 사건의 이면을 취재하여 재미있는 르포 기사도 썼던 잡지로 기억하고 있다. 도색영화로 오인받을지도 모르지만, 그 제목을 선택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사기꾼과 양아치 기질이 농후한 두 청년이 목격한 세개의 사건으로 이루어진 영화 <썬데이 서울>은 평범한 척 시치미 떼고 시작하여 허풍인지 진담인지 헷갈리는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첫 번째 이야기는 패기없고 나약한 고등학생 도연(봉태규)의 성장담이다. 학급 짱에게 수모를 당하며 살던 도연은 열여덟살 생일을 맞이하면서 몸에 털이 나고 닭고기를 탐하는 이상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충격에 빠진 도연에게 부모는 우리 가족이 사실은 늑대인간이며, 동족하고만 짝짓기를
강추! 부산영화제의 한국영화 7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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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도시, 세 남녀의 아픔과 체념은 계속되고
이윤기 감독의 <러브토크>
<러브토크>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아시아 신인작가상’(뉴커런츠상)을 받은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감독의 두 번째 선물이다. <여자, 정혜>의 주인공이 상처와 고독 사이의 긴 통로를 떠다니는 내면의 풍경이었다면, <러브토크>는 피할 수 없는 체념에 익사할 듯한 사랑을 추가했다. 대신 형상이 뚜렷했던 상처가 어슴푸레한 기운의 기억으로 바뀌었다. 사랑은 관계의 배치이니 인물이 늘었다. LA에서 화려함과 퇴폐가 공존하는 마사지 테라피 숍을 운영하는 써니(배종옥), 뚜렷한 목적없이 타인의 도시로 건너와 써니의 아래층에 유령처럼 사는 지석(박희순), 지석이 붙잡지 못한 사랑의 대상으로 유학과 라디오 상담 프로그램 ‘러브토크’의 진행을 병행하는 영신(박진희). 써니가 영신의 ‘러브토크’에 머뭇거리며 접속을 시도하면서 세명의 관계는 고리처럼 묶여 돌
강추! 부산영화제의 한국영화 7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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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프로그래머와 관객은 자국영화가 빛을 발하기를 간절히 바랄 것이다. 10주년을 맞이한 올해 부산영화제는 어떨까. 프로그래머와 관객이 꿈꾸는 바람, 한국영화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할 수 있는 장으로 화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올해 <씨네21>이 ‘발견’한 한국영화들은 어느 때보다 풍요롭다. 특히 ‘새로운 물결’ 부문의 작품은 한국 영화계가 마르지 않는 우물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듯 든든한 행보를 보여준다. <썬데이 서울>은 상업과 예술의 경계를 벗어난 키치적 감수성의 탈(脫)장르 오락영화이며, <용서받지 못한 자>는 휴가 나온 병사의 현재와 과거를 하나의 올무로 엮어 한국 남성의 원죄의식을 폭로하는 놀라운 데뷔작이다. 내성적인 고교 수영선수의 성장을 그린 <피터팬의 공식>은 10대영화의 상투성을 비웃듯 잔인한 성인식의 진실을 관객에게 던져준다. ‘한국영화 파노라마’ 부문의 세 작품 역시 주목할 만하다. <여자, 정혜>의 이윤기
강추! 부산영화제의 한국영화 7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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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영화는 지금 세계영화의 중심에 서 있다. 아시아영화에 대한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당연한 질문들을 떠안는다. 아시아영화의 현재는 과연 어떤 모습인가? 그 안에 속해 있는 한국영화는 또 어디쯤 있는 것인가? 도대체 어떤 영화적 토양과 인재들이 지금 아시아영화의 부흥을 가져온 것인가? 세세하게, 그러나 쉽게 그 진원과 방향을 가늠해볼 수는 없을까? <아시아영화기행>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다. <아시아영화기행>의 기획과 제작을 총지휘한 인디컴 시네마의 김태영 대표는 “아시아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왜 그런지 그 원인을 추적해보고, 그 과정에서 한국영화도 재점검하려고 했다. 한국영화가 좀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국가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또 어떤 생각으로 영화를 육성하는지, 각 상황을 취재해보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한다.
이란에서 중앙아시아, 뉴질랜드를 거쳐 한국까지
<아시아영화기행>은 인디컴
아시아 영화 기행: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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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홍콩엔 신인이 필요하다”
홍콩영화의 맏형, 감독·배우 증지위가 말하는 홍콩영화의 오늘과 내일
<무간도>의 냉혹한 보스 한침으로 익숙해진 증지위는 1970년대부터 감독과 배우로 활동해온 인물이다. 그는 홍콩영화가 아시아를 지배했던 전성기의 일원이었고, 그 퇴락을 지켜보았으며, 이제는 다시 한번 중심으로 발돋움하고자 애쓰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강호>와 <금계> 시리즈가 프로듀서로서 증지위의 작품들. 푸근한 정자나무처럼 젊은 후배들에게 그늘을 내어주는 증지위를 그가 진행하는 <TVB>의 버라이어티 쇼 녹화 현장에서 만났다.
-당신은 수많은 홍콩영화에 출연하면서 듬직한 존재감을 남겨왔다. 당신이 생각할 때 홍콩영화의 가장 화려했던 시절은 언제였는가, 그리고 그 동력은 무엇이었나.
=80년대 홍콩영화는 찬란한 백화만발의 시대였다. 그건 많은 시간과 경험이 토대를 이루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70년대에 해외로 유학갔던
아시아 영화 기행: 홍콩 [3] - 증지위·샘슨 치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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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영화의 돌파구는 바다 밖에 있다
필립 리와 유위강과 맥조휘는 모두 홍콩영화의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았다. 유위강은 중국 본토와 아시아 시장만으로도 거대하다 했지만, 필립 리는 서구까지 표적으로 삼아 이연걸을 기용한 액션영화 <곽원갑>을 찍고 있었다. 묻는 이가 미안해질 만큼 홍콩영화를 비관하는 필립 리는 “홍콩 시장만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 영화를 찍을 필요가 없다. 너무 작기 때문이다. 2년 전부터 중국은 홍콩영화를 수입영화로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낙관적인 분위기가 퍼졌지만, 우리는 그 시장을 놓치고 말았다. 중국인은 개방을 겪으면서 좋은 영화를 원하게 됐는데, 홍콩엔 그런 영화가 적었다”고 말했다. 중국대륙은 홍콩 영화인 모두의 희망이고 한계이기도 하다. <강호>의 감독 웡칭포는 “중국 대륙에 진입하기 위해선 금기시하는 소재를 포기해야만 한다. 그런데 그 소재를 버리면 흥행이 되지 않는다는 게 진퇴양난의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어디에나 생존의 논
아시아 영화 기행: 홍콩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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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급행열차처럼 질주하는 변화의 도시지만 그 방향이 언제나 앞을 향하지는 않았다.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격변을 겪었던 홍콩은 아시아의 맹주와도 같았던 영화의 힘을 잃었고, 왕가위와 주성치 같은 드문 예를 제외하면, 더이상 외국 관객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아시아영화의 10년을 돌아보는 다섯 번째 여행지로 홍콩을 택한 건 경이적인 무협과 액션의 내공을 쌓아온 힘이 아직도 어딘가에 숨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동방의 진주라 불렸던 이 도시에서, 과거에 그랬듯 앞으로도 새로운 영화를 건설할 수 있다고 말하는 영화인들을 만났다. 이 글은 인디컴시네마가 기획하는 12부작 다큐멘터리 <아시아영화기행>의 홍콩편 촬영팀과의 동행기다. <씨네21>과 부산국제영화제가 후원하고 CJ미디어가 공동제공하는 <아시아영화기행>은 부산영화제 기간 동안 12편의 각 작품을 1편으로 모아 편집한 버전을 상영하고, 10월3일부터 12일까지는 SBS에서 연속 방영할 예정
아시아 영화 기행: 홍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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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본능대로 vs 연출대로
사건 일시: 2005년 6월23일
사건 장소: 경기도 파주 세트장
사건: 정순정이 스탠드를 휘둘러 김우택을 죽이다
“또 죽이기 시작했구나?” 파주 세트장에 들어선, 극중 오성호 형사 역의 문성근이 방 감독에게 인사 대신 농을 던지자, 모이를 놓칠세라 달려드는 병아리들마냥 후배 배우들이 두 사람 주위에 모여들어 왁자지껄이다. 정순정이 휘두른 스탠드에 얻어맞아 머리가 피범벅인 김우택 역의 장현성이 세트 바깥으로 나오자 배우들이 주고받는 만담의 수위는 더욱 높아진다. 문성근이 “빨간 모자를 썼네”라고 말하자 가짜 피를 뒤집어 쓴 장현성은 “한나절 멀쩡했는데 또 이지경이 됐네”라고 웃고, 극중 문성근의 동료 형사로 나오는 권오중이 “연기 너무 어색하더라. 감독님이 마지못해 오케이를 내시던데”라고 장현성을 공격하자 이번엔 방 감독이 “분량도 없는데 오중이는 항상 일찍 오더라!”라고 일침을 놓는다. 방 감독이 문성근에게 “못 보신 코믹액션을 보여드리
<오로라 공주> 사건일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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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랑 정화랑 괜히 싸움 붙이지 마요!” 지난 8월19일 저녁, 인사동의 한 음식점. 김현 편집실에서 감금 생활을 하다 머리도 식힐 겸 인터뷰에 응한 방은진 감독은 몇개의 질문에 답하더니 금세 기사의 방향을 눈치채고 미리 엄포를 놓는다. 일주일 뒤, 이태원의 한 레스토랑. “사진 찍는 거 아니죠”라며 편한 복장으로 나온 엄정화는 “아니, 감독님이 그런 말까지 했단 말이에요?”라며 이내 씩씩거린다. 돈독한 두 사람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이간질할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5년 준비 끝에 메가폰을 든 배우 출신 감독은 도대체 배우들과 어떻게 소통할까. 궁금증의 출발은 그러했다. 게다가 엄정화에게 방은진은 선배 배우지만, 신인 감독 아닌가. 촬영현장에서 두 사람이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일 것이라는 추측은 어렵지 않았다. “함구하고 그저 구경만 하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영화사를 설득했고, 이후 <오로라 공주> 촬영현장을 네 차례 방문할 수 있었지만, 매번 야식만 축
<오로라 공주> 사건일지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