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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말로 진짜 미국의 정의를 아는 애국자다. 나는 미국인이며 부시에게 표를 던지지 않은 절대다수 중 한 사람이다. 단지 추악한 미국인들만이 진실을 감추려고 할 것이다. 아이들이 석유와 부시 일가의 부를 위해 살해당했다. 미국은 수많은 폭력행위를 교사해왔다. 내 일은 진정한 미국인이 되는 것이고 잘못된 것들을 되돌려놓는 것이다. 또 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부시에게서 대통령직을 찾아오는 것이다.”
피터 바트 l 이번 칸은 지난해에 비해 유독 할리우드적이다. 이미 시사를 가진 <슈렉2>와 지난해의 <엘리펀트>를 비교해본다면 말이다. 할리우드영화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마이클 무어 l 나는 할리우드영화들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영화를 위해서든 그들만의 자리는 있다. 여러 가지 혼재된 영화들이 존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리고 ‘좋은’ 할리우드영화는 모두가 좋아한다.
피터 바트 l <반 헬싱>으로 여름 블록버스터 전쟁이 시작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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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를 끌어내리도록 영감을 주려 했다”
칸영화제가 중반을 달리던 5월16일. <버라이어티>의 편집장이며 <할리우드의 영화전략>의 저자인 피터 바트가 마이클 무어를 만나 공개 좌담회를 가졌다. <화씨 9/11>의 시사가 열리기 하루 전이었고 영화제의 공식행사도 아니었지만, 회견장은 순식간에 사람들로 가득 찼고 입장하지 못한 기자들의 항의로 소란스러웠다. 마침내 <버라이어티>의 하얀 천막 부스로 마이클 무어와 피터 바트가 등장했고, 박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 좌담회는 마이클 무어가 공식적으로는 처음으로 배급에 얽힌 문제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자리였다. 특이한 것은, 자리를 메운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국 언론들이었다는 사실인데 무어의 거리낌없는 정치적 발언에 타국 기자들보다 더 즐거워하는 눈치였다. 물론 이 좌담회가 열렸을 당시만 해도 마이클 무어를 포함한 그 누구도 <화씨 9/11>이 황금종려상을 가져가리라고는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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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쾌한 목표: 부시의 낙선
하지만 커다란 적과 객관적인 사료들이라는 두 가지 대상에서 약간 길을 잃은 듯한 무어도 ‘보통사람’에 카메라를 들이대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워싱턴과 이라크를 지나, 결국 무어가 돌아오는 곳은 그의 생기없는 고향마을 ‘플린트’다. 카메라는 이라크에 보낼 젊은 피를 구인하는 미군의 신병 모집관들을 좇는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모집하려는 대상이 직업없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같은 사회의 마이너리티라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전장에서 피를 흘리며 부시의 가오를 세워주는 친구들은 쓰레기더미에서 주워올린 하층 계급의 자식들이고, 그들이 목숨과 달러를 바꾸도록 몰아세우는 것이 결국 근본적인 미국 자본주의의 현실이다. 이게 참으로 가슴 저리는 순간이다. 오 위대한 아메리카. 아들들은 죽어가고 어머니는 오열한다. 죽은 아들에게서 온 편지들을 낭독하며 눈물 흘리던 한 어머니는 결국 백악관 앞에서 절규한다. 내 아들을 살려내라. 내 아들을 내 품으로 돌려보내라고. 카메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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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된 김선일씨는 결국 피살되었다. 그러나 정부는 파병원칙에는 변화가 없음을 재확인했고, 조지 부시는 “한국의 파병원칙에 변함이 없기를 바란다”고 전해왔다. 조지 부시가 만들어놓은 야만의 시대 속으로 휩쓸려가고 있는 것은 미국인과 이라크인만은 아니다. 한 사람의 죽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더 많은 피를 흘려야만 멈출 것처럼 보인다. 이라크 현지 미군이 김선일씨 피랍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 <화씨 9/11>은 그 어느 때보다도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영화다. 의아하게도 <화씨 9/11>은 우리의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과도 같은 ‘R등급’을 받았는데, 폭력과 거북한 이미지들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미국영화협회(MPAA)의 궁색한 설명이다. 무어는 “안타깝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몇년 안으로 15∼16살의 청소년들이 이라크에 파병될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전쟁에 나갈 당사자들이 내 영화
마이클 무어와 <화씨 9/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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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강헌 사건’은 3개 영화사(다인픽처스의 <무전유죄>, 씨네터의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진시네마의 <홀리데이>)가 추진, 또 한명의 영화감독(김영빈의 <휴일>)이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프로젝트다. 따라서 대체로 공통적인 내용을 제외한 예외 부분에만 영화사 및 감독명을 표기하였음을 밝혀둔다.
"지강헌 사건"
이런 사건 l “무전유죄 유전무죄.”(無錢有罪 有錢無罪) 한동안 이 말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돈이 없으면 죄가 되고, 돈만 있으면 죄도 가벼워지는 어두운 시대의 모순을 향해 던진 한 탈옥수의 울분이었다. 이른바 ‘지강헌 사건’. 1988년, 온 나라가 올림픽 성공의 흥에 취해 있을 무렵 주동자 지강헌을 포함한 12명의 죄수가 이송 중 탈옥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9일 동안 이들 일행은 수차례 인질을 바꿔가며 도주를 시도했지만,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했으며 가해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결국 지강헌을 포함하여 최후에 남은
충무로 실화영화 붐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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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영화의 두번째 특징: 시대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
여기서 실화영화 텍스트들의 두 번째 특징을 말할 수 있다. 역사의 의인화, 캐릭터화된 인물들이 살고 있는 그 시대 자체가 또 하나의 주인공인 것이다. 그것을 바로 ‘한국 근대사의 블랙홀’이라고 부르고 싶다. 실화영화의 소재에 대한 매력을 묻는 질문에 많은 제작자와 감독들은 ‘아이러니한 상황, 드라마틱한 면모, 영화 같은 사건’이 흥미로웠다고 동어반복적으로 대답하는데, 이 표현들은 진지하게 해석되어야만 한다. 왜 아이러니하고, 드라마틱하고, 영화 같아 보이는가? 즉, 자기 이미지의 탐사는 명확한 음과 양을 결론지을 수 없는 한 인간의 숨겨진 양면성에 이끌리기도 하지만 그 자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추론 불가능한 한국 근대사의 어느 지점으로 이끌리기도 하는 것이다. 일본의 독도 침략을 막기 위해 국가도 모르는 사이에 의용대를 조직해 거창한 나무 대포를 깎아놓고 3년간을 가짜로 버텨낸 <독도 수비대>, 군사정권의
충무로 실화영화 붐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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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티에 대한 믿음
<살인의 추억>과 <실미도>의 대중적 성공. 이것이 실화영화 붐을 설명하는 데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또 통상적으로 적확한 대답이다. 이 대답은 우선 틀리지 않다. “나한테만 많은 건지 영화계 전반적으로 많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실미도>를 기점으로 그런 제안이 많아진 건 사실이다. 트렌드에 일정한 흐름이 있다고 본다면 다음 트렌드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실미도>도 오래전부터 기획된 것이었고, 지강헌 사건도 오래된 전설 같은 기획들이다. 지연되던 기획들이 <실미도>를 통해 증명되었다고 볼 수는 있다”(<실미도>의 각본가, 김희재. 현재 그가 설립한 시나리오 창작 집단 베네딕투스에서 <독도 수비대>와 <홀리데이>를 작업 중이다. 그가 들려준 바에 의하면 이 밖에도 <실미도> 이후 여러 편의 실화영화 제의가 더 있었다고 한다). 또는
충무로 실화영화 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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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영화계에 실화영화 제작 붐이 일어나는 이유
충무로는 지금 ‘실화영화’ 제작 신드롬으로 들썩거리고 있다. 들썩거린다는 표현이 지나치다면, 서서히 그 일각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어쨌거나 왜일까? 이 현상을 단순히 트렌드라고 부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그러기에는 물적 규모가 너무 크고, 그 소재지가 너무 다양하며, 너무 많은 제작사에서 동시적으로 관심을 쏟고, 그 진행 속도조차 너무 빠르다. 사후약방문이란 말이 있다. 한국영화에 대한 저널리즘의 판단이 사후적인 선에서의 시체 의약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그 흐름의 중도에 끼어들어야만 한다. 그렇게 마주해야 하는 화두가 지금의 실화영화 제작 신드롬이다. 작품 외적인 추적과 작품 내적인 분석을 결합하면서 물어보자. 왜 과거의 실화는 지금 한국영화를 찾아왔는가? / 편집자
실화가 허구를 거느리는 이 현상이 그저 잠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지금 충무로에서는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제작이 우후죽순
충무로 실화영화 붐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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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 맨은 어떻게 하늘을 날까?
전편보다 막강해진 악당에 맞서기 위해선 스파이더 맨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작고 날쌘 몸으로 애크러배틱 스타일의 무예를 선보였던 스파이더 맨의 “레퍼토리가 다양해졌다”는 것이 제작진의 자랑. 구체적으로 어떤 장기가 추가됐는지는 비밀에 부쳐지고 있지만, 예고편에서 맛본 대로라면 스파이더 맨의 몸놀림은 한층 빠르고 유연하고 강력해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의 연인 메리 제인, 심지어 그의 숙모 메이마저 와이어 액션을 소화해낸다고 하니, 2편에는 ‘연약’하거나 ‘정적’인 캐릭터가 아예 사라져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1편의 엔딩에서 선보인 스파이더 맨의 뉴욕 상공 활강신을 2편에서는 더 자주 더 역동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는 것. 2편에 새로 합류한 빌 포프(<매트릭스> 시리즈) 촬영팀은 이를 위해 월스트리트의 빌딩 옥상에 크레인을 설치하고, 케이블에 카메라를 매다는 등의 비싸고 위험한 시도를 ‘밥 먹듯이’
비주얼 롤러코스터 <스파이더 맨2> [4] - 프로덕션디자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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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스파이더 맨>은 코믹북의 영화 버전은 이런 것이다, 라는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샘 레이미와 그의 스탭들은 원작의 본령을 놓지 않으면서도, 과감하고 창의적인 시도들로 스파이더 맨과 그의 악당과 연인에게 3차원의 무대와 그만큼 입체적이고 활력적인 삶을 선사했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돌아왔다. 무대는 똑같이 뉴욕이지만, 적수는 더 막강해졌고, 사랑과 우정엔 바람 잘 날이 없다. 전작의 성취를 넘어 그들은 무엇을 또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전세계에서 8억2천만달러라는 경이적인 흥행을 기록한 <스파이더 맨> 팀은 속편 제작에 전편의 2배에 달하는 2억1천만달러의 예산을 받아들었다. 토비 맥과이어의 허리 부상으로 주연배우 교체 위기를 겪었던 것을 제외하면, <스파이더 맨2>의 제작 과정은 순탄한 편이었다. 지난해 4월에서 8월 말까지 진행된 촬영의 결과물에 대해선 몇 가지 예측이 나돈다. 프린트에 윤기와 광채가 넘쳐흐르리라는 당연한 예상과 샘 레
비주얼 롤러코스터 <스파이더 맨2> [3] - 프로덕션디자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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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보다는 ‘이야기’와 ‘캐릭터’
대개의 경우 인터뷰를 하다보면 감독들은 지나치게 말이 없거나 혹은 지나치게 말이 많다. <이블 데드> 등 B급 감수성을 가진 영화로 인정받아온 셈 레이미 감독의 이력을 생각할 때, 괴짜일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어떤 질문을 해도 조리있는 에세이형으로 대답하는 모범생형이라고 해야 하나. 넥타이까지 맨 양복 정장을 입고 등장한 감독은 처음이었다는 점도 덧붙인다.
-2편 제작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
=영화의 모든 부분이 나름대로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어떤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영화제작의 단계별로 특정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하는 게 낫겠다. 특별히, 사전제작의 경우 방대한 원작에서 영화의 스토리라인을 뽑아내는 거였다. 관객이 공감을 느끼고 몰입할 만한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사건과 인물의 전개 방향을 정하는 것 등. 기술적인 면에서는 아무래도 닥터 옥토퍼스를 어떻게 그려
비주얼 롤러코스터 <스파이더 맨2> [2] - 감독 샘 레이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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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에는 반드시 책임감이 따른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 미디어에서 흘러나올 법한 선전용 광고나 마이클 무어식 다큐멘터리의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빨강, 파랑의 유니폼과 거미줄 몇 가닥만으로 2002년 전세계 관객을 손아귀에 넣은 사나이, 스파이더 맨이 올여름 풀어야 할 숙제다. 거미줄에 매달려 아찔한 뉴욕 마천루 사이를 활강하는 재미만으로도 쏠쏠할 스파이더 맨에게 ‘책임감’이니 하는 단어가 너무 무겁다고 느낀다면, 그건 스파이더 맨이 우리와 다르지 않게 고층빌딩 숲 아래 북적대는 거리 출신이라는 걸 잠시 잊었기 때문일 것이다. 태생이 외계인이라 중력의 지배를 받지 않는 슈퍼맨과 달리 평범한 도시인 피터 파커가 스파이더 맨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중력의 무게만큼이나 지난할 수밖에. 덤으로, 올여름 돌아온 스파이더 맨은 제작비 2억달러와 1편의 대성공이라는 이중의 짐까지 지고 있다.
6월13일 저녁, 개봉을 2주 남짓 앞둔 <스파이더 맨2>의 해외 기자 시사회가
비주얼 롤러코스터 <스파이더 맨2> [1] - LA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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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수하라, 고로 너는 존재한다
“사실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건 실수들이 아닐까?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사랑에 빠진다거나 아기를 갖거나 현재의 우리로 있지 못할 테니까.” _캐리
그녀들은 똑같은 옷은 두번 다시 입지 않지만, 똑같은 실수는 열번이고 되풀이한다. 캐리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던 미스터 빅의 키스를 매번 받아들이고, 미란다는 고환암으로 더이상 ‘쌍방울’일 수 없는 스티브에게 ‘자비의 섹스’(merci fuck)를 선사한 끝에 임신한다. 결혼의 쓴맛을 이미 맛본 샬롯도 두 번째 불구덩이 속으로 자신을 던져넣는다. 그렇게 이들은 무의식적으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조건반사의 희생물들”이자 ‘파블로프의 개’들이다. 하지만 삶은 실수라는 벽돌로 지어진 구조물이다. 그들은 실수를 통해 성숙해가고, 드라마는 실수를 통해 진행되며, 시청자들은 그들의 실수를 통해 안도감을 얻는다. 하바드를 졸업한 변호사도, 잘 나가는 칼럼니스트도, 똑똑한 큐레이터도 실수로 점철
<섹스&시티>가 알려주는 싱글생활 6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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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위할 때 어떤 남자를 상상해?” “(입모아) 러셀 크로!” “아, 러셀 크로 전엔 도대체 누굴 생각하면서 자위를 했던거야?” “(다시한번 입을 모아) 조지 클루니!!”
“뭐 저런 여자들이 다 있어?” 처음 그녀들을 만났을 때를 기억해본다. 긴 얼굴에 요란한 옷차림의 캐리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고, 얌전하게 생긴 샬롯은 엉뚱하기 그지없었으며, 섹스의 화신인 사만다는 멋있다 못해 무섭게 느껴졌고, 빨강머리에 “시니컬의 터치스톤”이라 부를 만한 미란다는 지나치게 딱딱했다. 게다가 이 여자들이 나누는 노골적인 대화라니! 맨해튼과 인구밀도를 제외하고 공유할 것이라고는 고양이 오줌만큼도 없는 대한민국에 사는 여성들에겐, 알아도 말하지 말아야 할, 들어도 안 들은 척해야 하는, 그런 이야기였다. 키스할 때 얼굴 가득 침을 묻히는 남자, 오럴섹스 뒤에 키스하는 남자, 하다가 꾸벅꾸벅 조는 남자, 평소엔 얌전하다가도 침대에만 누우면 입에 담을 수 욕설을 내뿜는 남자, 트리플섹스를 강요하는 남
<섹스&시티> 여자들의 욕망에 대한 재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