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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음악과 관련한 하나의 테마를 선정해, 음악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려 도모하는 ‘주제와 변주’ 섹션에서는 올해의 주제를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로 선정했다. 최초의 유성영화이자 뮤지컬영화인 <재즈싱어>를 비롯해 <브로드웨이 멜로디> <42번가> 등 총 7편의 작품이다.
영화사적인 의미에서 볼 때 <재즈싱어>는 일종의 혁명이었다. <재즈싱어>가 나오기 이전까지 표정과 몸짓으로 연기했던 배우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고, 극장 앞 무대에서 연주되던 생음악은 점차 사라지게 되었다. 유성영화의 시작이 뮤지컬영화의 시작과 궤를 같이하는 점도 흥미롭다. 실제로 <재즈싱어>에서 대부분의 대사는 자막으로 처리되지만 재키(알 존슨)의 노래는 스크린에서 흘러나온다. ‘쇼는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재즈싱어>의 대사 한 대목은 이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의 명제가 되기도 했다.
화려한 쇼를 연출하기 위한 장소로 뉴욕 브로드웨이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쇼, 쇼, 쇼!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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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영화제가 뮤지션의 인생담을 제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뮤지션의 삶은 그 자체로 영화적이다. 화려한 영광과 쓸쓸한 추락이 공존하고, 뿌리치기 힘든 유혹과 경쟁의 드라마가 있다. 그들의 히트곡을 연달아 들을 수 있는 것 또한 이러한 영화들이 가진 매력이다. 제천영화제가 마련한 ‘뮤직 인 사이트’ 섹션은 음악을 통해 한 뮤지션의 삶을 엿보고, 여러 음악 문화들을 탐방하는 영화들로 채워져 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전설적인 레게 뮤지션 밥 말리를 비롯해, 재즈 가수 아니타 오데이, 동구권의 팝스타인 딘 리드의 삶과 음악을 고찰하는 영화들이 소개된다.
지난 20005년 2월7일은 밥 말리의 탄생 60주년을 맞이한 날이었다. 전세계에서 모인 약 35만명의 팬들과 레게 뮤지션들, 그리고 생전에 밥 말리가 추종한 자메이카의 종교운동 ‘라스타파리안’의 신자들은 이날 에티오피아에서 그의 탄생을 기념하는 콘서트를 열었다. 다큐멘터리 <밥 말리에게 바침>은 이 축제의 모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전설적 뮤지션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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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호반이 들썩일 때가 됐다. 제4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가 오는 8월14일부터 19일까지 제천시 일대를 음표들로 수놓는다. 그동안 맑은 물과 풍광, 바람 좋은 도시라는 제천의 특징을 휴양영화제라는 컨셉으로 살린 제천영화제는 올해 경쟁영화 부문을 도입해 새로운 도약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도약의 발판은 다소 모호한 음악영화란 개념을 하나의 장르로 구축하는 것이다. 전세계 32개국에서 날아온 82편의 상영작 또한 그런 맥락에서 관객에게 소개될 작품들이다. 아무런 이유없이 무작정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부터 실존한 뮤지션을 추억하고 회고하는 작품, 음악을 통한 경이로운 만남, 그리고 고전 할리우드 뮤지컬영화를 테마로 한 특별전까지 제천을 찾아갈 여러 영화들을 소개했다. 아울러 고환율, 고유가 시대를 맞아 제천영화제로 휴가를 떠날 이들을 위한 친절한 가이드도 덧붙인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스크린, 음표로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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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는 비밀이 많다. 뻔히 누구나 알 수 있는 것도 비밀이고, 진짜 몰라서 비밀인 것도 비밀이다. 뭐, 몰라도 상관없지만 <다찌마와리>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알아두면 좋을 여러 가지 것들을 류승완 감독의 목소리로 깔끔하게 정리해봤다.
1. 스위스 설원의 봅슬레이 액션을 만끽하라
자기 옷을 봅슬레이 삼아 내려오는 스키장 액션신은 가장 촬영하기 힘들었다. 촬영하느라 정말 지랄발광을 했다. 장비도 없고 노하우도 없으니 테스트를 되게 많이 했는데 크게 두 가지 방식이었다. 먼저 스노모빌에 카메라를 태워 뒤에서 달리는 것, 근데 스노모빌이 턴이 잘 안 돼서 고생 많이 했다. 그러다 최첨단 장비까지도 생각해봤는데, 어디까지 갔느냐면 큰 고무보트에 사람을 묶어놓고 보트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보트와 사람이 같이 쫙 가는 거다. 그런데 문제는 컷한 이후의 상황이다. 다들 좋은 아이디어라고 막 박수쳤는데, 컷하면 보트도 멈춰야 하니까 ‘그런데 어떻게 멈추지?’하는
<다찌마와리> 영업비밀 전격 공개! 프린스턴대의 로케이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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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는 궁금한 점이 많은 영화다. 한국을 배경으로 한 곳이 한 군데도 없는데 어디서 촬영했는지도 궁금하고, 화려한 대사들은 어디서 왔는지도 궁금하며, 액션장면들의 비밀은 뭘까 또 궁금하다. 오는 8월28일 몸으로 삶을 연기하는 액션배우들의 활약상을 그린 <우린 액션배우다>의 개봉을 기다리는 정병길 감독이 독자를 대신해 질문자를 자청했다. 서울액션스쿨 스턴트맨들이 두 영화에 모두 참여했고 <우린 액션배우다>에는 <짝패> 촬영현장 컷이 담겨 있기도 하기에 그리 생소한 인연은 아니다. 웃고 떠들며 유쾌하게 <다찌마와리>를 봤다는 그가 옛날 <다찌마와리>부터 묻기 시작했다.
-<다찌마와리>를 7년 만에 다시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사실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다. 예전부터 극장용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한동안 다른 영화를 진행하느라 바빴다. <야차>라고 제법 큰 규모의 영화
[류승완] “임원희가 아니면 <다찌마와리> 못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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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찌마와리>에 대해 궁금한 것들, 류승완 감독, 임원희, 박시연 인터뷰
<다찌마와리: 악인이여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라>(이하 <다찌마와리>)는 영양가와는 별개로 꼭 한입 머금고 싶은 맛난 사탕 같은 영화다. 지난 전주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던 <우린 액션배우다>의 정병길 감독이 선배 류승완 감독을 만나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100% 후시녹음으로 배꼽 잡게 하는 두 주인공 임원희와 박시연을 만났다. <다찌마와리>를 보기 전에 알고 보면 더 좋을 두세 가지 것들도 꼼꼼히 챙겼다.
쾌남 스파이의 역습! 폭소행 급행열차를 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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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에서 백만장자 브루스 웨인과 고담시를 지키는 배트맨을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은,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를 한 얼굴에 담고 있는 배우다. <로렐 캐년>(2002), <하쉬 타임즈>(2005)에서처럼 일상적인 인물을 연기한 적도 있지만, 관객은 감정을 포기한 집행인(<이퀼리브리엄>)이나 불면증으로 환각을 보는 기계공(<머시니스트>), 인정받지 못하는 영웅(<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과 같은 극단적인 역할들로 그를 기억한다. “틀에 박힌 배우가 되지 않으려고 하지만, 내가 연기한 캐릭터들에서 공통점이 발견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가 연기하는 인물들의 공통점은 양면성에 있다. 선악과 명암이 분리되지 않으며,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동시에 우직하며 천연덕스럽다. 월스트리트 은행가의 가면을 쓴 사이코패스를 연기한 <아메리칸 싸이코>(2000)를 필두로 성인
[크리스천 베일]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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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또 보게 될 거야. 넌 나를 죽일 수 없어. 나 역시도 너를 죽일 수 없지.”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에게 던진 조커의 마지막 대사와 달리 관객은 앞으로 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없을 것이다. 그것이 히스 레저의 마지막 모습이기 때문이다. 히스 레저는 지난 2008년 1월22일 자신의 아파트 침대 위에서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당시 그는 <아임 낫 데어> <다크 나이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등을 촬영하면서 연기에 대한 중압감 때문에 수면장애를 겪었고, 그때마다 항우울제와 수면제를 복용했다고 한다.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만인의 찬사를 받고 있다. 팀 버튼 감독의 1989년작 <배트맨>에서 잭 니콜슨은 연극적인 과잉 연기로 익살스럽고 여유만만한 강한 카리스마의 조커를 표현해냈다. 그에 반해 히스 레저가 그려낸 조커는 ‘혼돈’ 그 자체다. <버라이어티>는
[히스 레저] 감정의 심장을 건드리는 절제된 카리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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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다. 영화를 보며 이토록 무력감에 사로잡힌 건. 크리스토퍼 놀란은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카오스의 세상을 보여주지만, 그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망연자실 바라보는 것이 전부이다. 그렇게 <다크 나이트>는 관객에게 ‘정신적 탈진’을 강요한다. 인물의 경험을 관객에게 전이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왔던 크리스토퍼 놀란은 신작 <다크 나이트>에서 고담시를 짓누르는 절망의 심연을 관객에게 체험할 것을, 그 아찔한 현기증을 함께 느낄 것을 요구한다. 물론 이는 어두운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아이맥스 촬영의 효과이기도 하지만, 부패로 만연한 고담시가 단지 영화 속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 그 자체로 인식하게 함으로써 성취된 것이기도 하다. 내게 이 영화를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걸작’이라는 것 외에는 없다. <다크 나이트>, 한마디로 걸작이다.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는 만족할 만한 작품이긴 했지만, &l
크리스토퍼 놀란은 <다크 나이트>에서 무엇을 성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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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마다 극장가를 공습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영화적으로도 훌륭할 수 있을까. 그동안 몇몇 블록버스터가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은 적은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건 ‘블록버스터임에도’ 또는 ‘블록버스터라는 점을 고려하면’이라는 단서 조항이 달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 <다크 나이트>는 정말이지 다르다. <다크 나이트>는 시나리오, 연출, 연기, 영상, 기술적 완성도는 물론이고 사회·정치적 적합성이나 마케팅 기법에 이르기까지 흠잡을 데 없다는, 블록버스터로서는 유례없는 평가를 받는다. 대중의 환호성 또한 대단해 이 영화는 미국 박스오피스의 거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명품 블록버스터’라는 말을 붙여도 전혀 어색함이 없을 <다크 나이트>의 모든 것을 살펴본다. 아울러 <배트맨 비긴즈>와 이 영화를 통해 거장의 반열에 오르려 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존재론적 고뇌 속에서 갈등하는 배트맨을 훌륭하게 소화한 크리스천 베
<다크 나이트> 걸작 블록버스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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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EA_ 지구에 홀로 버려진 채 700년을 보낸 로봇이 있다면?
“만약 인류가 지구를 떠나면서 마지막 로봇의 전원을 끄는 것을 잊어버렸다면?” <월·E>의 시작은 누군가가 장난처럼 던진 하나의 문장이었다. 1994년, 지금은 업계의 전설이 되어버린 한 점심 식사 자리. 픽사의 초창기 멤버였던 존 래세터(공동 창립자,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카> 감독)와 피트 독터(<몬스터 주식회사> 감독), 앤드루 스탠튼(<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각본, <니모를 찾아서> 감독)은 첫 장편애니메이션인 <토이 스토리>를 제작 중이었다. 데뷔작의 성공 여부가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을 당시, 그들은 부담을 털어내보자는 뜻에서 자유로운 난상토론을 벌였고 바로 이 자리에서 향후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가 될 다양한 아이디어들
픽사의 걸작 애니메이션 <월·E>는 어떻게 창조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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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걸작”(<뉴욕 매거진>), “기계가 아닌 이상 당신의 심장은 녹아버릴 것이다”(<뉴스위크>), “진실한 환경주의 우화인 동시에 우리를 무장해제하는 달콤하고 간결한 러브스토리이며, 그 정서적인 순수함에 있어서 채플린적(Chaplinesque)인 작품”(<뉴욕타임스>), “대담한 동시에 정통적이고, 혁신적인 동시에 친숙하며, 종말론적인 동시에 감성적인, 다른 영화였다면 파괴되어버렸을 모순들을 하나로 끌어안아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작품”(<LA타임스>). 이보다 더 꿈결같은 찬사를 맛본 애니메이션이 있었을까. <라따뚜이>를 향한 평단의 지지가 달콤한 연가였다면, 이것은 가히 열광적인 찬송가다. 로튼토마토닷컴 신선도 96%, <메타 크리틱>의 평균 리뷰 점수 94점. 까탈스런 평론가들에게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든 주인공은 바로 지구 폐기물 분리수거 기계(Waste Allocation L
<월·E> 당신의 심장을 녹일 로봇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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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더 요원, 그동안 잘 도망다니셨어요? 사실 첫마디를 이렇게 시작하려니 어색하네요. 멀더 요원이 스컬리 요원과 도망길에 올랐단 이야기를 전해 듣고 목덜미 좀 잡았답니다. 만날 아닌 것처럼 하더니만 어느 사이엔가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으니 놀랄 수밖에 없어요. 설마 이번에 만나면 또 그렇고 그런 거 아니라고 손사래칠 건가요?
첫마디가 상당히 무례했죠? 미안해요. 하지만 그렇게 미진하게 끝내고 가버린 멀더 요원을 생각하면 6년이 지난 지금도 살짝 억울하답니다. 멀더 요원은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하고 나도 그건 이해하지만, 떠난 것은 멀더 요원이지 내가 아니라고요.
멀더 요원이 돌아온다니까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갑자기 실체가 되어 내 어깨 위에 무겁게 내려앉았어요. 지금처럼 멀더 요원이 보고픈 때가 없어요. 돌아올 기약이 없다고 포기했을 때는 과거의 멀더 요원을 머릿속에서 불러내 보고 싶은 모습만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이제 멀더 요원은 실체가 되어 나타날 테죠. 기뻐요. 어떤 모
엑스파일 부서가 다시 바빠져야 할 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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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와는 자주 연락하고 지냈나.
=(명확한 톤으로) 물론이다. 주로 이메일로 연락을 나누었고, 가끔 기회가 나면 커피도 마셨다.
-늘 받는 질문이겠지만, 어떻게 다시 합류하게 되었나.
=우리 모두 <엑스파일>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6년이라는 시간이 적당했던 것 같다. 시리즈 끝나자마자 혹은 1~2년 뒤 하자고 했으면 못한다고 했을 것 같다.
-이번에는 멀더와 스컬리의 관계에 중점을 둔 이야기이다. 그 점이 출연을 결정하는 계기였나.
=아니다. 시나리오가 나오기도 전에 하겠다고 했으니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막상 나온 시나리오가 엉망이면 어땠을까 싶기도 한데, 우리는 오랜 시간을 함께하면서 쌓아온 신뢰라는 게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질리언 앤더슨] “우리 모두 <엑스파일>을 그냥 보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