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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연기하는 레프트백 김혜경은 대표팀에서 가장 이성적인 선수다. 일본에서 실업팀의 감독 겸 선수로 뛰다 대표팀의 감독대행으로 불려온 김혜경은 곧 경질되지만, 명예회복을 벼르며 끝까지 선수로 대표팀에 남는다. 협회는 그녀의 이혼 경력을 문제삼기도 하고, 신임감독 엄승필은 자신의 옛 남자친구라 껄끄럽기도 하지만 좀체 흔들리지 않는다. 빚에 쪼들려 전전긍긍하는 친구 한미숙 등과 비교하자면, 대표팀 내에서 가장 경제적으로 넉넉한 선수이긴 하지만 그녀 역시 남모르는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 어쩌면 그 슬픔은 핸드볼에서만큼은 최고가 되고 싶다는 욕망과 겹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생 라이벌이자, 넘지 못할 벽이었던 미숙을 이기기 위해 언제나 2배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던 그녀가 어느덧 세월이 흘러 미숙을 보듬어주는 처지가 된다. 선수로서의 경쟁심도 이제는 모두 하나가 되기 위한 눈물과 우애로 변한다. 그렇게 혜경은 강한 여자다. 지금껏 김정은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강한 사람이다.
[김정은] 무엇을 하느냐보다 누구와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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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문소리는 선택의 순간에 자주 놓인다. 빚에 좇기는 남편과 핸드볼 코트 사이에서, 자신을 위해 돈을 모아준 친구의 우정과 얼마 남지 않은 자존심 사이에서. 영화는 여러 인물의 다양한 굴곡으로 이야기를 만들어가지만 문소리가 연기한 미숙에게 좀더 무게를 둔다. 그리고 이 무게는 ‘연기파 배우’라 칭해지는 문소리의 명함과도 겹친다. <오아시스>의 연기로 주목받기 시작해 <바람난 가족>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 <가족의 탄생> 등 배우로서 질문을 던지고 하나씩 답란을 채우듯 작품을 쌓아온 문소리는 특정한 이미지로 기억되곤 하는 여배우와 달리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다소 무심한 호평 속에 기억되었다. 올해 처음으로 도전한 TV드라마 <태왕사신기>에 대한 잡음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문소리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TV드라마에서 다소 길을 헤맸는지 모른다. 하지만 문소리는 대다수의 여배우들이 거절하는 역할에
[문소리] 혼자 묵묵히 싸우면서 견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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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키키 브라더스>(2001)로부터 무려 6년 뒤, 임순례 감독이 여자핸드볼팀 이야기로 돌아왔다. 모두가 알고 있는 실화의 현장으로 뛰어든 그는 리얼리티를 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요, 자신의 마이너한 감성을 좀더 대중적 화법으로 펼쳐 보이는 작업에 고심했다. 삶의 안팎에서 위기에 처한 ‘비인기종목’ 선수들을 관조하는 섬세하고 따뜻한 감성은 여전하고, 아줌마가 중심이 된 선수들의 좌충우돌하는 입담과 퍼포먼스도 발군이다. 지난 10년간 단 3편이라는 과작(寡作)의 감독인 그는 <우생순>을 통해 언제나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싶었다는 욕심에 한발 가까이 다가섰다.
-<무림고수>를 준비하다가 <우생순>에 뛰어들게 된 상황은.
=<무림고수>는 시나리오 초고까지 나왔는데 캐스팅이 잘 안 됐다. 아무래도 스타 캐스팅에 힘썼는데 하필 그즈음 원했던 배우들이 다 군대를 가더라. (웃음) 그렇다고 제대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른
[임순례] “내 생애 가장 즐겁게 만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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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경기가 있었던 때는 2004년 8월29일 일요일 저녁이었다. 계속되는 동점에 연장, 재연장 그리고 마지막 승부 던지기까지 정말 아테네의 선수들은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었다. 한국의 시청자 또한 손에 땀을 쥐며 마음 졸이기는 마찬가지였다. 1996년에도, 2000년에도 우리는 그랬다. 이전까지 1988년 서울올림픽,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연이어 2연패를 달성한 여자핸드볼 대표팀은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핸드볼 강국인 덴마크에 져 은메달을 따냈고(‘머물렀고’라는 표현은 삼가고 싶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도 준결승전에서 덴마크에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해 4위에 머물렀다. 아시아로 한정하자면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부터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까지 5연패라는 경이적인 업적을 달성했으니 실력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뭐든지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어야 인정받을 수 있는 게 한국사회라지만, 그들은 그렇게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도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했다.
임순례 감독의 신작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어떻게 완성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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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하 <우생순>)에 대해 말하기에 앞서 먼저 당시 상황부터 정리해보자. 2004년 당시 한국 여자핸드볼은 실업팀 5개, 국가대표 선수 일당 2만원, 올림픽에 참가할 선수가 모자라 은퇴한 선수들을 불러들여야 했다. 코트 위에서만큼은 무적(無敵)의 세계적 플레이어로 인정받는 선수들이었지만 평소 대한민국에서는 그저 무적(無籍)의 실업자 신세였다. 그렇다면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유럽 강호들과의 힘겨운 싸움 끝에 결승전에서 맞붙었던 덴마크는 어땠나. 무려 실업팀 1035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핸드볼이 ‘국기’라 해도 틀리지 않은 세계 최강의 여자핸드볼 국가였다. <우생순>은 바로 당시 결승전을 중계하던 해설자가 말했던 대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치러낸 한국 아줌마들의 생생한 이야기다. 김균희 PD와 나현 작가를 통해 지난 40개월의 제작과정을 더듬어보고, <와이키키 브라더스> 이후 오랜 숙성 끝에 7년 만의 세
생애 최고의 순간을 위한 40개월간의 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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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이라는 이름은 자연스레 ‘트렌드’ 또는 ‘패션’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한 여성의 불륜을 세련된 영상 안에 담아냈던 <정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현대적 감각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인터넷 만화를 바탕으로 청소년의 삶을 아나키즘적으로 묘사한 <다세포 소녀> 등 그의 영화는 시대의 흐름을 이끌어(내려 해)왔다. 하지만 그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귀향>은 뭔가 다르다. 한 실향민 노인의 이야기라니, 게다가 그가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고향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니, ‘역 트렌드’쯤 되는 건가.
이재용 감독은 <귀향>을 <다세포 소녀> 촬영을 끝낼 무렵 떠올렸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한 사람이 죽음이 가까웠을 때 어떤 생각이 들까, 말년을 어떻게 준비할까 같은 궁금증에서 시작됐다. 부모님이 연로해가시는 것을 곁에서 보면서,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노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그리고 나 자신
[2008 한국영화 신작] 이재용 감독의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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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하루>는 이윤기 감독이 준비하는 새 영화의 제목이다. 국내에도 출간된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소설 단편집 제목이자 이 책에 실려 있는 첫 번째 작품. 이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 책의 작품들은 대체로 실생활에서 벌어진 약간의 일탈과 해프닝, 폭소는 아니지만 어딘가 짙은 웃음을 남기는 유머, 알 듯 말 듯한 묘한 깨달음 그리고 바람결처럼 어느새 불어온 다짐의 느낌으로 자주 싸여 있다. 이윤기 감독의 전작 <아주 특별한 손님>도 그 작품들 중 하나인 <애드리브 나이트>를 원작으로 했다. 남성감독임에도 여성 화자의 섬세한 캐릭터와 감수성을 포착해낸다고 평가받아온 이윤기 감독은 <아주 특별한 손님>에서 그 여자의 묘한 자아찾기의 판타지를 보여주었다. 지금 다이라 아즈코의 세계와 이윤기의 세계 사이에는 다시 한번 접점이 놓인 것이다.
돈이 궁해진 노처녀가 자신에게 돈을 꾸어간 옛 애인을 찾아가 돈을 달라고 한다. 그러자 그가 자신에게
[2008 한국영화 신작]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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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명의 탈영병과 쫓는 사냥꾼들의 이야기라니. 이송희일 감독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드디어 ‘군복 페티시’ 영화를 향한 개인적 열망이 터져나왔느냐고 농을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탈영’은 “소싯적에 그에 관련된 소설도 하나 썼을 만큼” 그가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둔 소재였고, 마침내 때가 됐다고 느낀건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나오면서부터다. “이제는 군대 내부의 모순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 사실 한해 장교만 100명 넘게 탈영한다. 사병은 더 많지 않을까.” 문제는 마침내 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군대와 탈영이라는 소재는 짐짓 낡아 보인다는 사실이다. 이송희일 감독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70~80년대로 할까 고민을 거듭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자료조사를 하면서 그는 마음을 바꿨다. “군대와 엄마라니. 얼마나 신파적이고 구태의연한가 말이다. 하지만 21세기에도 탈영의 첫 번째 이유는 가정사다. 둘째는 애정문제, 셋째는 구타다. 이건 올드
[2008 한국영화 신작] 이송희일 감독의 <사냥꾼의 밤>(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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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판석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영화 <국경의 남쪽>(2006)으로 망했고, 드라마 <하얀 거탑>(2007)으로 다시 흥했다. <국경의 남쪽>을 끝낸 뒤 그는 한동안 잠행했다. “찾는 사람도 없고 친한 사람들은 또 내 눈치 보느라 연락없고. 가만있어도 저절로 고즈넉한 시간이 찾아오더라.” 심지어 이 무렵엔 세금도 제대로 내지 못할 형편으로 오해받아 아들이 미국 비자도 제때 받지 못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렇다고 <하얀 거탑>이 재기를 위해 처음부터 작심하고 덤벼든 결과는 아니다. <국경의 남쪽> 전에 김종학 프로덕션쪽에서 드라마 한편을 만들어야 했고, 일본 원작 소설이 1960년대에 쓰인 것이라 작가에게 각색을 위한 취재를 부탁한 뒤, 그는 <국경의 남쪽>에 빠져들었다. 뒤늦은 약속을 지킨 셈인데, 그 <하얀 거탑>이 엄청난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줄은, 그리고 낙담한 자신에게 “힘
[2008 한국영화 신작] 안판석 감독의 <암행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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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 쓰나미가 닥친다’는 설정만으로도 <해운대>는 이미 ‘보고 싶은 영화’다. 한국 영화계에 있어 최근 몇년간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재난영화인데다, 현재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신기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더불어 100억원대 규모의 대작이기 때문이다. 이 거대 프로젝트를 위해 제작사인 두사부필름은 할리우드와 손을 잡았다. <딥 임팩트>(1998), <퍼펙트 스톰>(2000), <투모로우>(2004)의 CG 작업에 참여했던 한스 울릭이 대표로 있는 폴리곤 엔터테인먼트가 바로 특수효과를 책임지게 된다. 한스 울릭의 이력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 <해운대>는 ‘한국판 <투모로우>’가 될 야심을 품고 있다. 2008년에 나올 한국영화들 중 최고 예산 영화가 될 것이란 기대도 틀리지 않다.
실제 부산 출신이기도 한 윤제균 감독에게 해운대는 꽤 사연 많은 곳이다. 여느 부산 사람들이
[2008 한국영화 신작]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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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실리 2km>를 끝내고 난 뒤 신정원 감독은 꽤 많은 코미디 시나리오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연출 의뢰를 모두 거절했다. “내가 이상한 건가. 어쨌든 웃기려고 작정한 시나리오들이었으나 전혀 웃기지가 않았다”. 미리 귀띔하자면 신정원 감독의 감성과 취향은 좀 유별나다. 그는 웃기는 영화들과 웃기지 않는 영화들로 가치를 매긴다. 홍상수, 이창동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지만 그건 그들의 영화들이 정말 웃겨서다. “그들의 영화에는 짜고 치는 게 없다. 진짜 자신들이 관찰한 세상이 들어 있고 그래서 웃기다.” 반면 “밥도 안 먹고 사명감 하나로 싸우는 영웅들이 아무렇지 않게 등장하는” 블록버스터는 하나도 안 웃긴다. 그만의 웃긴다는 표현은 그러니까 코믹하다는 의미 이상이거나 완전히 다른 뜻이다. 어쨌든 남들이 못 웃기니 본인이 웃기는 수밖에 없다. 식인 멧돼지 이야기 <차우>는 그렇게 세상에 태어났다. 그의 비뚤어진 상상력이 괜한 공상은 아니다. 왜 하필 돼지인가,
[2008 한국영화 신작] 신정원 감독의 <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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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외로워서요.” 처음으로 본격 대중영화를 만들게 된 이유를 답하면서 송일곤 감독은 유쾌한 웃음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그 말이 농담이라는 뜻은 아닌 듯했다. “좀더 많은 대중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사실 개인적으로 대중성이 있으면서도 힘있는 영화를 좋아하거든요.” <꽃섬> <거미숲> <깃> <마법사들> 등 예술영화적 지향이 명확하거나 대중영화와 예술영화의 경계에 놓인 작품을 만들어온 송일곤 감독의 첫 상업영화는 <사화>(가제)다. 사화(士禍), 그러니까 조선시대에 선비들이 반대파에 몰려 화를 입은 사건을 모티브로 가져온 이 영화는 한 가족의 흥망을 그리는 호러영화다. 제작사에서 제시한 4개의 시나리오 중 그는 “비극적인 캐릭터들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나 그리스 비극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 작품을 덥썩 집어 들었다. <사화>의 주인공 박윤겸은 가문을 일으키기 위해 사화를 일으켰지만 이 과정에서 친동생마
[2008 한국영화 신작] 송일곤 감독의 <사화>(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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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인정하는 바지만 김윤철 감독은 여성의 내면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그를 대표하는 두편의 드라마가 이를 입증한다. 미니시리즈 <내 이름은 김삼순>과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골드 님프상을 받은 단막극 <늪>에서 김윤철 감독은 여성의 내밀한 욕망에서 아기자기한 사랑이나 섬뜩한 질투와 복수심을 끄집어내 보여줬다. 그가 데뷔작으로 <블루 혹은 블루>(가제)를 선택한 것 또한 여자주인공 캐릭터 때문이다. 원작에 해당하는 일본 작가 야마모토 후미오의 소설 <블루 혹은 블루>(대교베텔스만 펴냄)는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여성을 만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돈 많은 남편과 사랑없는 삶을 영위하던 주인공은 그녀가 과거에 사귀다 헤어진 남자와 함께 사는 것을 알게 되고, 한달 동안만 자리를 바꿔서 살아보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그 남자가 폭력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주인공은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려 하지만 또 다른 그녀는 버티
[2008 한국영화 신작] 김윤철 감독의 <블루 혹은 블루>(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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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라이즈픽쳐스의 원동연 대표을 만나 스키점프 국가대표에 대한 아이템을 들었던 것이 2007년 초였다. <미녀는 괴로워>가 개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한편 완성하면 적어도 1년은 다부지게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김용화 감독은 몇년째 단상으로만 머물던 시중의 프로젝트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기이한 경험을 했다. “운전을 하고 가는데 의지와 무관하게 내 머릿속은 스키점프 국가대표 캐릭터들을 만들고 있었다. 실력은 있지만 국가대표를 할 수 없는 처지의 입양아와 여자애들 꼬이기 바쁜 삐끼와 성인이 됐는데도 아버지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친구와 <오! 브라더스>의 봉구 같은 4차원 세계를 헤매는 동생을 둔 청년. 시나리오에 있는 청춘들의 모습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때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시나리오에 등장한다.” 원 대표로부터 스무살 언저리의 양아치들이 군대를 면제받겠다는 불순한 목적으로 스키점프에 도전한다는 내용을 들었을 때만
[2008 한국영화 신작] 김용화 감독의 <국가대표>(가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