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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그녀 때문이었어요. 어느 날 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침대에 누워 리모컨으로 여러 채널을 섭렵해가던 저의 눈이 한곳에 멎었답니다. TV 속에서는 불투명한 커튼과 난데없이 피어오르는 스모그 사이로 한 여자의 실루엣이 등장했지요. 그녀를 바라보는 TV 속 남자의 눈동자가 커졌어요. 저는 한눈에 지금 그녀가 나신인 걸 눈치챘죠. 이건 뭔가. 설마 지금 올 누드로 저 남자를 공략하려는 건가. 아무리 케이블이라지만 TV에서… 헉. 생각의 마침표를 찍기도 전에 그녀는 정말 올 누드로 조명을 받았어요. 손을 뻗어 남자의 얼굴을 쓰다듬던 그녀가 말했어요. “정말,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어.” 카메라가 그녀의 가슴과 배와 다리를 훑던 도중 남자의 대답이 들렸죠. “난 한번도 기회를 놓친 적이 없거든. 그런데 내 휴대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그녀는 팔로 남자의 목을 안고는 남자의 다리를 걸어 그를 넘어뜨렸어요. 당황한 남자의 몸 위로 올라간 그녀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죠. “그렇게
[케이블 핑크시대] 19금 케이블 드라마에 중독된 30대 총각 직장인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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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보면 그들이 탄생한 이유는 너무도 단순했다. 케이블 채널들은 지상파에 비해 열악한 제작여건과 낮은 관심도를 돌파하기 위해 브라운관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여성들의 아찔한 몸짓이 작렬하는 소개팅을 주선하는가 하면, 옆집 부부의 내밀한 스캔들을 조작했고, 이국의 여성들까지 데려와 비키니 차림으로 해변을 내달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 때부턴가 그들에 대한 관심은 19금 드라마로 옮겨졌다. OCN이 <가족연애사>로 이 세계의 탄생을 알린 이후 각종 오락, 영화 케이블 채널들은 성인드라마의 붐을 일으켰다. <이브의 유혹>으로 단숨에 케이블의 신성으로 떠오른 서영은 이러한 붐이 만들어낸 스타일 것이다. 말하자면 당신이 지상파 채널에서 의사들과 왕들의 이야기에 빠져 있을 때, 케이블에서는 남녀상열지사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던 것. 과연 심야시간대의 케이블 채널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일까. 성인드라마에 빠진 한 30대 직장인 남성의 고백수기를 통해 이제껏
[케이블 핑크시대] 충격 고백!! 난 야한 드라마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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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그해 영국의 가장 뜨거웠던 오후에 가문의 제일 비싼 도자기의 한쪽이 정원 분수대 안으로 빠지는 사건만 없었더라도 브리오니가 평생을 두고 속죄(atonement)해야 할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탤리스가의 장녀 세실리아(키라 나이틀리)와 이 가문이 보살펴 케임브리지까지 보내준 가난한 이웃 청년 로비(제임스 맥어보이)가 분수대 앞에서 깨진 도자기를 두고 사랑싸움을 하는 것을 탤리스가의 당돌한 막내인 열세살 소녀 브리오니(시얼샤 로넌)가 목격하지만 않았더라도 될 일이었다. 혹은 로비가 세실리아를 그리워하며 “꿈속에서 나는 너의 부드럽게 젖은 보지에 키스를 해”라고 쓴 순진한 욕망의 낙서가 그녀에게 보내는 정중한 공식 사과 편지와 바뀌어 잘못 배달되지만 않았더라도, 로비가 그 편지의 전달을 하필이면 그를 남몰래 좋아하는 브리오니에게 부탁하지만 않았더라도, 브리오니가 그걸 뜯어보고 모욕의 감정에 휘말리지만 않았더라도, 세실리아와 로비가 마침내 마음을 열고 뜨거운 첫 정사를
올해 골든글로브 작품상 수상한 조 라이트 감독의 신작 <어톤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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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리 스콧의 <아메리칸 갱스터>가 아니었다. 할리우드의 숨은 실력자 스티븐 킹이 몸소 자신의 칼럼에서 올해의 베스트 1위로 힘주어 꼽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에 만족해야 했다. 할리우드의 올해의 얼굴이라는 상이 있었다면 수상했을지도 모를 <마이클 클레이튼>은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파업의 여파로 시상식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흥미로운 관심의 장이었던 65회 골든글로브는 쟁쟁한 후보들을 제쳐두고 신출내기 감독 조 라이트의 두 번째 장편에 작품상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의 소개를 위해서는 한달 남짓 남은 개봉일까지 좀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상황은 바뀌었다. 여러분은 궁금하실 테고 <씨네21>도 말하고 싶어졌다. <어톤먼트>는 과연 어떤 영화인가.
<어톤먼트> 사랑, 오해, 그리고 평생에 걸친 속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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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스> <헤어스프레이>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등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할리우드와 브로드웨이의 무비컬 바람은 한국보다 몇발은 앞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가 “뉴욕과 할리우드 사이의 쌍방향 도로는 사실 할리우드가 탄생된 바로 그 순간부터 존재해왔다”는 논평을 내놓았을 만큼, 미대륙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영화와 뮤지컬의 크로스오버는 활발하게 이루어져왔고, 2000년 이후부터는 그 흐름이 더욱 가속화됐다. <웨딩 싱어> <타잔> <칼라 퍼플>이 2005∼06년 브로드웨이 시즌을 겨냥해 무대에 올랐고, 2006∼07년 시즌에는 존 쿠색 주연의 영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가 뮤지컬 데뷔전을 치른 것과 더불어 <금발이 너무해>가 시즌 최고의 흥행작으로 부상했다. 영국 웨스트엔드에서는 이미 <빌리 엘리어트>가 흥행과 비평에서의 성공을 양
할리우드에서 먼저 불어온 무비컬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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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365일 쉬지 않고 우린 움직이지. 하루 24시간 쉬지 않고 공장은 돌아가지.” 노랫가락에 맞춰 격렬한 춤사위가 펼쳐진다. 양다리를 뒤집어 거꾸로 세우고, 온몸을 빙그르 돌려 회전하는 동작들이 자못 현란하지만, 자로 잰 듯 손과 발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군무는 경쾌함보다는 위압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뮤지컬 <라디오 스타>의 안무 연습 현장. 라디오 스타? 박중훈, 안성기가 출연했던 이준익 감독의 바로 그 영화가 맞다. 변두리 마을을 배경으로 한물간 스타와 속깊은 매니저의 우정을 잔잔하게 펼쳐 보였던 영화와 이곳 연습장의 풍경이 쉽사리 겹쳐지지 않는다면, 그것도 맞다. 영화의 기본적인 드라마와 인물, 테마를 가져온 뮤지컬 <라디오 스타>가 무대적인 상상력을 통해 탄생시킨 새로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스치듯 짧은 악역으로 등장했던 스타팩토리 최영도 사장의 비중이 커지면서, 공연 2막의 오프닝은 기계를 찍어내듯 스타를 양산하는 매니지먼트 산업을 은유하
2008년 영화·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로 부상한 ‘무비컬’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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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라디오 스타> <용의주도 미스신>의 공통점은? 한국영화라는 싱거운 대답을 내놓지는 말자. 뉴스에 귀 밝은 당신이라면 아마도 눈치챘을 것이다. 세 작품 모두 2008년 스크린도, 브라운관도, 컴퓨터 모니터도 아닌, 뮤지컬 무대를 통해 관객을 만나게 된다. 그 밖에도 <달콤, 살벌한 연인> <번지점프를 하다> <파이란> <황산벌>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은행나무 침대> 등 현재 뮤지컬로 기획되고 있는 작품들은 한눈에 파악하기 힘들 정도로 그 수가 많고, 다양하다. 영화를 뮤지컬로 옮기는, 이른바 ‘무비컬’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새해 들어 부쩍 거세진 이 바람 뒤편으로는 공연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충무로의 발걸음이 읽히기도 한다. 영화와 뮤지컬의 만남, 과연 무엇이 이들의 만남을 주선했으며, 그것이 행복한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200
영화가 뮤지컬을 만나, 러브 러브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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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맷 리브스는 낯선 이름이다. 그는 데이비드 슈위머 주연의 코미디 <졸업>(The Pallbearer, 1996)으로 장편 데뷔했으나 이후에는 오랜 친구 J. J. 에이브럼스와 TV계에서 주로 활동해왔다. 최근 외신에 실린 인터뷰들을 모았다.
-왜 제목이 <클로버필드>인가.
=시작부터 제목은 <클로버필드>였다. 시놉시스를 처음으로 읽었을 때도 <클로버필드>였다. 첫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도 <클로버필드>였다. 그 제목은 정부와 군대가 영화에서 벌어지는 해당 사건을 일컫는 이름이라고 설정된 것이었다. 우리가 계속해서 제목을 바꾸었던 이유는 정보 유출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때도 한창 촬영 중이었는데 사람들에게 발각될까봐 <클로버필드>를 더이상 쓸 수 없었다. 그래서 <슬루쇼!> 같은 가짜 제목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비밀 입소문 마케팅을 실행한 목표는 뭔가.
=요즘 같은 미
감독 맷 리브스가 말하는 <클로버필드>의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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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대의 떡밥이었다. 2007년 7월 미국 <트랜스포머> 시사회에서 갑자기 티저 예고편 하나가 공개됐다. 값싼 캠코더로 찍은 듯 거친 입자의 흔들리는 화면에 담긴 예고편은 아파트에서 송별파티를 하는 일단의 친구들을 담고 있다. 홈비디오인가? 그런데 갑자기 지축이 울리고 건물이 정전된다.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가자 맨해튼 끝에서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난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카메라는 더욱 심하게 흔들리고 사람들은 길거리로 뛰쳐나간다.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나고 그들 옆에 무언가가 떨어진다.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 비명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반년간 철저한 비밀 마케팅으로 궁금증 폭발
대담무쌍한 트레일러가 유튜브로 흘러들어가자 난리가 났다. 거칠고 조악한 홈비디오로 찍은 재난의 현장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끼쳤다. 도대체 누구의 프로젝트인가. 구체적인 정보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것이 J. J. 에이브럼스가 제작
오 마이 갓! <클로버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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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이건 아니에요~
<싸움>의 김태희
영화 <싸움>의 개봉을 앞두고 이미지 변신을 전략으로 내세운 김태희는 영화홍보와의 안정적인 공조를 구축한 오락프로그램 대신 <체험 삶의 현장>과 <개그콘서트>에 출연했다. 하지만 결과는 네티즌의 비아냥뿐이었다. <체험 삶의 현장>에서 서울대공원 일일사육사로 일한 그녀에게 네티즌은 “일이 아닌 견학”이라고 성토했다. 당시 다른 출연자들(박남현, 배일집)이 연탄배달과 한우농장을 찾은 것에 비하면 김태희의 서울대공원에서의 하루는 사실상 미녀배우가 귀여운 동물과 망중한을 즐긴 것에 불과해 보였다. 미어캣에게 먹이를 주다가 그녀가 하는 말. “난 귀여운 동물들 쓰다듬으러 왔는데….” 아기고릴라를 만져보며 사진을 찍고, 10개월 된 아기 원숭이와의 이별에 찡한 눈물을 머금었는가 하면, 물개 방울이의 쇼 레퍼토리를 바로 눈앞에서 즐겼다. 이어서 출연한 <개그콘서트>의 ‘까다로운 변선생’
[영화홍보-오락프로그램 밀월] 영화별 사례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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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혁 프로듀서
MBC 예능국 특임 1CP·<황금어장-무릎팍도사, 라디오 스타> 연출
-축하해야 할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릎팍도사>가 영화마케터들에게 지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글쎄…. (웃음) 물론 게스트들의 명분은 홍보겠지만 그건 우리의 관심사가 아니다. 그렇지만 방송을 통해 홍보하는 것을 두고 비판하는 것은 다소 어폐가 있다고 본다. 토크쇼 자체가 개인이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서 출연하는 것 아닌가. <오프라 윈프리 쇼>를 봐도 99%가 홍보다. 결국 어느 수위에서 결정하느냐의 문제인데, 그런 부분에서는 자신이 있다. <무릎팍도사>의 방송분량 가운데 보통 영화 이야기는 1%도 차지하지 않는다.
-마케터나 매니저들과 프로그램 제작진 사이의 협의과정에서 벌어지는 서로에 대한 견제는 없나.
=그런 건 특별히 없다. 어차피 편집권은 우리에게 있지 않나. 또 방송에 나오는 분들이 의외로 영화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홍보성으
[영화홍보-오락프로그램 밀월] <황금어장> 여운형 프로듀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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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개봉을 앞둔 여배우 A양의 ‘다소 험난한’ 일주일. 월요일에는 <야심만만>에서 자신에게 대시한 남자연예인들의 이니셜을 밝히고, 화요일에는 <상상플러스>에 나가 몸 개그를 펼친다. 수요일은 가장 마음을 굳게 다잡아야 하는 날. <무릎팍도사>의 질문공세에 어쩔 수 없이 과거 스캔들의 진상을 밝혀야 하지만, 자신이 스타로 거듭나기까지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를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는 센스도 그녀는 잊지 않는다. 이어 목요일에는 <해피투게더>의 사우나를 찾아 노래를 부르며 땀을 빼고, 금요일에는 <놀러와>에서 주변 연예인들의 뒷담화를 늘어놓는다. 이쯤 되면 지난 1주일 네이버 검색순위 1위는 단연 A양의 차지다. 그녀가 출연한 오락프로그램을 중계한 인터넷 뉴스의 댓글 창에는 칭찬보다 욕설이 가득하지만 A양은 뿌듯하다. 뒷말이야 어찌됐든 적어도 제작사 대표에게 영화홍보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는 유세는 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홍
[영화홍보-오락프로그램 밀월] 영화마케터들이 터놓는 영화홍보와 오락프로그램의 달콤 쌉싸름한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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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배우 A양의 인터뷰를 앞둔 K기자. A양의 인터뷰가 담긴 지난 기사들을 훑으며 질문지를 작성하던 그는 최근 A양이 출연한 오락프로그램을 시청한다. 언제부턴가 오락프로그램은 그의 인터뷰 준비에 만족스러운 마침표를 찍곤 했다. 영화홍보에 나선 배우들이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 스타로 발돋움하기까지 겪은 어려움들, 연애사, 스캔들의 진상, 심지어 그들의 인맥까지도 털어놓기 때문이다. 밤새워 섭렵한 오락프로그램들 덕분에 질문지에 몇개의 항목을 덧붙인 K기자에게는 갑자기 사소한 궁금증이 샘솟는다. 도대체 오락프로그램이 영화홍보에 어떤 도움이 되기에 배우들이 자신의 사생활을 저리도 기꺼이 까발리는 걸까. 혹시 어느 세계나 그러하듯 오락프로그램 제작진과 영화마케터들 사이에 기싸움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그래서 K기자는 “앞으로도 방송사에 매달려야 하는 처지”인 영화마케터들의 무기명 뒷담화를 통해 그들의 세계를 훔쳐보기로 했다. 도대체 오락프로그램과 영화마케터들이 공존하는 세계는 어떤 논리로 움직이
[영화홍보-오락프로그램 밀월] 쇼를 하면 관객이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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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묵했다, 는 어느새 엄태웅을 다룬 각종 매체의 인터뷰 기사에 가장 자주 출몰하는 문장이 되어버렸다. 성큼 걸어와 인사를 건넬 듯 수더분한 인상과 달리 그는 내성적이며 낯을 많이 가리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 엄태웅이 연기한 국가대표팀 코치 안승필은 기름진 낯으로 ‘선진국형 훈련 시스템’을 주창하며 독단과 오만을 앞세우는 인물이다. 영화의 주역인 여자 선수들에 비해 주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듯도 싶지만, 경기장 안팎의 드라마를 직조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부활> <마왕> 등 드라마 속 선굵은 역할로 ‘엄포스’라는 별명을 선사받은 엄태웅은, 최근에는 그 이름이 전하는 진중한 무게감을 잠시 덜어낸 듯하다. <내 사랑>의 프리허그 운동가로 얼굴 가득 서글서글한 미소를 품더니,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서는 <가족의 탄생>에서 보여주었던 헐렁한 유머가
[엄태웅] 조금씩 천천히 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