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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와 닮은꼴의 유년기
제이미 벨의 유년기는 <빌리 엘리어트>와 묘하게도 닮은꼴이었다. 벨의 어머니는 열여섯의 나이에 그를 임신했고,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그녀를 떠났다. “60년대에 발전이 정지되어버린 듯한” 영국의 변두리 시골 마을에서 홀어머니의 손에 자라난 벨은 빌리처럼 허기를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했던 소년이었다. 그에게 주어진 “축복”이 있었다면, 그건 춤에 매혹된 집안이었다. 댄서 출신의 할머니, 이모, 어머니를 둔 벨은 동네 소녀들의 춤 수업을 흘끗거리며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큰 소리를 쳤고,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봐 토슈즈를 바지 속에 숨긴 채 발레를 배우러 다녔다. 그리고 1999년, 2000 대 1의 경쟁을 제치고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낙점을 받은 소년은 영화가 개봉한 이듬해 감히 상상치도 못했을 압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러셀 크로와 톰 행크스를 제치고 BAFTA(영국 아카데미: British
<빌리 엘리어트>에서 8년 뒤, <할람 포>의 배우 제이미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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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소년을 기억한다. 작은 뼈마디가 금세라도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릴 것처럼 온몸을 뒤흔들고 중력을 거부하듯 세차게 날아오르던 소년, 빌리 엘리어트. 열망과 두려움, 환희와 울분을 격정적인 몸짓에 응집해 폭죽처럼 터뜨렸던 열네살의 제이미 벨은 2000년 스크린이 발견한 영롱한 보석이었다. 그리고 2008년. 어느덧 20대에 들어선 벨은 <빌리 엘리어트> 이후 처음으로 고향땅 영국으로 날아가 새로운 이름을 달았다. 마찬가지로 영화의 제목이 곧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할람 포>.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나무 위 오두막에 틀어박힌 채 살아가는 할람은 어머니의 드레스를 걸치고 립스틱을 바른 채 망원경으로 세상을 훔쳐본다. 새어머니를 살인범으로 의심하고 증오하면서도 부글대는 호기심과 성적 열망으로 관계를 맺는가 하면, 고향에서 도망쳐나와 머무르게 된 런던에서는 시계탑 뒤편의 다락에 몰래 기거하며 어머니와 꼭 닮은 여성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본다. 찬란한 희열로 허공을
[제이미 벨] 빌리, 이젠 어른이 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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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괴담> 서울 전 수도여고
수도여고는 이전했지만, 서울 남영동에는 여전히 수도여고가 남아 있었다. 폐교가 된 채. 그리고 그 안에는 <여고괴담>의 공포 역시 그대로 남아 있는 듯했다. 공교육의 폭력성을 공포영화로 풀어낸 <여고괴담>의 영어제목은 ‘속삭이는 복도’(Whispering Corridors)다. 대낮에 홀로 찾은 폐교에는 속삭이는 복도들이 층층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최강희가 쾅쾅쾅 하는 발소리와 함께 다가올 것만 같은 긴장감이 감도는 복도. 불과 1년 전만 해도 여고생들의 웃음소리가 울려퍼졌을 복도에는 과거의 활기보다는 영화 속 공포감만이 싸늘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오히려 그 모습이 공교육의 실체와 일면 닮아 있는 것 아닐까,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학교의 모습 역시 폐교의 으스스한 분위기만큼이나 어둡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때 어디선가 시작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 도망치듯 폐교를 빠져나왔다.
<친절한 금자
사진기자 서지형이 찾은 영화 속 촬영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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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여인> 충남 태안군 신두리
누구도 홍상수 감독에게 사랑의 판타지를 기대하지 않지만, 신두리를 찾는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 낭만을 기대할 것이다. 내 기억에 바닷가에는 늘 낯선 이성이 있었고, 가끔씩 그들과의 짤막한 연애를 그려보기도 했으니까. 중래(김승우)와 선희(송선미) 역시 바닷가에서 만난 낯선 이성들이었고, 휴가지에서의 연애가 늘 그렇듯 그들의 연애도 결국엔 시시하게 끝이 나버린다. 실제로 신두리는 인파가 북적거리는 여느 해변과 달리 인적이 드물고 식당들도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저녁으로 사라지는 해를 보고 있노라니, 신두리 어딘가에서는 분명 남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몰을 보며 바닷가를 거닐면 낭만보다는 쓸쓸함이 앞선다. 쓸쓸해진 이들은 이성과의 만남에 목마름을 느낄 것이고, 자연히 바닷가에서 스친 낯선 이성에게 수작을 걸게 되지 않을까. 물론 여름도 아니고 휴가철도 아닌 4월 어느 날 이곳을 찾은 낯선 남자에게
사진기자 서지형이 찾은 영화 속 촬영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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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길을 걷다 낯이 익은 곳을 발견한다. 어디에서 봤을까. 언젠가 영화에서 봤던 그곳의 장면을 떠올리는 순간, 퇴색되었던 기억은 선명해지고, 현재의 장면은 빛을 발한다. 비단 이미지만이 아니다. 주인공의 귓볼을 스치던 은은한 바람의 감촉, 쏟아지던 빗속에서 비릿하게 퍼져가던 피냄새, 아이를 잃고 낯선 도시의 아스팔트에 쓰러져 흐느끼던 한 여인의 비통함까지…. 영화에서 봤던 명장면을 실제로 조우한다는 것은 시각적 즐거움 이상의 만족을 선사한다.
이렇듯 명장면을 선사한 촬영지를 직접 가보고 싶은 맘이 간절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 절실한 바람을 안고 사진기자 서지형이 한국영화 속 명장면을 남긴 촬영지를 찾아가보았다. 사진으로 그곳을 만나고 나면 다가오는 주말 그곳으로 달려갈 수밖에 없을 게다.
명장면, 그곳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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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왕국이 개점을 앞두고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은 이제 약 4개월이다. 개점 준비가 한창인 중국은 지금 날이 갈수록 불쾌지수를 높이고 있다. 선진문화를 주입하고자 정부가 강제하는 각종 규제들과 티베트 탄압 등 중국 내 인권문제를 향한 전세계적인 비난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조화의 여정이라 이름붙인 성화 봉송길은 각국에서 벌어진 시위에 시달리고 있으며 올림픽 개막식에 불참하겠다는 전세계 총리들의 뜻이 연이어 통보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4월15일 영화 <포비든 킹덤: 전설의 마스터를 찾아서>(이하 <포비든 킹덤>)의 주연배우인 성룡과 이연걸의 기자간담회가 베이징에서 열렸다. 아마 중국으로서는 <포비든 킹덤>이 달가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림픽을 앞둔 지금, 중국에 대한 긍정적 관심을 높일 영화로 안성맞춤이다. <서유기>를 원작으로 한 <포비든 킹덤>은 보스턴의 한 백인 소년이 어느 날 신비로운 힘
중국에서 무술쌍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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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정말로 어쩌면 결혼이 연애 이상으로 달콤할지도 모른다. <고스트 앤 크라임>의 조 드부아, 제이크 웨버를 보고 있노라면 그런 시시하고도 위험한 망상에 빠져들게 된다. 식탁이 뒤집히도록 악을 쓰고 발을 구르는 세딸들의 난장판 속에서 아침을 챙기고, 머리를 빗겨주며, 하찮은 질문 하나 무시하지 않고 응답해주는 남자. 아내와 함께 있는 것이 자신에겐 “파티”라고 말하는 그에겐 늘어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조차 눈부시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속 터지는 우직함이나 비현실적인 선량함이 아닌, 딱 정확히 알맞은 온도의 사려 깊음. 1989년에 데뷔했으니 벌써 20년차의 배우인데, 제이크 웨버는 필모그래피의 길이에 비례하는 중량을 갖추지는 못했다. <7월4일생>이나 <펠리칸 브리프>처럼 출연장면을 애써 색출해봐야 하는 조·단역이 대다수.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기고 유창한 독일어를 구사하던 <U-571>의 중령은 실전에서는 뒷걸음질을 치는 남자
[제이크 웨버] 딱 알맞은 온도의 사려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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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마르케스의 소설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독후감을 놓고 동료들과 잡담을 벌였다. 공교롭게도 남자 하나 여자 셋이었다. 나는 궁지에 몰렸다. 90살 넘은 늙은이의 로망에 물든 아직은 늙지 않은 남자의 예찬이라니. 내 점잖은 여동료들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대놓고 혀를 찼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때 내가 부른 이름은 마르케스가 아니라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였다. 포르투갈 출신의 그는 위대한 감독이지만 불세출의 희극배우다. 마뇰 드 올리베이라 감독의 영화 등에도 출연했지만 늘 자기의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다. 깡마른 체구로 비틀대다가도 어디선가 여인의 음성을 들으면 폴짝폴짝 뛰어가던 그의 모습을 단 한번이라도 봤다면 그가 위대한 희극인의 몸과 제스처를 가졌다는 내 말을 이해하리라. 점잖은 말투, 맑은 정치관, 깊이있는 철학을 자랑했지만 무엇보다 그는 음탕하기 짝이 없는 손길을 가졌다. 그는 영화에서 평생 처녀들의 몸을 흠모했고(그러나 그는 탐하지 않았다) 그들의
[주앙 세자르 몬테이로] 위대한 변태 늙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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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달화가 꽃중년 배우로 거듭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그를 알렸던 <첩혈가두>(1990)의 느끼한 킬러 역할 이후 늘 그저 그런 배우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첩혈가두>는 홍콩 누아르의 쓸쓸한 황혼기에 자리한 영화였고, 이후 그는 ‘홍콩의 미키 루크’라는 어색한 별명처럼 3급전영(에로영화)에도 종종 얼굴을 비추던 비호감 배우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훤칠한 배우가 드물던 홍콩영화계에서 주윤발과 더불어 ‘기럭지’만큼은 준수하게 빠진 배우였다. 마치 매일 선탠을 해서 관리하고 있는 것 같은 건강한 구릿빛 피부도 그만의 매력이다. 그런 그가 <고혹자1: 인재강호>(1995)의 냉철한 보스 역할을 시작으로 유위강의 <고혹자> 시리즈로 이미지를 쇄신하기 시작하더니, 유달지의 <비상돌연>(1998)과 두기봉의 <미션>(2000) 등을 거치며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역시 그
[임달화] 홍콩영화계 최고의 꽃중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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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오디션이 데뷔로 이어졌다면,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다. 뒤가 든든하거나, 연기를 타고났거나, 엄청나게 매력적이거나. 그리고 맨해튼 상류사회의 10대를 훔쳐보는 TV시리즈 <가십 걸> 속 ‘세레나 반 더 우드슨’ 블레이크 라이블리는 그 세 켤레 유리구두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아빠와 오빠 둘, 언니 둘에 형부까지 모두 연기자고, 엄마는 가족의 스케줄을 관리한다나. 그럼 어쩌다 핏줄을 타고 흐르는 끼를 17살이 돼서야 발견했을까? 가족 덕분에 꼬마 라이블리는 촬영장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손 닿는 것을 욕망하는 건 아이들이 가장 못하는 일 중 하나다. 15살 때 만들어본 장래희망 목록에서도 연기자는 논외였다. 스탠퍼드대 입학을 목표로 했던 모범생이 오디션에 응한 것은 오빠가 애써 준 기회를 망치기 미안했을 뿐이란다. 12살 때 출연한 <샌드맨>이 필모그래피의 전부였던 소녀는 오디션 대기자 중 유일하게 그럴듯한 포트폴리오 없이 빈손이었고 앰버 탬블린, 아메
[블레이크 라이블리] 사람 잡는 그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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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영예의 주인공은 ‘윌슨’이었다. 오언 윌슨 말고 <캐스트 어웨이>의 배구공 말이다. 값싼 PPL이라는 비난에 맞서 위대한 침묵 연기로 전세계 외로니스트들의 ‘애완볼’이 된 윌슨. 그러나 윌슨은 생전에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스튜디오 컷은 아니더라도 변변한 스틸조차 남아 있지 않다니. 아쉬워할 여유도 없었다. 마감은 코앞. 윌슨에 필적할 만한 누군가를 찾아야 했다. 배우들의 면면에는 까막눈인 터라 싱싱한 리스트를 내뱉을 능력이 없음을 한탄하던 중 며칠 전 구입해 침만 묻혀둔 <카불의 사진사>라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아프가니스탄이라, 마리나 골바하리는 그렇게 뜬금없이 떠올랐다. 마리나 골바하리는 2년 전 국내 개봉한 <천상의 소녀>(2003)에서 오사마 역을 맡은 배우다. 캐스팅을 위해 카불 시내를 헤매다 세디그 바르막 감독의 눈에 띄었다. 기술을 배우기 위해 가끔 학교에 가는 거 말고는 길거리에서 구걸을 하던 소녀였다. 세디그 바
[마리나 골바하리] 떨리는 소녀의 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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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함, 섹스중독자, 얼간이, 대마초, (여성의)누드…. IMDb가 집계한 조나 힐의 키워드다. 그가 연기한 <슈퍼배드>의 세스는 어린 시절 “어린이의 8%가량이 겪을지 모른다”는 성기 그리기에 몰두했고 친구 엄마의 풍만한 가슴에 매력을 느끼며, 여자들에게 술을 사주면 섹스를 할 수 있을 거라 믿는 얼간이다. 그런가 하면 <사고친 후에>의 조나는 친구들과 대마초를 즐겨 피우면서 영화 속 여배우의 누드장면을 기록하며 시간을 때우는 백수다. 말하자면 그들은 모든 엄마들이 “우리 애는 착한데, 나쁜 친구를 만나서”라고 변명할 때 이용되는 그 ‘나쁜 친구’이다. 하지만 엄마가 사귀지 말라는 친구가 때로는 제일 좋은 친구다. 나에게 술과 담배를 가르쳐주고 남녀상열지사의 비밀을 일깨워주며, 가출로 인도해 진짜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는 친구. 그는 내가 애인과 헤어지면 아마 그녀를 욕해줄 테고, 회삿일로 스트레스를 겪을 때는 퇴사를 종용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백수가 되면 매
[조나 힐] 만사태평 나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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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영국 악센트에 대한 취향 때문이었다. 월요일 아침 일찍 담당영화사에서 <골2: 꿈을 향해 뛰어라>를 보는 동안, 단지 그가 데이비드 베컴을 연상시키는 금발의 꽃미남 실력파 미드필더라거나 여자와 파티를 좋아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해 코치와 감독을 애먹이면서도 천진난만한 미소로 상대방의 환심을 사는 철부지 청년이라서 좋아했던 건 아니었단 말이다. 뻔한 금발에, 전형적인 귀염둥이(라고 쓰고 바람둥이라고 읽어도 좋다) 캐릭터인데 말씨까지 뉴욕 토박이라면 왠지 심심하다. 대한민국 경상도·전라도 말씨, 미국 남서부 깡촌의 억양, 영국의 잉글랜드/스코틀랜드/아일랜드 악센트. 좋은 표현으로는 쿨한, 좀더 솔직한 묘사로는 퉁명스러운 이런 억양들이 도회적인 느끼함과 부조화를 이뤘을 때 생기는 스파크를 본 것이다. 후배를 옆에 세워두고 “이래야 몸값 안 떨어져. 나이들어 보이면 끝장이야”라며 눈가 주름 위에 백색 컨실러를 슥슥 바르고 휙 사라지던 뒷모습. 스스로 제 인생을 망치고 있음
[알레산드로 니볼라] 미워할 수 없는 거짓말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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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캐릭터가 옷이라고 한다면, 오직 한벌의 옷으로 기억되는 배우가 있다. TV시리즈 <웨스트 윙>에서 대통령 보좌관 조쉬 라이먼을 연기한 브래들리 휘트퍼드도 그 경우일 것. 훤한 이마, 곱슬머리, 각진 턱 등 별 특징없는 얼굴을 가진 그가 대중의 주목을 끌 수 있었던 건 시속 60km의 말을 순식간에 쏟아내면서 비서 다나와 티격태격하는 조쉬라는 캐릭터 덕이었다. 그가 이후 TV시리즈 <선셋 스트립의 스튜디오 60>에서 자유주의를 신봉하는 프로듀서 대니 트립 역을 맡은 것도 <웨스트 윙>의 조쉬 없이는 불가능했다. 사실 <웨스트 윙> 이전의 휘트퍼드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휘트퍼드는 그동안 삼촌을 막 대하는 제당회사 부사장(<여인의 향기>)이나 뺀질거리는 에이전트(<뮤즈>), 양심불량 변호사(<필라델피아>)나 악덕 비즈니스맨(<빌리 매드슨>) 등 매우 적은 비중의 “여피 쓰레기
[브래들리 휘트퍼드] 영원히 기억될 단 한번의 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