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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칸 속 그림들이 답답한 틀을 벗어버리고 넓은 스크린 위에서 살아 움직인다면? 만화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한번쯤 품어봤을 상상이다. 요시나가 후미의 만화를 토대로 한 영화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에 이어 만화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들이 계속 탄생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화전문지 <팝툰> 기자들이 영화화할 만한 만화들을 추천했다.
한국 히어로만화의 선구자
<트레이스> 고영훈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웹툰 <트레이스>의 캐치프레이즈는 ‘한국형 히어로만화’다. 30여년 전 갑자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트러블과 트레이스가 나타났다. 때로는 괴물의 모습으로 때로는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트러블은 인간을 무차별 공격하고, ‘트러블의 흔적’이라 불리는 초능력자 트레이스가 유일하게 그들에게 맞설 수 있다. 인간이면서 특수한 능력을 지닌 트레이스는 일종의 돌연변이다. 미국 드라마 <히어로즈> 혹은 영화 <엑스맨&g
[영화화 추천 만화] 네모칸 뚫고 스크린에서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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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사람들에게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괜찮은 이야기 없어요? 읽어볼 만한 책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사람마다 보는 눈은 다르겠지만(보고 싶은 것도 다르겠지만), “영화화를 염두에 둔다면 이 이야기 어떨까” 하는 소설들을 모아보았다.
탐정, 도시의 어둠을 살다
<살인자에게 정의는 없다>
조지 펠레카노스 지음/ 황금가지 펴냄/ 장르 스릴러, 액션
요즘엔 탐정보다 경찰이 주인공인 액션영화가 인기다. 첨단 장비를 활용한 전문적인 수사 기법이 범죄물의 대세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탐정에게 끌린다. 경찰이 아니면서도 나름의 정의를 위해 악과 싸우는 탐정은 누구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는 야수 같은 존재다. 위법과 폭력의 경계선을 넘나들어야 하는 기구한 운명의 탐정은 하드보일드의 주인공으로 적격일 수밖에 없다.
조지 펠레카노스가 창조한 워싱턴의 사립탐정 데릭 스트레인지는 중년에다 흑인이니 주류 어디에도 낄 수 없는, 존재 자체가 아웃사이더인 캐릭터다.
[영화화 추천 소설] 제2의 <아내가 결혼했다>를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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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숨가쁠 것 같다. 관객 500만명을 동원한 <추격자>의 감독이 만드는 차기작은 연쇄살인범을 잡기 위해 내리 40시간 좁은 골목길을 내달리는 엄중호의 심경만큼이나 절박할 것 같다. 그러나 한창 시나리오 작업에 매진중인 나홍진 감독의 템포는 조금 다르다. ‘천천히, 아직도 구체적인 구상을 모두 마친 상태는 아니’라는 말로 한 발짝 물러선 채, 그는 자신의 차기작 <살인자>(가제)에 대해 조곤조곤 말문을 연다.
<살인자>는 옌볜에 사는 한 조선족의 이야기다. 한국에 밀입국한 부인의 실종 이후, 옌볜에 남아 있던 남자가 밀항을 하고, 굶주림에 지쳐갈 즈음 ‘어떤 사건’(이 사건이 영화를 끌어가는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비밀에 붙여둔다)을 맞닥뜨리면서 이내 살인까지 저지른다는 내용. 희대의 살인마 ‘유영철’을 모델로 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작품에는 특정 참고 모델이 없이 온전히 취재에 기인한 창작물이다. 사실 그가 자신의 사정거리에서 한참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나홍진 감독의 <살인자>(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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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진 감독이 다시 주유소를 털러 나섰다. 첫 번째 습격 이후로 딱 10년 만이다. 강산도 변할 세월이 지난 작품을 다시 들고 나왔지만, 이만큼 ‘김상진답다’고 할 작품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현실에서는 어울리지 않을 사람들이 함께 난장을 벌이고, 그 속에서 권력관계가 역전되는 상황을 드러내는 김상진 식의 코미디는 <주유소 습격사건>을 통해 첫 시작을 알리지 않았던가. 감독도 <주유소 습격사건>이 유독 예쁜 자식이라는 걸 숨기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아홉 번째 작품이 됐지만, 원래는 열 번째 작품으로 <주유소 습격사건2>를 만들려했던” 계획도 마찬가지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한 가지. 10년 전, 주유소를 습격했던 이들과 10년 뒤인 지금 습격을 감행할 이들의 세대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처럼 <주유소 습격사건2>는 김상진 감독이 자신의 영화적 스타일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지난 10년간 바라본 젊음의 변화를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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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사랑해, 말순씨>의 박흥식 감독이 ‘무협영화’를 찍는다. 칼을 든 무사들이 등장하는 진짜 무협영화다. 감독 본인은 이제 “의외라는 시선들에 신경 쓸 시기가 지났다”고 하지만, 그래도 전작 3편에 이어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까지를 봤을 때 박흥식 감독과 ‘무협’의 관계는 의외의 만남이다. 하지만 이 무사들이 여성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에는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전작들에서 화장품 가방을 든 여자(<사랑해, 말순씨>)와 때밀이 수건을 든 여자(<인어공주>)를 그렸던 박흥식 감독이 이번에는 ‘칼을 든 여자’를 탐구하는 것이다. 제목하여 <협녀>다.
영화의 배경은 중기에서 말기로 접어드는 고려다. 무신정변이 일어나면서 남자라면 누구나 권력의 아귀다툼에 칼을 들이밀던 이때, 변방에 위치한 어느 항구마을에 세 가족이 나타나 찻집을 차린다. 어미로 보이는 50대의 눈먼 여자는 차를 팔고, 누이로 보이는 20대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박흥식 감독의 <협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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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세명의 대통령 이야기다. 시국이 하 수상하니, 이게 대체 뭔가 하고 가자미눈을 뜰 수도 있다. 하지만 장진 감독한테 그런 식의 질문을 던져봤자 소용없다. 그의 머릿속에 오랫동안 품고 있던 아이디어들이 얼마나 많으며, 그것이 가시화되는 시점은 외부 상황과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신작 <굿모닝 프레지던트> 줄거리를 듣다보니 괜히 걱정스러워진다. “보는 사람이 ‘특정한 그들’을 떠올린다면 그건 그 보는 사람의 자유에 맡길 일이다.”
먼저 나이든 대통령 A가 있다. 어느 파티장에서 다 같이 복권을 구입하는 이벤트가 있었는데, 하필이면 A의 복권이 당첨된 것이다. 그것도 몇백억짜리! 이제 대통령의 진퇴양난이 시작된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다음 받을 연금이라봤자 1억∼2억원 정도인데, 굴러들어온 호박을 체통 때문에 차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 다음으로 야당 총수였던 B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젊고 잘생기고 야망과 카리스마가 넘치는, 말하자면 존 F. 케네디와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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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프로젝트’ 혹은 <시>라고도 했다. 잘 이해되지 않는 한줄짜리 시놉시스가 인터넷을 떠돌기도 한다. 2007년 그해에 가장 가혹하면서도 끝내 잊혀지지 않았던 영화 <밀양>을 만든 그의 다음 행보는 어디로 향하는 걸까. 그는 지금 삶의 어느 곳을 들여다보며 그 메마름을 염려하는 것일까.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아는 이가 많지 않았다. 그 비밀에 관해 이창동 감독이 본격적으로 운을 뗐다.
-‘시’라는 제목은 가제인가.
=처음부터 제목은 시였다. 그 밖에 다른 걸 생각해봤는데 딱히 떠오르질 않았다. 어디에는 ‘포에트리’라고도 나와 있던데 그건 실은 영문 제목이다. 포엠(한편의 구체적인 시)이 아니라 포에트리(문학 형식으로서의 시)인 거다.
-인터넷에는 <시>의 내용이 “15살 손자를 구하기 위해(혹은 비행청소년인 손자를 구하기 위해) 할머니가 시를 쓴다”는 좀 이해하기 어려운 한줄 설명이 떠돈다.
=누가 그런 소설을 썼는지는 모르겠는데…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이창동 감독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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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남(김태우)이라는 영화감독이 있다. 그는 두번의 여행을 간다. 한번은 영화제 심사위원 자격으로 제천을 방문하고 12일 뒤에는 특강을 위해 제주도에 간다. 구경남은 제천에서 공연희(엄지원)라는 영화제 프로그래머를 비롯해 몇 사람을 알게 되고 오랫동안 못 만났던 부상용(공형진)이라는 친구를 만나 그의 집까지 초대받아 부상용의 아내(정유미)와 셋이 술도 마신다. 그 자리가 빌미가 되어 나중에는 뭔가 이상해진다. 그 뒤 선배(유준상)의 초빙을 받아 제주도로 특강을 간 구경남은 화백 양천수(문창길)의 아내가 자신이 예전에 좋아했던 고순이(고현정)라는 걸 알게 된다. 이 두번의 여행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알고 무엇을 잘 알지 못하게 되는 걸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얼마 전 완성됐고, 그 아리송한 매력을 마침내 2009년 상반기에 확인할 수 있다. 흥미롭기 그지없는 홍상수식 여행에 관해 홍상수 감독이 지금 말한다.
-촬영 때가 늘 중요하다. 이번에는 어떤 걸 생각하며 찍었나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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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귀환. <박쥐>는 두말할 것 없이 2009년 최고 기대작이다. 그가 다시 하드보일드한 누아르의 세계와 손잡은 것 같은 이미지, 우정출연이었던 <친절한 금자씨>를 제외하자면 <복수는 나의 것>(2002) 이후 송강호와 사실상 7년 만의 만남, 그리고 실제 신학교에 갈 ‘뻔’했을 정도로 엄격한 가톨릭 환경에서 성장한 그 자신의 치열한 자기고백이 담길 것 같다는 점에서 <박쥐>는 올해 가장 뜨거운 영화다. 내용은 이렇다. 존경받던 신부 상현(송강호)이 아프리카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는 백신 개발 실험에 자원했다가 정체불명의 피를 수혈받고 뱀파이어가 되고, 친구 강우(신하균)의 아내 태주(김옥빈)를 만나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 날, 태주가 남편을 살해하자고 제안한다.
시놉시스만으로도 <박쥐>는 분명 그가 언제나 얘기했던 윤리, 구원, 그리고 폭력의 문제까지 다룬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가 ‘쉬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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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이창동·홍상수 등 주목할 만한 감독 7인의 신작 미리 보기
이창동의 <시>, 홍상수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 박찬욱의 <박쥐>, 김상진의 <주유소 습격사건2>, 박흥식의 <협녀>, 장진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나홍진의 <살인자>, 이렇게 서로 다른 장르와 스타일을 견지하는 일곱 감독의 영화가 2009년을 기다린다. 이창동과 홍상수와 박찬욱은 이미 신작 소식과 동향이 실시간으로 해외언론에까지 전해지는 국제적 감독들이며 그 제목만으로도 일찌감치 흥분을 불러일으킨 프로젝트의 주인공들이다. 박스오피스의 강자 김상진은 <권순분여사 납치사건> 이후 자신의 전환점이나 다름없었던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돌아가 그 속편을 준비 중이고, 반대로 <인어공주> <사랑해, 말순씨>의 박흥식은 오히려 이전 필모그래피와 완전히 단절하는 것 같은 무협 액션 <협녀>로
[이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다] 잘 알고 싶으니까, 흥분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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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사이트의 네티즌이 꼽은 2008년 최고의 한국영화와 배우도 알아봤다. <씨네21>은 2007년 12월1일부터 2008년 11월30일에 개봉된 한국영화와 출연배우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네티즌의 설문을 받았다. 다음은 12월5일부터 17일 오전 11시까지의 설문을 집계한 결과다.
<추격자> 이런 영화를 원했어
아무도 그를 따라잡진 못했다. <씨네21> 사이트에 접속한 독자의 선택은 <추격자>다. 총투표수 10686표 가운데 <추격자>에만 2315표가 몰렸다. 2위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1353표)과 3위인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1324표)과 비교할 때도 1천표가량 높은 수치다. 4위는 저예산영화의 힘을 보여준 <영화는 영화다>로 총 617표를 얻었으며 <미쓰 홍당무>(461표)와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406표),
[2008 총결산]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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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미국영화의 선전이다. <씨네21>이 선정한 올해의 외화 다섯편 중 상위 세편은 가장 미국적인 장르와 법칙 안에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그리고 그 선두지점에는 코언 형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있다. 응답자 23명의 지지로 1위를 차지한 이 작품은 “비극을 해결할 수 있는 영웅이 더이상 존재할 수 없는 시대”(남다은)의 공포감을 탁월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매력은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캐릭터를 읽는 재미에 있다. 남다은 평론가는 이를 “어떤 방향으로 읽어도, 누구로부터 읽어도, 풍성한 이야기의 겹이 생기는 매혹적인 보물창고”라는 말로 정리한다. 한편 코언 형제의 영화 사상 가장 극악무도한 악당을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의 고상한 단발머리는 진지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유발한다. “올해 본 영화 중 가장 무서웠고, 가장 웃겼다”(한동원)는 평가는 그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
[2008 총결산] 올해의 외국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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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감독_ 김지운
뚝심있는 모험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이 근소한 차이로 올해의 영화 6위에 머물렀지만 김지운 감독은 당당히 올해의 감독으로 선정됐다. <놈놈놈>이 2008년 최고작이 아닐 수는 있어도 2008년 최고의 화제작이라는 사실에 의견이 모인 결과다. 설문 참여자 중 5위 안에 <놈놈놈>을 넣지 않았음에도 올해의 감독으로는 김지운의 이름을 적은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확실히 그렇다. 제작 초반부터 초미의 관심을 모았던 초대형 기획물의 완성, 지금은 잊혀 졌거나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만주 웨스턴이라는 장르에 대한 한 감독의 장인적 애정, 그걸 구현하기 위해 시도된 시각적 도전 등이 큰 이유가 될 것이다.
“<놈놈놈>이 그의 최대 걸작이거나 성공작이어서가 아니라 그 기획이 그 정도 수준으로 성공한 것 자체가 놀라운 일”(듀나)이라는 것이다. 혹은 “이슈 환기력이 달리기는 했으나
[2008 총결산] 올해의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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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2008년의 한국영화를 정리하는 시간이다. <씨네21>의 기자와 평론가 31명이 설문 투표에 참여했고 올해도 어김없이 최고의 한국영화와 영화인을 선정했다.
1위 <밤과낮>
홍상수 감독의 <밤과낮>이 2008년 올해의 영화로 선정됐다. 우연히 대마초 사건에 연루된 뒤 파리로 도피성 여행을 떠나온 화가 성남. 그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외로운 또는 고단하면서도 절실한 이 여행기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표했다. 엄청난 지지를 받은 부동의 1위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가 살아 있는 활성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믿는 것 같은데, <밤과낮>은 시간과 감각과 감정이 무언가 육체를 얻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까지 준다. 종전보다 더 과감해진 직선의 서사와 일기체 등이 등장하지만 동시에 정의 내리기 힘든 성질과 분위기들이 겹겹이 영화를 에워싸면서 불균형하면서도 단단한 주름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 영화의 영화적 주름에 관해서
[2008 총결산] 올해의 한국영화 베스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