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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지영
고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남부군>(1990) 연출
캐스팅할 때만 해도 완전히 신인이었지. MBC에서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다고 했다. <남부군>의 박민자 역은 처음부터 신인을 뽑을 생각으로 사람을 찾았는데, 당시 매니저였던 배병수가 추천해서 처음 최진실을 만났다. 난 좋게 봤었다. 신인연기자들은 보통 감독을 만나면 자기가 어떻게 예쁘게 보일지만 신경쓰는데, 그건 어리석은 거다. 감독은 연기를 잘하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데 말이다. 그런데 최진실은 예쁘게 보이는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인터뷰를 할 때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묻는 말에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다고 바로 캐스팅을 한 건 아니었다. 두달 정도 후보 사진을 사무실 벽에 붙여놓고 가만히 들여다보았었지. 그랬는데 사람들이 오고가며 한마디씩 하는 걸 들으니 최진실에 대한 관심이 제일 많은 것 같았다. 결국 최종적으로 회의를 해서 최진실로 결정했다. 처
[추모! 최진실] 보통 아이는 아니었다 -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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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강우석
고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미스터 맘마>(1992) 연출, 제작, <마누라 죽이기>(1994) 연출, 제작, <홀리데이 인 서울>(1997) 제작
진실이는, 내가 너무 오래전부터 봐왔어. <남부군>(1990)으로 데뷔했고, <나의 사랑 나의 신부>가 첫 번째 히트작일 텐데 난 그때까지도 그가 연기자라기보다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지망생’ 정도로 본 거지. 저 체격에 귀엽기만 한 이미지를 갖고 배우가 될 것인가. <미스터 맘마>를 최민수랑 같이 할 당시엔 이미 둘 다 톱스타였는데 실제로 작업해보니까 되게 욕심도 많고, 자기가 연기 맛을 알면 큰 배우가 되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회식 자리할 때면 “진실아, 너 지금보다 조금만 더 연기에 욕심을 내봐라” 얘기하고 그랬다고. 영화쪽에 일단 집중하고, 정말 큰 배우가 된 다음에 TV랑 번갈아 해도 되지 않겠냐 그랬더니 자기도 그런 욕심이 난다는 거야.
그
[추모! 최진실] 남녀노소 모두가 사랑했지 -강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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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중훈
고 최진실과 함께한 작품: <나의 사랑 나의 신부>(1990), <마누라 죽이기>(1994)
내가 최진실을 처음 본 기억은 <남부군> 때다. 고(故) 배병수 매니저가 영화 행사에 최진실을 데리고 다니면서 소개시켰던 기억이 난다. 그때 내가 받은 솔직한 인상은, 체격도 왜소하고 당시 여배우가 가질 수 있는 전형적인 매력을 가진 인물은 아니란 거였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란 카피로 유명했던 전자제품 광고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 않았던 것 같다. <나의 사랑 나의 신부>를 준비할 때 제작사에서 최진실을 언급하기에 난 오히려 반대를 했다. 한 영화의 주연을 맡기엔 너무 가냘프고 귀엽기만 할 뿐 존재감이 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할 때쯤엔 나보다 인기가 더 좋았다. (웃음)
여배우가 타고난 귀여움만으로 한 시대에 어필했다는 것은 그전까지 우리나라에선 없었던 일이다. 아름다움이라든가 연기력이라든
[추모! 최진실] 귀여움 하나로 한 시대를 사로잡다니 -박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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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방송인 15인 최진실을 추억하다
지난 10월2일 영화배우 최진실이 사망했다. 최근까지 그는 대중에게 <장밋빛 인생>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등 최근의 드라마 출연작들을 통해 ‘재기’에 성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탤런트로 여겨졌지만, 그에 앞서 우리는 그를 1990년대 한국영화 부흥기의 시작을 함께했던 영화배우로 기억한다. 1990년 <남부군>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최진실은 압도적인 미모나 카리스마 대신 특유의 귀여움과 친근함을 무기로 이전까지 한국영화에 없던 여배우의 매력을 선보였으며, 한국영화계의 기획영화 붐과 맞물려 톡톡 튀고 자기 주장이 분명한 신세대적인 여성 캐릭터의 원조급이 되었다. 감독 겸 제작자 강우석의 회고처럼 그는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을 받았”고, 배우 박중훈의 표현대로 “귀여움 그 하나만으로도 한 시대를 어필했던” 여배우였다. 그는 10년간 18편의 영화를 찍었고 <단적비연수>(2000) 이후 스크린으로
[추모! 최진실] 나의 사랑, 나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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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감독은 연극인의 미래를 꿈꾸는 10대였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아버지의 반대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무감동하게 러시아어학과에 들어갔다. 연극영화과가 아니라면 어떤 길이든 별반 차이가 없을 터였다. 졸업 뒤 3년 동안 해운회사를 다니던 그녀의 마음은 다시 들썩였다. 수능시험을 다시 볼 필요가 없다는 장점에 끌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지원했고 콘티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영상원에 합격했다. 그녀의 영화에서 오랫동안 다급할 것 없이 인간을 관찰한 자의 시선이 느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경미 감독은 여고생의 동성애적 감정을 그린 단편 <거짓말>과 연애의 동상이몽을 간파한 <기억>, 배우 박해일을 캐스팅한 <오디션>을 차례로 내놓았고, 2004년작 <잘돼가? 무엇이든>은 장부조작 특근에 동원된 두 여직원의 미묘한 경쟁과 유대를 그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최고의 상을 받았다. <미쓰 홍당무>는 그녀의
[이경미] “양미숙은 삽질로 모두에게 행복한 선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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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6일 극장에 걸리는 이경미 감독의 <미쓰 홍당무>는 오랜만에 맞닥뜨리는 거침없는 데뷔작이다. 줄거리는 짧게 요약하면 ‘삽질의 설상가상’이고 미운 오리 새끼인 주인공은 백조가 될 가망의 씨알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 장면에 대한 예측을 번번이 추월하는 이 영화는 관객에게 통쾌한 패배감을 안겨준다. 올해 나온 코미디 중 가장 많은 웃음을 주기도 한다. 그 중심에는 잔인한 세상과 순순히 무릎 꿇지 않는 개인에 대한 서늘한 관찰력이 자리잡고 있다. 한번 보면 기막히고 두번 보면 사랑스러운 <미쓰 홍당무>와 이경미 감독을 소개한다.
“나랑 좀 싸울래요?”
<미쓰 홍당무> 티저 포스터의 공효진은 비죽 내민 입술과 부릅뜬 눈으로 우리에게 시비를 건다. 그리고 그녀에겐 이유가 충분하다. 영화의 첫 장면은 양미숙(공효진)이 지병인 안면홍조증에 걸린 운명의 날이다. 고등학교 수학여행 단체 사진을 찍는 순간, 급우들은 스크럼을 짜고 미숙을 대열에 끼워
<미쓰 홍당무> 얼굴 빨개지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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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도덕성에 둘러싸인 현실을 보여주려 했다”
원작자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각본가 윌리엄 모나한, 프로듀서 도널드 드 라인 인터뷰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나.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원래 리들리 스콧과는 ‘The Invisible World’라는 기존의 시나리오 각색건으로 함께 작업하고 있었다. 이라크 전쟁을 취재 중인 여성 저널리스트가 현지의 이라크인을 만나 사랑에 빠짐으로 둘 다 위험에 처해지는 내용인데 그 프로젝트 때문에 여기 도널드나 윌리엄 모두가 본격적으로 모이게 되었다.
=윌리엄 모나한: ‘The Invisible World’로 이른바 데이비드가 영화계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셈이었으니까. (데이비드를 보고 씩 웃는다.) 그러다가 리들리가 데이비드의 <바디 오브 라이즈> 원고를 건네주더라. 정말 뛰어난 첩보물이었다. 이런 작품을 놓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소설이 처음으로 영화화된 셈인데 영화를 보니 어떤가.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
<바디 오브 라이즈> 인터뷰 - 리들리 스콧,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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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스트리트 저널>의 CIA 및 중동 지역 담당 베테랑 기자였던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바디 오브 라이즈>는 리들리 스콧이 감독을, <디파티드>의 윌리엄 모나한이 각색을 맡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러셀 크로가 CIA 요원으로 나란히 등장하는 스파이 스릴러물이다.
요르단의 암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믿어서도 안 된다는 <바디 오브 라이즈>의 세계에서는 같은 대상을 바라보지만 끊임없이 충돌하는 두 가지 시각이 있다.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CIA 요원 페리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긴박한 현실이 그 하나라면 나머지 하나는 수만 마일 떨어진 워싱턴에서 휴대폰으로 지시를 내리는 그의 독단적인 상관 호프만(러셀 크로)이 위성카메라로 바라보는 픽셀화된 현실의 이미지이다. 이 두 시각은 서로 대립하면서 동시에 서로 보완하고 있다. CIA라는 조직이 중동에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가를 묘사하고
<바디 오브 라이즈> 모든 인물들이 속고 속이는 스파이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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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가 비탄에 잠겼다. 지난 9월26일, 폴 뉴먼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향년 83살. 배우이자 감독이었고 제작자이면서 운동가, 성공한 사업가인 동시에 레이싱 경주를 즐기던 스크린의 전설은, 오랜 암투병 끝에 코네티컷의 자택에서 눈을 감았다. 1925년 오하이오에서 태어난 폴 뉴먼은 젊은 시절 인상적인 외모로 거친 반항아 또는 패배자를 연기해 캐릭터 배우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허슬러> <허드> 같은 전성기 대표작을 통해 10번이나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나중에 마틴 스코시즈가 감독한 <컬러 오브 머니>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2007년, 더이상 최고의 연기를 보여줄 수 없게 되었다며 은퇴했다. “내가 원하는 수준만큼 연기할 수 없게 됐다. 기억을 잃기 시작할 것이고, 자신감도 잃기 시작할 것이다. 창작에 대한 욕구도 그럴 것이다.” 외모와 연기력으
[폴 뉴먼] 메소드 스타의 죽음, 메소드 연기의 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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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다”
주인공 메리 헤인스 역의 멕 라이언 인터뷰
-극중 캐릭터처럼 지난 몇년간 이혼을 비롯해 일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어떤가.
=오랫동안 자다가 깬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몇년이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었나 싶다. 여행도 많이 했고,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만나봤다. 인생이 즐겁다. 나이 들어가는 것도 좋다. 이제는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한 확신도 서고, 이해심도 많아졌다.
-처음 출연을 결정한 뒤 14년이 지나서 영화가 완성됐는데,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유는 뭔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니라 떠나지 못했던 거다. (웃음) 다이앤이 일년에 한두번씩 전화해서 “이번에는 진짜 영화 찍는다”고 했지만, 번번이 자금이나 배우 스케줄 등 문제가 생겨서 미뤄졌다. 다이앤은 지난 10여년간 이 영화에만 매달렸었다. 영화화된 것은 다 그녀 덕이다.
-<내 친구의 사생활>은 엄마, 딸, 친구 등 여자들 사이의 관계
<내 친구의 사생활> 감독 다이앤 잉글리시, 배우 멕 라이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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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 전부터 괜히 편견을 갖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요즘 ‘뜨는’ 배우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아이언맨>이나 <배트맨>처럼 슈퍼히어로가 나오지도 않고, 유명한 감독의 작품도 아니다. 작품성있는 독립영화도 아니고, A급 할리우드영화도 아닌 것이, 중년 여배우들의 재치있는 한줄짜리 대사로 일관하는 TV광고를 보고 있자면, 괜스레 ‘패스’하고 싶은 영화가 바로 <내 친구의 사생활>이다.
<내 친구의 사생활>(The Women)은 클레어 부스 루스의 희곡으로 브로드웨이에서 대성공을 거둔 뒤 39년 조지 쿠커의 연출로 영화화된 <여인들>(The Women)을 바탕으로 했다. 걸작으로 꼽히는 <여인들>을 리메이크해서인지 <내 친구의 사생활>을 곱게 보는 평론가는 드물었다. 평론 집계 사이트 ‘로튼토마토’에 따르면 10%만이 호의적인 평을 했다. 대표적인 평론가 중 유일하게 <시카고 선타임스>의 로저 에버
<내 친구의 사생활> 여자친구들이 헤어질 땐 어떤 일이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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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김기덕 감독을 한국영화계의 비주류로 인식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는 자기 세계가 확실한 열다섯편의 장편을 찍은 중견감독이자, 해외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한국 감독이고, 국내 제작환경에서 자신을 추종하는 신인감독들에게 입봉 기회를 나눠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감독이다. 한때 그는 혜성 같은 존재였지만, 이제 다른 행성들을 거느린 항성이 되었다. 그의 새 영화 <비몽>은 한국의 미가 담뿍 담긴 배경에 일본과 한국의 배우가 함께 각자의 모국어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저예산영화로, 주관객층은 국내보다 더 많은 유럽과 미국의 고정 팬들이다. 진정한 세계화는 (흔히 오해하듯 <디 워>가 표방한 미국식 거대자본화가 아니라) 바로 이런 모습이 아닐까?
황진미: <숨> 이후 좀 간격이 뜬 것 같다.
김기덕: 그렇지도 않다. 매년 초에 하나씩 만드는데, <숨>이 지난해 초, <비몽>이 올해 초에 만든 거다. 개봉이 조금 늦어진 거지.
[김기덕] “난 어차피 눈뜬 세상보다 눈감은 세상에 심취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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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을 통한 도약을 그린 김기덕의 열다섯 번째 영화 <비몽>
비몽. 슬픈 꿈. 이번 가을 김기덕 감독이 선보일 신작의 제목이다. 꿈을 꾸는 남자 진과 그의 꿈을 현실에서 행하는 여자 란 역은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와 한국 배우 이나영이 맡았다. 김기덕 감독의 지휘 아래 꿈과 현실의 경계가 허물어진, 심지어 하나로 녹아내리는 세상에 사는,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고 또 증오하는 두 남녀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까. 10월9일 개봉할 김기덕의 열다섯 번째 장편영화 <비몽>을 소개하면서 오랜만에 신작을 갖고 돌아온 감독의 인터뷰를 함께 전한다. 김기덕 영화에 동승하는 의외의 행보를 보인 배우 이나영의 인터뷰도 실었다.
다시 겨울이다. 김기덕 감독은 <시간>과 <숨>에 이어 <비몽>에서도 다시 한번 앙상한 겨울의 이미지를 불러들인다. 김기덕 영화의 인물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은 앙상하게 발가벗은 겨울의 이미지이다. 그것은 죽음 혹은
<비몽> 꿈과 현실의 합일을 소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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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에는 다른 영화제에선 찾아보기 힘든 낭만이 있다. 복작대는 남포동 거리, 사람 사는 냄새 물씬 풍기는 자갈치 시장, 고운 백사장과 유려한 해안선을 끼고 있는 해운대 바다. 그곳에서 낭만은 탄생한다. 새벽 기차를 타고 달려가 해운대 기차역에 짐을 부리며 부산 입성을 자축하는 것도 좋고, (비록 몰골은 말이 아닐지라도) 하루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꼬박 영화를 위해 투자하는 것도 좋고, 비릿한 바다 냄새 맡으며 회 한 접시 먹는 것도 좋겠다. 그곳이 부산이라면 부산국제영화제라면 추억이 되지 못할 일은 없다. 올해도 낭만이라는 별을 따러 부산으로 떠나보자. 10월10일까지 열리는 제13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전체 개요는 물론 미리 알고 가면 좋을 영화제의 주요 행사들과 정보를 모았다.
1. 전체 개요
6개 극장 37개관에서 60개국 315편의 영화가 상영되는 올해, 월드 프리미어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수도 역대 최다인 133편(85편, 48편)이다. 아시아 프리미어도 9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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