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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어느 날 영화기자 J는 곧 개봉할 홍상수의 8번째 영화 <밤과 낮>을 보았습니다. <밤과 낮>에 대한 소개를 흥미롭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며칠간 고민하다가 이 영화를 본 날을 중심으로 기억을 더듬어 가상의 일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밤과 낮>의 형식을 흉내내는 것이라 마음에 좀 걸렸지만 영화처럼 일기체로 한번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러분이 <밤과 낮>에 궁금증을 갖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밤과 낮>은 웃기면서 기이하고, 슬프고 또 아름다운 진귀한 영화입니다.
꿈에서 홍상수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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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LA를 나는 알라딘의 양탄자
위대한 레보스키 The Big Lebowski, 1998년
출연 제프 브리지스,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줄리언 무어
제프 레보스키(제프 브리지스)는 언제나 잠옷을 걸치고 슬리퍼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백수다. 누가 봐도 루저지만 자신의 별명이 ‘듀드’(멋쟁이)임을 늘 잊지 않고 말한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그는 LA에서 가장 게으른 남자다. 그의 유일한 외부활동이라면 존 굿맨, 스티브 부세미 등의 친구들과 함께 볼링장으로 마을 나가는 것이다. <위대한 레보스키>는 그들의 초창기 작품 <아리조나 유괴사건>의 흥분을 연상시킬 만큼 코믹하고 흥겹다. ‘볼링광’ 존 터투로의 등장은 정말 배꼽을 잡게 만들며 볼링공의 시선으로 처리된 시점숏은 그 자체로 즐겁다. 코언 형제의 영화들 중 가장 꿈과 환상장면이 많은 이 영화에서 압권은 페르시안 카펫을 타고 LA 상공을 날다가 문득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이다. 영화에서 그가 가장
[코언 총정리] 코언의 명장면, 그리고 코언의 친구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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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이르기까지 코언 형제는 딱 12편의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블러드 심플>(1984)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이력은 1980년대 이후 미국영화가 보여준 위트와 테크닉의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로부터 가깝고도 먼 11편의 역사를 되돌아본다.
01. 코언 형제의 위대한 출발점
블러드 심플 Blood Simple, 1984년
출연 존 게츠, 프랜시스 맥도먼드, 댄 헤다야, 에밋 월시
아마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의 총격전과 가장 비슷한 정서를 꼽으라면 <블러드 심플>에 있다.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습격하고(왼쪽 사진), 총격으로 벽에 동그란 구멍이 생기며 빛이 새어오는 장면 등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모텔에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블러드 심플>의 ‘불륜녀’ 애비(프랜시스 맥도먼드)를 그녀의 남편이 고용한
[코언 총정리] 코언의 명장면, 그리고 코언의 친구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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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인터뷰는 <LA타임스> <가디언> <타임> 등 외신에 실린 인터뷰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대사 하나까지 원작에 충실했다. 어떤 식으로 각색이 이뤄졌나.
=(조엘 코언) 정말 둘이 꼭 필요한 일이었다. 한명이 책을 잡고, 다른 한명이 타이핑을 해야 했으니까. (에단 코언) 페이퍼백은 정말이지 똑바로 펼쳐지지 않는단 말이다. 하하. (조엘) 코맥 매카시의 고유한 목소리를 보존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각색이라기보다는 편집에 가까웠다. 문학적인 걸 영화적인 것으로 바꾸고, 무엇을 포함시키고 뺄 것인가를 결정하는. 플롯과 캐릭터를 개발하는 게 아니라 매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중심인물이 갑자기 죽어서 사라져버리는 것 등은 우리가 꼭 지키려고 했다. 단순히 원작에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이 이야기에서 재미있게 여기는 부분을 지키고 싶었다. (에단) 책을 읽고 각색하면서 코맥을 만난 적도 없었다. 촬영장 근
[코언 총정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감독, 코언 형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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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러드 심플>과 <파고>를 넘어, 그리고 코맥 매카시
그럼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가장 유사한 코언 형제의 영화를 꼽는다면 <블러드 심플>(1984)과 <파고>(1996)다.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정체불명의 사립탐정과의 싸움이라는 점에서는 <블러드 심플>과, 그리고 돈가방을 둘러싼 추격극이라는 점에서는 <파고>와 닮았다. <카이에 뒤 시네마>의 뱅상 말로자는 “살인의 관계라는 점에서 그들이 <블러드 심플>과 <파고>의 세계로 다시 돌아갔다”고도 말한다. 더불어 그들이 가장 소규모 영화였다고 말하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2001)의 이발소를 포함해 이후 <참을 수 없는 사랑>(2003)의 오피스와 <레이디킬러>의 지하 작업실, 심지어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파리>의 지하철역에 이르기까지 코언 형제답지 않게 연이어 닫
[코언 총정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전작 11편 총정리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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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언 형제가 <레이디킬러>(2004) 이후 꽤 오랜만에 내놓은 장편영화다. 그 사이 그들은 올리비에 아사야스, 월터 살레스 등 여러 감독이 참여한 옴니버스영화 <사랑해, 파리>(2006)에 참여했다. 그런데 ‘파리를 무대로 한 러브 스토리’라는 공통된 컨셉에 코언 형제가 포함된 것은 무척이나 생경해 보였다. 코언 형제는 그전까지 11편의 장편영화를 만드는 동안 단 한번도 미국이라는 공간을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를 로케이션의 예술이라고 한다면 그들의 영화야말로 마틴 스코시즈의 영화와 더불어 100% 미국영화라 해도 틀리지 않다(그래도 스코시즈는 <쿤둔> 같은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렇게 지금껏 주로 미국 중서부 지역을 무대로 영화를 만들었던 코언 형제의 영화 속에 프랑스 파리의 풍경이 담긴다고 하는 것은 무척이나 획기적인 감상 포인트였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에서 미국 바깥의 풍경을 볼 것이란 기대는
[코언 총정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와 전작 11편 총정리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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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코맥 매카시의 2005년 원작을 바탕으로 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언 형제의 영화 중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공포스럽다. 가장 많이 비워져 있지만 또한 가장 꽉 들어차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 오랜 경력에 비하면 이제 막 12편의 영화를 내놓은 그들이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언 형제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소름 끼치는 걸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을 다시 한번 증명해준다. 코언 형제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이미지가 ‘원’이라면, 그들 영화의 총결산과도 같은 이 작품을 통해 그들은 마치 12개월이 다 지난 것처럼 딱 12편째에 이르러 하나의 원을 완성했다. 이것은 그들에게 바치는 특집이다. 코언 형제의 인터뷰와 더불어 그들의 이전 11편을 총정리하는 명장면 모음, 그리고 영원한 파트너인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은 물론 존 터투로, 존 굿맨, 조지 클루니처럼 그들과 영감을 공유한 수많은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았다.
매혹적인 코언 형제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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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기묘한 유머로 돌아온 시효경찰
<돌아온 시효경찰> 帰ってきた時效警察
‘이 사건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만.’ 플라멩코 살인사건으로 막을 내렸던 <시효경찰>이 반전을 시도하며 돌아왔다. <돌아온 시효경찰>은 2006년 6월 종영한 <시효경찰>의 두 번째 시리즈. <시효경찰>의 종영에서 정확히 1년 뒤를 이야기한다. <시효경찰>은 소부시 경찰서 시효관리과를 배경으로 시효가 다 된 사건을 취미로 수사하는 남자의 이야기다. 5명의 감독이 회를 나누어 촬영한 시스템으로 매회 완결형의 에피소드 성격이 짙다. <돌아온 시효경찰>에서도 이 방식은 동일해 8회 ‘키리야마가 긴급입원, 부호살인에 도전하는 미카즈키’편은 주인공으로 출연한 오다기리 조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했다. <돌아온 시효경찰>은 전 시리즈의 독특한 유머감각과 비상한 설정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수사비용을 조달하지 못해
[2008 미드·일드 가이드] 한국에서 방영 예정인 일드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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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드라마의 핵심은 보고 또 보고, 계속 보게 하는 것. 시청률로 먹고사는 시즌제 드라마에게 시청자의 기다림은 필수다. 그래서 드라마들은 시즌 파이널과 시즌 프리미어에 교묘하게 낚싯대를 던진다. 등장인물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거나 갑작스러운 시련으로 모는 것은 미드의 장기. 심증만 가던 커플을 한 침대에 눕히고, 등장인물을 생사의 갈림길에 놓는 것은 시즌 파이널에서 즐겨 쓰는 효과 만점의 미끼다. 최근 각 시즌을 마무리한 미드들의 파이널도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는데, 국내에도 하반기 방영 예정인 인기 미드들의 다음 이야기를 살짝 들춰보자.
<CSI>는 그리섬과 연인 관계인 새라를 폭우가 내리는 사막에 던져놓은 채 시즌7을 마쳤다. 새라 사이들을 연기하는 조자 폭스의 출연료 협상에 따라 새라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라는 루머까지 나온 가운데 새 시즌의 첫 에피소드는 미니어처 킬러로부터 새라를 구하기 위한 대원들의 분투가 그려진다. 조자 폭스는 2007년 <엔터테
[2008 미드·일드 가이드] 미끼 잘 던지는 것도 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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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으로 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데미지> Damages
피범벅이 된 채 미친 듯이 거리를 헤매는 여자가 있다. 곧 그녀는 약혼자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다. 그리고 시곗바늘은 갑자기 6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엘렌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로스쿨을 졸업하자마자 저명한 여성 변호사 패티 휴즈에게 스카우트되고, 의사 약혼자와 결혼을 설계하며 달콤한 미래를 꿈꾸는 중이다.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냉철한 완벽주의자인 패티 휘하에서 억만장자 프로비셔에 대한 민사재판을 준비하던 엘렌은 약혼자의 여동생 케이티가 사건의 핵심 증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증언을 하도록 케이티를 설득할 것인가, 아니면 그녀를 보호할 것인가 사이에서 갈등하던 엘렌은 패티가 케이티와의 관계를 이용하기 위해 자신을 고용했다는 데 의혹을 품게 된다.
독재자형 여성 상사와 신참 여직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법정 버전”이라는 제작진의 말은 <데미지>의 인물
[2008 미드·일드 가이드] 한국에서 방영 예정인 미드 미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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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아니 연휴는 끝났다. 한숨이 절로 나오지만, 절망만 하지는 말자. 2008년에도 막강한 중독성으로 당신의 수면을 박탈하고 심장을 움켜쥘 미드와 일드가 일제히 기다리고 있으니. 올 한해 한국에서 방영 예정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미드와 일드 가이드를 마련했다. 첫 시즌부터 방영하는 신선한 미드 10편과 <CSI 시즌8> <하우스 시즌4> 등 하반기 방영 예정인 화제작 6편, 그리고 올 한해 방영을 앞둔 일드 7편을 소개한다. 더불어 따로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까지 포함해 정리한 방영 정보는 2008년 한해 드라마의 매력에 푹 빠져들 당신을 위한 충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2008 미드·일드 가이드] 2008 당신을 사로잡을 미드, 일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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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간 정말 지긋지긋하다. 자신의 죄에 대해 반성하라는 말은 애초에 아무 의미도 없을뿐더러 ‘왜 망치를 이용해 사람을 죽였냐’는 질문에 “목도 졸라보고, 칼로도 해봤는데, 애들이 되게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러다 돼지 잡는 걸 보고 그랬어요”라고 말할 정도니 말 그대로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없는 ‘내추럴 본 킬러’다. 게다가 여자 형사를 향해 ‘생리하시나 봐요. 냄새가 비린 게’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 이미 여성영화제 ‘최악의 대사’ 부문을 선점한 것은 물론, 사람을 질려버리게 할 정도로 치가 떨린다. 하지만 유아적인 모습의 반대편에서 “아킬레스건을 따야 피가 빠지잖아요. 안 그럼 무거워서 못 들어요”라고 말하는 걸 보면 숙련된 도살자 같기도 하다. 영화에서 중호(김윤석)가 그토록 잡고자 하는 영민(하정우)은 그렇게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 그 어딘가에서 애매모호하게 서 있다. 그런데 그 애매모호함이 바로 지영민이라는 캐릭터를 가장 독창적으로 만들고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이나 그를
[하정우] ‘하정우’란 인간을 완벽하게 버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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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이다. <추격자>를 보고 나면 괴물 배우가 또 한명 탄생했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김윤석이란 이름을 발굴한 <타짜>(2006)의 아귀가, 그 이름을 잊지 못하게 만든 <천하장사 마돈나>(2006)의 동구 아버지가, 혹은 바람을 피우면서도 세상 무서울 게 없던 드라마 <있을 때 잘해!!>(2006)의 하동규가, 평범해서 더욱 마음을 당겼던 <즐거운 인생>(2007)의 성욱이 훌륭하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추격자>에서 김윤석은, 우리가 의심스레 눈을 비비는 사이,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거침없이 내달린다.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경찰. 김윤석 자신의 표현대로 중호는 합법과 비합법의 세계를 오가면서 자기 나름의 세계를 구축한 인물이다.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개판인 놈들을 사회가 잡아가두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고 있는 이 사내가, 생을 건다는 말 따윈 모르는 하이에나 같은 그가, 경찰도 잡지
[김윤석] “동네에서 가장 야비한 개가 잔인한 들개와 싸우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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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 그리고 이런 전직 경찰과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그려야겠다는 생각, 어느 것이 먼저였나.
=전자가 먼저였다. 김미진이 사라지고 그걸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구조를 먼저 생각했다. TV시리즈 <24시>도 물론 봤다. 시즌1만 봤는데 당시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다. 정말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재미있는 거다. <추격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하여간 큰 쇼크를 줬다. 더불어 <추격자>는 클래식한 느낌으로 찍고 싶었다.
-꼬박 밤을 새우는 이야기라는 게 디테일을 표현하는 데도 힘들 것 같다. 분장이나 의상 등 장면 연결의 일관성이 흐트러지면 안 되니까.
=가령 김윤석 선배의 경우 수염 길이가 장면마다 크게 다르면 안 된다. 적당히 비슷하든가 서서히 자라야 한다. 그런데 왜 그리 수염이 빨리 자라는지. (웃음) 게다가 실시간의 이야기임에도 시간 순서대로 촬영하지 못하고 현장 사정상 뒤죽박죽으로
[나홍진] “중호와 영민은 결국 똑같은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