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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아모스 기타이의 이름만이 오롯하던 이스라엘영화가 지난해와 올해 국제영화제들을 통해 재조명받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만 무려 여섯편의 이스라엘영화들, <바시르와 왈츠를>과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수상작 <젤리피쉬>, 58회 베를린영화제 관객상 수상작 <레몬 트리>, 몬트리올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작 <누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출품작 <밴드 비지트: 어느 악단의 조용한 방문>, 베를린영화제 경쟁작 <천국을 향하여>가 국내 개봉한 것은 이스라엘영화의 국제적 부상을 보여주는 튼튼한 증거다.
성공 거두지 못한 ‘팔레스타인 웨이브’
흥미로운 것은 국내 개봉작들이 각기 다른 장르를 차용함에도 공통적으로 이스라엘의 사회·문화·정치적 분쟁, 특히 팔레스타인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사실이다. <레몬 트리>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레몬 농장을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팔레스타인 여인의 삶을 다룬다
자살테러범의 내면을 스릴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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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르네 랄루 감독이 1980년대 말에 애니메이션영화가 괴멸 직전이라고 말했을 때 그것은 사실상 단편이라기보다 장편애니메이션의 위기를 더 가리켰다. 그는 당시 자신의 세 번째 장편 <간다라>(1987)를 만들기 위해 6개월을 평양에서 보내야 했는데, 애니메이션 영화를 더이상 프랑스 국내에서 만들 수 없게 된 현실을 개탄했다.
이런 현실은 비단 프랑스만의 것이 아니었다. 도쿄와 할리우드의 많은 고용 감독들에게는 그들의 작품이 어디에서 그려지는가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았겠지만, 장편애니메이션을 둘러싼 경제 상황은 유럽의 한가운데에서조차 아우성이 나올 정도로 좋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버블 경기의 호황 속에서 만들어진 일본의 수많은 장편애니메이션들은, 유럽과 달리 국경 바로 바깥의 인근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그리고 자국 내에서 하청 구조를 통해 이루어진 노동력 착취의 결과였다.
유럽·아시아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현재 이러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
<바시르와 왈츠를> 실사-애니-다큐의 경계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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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 폴만 감독에게 서면 인터뷰 질문지를 보냈으나 답을 들을 수가 없었다. 수입사쪽에 따르면 현재 아리 폴만은 이스라엘을 떠나 해외 영화제에 참석 중이라고 한다. 아쉬운 마음을 대신하며 아리 폴만 감독이 해외 영화잡지들과 나눈 대화를 발췌해서 싣는다.
-왜 학살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지금에야 이 영화를 만든 것인가.
=이유를 설명하자면 길다. 5년 전 나는 마흔이 됐다. 그리고 이스라엘 예비군을 관두고 싶었다. 이스라엘 예비군은 모두 3년이며, 매년 2주에서 1달가량 복무해야만 한다. 내 직업은 영화감독이었으니 예비군에서는 ‘원자폭탄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법’ 같은 멍청한 정부 광고의 각본이나 써야 했다. 지겨웠고 관두고 싶다고 했더니 그만둘 수는 있지만 군대 심리치료사를 만나야 한다더라. 그래서 20번을 만났다. 마지막 날이 되자 스스로에게 놀랐다. 나의 복무 기억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건 생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시르와 왈츠를>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
<바시르와 왈츠를> 실사라면 얼마나 지겨웠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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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르와 왈츠를>은 기묘한 영화다. 아리 폴만 감독은 어머니와 아이를 포함한 3천명의 무슬림이 이스라엘 군부의 비호와 레바논 기독교 민병대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한 ‘사브라-샤틸라 학살’의 개인적인 기억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냈다.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연 다큐멘터리인 동시에 애니메이션인 학살의 증언이 가능한 일일까. 사실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다큐멘터리, 환상을 창조하는 그릇으로서의 애니메이션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며 조화롭게 왈츠를 출 수 있을까.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아리 폴만 감독은 <바시르와 왈츠를>을 통해 흥미로운 영화적 왈츠를 안무해냈다. 정치적으로 논쟁적이고, 형식적으로 전복적인 애니메이션 <바시르와 왈츠를>을 탐험한다.
오리 시반: 대학살에 대한 자네 관심은 그 사건보다 훨씬 오래전에 생긴 거야. 다른 학살에서 비롯된 거라고. 사실 ‘다른’ 수용소가 그 밑바탕이 된 거야. 자네 부모님도 수용소에 계셨었나?
나
‘대학살의 왈츠’를 기억하라 <바시르와 왈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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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라고 할 게 없었다. 정시아는 잊혀진 이름이었다. 아침드라마 <진주 목걸이>와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를 놓고서 그녀의 이미지를 설명하는 것도 어색한 일이었다. 샴푸의 요정이란 닉네임은 언제 적 일이던가. 그녀가 찍었다는 섹시 화보집이 정말 있기는 있는 건가. 그녀가 TV와 인터넷에 빠져 지냈던 2년간의 공백기는 대중에게 그저 흐르는 시간이었다. 아무도 정시아를 궁금해 하지 않았고, 찾지 않았다. 그러니 그녀의 버라이어티 생존기에서 한 배우의 변신을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시아는 아예 <무한걸스>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가수, 혹은 배우일 것. 그리고 다른 멤버보다 예쁜 외모의 소유자일 것. 정시아가 <무한걸스>에 출연하기 전 제작진이 남겨둔 빈자리다. 게스트로 출연했던 그녀는 고정멤버가 됐다. 일단 그녀의 외모가 신봉선과 김신영에게 좋은 재료가 됐다. 신봉선이 “나랑 정시아랑 다른 게 뭔데!”라고 투정부리거나, 김신영이 그
[배우와 버라이어티] 케이스 연구 4. <무한걸스>의 정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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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데렐라와 엉성천희. 2008년 배우 이천희를 수식하는 단어는 특정 드라마나 영화가 아니다. 이천희는 올해 여름부터 출연하기 시작한 SBS 예능 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의 캐릭터로 활짝 폈다. <패밀리가 떴다> 이전까지 그는 배우로든 연예인으로든 무색에 가까웠고, 그를 설명하는 말들은 모델로서의 경력, 혹은 영화 <아름답다>나 <허밍>, 드라마 <가을 소나기>와 <온리 유> 등의 지고지순형 이미지였다. 그는 같은 모델 출신 주지훈, 강동원처럼 섬세한 외모를 갖고 있지도 않고, 그들의 몸처럼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영화 <뚝방전설>과 <태풍태양>의 청춘 캐릭터도 있지만 이 역시 그의 존재감을 새기기엔 지극히 평범하고 흔하다. 배우 이천희의 위치는 낮고 높음의 문제를 떠나 그냥 좀 지루했다. 차기작이 뭔지 궁금하지 않았고, 그럴 만큼 그의 움직임도 크지 않았다. 지독한 작가 감독을 만나 고
[배우와 버라이어티] 케이스 연구 3. <패밀리가 떴다>의 이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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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이기 때문에 넘어야 하는 벽들이 있다.
섹시하고 화려한 외모로 주목받은 경우라면 연기력을, 순수한 느낌으로 인기를 얻은 경우라면 그것이 가식이 아님을, 털털하고 남성적인 매력으로 호감을 얻은 경우라면 그것이 여성스러움의 반대말이 아님을, 여배우들은 증명해야 한다. 여배우의 이미지는 바꾸기도 힘들지만 그 자체로도 아슬아슬하다. 청순함이 내숭이 되고, 섹시함이 천함이 되며, 털털함이 주책이 되는 건 보는 사람 마음이다. 대다수의 대중은 여배우를 청순, 섹시, 털털, 신비 정도의 이미지로 기억하고 그 범주를 넘어선 것들을 수용하길 꺼린다. 그리고 안티가 된다. 여배우는 억울하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박예진이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한다. 그녀는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의 신비스런 여고생 효진으로 시작했고 이후엔 로맨스물의 착하거나 나쁜 주인공이었다. <발리에서 생긴 일>의 영주는 차가웠고 <작은 아씨들>의 혜득은 바보스
[배우와 버라이어티] 케이스 연구 2. <패밀리가 떴다>의 박예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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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원래 신애에 대해 잘 몰랐다. 2001년 모 화장품 TV CF로 데뷔해 영화 <보리울의 여름>(2003)· <은장도>(2003), 드라마 <여름향기>(2003)·<장미의 전쟁>(2006) 등에 출연했으나 그가 어떤 결정적인 캐릭터로서 대중에게 기억을 남긴 경우는 없었다. 2006년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신동엽, 노홍철과 함께 11명의 남매들을 돌보는 리얼리티쇼 형식 버라이어티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기도 했지만 이 역시 큰 얘깃거리를 낳았던 건 아니다.
신애의 가장 많은 출연작은 CF쪽에 있다. 화장품, 가구, 휴대폰, 아파트 등의 제품 광고에 등장한 그는, 엄청난 인지도로 먹고사는 스타가 아님에도 극단적인 얼굴 클로즈업을 보여주었다. 신애는 비현실적일 정도로 예쁜, 신비감 가득한 미모로서 지금껏 각인돼왔다. 세탁기 광고와 화장품 광고가 자신의 대표작이 되어버린 한가인처럼. 그런데 신애는 한가인과도 차이가 있으
[배우와 버라이어티] 케이스 연구 1. <우리 결혼했어요>의 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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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호 PD는 <일요일 일요일 밤에-몰래카메라>와 <강력추천 토요일-깨워줘서 고마워> 등을 연출한 인물. 2001년 입사해 MBC 예능계 간판 PD로 등극한 그는, 새로운 커플들을 맞아 시즌2의 국면에 접어든 <우리 결혼했어요>의 수명을 묻자 “짐작하지 못하겠다”며 겸손으로 말을 돌렸다.
-프로그램의 기획 배경은.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전제아래 여러 가지를 구상했다. 리얼리티 쇼는 포커스를 어디에 맞추느냐에 따라 정말 많은 포맷이 나올 수 있다. 처음엔 예능적인 6명의 리얼리티 쇼 정도밖에 없었는데 거기서 가상 결혼을 소재로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리얼 버라이어티의 폭을 넓혔다는 느낌은 있다.
-시청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파일럿이 나간 뒤 한달여 뒤에 본방이 편성됐다. 이 프로그램이 잘될 거란 확신이 있었나.
=기존에 했던 포맷이 아니었기 때문에 파일럿 땐 성공 여부를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만들면서는 자신감이 생겼다. 풀어갈 것들이 있겠다
[배우와 버라이어티] “다시 갑시다”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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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맨>을 연출했던 그 사람이다. 지난해 4월 <X맨>을 끝낸 장혁재 PD는 <하자GO>를 거쳐 <SBS 인기가요>를 돌아 올해 6월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다시 일요일 버라이어티에 합류했다. 스튜디오에서 야외로 나온 탓에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날씨라고. 1박2일을 찍어놓은 촬영분량을 일일이 파악해야 하는 것도 더불어 짊어진 짐이다. 참고로 장혁재 PD는 현재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연출하는 장태유 PD의 친형이기도 하다.
-<패밀리가 떴다>를 기획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가족이라는 컨셉을 생각했다. <무한도전>이나 <1박2일>은 흔히 보이스카우트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하지만 가족은 나이나 성별이 다양하지 않나. 가족이라는 컨셉을 부각시킬 경우 기존 버라이어티에서 볼 수 없었던 멤버를 구성할 수 있다고 봤다.
-방송 초기에는 <1박2일>과 비슷하다는 이야
[배우와 버라이어티] “장동건도 나올만한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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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있다. 연예계에서 이 속담은 종종 친구 타고 강남 간다로 쓰인다. 이른바 말하는 규라인(이경규의 인맥), 유라인(유재석의 인맥), 강라인(강호동의 인맥)의 활약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 인맥은 타기 위한 줄이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자랑하기 위한, 웃기기 위한 줄이 되었다. 연예인들은 오락프로그램에 나와 친한 친구를 소개하며 토크를 이어간다. 사람들은 저 스타가 누구와 친한지를 궁금해하며 그들이 무슨 일을 하고 노는지, 무슨 계기로 친구가 되었는지에 흥미를 갖는다. 연예인이 친한 또 다른 연예인을 부르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임팩트있는 흥밋거리가 되었다. 스타의 인맥은 이제 개인기보다 더 강한 개인기다. 그냥 간단히 생각해보자. 우린 지금 스타들의 친구를 너무 많이, 그것도 자세히 알고 있지 않나. 이건 예전에 없던 뉴스다.
누군가와의 친분만으로 검색어 1등
MBC 예능프로그램인 <놀러와>는 프로그램을 2부로 나눠 1부는 스타의 ‘인
[배우와 버라이어티] 누가 더 멋진 줄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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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돈 벌어 먹고살자는 방송이 아니에요. 제 자신과의 싸움이에요.”
지난 2007년 10월24일 방영된 <무한걸스>에서 당시 첫 출연한 정시아는 이렇게 말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정시아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통해 거듭나려는 배우들에게 하나의 방법론이 됐다. 아침드라마 <진주귀걸이>로 데뷔해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를 거쳐 섹시화보집을 냈던 그녀는 어느 날 사라졌다. <무한걸스>를 통해 그녀가 고백한 바에 따르면, “2년 전 소속사의 매니저가 계약금을 포함한 2억원의 돈을 가지고 잠적했었고”그 뒤 “우울증으로 TV와 인터넷에만 갇혀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연기를 한다. 정시아는 지난 3월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사실 처음에는 독한 마음도 있었죠.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더이상 어떤 기대도 없을 것 같았어요.” TV영화 <색다른 동거>를 거쳐 케
[배우와 버라이어티] 더 독하게, 콤플렉스까지 벗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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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현재, 공중파 방송사를 먹여살리고 있는 곳은 단연 예능국이다. 한때 방송사의 킬러콘텐츠였던 드라마의 시청률은 하향곡선을 타고 있고,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리얼’ 버라이어티의 탄생이 예능을 방송사의 꽃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한다.
영화로 치면 <1박2일>은 남자배우들만 출연하는 시골 배경의 어드벤처 코미디이고, <패밀리가 떴다>는 기이한 구성원들로 모인 가족의 여행기다. <우리 결혼했어요>는 다양한 커플들의 멜로드라마다. 다만 여기엔 고정된 서사가 없다. 이들 영화에 캐스팅된 ‘배우’들은 서로 합심해 자기들도 예측할 수 없는 캐릭터를 이루고 서사를 쌓는다. 리얼 버라이어티는 가장 말초적이고 즉흥적인 형태의 캐릭터 드라마다. 무한히 변형 가능한, 고정된 실체가 처음부터 없는 세계. 이천희, 박예진, 신애, 예지원, 진재영 등 배우라는 특정 카테고리로 분류되었던 연예인들이 지금
[배우와 버라이어티] 배우 새로운 놀이터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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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치맨>의 클립이 국내 공개된 11월10일 오후 1시, 잭 스나이더 감독을 신라호텔에서 만났다. 인터뷰 직전에 커다란 클래식 필름카메라를 들고 호텔 밖으로 산책을 나가나 싶더니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 장소에 조금 늦게 도착했다. 남산의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 “다음 영화에 참고하기 위해 그 색채를 찍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단다. 당대의 젊은 비주얼리스트답다.
-공개된 장면들이 오리지널 그래픽 노블에 매우 헌신적이다. <300>처럼 원전의 숏들을 거의 똑같이 옮긴 것 같은 장면도 많던데, 미술적인 전략인가.
=오리지널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다. 만약 원작이 일반 소설책이었다면 그것 역시 원문의 텍스트에 최대한 충실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왓치맨>에는 글이 아니라 이미 완성된 이미지가 있지 않나. 책을 읽는 경험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그 이미지에 최대한 가깝게 하고 싶었고 그게 개인적인 취향이기도 하다.
-(빌리 크루덥 정도를 제외하면)
<왓치맨> 잭 스나이더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