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부터 가관이다. <에로틱 고스트: 사이렌> <나쁜여자 길들이기> <못말리는 섹스아카데미> <나는 섹스중독자> <재패니스 愛열전>. 한때는 비디오숍 진열장 한구석에서나 볼 수 있었을 야릇한 제목들이지만 엄연히 공식적으로 수입돼 영화전문지와 온라인 뉴스에서도 리뷰를 쓰는 작품이 됐다. 아오이 소라, 호노카, 고토노 등 직접 연기하거나 포스터에만 등장한 일본 AV배우들의 모습이 반갑기도 하고 가끔씩은 해외영화제 수상작, 혹은 미지의 거장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타이틀이 놀랍기도 하다. 그들의 출신이 어디인지,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한국땅에 모인 그들은 나름대로 공급과 수요의 원칙을 형성해가는 중이다. “정말?”이란 반문은 당연할 것이다. 불법 다운로드로 도킹하는 순간, 외국산 포르노들이 저렴한 패킷 가격으로 유혹하는 이 시대에 그들을 찾는 건 누구란 말인가. 설마 누군가가 이들을 찾아 극장
[수입 에로영화시장 생존전략] 1:1 윈도로 유혹하라
-
“영화는 짧고, 드라마는 길다.” 영화와 드라마의 차이를 드러내는 매우 간략한 정의다. 어떤 이들은 이 정의에 많은 설명을 덧붙이고 싶겠지만, 지금 일반관객은 ‘길이’의 차이로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한다. 지난해 OCN에서 방영된 TV영화 <이브의 유혹>을 제작한 화인웍스의 윤창업 PD는 “이제 관객은 영화와 드라마를 구분할 때, 퀄리티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추세”라고 말한다. 영화와 드라마 사이의 경계는 무너지고 있다. 한때는 방송종사자들이 영화로 흘러왔지만, 이제는 영화종사자들이 방송을 찾는다. 봉만대 감독의 <동상이몽>부터 공수창 감독의 <코마>, 정초신 감독의 <색시몽>, 박종원 감독의 <8일>로 이어지는 케이블용 TV영화의 계보가 있는가 하면, 한지승 감독의 <연애시대>에서 오는 5월 방영예정인 박흥식 감독의 <달콤한 나의 도시> 같은 공중파용 드라마도 있다. 영화제작사들의 TV진출 선언도 잦아지고
[TV영화시장 생존전략] 컨버전스 시대를 준비하라
-
흡족한 성찬이었다. 2006년을 기점으로 극장판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면 개방되고 ‘국제영화제 수상작만 개봉이 가능하다’는 진입 장벽이 사라지면서, 2007년과 2008년 상반기 한국의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일본 애니메이션을 맞이했다. <왕립우주군: 오네아미스의 귀환> <귀를 기울이면> <마녀 배달부 키키> 등 익히 알려진 고전부터 <초속 5센티미터> <시간을 달리는 소녀> <벡실> <파프리카> <에반게리온: 서(序)> <브레이브 스토리> 같은 화제의 신작 혹은 근작까지, 과거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에만 치중되어 있던 개봉작의 범위는 한결 확장됐고 그 편수도 증가했다. 하지만 더욱 눈에 띄는 것은 개봉 전략의 변화다. 가늘고 길게 혹은 작고 효율적으로. 처음부터 프린트를 5벌만 제작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5개관 개봉으로 시작해 순회상영으로 5만8천명을, 단 2개관
[재패니메이션시장 생존전략] 소규모 장기 상영으로 승부
-
“이 영화가 우리 눈에 띄면 이 영화 마케팅은 망한 거다.” <꿀벌 대소동> 개봉 당시 CJ엔터테인먼트 해외마케팅팀 내에 농담처럼 돌아다녔던 말이다. 올 초 1월3일 개봉작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꿀벌 대소동>은 국내 개봉작으로는 드물게 가족 타깃에 마케팅을 올인한 사례. 우선 개봉시기를 조정해 가족 타깃이 극장가에 붐비는 겨울방학으로 옮겼고(미국 개봉일은 11월2일), 꿀벌이 인간들과 소송을 벌이는 줄거리에서 키를 잡아 ‘먹었으면 꿀값 내놔’라는 쉬운 포스터 카피를 내걸었다. 김종원 CJ엔터테인먼트 해외마케팅팀장은 “20대를 메인 타깃으로 생각했으면 카피의 말맛 등을 좀더 고려했겠지만 아이들이 좋아하고 부모가 호기심을 가져서 애들에게 보여줄 맘이 들 정도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한다. “크리에이티브도 전체적으로 귀엽게 갔고, 20대에게 어필하는 볼거리 풍부한 애니메이션이라는 측면보다 철저히 주인공 꿀벌의 귀여운 캐릭터를 부모와 아이들에게 어필하고자 했다.”
[가족영화시장 생존전략] 1500만 잠재시장을 깨워라
-
-
한국영화에 10대 시장은 있는가? <도레미파솔라시도>가 4월3일 제작 1년 만에 개봉한다. 촬영이 중단되고 제작사가 바뀌는 등 진통을 겪은 뒤다.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에 이어 귀여니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10대 관객을 주요 타깃으로 한 작품이다. 이외에도 지금 충무로에선 10대를 타깃으로 한 작품들이 하나둘 다시 제작되고 있다. 프라임엔터테인먼트에선 장근석을 주인공으로, 갑자기 아기를 떠맡아 기르게 된 고등학생의 이야기인 <아기와 나>를 촬영하고 있고, 아이비젼엔터테인먼트는 귀여니의 또 다른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내 남자친구에게>를 준비하고 있다. 2003년 <동갑내기 과외하기>(전국관객 500만명)와 2004년 <늑대의 유혹>(218만명), <어린 신부>(314만명) 등으로 10대 영화의 붐이 일었던 충무로에 다시 10대 영화 바람이 불 수 있을
[10대 영화시장 생존전략] 10대의 열광을 두려워말라
-
극장을 찾는 20대 중·후반 여성관객을 잡아라! 한국영화시장에서 통하는 제1의 진리다. 2007년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관객성향조사에 따르면 성별과 나이를 막론해 가장 많이 영화를 보는 관객층은 ‘24~29살의 여성’(26.6편)이다. 2007년 영화산업결산은 우리나라에서 영화 한편이 얻을 수 있는 전체 수익 가운데 79.8%를 극장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한다. 말하자면 20대 중·후반의 여성관객에게 어필하는 영화를 약 3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할 수 있을 때, 그나마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20대 중·후반의 여성을 집중공략하는 마케팅과 극장에서 끝장을 보려는 물량공세가 다반사다. 하지만 아예 이 메인시장의 바깥에서 살길을 찾는 영화들도 있다. 시장의 존재여부도 불분명한 10대 영화와 보기도 전에 ‘따분한 스토리’로 치부받는 가족영화, 소수의 머니아들에게만 환영받는 일본 애니메이션, 아예 극장을 벗어난 TV영화, 그리고 누가 보는지, 어디서 볼 수 있는
틈새시장, 뚫어야 산다!
-
애가 다섯살 때였다. 아침에 일어난 애의 목이 이상했다. 목이 돌아가 있었고, 너무 아파했다. 급히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10장쯤 엑스레이를 찍더니 입원수속부터 밟으란다. 경추에 이상이 생겨서 장애가 될지 모르니, 한달쯤 입원을 시켜놓고 보조기를 착용시킨 다음 경과를 보잔다. 의사가 건조하게 내뱉은 말에 덜컥 겁이 났다. 뛰어노는 걸 좋아하는 애를 입원시키는 것도 답답한 노릇이었고, 도대체 얼마가 될지 모를 병원비도 걱정이었다.
그때 무슨 까닭에서인지, 아이의 상태를 확실하게 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돈이 궁해도 그렇지 아픈 아이를 데리고 다른 병원에 갈 생각을 하냐는 처의 원망을 들으며 동네의 작은 의원을 찾았다. 의사는 엑스레이 한장만으로 진단을 끝내더니, 아이스크림을 사오란다. 엥? 의사가 아이스크림을 아이의 입 앞에 놓고는 천천히 움직였다. 이게 웬일인가. 아프다고 꿈쩍도 안 하던 아이의 목이 아이스크림을 따라 움직이는 게 아닌가. 자다가 목이 결린 것인
<식코> 감상기 [2] 행복해지길 두려워말자
-
몇년 전 미국에 연수 갔던 선배가 갑자기 쓰러져 심장수술을 받았던 이야기를 들었다. 쓰러진 선배는 911 앰뷸런스카와 헬기까지 동원돼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한다. 오오~ 놀라운 선진의료시스템! 한 가지 미스터리는 그가 이송된 곳이 제주도에서 서울 거리가 아니라 올랜도 시내에서 시내였다는 것. 그리고 받은 청구서에 찍혀나온 3천달러가량의 이송 비용(수술비용이 아니다). 오오~, 음… 쿨럭.
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보험 민영화 정책이 도마에 오르면서 그것을 비판하는 보도에 인용됐던 <식코>의 비디오클립을 본 적이 있다. 그래서 난 이 영화가 미국의 민영의료보험제도를 비판하는 영화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식코>는 그렇게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의료보험이란 무엇인가.
여기도 앰뷸런스 사례가 하나 나온다. 큰 교통사고를 당했던 한 여성이 비싼 앰뷸런스 비용 가운데 한푼도 보험금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사전 고지를 안 했다는
<식코> 감상기 [1] 돈 없으면 그냥 죽어라?
-
마이클 무어가 누구인가. 그는 논쟁의 차력사다. “마이클 무어를 논쟁적이고 양극화된 인물이라고 가리키는 건 저널리즘의 상투어가 됐다.”(<뉴욕타임스>) 그의 영화는 항상 논쟁의 불씨를 낳았고 마이클 무어 찬반 공방 혹은 마이클 무어 청문회는 늘 시끌벅적했다. 일단 보수주의 진영에서 일으키는 마이클 무어 죽이기가 많았다. 차력사 정신으로 일관하는 그의 좌파 선동영화에 맞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우파 보수주의 영화들. 그러나 이런 건 일단 무시하자. 혹은 아버지가 제너럴모터스사의 조립 라인 노동자였으며 자신은 가난한 동네 플린트시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니는 마이클 무어가 실은 그 이후 부자 동네인 맨해튼의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서 14년간이나 살지 않았느냐며 꼴사납다고 손가락질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모든 다큐멘터리 감독이 김동원(<송환> <상계동 올림픽>)처럼 살 수는 없는 법이니 이것도 판단에 따라 부차적인 문제다. 그보다
마이클 무어 영화를 둘러싼 픽션 대 논픽션 공방
-
야구모자의 돈키호테가 미국의 비참을 굽어본 뒤 캐나다와 프랑스, 영국과 쿠바를 편력한다. 환상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미국의 악몽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미국에서 시작해 쿠바에서 끝나는 이 피카레스크 다큐멘터리는 카메라 멘 돈키호테, 만년 악동의 미국 민영의료보험 고발기다. 어떤 야유꾼의 지적처럼 마이클 무어는 자신이 더이상 허클베리 핀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자아도취적 인물인지도 모른다. 하긴 그도 벌써 지천명을 넘긴 훌쩍 54살이고,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허클베리 핀이라니 말이 될 일인가.
TV쇼에서 만난 환자로부터 호기심 발동
이번에 그의 관심은 민영화된 미국의 의료보험으로 쏠렸다. 도서관도 공짜고 소방서나 경찰서를 이용하는 것도 공짜인데 국민의 기본적인 생존과 행복과 관련된 의료서비스가 왜 공짜이면 안 되는가? 이러한 그의 관심은 지난 1990년대 말 자신의 TV쇼인 <The Awful Truth>에서 만난 한 환자에 대한 기억에서 시작된다. 그는 장기이
<식코>를 통해 미국 민영의료보험제도를 고발하다
-
미국 대통령 부시가 제일 싫어하는 인물은 누구일까. 오사마 빈 라덴? 사담 후세인? 천만의 말씀. 아마도 1위는 마이클 무어의 자리가 되겠지. 마이클 무어는 들춰내고 싶지 않은 미국의 치부를 거리낌없이 쑤시고 다닌다. 이번에는 의료보험 민영화 사업의 폐단이다. <식코>를 보고 나서 네개의 서로 다른 방향의 글을 묶었다. <식코>라는 영화가 무엇에 관해 어떻게 말하는 영화인지 궁금하다면 첫 번째 글을 읽으면 된다. 만약 마이클 무어 영화를 둘러싼 시끌벅적한 논쟁사가 궁금하다면 두 번째 글을 추천한다. 마이클 무어 영화의 화법에 화답하는 속시원한 입담이 그리운가. 그렇다면 망설이지 말고 세 번째 글을 읽으면 된다. 그리고 이 영화가 말하는 바, 의료보험 민영화의 폐단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아직도 잘 모르겠다면 마지막 네 번째 글은 기필코 읽어야 한다. 그러니 갑자기 떠오른 질문. MB가 제일 싫어하는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마이클 무어의 <식코> 뜯어보기
-
홍금보는 홍콩영화의 전설이지만, 그가 지금 서 있는 곳은 홍콩영화의 중심은 아니다. <삼국지: 용의 부활>의 나평안의 처지도 그렇다. 조자룡보다 일찍 전쟁터에 뛰어들었지만 그는 제대로 창 한번 휘둘러보지 못한다. 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용맹스러운 장수들을 부러워하다 늙어버린 나평안. 조자룡의 마지막 출정을 거드는 나평안의 눈물은 전설을 지속하지 못한 홍금보의 아쉬움이 아닐까. 하지만 현실의 홍금보는 울지도, 비관하지도 않았다. 외려 그는 “홍콩을 떠나면서 후배들을 책임지지 못했다”는 말로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고 했다. 짧은 인터뷰였지만 “좀더 글로벌하고 보편적인” 홍콩영화, 그리고 또 다른 중국영화의 신세기를 점치는 그의 진심을 대하면서 전설이라는 수사가 너무 이른 것 아닐까 싶었다. 그 또한 전설이라기보다 맏형으로 불리고 싶어했다.
-어제(3월23일) 한국 기자들과의 그룹 인터뷰는 어땠나. 다들 지난해 말 터져나온 사망설에 대해서 물었을 텐데.
=지겹지. 사실
[중국 대작영화의 욕망] <삼국지: 용의 부활>의 홍금보 인터뷰
-
<삼국지: 용의 부활>은 원작의 수많은 영웅호걸들 중 조자룡에게 집중한 영화지만, 묘하게도 유덕화 개인의 자전적 흥망성쇠와도 겹치는 느낌을 줘 흥미롭다. 마치 그가 지난날을 회상하는 것 같은 인생무상의 드라마인 것이다. 하지만 40대 중반을 넘긴 그는 여전히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멜로와 액션/누아르 장르 모두를 오가며 홍콩 영화계의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변함없는 전성기라 할 정도로 그 스펙트럼은 정말 넓다. <연인>(2004), <묵공>(2006), <명장>(2007) 같은 화려한 무협 대작들도 있지만 <동몽기연>(2005) 같은 소프트한 멜로드라마도 있고, 이동승 감독의 <문도>(2007) 같은 영화에서는 어느덧 삼합회의 나이 든 보스가 된 그의 가슴 절절한 연기를 볼 수도 있다. ‘<무간도>의 유덕화’라는 수식어도 이제는 한참 옛날 얘기가 됐다. 그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름이다.
-역시 이번
[중국 대작영화의 욕망] <삼국지: 용의 부활>의 유덕화 인터뷰
-
<적벽>
오우삼이 재현하는 적벽대전의 위용
감독 오우삼 출연 양조위, 장첸, 금성무, 조미, 장풍의, 나카무라 시도 수입·배급 쇼박스 개봉예정 1편(7월), 2편(12월)
적벽대전(赤壁大戰). <삼국지>를 좋아하거나 고대 서사극에 매료된 사람이라면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불타오르리라. 적벽대전은 후한말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이 양쯔강의 적벽에서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전설적인 전투다. 당시 위세를 떨치던 조조에 대항하기 위해 촉나라의 유비는 위나라 손권과 동맹을 맺고 전쟁을 준비했다. 그러나 조조군은 모두 20만명. 이에 맞서는 위와 촉의 군사는 겨우 5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제갈량과 황개가 펼친 화공전(火攻戰)에 밀리고 전염병과 피로에 지친 조조군은 결국 무릎을 꿇고 만다. 이게 사실이냐고? 아마도 아닐 것이다. <삼국지연의>의 적벽대전은 사실 나관중의 거대한 허풍으로 만들어진 허구 아니던가.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 적벽대전이라는 거대
[중국 대작영화의 욕망] 개봉을 앞둔 중국 대작영화 프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