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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22일, 군산의 어느 한정식집. 약속한 시간이 되자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제규 감독이 미닫이문을 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약 6년 만이다. 지난 2006년 미국으로 떠나 할리우드 데뷔를 준비했던 그는 오랜 시간 공들였던 과제를 잠시 미룬 뒤, 신작 <마이웨이> 제작을 발표했고 지난 10월부터 촬영에 들어갔다. 데뷔작인 <은행나무 침대>부터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강제규 감독이 연출한 3편의 전작들이 장르, 테크닉, 규모, 그리고 시장 크기에서 확장을 시도했다면, <마이웨이>는 그가 추구한 ‘확장’의 키워드를 더욱 끝까지 밀어붙이는 영화가 될 것이다. <마이웨이>는 노르망디 해전 당시 미군 포로가 된 어느 한국인 독일군에 관한 실제적인 근거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일본군에 징집된 조선인이 중국을 거쳐 소련으로, 소련에서 독일로, 독일에서 노르망디로 흘러가게 된 여정, 그리고 그의 운명을 함께 따르는 일
나의 심장을 뛰게 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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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찍었다. 함양군 지곡면 보산리 산 61번지. 내비게이션이 가리킨 곳은 길이 아니다. 운전기사님은 “공중에 있는 걸로 나온다”고 말했다. 방향만을 쫓아 달렸더니 ‘<고지전> 촬영현장’이라 적힌 임시이정표가 보였다. 몇개의 이정표를 지나자 가파른 경사길과 길을 둘러싼 황폐한 산이 나타났다. 2010년 12월7일. <고지전>의 56회차 촬영이 진행되고 있는 이곳은 함양 백암산의 어느 자락이다. 지난 2009년 4월12일 오후 3시 함양읍과 지곡면에 걸친 백암산 7부 능선에 발생한 산불은 다음날까지 이어져 약 25ha의 산림을 태웠다. 당시 사건을 보도한 기사는 “산불 발생 초기 백암산 인근 지곡면 보산리 보각마을 주변까지 불길이 번져 주민 40여 가구 80여명이 근처 마을로 긴급대피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백암산은 지리산국립공원에 속하지 않는다”는 마지막 문장이 국립공원이 아니라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 같아 애
한국전쟁, 그 포화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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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로운 10년의 시작이다. 한국영화계의 지난 10년 못지않을 앞으로의 10년은 또 어떻게 그려질 것인가. <씨네21>은 우선 2011년을 준비하는 한국영화들을 미리 만나보기로 했다.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6년 만의 신작 <마이웨이>를 촬영 중인 강제규 감독을 만나기 위해 촬영지인 군산으로 향했다. 지난해 <하하하>와 <옥희의 영화>를 연출한 홍상수 감독은 이미 서울의 모처에서 차기작을 촬영 중이었다. 신작 <도둑들>(가제)의 시나리오를 마무리 중인 최동훈 감독은 촬영지인 마카오와 서울을 오가고 있었다. 임상수 감독은 <하녀>의 연작으로 볼 만한 <돈의 맛>을 준비 중이었고, <의형제>의 차기작으로 <고지전>을 선택한 장훈 감독과 배우, 스탭들은 함양의 어느 산자락에서 추위와 싸우고 있었다. 민규동 감독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은 크리스마스이브
신작 휘날리며, 2011년도 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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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소셜 네트워크>
“데이비드 핀쳐는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IT 산업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사람과 사람의 교류가 시작되는 소통의 의미와 중요함을 유려하게 담아냈다.”(김종철) “겉보기와 다른 심층의 드라마를 지닌 올해의 베스트. 스토리와 서사 화법, 세계관이 일체를 이룬 우리 시대의 도덕 이야기.”(장병원)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저커버그의 이야기로 장르적 유려함과 동시대의 사회적 망에 관한 은유적 성찰을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기대했을까. 많은 이들이 데이비드 핀처가 그걸 해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소셜 네트워크>로 데이비드 핀처는 왜 그가 할리우드에 남은 몇 되지 않은 장인인지를 입증해냈다.
2위 <엉클 분미>
타이의 비범한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미술과 영화의 경계를 넘고 시간의 절차를 뒤흔들어 관객을 황홀한 상태로 이끈다. ‘만약 과거에 미래가 존재한다면’이라는 말도 안되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건
할리우드 감독들의 도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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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 뒤에 그가 있었다
올해의 제작자 - <아저씨> 이태헌 오퍼스픽처스 대표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을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 <아저씨>를 기획, 제작한 이태헌 오퍼스픽처스 대표는 선정 소식이 뜻밖이라는 반응이다. 기대를 하면 실망이 큰 법이니, 내가 만든 영화에 아쉬워하지 말자는 평소의 지론으로 그는 영화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영화 자체보다 주변의 여러 여건 덕분에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감사한다.” 확실히 <아저씨>는 이야기 자체보다 영화 외적인 요소들의 도움에 기대는 영화인 것 같다. “<아저씨>는 원빈의 육체와 예리한 무술지도, 그리고 카메라워크와 세트미술이 만나 비로소 탁월한 영화가 되었다. 그 전체를 조율하고 프로덕션하는 능력은 제작자의 그것이라고 생각한다”(황진미)는 평은 “순수한 액션 장르를 만들고 싶었다. 한국적인 것, 의미를 부여하는 장치들을 제외하고 말이다”라는 이태헌 대표의 말과 일치한다. 그의 다음
2010 올해의 제작자, 시나리오,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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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허 캐릭터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 - <방자전> 송새벽
압도적으로 선정됐다. 올해의 신인 남자배우는 “귀여운 변태의 탄생”(남다은)을 알린 송새벽이다. 김종철 평론가는 “<방자전>이 기억에 남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송새벽의 존재” 때문이라며 “요상한 말투도 인상적이지만, 단편적인 다른 캐릭터와 달리 무슨 말을 할지 알 수 없는 예측 불허의 기대감이 주연배우들을 가볍게 압도했다”고 했다. 송새벽은 올 한해 자신의 활약상에 몇점을 줄까. “여태껏 개근상만 탔는데 올해는 굉장히 특별한 해인 것 같으니 55점을 주고 싶다”고 선정 소감을 밝혔다. 점수가 짜야 똑바로 산다나? 현재 송새벽은 전국 팔도를 누비며 전라도 남자와 경상도 여자의 연애담 <위험한 상견례>를 찍고 있다. 의견 중에는 물론 “과대평가된 배우”(김태훈)라는 일침도 있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를 지지한 이들은 2011년의 출연 영화 <위험한 상견례>와 <7광구>를
2010 올해의 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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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남자가 되다
올해의 남자배우 - <아저씨> 원빈
그냥 아저씨가 커피라면 원빈은 ‘TOP’다. 이제는 제법 식상했지만 이 말만큼 <아저씨>의 원빈을 수식하는 데 어울리는 표현도 없다. 그만큼 <아저씨>에서 원빈은 절대적이었다. “<아저씨>의 작품성에 대한 많은 의견이 있지만 누가 뭐래도 <아저씨>는 올해 한국영화의 여러 코드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코드의 중심에는 원빈이 있다”(김태훈), “<아저씨>는 ‘원빈의 역설’이 아니었다면 그다지 빛이 나지 않았을 영화다. 오직 원빈이라는 불가사의한 육체 속에서 비장함과 잔혹함과 아름다움이 투구를 벌일 때만 그 긴장이 오롯이 살아난다”(황진미)는 평가처럼 <아저씨>는 원빈에서 시작해서 원빈으로 끝나는 영화다.
이같은 성취가 가능할 수 있었던 건 순전히 배우 본인의 연기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 덕분이다. “<마더>처럼 <아저씨> 역시 기존
2010 올해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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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은 몇년 전부터 일년에 한편씩 영화를 개봉하더니 올해는 급기야 <하하하> <옥희의 영화> 두편을 개봉했다. 단지 두편을 개봉한 것이 아니라 비상한 영화 두편을 선보여 우리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그 결과 <씨네21> 역사상 한 감독의 두편의 영화가 베스트5 안에 선정되는 일이 일어났고 그는 과반수가 넘는 엄청난 지지로 올해의 감독이 됐다. “정말 고맙고 격려가 되고 힘이 된다.” 소식을 듣고 예의 차분한 목소리로 그가 진심을 전했다. 그렇다면 답이 뻔한 질문. 요즘 그는 무얼 하고 있을까. 그는 지금 아직은 제목을 정하지 않은 12번째 장편영화를 촬영 중이다!
그를 올해의 감독으로 뽑은 지지자들은 두 가지 면을 중요하게 거론했다. 오직 홍상수 감독만이 정기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용기있는 제작 방식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형식적 탐구다. “자본에 기력을 빼앗긴 한국영화에 생기를 넣어주는 버팀목 같은 감독.”(이지현) “두편의 뛰어난
두편의 영화로 두마리 토끼를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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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시>
<시>가 올해의 영화 1위에 올랐다. 남은 삶이 지나온 삶보다 적은 그날에 문득 <시>의 주인공 미자는 시를 쓰기로 마음먹는데 그때 필생의 돌이키지 못할 사건도 그녀 곁에 함께 당도한다. 그로써 주인공 미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남겼다. 시의 아름다움은 삶의 도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둘이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진실인가. 그처럼 이 영화의 질문을 요약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시>의 질문이 몰고 온 감정의 폭은 설명 가능한 어떤 말보다 훨씬 크고 여러 갈래였다. <시>를 올해의 영화로 꼽은 필진들의 다양한 이유가 이 영화의 풍부한 결을 대변한다. “고전주의의 딱딱함을 낭만주의적 예술가의 자의식으로 녹인 좋은 예.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클로즈업의 사용감 역시 좋다”(이지현), “일상의 풍경에 창작자와 등장인물의 마음을 동시에 잡아넣었다”(김영진)는 지지는 일종의 <시>의 미학적
다큐·상업·작가 영화, 다양성에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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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가 저문다. <씨네21>은 어김없이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 선정으로 한해를 마감하려 한다. <씨네21>의 기자와 평론가 34인이 각자의 리스트를 선정하여 여기 밝힌다. 언제나 그렇듯이 우린 이 영화와 이름들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하다. 올해의 영화부문에서는 다섯편의 한국영화를 순위별로 뽑고 과대·과소평가받은 영화도 추가했다. 외화도 다섯편을 순위별로 뽑았다. 올해의 영화인은 감독, 제작자, 남녀 신인배우, 신인감독별로 선정했다. 2010년의 영화는 무엇이었고 영화인은 누구였을까. <씨네21>이 자신있게 소개한다.
2010 Best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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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라스트 갓파더>는 누구도 믿지 않는 프로젝트였다. 심형래가 대부 말론 브랜도의 아들이 영구라는 설정의 코미디영화를 할리우드에서 만든다고? 말론 브랜도를 CG로 되살리는 문제는 둘째치고 대부의 아들이 영구라는 설정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누구는 말했다. 이건 실존하는 영화가 아니라 심형래의 개그일지도 몰라. 누구도 <라스트 갓파더>의 실현을 믿지 않던 어느 날 예고편이 공개됐다. 말하자면 예고편은 거의 초현실적이었다. 아벨 페라라와 쿠엔틴 타란티노의 지옥 같은 페르소나인 하비 카이틀이 “영구”라고 외치며 2 대 8 가르마의 영구 분장을 한 심형래를 껴안고 있었다. 게다가 ‘변방의 북소리’와 ‘동물의 왕국’ 같은 1980년대 심형래 슬랩스틱의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예고편은 정말 끝내주게 웃겼다. <라스트 갓파더>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심형래를 만나기 몇 시간 전 20분가량의 주요 장면 편집본을 받았을 따름이다. 그것으로 영화를 점
[심형래] 할리우드에 영구 없다? 아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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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영화, 올해의 감독은 선정하는 게 당연하다. 그건 중요한 것이고 또 그 때문에 매번 잊지 않고 선정된다. 하지만 공식석상에 오르지 못하는 나머지도 많다. 자질구레하고 중요치 않은 것 같지만 들여다보면 요모조모로 재미있는 부문들. 그것들을 골라 ‘올해의 제멋대로 시상식 20’을 꾸몄다. 그러니까 올해의 영화 중 가장 독창적인 컬트영화는 무엇이었을까. 올해의 영화 주인공 중 가장 재수없는 인물은 누구였을까. 올해의 가장 절절한 대사는 어떤 영화에 있었을까. 올해 손수건을 적신 가장 아름다운 작별의 장면은 어디에 있었던가. 항상 궁금해하진 않아도 한번 궁금증이 들면 참을 수 없는, 소소하고 기묘한 영화와 장면과 인물 20을 선정했다.
올해의 멘토 - <방자전>의 마 영감
通하는 여자가 없다
<방자전>은 하찮은 몸종 방자의 계급적 인정투쟁극이다. 춘향의 자태에 넋을 놓았을 때만 해도 그는 가슴앓이하는 남자일 뿐이었다. 방자의 결단은 그의 주인인 몽룡이 계급
그대들이 있어 씐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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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저스티스(Justice)가 이 바닥을 장악한 것처럼 보이지만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21세기 전자음악의 새로운 물결을 이끈 것은 프랑스 출신의 듀오 다프트 펑크(Daft Punk)였다. 디스코/하우스의 근본주의적 쾌락에 1980년대와 ‘아날로그’에 대한 향수를 신선하게 접목시킨 세장의 정규작(≪Homework≫ ≪Discovery≫≪Human After All≫)은 제법 많은 추종자를 낳았다. 무대 전면에 잘 나서지 않는 일렉트로닉 뮤지션들에게 이미지와 영상 작업은 중요하다. 다프트 펑크는 로봇 모양의 헬멧을 뒤집어쓴 채 뮤직비디오보다 더 큰 규모의 영상물에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다. 그 결실이 <은하철도 999>의 마쓰모토 레이지와 함께 작업한 ‘일렉트로닉 스페이스 오페라’ <Interstella 5555>와 본인들이 직접 감독으로 나선 <Daft Punk’s Electroma>다. 자, 이제 키워드를 뽑아보자. 전자음악. 1980년대.
판타스틱 일렉트로닉 뮤직 인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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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트론: 새로운 시작>이 보여주는 최고의 기술적 진화는 제프 브리지스일 거다. 제프 브리지스는 이 영화에서 30대 시절 자신의 얼굴을 지니고 있는 악역 ‘클루’를 동시에 연기한다. 제작진은 제프 브리지스를 디지털로 회춘시키기 위해 두가지 묘수를 사용했다. 첫 번째 묘수는 퍼포먼스 캡처다. 특수효과팀은 디지털로 스캔한 브리지스의 얼굴에서 주름을 없애고 처진 얼굴을 팽팽하게 만들었고, 브리지스가 작은 카메라 넉대가 달린 헬멧을 쓰고 연기한 표정들을 퍼포먼스 캡처해 디지털로 작업한 젊은 브리지스의 얼굴과 합성했다. 제작진은 젊은 브리지스의 얼굴을 만들기 위해 <트론>이 아니라 84년에 개봉한 영화 <어게인스트>를 참조했다고 말한다. “<트론: 새로운 시작>은 <트론>에서 적어도 2~3년은 지난 뒤에 시작되는 이야기다. 그러니 <트론>보다는 조금 더 나이 든 얼굴이어야 했다.” 배우의 얼굴을 디지털로 젊게 만드는 기술은
어떤 나이도 연기할 수 있는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