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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들도 하루 종일 일하면 힘들어요.” “어떤 말은 자기가 알아서 차에 타기도 해요. 일하러 가는 걸 아는 거죠.”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말을 전문적으로 대여하는 나파벨리승마클럽의 최재민 대표는 인터뷰 중간중간에 말이 ‘일한다’는 표현을 썼다. 국내 최초 활 액션을 표방한 <최종병기 활>은 사실 말 액션도 선보인다. 박해일, 류승룡 등 주연배우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한 배우가 바로 말이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하는 <최종병기 활>은 기마민족인 청나라 군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국내에서 촬영된 영화 가운데 가장 많은 말을 동원했다. 400여필의 말이 동원됐고 한회 촬영에 52필의 말이 한꺼번에 등장하기도 한다.
주연배우가 타는 말은 경험이 많은 말이다. “<최종병기 활>에서 연기자들이 고정으로 타는 말은 드라마나 다른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어요. 선천적으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말들이 있는데 보통 이런 말을 주연배우들이 탑니다. 훈련이 잘
‘마격’을 알아야 촬영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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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한국 블록버스터의 가장 강력한 액션은 오세영 무술감독이 책임진다. 오세영 무술감독은 <퀵>에서 명동 한복판을 질주하는 짜릿한 오토바이 액션을 창조했다. 시대극인 <최종병기 활>에서는 12m 절벽에서 점프하는 무사들의 생생한 모습을 만들었다. 두 작품 모두 그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어마어마했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말했다. “한국 블록버스터 액션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었다”고 스스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작업을 해낸 것이다. 과연 얼마나 어마어마했을까. <최종병기 활>을 중심으로 그 액션의 탄생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무술팀 일을 시작했는지 궁금하다.
=14살 때 본 성룡 영화 <취권>을 보고 쿵후를 배우기 시작했다. 쿵후를 배우면 성룡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에서 나오는 다이내믹한 액션은 아무도 안 가르쳐주더라. 그만둘까 하다가 그 당시에 굉장히 유명했던 오뚜기시범단을 만났다. 시범단 막
땀냄새 진동하게 뛰고 또 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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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찍나?” 대규모 액션 시퀀스만 따져 봐도 무려 7번. 영화 전체로 볼 때 70% 이상이 질주와 폭발로 구성된 겁없는 영화가 <퀵>이었다. 그것도 강남교보빌딩 앞, 명동역 한복판, 강변북로, 한남대교, 성수대교 같은 서울의 주요 도로를 카메라가 점거해야 하는 만만치 않은 촬영이었다. 한술 더 떠 오토바이 질주가 모티브인 영화. 잠깐을 달리더라도 도로는 모두 완벽히 통제돼야 했다. 다른 팀이 평생 찍을 차량 질주신을 어쩌면 이 영화 한편으로 넘어설 수도 있는 기록적 상황이었다. 시나리오가 난감 그 자체였다. 그래서였다. <퀵>의 제작부 주승환 제작실장, 한동환 제작부장, 최준호 제작부장이 고민 끝에 선뜻 이 무모한 도전에 뛰어든 것도. ‘한국형 스피드 블록버스터를 찍어보자!’가 유일한 모토였다. 오토바이, 차량 질주, 폭파를 소재로 한 영화들은 보고 또 봤다. “바이크신이라면 <미션 임파서블>의 바이크신도 봤다. 우리 영화는 레퍼런스 무비라
안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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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와 아롬이는 정말 무사했을까. <퀵>의 위험천만한 액션은 스타의 헬멧에 가려진 또 다른 기수와 아롬이의 안위를 걱정하게 한다. 배우 이민기, 강예원의 대역을 맡은 송병철 바이크 팀장과 무술팀원 이동민도 <퀵>으로 인해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러나 이들의 상처는, 한국 최초로 시도한 수많은 스턴트 장면이 남긴 영광의 상처다.
<퀵> 이민기 대역배우 바이크 팀장 송병철
-원래 바이크 액션이 특기인가.
=바이크와 격투기 전문이다. 격투기는 스턴트 일을 하기 전에 킥복싱 선수로 활동한 적이 있어 자신있었고, 바이크는 중학교 1학년 때 스쿠터로 시작해 다양한 오토바이를 거치며 꾸준히 탔다. 아는 형님을 따라 스턴트계에 입문한 지는 18년 정도 된다. 영화 <거북이 달린다> <탈주>, 드라마 <아이리스> 등에 참여했다.
-바이크 팀장으로서 <퀵>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이걸 어떻게
우리에겐 경험이 곧 과학, 팬티만 입고 앰뷸런스 타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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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한가운데서 <고지전>은 반전을 외친다. 이 지극한 인간애를 보여주기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실감나는 전쟁을 재현하는 것이었다. <고지전>은 그 재현에서 지금껏 한국 전쟁영화가 보여주었던 최상의 고지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다. 김우형 촬영감독과 류성희 미술감독은 <고지전>의 시각적 비주얼을 책임진 수장들이다. 100억원대 규모의 작품을 하는 것이 비주얼을 도맡은 이들에겐 도전의 지점이지만 한편으로 분명 피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참여를 결정한 순간부터 시각적으로 구현하려 했던 지점, 그리고 험난했던 지난 제작기까지, 그들의 대화에 참여했다.
김우형_부담을 안고 출발해야 하는 작품이었다. 그래서 안 한다고 했다가 결국 하게 됐다. 전쟁 장르라면 이미 존재하는 훌륭한 영화가 있다. 내가 뭘 더 한다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류성희_영화는 어떤 촬영감독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전쟁 장르라면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김우형 촬영감독님과는
전쟁을 스펙터클로 소비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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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가물었던 극장가에 <고지전> <퀵> <7광구> <최종병기 활>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간판을 내걸었다. 안개가 자욱한 애록고지를 힘겹게 오르는 <고지전>, 믿기 힘들 정도로 명동과 강남대로를 누비는 <퀵>, 특수효과가 작렬하는 시추선에 고립된 <7광구>, 그리고 역대 한국영화 중 가장 ‘말 많은’ <최종병기 활> 등 규모로 보나 물량으로 보나 하나같이 제작진의 굵은 땀방울이 새겨진 영화들이다. 그렇게 카메라의 안과 밖에서 묵묵히 영화를 떠받쳤던 진짜 ‘블록버스터의 사람들’을 만났다.
한국 블록버스터의 진화 이들 손안에 있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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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영장류 괴물’상
<킹콩의 대역습> A*P*E, 1976 의 거대 고릴라
1976년에는 디노 드 로렌티스가 제작한 <킹콩>이 개봉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한·미 합작영화라는 탈을 쓴 <킹콩의 대역습>이 개봉했다. 거대한 고릴라가 한국 해안으로 탈출한 뒤 미국 여배우를 납치하고 건물들을 파괴하며 난동을 피운다는 기념비적 싸구려 영화다. 스틸을 한번 보시라. 이게 킹콩이면 저는 아이언맨입니다.
‘최악의 횟집 캐스팅’상
<홀리데이 킬러> Tentacles, 1977 의 횟집 문어
<죠스> 이후 졸속으로 제작된 해양괴물영화 중에서도 <홀리데이 킬러>는 발군이다. 거대한 문어 모형이라도 만들어서 사용했다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제작진은 횟집 수조에서 건진 듯한 진짜 문어만 카메라 트릭으로 보여준다. 그런 주제에 주연이 존 휴스턴, 셸리 윈터스, 헨리 폰다라니. 다들 은행잔고가 좀 부족하셨나봐요?
‘최악의 CG
괴물, 이래서야 얼굴 들고 다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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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들이다. 잠깐, 그들에게 예술가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너무 오버 아니냐고? 크리처 디자이너는 그저 연출자의 예술적 영감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기술자들에 불과하지 않냐고? 만약 그런 의심을 갖고 있다면 전설적인 크리처 디자이너 스탠 윈스턴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술자가 아니다. 기술에 무지한 사람이다. 괴물을 창조하고, 그것으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을 사랑할 따름이다.” 증거가 필요하다면 지금 가장 부상하는 크리처 디자이너 네빌 페이지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네빌 페이지는 J. J. 에이브럼스와 손잡고 <클로버필드>(2008),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슈퍼 에이트>(2011)의 괴물들을 창조했고,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에 등장하는 모든 크리처를 디자인했다. 그가 단순히 감독들의 요구에 따라 괴물을 만들어내는 게 아님은 리스트만 봐도 금방 눈
상상 그 너머를 향해 괴물의 아버지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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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가 마침내 개봉했다. 파죽지세였다. 이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쓰나미처럼 한국 극장가를 휩쓸었고, 1천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였다. 윤제균 감독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를 실현에 옮길 시간이 무르익었음을 깨달았다. 석유 시추선을 무대로 한 괴물영화 <7광구>였다. 사실 <7광구>는 <해운대>를 준비하던 단계부터 이미 윤제균의 차기작으로 내심 결정된 상태였다. “<해운대> 때문에 미국의 ‘커널 옵티컬’이라는 특수효과 스튜디오를 방문했는데, 다음 작품은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석유 시추선에서 벌어지는 크리처물이라고 하니까 그런 건 무조건 3D로 가야 한다고….” 그러니까 <7광구>의 3D는… 아니다. 잠깐. 우리는 지금 3D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이 기사는 <7광구>의 괴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니까 3D는 잠깐 지나치도록 하자(물론 <7광구&g
귀엽게, 흉악하게, 포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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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8월4일 3D로 개봉하는 <7광구>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 대원들이 심해에서 올라온 괴생명체와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궁금해했던 건 대체 괴물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냐는 것이었다. 지난 7월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는 몇 가지 단서를 남겼다. <7광구>의 괴물은 온갖 해산물을 토대로 만들어진 심해 생명체다. 게다가 괴물은 영화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이를 하며 인간을 공격한다. 물론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작자 윤제균, 김지훈 감독, 장성호 대표를 만나 괴물을 창조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캐물었고, 놀랄 만한 단서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초로 공개하는 <7광구>의 괴물 디자인 변천 과정과 뒷이야기를 여기에 싣는다. 동시에 할리우드 크리처 디자이너들의 역사를 읽다보면 크리처 디자인의 역사가 기술적인 진화일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성취의 역사라는 걸 짐작할
무시무시한 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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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전의 스티브는 왜소하다. 대역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촬영했나.
=리앤더 디니라는 대역이 있었다. 하지만 대역은 특수효과팀에서 작업할 때 참고할 자료를 위해 연기했을 뿐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은 블루 스크린 앞에서 나를 촬영한 뒤 내 몸을 CG로 축소시킨 결과물이다.
-‘캡틴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았나.
=거의 몰랐다. 방패를 든 코믹스 캐릭터라는 건 알았다. 친구 집에서 잠깐씩 하던 비디오 게임의 캐릭터였다는 정도? 나는 코믹스를 읽으며 자란 아이가 아니었다. 나는 <톰과 제리> <벅스 바니>를 보는 아이였다.
-2011년에 미국 국기 디자인의 코스튬을 입은 히어로를 연기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했나.
=우리는 미국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미국을 대표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성조기를 본뜬 옷을 입고 있지만 그건 이 캐릭터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만들어졌으면 적백의 코스튬을 입은 캡틴 스위스가
미국을 대표한다는 생각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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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를 미국이 아닌 타국 시장에 공개하는 기분은 어떤가.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미국적인 부분은 타이틀이다(원제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다). 성조기로 만든 의상을 입은 남자가 등장하지만 그저 옳은 일을 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던 남자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국제적이고, 이상적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영웅담이다.
-타이틀에 ‘캡틴 아메리카’가 들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맞다. 우리는 선전영화가 되거나 정치적 견해를 담은 영화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에서만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으로 개봉한다.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을 바꾸는 것으로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면 만족한다.
-후반작업에서 3D로 변환했다. 3D 상영에 대해서 미리 고려하지는 않았나.
=처음부터 3D 상영을 고려했지만 3D로 촬영하고 싶지 않았다. 3D 촬영은 세트
국제적·이상적인 영웅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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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유니버스’는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세계관이다. 이를테면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이 함께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 가능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이러한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적 재현을 위해 개발한 개념으로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인크레더블 헐크>의 마지막 장면에 출연하고, <토르: 천둥의 신>에서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토르에게 석궁을 겨누는 등 지금까지 모두 4편의 영화를 통해 이야기와 캐스팅을 공유해왔다. 목적은 하나다. <어벤저스>라는 슈퍼히어로 연합군에 대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7월28일 개봉하는 <퍼스트 어벤져>는 2012년 5월 개봉하는 <어벤저스>를 위한 오랜 준비의 마침표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재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슈퍼히어로 연합군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슈퍼솔져, 세계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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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40대 대표작입니다.” 오성윤 감독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시작한 건 40대 초반, 완성을 하고보니 40대가 훌쩍 가버렸다. 1989년 애니메이션을 시작,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오돌또기 프로덕션의 제작이사 겸 감독인 그는 원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에서 회화를 전공한 순수 예술가였다. 대학 때 ‘미술대 연극과’라고 할 정도로 그림보다 연극 연기와 연출에 빠졌다는 오성윤 감독. 애니메이션 연출도 연극 연출을 했던 그의 이력과 관련이 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회화의 아름다움이 대중예술과 접목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영화 한편 만들었다기보다 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며 그는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마당을 나온 암탉> 이전 오돌또기 프로덕션에선 장편애니메이션 연출을 준비하다가 고전을 한 경험이 있다.
=타격이 컸었다. 2~3년 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실패
할리우드, 일본과는 완전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