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 가슴속에나 영화 한편쯤 있는 거 아닌가요? 물론이다. 한 가지만 더 추가하자. 이젠 누구 손안에나 영화를 찍을 카메라 한대쯤은 있다. 스마트폰 말이다. 박찬욱, 박찬경 감독의 <파란만장>을 기점으로 한국의 스마트폰영화 제작 열풍에 불이 붙었다. 누구는 쉽고 저렴하고 가벼운 디지털 DIY영화의 시대가 마침내 열렸다고 말하고, 누구는 소니의 캠코더가 나왔을 때도 똑같은 소리를 했었다며 의심한다. 그래서 <씨네21>은 모험을 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직접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영화를 만든 뒤에야 우리는 감독들에게 물어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은 (과연/설마/혹시) 영화의 미래입니까?
"스"스럼 없이 찍고 "마"음대로 편집하는 길이 "트"였다! "폰"영화 시대
-
지긋지긋한 도시의 악취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돈에 굶주렸고 관계를 기피한다. 전규환 감독의 ‘타운 3부작’은 바로 그 참담하고 황량한 우리 ‘타운’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2008년 장편 데뷔작 <모차르트 타운>을 시작으로 오는 3월10일 개봉예정인 <애니멀 타운>(2009)을 지나 올해 베를린영화제 포럼부문에 진출한 <댄스 타운>(2010)에 이르기까지 전규환 감독은 놀랄 만한 작업속도로 3부작을 완성했다. 그 리듬 그대로 현재 그는 3부작 이후 전혀 다른 스타일의 네 번째 영화 <바라나시>의 촬영을 끝내고 후반작업 중이다. 그동안 고집스런 개인작업으로 현재에 이른, 국내보다는 오히려 해외영화제에서 먼저 반응을 얻어온 그를 만나 궁금증을 캐물었다.
<모차르트 타운> 이후 해마다 한편씩 장편영화를 만들고 있는 전규환 감독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작업속도만 보면 ‘이 사람도 김기덕 감독 연출부 출신인가?’ 하는 궁
‘타운’을 응시하는 사회파 감독의 직설화법
-
우주에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상상은 할리우드 SF영화의 마르지 않는 젖줄이었다. 외계인과 친구가 된 어린이는 자전거로 밤하늘을 날았고, 미확인 비행물체에 대한 목격담이 증언처럼 채집됐다. 검은 옷을 입은 두 남자가 지구에 숨어사는 악한 외계인을 사냥했고, 지구로 찾아온 외계인들이 약자가 되어 인간의 지배 아래 놓이는 전복적인 상상까지도 등장했다. “아마도, 2011년의 유일한 2D영화”라는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의 우스개에서 힌트를 얻자면 <월드 인베이젼>은 상상과 현실 중 후자에 무게를 실어 만든 SF영화다. 2011년 2월25일 베벌리힐스의 몽타주호텔에서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과 아론 에크하트, 미셸 로드리게즈 등 출연진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UFO에 대한 생각과 리얼리티에 대한 할리우드의 집착과 판타지 등의 질문에 더해 개별적으로 오간 질문과 답변의 일부를 소개한다.
“생존에 대한 이야기”
감독 조너선 리브스먼
-<어둠의 저주> <텍사스
에일리언? 아니 전쟁영화!
-
-(<오피스>의 존 크래신스키와의) 결혼을 축하한다. 무척 좋아 보인다.
=고맙다. 결혼한 게 너무 좋고, 즐겁다.
-이 작품에서 댄서로 나오던데, 원래 춤을 췄나.
=아니다. 그래서 무섭기도 하고 창피했다. 매일 못하는 춤을 추려니 얼마나 힘들겠나. 심지어 주위에는 전문 댄서로 가득한데 말이다. 첫 8주 동안 계속 연습했고, 촬영 시작한 뒤에는 시간날 때마다 짬을 내서 계속 연습했다. 한달이 지나고 나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댄서는 운동선수다. 다들 매일 8~9시간씩 연습하지 않나. 나는 2~3시간 정도, 그리고 2시간 정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고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먹는 게 얼마나 그립던지. 매일 아몬드랑 당근만 먹어봐라.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신선한 로맨스라고 생각했다. 대화 내용이 살아 있고 현대사회를 잘 반영했다. 여자주인공도 남자주인공의 들러리가 아니라 독립적이고 복잡하다. 물론 맷 데이먼이 나온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맷 데이먼과의 화학작용? 우린 찰떡궁합
-
-
-왜 이 영화를 선택했나.
=감독이 내 친구다. <오션스 트웰브>부터 여러 작품을 같이 했고 <컨트롤러> 집필 과정에서도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다른 작품들을 같이 할 때 많은 시간 동안 호텔에서 토론하면서 문제점을 해결해 보니 감독이 되더라도 중압감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용 면에서는 현대적인 러브스토리라 마음에 들었다. 특히 독특한 표현 방법이 마음에 들었다.
-<컨트롤러>의 테마처럼 운명을 믿는가 아니면 자신이 운명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나.
=대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아무도 확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인생은 자신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하며 살다가도 뒤를 돌아보면 “잠깐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할 때가 있지 않나. 컨트리 가수 가스 브룩스 노래 중에 “해답을 주지 않은 기도에 감사한다”(Thank God for unanswered prayers)는 가사가 떠오른다. 과거에 꼭 하고 싶은 역할이었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진 적도
“빌 클린턴의 정치 컨설턴트를 만나봤다”
-
-첫 작품인데, 걱정되는 것은 없었나.
=좋은 배우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너무 빨리 진행됐기 때문에 고민하고 걱정하고 그럴 경황이 없었다. 야외 촬영할 때 날씨와 장소가 중요했는데, 애초에 생각했던 장소보다 주인공이 연설하던 브루클린 다리처럼 더욱 상징적인 로케이션장에서 촬영할 수 있게 돼 좋았다.
-특정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작품 같다.
=다른 영화에서 찾아보기 힘든 조합을 가지고 있다. 어떤 부분은 로맨스이고, SF와 정치드라마도 섞여 있으니까. 필립 K. 딕의 원작 단편에서는 러브스토리가 전혀 없었다. 사실 꽤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로, 맷 데이먼이 지지해주지 않았더라면 제작 자체가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작품을 위해 리서치는 어떻게 했나.
=친구 중에 하원의원이 있어서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리고 이 캐릭터를 만든 뒤 그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주인공 데이빗은 관중 앞에 설 때 만족감을 느낀다는 잘못된 이유로 정치계에 들어와
SF,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철학’
-
운명과 자유의지의 대결. 로맨틱과 스릴러, 공상과학과 정치드라마가 뭉뚱그려진 <컨트롤러>는 매일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하는 현대인에게 ‘과연 이 결정이 내 의지로 한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힘 또는 운명이 작용한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영화다. 그러니까 일종의 성인 관객을 위한 스릴러라고 할 <컨트롤러>는 우리에게 질문한다. 과연 당신이라면 대통령이 될 수 있는데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데도, 이 밝은 미래를 버리고 사랑을 선택할 수 있을까?
정치계에서 데이빗 노리스(맷 데이먼)는 거의 록스타다. 부유한 상류계층 가문과는 거리가 먼 브루클린의 보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가장 어린 나이에 뉴욕 하원의원이 된 자수성가 정치인이다. 출중한 외모와 서글서글한 성품 때문에 그가 연설을 하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행사장 일대가 인산인해를 이룬다. 하지만 데이빗은 가끔 욱하는 성격 때문에 타블로이드 신문을 장식하기도 한다. 그는 주먹싸움을 벌이
밝은 미래인가 사랑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
일본에 사는 부모님, 평양에 있는 세명의 오빠, 그리고 그 경계에 놓인 한 여자. 지난 2006년 양영희 감독이 내놓은 <디어 평양>은 일본과 북한을 잇는 기구한 가족사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또한 자신의 가족사, 좁게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던 딸이 운명과 마주하는 성장담이기도 했다. 5년 만에 내놓은 <굿바이, 평양>에서 양영희 감독은 3대에 걸친 가족구성원 중에 가장 어린 조카 선화와 자신을 동시에 비춘다. 할머니가 보내준 헬로키티 파자마를 입고 미키마우스 양말을 신는 평양의 아이, 그리고 연극과 뮤지컬을 마음껏 즐길 수 있지만 집에서만큼은 이념적 충성을 강요받아야 했던 일본의 여자는 서로에게 가족애를 넘어선 우정과 그리움을 품고 있다. <디어 평양>이 그랬듯이 <굿바이, 평양> 또한 보고 나면 더 많은 이야기와 질문이 생기는 작품이다. <디어 평양>이 개봉한 뒤 “DVD를 많이 사서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다녔다”는 최동훈
평양에서 쓴 두번째 편지
-
-<아주 특별한 손님> <멋진 하루> 모두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을 토대로 했다. 이번 작품도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아레노의 단편 <돌아올 수 없는 고양이>가 원작이다.
=3~4년 전에 읽고 마음에 뒀던 단편 중 하나다. 단편이지만 그 속에 여러 의미가 함축돼 있더라. 소설에 살을 붙이고 재해석을 하면 영화로 만들기에 좋은 소재다 생각했다. 혹 단편을 손쉽게 영화화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막상 시나리오로 옮기는 과정은 오히려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편이다.
-원작의 어떤 부분에 주목한 건가.
=설정 자체가 색다른 이별이다. 영화로 풀면 재밌는 영화가 되긴 힘들어도 적어도 특이한 영화는 되겠다 싶더라. 원작은 두 남녀의 미묘한 감정을 좀 다른 방식으로 숨기고 있다. 난 책에서 숨기고 있는 그 부분을 해보고 싶었다. 원작과는 다른 구성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거다.
-극도로 단출한 구성이다. 남녀가 이별을 말하는 차 안의 오프닝신과 나머지는
현빈, 임수정 스타캐스팅 저예산영화 저변 넓힌다
-
거두절미하고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는 이별부터 통고한다. 출장 가는 ‘여자’(임수정)를 공항으로 배웅하는 10여분의 시간. 이윤기 감독은 짓궂은 롱테이크로, 여자에게 이별 통보를 받는 ‘남자’(현빈)를 지켜보기로 한다.
남자의 반응은 무척 이상하다. 딴 남자를 만나고 있으니, 이제 그만 헤어지자고 하는 상대 앞에서 별다른 질문도, 딱히 논쟁을 하자고 덤비지도, 불같이 화를 내지도 않는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따져 물을 의지를 잃어버린 걸까. 그러나 이후 진행되는 95분의 러닝타임. 그러니까 전반 10여분 동안의 여자의 이별통지를 빼고 난 뒤에도 사정은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카메라는 이제 그로부터 며칠쯤 지난, 부부의 주거공간으로 침투한다. 건축 일을 하는 남자의 작업실이 있는 지하실, 부엌과 거실이 있는 1층 공간, 그리고 여자의 공간임이 분명한 서재가 있는 2층을 부지런하고 정갈하게 오간다. 곧 집을 나가기 위해 짐을 싸는 여자와 그런 그녀를 위해 ‘뭐 도
세상에서 가장 고요한 이별
-
전문 도박사들은 판돈을 걸고, 제작사들은 캠페인에 수백만달러를 쏟고, 여배우들은 드레스를 가봉하는 동시에… 뼈를 깎는 단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어김없이 오스카 시즌이 돌아온 것입니다. <씨네21> 기자들도 올해는 ‘오스카를 받을 것 같은 후보’와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후보’로 나누어서 투표를 해봤습니다(아래 도표 참조). 그리고 투표 결과를 토대로 올해 오스카 시상식 진행을 맡은 제임스 프랑코와 앤 해서웨이를 미래로 소환해 오스카 시상식을 미리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프랑코씨! 제임스 프랑코씨! 지금 어디 계십니까?
“네! 독자 여러분. 저와 해서웨이양은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2011년 2월27일의 미래로 이동 중입니다. 해서웨이양은 출출할 때 먹겠다며 셀러리 두쪽을 들고 왔네요. 사실 이게 간식거리가 아닙니다. 일주일치 식량이죠. 해서웨이양 요즘 오스카 드레스 가봉 중이거든요. 어어어어어어… 해서웨이양이 제 뺨을 때리기가 무섭
<씨네21> 가라사대… 작품상은 <소셜 네트워크>? 아님 말구!
-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는 영화 스탭 출신이다. <씨네21>에 입사하기 전,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4편의 영화에서 연출부와 제작부로 일했다. 미술, 소품, 세트, 로케이션 헌팅, 주연배우 관리, 촬영 스케줄 관리 등 연출부의 모든 파트를 거쳤고, 해외 로케이션이라는 귀중한 경험도 했다. 되돌아보면 능력이 좋았다기보다 한국영화의 호시절이라 상당한 운이 따랐던 것 같다. 그때는 그랬다. 연출부로 서너 작품을 하고 조감독 타이틀을 딴 뒤 영화사에서 시나리오를 준비해 감독으로 데뷔하거나, 제작부로 서너 작품을 하고 제작부장과 제작실장을 차례로 거친 뒤 프로듀서로 입봉했던, 그런 낭만이 가득한 시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영화산업이 메이저 투자·제작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아이템 개발부터 시나리오 작업,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까지, 영화 공정의 전 과정이 수직계열화됐고, 충무로 인력구조는 수요보다 공급이 더 많은 상태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영화를 하
…그래도, 하루 빨리 현장에 가고 싶다
-
“영세한 영화 제작사들에 폐업을 권고한다. 제작사 간판만 걸고 자기 자본 없이 리스크는 책임지지 못한 채 높은 수익만 찾는 영화 제작사는 당연히 퇴출되어야 한다. 스스로 양질의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유할 수 있는 노하우와 자본이 되는 회사들이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 영화 인력을 무임금, 저임금으로 착취하다가 영화 한편이 우연히 성공해서 인생 역전하는 불량한 제작사가 퇴출되지 않고 있다면 누가 제대로 투자를 하겠는가. 그런 불량 제작사가 퇴출된다면 대기업도 제작사들을 신뢰할 것이고, 양질의 콘텐츠를 가진 영화 제작사들도 대기업과 공정한 수익 배분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영화 스탭이라고 밝힌 독자가 최근 <씨네21>에 보내온 글 중 일부다. 그는 최고은씨의 죽음과 관련하여 강우석 감독이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영화계 전반의 인력과잉”이 문제라고 한 발언을 두고, “시장의 활황기 동안 제작사들은 아무런 변화의 노력을 하지 않았다. 대기업이 가지지 못
임단협 준수부터 시작하자
-
고 최고은 작가의 죽음에 대한 보도는 시간이 흐르면서 양상을 달리하고 있다. 실제 그녀가 남긴 쪽지와 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는 굶어죽지 않았고 “남는 밥 좀 달라”고 하지도 않았다. 그 점에서 영화계의 열악한 현실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계가 그동안 스탭들과 시나리오작가에게 부당한 대우를 해온 이상, 그녀의 죽음과 영화계의 현실은 연결될 수 밖에 없는 듯 보인다. 그런데 도대체 스탭들의 처우가 어떻기에 이런 결론이 나온 걸까. 한국영화산업노조의 영화인 신문고에 접수된 스탭들의 사연들을 훑어봤다. 다양한 사연들 속에서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돈이 없어서 못 주겠다는 말은 거짓말일 가능성이 컸다.
사례1: 시나리오를 썼지만 아무도 모른다
-사람들은 흥행영화 A가 B감독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A의 원안을 제공한 이는 시나리오작가 C다. C는 제작사 D와 계약해 A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런데 이후
돈이 없어서 못준다구요? 확실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