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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수작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주목하자. 올해 칸을 한바탕 뒤집어놓았던 라스 폰 트리에의 <멜랑콜리아>부터 이름만 들어도 배가 부른 작품들이 부산을 찾는다. 아시아 작품은 없냐고? 지금 일본 영화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름인 소노 시온의 <두더지>와 <사랑의 죄>가 기다리고 있다.
<두더지> ヒミズ
소노 시온 | 일본 | 2011년 | 129분 | 아시아영화의 창
거두절미하고, 지금 일본 영화계에서 소노 시온을 따라갈 자는 없다. 그의 전성기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된 <차가운 열대어>부터 시작됐다. 거의 고어영화에 가까운 이 범죄극에서 소노 시온은 인간 내부의 광기, 우리 모두가 남몰래 갖고 있는 욕망을 무시무시한 집요함으로 파고든다. 표백제로 씻어낸 것 같은 팬시영화와 지나칠 정도로 재단된 기획영화가 지배하는 지금의 일본 영화계에서 소노 시온은 80년대 이후 현해탄 건너 영화쟁이들이 거의 잃어버린 칼날을 다시 보여주
BIFF 추천작: 거장 만세-다르덴 형제가 현대 동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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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모를 착용해야 들어갈 수 있어요.”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을 지탱하고 있는 대형 지붕 ‘빅루프’의 어마어마한 위용에 넋놓고 있던 중, 일일 가이드를 자청한(?) 부산국제영화제 홍보팀 유혜원씨가 거듭 안전을 강조한다. 9월29일 개관식을 앞둔 국내 최초의 영화제 전용관 영화의 전당은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상영관 내부에서는 스크린을 설치, 점검하고 있었고 아직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좌석은 관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건물 외부에서는 타일을 외벽에 붙이는 공사와 마감재를 바닥에 까는 공사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옆에 있던 영화의 전당 홍보마케팅팀 정금용 팀장도 “공정률 몇 퍼센트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거의 다 끝났어요”라고 힘주어 말한다.
규모로만 보면 영화의 전당은 확실히 압도적이다. 부산에 내려오기 전까지만 해도 영화제쪽이 미리 보내준 조감도를 보며 ‘크면 얼마나 크겠어?’라고 코웃음을 쳤던 차다. 부지가 3만2137.2㎡라고 하는데, 수치만으로는 실감이
여기가 미래 한국영화의 중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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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눈앞이다. 올해 영화제 최대의 게스트는 단연 전용관 ‘영화의 전당’이다. 전용관 건립과 함께 영화제가 새로운 지형, 새로운 시기로 접어들었다. 안전모를 쓰고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 영화의 전당 현장을 찾아 축제의 윤곽을 그려보았다. <씨네21> 기자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출품작을 점검한 뒤 놓치지 말아야 할 추천작 30편도 꼽았다. 9월26일 예매 시작에 앞서, 70개국 307편의 이정표로 유용하게 활용하기 바란다. 한국영화계의 1년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한국영화의 경향은 전찬일 한국영화 프로그래머의 글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김동호 위원장에 이어 첫 임기를 맡은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새 출발하는 영화제에 대한 궁금증을 조목조목 따져물었다. 이 정도면 10월6일 출발 전, 부산영화제에 대한 숙지로 손색없으리라 자신한다.
BIFF, 영화의 전당 부산 제2막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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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성 감독은 데뷔작이자 전작인 <약탈자들>로 주목을 모은 바 있다. 장르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 영화였다. 그러니 그 영화의 감독이 본격적인 법정스릴러를 만들었다고 했을 때, 어떻게 영화를 연출하게 된 것인지 그 과정이 궁금했다. 프로젝트의 첫 시작과 캐스팅 과정과 연출의 이모저모를 그에게 들었다. 그걸 듣고 나니 그가 적임자였음을 알겠다.
-제안받은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약탈자들>을 부산영화제에서 상영했을 때, 신창길 프로듀서가 영화를 인상 깊게 봤다며 친구를 통해 연락을 해왔다. 시나리오 하나를 전달하고 싶다고. 그때 만나서 받은 시나리오가 <의뢰인>이었다. 130페이지에 이르는 엄청난 시나리오였다. 읽는 데만 8시간이 걸렸으니까. 법정스릴러라는 새로운 점도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구조적으로 <약탈자들>하고 통하는 면이 있었다. 그래서 하게 된 것 같다. 2009년 5월경부터 각색에 들어갔다. 하정우가 가장 먼저 캐스팅됐다. 그때 당
“하정우가 만드는 강 변호사에 내가 이입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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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서 법정물은 전통을 갖고 있거나 인기를 얻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영화 한편이 이 척박한 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의뢰인>이다. 한국 최초의 법정스릴러물이라고 자부하는 <의뢰인>은 호화 배역진과 가능성 있는 감독 그리고 탄탄한 기획력의 삼박자를 갖추고 있다. 물론 과감하게 시도된 만큼 단점이 없을 순 없지만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시도다. <의뢰인>이 이끄는 법정으로 가보자.
법정에서의 시시비비를 주요 소재로 취한 한국영화가 그동안 없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얼마 전에도 미궁의 살인사건을 사회적 시선에 기초하여 바라본 <이태원 살인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 그러니 <의뢰인>의 제작진이 “한국 최초의 법정스릴러”라고 표방할 때의 방점은 법정을 무대로 한 본격적인 첫 번째 영화라는 뜻보다는 법정을 장르적으로 적극 활용한 첫 번째 영화라는 점에 있는 것 같다. 그 강조는 <의뢰인>이 철저하게 장르영화를
괄목할 만한 이야기꾼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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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장도를 가지고 다니세요
고현정_사즉생인가…. 선생님은 어떤 나무 좋아하세요?
조용헌_소나무, 느티나무, 대나무. 그 중에서도 대나무의 솨솨하는 댓잎소리는 약간 음산할 수도 있지만 그를 빗소리 대신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죠. 사시사철 잎이 지지 않으니 저녁이면 새들이 깃들어 잠을 잡니다. 게다가 옛날에는 대나무가 빽빽이 우거져 있으면 호랑이가 뚫고 들어오지 못했어요. 허리를 S자로 꺾지 못하니까. (웃음) 집을 가리고 싶을 경우에도 대나무를 심으면 빨리 자라 2, 3년 만에 가려줄 수 있어요.
고현정_그럼 우리나라 산 중에는 어떤 산을 좋아하고 즐겨 찾으세요?
조용헌_나를 품어주고 달래주는 지리산이 좋습니다.
고현정_지리산도 힘들겠다. 품어줄 사람이 많아서. (좌중 웃음)
조용헌_요즘은 한 5천명 될 겁니다. 둘레가 500리니까 10만명 들어가도 괜찮아요. 지리산에 가면 자살하는 이 없고 굶어죽는 사람 없다고 하죠. 몸이 처질 때는 바위산인 설악산, 북한산이 좋고 허탈
배우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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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_나는 동양철학을 공부하고 고리타분한 사람인지라 보자고 하는 분들이 주로 중년 남자들인데 이거 참 전혀 안 어울리는 조합이 아닌가 싶습니다. (웃음)
고현정_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선생님을 뵙자고 청한 과정이 자연스러웠어요. 올여름 비 피해로 집들이 무너지는 광경을 TV에서 계속 봤는데 며칠 흐른 뒤 선생님이 집의 의미에 관해 쓰신 책 <백가기행>을 제가 읽고 있더라고요. 물론 그전에도 신문 연재 칼럼과 저서의 독자였고요. 명사들을 동물에 빗댄 글도 재밌게 읽었어요. 최근에는 안철수씨를 곰에 빗댄 글이 기억나요.
조용헌_코알라가 곰 됐다고 썼죠. (웃음) 내가 지금까지 만나고 인터뷰한 사람들은 고승이나 샤먼 같은 ‘마법사’들, 아니면 정치인이나 CEO이었는데 여배우는 처음입니다.
고현정_마법사들을 만나면 주로 어떤 질문을 던지세요?
조용헌_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사후 세계는 무엇인가를 묻죠. 영혼이 육신이라는 번데기를 벗어날 때는 한 30분만 괴롭고 그러고
배우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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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자인 조용헌 칼럼니스트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뜻을 고현정이 전해왔을 때 펄쩍 뛰어오르며 놀라지는 않았다. 몇 차례 대화를 통해 그녀가 속담과 고사성어의 맛을 즐기고 옛사람들의 문장을 애호하며 세상 저변에 복류하는 보이지 않는 기운을 긍정한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한 장서가인 고현정은 애독서를 묻는 질문에 중문학자 이병한 교수가 엮은 한시집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를 망설임없이 꼽은 적도 있다. 집을 위로와 휴식의 그릇으로 조명한 칼럼니스트의 근작 <조용헌의 백가기행(百家紀行)>은, 최근 혼자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전에 없이 집에 관해 찬찬히 생각할 기회를 얻은 고현정을 끌어당긴 또 다른 계기였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쪽 사정이고, 고택과 사찰을 답사하고 기인, 달사들과 만나 글로 정리하기를 업으로 삼아온 인터뷰이로서는 배우의 프러포즈가 난데없는 제안일 수밖에 없었다. 계룡산에서 첫 섭외 전화를 받은 조용헌은 “영화는
배우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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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가 아니었다면, <도가니>는 극단적인 상상력이 만들어낸 ‘너무 나간’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실화이고, 그래서 영화와 실제 사건이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사건의 실체와 관련된 질문을 감당해줄 사람은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뿐이었다.
-영화를 보고서 감독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을 것 같다.
=그런 거 없다. (웃음) 다만 정말 수고가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내 작품이 스토리가 강해서 영화로 만들기 쉬울 것 같다고 그러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때도 송해성 감독이 얼마나 화를 냈는지. (웃음) 영화를 보기 전에 걱정했던 건 인호 역을 맡은 공유였다. 너무 잘생기기만 한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와 어떻게 맞을까 했는데, 다행히 내가 쓴 것보다 더 멋있는 강인호를 만들어주었다.
-원작자로서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면.
=폭행이 일어나는 장면은 내가 쓸 때도 힘들었지만, 눈으로
우리가 사는 여기가 몰상식과 야만의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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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감없이 묘사된 끔찍한 사건의 현장
원작의 중심인물을 축소시키는 한편, 여러 주변 인물들을 지운 영화는 그날의 기억까지 한달음에 달려간다. 이미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던 그날의 사건을 영화가 어떻게 묘사할지 근심스러웠을 것이다. 영화는 이 장면이 이야기의 의무인 듯 마주한다. 활자를 통해 상상하는 소설에 비할 수는 없지만 실제적인 이미지로 재현된 사건의 현장을 목도하는 것 역시 숨이 막히는 일이다. 아이들의 울부짖는 표정과 그들을 바라보는 가해자의 표정은 공포가 아닌 실제적인 분노를 전한다. 와이셔츠만 입은 채 아랫도리를 드러내고 있는 중년 남성의 모습, 그가 완력으로 아이들을 제압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끔찍함은 배가된다. 어쩌면 수화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활용한 은유적인 연출, 혹은 정적인 카메라로 관객의 인내심을 폭발시키는 방식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은 “있는 그대로 보는 느낌이어야만 이 끔찍한 사건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
기억하고 보라! 외면해선 안될 아픈 진실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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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가 영화화됐다. 활자로도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를 이제 영상으로 바라보게 된 거다. <마이파더>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도가니>는 영화적인 트릭을 최대한 배제한 채 원작이 전한 당시의 기억을 재현하고 있다. 감독에게 소설이 영화로 옮겨온 과정과 연출 태도에 대해 물었고, 공지영 작가를 통해 실제 사건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애써 외면하고픈 이야기지만 성폭행이라는 사건의 성격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담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2011년 현재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도가니>는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작품일 것이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편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갖다댄다.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폭행하고 있다는 뜻의 수화다. 영화 <도가니>는 이 간단한 수화에 담긴 끔찍한 실화에 관한 이야기다. 청각장애자들에게 가해진 성폭행 사건의 전모와 진실을 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묘사한 영화는 그들의 아픔과 이를 위로하지 않
기억하고 보라! 외면해선 안 될 아픈 진실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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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제작자 김조광수
<밀크>(2008)는 나의 성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영화다. 주인공 하비 밀크가 죽음을 예감하면서 자신은 어떻게 살았으며 후대의 동성애자들은 어떻게 살았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나 역시 밀크처럼 치열하게 살았는지, 잘 살았는지 되돌아보고 싶다. <러브 스토리>(1970)는 내 인생의 멜로영화다. 나는 세대로 볼 때 영화가 아닌 문학세대에 속하는데, 영화가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구나 싶었다. 문학이 아니라 영화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때문이고. 무엇보다 나는 사는 동안 제대로 사랑을 했는지, 이 영화를 보면서 점검해야겠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은 그 많던 빚을 청산 해주고 내 영화 인생의 새 장을 열어준 영화다. 언제 죽을지 모르겠지만 2, 3편을 만들고 그 영화들을 보면서 죽는다면 행복하게 죽을 것 같다.
◆ 영화배우 박희순
다음날 죽는다면, 전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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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봉준호
먼저 잉마르 베리만의 <화니와 알렉산더>(1982)를 보겠다.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인생과 영화를 이토록 아름답게 정리한 건 정말 희귀한 경우일 거다. 또 한편을 본다면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1997). 어떤 감독이 됐건 자신의 영화인생에서 후기에만 만들 수 있는 영화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른 뒤 자전거를 타고 경찰서로 가는 도입부에 압도됐었는데, 신기하게도 끝에 가니까 그런 감정이 잊혀지고 위로를 받게 됐다. 마지막으로 팀 버튼의 <에드 우드>(1994)를 선택하겠다. 영화를 잘 찍건 못 찍건 간에 어쨌든 영화감독은 영화를 꾸역꾸역 만들어야 한다는 느낌을 보여주는 영화니까. 이왕이면 누군가 내 관에도 DVD 박스 세트 몇 개를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내 소장품 중 <화니와 알렉산더>의 스웨덴 TV방영 버전 세트가 있으니, 그걸 꼭 넣어주시라. 김기영 감독 박스 세트도 잊지 말아달라. <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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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장항준
<대부2>(1974) 워낙 좋아하는 영화다. 죽기 전에 보면서 ‘영화는 이런 거지!’ 하면서 감회에 젖게 될 거다. 무엇보다 죽음이고 뭐고 다른 생각 안 하면서 감탄하는 마음으로만 죽을 수 있을 거다. <서머 스토리>(1988)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어찌보면 유치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를 보고는 연극영화과 원서를 썼었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서 다시 미소지을 것 같다. <라이터를 켜라>(2002) 데뷔작은 봐줘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나도 본 지 오래된 영화이니, 그때 가면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게 될 텐데 얼마나 어설퍼 보일까 궁금하다. 그때의 기분과 추억을 떠올려보고도 싶다.
◆ 영화감독 류승완
당신이 죽기 전 꼭 보고 싶은 세편의 영화를 죽을 만큼 뽑기 싫은 세가지 이유. 첫째, 솔직히 죽을 때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날 것 같다. 그 시간에 차라리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동료들의 얼굴이 더 보고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