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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씨네21> 홈페이지(www.cine21.com)가 꽃단장을 했네. 언제 변신한 거야. 일단 뭐 깔끔해 보여서 좋구먼. 전엔 정보가 많은 건 좋은데 좀 정신없긴 했어. 주렁주렁, 덕지덕지, 눈이 휙휙 돌아갈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이게 뭐야. 못 보던 게 있네. ‘즐감’? 기사도 알겠고, 영화정보도 알겠고, 리뷰도 알겠고, 포토도 알겠고, 이벤트도 알겠는데, 대체 ‘즐감’이 뭐란 말이야. 즐겼으면 감사하라, 뭐 그런 뜻인가. 얘들 보게.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이따위 선전포고야. <씨네21>이 언제부터 이렇게 건방져졌어. 독자들에게 이래라저래라 명령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항의전화나 한번 넣어볼까. 아니지, 요즘 같은 때일수록 신중해야 해. 전화했다가 괜히 내 정보만 빼내갈지도 모르니 말이야.
내 바쁘니 전화는 담으로 미루고, 뭐 밑질 건 없으니 일단 클릭. 어라, 번지수를 잘못 짚은겨? 그 ‘즐감’이 아니라고? 그럼 뭐여. ‘당당하게 즐기는 감상’? 아
즐거운 영화 창고, 즐감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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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TV) <트론: 새로운 시작> <카우보이 & 에이리언> 등 늘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왔다.
=맞다. 의도적으로 이전에 연기하지 않은 캐릭터를 찾아왔다. 나 스스로를 타입 캐스팅에 가두지 않기 위해서다. <트론: 새로운 시작> 이후에 비슷비슷한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가능하면 역할을 맡은 순간에 집중하고 그 다음엔 전혀 다른 톤, 장르 등 새로운 선택을 하려고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한 영화에 출연한 것도 대단한 경험이겠다.
=13살 때 스티븐에게 받은 사인이 있는데, 액자에 넣어 내 방에 지금도 걸려 있다. “올리비아, 의사가 되고 싶거든 잘 알아보고 시작해라, 배우가 되고 싶거든 우선 시작해라”고 써 있다. <하우스>에서 의사를 연기할 때 이 말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웃음)
-13살 때 스필버그의 사인을 받다니, 아주 어려서부터 배우가 되려고 했었나.
=배우가 되려고 결심한 건 4살
드레스 위에 건벨트 찼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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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를 연기한 경험은 어땠나? 참고한 웨스턴영화가 있나.
=가능한 많은 웨스턴을 보고, 인상적인 순간들을 참고하고 싶었다. 말하자면 ‘서부극의 언어’를 배우려고 노력했다.
-서부극의 언어라니, 당신의 캐릭터는 상당히 과묵하다.
=카우보이는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그 핑계로 대사를 많이 잘랐다.(웃음)
-이 영화에 출연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원작이 있는데 감독이 그 이상을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점이 좋았다. 요즘 극장은 가족, 청소년, 20대를 위한 엔터테인먼트로 가득하다. 이 영화는 그 패턴에서 벗어나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할리우드가 <대부> 같이 내가 어린 시절 보고 자란 장르들에 다시 투자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어린 시절 처음 본 영화는 무엇인가.
=정말 어렸을 때인데, 어느 날 오후, 아무도 없는 극장에 나 혼자 들어가서 앉아 있던 날이 있었는데 그게 내 첫 영화였고, 숀 코너리가 출연하는 <아웃랜드>
서부극의 언어, 익히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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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출연하는 웨스턴 장르다. 30년 만인가.
=비슷하다. 아마 그보다 더 된 것 같다. 진 와일더와 함께 출연했던 <프리스코 키드>(1979)라는 영화였는데, 웨스턴이기는 한데 코미디의 성격이 강했다. 건스모크가 자욱한 진짜 웨스턴에 출연한 건 배우 경력 초기를 제외하고는 정말 오랜만이다.
-영화에서 당신이 연기한 대령은 과묵한 인물이다. 웨스턴 장르의 전형적인 캐릭터처럼 보인다.
=글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령은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로 읽기에는 보여줄 것이 많았고, 그래서 흥미로웠다. 비중이 주연보다 덜했기 때문에 연기에 있어 나의 해석을 더할 수 있는 허용범위가 넓었다. 무엇이 장면 안에서 필요한가를 생각해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그렇다면 스크립트를 처음 받았을 때 바로 이 작품이다 싶었나.
=그건 아니다. 처음 읽었을 때 이게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다. (좌중 웃음)
-여름 블록버스터에서 세상을 구하는 당신을 보는 건 관객에게
내가 늘 세상을 구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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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언맨> 시리즈와 비교하면 감독 자리에서의 경험이 많이 달랐을 것 같다.
=물론이다. 폭발도 실제고 마상 액션도 실제였다. 많은 액션장면이 CG가 아니라 진짜로 일어나는 일이라 사전계획과 안전에 관련한 사항을 점검해야 했다. 그래서 웨스턴에 관한 공부를 많이 했다. 가능하면 많은 웨스턴을 보고 레퍼런스로 삼으려고 했다. 스튜디오에 모여서 존 포드의 <수색자> 복원판을 함께 보며 코멘트를 주고받았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제작자다. 그와 함께 작업한 경험은 어땠나.
=스크립트가 말 그대로 내 무릎 위로 떨어졌다. 그게 벌써 10년 전이다. 그때 이미 스티브는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어떤 식으로도 자신의 의견을 강요하지 않았다. 내게 최대한의 자유를 주었다.
-이 영화의 어떤 점이 매력적이었나.
=제목이다. 이 제목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바보 같고 비슷비슷한 영화에 지쳤다. 그래서 관객에게 기대
존 포드의 <수색자>도 참고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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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작열하는 황야의 한복판, 한 남자(대니얼 크레이그)가 정신을 잃고 누워 있다. 잠시 뒤 깨어난 이 남자는 깊이 벤 복부의 상처가 고통스럽지만 어쩌다 그런 상처가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남자의 왼쪽 팔목에는 육중한 기계장치가 팔찌처럼 채워져 있는데, 그 역시 영문을 알 수 없어 답답하다. <카우보이 & 에이리언>의 초반 20분은 이런 식이다. 상황이 툭툭 던져질 뿐 전후사정을 설명하지 않는다. 기억을 잃은 이 남자가 황야의 강도단을 무찌르고, 앱솔루션 마을에 도착해 착취와 협박을 일삼는 마을의 난봉꾼 퍼시(폴 대노)를 혼쭐내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에일리언이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사내의 이름이 제이크 롱리건이고, 살인자 혐의를 받고 수배 중이라는 사실도 한참 뒤에야 드러난다.
<아이언맨> 시리즈를 감독한 존 파브로의 신작 <카우보이 & 에이리언>은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서부극에 에일리언 장르가 더해진 하이브리드다. 평
외계인에 맞서는 ‘서부 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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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랜턴: 반지의 선택>이 그렇게 잘 풀릴 거라고는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원작의 구식 펄프 SF스러운 매력을 만화책 팬이 아닌 요새 관객이 제대로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한 적 없었으니까. 하지만 어쩌다가 이렇게 처절하게 망해버린 것일까. 이보다 나를 더 우울하게 한 소식은 데이비드 E. 켈리가 제작한 <원더우먼> 시리즈가 물 건너 간 것이다. 이 역시 시작부터 불안했다. 팬들은 유출된 파일럿 각본을 싫어했고 캐스팅과 의상에 수상쩍어했다. 왜 원더우먼이 대기업 회장이어야 하고 바지를 입어야 하는 거지? DC를 옹호해야 하는 시점에서 이렇게 우울한 이야기를 늘어놓아야 하다니 슬픈 일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DC 코믹스 슈퍼히어로 중 할리우드에서 온전한 명성을 누리고 있는 게 배트맨밖에 없는 건 사실이 아닌가. 잭 스나이더의 <맨 오브 스틸>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 영화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자. DC의 슈퍼히어
비주류의 신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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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마블과 DC의 핵전쟁이 벌어진다. 시작은 마블 대표주자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DC 대표주자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격돌이다. 양사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하는 <어벤저스>와 <저스티스 리그>도 개봉 시기는 다르지만 박스오피스와 비평, 그리고 양사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라 할 만하다. 2012년 이후 차례로 개봉하거나 제작이 확정된 영화만 모았다.
DC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년 7월20일 개봉
마블이 <어메이징 스파이더맨>과 <어벤저스>를 동시에 출격시켜도 이 영화를 과연 따라잡을 수 있을까? 모두가 알다시피 크리스토퍼 놀란의 이 마지막 배트맨 영화에서는 <인셉션>의 톰 하디가 배트맨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악당 ‘베인’을, 앤 해서웨이가 ‘캣우먼’을 연기한다. 이후 DC는 보다 덜 어두운 배트맨 시리즈를 새롭게 리부트할 계획도 갖고 있다.
<슈퍼맨: 맨 오브 스틸&
슈퍼맨이냐 스파이더맨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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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뭔가 좀 천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솔직히 모두가 내심 속으로 묻고 있는 질문을 하나 해보자. 그래서? 지금까지는 대체 누구의 승리인가? 양으로 따지자면 마블의 승리다. 21세기 이후 DC가 내놓은 영화는 10여편에 불과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영화 두편, 싱어의 <수퍼맨 리턴즈>를 제외하자면 <콘스탄틴> <왓치맨> <브이 포 벤데타>처럼 꽤 어둡고 마니악한 각색물들이 많다. 반면 마블은 <엑스맨> <스파이더맨> <판타스틱4> <데어데블> 등 자사의 인기 히어로들을 모두 영화로 데뷔시켰고, <퍼니셔>처럼 리부트에 리부트를 거듭할 만큼 애정을 갖고 계속 지휘하는 프로젝트도 있을 뿐 아니라 <일렉트라> 같은 스핀오프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질적으로 따지자면? 만약 이 글을 <다크 나이트>가 개봉한 2008년에 쓰고 있었다면 당연히 승자는 DC였을 것이다.
마블과 DC의 현대전, 2012년에 최고조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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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그들의 가장 거대한 고민은 70년대부터 여러 번 영화화된 자사의 메인 히어로 슈퍼맨과 배트맨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고민 끝에 찾아낸 결론은, 아예 예전 영화들을 깡그리 무시해버리는 방법이다. 2005년작 <배트맨 비긴즈>는 아예 배트맨의 탄생설화를 다시 썼고, 2006년작 <수퍼맨 리턴즈>는 예전 시리즈의 실패한 3, 4편을 무시하고 리처드 도너가 참여한 2편에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마블이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창립하자 DC 코믹스 역시 워너브러더스와 함께 ‘DC 엔터테인먼트’를 지난 2009년 설립했다. 이같은 전략적 제휴가 월트디즈니가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40억달러에 인수하자마자 발표된 것도 의미심장하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마블에 상업적, 비평적으로 지난 몇년간 수세에 몰려온 DC의 자산을 보다 공격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결의다.
사업적으로 따지자면 여러모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지만 D
완벽한 DC 히어로와 소시민적 마블 히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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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과 DC의 격정적인 라이벌 대전은 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그걸 알기 위해서는 먼저 아메리칸 코믹스의 태동부터 알 필요가 있다. 코믹스의 세상을 열어젖힌 건 DC였다. 1934년 DC의 전신이 된 <뉴 펀>의 발간과 함께 코믹스의 역사는 시작됐고, DC는 슈퍼맨과 배트맨 같은 고전 슈퍼히어로를 창조하면서 30~40년대를 ‘코믹스의 황금시대’로 만들었다. 2차대전이 끝나자 황금시대는 저물었다. 전쟁과 대학살을 두눈으로 목도한 미국인들에게 DC의 슈퍼히어로들은 지나칠 정도로 순진무구하던 시대의 환상에 불과했다. 침체되어가던 코믹스 시장은 후발주자 마블과 함께 되살아났다. 마블의 전속작가 스탠 리는 좀더 현실적인 히어로인 스파이더맨과 엑스맨을 창조하며 DC에 질려버린 팬들을 코믹스의 세계로 되돌려놓았다. 하지만 DC와 마블을 기성세대와 새로운 세대로 나누는 건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 DC 역시 프랭크 밀러라는 걸출한 작가를 영입한 이후 끊임없이 스스로를 쇄신해왔다. 프랭
아메리칸 코믹스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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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들이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올여름도 <토르: 천둥의 신>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 <그린랜턴: 반지의 선택>과 <퍼스트 어벤져>가 차례로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물론 배후에 도사리고 있는 건 마블 코믹스와 DC 코믹스다. 전통의 코믹스 회사들은 어떻게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할리우드로 뛰어들었으며, 또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성공을 거두며 거물의 자리에 올라섰는가. 마블과 DC의 영화 진출 역사와 비밀을 캐보았다.
세상에는 위대한 라이벌의 역사가 존재한다. 이를테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픽사와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ILM과 디지털 도메인,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레이디 가가… 그리고 마블과 DC가 있다. 마블과 DC가 할리우드 여름시장을 휩쓸고 있다. 본격적인 시작은 마블 코믹스가 <아이언맨>을 자체적으로 제작해서 내놓은 2008년이었다. 그에 대항하는 DC는 <다크 나이트>라는 전무후무한 걸작으로 판정승을
슈퍼히어로 영화 황금시대 최후의 제왕은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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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광구>는 밀폐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몬스터 액션영화다. 스패너로 괴물의 머리를 내리찍고 괴물의 촉수에 쓰러지는 가운데 좁은 복도에서 쫓고 쫓기며 사투를 벌인다. 말이 안 통하는 괴물과 ‘합’을 맞출 수 없기에 배우들의 실감나는 리액션이 중요했다. ‘스턴트 패밀리’의 김철준 무술감독도 “액션이란 게 원래 좀 팍팍 부딪쳐야 쾌감이 발생하는데 <7광구>는 주로 괴물에 맞아서 날아가거나 벽에 부딪히면서 긴장감을 낸다. 그렇게 양쪽의 ‘터치’나 ‘스킨십’ 없이 액션연기를 짜는 게 힘들었다. 게다가 액션연기라는 게 사실상 눈빛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CG로 만들어질 괴물과 시선을 맞춰야 하는 것도 고민이었다”고 말한다. 더불어 바이크 액션도 꽤 비중있게 담겼다. “원래 나와 함께하는 바이크 액션 훈련 시간이 있는데,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른 곳에서도 바이크를 배웠다더라”며 “하지원씨는 소문보다 더 독한 배우였다”고 혀를 내두른다.
자신의 터닝포인트라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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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규는 영화에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가면을 쓰고 특수효과 복장을 뒤집어써서 등장하지 않는 게 아니라 그의 외형 자체가 오직 CG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가상의 괴물이기 때문이다. 그린 컬러 특수효과 복장으로 내내 촬영에 임해야 했던 그를 모두 ‘그린맨’이라 불렀다. 단 한 장면도 등장하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주연배우와 출연 분량은 맞먹는다. 왜냐하면 사투를 벌이는 배우들과 괴물의 시선이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둘의 시선이 어긋난 채로 액션이 이어진다면 그 사실감은 뚝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영화 속 하지원과 안성기는 괴물 대역을 한 그와 싸웠다. “괴물답게 잔인하고 강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영화 현장이 처음인데다 하지원, 안성기 같은 대배우들 앞에서 소심했다. 더 세게 했어야 하는데”라며 웃는다.
‘어릿광대 퍼포먼스’ 공연팀의 단장인 그는 20대 초반으로, 5명의 단원들과 함께 춤과 마임을 정기적으로 공연하고 있는데, 놀이공원에서 누
피에로 키다리, 그린맨으로 변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