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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암살
올리버 스톤의 <J. F. K>(1991, 사진)는 음모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첫 번째 영화일 것이다. 그만큼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리 하비 오스왈드가 실제로 케네디를 암살했으나 진실을 폭로하지 못하도록 살해됐다고 믿고 있다. 뒤를 이어 대통령이 된 린드 B. 존슨은 국내 여론과 외국의 의심을 무마하기 위해 급히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었지만 오스왈드의 단독범행이라고 결론지었고, 그 사건은 공식적으로 끝났다. 이는 일본영화 <골든 슬럼버>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센다이에서 반미 성향을 지닌 젊은 신임 총리의 취임 퍼레이드가 벌어지던 중 소형 원격조종헬기를 이용한 총리 암살사건이 벌어진다. 현장 부근에선 택배기사인 아오야기(사카이 마사토)가 대학 시절 친구인 모리타와 오랜만에 만나고 있었다. 아오야기를 그 현장으로 끌어들인 모리타는 말한다. “이제 너는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당할 거야. 넌 오스왈드가 된 거야. 당장
영화 속 음모론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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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9/11>부터 <아폴로 18>까지
아폴로 음모론은 얼마 전 개봉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에서도 ‘귀엽게’ 드러난 적이 있다. <트랜스포머3>는 1969년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디딘 그날, 비행사들이 외계생명체 트랜스포머를 발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와 비교하자면 <아폴로 18> 역시 달에 도착한 비행사들이 달 탐사를 하던 중 정체불명의 시체를 발견하는 장면이 있다. 그 둘은 전혀 다른 음모론에 입각해 있지만 ‘밝혀져서는 곤란한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사실은 일맥상통한다. <아폴로 18>에서 존, 네이트, 벤 세명의 우주인은 미 정부의 극비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아폴로 18호에 탑승한다. 임무수행 도중 소련 우주비행사의 잔해를 발견한 뒤 연이어 발생하는 미스터리한 사건으로 그들은 혼란에 빠지고, 네이트는 탐사를 마친 뒤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 아폴로 프로젝트를 둘러싼 음모론의 압권은 아
불신지옥이 낳은 현대의 자화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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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는 계속된다. 1967년 아폴로 1호가 발사된 이후 1972년 인류 역사상 마지막 달 탐사선으로 기록된 아폴로 17호가 75시간의 달 표면 임무수행을 끝낸 뒤, 아폴로 프로젝트는 더이상 계속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더이상 달로부터 얻어낼 정보의 가치가 사라졌단 말인가. 이후 아폴로 18호가 예산상의 이유로 발사가 전면 취소되면서 그 진실 여부에 대한 논란과 음모론이 끊이지 않았다. 이미 그전부터 있어왔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조작 논란까지 더하면 그 음모론의 두께는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아는 그 모든 것은 조작되었다’는 음모론은 그렇게 아폴로 11호나 18호는 물론 9·11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X파일>부터 하물며 <UV신드롬>에 이르기까지 극영화나 다큐멘터리로 끊임없이 재가공돼왔던 불편한 진실이기도 하다. 과연 당신은 어디까지 믿고 싶은가.
“한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 닐 암스트롱이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로
불신지옥이 낳은 현대의 자화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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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괴물의 귀환
<괴물: 오리지널> The Thing
마티스 반 하이닌겐 주니어 | 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 조엘 에드거튼 | 2012년 1월 개봉예정
2011년은 프리퀄의 해다. 2012년에는 프리퀄 열풍이 잠시 사그라질 것인가. 물론 아니다. 내년 역시 온갖 종류의 프리퀄(이라는 이름의 리메이크)들이 도사리고 있으며, 시작은 존 카펜터의 <괴물>(1982)을 다시 만드는 <괴물: 오리지널>이다. 그렇다고 이걸 염치없는 리메이크라고 말할 필요는 없다. 존 카펜터의 <괴물> 역시 존 W. 캠벨 주니어의 단편 SF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하워드 혹스의 <괴물>(1951)을 리메이크한 작품이었으니까 말이다.
<괴물: 오리지널>은 존 카펜터의 <괴물>로부터 3일 전의 이야기다. 고생물학자인 케이트 로이드(매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노르웨이 남극탐사팀에 합류했다가 남극 빙하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외계인의
Coming Soon! 2011 Winter Icebuster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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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특수철인 여름 시즌이 지났다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속편과 스핀오프, 혹은 여름 내내 절치부심해 만들었을 신작들이 올 겨울 시장을 겨냥해 잔뜩 장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영화들은 모두 3D다. 가을 내내 당신의 서랍장에 처박혀 있었을 3D 안경을 머지않아 꺼내놓아야 한다는 뜻이다.
<장화신은 고양이> Puss in Boots
크리스 밀러 | 안토니오 반데라스, 샐마 헤이엑 | 2012년 1월 개봉예정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슈렉 일행을 주물럭거릴 때부터 알아봤다. 이 고양이, 과거가 심상지 않으리라는 걸. <장화신은 고양이>는 <슈렉> 시리즈의 첫 스핀오프 작품이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슈렉을 만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담은 이 애니메이션은 지구 정복을 꿈꾸는 무법자 잭 앤드 질에 맞서 싸우는 고양이의 모험담이 주요 내용이다. 앞서 공개된 티저 예고편에서는 뭇 여인들에게 추파를 날리며 말을 타고 황야를 달리
3D 애니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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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필버그와 스필버그의 대격돌!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TinTin: The Secret of the Unicorn
스티븐 스필버그 | 대니얼 크레이그, 사이먼 페그, 제이미 벨, 캐리 엘위스 | 12월23일
<워 호스> War Horse
스티븐 스필버그 | 제레미 어바인, 데이비드 튤리스, 에밀리 왓슨 | 12월28일
두명의 스티븐 스필버그가 있다. 상대가 외계인이든 로봇이든 우정을 갈망하는 피터팬 스필버그와 어드벤처 테마파크의 건축가 스필버그다. 이들을 거의 동시에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올겨울에 찾아온다. 이들은 곧 꿈과 모험을 향한 의지로 가득 차 있던 80년대의 스필버그를 구성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기억하는 본질적인 스필버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클래식 스필버그의 귀환이다.
<워 호스>는 소설가 마이클 모퍼그의 1982년작인 <조이>가 원작인 영화다. 한 마리의 말과 한명의 소년이 나누는 우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Coming Soon! 2011 Winter Icebus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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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예보가 벌써부터 올겨울이 지난해보다 추울 거라고 난리다. 블록버스터와 3D 입체안경, 액션의 북새통 사이, 겨울 온도를 따뜻하게 해줄 멜로와 드라마는 꼭꼭 챙겨둬야 한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 We Bought a Zoo
카메론 크로 | 맷 데이먼, 스칼렛 요한슨, 엘리 패닝, 토머스 헤이든 처치 | 2012년 1월5일 개봉예정
쫓겨나든 제 발로 걸어나오든 요즘 할리우드 가족드라마의 시작은 직장 때려치우기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는 직장 그만두고 전 재산을 털어 동물원을 산, 겁없는 가장의 이야기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시작한 일이 결국 안락사 위기에 처한 동물도 구하고 동물원 재개장까지 이어졌다. 그럴듯하게 꾸민 감동스토리 같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벤자민 미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한 실화다.
<뉴 이어스 이브> New Year’s Eve
게리 마셜 | 애시튼 커처, 제시카 비엘, 사라 제시카 파커 | 12월8일
시즌용 영화라면
사랑, 사랑, 이 사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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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감독의 과감한 도전
<신들의 전쟁> Immortals
타셈 싱 | 헨리 카빌, 미키 루크, 스티븐 도프, 프리다 핀토 | 11월10일
타셈 싱은 희한한 감독이다. 그가 지난 10여년간 만든 두편의 영화 <더 셀>과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한번 생각해보자. 특히 타셈 싱은 20여년간 광고와 뮤직비디오 연출로 모은 전 재산을 털어 4년간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만들었다. 이런 건 (영화에) 미치지 않고서야 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 셀> 또한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더 셀>은 제니퍼 로페즈의 경력에 불을 지핀 영화로 과소평가될 장르영화는 아니다. <더 셀>은 장르영화인 동시에 작가영화이고 상업영화인 동시에 아트하우스영화였다. 문제는 <신들의 전쟁>이다. <300> 제작진과 손잡은 이 영화는 그리스 신화를 토대로 한 액션판타지다. 과연 타셈 싱의 자유분방
Coming Soon! 2011 Winter Icebuster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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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의 계절은 여름이다. 21세기가 오기 직전, 겨울은 <나홀로 집에> 같은 슬리퍼 히트작들이 설치는 블록버스터 동토의 지대에 다름 아니었다. 시대는 바뀌는 법이다. 21세기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겨울은 ‘새로운 여름’이다. 2011년과 2012년을 잇는 매서운 겨울에도 새로운 여름은 계속된다. 장르별 리스트도 끝내준다. 액션 팬들이라면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SF 팬들이라면 <괴물: 오리지널>과 <다크 아워>를, 판타지 서사극 팬이라면 <신들의 전쟁>을 손꼽아 기다릴 만하다. 속편? <셜록 홈스: 그림자 게임>은 어떤가. 심지어 스티븐 스필버그의 신작은 1주 차이로 개봉한다. 이건 정말이지 너무 과도한 선물이어서 받아먹어야 하는 우리가 더 황송할 지경이다. 물론 겨울은 겨울이다. 크리스마스와 신년을 홀로 지샐 영화광들을 위한 로맨스와 아트영화, 가족 관객을 위한 3D애니메이션도 두둑하다. 우리는 이
Coming Soon! 2011 Winter Icebuster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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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영화의 전당’ 시대를 연다. 영화제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 전당이 9월29일 개관식을 열게 된 것이다. 바뀌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영화제의 공식 명칭은 ‘PIFF’에서 ‘BIFF’로 바뀌었고, 마켓 관련 행사들이 벡스코에 총집결했다. 그 어느 때보다 굵직굵직한 사안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김동호 전 위원장의 공백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신임 집행위원장이 발로 뛰고 있다는 말이다. 덕분에(?) 이 인터뷰도 겨우 성사됐다. 사진은 부산국제영화제 수영만 사무국에서 찍고, 인터뷰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하루 일과가 끝난 밤 10시 서울역에서 이루어졌다.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 전당이 완공됐습니다. 영화의 전당은 영화제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조명이 켜진 영화의 전당을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벅차오르더라고요. 꿈인가, 생시인가 믿어지지 않았어요. 15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데, 이렇게까지
드디어 전용관 시대, 영화제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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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와 연관해서 올해 몇 가지 변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그 외연을 확장시켰다. 파노라마 편수를 지난해 12편에서 15편으로 늘린 것이 그 첫 증거다. 선정작의 면면도 그렇다. 외연은 물론 내포된 것으로도, 파노라마라는 명칭에 함축돼 있는 다양성을 대거 확대시켰다. 이들을 한두개의 주제와 소재로 묶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이 작품들이 올해의 한국영화 대표작이라고 주장하기보다는 그 다양성을 깊이 음미하기를 소망한다. 분명, 2011년 한국영화 지형도를 조망하는 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담당 프로그래머로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힌 어떤 방향성 내지 지향성이다. ‘외연의 확장’과 ‘내포의 확대’, ‘다양성 제고’, 이 세 가지가, 개막작 <오직 그대만>을 필두로 특별 상영작 <마스터클래스의 산책>에 이르는 총 34편- 단편과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와이드 앵글’ 섹션은 제외- 의, 2011년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
이렇게 다채로울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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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지역영화는 절대적으로 실존 인물과 사실의 힘에 기대고 있다. 추천작을 뽑아놓고 보니 8편 중 5편이 다큐멘터리일 정도다. 빔 벤더스의 첫 3D영화의 주인공이 되어준 피나 바우쉬부터 일본 AV의 거장 요요추까지, 지역의 원동력이 되어왔던 위대한 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피나 3D> Pina 3D
빔 벤더스 | 독일, 프랑스 | 2011년 | 106분 | 월드 시네마
2009년 6월30일,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무용가가 독일 부퍼탈에 잠들었다. 바로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죽음이었기에(그녀는 암 진단을 받은 지 5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현대무용 팬들은 충격과 비통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했다. 이 순간 가슴을 움켜쥐고 괴로워하던 사람이 또 있었다. 피나 바우쉬의 오랜 친구이자 예술적 동료였던 빔 벤더스다. 그는 26년 전 바우쉬의 탄츠테아터(무용과 연극이 결합된 형식의 춤) 공연을 관람하고 큰 충격을 받은 뒤, 언젠가는 그녀를
BIFF 추천작: 지역 타파-세계의 카메라는 어디를 향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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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러니. 현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신진 감독들의 관심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삶의 아이러니에 머물러 있다. 가난을 외치며 맥북만을 사용한다거나, 자신을 폭행하고 가둔 사람에게 연민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 섹션을 통해 만날 수 있다.
<하수조에 빠진 여배우> The Woman in the Septic Tank
마를론 리베라 | 필리핀 | 2011년 | 90분 | 아시아영화의 창
영화란 본디 백조의 운명이다. 스크린에 투영된 한컷 한컷의 프레임은 곧 수면 아래의 발버둥에서 창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수조에 빠진 여배우>는 영화를 만드는 이들의 발버둥이 어떤 목적을 향해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 영화다.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비루한 현실을 깨닫게 하거나, 아름다운 감동을 전하거나, 혹은 세계적인 명감독이 되거나.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것은 이 모든 욕망이 겹쳤을 경우에 벌어질 법한 소동이다.
<하수조에 빠진 여배
BIFF 추천작: 톡톡 신진-발칙한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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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영화가 아니라 장르영화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액션, 퀴어, 뱀파이어물, 호러 장르가 이 섹션에 포진해 있다. 이야기도 이야기이지만 형식에 대한 전세계 영화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사례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와이 순지의 신작과 중국의 첫 3D 애니메이션영화를 만나보자.
<점프 아쉰> Jump Ashin!
린유셴 | 대만 | 2011년 | 126분 | 아시아영화의 창
우리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어떤 작가영화를 만드는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어떤 대중영화를 만드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중화권의 무협영화나 일본의 기획영화를 제외한다면 좀처럼 수입되는 대중영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자. 한국은 과연 아시아 대중영화의 최전선을 홀로 걸어가고 있는 독점적 황태자인가? 오로지 한국영화계만이 상업적으로 매력적인 대중영화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건가? 물론 그렇지 않다. <점프 아쉰>
BIFF 추천작: 대중 유희-지금 아시아가 열광하는 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