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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2011’(이하 서독제)이 12월8일부터 16일까지 서울 CGV압구정에서 열린다. 국내에서 가장 큰 독립영화 축제지만, 올해 서독제는 어느 해보다 힘든 상황을 맞았다. 11월 초까지 영화제를 치를 돈도, 상영관도 마련하지 못해서다. 그럼에도 영화제를 차질없이 치를 수 있는 건 역대 가장 많은 출품작 685편(장편 65편) 중 엄선한 48편(단편 37편, 장편 11편)의 경쟁작과 31편(국내 27편, 해외 4편)의 초청작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한알티: 내멋대로 해라’라는 슬로건 아래 촘촘하게 배치된 약 80편의 상영작 중 시놉시스만으로도 구미가 당기는 12편의 작품을 골랐다.
<피로>
감독 김동명 | 극영화 | DV | 81분 | 2011년
아이가 운다. 매미도 운다. 세탁기가 울자 TV가 운다. 샤워기도 운다. 비행기가 울고 나니 뒤질세라 하늘도 운다. <피로>는 지친 울음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어떤 소음도 아영의 ‘권태’와
이 영화들 무한 RT 해주세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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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작품이 개봉으로 따지자면, 8년 만이다.
=지난해에 제작했으니 제작 기준으로는 7년 만이더라. 그것도 부산영화제 때 인터뷰하면서 알았다. 그 시간이 의미없었던 것도 아니고. 그런데 모두들 질문이 ‘그동안 뭐하셨어요?’더라. (웃음) 준비하던 작품이 제작사(튜브픽쳐스) 문제로 엎어졌고 개인적으로 볼 때 계속 영화를 준비하고 있었을 뿐이다. 시나리오 과정부터 3년 걸렸다. <귀여워> 때 하도 욕을 많이 먹어서 이번엔 시나리오도 드라마를 따라가보려 노력했다. 그런데 역시 시제가 너무 번잡했나보다. 기억이나 상상, 현재, 과거가 맞물려 있어서 역시 혼란을 준 것 같다.
-이번엔 어떤 반응이던가.
=그동안 순해졌나보다. 지루하니까 순해졌다고 보나보다. (웃음)
-등급이 청소년 관람불가다. 워낙 설정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데, 막상 정사장면의 묘사가 주는 강도는 세지 않다.
=프레임을 제한적으로 찍을 수밖에 없었다. (김)효진이 본인도 영화를 보고 아쉬워했던 것 같다
내가 멜로를 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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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워>의 마술적 리얼리즘, 불균질한 에너지를 기억한다면, 김수현의 두 번째 영화는 응당 기대할 만하다. 뜸들인 듯 오랜 시간을 지나 그가 두 번째 장편 <창피해>로 돌아왔다. 세명의 여자 지우. 한 지우가 지켜보는 두 지우의 사랑 이야기. 퀴어물이라는 포장 아래 그는 여성들의 사랑과 연대, 보편적 사랑의 감정 등 모든 걸 헤집고 나간다. <귀여워>의 거친 숨결이 다소 완화됐고 감정의 표현은 한층 유연해졌다.
김수현 감독에게 사전적 정의가 따로 존재한다는 건 애초 <귀여워> 때부터 알아봤다. 황학동 철거촌, 한 여자(순이)를 주축으로 한 부자지간의 아귀다툼, 아니 동상이몽을 얽어놓고서 그는 그 각축전을 감히 ‘귀엽다’라고 한 사람이다. 동의하건 동의하지 않건, 그는 저마다의 이유로 살아가는 인물들에게 귀엽다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독특한 시도를 감행했다. 물론 대다수는 이 정의를 외면했다. 흥행은 처참히 실패했고 그 역시 감쪽같이 자취
창피해도 괜찮아 사랑은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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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베스트10, 궁금하지 않은가? DVD 및 블루레이의 유명 출시사 크라이테리온은 유명 감독들에게 (아마도 크라이테리온이 출시한 작품들 중에서) 베스트10을 고르기를 요청하는 것 같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는 10개의 신으로 나눴다.
1신에는 <황금투구> <당나귀 발타자르>, 2신에는 <동경이야기> <만춘> <꽁치의 맛>, 3신에는 <이끼루> <붉은 수염>, 4신에는 <바람결에 쓰여진>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5신에는 <그림자들> <얼굴들> <영향아래 놓인 여자>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 <오프닝 나이트>, 6신에는 <니스에 관하여> <품행제로> <북극의 나누크>, 7신에는 <북위49도> <스몰 백 룸>, 8신에는 <그림자 군단> <두 번
아키 카우리스마키가 꼽은 최고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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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라고 이름 붙일 만한 감독들은 많다. 영화광이라고 이름 붙일 만한 감독들도 많다. 혹은 단순미를 추종하는 감독들도 많다. 그런데 이상의 조건을 하나로 모으면 한 사람의 이름이 얼른 떠오른다. 핀란드의 감독 아키 카우리스마키다. 한국에서는 90년대에 <레닌그라드 카우보이 미국에 가다>가 개봉하면서 이름을 알렸고 2000년대 이후에는 점점 전세계적인 감독이 되어 <과거가 없는 남자> <황혼의 빛>으로 대가의 자리에 올랐다. 그 작품들은 우리에게도 찾아왔다. 그의 새로운 삼부작의 첫 작품이라는 <르 아브르>는 어떤 영화일까. 그냥 척 봐도 간단한 동화가 맞긴 한데, 이 영화의 감동이 보통이 아니다. 이 감동은 어디서 어떻게 울리는 건가, 우린 그게 궁금하다. 아마, 여러분도 그럴 거다.
아키 카우리스마키를 가장 존경한다는 일본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가 헬싱키를 배경으로 조용하고 아담한 영화 <카모메 식당>을 만들었을 때, 적어도
그 코뮌의 선술집에선 누구나 영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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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것만 찾던 시절에서 벗어나…
고현정_한동안 제3세계 음악도 대중에게 많이 소개해주셨죠?
윤상_제 취향은 그저 식상함을 피하려고 조금 더 자극적인 것을 찾다보니 나온 결과인 것 같아요. 음악도 “너무 지겹다. 다른 나라엔 뭐가 있을까?” 둘러보다 남미음악을 접했고 그러다보니 자연히 그 나라 영화도 궁금해졌어요. 공동작업자인 박창학씨가 세계 대중음악에 통달한데다가 영화학 박사 공부까지 했거든요. 그 친구 근처에 있으면 따로 노력하지 않아도 다양한 국적의 영화를 손쉽게 보게 돼요.
고현정_요즘 영화를 찍느라 부산에 7개월째 머무르는데 마침 영화의 전당이 개관해 기념행사에 참여하게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다섯 작품을 골라 관객과 함께 보는 프로그램인데 나루세 미키오 감독의 <부운>이 첫 상영작이었고 며칠 전에는 <나는 인어공주>라는 러시아영화를 보고 관객과 대화를 했어요. 사실 최근 제가 ‘전원’이 꺼질 뻔했는데 그 영화를 보고 힘을 냈어요. 작품 자체의
그녀와 그, 그와 그녀 담담(淡淡)한 섬세함으로 공명하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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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_우리 20년 만이군요. 제가 고현정씨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1991년 가을이니까.
고현정_(장난스런 표정으로 주저하다) 저기… 이거 말도 안되는 소리긴 한데 왜 저랑 상의도 없이 결혼하셨어요?
윤상_하하. 현정씨도 결혼하셨기에.
고현정_아… 그렇구나. 내가 먼저 했구나. (좌중 폭소)
윤상_오래전 노영심씨에게 고현정씨가 제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어요. 정말이냐 되묻고 약속 만들어보자고 했지만 자리가 마련되진 않았죠. 그리고 한 7년 유학을 다녀오며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번 인터뷰에 초대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고 나서 그 오래된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맞아, 그분이 내 음악을 좋아한다고 했지.
고현정_사실 윤상씨가 저와 비슷한 시기에 라디오 DJ를 해서 당시 MBC에서 진행하시던 프로그램에 초대 손님으로 간 적 있어요.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그리고 제가 DJ였던 <KBS 인기가요>에 게스트로 모신 일도 있고요.
윤상_그랬던가
그녀와 그, 그와 그녀 담담(淡淡)한 섬세함으로 공명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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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진(消盡). 아주 사라져 다 없어져버리다. 말하자면, 페이드 어웨이. 요즘 고현정의 가슴에 직각으로 꽂혀 있는 단어다. “잘 소진되고 싶어요.” 숱한 밤 혼자 되뇐 다짐을 입 밖으로 끄집어내는 사람들의 표정으로 그녀가 말했다. (내가 보기에) 그와 나란한 맥락에서, “맑아질 때까지 맑아지겠어”를 올해의 슬로건으로 정했다는 고현정. 그녀가 11월에 만나기를 청한 상대는 뮤지션 윤상이었다.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윤상의 음악은 사운드도 노랫말도 더없이 담(淡)하다. 나직하고 싱겁기에 또렷한 맛이 없지만, 그 잔잔한 아담한 샘에서 흘러나오는 여음은 천천히 수천 가닥 지류를 이룬다. 그 원천이 중간톤이 풍부한, 정교한 조율의 산물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잠깐 윤상의 2집 《Part II》에 수록된 <소년>의 가사를 그대로 빌려 풍경을 하나 그려보자. 좁은 골목길에서 마주친 소년이 당신을 향해 무슨 말을 하려다가 별안간 뒤돌아 뛰어가버린다. 끝내 듣지 못한 고백은 그러나 두고두고 당
그녀와 그, 그와 그녀 담담(淡淡)한 섬세함으로 공명하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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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드만 스튜디오에서 5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아더 크리스마스>를 연출한 영국 출신의 사라 스미스는 이전까지는 TV용 실사영화를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경험이라고는 전무한 감독이었다. 고어 버빈스키가 <랭고>를 만들고, 브래드 버드가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을 연출하는 시대이니, 실사영화와 애니메이션의 경계가 스크린 위에서만 사라지는 건 아닌 게 분명하다. 2011년 6월15일, 컬버시티에 위치한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만난 배짱 두둑한 여감독 사라 스미스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모든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한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수가 한두편에 불과했던 예전에 비해 이제는 15~20편에 달하는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는가? 스튜디오를, 관객을 설득하기 위해서 필요한 필수조건은 무엇인가?
=나는 만드는 사람 스스로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
아드만의 인장 못생긴 캐릭터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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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산타는 어떻게 전세계 수억명의 아이들에게 하룻밤 사이에 선물을 나눠줄 수 있나요? 11월25일 개봉하는 아드만 스튜디오의 CG애니메이션 <아더 크리스마스>는 아이들이 마음속 한켠에 품을 만한 의문을 해결해주는 영화다. 그런데 이건 소박하기 짝이 없는 크리스마스 가족용 애니메이션만은 아니다. 어쩌면 여기에 아드만 스튜디오의 미래가 걸려 있을지도 모른다.
회심의 일격이다. <아더 크리스마스>는 점토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유명한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의 CG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잠깐. 아드만 스튜디오가 CG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고? 그것도 픽사나 드림웍스 스타일의 대자본 CG애니메이션을? 일단 아드만 스튜디오의 지난 몇년을 한번 돌아보자. 가내 수공업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드만 스튜디오는 <윌레스와 그로밋>(1995), <치킨 런>(2000) 같은 점토애니메이션의 명가였다. CG애니메이션이 세상을 휩쓸고 있는 와중에도 아드만 스튜디오의 점토
산타 가족은 행복한 X-MAS를 맞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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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국 감독은 하마터면 배우로 남을 뻔했다. 단역이긴 하지만 그는 지난해 4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반면 그가 그토록 원했던 연출 기회는 쉽사리 주어지지 않았다. 현장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단역도 마다하지 않았고 심지어 대학원에 진학해 6편의 단편을 찍었다는 황병국 감독. 두 번째 장편영화 <특수본>을 들고 6년 만에 돌아온 그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간의 마음고생까지 털어놨다.
-시사회 직후 동료들의 반응이 어떤가. 혹시 김성수 감독도 봤나(황병국 감독은 데뷔하기 전 김성수 감독의 연출부였다).
=VIP 시사회가 기자 시사 다음주라 많이들 못 보셨다. 김성수 감독님은 음악 넣기 전에 보여드린 적이 있다. 그런데 그 분 스타일 알잖나. 바꿀 수 없는 상황이면 항상 좋은 이야기만 하신다. 봉고차 액션은 다른 영화에선 못 본 장면이라 칭찬을 하시긴 했다. 그 장면은 촬영 전에 프리 비주얼 작업까지 했는데 막상 찍으려고 하니 긴장이 되더라. 그때도 감독님은 내게 액
데뷔작 이후 6년…현장에 대한 타는 목마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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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양극화가 심하지 않나. 가진 자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분노가 많이 담겨 있더라. 만약 내가 그대로 만들면 왜 저렇게 편협하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그래서 4편은… (중략)… 사회가 보이는 이야기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거다.” <공공의 적 2012> 시나리오 공모전 시상식에서 강우석 감독이 전한 이 말은 최근에 일기 시작한 어떤 경향을 일깨워주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모순의 현실을 가공하지 않고 고스란히 가져와 영화의 재료로 사용하는 이러한 기류는 불과 몇년 전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2000년대 중반 한해에 10편 넘게 쏟아져 나왔던 ‘경찰영화’가 대부분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비리형사의 면면을 파헤쳤던 것을 상기해보라. 사뭇 달라진 이같은 상황은 비단 형사를 주인공 삼은 영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부당거래>(2010)뿐만 아니라 <모비딕>(2010)이 그러했고, 올해 <도가니>가 그러했다. <특수본>
받아라, 분노의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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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는 실력파 시네필을 위한 자리다. 당신이 이번 상영작 중 정전도 모두 섭렵했고 그 대안적 목록까지 눈여겨보았으며 영화계의 친구들이 소개하는 작품과 초장편의 대작들까지 다 보았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제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건 여기 소개된 ‘국내 최초 상영작들’이다. 영화의 전당 시네마 운영팀에 따르면 이번 개관 기념 영화제에서 선보이는 국내 최초 상영작은 25편이나 된다. 이것만으로도 웬만한 상영회를 한번 더 할 수 있을 정도다. 이름과 제목으로만 알고 지냈던 바로 그 영화들! 10편을 골랐다.
<버라이어티> Variety
감독 앙드레 뒤퐁 | 1925년 | 72분 | 35mm | 흑백 | 독일 | 15세 관람가 | 무성영화
앙드레 뒤퐁의 명작 <버라이어티>는 다양한 장르영화의 기원을 발견할 수 있는 샘물 같은 영화다. 영화는 제목 그대로 ‘버라이어티’하다. 서커스 공중곡예사들의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스펙터클한 공중그네 장면은 물론 인물 개
당신이 ‘최초’의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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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영화제의 목록을 보면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인간의 조건> <영화사> <불타는 시간의 연대기>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천국의 문> <십계> <아라비아의 로렌스>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등 장르와 감독을 넘나드는 상영시간 200분 이상의 초장편영화가 13편이나 된다. 게다가 모두 영화사의 진귀한 걸작들이다. 용기있는 프로그래밍이고, 우리에겐 그만큼이나 흔치 않은 기회다. 그중에서도 대표작 다섯편을 골랐다.
무성영화 시기의 대작부터 말하는 게 좋겠다. 이 <뱀파이어>는 칼 드레이어가 아니라 루이 푀이야드의 <뱀파이어>다. 정확히 말하면 뱀파이어가 아니라 뱀파이어라는 이름의 갱단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영화다. 일찍이 알랭 레네와 조르주 프랑주는 푀이야드에게 “환상적 사실주의의 선구자”라는 칭송을 바쳤다. 푀이야드는 초현실주의 그룹과 미학적으로 공유하는 동
엉덩이의 아픔까지 달래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