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인가.
=정말 ‘짱’ 좋아한다. 특히 디즈니가 과거에 만든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다. <라이온킹>이나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같은 고전을 어릴 때부터 많이 봤다. <뮬란>은 태어나서 극장에서 처음 본 영화이기도 하다. 영어 공부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했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외동딸인 나에게 비디오테이프를 많이 사주셨다. 자막이 없는 비디오였는데,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애쓰면서 조금씩 알게 된 거다. 등장인물이 ‘love’란 단어를 말하고 키스를 하면 아, ‘love’가 사랑이라는 뜻인가보다, 이런 식으로 보곤 했다.
-메리다의 목소리 연기를 하게 돼 기쁨이 컸겠다.
=매우 행복했다. 메리다라는 캐릭터도 무척 매력적이었다. 더빙을 하는 동안 메리다가 망토를 벗는 장면에서 확 빠져버렸다. “내 신랑감은 내가 찾겠다”고 하는 장면인데, 메리다의 캐릭터가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꽉 끼는
디즈니 애니로 영어 공부했을 정도로 광팬
-
-<업>에서도 인간이 주인공이었지만, <메리다와 마법의 숲>은 그보다 더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마크 앤드루스(오른쪽)_캐릭터를 구현하는 과정이 이전과 달라진 건 별로 없었다. 곤충이든 자동차든 로봇이든 애니메이션에서 중요한 건 외모에서 성격이 한눈에 드러나야 한다는 점이다. 메리다의 경우 그녀의 자신감을 드러내려 했고, 엄마인 엘리노는 점잖고 완벽한 인상을 주려 했다.
캐서린 사라피안(왼쪽)_괴물이나 장난감에 비해 자유로움에서 한계는 있다. 그들의 생활은 실제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우리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지만, 사람의 움직임은 실제와 가깝게 보여야만 한다. 메리다가 눈을 깜빡이거나 숨을 쉬는 모습도 우리에겐 도전과제였다. 기존 작업에 비해 하나의 층이 더 있다고 보면 된다.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만드는 동안 자주 언급된 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있는가. 아마도 이 작품을 본 많은 이들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모노
픽사의 작품은 패턴이나 공식을 규정할 수 없다
-
어둠이 깔리자 별들로 반짝이던 하늘에는 별똥별이 날아다녔다. 지난 8월27일, <메리다와 마법의 숲>을 보러 찾아간 픽사 스튜디오 내 상영관의 천장 풍경이다. 픽사의 관계자는 “종종 이곳에 초청되는 픽사 직원들의 아이들은 이 순간 다 함께 소리를 지르며 박수를 친다”고 말했다. 퀵보드를 타고 이동하는 직원들, 어느 때나 마음껏 놀 수 있는 각종 게임기구들, 역시 언제나 마음껏 먹고 마실 수 있는 케이터링 등으로 알려진 픽사의 정체가 달리 보였다. 이들은 자유롭고 편한 걸 추구하는 게 아니라 그저 재밌는 걸 원하는 게 분명했다. 스튜디오의 구석구석에서 재미있으려고 만들어놓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남자화장실 표지를 알리는 ‘우디’의 실루엣, 그리고 누군가 그 옆에 연필로 그려넣은 <라따뚜이>의 생쥐 ‘레미’. 공교롭게도 픽사를 찾았던 그 주에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에 참여한 직원들이 회사에서 조그만 선물을 받는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이었다면 봉투에
픽사가 달라졌어요?
-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복수, 엄마와 아들, 신체훼손과 강제추심, 근친(으로 추정되는) 섹스, 죄책감 없는 잔혹함. <피에타>의 모티브들을 단순 나열해보니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영화의 모티브들과 동어반복적이다. 김기덕의 18번째 영화 <피에타>는 이 모든 한국영화의 컨벤션들을 모두 껴안고 있다. 게다가 청계천이라는, 한국사회에서는 정치적 맥락을 지닐 수밖에 없는 민감한 공간을 제시했다. 이렇게 나열하다 보니 떠오른 것인데 그간의 김기덕 영화에 대해 논평하는 방식에는 몇 가지 무성의함이 있는 듯하다. 첫째, 위처럼 영화가 소재로 삼은 모티브들로 영화의 주제를 단순 환원하여 설명하는 방식. 이는 기존의 김기덕 영화가 매춘과 원조교제, 현대사회의 소외와 불통에 대한 폭력적 외화라고 진부하게 평가하는 것만큼 의미없다. 둘째, 감독 당신은 이러한 의도로 보이고 싶겠지만 사실 그 저변에는 무의식적으로 비윤리적이고도 남근적인 마초 성향이 내재해 있다
그 남자의 죄가 아니다
-
-
※이 글은 눈치빠른 분이라면 충분히 해독 가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면 한 남자가 자신의 몸에 거대한 쇠사슬을 감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목을 한번 감고 배로 연결한 쇠사슬이 탯줄과 연결된 태아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태아에게 생명을 주었던 탯줄의 본래 목적- 때때로 탯줄은 사내에게 했던 것과 동일한 방식으로 태아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한다- 과 달리 쇠사슬은 남자의 생명을 앗아간다. 그는 왜 죽었을까? 그것을 푸는 과정이 이 영화의 시작이며 끝이다. 서사가 진행될수록 그 질문은 죽어간 남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인간에게로 확장된다. 우리는 타인의 고통이나 죽음에 얼마만큼 연관되어 있으며 그것에 대해 어떤 죗값을 치러야 하는가?
채무자의 신체를 훼손해서 타낸 보험금으로 그들이 빌린 돈의 열배에 해당하는 사채를 변제하도록 하는 이강도(이정진)에게 불현듯 장미선(조민수)이 찾아온다. 그녀는 “미안해. 널 버려서. 용서해줘. 이제
괴물을 만든 세상에 들이대는 날카로운 칼날
-
김기덕의 <피에타>가 개봉한다. 그가 연출한 영화가 한국에서 개봉하는 건 2008년 <비몽> 이후 근 4년 만이다. 그사이에 <아리랑> <아멘>이 있었지만 김기덕은 자신이 연출한 그 두 영화가 한국에서 정식 개봉되기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아리랑>과 <아멘>은 특별 상영회라는 형식으로 관객을 만났고 <씨네21>은 특집기사 ‘새로운 김기덕을 말하다’(832호)로 <비몽> 이후 김기덕의 행보를 정리하는 한편, 두 남성 평론가 김영진, 변성찬의 찬반론을 실었다. 그런데 이제 정말 김기덕의 영화가 돌아와 정식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는 평소 김기덕 영화에 관심이 높았던 두명의 여성 평론가 김지미, 송효정이 <피에타>를 보았고 각자 심도 깊은 의견을 보내왔다.
김기덕의 재림
-
할리우드의 마지막 남자가 작별을 고했다. 냉전시대의 하드보디와 테크노 블록버스터의 슈퍼히어로들 사이에서 고집스레 아날로그 마초 영웅의 세계를 그려오던 토니 스콧은 자기만의 견고한 성(城)을 구축한 장인이었다. 1990년대 이후 그는 마치 <언스토퍼블>에서 멈추지 않고 달려가는 열차처럼 맹렬한 에너지로 영화를 만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실패도 의외의 성공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세계를 결코 벗어나지 않았다. <마지막 보이스카웃>으로 처음 토니 스콧과 만났다는 오승욱 감독이 그의 영화들을 회고한다. 그의 영화에 빠져든 열렬한 팬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영화는 남다른 데가 있었다. 토니 스콧의 필모그래피에서 발견되는 남자들의 불가해하고도 기구한 운명, 그 애증어린 시선으로 토니 스콧의 영화들을 되돌아본다.
내가 처음 토니 스콧의 영화를 본 것은 1990년대 초 사당동에 위치한 동시상영관 사당극장에서였다. 이미 한물가기 시작한 홍콩 누아르가 변신을 거듭하다 태어
“남자를 망가뜨리는 것은 사랑과 암이다”
-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시리즈물의 경우 팬 인증이 없이는 감히 시작할 엄두를 내기조차 힘들다. 그런데 이 팬층이 꽤 두텁다. 누적관객 6천만명을 넘은 <포켓 몬스터> 시리즈는 벌써 극장판 15주년을 맞았다. 시리즈물과 주목할 만한 일본 애니메이션을 모았다.
극장판 포켓 몬스터 베스트 위시 큐레무 VS 성검사 劇場版ポケットモンスタ- ベストウイッシュ キュレムVS聖士ケルディオ
감독 유야마 구니히코 / 목소리 출연 마쓰모 도리카, 오타니 이쿠에, 미야노 마모루 / 수입 (주)포켓몬코리아 / 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 12월20일
<극장판 포켓 몬스터> 15번째 시리즈이자 지난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포켓몬 베스트 위시> 시리즈 두 번째 작품. 극장판 15주년인 만큼 팬들에겐 전설의 포켓몬이 대거 등장하는 게 관건이다. 포켓몬 마스터를 목표로 하나지방을 여행 중인 지우 일행이 발견한 상처입은 포켓몬. 그는 세계를 지키는 성검사의 후계자로 불리는 어린
다시 돌아온 란타로와 포켓 몬스터
-
드림웍스, 픽사, 디즈니 말고, 재패니메이션도 말고 좀 색다른 애니메이션은 없을까, 생각한 관객이라면 주목하시라. 스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러시아, 홍콩에서 날아온 애니메이션들이 9월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개봉한다. 지금부터 이른바 ‘제3세계 애니메이션’ 4편을 소개한다.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 Tad: The Lost Explore
감독 엔리케 가토 / 목소리 출연 (한국)하하, 보라 / 수입 (주)포커스앤컴퍼니 / 배급 싸이더스FNH / 개봉예정 9월20일
고고학자가 꿈이지만 미라 공포증이 있어 여태 시카고의 벽돌공으로 살아가고 있는 테드. 우연히 고대 잉카제국의 황금이 묻혀 있다고 전해지는 비밀의 도시 파이티티의 존재를 알게 되고, 조력자들과 페루로 떠난다. 물론 그 과정에서 테드 일행은 악당의 방해공작에 시달린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가 절로 연상되는 <테드: 황금도시 파이티티를 찾아서>는 스페인의 엔리케 가토 감독이 제작기간 4년
색다른 애니메이션 없을까
-
2013년에도 애니메이션 왕국의 ‘왕좌 쟁탈전’은 계속된다. 매년 고정적으로 신작을 내놓는 픽사와 드림웍스는 물론이고 한동안 주춤했던 블루스카이와 무서운 후발주자 소니, 작지만 실속있는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의 신작이 포진해 있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작품은 픽사의 <몬스터 대학>(6월21일 개봉)다. 2001년 개봉한 <몬스터 주식회사>의 프리퀄인 이 작품은 주인공 마이크와 설리의 첫 만남, 몬스터 주식회사를 세우기까지의 과정을 다룰 예정이다. 제프리 카첸버그가 매년 3편 이상의 3D애니메이션을 쏟아내겠다고 공언한 드림웍스는, 카첸버그의 말처럼 세편의 작품이 개봉 대기 중이다. 이중 가장 기대되는 작품은 3월22일 북미 개봉예정인 <크루즈>.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지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가족이 새로운 ‘집’을 찾아 떠나는 모험담을 다룬다. 니콜라스 케이지가 책임감 넘치는 가장으로, 라이언 레이놀스가 ‘불’처럼 새로운 도구를 찾아내길 원
애니 왕국의 왕좌는 누구에게?
-
솔직히 <아이스 에이지4: 대륙이동설>과 <마다가스카3: 이번엔 서커스다!>로 대변되는 올해 상반기 애니메이션 라인업은 좀 심심했다. 원작과 프리퀄의 유혹에 빠진 실사영화계의 유행이 애니메이션계에서도 되풀이되는 걸까? 9월부터 줄줄이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신작들이 이런 의혹을 한번에 종식시켜줄 거다. 픽사의 첫 여전사, 드림웍스의 어린이 히어로들, 다시 열린 팀 버튼 월드, 소니가 재탄생시킨 고전 호러의 아이콘 등 당신의 눈을 사로잡을 7편의 신작 애니메이션을 소개한다. 하반기 개봉의 열풍을 이어갈 2013년의 신작들과 이국의 애니메이션 작품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도 함께 실었다.
전세계의 어린이는 우리가 지킨다
가디언즈 Rise of the Guardians
감독 피터 램지 / 목소리 출연 크리스 파인, 휴 잭맨, 알렉 볼드윈, 주드 로, 아일라 피셔 / 수입•배급 CJ엔터테인먼트 / 개봉예정 11월
<슈렉>
애니 왕국의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
-액션영화는 오랜만이다.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놀라거나 당황한 일은 없었나.
=가장 놀랐던 건, 내가 포함된 액션장면이 많았다는 거다. 스크립트를 받았을 때, 대사 위주로 읽었지 장면 설명에 대해서 자세히 읽지 않았다. 액션장면은 읽기에 재미가 없지 않나? 그래서 추격 신은 건너뛰고 대사만 읽었던 거다. 나중에 영화를 촬영하러 갔더니 달리는 장면, 바이크를 타는 장면에 다 내가 있었다. (웃음)
-영화에서 당신이 맡은 캐릭터는 과학자다. 영화가 다루는 과학에 대해서는 어떻게 준비했나.
=이 영화 속의 과학은 SF영화를 말할 때 흔히 생각하는 과학이 아니라 현실의 과학이었다. 바이러스를 통해서 DNA를 변형시킬 수 있는 그런 종류의 과학 말이다. 지금은 많은 것이 가능한 세상이다.
-액션 신은 어떻게 준비했나.
=글쎄, 달리고 뛰어내리고 도망가는 장면에는 캐릭터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달려야 할 때는 달렸고 뛰어내려야 할 때는 뛰어내렸다. 과학자처럼 점프하는 방법은 알지 못한
현실에 뿌리 둔 액션이 매혹적
-
-이 영화를 둘러싼 보안이야말로 첩보작전에 버금간다고 들었다. 스크립트를 받기 전에 어떤 영화의 어떤 역할인 지 알고 있었나.
=나는 토니(길로이)한테 스크립트를 받았는데, 그때부터 이 영화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보안이라고 할 만한 게 있었다면, PDF 파일을 열기 위해서 암호를 넣었다는 것 정도다. 물론 다 읽고 나면 컴퓨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웃음)
-영화에서 당신이 맡은 인물의 과거가 자세히 보여지는 건 아니다. 이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지는 않았나.
=그렇지는 않았다. 스크립트를 읽었을 때 영리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내 역할과 관련해서 마음에 든 부분은 에릭 바이어가 자신이 짓는 죄를 대의를 위한다며 합리화하는 과정이었다. 물론 스크립트를 읽은 뒤에 영화와 나의 캐릭터에 대해서 토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한달 이상을 이야기한 것 같다.
-대의를 위한 죄의 합리화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나.
=나는 배우다. 철학가도 아니고, 정치적인 코멘터
대답하는 영화보다 질문하는 영화가 힘이 있다
-
-영화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렸나.
=처음에 든 생각은, 만약 더 큰 음모가 있었는데 <본 얼티메이텀>에서 일어난사건으로 인해서 그 거대한 음모가 위협을 받는다면 어떨까 하는 것이었다. <본 얼티메이텀>의 결말은 상당히 대중적인 이벤트로 마무리되지 않나? 새로 만들어지는 영화는 그 폭로에 대해 책임을 져야 했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서 반응할 사람은 누구인지 상상했고, 그러자 이전의 이야기들이 정리됐다. 마치 다른 영화에서 걸려온 전화를 이 영화에서 받는 듯한 독특한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제레미 레너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길고 복잡한 과정을 거쳤다. 많은 배우가 물망에 올랐었고, 그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제레미는 처음에는 출연이 어렵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고 있었다. 이런저런 가능성을 타진하던 중에, 갑자기 제레미가 출연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관객이 보기에 제레미가 아직은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어떤
토니 길로이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