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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들이다. 잠깐, 그들에게 예술가라는 이름을 붙이는 건 너무 오버 아니냐고? 크리처 디자이너는 그저 연출자의 예술적 영감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기술자들에 불과하지 않냐고? 만약 그런 의심을 갖고 있다면 전설적인 크리처 디자이너 스탠 윈스턴의 말을 들어보자.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기술자가 아니다. 기술에 무지한 사람이다. 괴물을 창조하고, 그것으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을 사랑할 따름이다.” 증거가 필요하다면 지금 가장 부상하는 크리처 디자이너 네빌 페이지의 경우를 한번 살펴보자. 네빌 페이지는 J. J. 에이브럼스와 손잡고 <클로버필드>(2008), <스타트렉: 더 비기닝>(2009), <슈퍼 에이트>(2011)의 괴물들을 창조했고,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에 등장하는 모든 크리처를 디자인했다. 그가 단순히 감독들의 요구에 따라 괴물을 만들어내는 게 아님은 리스트만 봐도 금방 눈
상상 그 너머를 향해 괴물의 아버지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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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가 마침내 개봉했다. 파죽지세였다. 이 한국형 블록버스터는 쓰나미처럼 한국 극장가를 휩쓸었고, 1천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였다. 윤제균 감독은 드디어 꿈에 그리던 또 하나의 블록버스터 프로젝트를 실현에 옮길 시간이 무르익었음을 깨달았다. 석유 시추선을 무대로 한 괴물영화 <7광구>였다. 사실 <7광구>는 <해운대>를 준비하던 단계부터 이미 윤제균의 차기작으로 내심 결정된 상태였다. “<해운대> 때문에 미국의 ‘커널 옵티컬’이라는 특수효과 스튜디오를 방문했는데, 다음 작품은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석유 시추선에서 벌어지는 크리처물이라고 하니까 그런 건 무조건 3D로 가야 한다고….” 그러니까 <7광구>의 3D는… 아니다. 잠깐. 우리는 지금 3D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다. 이 기사는 <7광구>의 괴물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니까 3D는 잠깐 지나치도록 하자(물론 <7광구&g
귀엽게, 흉악하게, 포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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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놈이 모습을 드러냈다. 8월4일 3D로 개봉하는 <7광구>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 대원들이 심해에서 올라온 괴생명체와 사투를 벌인다는 이야기다. 모두가 궁금해했던 건 대체 괴물이 어떻게 생겨먹은 놈이냐는 것이었다. 지난 7월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는 몇 가지 단서를 남겼다. <7광구>의 괴물은 온갖 해산물을 토대로 만들어진 심해 생명체다. 게다가 괴물은 영화에서 여러 가지 형태로 변이를 하며 인간을 공격한다. 물론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제작자 윤제균, 김지훈 감독, 장성호 대표를 만나 괴물을 창조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캐물었고, 놀랄 만한 단서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초로 공개하는 <7광구>의 괴물 디자인 변천 과정과 뒷이야기를 여기에 싣는다. 동시에 할리우드 크리처 디자이너들의 역사를 읽다보면 크리처 디자인의 역사가 기술적인 진화일 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성취의 역사라는 걸 짐작할
무시무시한 놈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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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가 되기 전의 스티브는 왜소하다. 대역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촬영했나.
=리앤더 디니라는 대역이 있었다. 하지만 대역은 특수효과팀에서 작업할 때 참고할 자료를 위해 연기했을 뿐이다.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은 블루 스크린 앞에서 나를 촬영한 뒤 내 몸을 CG로 축소시킨 결과물이다.
-‘캡틴 아메리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았나.
=거의 몰랐다. 방패를 든 코믹스 캐릭터라는 건 알았다. 친구 집에서 잠깐씩 하던 비디오 게임의 캐릭터였다는 정도? 나는 코믹스를 읽으며 자란 아이가 아니었다. 나는 <톰과 제리> <벅스 바니>를 보는 아이였다.
-2011년에 미국 국기 디자인의 코스튬을 입은 히어로를 연기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생각했나.
=우리는 미국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도, 미국을 대표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성조기를 본뜬 옷을 입고 있지만 그건 이 캐릭터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스위스에서 만들어졌으면 적백의 코스튬을 입은 캡틴 스위스가
미국을 대표한다는 생각 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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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를 미국이 아닌 타국 시장에 공개하는 기분은 어떤가.
=사실 이 영화에서 가장 미국적인 부분은 타이틀이다(원제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다). 성조기로 만든 의상을 입은 남자가 등장하지만 그저 옳은 일을 하고,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었던 남자의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국제적이고, 이상적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발견될 수 있는 영웅담이다.
-타이틀에 ‘캡틴 아메리카’가 들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맞다. 우리는 선전영화가 되거나 정치적 견해를 담은 영화로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한국에서만 <퍼스트 어벤져>라는 제목으로 개봉한다.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제목을 바꾸는 것으로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다면 만족한다.
-후반작업에서 3D로 변환했다. 3D 상영에 대해서 미리 고려하지는 않았나.
=처음부터 3D 상영을 고려했지만 3D로 촬영하고 싶지 않았다. 3D 촬영은 세트
국제적·이상적인 영웅담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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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유니버스’는 마블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세계관이다. 이를테면 헐크, 아이언맨, 토르 등이 함께 모여 악당을 물리치는 것이 가능하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이러한 마블 유니버스의 영화적 재현을 위해 개발한 개념으로 <아이언맨>의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인크레더블 헐크>의 마지막 장면에 출연하고, <토르: 천둥의 신>에서 호크아이(제레미 레너)가 토르에게 석궁을 겨누는 등 지금까지 모두 4편의 영화를 통해 이야기와 캐스팅을 공유해왔다. 목적은 하나다. <어벤저스>라는 슈퍼히어로 연합군에 대한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치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7월28일 개봉하는 <퍼스트 어벤져>는 2012년 5월 개봉하는 <어벤저스>를 위한 오랜 준비의 마침표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재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슈퍼히어로 연합군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슈퍼솔져, 세계를 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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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40대 대표작입니다.” 오성윤 감독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시작한 건 40대 초반, 완성을 하고보니 40대가 훌쩍 가버렸다. 1989년 애니메이션을 시작, 대한민국 대표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오돌또기 프로덕션의 제작이사 겸 감독인 그는 원래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에서 회화를 전공한 순수 예술가였다. 대학 때 ‘미술대 연극과’라고 할 정도로 그림보다 연극 연기와 연출에 빠졌다는 오성윤 감독. 애니메이션 연출도 연극 연출을 했던 그의 이력과 관련이 있다. 그는 이번 작품으로 회화의 아름다움이 대중예술과 접목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영화 한편 만들었다기보다 내 인생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며 그는 인터뷰 도중 눈시울을 붉혔다.
-<마당을 나온 암탉> 이전 오돌또기 프로덕션에선 장편애니메이션 연출을 준비하다가 고전을 한 경험이 있다.
=타격이 컸었다. 2~3년 동안 준비하던 작품이 실패
할리우드, 일본과는 완전히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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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던가. <마당을 나온 암탉>의 암탉 ‘잎싹’의 울음은 놀랍게도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명필름의 프로덕션 노하우, 오돌또기 프로덕션의 애니메이션 제작 노하우가 대중과의 만남이라는 목표로 수렴된 결과다.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부화하기까지 꼬박 6년의 시간이 걸렸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제시한 새로운 지점을 살펴보고, 애니메이션을 연출한 오성윤 감독에게 작품의 제작과정을 들어보았다.
엄마가 운다. 엄마가 아니어도 운다. 그러니 아이들도 따라 운다. 너도나도 운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준 감동의 크기는 컸다. 개봉 전 가진 시사회 뒤 극장을 나서며 한 엄마 관객이 말한다. “애들 보여주러 왔다가 내가 울고 나가네.” 오열을 했다는 동료 기자가 거든다. “난 엄마와 동물에 약한데 이건 동물 엄마 이야기잖아.”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
감동의 눈높이를 사려깊게 맞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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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을 여행지로 각인하는 건 쉽지 않다. 야시장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부러 화려한 홍콩의 밤거리를 등지고 찾을 정도로 특별한 인상을 준다면 그건 순전히 거짓일 테다. 대만에 대한 내 이미지는 그러니 온전히 허우샤오시엔 영화에 빚을 지고 있었다. <동동의 여름방학>에 나오는 80년대 유원지를 꼭 빼닮은 버드나무 아래의 평상. <연연풍진>의 잿빛 탄광촌의 퇴색된 철길. 어느 하나 현재와 맞닿은 풍경은 아니다. 대만의 곳곳은 스크린을 벗어나 마치 기억을 지배하는 과거의 거리처럼 인식됐다. 대만을 직접 맞딱드리겠다는 결심은 아주 이후에나 찾아왔다. 어느 날인가 <비정성시>를 다시 보는데, 그곳의 현재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일전에 허우샤오시엔의 눈으로 불리던 촬영감독 마크 리 핑빙을 인터뷰할 때 그가 “감독님이 항상 촬영 장소에 새벽녘에 도착해 그곳에서 느낀 감흥들로 ‘즉석콘티’를 만드는 바람에 모두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던 말도 떠
“이런 아름다운 경치를 자주 보게 돼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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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전투를 보다 피라미드의 안부가 궁금했다. 중국과 프랑스를 지나 이집트에 상륙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의 로봇군단은 세계 7대 미스터리야 어찌되든 뛰고 날고 부수고 던지는 육탄전을 벌였다. CG와 합성이 만들어낸 신천지였겠지만 거대한 디셉티콘이 피라미드의 능선을 밟기 시작했을 땐 눈이 조금씩 바스러지는 돌무덤을 쫓아갔다. 로봇의 기원전까지 거슬러 탐하는 마이클 베이의 거대한 3D 세계에서 수천년 문명은 그저 로봇의 놀이터가 됐다.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그리고 사막.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이 그린 이집트는 지구의 역사가 펼쳐지는 광활한 무대였지만 카이로 공항에서 마주하는 이집트는 의외로 작고 복잡한 길이 매력적인 곳이다. 사방이 모래뿐인 기자 지구도 돌과 모래가 만들어내는 불규칙한 길이 신비롭다. 타고 온 차에서 얼른 내려 걷게 된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낙타지기, 스핑크스 앞 레스토랑을 맴돌며 관광엽서를 파는 꼬마 등 삶의 흔적과도 만난다. 모랫
피라미드 뒤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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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TGV를 타고 네 시간여, 툴롱이라는 항구도시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차를 렌트해 40분 정도 동쪽으로 달리면 봄레미모자라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 펼쳐진다. 해마다 2월이면 샛노란 솜털 모양의 꽃으로 홍수를 이루는 곳. 그러다 봄이 되면 700여종의 꽃들이 온 거리와 건물을 뒤덮어 꽃을 밟지 않고는 한 걸음도 옮길 수 없다는 그림 같은 마을. 영화의 도시 칸에서 멀지 않은 그곳이야말로 영화에나 나올 듯한 곳이다. 하지만 난 거기서 멈추지 않고 봄레미모자와 맞닿은 해안가로 달려가 부둣가에 정박되어 있는 작은 페리에 몸을 싣는다. 배가 푸른 물살을 가르며 남쪽을 향해 달려나간 지 이십분 남짓, 꿈에서조차 만나기 힘든 신비로운 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 <그랑 블루>의 촬영지였다는 포트 크로 섬은 프랑스 남부 해안인 코트 다쥐르 남단에 박혀 있는 금의 제도 중 하나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물속에 머리를 박고 등만 밖으로 낸 거북이 모양을 하고 있다. 그 안을 파고들
마치 한 마리 돌고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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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영화 같은 순간이 있다. 물론 영화도 장르에 따라 다르다. “홍상수 영화 같은 장면”이 있는가 하면 “데이비드 린치 영화 같은 장면”도 있게 마련. 그 모든 다양한 장면들을 아울러, 우리는 “영화 같다”는 한마디로 퉁친다. 삶이지만 흔연한 삶과는 뭔가 다른 순간을 일컫기에 그만한 표현이 없기 때문이겠지. 내가 삶에서 문득 분리되는 느낌. 내가 있는 곳을 떠난 내가 지금 이곳을 구경하고 있는 듯한 느낌. 내 위에 1cm쯤 떠 있는 나. 삶은 한편의 영화처럼 천천히 흘러간다.
브루클린 다리를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산책하듯 걸으면 한 시간쯤 걸리는 그곳이, 내게는 한편의 영화 같았다. 잔잔한 로드무비 같았다. 발을 디뎠을 때 환하던 사위는 걸으면서 어두워지는 게 느껴졌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브루클린 다리 상영시간’과 정확하게 겹쳤다. 마지막으로 다리에서 발을 떼었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 해가 맨해튼의 마천루 사이로 지는 순간의 딱 일분을 나는 캠코더에 담아놓았다. 일분이
이곳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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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정확한 시간표 아래 한번도 정해진 트랙을 벗어난 적 없는 독일 기차 같은 삶을. 그러나 아내가 죽고 그녀의 흔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남자는 통렬하게 깨닫는다. 기계적 순환 속에 한번도 정차해 살핀 적 없는 아내를 둘러싼 진짜 풍경을. 부토 댄서가 되고 싶은 꿈을 누르고 독일 바닷가에서 마지막 숨을 내쉰 그 여자의 진짜 꿈을. 결국 뒤늦은 탈선을 감행한 이 낡은 독일 기차가 향하는 곳은 바로 일본의 ‘후지산’이다. 남자는 후지산 아래 호수에서 생의 마지막 춤을 춘다. 어느덧 떠난 아내의 영혼도 조용히 남자의 손을 잡는다.
도리스 되리 감독의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은 오즈 야스지로의 <동경 이야기>에 부치는 독일어로 쓰여진 연서다. 그 러브레터를 읽고 나는 또 얼마나 울었던가. 2009년 봄. 일견 평온해 보였지만 결코 평온할 수 없었던 삶, 좌초 직전의 나는 그렇게 이 영화를 만났고 눈물을 닦은 뒤 당장 도쿄행 비행기 표를 예
거짓말처럼 한결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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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베를린은 익숙했다. 베를린영화제로 출장을 갈 때마다 나는 동구권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액션영화를 머릿속에 그렸다. 겨울의 베를린은 춥고 을씨년스럽다. 지하철역에서는 제이슨 본이 튀어나오고, 작은 공원에서는 한나와 마리사 위글러가 총을 들고 서로를 쫓을 것 같은 도시다(실제로 두 영화는 베를린을 결정적인 무대로 활용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외신기자클럽’에 기고해 온 평론가 데릭 엘리가 말했다. “여름의 베를린은 완전히 다른 도시야. 완전히.” 뭐가 그렇게 다르려고? 그러다가 안젤리나 졸리와 톰 크루즈가 베를린에 집을 샀다는 기사를 읽었다. 내가 여름의 베를린으로 향한 건 오로지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였다. 궁금증이 많은 인간의 삶이란 이렇게도 돈이 많이 드는 법이다.
여름의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해답을 찾았다. 베를린은 괴상한 도시다. 원래 이 도시는 서베를린과 동베를린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서베를린은 동독의 한가운데에 섬처럼 박혀 있었고, 동베를린은 담 너머 자본주의 쌍둥
정체성을 찾아가는 도시의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