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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학자인 조용헌 칼럼니스트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뜻을 고현정이 전해왔을 때 펄쩍 뛰어오르며 놀라지는 않았다. 몇 차례 대화를 통해 그녀가 속담과 고사성어의 맛을 즐기고 옛사람들의 문장을 애호하며 세상 저변에 복류하는 보이지 않는 기운을 긍정한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한 장서가인 고현정은 애독서를 묻는 질문에 중문학자 이병한 교수가 엮은 한시집 <치자꽃 향기 코끝을 스치더니>를 망설임없이 꼽은 적도 있다. 집을 위로와 휴식의 그릇으로 조명한 칼럼니스트의 근작 <조용헌의 백가기행(百家紀行)>은, 최근 혼자 집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져 전에 없이 집에 관해 찬찬히 생각할 기회를 얻은 고현정을 끌어당긴 또 다른 계기였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쪽 사정이고, 고택과 사찰을 답사하고 기인, 달사들과 만나 글로 정리하기를 업으로 삼아온 인터뷰이로서는 배우의 프러포즈가 난데없는 제안일 수밖에 없었다. 계룡산에서 첫 섭외 전화를 받은 조용헌은 “영화는
배우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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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가 아니었다면, <도가니>는 극단적인 상상력이 만들어낸 ‘너무 나간’ 이야기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건 실화이고, 그래서 영화와 실제 사건이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지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사건의 실체와 관련된 질문을 감당해줄 사람은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뿐이었다.
-영화를 보고서 감독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을 것 같다.
=그런 거 없다. (웃음) 다만 정말 수고가 많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사람들은 내 작품이 스토리가 강해서 영화로 만들기 쉬울 것 같다고 그러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때도 송해성 감독이 얼마나 화를 냈는지. (웃음) 영화를 보기 전에 걱정했던 건 인호 역을 맡은 공유였다. 너무 잘생기기만 한 것 같아서 이런 이야기와 어떻게 맞을까 했는데, 다행히 내가 쓴 것보다 더 멋있는 강인호를 만들어주었다.
-원작자로서 인상 깊은 장면이 있었다면.
=폭행이 일어나는 장면은 내가 쓸 때도 힘들었지만, 눈으로
우리가 사는 여기가 몰상식과 야만의 도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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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감없이 묘사된 끔찍한 사건의 현장
원작의 중심인물을 축소시키는 한편, 여러 주변 인물들을 지운 영화는 그날의 기억까지 한달음에 달려간다. 이미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책장을 넘기기가 두려웠던 그날의 사건을 영화가 어떻게 묘사할지 근심스러웠을 것이다. 영화는 이 장면이 이야기의 의무인 듯 마주한다. 활자를 통해 상상하는 소설에 비할 수는 없지만 실제적인 이미지로 재현된 사건의 현장을 목도하는 것 역시 숨이 막히는 일이다. 아이들의 울부짖는 표정과 그들을 바라보는 가해자의 표정은 공포가 아닌 실제적인 분노를 전한다. 와이셔츠만 입은 채 아랫도리를 드러내고 있는 중년 남성의 모습, 그가 완력으로 아이들을 제압하고 있다는 느낌만으로도 끔찍함은 배가된다. 어쩌면 수화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활용한 은유적인 연출, 혹은 정적인 카메라로 관객의 인내심을 폭발시키는 방식도 시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황동혁 감독은 “있는 그대로 보는 느낌이어야만 이 끔찍한 사건을 제대로 알릴 수 있을 것”이라
기억하고 보라! 외면해선 안될 아픈 진실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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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가 영화화됐다. 활자로도 감당하기 힘든 이야기를 이제 영상으로 바라보게 된 거다. <마이파더>의 황동혁 감독이 연출한 <도가니>는 영화적인 트릭을 최대한 배제한 채 원작이 전한 당시의 기억을 재현하고 있다. 감독에게 소설이 영화로 옮겨온 과정과 연출 태도에 대해 물었고, 공지영 작가를 통해 실제 사건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애써 외면하고픈 이야기지만 성폭행이라는 사건의 성격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담고 있는 한국의 현실이 2011년 현재와도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도가니>는 짚고 넘어가야만 하는 작품일 것이다.
왼손 새끼손가락을 편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갖다댄다. 남자가 여자를 강제로 폭행하고 있다는 뜻의 수화다. 영화 <도가니>는 이 간단한 수화에 담긴 끔찍한 실화에 관한 이야기다. 청각장애자들에게 가해진 성폭행 사건의 전모와 진실을 은폐하려는 움직임을 묘사한 영화는 그들의 아픔과 이를 위로하지 않
기억하고 보라! 외면해선 안 될 아픈 진실을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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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제작자 김조광수
<밀크>(2008)는 나의 성정체성과 맞닿아 있는 영화다. 주인공 하비 밀크가 죽음을 예감하면서 자신은 어떻게 살았으며 후대의 동성애자들은 어떻게 살았으면 한다는 얘기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나 역시 밀크처럼 치열하게 살았는지, 잘 살았는지 되돌아보고 싶다. <러브 스토리>(1970)는 내 인생의 멜로영화다. 나는 세대로 볼 때 영화가 아닌 문학세대에 속하는데, 영화가 이렇게 사람의 심금을 울릴 수 있구나 싶었다. 문학이 아니라 영화를 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 것도 그 때문이고. 무엇보다 나는 사는 동안 제대로 사랑을 했는지, 이 영화를 보면서 점검해야겠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은 그 많던 빚을 청산 해주고 내 영화 인생의 새 장을 열어준 영화다. 언제 죽을지 모르겠지만 2, 3편을 만들고 그 영화들을 보면서 죽는다면 행복하게 죽을 것 같다.
◆ 영화배우 박희순
다음날 죽는다면, 전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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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봉준호
먼저 잉마르 베리만의 <화니와 알렉산더>(1982)를 보겠다. 영화감독으로서 자신의 인생과 영화를 이토록 아름답게 정리한 건 정말 희귀한 경우일 거다. 또 한편을 본다면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1997). 어떤 감독이 됐건 자신의 영화인생에서 후기에만 만들 수 있는 영화 같다. 처음 봤을 때는 주인공이 살인을 저지른 뒤 자전거를 타고 경찰서로 가는 도입부에 압도됐었는데, 신기하게도 끝에 가니까 그런 감정이 잊혀지고 위로를 받게 됐다. 마지막으로 팀 버튼의 <에드 우드>(1994)를 선택하겠다. 영화를 잘 찍건 못 찍건 간에 어쨌든 영화감독은 영화를 꾸역꾸역 만들어야 한다는 느낌을 보여주는 영화니까. 이왕이면 누군가 내 관에도 DVD 박스 세트 몇 개를 넣어주었으면 좋겠다. 내 소장품 중 <화니와 알렉산더>의 스웨덴 TV방영 버전 세트가 있으니, 그걸 꼭 넣어주시라. 김기영 감독 박스 세트도 잊지 말아달라. <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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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장항준
<대부2>(1974) 워낙 좋아하는 영화다. 죽기 전에 보면서 ‘영화는 이런 거지!’ 하면서 감회에 젖게 될 거다. 무엇보다 죽음이고 뭐고 다른 생각 안 하면서 감탄하는 마음으로만 죽을 수 있을 거다. <서머 스토리>(1988) 남녀간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인데, 어찌보면 유치한 이야기지만 이 영화를 보고는 연극영화과 원서를 썼었다.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서 다시 미소지을 것 같다. <라이터를 켜라>(2002) 데뷔작은 봐줘야 하지 않을까? 지금 나도 본 지 오래된 영화이니, 그때 가면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게 될 텐데 얼마나 어설퍼 보일까 궁금하다. 그때의 기분과 추억을 떠올려보고도 싶다.
◆ 영화감독 류승완
당신이 죽기 전 꼭 보고 싶은 세편의 영화를 죽을 만큼 뽑기 싫은 세가지 이유. 첫째, 솔직히 죽을 때 영화를 보고 싶은 생각이 안 날 것 같다. 그 시간에 차라리 영화를 함께 만들었던 동료들의 얼굴이 더 보고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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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감독 김태용
쓸쓸한 시간을 쓸쓸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들이 어울리지 않을까? <꽁치의 맛>(1962)을 보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정말 편안해 보인다. 내가 겁이 많아서 그런지 죽기 전에 좀 편하고 싶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를 보면 마지막까지 붙잡고 있을 욕심들을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안녕하세요>(1959)는 어린 시절부터 노년까지 제 인생의 여러 장면을 한꺼번에 떠올릴 수 있는 영화다. 꼬마 애들이 중요한 영화인데, 애들은 어떻게 자라고 결혼은 어떻게 하고 부모는 어때야 하는가 등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을 한꺼번에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니까. 오즈 영화 중에서 한편을 더 꼽자면 <가을햇살>(1960)을 보겠다. 선의의 거짓말로 헤어지는 딸과 엄마의 이야기인데, 죽음을 앞두고 있다면 그런 이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될 거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내가 죽기 전에 찍은 최근작을 보고 싶기도 하다. 아무래도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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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입니다. 아무래도 마지막 명절일 것 같습니다. 생명을 연장하기보다는 미련 없는 죽음을 선택했습니다. 6개월 남짓,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건 생각보다 바쁜 일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친구들과 날을 잡아 진탕 술을 마셨습니다. 펀드와 적금을 정리해 가족에게 짐이 될지 모를 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을 메웠고, 평소 좋아하던 음식들을, 하루에 하나씩 먹었습니다. 음식 하나당, 적게는 2명에서 많게는 5명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매일 눈물을 흘리고 참았습니다. 가장 많은 눈물을 흘렸던 순간은 가족을 진정시키려 했던 제 생일이었고, 제가 가장 냉정했던 순간은 그 사람과 헤어진 날이었습니다.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남은 시간은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먼저 간 사람들은 이런 때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합니다. 책을 볼까, 음악을 들을까, 아니면 게임이라도 할까. 그냥 영화나 몇 편 봐야겠습니다. 2011년 9월 현재, 죽음이 바로 등
Bucketlist - 죽기 직전에 꼭 보고 싶은 영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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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악당] 양의 탈을 쓴 폭군
소문난 극우주의자·반유대주의자였던 월트 디즈니
디즈니, 라고 할 때 당신은 무엇을 떠올리는지. 예쁘고 착한 백설공주와 그녀를 보필하는 귀여운 일곱 난쟁이들. 깜찍하고 귀여운 저 동물들 그러니까 미키 마우스, 곰돌이 푸, 밤비, 목각 인형 피노키오까지.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기 전 환상적인 불꽃과 함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저 동화 속 궁전 디즈니랜드, 환상이 실현될 것 같은 저곳 혹은 따뜻한 가족애. 자 그런 건 여기까지. 그건 디즈니 영화가 그렇다는 것이고 제작자이자 사업가인 인간 월트 디즈니는 그런 꿈과 희망의 지향과는 별 관계가 없었던 모양이다. 디즈니가 죽기 전 누군가 그에게, 당신이 이룬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인가 하고 물었을 때 그의 믿거나 말거나 한 대답은 이러했다고 한다. “하나의 조직을 세우고 그것을 장악했던 것.” 이런 말은 히틀러나 무솔리니나 스탈린에게 어울릴 법한 말인데 하여간에 ‘미국의 친절한 월트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그때 할리우드에서는…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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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짝패] 우정과 애증 사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기묘한 동업관계
할리우드 영화사를 장식하는 위대한 짝패 혹은 우정 어린 동업관계는 많고도 많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세르지오 레오네의 관계는 결코 그런 인증 받은 우호적 관계가 아니다. <황야의 무법자>를 끝내고 두 번째 영화에 들어가기 직전 이스트우드가 레오네에게 부탁한건 이거였다. “이봐, 세르지오 당신이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 담배만 빼고 말이야.” 이스트우드는 죽도록 담배를 물고 사는 사나이라는 캐릭터로 일약 스타가 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담배 피우는 걸 죽도록 싫어했다. 하지만 레오네가 어떤 감독이던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를 촬영하던 중 숙소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배우 알 무로치를 향해 “하루라도 더 있다 죽었으면 좋았으련만…. 클로즈업을 한번 더 찍었어야 했는데!”라고 중얼거렸다는 사람이 아닌가. 영화를 위해서는 뵈는 게 없는 냉혈한에게 담배쯤이야.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그때 할리우드에서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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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초창기 최고의 코미디언 뚱뚱이 아버클은 잘나가던 어느 날 동료 여배우 살해 혐의에 휘말려 추락했다. 찰리 채플린은 며칠이고 씻지도 않으면서 젊고 생기있는 여인들에게만 관심을 보였다. 리즈 테일러는 남성 편력이 심하다는 사람들에게 “그럼 남자 없이 자란 말이야?”라고 반문했다.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는 살해당했고 폴란스키는 성범죄자가 됐다. 그리고 제임스 딘과 리버 피닉스는 요절했다. 이런 일들이 할리우드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난다. 별별 일이 다 일어나는 할리우드 세상이다. 이럴 때 보면 할리우드는 꿈의 공장이 아니라 우리의 잡담의 화수분이다. 비교적 고전기의 일화들, 덜 알려졌거나 알려졌어도 덜 설명이 되었다 싶은 몇 가지 이야기를 모아서 전한다. 할리우드 스캔들 또는 할리우드 세상만사, 그 속으로 들어가보자.
[희대의 사랑] 사랑은 그리스 비극처럼
니콜라스 레이와 글로리아 그레이엄의 위험한 애정 편력
니콜라스 레이(1911~1979)의 얼굴을 보면 마초의 초상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그때 할리우드에서는…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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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영화감독과 영화배우는 어떤 방식으로 같이 창조하는가?
영화배우는 감독(그리고 제작자와 투자자)에게 선택되기 전에는 일에 착수할 수 없는, 이니셔티브를 박탈당한 괴상한 처지의 예술가다. 배우에게 감독이 중요한 둘째 이유는, 감독의 업무가 영화 연기의 유기적 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화 연기는 숏의 크기와 지속시간, 편집이 만드는 충돌, 음악과 미술 그리고 특수효과와 어울려 최종적 효과를 관객에게 발휘하는데 그 모든 요소를 총괄하는 주체는 감독이다. 말하나마나 배우들은 이 점을 예민하게 의식하고 있다. <대부3>에서 시실리를 방문한 마이클 콜레오네(알 파치노)의 연기에 관한 하정우의 관찰을 들어보자. “그 신을 보면 알 파치노가 직접적으로 연기하지 않아도 컷 분할과 음악과 플래시백이 그의 연기를 돕는다. 덕분에 배우는 심플하게 가도 되는 거다. 알 파치노는 그 종합을 미리 알고 있었을까? 그런 걸 보면 굳이 배우가 프레임 안을 다 채워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영화 연기라는 예술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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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모니터는 배우에게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1990년대 말 현장 모니터가 한국영화에 도입된 이래 컷 사인 직후 모니터 앞으로 모여드는 배우, 조감독, 촬영감독의 모습은 촬영현장의 대표 이미지가 됐다. 연극이나 TV드라마 연기자들과 달리 영화배우들은 미분된 단위로 연기를 복기할 수 있다. 언뜻 필수불가결해 보이는 모니터는 짐작과 달리 배우들에게 제한된 용도의 도구다. 일단은 배우가 체감하는 감정 강도에 외적 표현의 수위가 조응하고 있는지 점검하는 쓰임새가 기본이다. 모니터에서 우선 내가 예쁘고 멋있게 잡히나 체크하는 인지상정은 배우들에게 종종 함정이 되기도 한다. 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에서 서영희는 그 위험을 깨달았다. “솔직히 모니터에서 뭘 보라는 건지도 몰랐다. 근데 수영복 입고 전화 받는 신에서 내가 어느새 허리를 꼿꼿이 펴고 있더라. 실생활에서 사람들의 자세는 구부정하지 않나. 그런데 뱃살이 접힐까봐 무의식적으로 신경을 쓴 거다. 내가 신경 써야 할 것은 뱃
영화 연기라는 예술 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