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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왜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비교되는지 모르겠다. 둘 다 인기가 있다는 거 말고는 공통점이 없다.” 게리 로스 감독은 <헝거게임>과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비교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2012년 3월3일, 아직 편집을 다 마치지 못해 인터뷰가 끝나는 즉시 돌아가야 한다는 감독은 불안한 기색도, 기대하는 기색도 없었다. 할 일을 다 했으니,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에게 영화를 어떻게 보았냐는 흔한 질문도 하지 않고, 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는지를 소신있게 답하고는 총총히 자리를 떠난 게리 로스 감독과의 짧은 대화를 전한다.
-원작의 어떤 점이 당신의 관심을 끌었나.
=<헝거게임>은 여러 가지를 시험대에 올려놓는 이야기다. 1차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문화와 엔터테인먼트를 향유하는지, 그것들이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를 소설에서 살펴볼 수 있다. 수잔(콜린스)은 로마 시대에 원형경기
“아이들에게 휴머니티를 묻는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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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이라면 평범한 수준의 애니메이션 혹은 중박을 기대하는 액션 스릴러를 개봉하며, 곧 시작될 블록버스터 시즌을 위해 숨고르기 중이었을 3월 넷쨋주 극장가를 두고 할리우드는 지금,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 때문이다.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모킹재이>로 이어진 수잔 콜린스의 3부작 소설 중 첫편을 영화화한 <헝거게임>은, 2009년 라이온스게이트에서 4부작 프랜차이즈로의 제작을 발표했을 때부터 쏟아진 관심과 열기를 2012년 영화의 개봉까지 고스란히 끌고 온 화제작이다. 원작이 2300만부 이상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라는 점도 기대의 주범이었지만, 그보다 독자의 대부분이 젊은 여성층이며 소설에서 여주인공을 사모하는 두 남자가 있다는 점 때문에 <헝거게임>은 처음부터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빈번하게 비교됐고 그러한 비교는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이
기대하라 <해리포터>의 왕좌를 탈환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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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로 시작해 소리로 끝나는” 영화.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은 <최종병기 활>을 두고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대로 <최종병기 활>의 음악은 소중한 여인을 되찾기 위해 전력질주하는 두 남자의 심장박동소리와 맥을 함께한다. 이 작품으로 음악감독 김태성은 2012년 충무로 영화관계자들이 가장 자주 찾는 이름이 됐다. 올해 그가 이름을 올릴 작품만 해도 <코리아> <타워> <점쟁이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네편 이상이다. 하지만 김태성 음악감독은 혜성처럼 나타난 신인이 아니다. 예고편 음악 작업으로 시작해 스물다섯살 당시 <안녕! 유에프오>로 최연소 음악감독으로 입봉했으며, 김종관 감독과 20여편 작업을 거쳐 지금에 이른 그는 준비된 유망주였다.
-<코리아> <타워> <점쟁이들> 등 올해 기대작들의 음악을 줄줄이 맡았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다른 작품들도
“작업시간과 제작비에 대한 배려가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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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돋는 얘기 하나. 한때 O.S.T만 수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8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 얘기다. 그때 내가 가장 좋아한 건 <파워 오브 원>(1992), 가장 갖고 싶었던 건 <트루 로맨스>(1993)였다. 둘 다 한스 짐머의 작품인데, 마림바가 인상적인 <트루 로맨스>의 <Amid The Chaos Of The Day>와 <You’re So Cool>은 94년 <정은임의 영화음악실> 오프닝과 엔딩 테마였다. 아무래도 <건축학개론>풍의 향수지만, 중요한 건 그때 O.S.T 인기가 꽤 높았다는 거다. 엄정화의 <눈동자>가 실린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1993)나 <정글스토리>(1996),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접속>(1997) O.S.T는 90년대 한국 영화음악의 전성기를 상징했다.
한국 영화·드라마 음악은
한국 영화음악의 뉴웨이브가 다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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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오스카 시상식에 쓰일 음악을 계획하면서 한스 짐머는 다인종과 다장르의 융합을 상상했다. 이를 위해 모인 인물은 힙합의 패럴 윌리엄스, 클래식 기반의 한스 짐머 자신, 그리고 아시아를 대표할 A. R. 라흐만이었다. 라흐만의 오스카 무대는 이번으로 세 번째가 되었다.
라흐만의 일대 전환점은 2008년작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통해 찾아왔다. 오스카와 골든글로브 음악상을 동시에 휩쓸며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것이다. 마지막에 삽입된 <Jai Ho>는 푸시캣 돌스가 부른 영어 버전이 빌보드 싱글 차트 15위에 오르기도 했다. 서구 클래식 기반의 거장들이 단단히 버티고 있는 영화계에서 인도색을 가득 머금은 라흐만의 음악은 이국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할리우드는 시나리오, 배우, 음악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으며 라흐만의 신비로운 동양적 색채는 그 수요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라흐만은 이미 인도에선 젊은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곡
인도의 젊은 거장, 할리우드를 연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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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새겨진 ‘태생’에 속기 십상인 라민 자와디는 1974년 독일에서 태어났다. 1998년 버클리 음대를 졸업하고 한스 짐머가 설립한 리모트 컨트롤 프로덕션에 들어간 그는 2001년부터 스코어 음악가로 경력을 시작했는데 2005년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로 에미상을 받으며 크게 성공했다. 그래미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아이언맨>의 스코어를 비롯해 <블레이드3> <부기와 엘리엇> <미스터 브룩스> <타이탄> <프라이트 나이트> <세이프 하우스>의 영화음악을 맡았다. 그런데 그가 두각을 보인 것은 영화보다는 드라마였다. ‘아하, 그 음악!’이라고 할 ‘미드 팬’들이 있을 텐데, 대표작으로 <그리드> <프리즌 브레이크> <블레이드> <플래쉬 포워드> <왕좌의 게임>이 있다. 2010년에는 게임 <메달 오브 아너>의 스코어를 맡기도 했다.
한스 짐머 사단’ 특유의 웅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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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픽사의 <업>으로 아카데미 영화음악상을 수상한 마이클 지아키노는 세계 모든 아이들에게 이런 수상 소감을 전했다. “아홉살에 아버지가 쓰던 8mm 카메라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사정없이 찍기 시작했는데 아무도 시간낭비라 말하지 않았다. 부모는 물론 선생님도, 심지어 대학까지 가서도 그런 소릴 듣지 않았다. 어이, 아홉살 친구들, 듣고 있나? 내가 들어왔던 말을 돌려주려고. 만드는 일을 꿈꾼다면 당장 뭐든 시작해. 그건 절대로 시간낭비가 아니야.” 소년기의 지아키노가 카메라만큼 관심을 가졌던 분야는 음악이었다. 그는 뉴욕 비주얼 아트 스쿨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했고 줄리어드에서도 수학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감독을 꿈꾸던 지아키노는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찍곤 했는데, 다 찍고 직접 사운드를 입히는 일에 유난히 집착을 보였다고 회고한다. 그 집착이 영화음악가로서의 미래가 된 셈이다.
지아키노의 영화음악에 대한 관심은 게임업계에 취업하면서 어떤 조절이 이루어졌다. 그는 디즈
영화음악은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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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에 개봉하는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의 제작자들은 영화의 사운드트랙을 어떻게 가져갈지 결정하는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내놓았다. “애팔래치안 음악(컨트리)이 300년 뒤엔 어떻게 들릴지 시도해보는 건 어때?” 원작 소설과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컨트리음악이 영화에서 성공한 선례를 찾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은 딱 하나였다. 바로 티 본 버넷이다.
버넷은 원래 음반 프로듀서로 훨씬 더 유명한 사람이다. 월플라워스의 <One Headlight>, 카운팅 크로스의 <Mr. Jones>, 최근에는 그래미 시상식에 이변을 일으킨 로버트 플랜트와 알리슨 크라우스의 합작 <Raising Sand>도 그의 손을 거쳤다. 거장에서 신인에 이르기까지, 대중음악의 미국적 뿌리를 앨범에 담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타성에 젖었다고 할 정도로 자동적으로 그를 찾아간다. 티 본 버넷은 미국 전통음악의 살아
‘포크로의 귀환’이라는 비장의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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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를 보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은 카빈스키와 러브폭스가 함께한 <Nightcall>일지 모른다. 제목처럼 밤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잘 그려낸 이 노래는 영상과 함께 듣는 이들을 홀리게 만든다. 극중에서 라이언 고슬링이 잠시 동안의 행복을 받아들일 때 등장하는 칼리지의 <A Real Hero>도 기억에 남을 노래다. 이 노래들은 모두 1980년대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니콜라스 윈딩 레픈 감독의 의도에 꼭 맞춤한 노래다. 신스팝이라 불러도 되고, 요즘 칠웨이브란 이름으로 유행하고 있는 빈티지/아날로그 일렉트로닉이라 불러도 될 것이다. 이 인상적인 노래들 가운데서 클리프 마르티네즈가 만든 스코어들은 묵묵히 자리하고 있다. 튀지 않으면서도 마치 영상과 한몸인 것처럼 어우러져 있는 것.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음악은 언제나 그랬다.
클리프 마르티네즈의 이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레드 핫 칠리 페퍼스라는 거대한 밴드의 이름이다. 그는 레드
영상과의 혼연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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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팬들이 트렌트 레즈너의 이름을 영화음악가 특집에서 보게 될 날이 올 거라고 상상이나 해봤을까? 1990년대에 그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고 영향력있는 록 뮤지션 중 한명이었다. 원 맨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의 이름으로 발표한 일련의 음반들은 헤비메탈과 댄스음악을 고막이 저릴 것 같은 일렉트로닉 노이즈와 불길한 앰비언트 음향으로 버무린 세기말적 소리를 들려줬고, 그는 디스토션을 잔뜩 건 목소리로 ‘노예 상태의 행복’과 ‘나의 먼지뿐인 제국’에 대해 노래했다. 21세기가 되면서 레즈너의 인기와 영향력은 줄어들었지만 그는 꾸준히 투어를 돌고 신작을 녹음했으며, ‘하우 투 디스트로이 에인절스’(How to Destroy Angels) 같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굴리는 등 바쁜 나날을 보냈다. 데이비드 핀처에게 연락이 왔을 때 그는 몇년 동안의 투어와 녹음 작업 때문에 녹초가 된 참이었다.
데이비드 핀처와 트렌트 레즈너의 인연은 핀처의 출세작인 <쎄븐>(1995)으로 거슬러
무시무시한 불길함의 이중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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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청룡영화상 시상식, 음악상을 수상한 <도가니>의 모그 음악감독은 다음과 같은 수상 소감을 남겼더랬습니다. “황동혁 감독을 스타 감독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음악을 했습니다.” 그의 말을 살짝 뒤집어, 이런 생각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독을 스타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영화의 완성도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게 최근 영화음악의 경향이라고. 한스 짐머와 대니 엘프먼, 엔니오 모리코네 등 20세기를 풍미한 영화음악감독들이 역사에 길이 남을 테마곡으로 영화의 위상을 높이고 스스로 스타가 되었다면, 21세기 영화음악가들은 영화의 호흡, 리듬, 긴장을 음악으로 시의적절하게 조절하며 작품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화음악가는 또 다른 스토리텔러”라고 믿는 <업>의 마이클 지아키노가 대표적인 사례일 겁니다. 한편 다프트 펑크, 트렌트 레즈너와 같은 영향력있는 뮤지션들이 영화음악계로 속속들이 진입하고 있는 것도 최근 트렌드라 할 수 있습니다.
21세기 영화음악의 새로운 가능성 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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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딸들이 당신 같은 어머니를 갖고 싶어 할 거예요. 그러고 보니 올해는 ≪멜로디 넬슨≫ 앨범의 40주년이기도 하네요.
=아아, 정말 근사한 일 아닌가요?
-그러니까요! 이번 공연은 세르주를 기념하는 동시에 ≪멜로디 넬슨≫ 앨범(세르주 갱스부르가 1971년에 발매한 컨셉 앨범)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한데, 이 앨범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나요.
=세르주가 그 앨범을 처음 발매했을 땐 판매고가 아주 안 좋았어요. 앨범이 나왔을 때 동생에게 “이건 천재적인 앨범이야. 모두가 사게 될 거야!”라고 소리쳤지만 결과는 아주 실망스러웠죠. 그런데 세르주의 말년에 젊은 사람들이 다시 ≪멜로디 넬슨≫을 재발견하고 재평가하기 시작했어요. 프랑스에서 세르주는 오랫동안 술주정뱅이에 TV에 나와서 웃기는 소리만 해대는 고약한 늙은이로 간주됐는데, 오히려 젊은이들이 그를 영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의 이전 경력을 훑다가 ≪멜로디 넬슨≫을 다시 건져올린 거죠. 세르주가 죽기 전에 그런 환
세르주는 가장 아름다운 레코드를 남기고 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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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미스 제인 버킨. 혹시 통화가 안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파리는 지나치게 이른 시각이죠?
=너무 미안해요. 여긴 지금 아침 10시예요. 1층에 있는 부엌에 잠시 내려가 있느라 2층 방에서 전화벨이 울리는 걸 못 들었어요.
-파리의 집에 계신 건가요.
=네, 물론이죠. 파리에서만 40여년을 살아왔어요.
-항상 파리에서만 머무르시나요. 모국인 영국에도 집이 있을 것 같은데.
=아뇨. 없어요. 저는 영국이란 나라에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답니다.
-이번 한국에서의 공연은 무려 8년 만이에요. 다시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왜냐하면 이번 공연은 지난 <아라베스크> 공연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멋질 테니까요. 그래서 꼭 한국에서도 공연을 하고 싶었어요. 일본인 피아니스트 노부(노부유키 나카지마-편집자)를 비롯한 일본인 오케스트라팀과 함께 만들어낼 이번 공연은 아주 이국적으로 들릴 거예요. 물론 바로 옆 동네의 한국 사람들에게는 좀
생애 마지막 세계 투어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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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의 얼굴. 프렌치팝의 여신. 세르주 갱스부르의 뮤즈. 샬롯 갱스부르의 어머니. 배우이자 가수, 영화감독이자 영원불멸의 시대적 아이콘. 제인 버킨이 3월22일 목요일 오후 8시 악스코리아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이번 공연은 세르주 갱스부르 사망 20주년과 앨범 ≪멜로디 넬슨≫(Histoire de Melody Nelson)의 40주년 기념 공연이자, 그녀의 말대로라면 제인 버킨 인생의 마지막 세계 투어다. 파리에 살고 있는 제인 버킨과의 전화 인터뷰를 싣는다.
버킨.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중에서는 버킨이라는 이름에서 뭔가 다른 걸 떠올리는 이도 있을지 모른다. 세상에서 가장 값비싼 가방. 심은하와 지금 한국의 대통령 부인이 공식석상에 나설 때마다 곱게 움켜쥐고 있는 부와 명성의 상징. 세상의 많은 여인들이 꿈꾸지만 그들 대부분이 평생 손에 쥐지 못할 어떤 판타지. 그렇다. 지금 에르메스의 버킨백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는 거다.
제인 버킨의 신실한 팬이
‘버킨적 삶’을 살아가는 불멸의 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