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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공 시절, 수많은 이들이 고문을 당했던 남영동 대공분실 건물은 현재 경찰청 인권보호센터로 운영 중이다. 고 김근태 의원과 박종철 열사 등이 이곳에서 당한 고문의 기록과 함께 그들이 있었던 고문실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불과 20년 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과거가 그렇게 먼 기억처럼 전시 중이다. 정지영 감독의 신작 <남영동1985>는 전시관의 유리를 깨고 그 안에 들어가기를 주저하지 않는 작품이다. 상영시간 내내 고문실을 벗어나지 않는 이 영화의 관객은 꼼짝없이 고문실에 갇혀 고문을 당하는 자의 고통을 버텨내야 할 것이다. 사방이 막힌 이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느끼게 될까? <남영동1985>의 영화적인 선택과 의미에 대해 살펴보았고, 남은 질문은 정지영 감독에게 직접 물었다. <경계도시>를 연출한 홍형숙 감독과 인권문제에 앞장서 온 김형태 변호사, 그리고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한 소설 <소수의견>을 쓴 손아람 작가에게 <남영동1985&
이제 당신이 칠성판에 오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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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마지막 편의 개봉을 앞둔 소감이 어떤가? 기쁜가, 슬픈가.
=음… 둘 다다. 하지만 기쁘거나 슬픈 감정보다도 일단 정말 끝났구나라는 생각에 압도당하는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영화를 개봉하는 순간을 맞이한다는 건 우리 모두에게 신나고 감격적인 일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통해 성인으로 성장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촬영하느라고 놓친 일상적인 경험들이 아쉽지는 않은지.
=어린 시절부터 이 분야에서 일했기 때문에 놓친 것들은 분명 있다. 고등학교 졸업무도회도 놓쳤다. 촬영일과 겹쳐서 갈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경험들을 놓치는 대신에 내가 얻은 것들을 생각해보면 결코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브레이킹 던 part2>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
=있다. 르네즈미에게 각인했다고 벨라에게 털어놓는 장면이다. 그 장면을 생각할 때면 웃음부터 난다. 장면도 재미있지만 그 안에서 크리스틴이 정말 멋지다. (크리스틴이 아주 혼쭐을 내지
맥락없이 셔츠를 벗진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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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뱀파이어가 됐다. 인간이 아니라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건 어떤 경험이었나.
=4년 동안 가만히 앉아서 다른 배우들이 뱀파이어를 연기하는 걸 보면서 조심스럽게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대본을 읽었을 때는 페이스오프처럼 대단한 변화가 있을 거 같았지만 실제로 연기를 하고보니 벨라가 인간이었을 때 가지고 있던 많은 면들이 뱀파이어가 된 뒤에도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처음부터 벨라는 자신의 운명이 뱀파이어가 되는 거라고 믿어왔다. 그 믿음을 드디어 증명할 수 있다는 건, 그녀의 행동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 때문에 당황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르네즈미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촬영할 때 실제로 벨라가 되어 딸과 교감을 느꼈나? 사실 모성을 연기하기에 나이가 조금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가 생각한 건 진짜 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랬으면 좀더 교감을 느끼는 게 쉬웠을지 모른다. 내가 안고 있는 아기
결혼식 장면은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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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끝이다. 기분이 어떤가.
=모르겠다. 정말이다. 사람들은 같은 질문을 3편이 개봉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물어온다. 글쎄… 아마도 나의 또 다른 인생이 끝나는 것 같을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영화에 출연하는 중에도 그 사이사이 <트와일라잇>으로 돌아오곤 했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잠시 쉬는 거고 다시 영화를 촬영하러 가야 할 거 같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텐데. (하하)
-<트와일라잇>에 출연하기로 했을 때만 해도 뱀파이어가 나오는 인디영화라고 생각했을 텐데, 최근 몇년간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스스로도 놀랍다고 생각할 때가 있나.
=물론이다. 이 영화가 이렇게 인기를 얻을 거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그 뒤에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트와일라잇> 촬영장에서 느껴지던 에너지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우리는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를 받아들였다. 그때만 해도 잘되면 컬트
5년 전으로 돌아가도 <트와일라잇>을 찍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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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1년 전에 예고된 대로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다섯 번째 영화이자, 대단원의 막을 내릴 영화 <브레이킹 던 part2>가 11월15일 찾아온다.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 허니문, 임신, 출산, 뱀파이어로의 변화 등 상반된 전반부와 후반부로 구성되었던 <브레이킹 던 part1>이 쉼표를 찍은 바로 그 시점, 뱀파이어가 된 벨라가 피에 굶주린 붉은 눈동자로 눈을 뜨는 그 장면에서 <브레이킹 던 part2>는 출발한다. 오프닝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광활한 자연 풍광을 멀리서 바라본 흑백 영상이 이어지던 중 강렬한 붉은 꽃이 화면을 채운다. 개화의 순간에 극도로 클로즈업된 꽃의 내부는 곧 벨라의 눈동자가 되어 관객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당긴다. 고통스러운 출산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벨라는 그토록 염원하던 뱀파이어가 되자 아이러니하게도 생기가 넘친다. <트와일라잇>이 시작하고 5년이 지났음을 고려하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캐서린
그 달콤했던 시절이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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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3일부터 12월9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리는 ‘우리 시대의 프랑스영화 특별전’ 17편의 상영작 중 6편을 여기 소개한다. 비교적 그동안 상영 기회가 적었거나, 있었다 해도 조금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작품들 위주로 골랐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지금까지, 프랑스영화의 현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이번 특별전에서는 올해 타계한 크리스 마르케 감독의 작품 5편도 상영된다. 크리스 마르케에 관심있는 독자는 <씨네21> 867호의 추모기사를 참조하면 좋겠다).
<지방법원 제10호실> 10e Chambre, Instants d’Audience
감독 레이몽 드파르동 / 출연 미셸 베르나르 르퀴앙 / 2004년 / 105분 / 컬러
2003년 5월부터 7월까지, 기자 출신의 레이몽 드파르동은 ‘파리의 경범죄법원’ 내부의 촬영을 허가받는다. 그곳의 열 번째 법정에서 드파르동은 어느 여성 판사가 내리는 판결을 촬영하게 되었고
21세기의 프랑스영화를 조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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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뤽 고다르의 근작 <필름 소셜리즘>이 개봉할 예정이다. 자세한 논의는 아마 개봉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나는 이 영화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보았고, 지난해 여름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다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러므로 우선 머릿속에 떠오르는 세 가지 다른 이야기를 통해 우회하고 싶다.
첫 번째 이야기. 올해 프랑스 대선에서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정책 중 하나는 ‘아도피법’이었다. 아도피법은 2009년에 도입된 일종의 ‘스리 스트라이크제’로 위법적인 다운로드 단속법을 말한다. 사르코지 대통령 시절에 만들어진 이 법은 다운로드 유저에게 인터넷상의 저작권 침해의 죄를 물어 형사 처벌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고 징역 3년에, 벌금 30만유로를 물리게 하고 덧붙여 최고 1년의 인터넷 접속 차단을 명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 시에 올랑드 후보는 ‘아도피법’을 폐지할 것을 제창했고, 지난 세기에 논의됐던 ‘문화적 예외’와 관련한 내용을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게 변용한 ‘프
필름의 소셜리즘은 소유권을 부정하는 것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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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알랭 레네의 그 영화들을 알고 있다. 레네의 어느 영화 제목을 잠시 빌려온다면 사정은 일단 그래 보인다. 그는 영화사의 위대한 작품으로 인정받은 <밤과 안개> <히로시마 내 사랑> <지난해 마리엥바드에서>를 만든 감독이고 그로써 각종 영화사 서적에서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그의 독창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각 분야의 평자들에게 인정받았는데, “다른 누구보다 알랭 레네는 완전히 무(無)로부터 출발했다는 인상을 준다”(장 뤽 고다르)거나 “알랭 레네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우선적인 새로움이란 바로 중심, 고정점이 사라져버렸다는 것이다”(질 들뢰즈) 등의 호평을 받았다. 전통적 서사 기술을 해체하는 파편적 구성이 그가 영화로 새롭게 해낸 대표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현대영화 혹은 모던영화의 창조자로도 불렸다. 그런데 이렇게 좀 교과서적인 생각을 바탕으로 레네의 신작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를 말하는 건 꺼려진다. 우리는 무언
비로소 만나는 알랭 레네라는 영화적 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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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겨울이 오고 있다. 아니 아직은 늦가을이 조금 남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사색을 할 시간도 아직은 남아 있다. 행복하게도 우리는 영화 사색의 기분에 젖어 가을에서 겨울로 옮겨갈 수 있게 됐다. 이 계절과 계절 사이에 프랑스영화, 라고 그냥 말하기에는 좀 아까운 특별한 프랑스영화들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90살을 넘긴 프랑스의 대감독 알랭 레네의 신작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말 그대로 쉽게 접하기 힘든 걸작이다. 이 영화를 통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작자의 아름다운 사유의 결실을 보게 된다. 알랭 레네가 걸어온 창작의 궤적을 되돌아보는 동시에 무엇이 이 영화를 그토록 아름답게 만드는지 문득 생각해본다. 때마침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우리 시대의 프랑스영화 특별전’을 연다. 동시대에 우리와 호흡하는 17편의 영화를 상영한다. 그중 더이상 말하기를 늦추면 안된다는 마음에 장 뤽 고다르의 <필름 소셜리즘>에 관한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
가을과 겨울 사이 프랑스영화의 계절이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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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애플렉이 연출한 세편의 영화는 전부 원작이 있다. <곤 베이비 곤>은 데니스 루헤인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데니스 루헤인은 다름 아니라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한 <미스틱 리버>의 원작자다. 원작과는 다소 다르게 주인공의 나이를 40대에서 30대로 내리고 많은 부분을 과감하게 축약하는 등 벤 애플렉이 참여한 각본 실력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데니스 루헤인은 이 영화에 관하여 “이 사회는 아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키울지 해결할 기미도 없다. 그래서 원작과 영화의 숨은 메시지는 우리의 무력함이다. 훌륭한 예술이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다만 예술은 질문을 던질 뿐”이라고 말한 바 있다. <타운>의 원제는 <도둑왕자>다. 원작자는 척 호건, 일명 ‘보스턴 범죄소설’계에서라면 데니스 루헤인과 겨룰 만한 작가이며 스티븐 킹의 아낌없는 칭송을 받은 바도 있다. 벤 애플렉은 이런저런 인터뷰에서 자신이 얼마나 “보스턴 범죄영화”를 만드는 것에
이야기를 고르고 영화적으로 만드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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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애플렉의 영화 <아르고>가 개봉한다. 벤 애플렉의 영화라는 말은 온전히 맞다. 그가 제작했고 감독했고 주연까지 맡았다. 영화도 재미있고 연기도 좋다. 연기자 벤 애플렉의 이야기는 그동안 많이 다뤄졌으니 이번에는 감독 벤 애플렉에 대해서 말해보자. 아직은 그가 얼마나 대성할 감독인지는 모르겠으나 지난 세편의 연출작을 보자면 할리우드에 지금 주목할 만한 감독이 하나 더 생긴 것만은 확실하다. 감독 벤 애플렉의 영화세계란 또 어떤 것일까, 궁금하다.
스물세살의 신인배우 벤 애플렉이 케빈 스미스의 <몰래츠>에 바람둥이로 등장했을 때 사람들은 이제 80년대 악동들의 시대가 가고 90년대의 새로운 악동들이 나오는 중이라고들 말했다. 꼬마 때부터의 친구이자 연기 동료였던 맷 데이먼과 함께 벤 애플렉은 이내 그들 세대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케빈 스미스의 발칙한 청춘영화들 <체이싱 아미> <도그마>에 연이어 출연하며 벤 애플렉은 젊고 패기 넘치는 배
오스카 남우주연상? 감독상을 먼저 받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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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이라고들 한다. 샴페인을 터트릴 때가 됐다고들 한다. 틀린 소리는 아니다. 그러나 축제를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렵게 찾아온 이 상승세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씨네21>은 한국영화제작자협회(이하 제협)의 회원사인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김보연 정책센터장,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스탭 노조) 최진욱 위원장 등 영화계 각 분야의 전문가를 모셔 물어보았다. “올해 한국영화는 호황입니까? 호황이라면 이 호황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영화계가 앞으로 점검하고, 노력해야 할 부분은 무엇입니까?”
<씨네21>_우선 올해 한국영화가 지난 몇년간의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했다고 보는지부터 물어보고 싶다.
이준동_질문이 공정하지 못한 것 같다. 이미 정상적인 회복은 아니라는 전제를 깔고 물어보는 거 아닌가? (웃음)
김보연_수치로만 보면 1969년이 한국 영화산업 최고의 호황기였다. 1억7천만 관객에 1인당 관람횟수가 5
모두가 행복해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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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이 호기다. 그간 한국 영화산업이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향상에 비해 산업으로 요구되는 기본적인 틀을 갖출 시간이 부족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지금 숱한 우여곡절과 부침의 시기를 지나 드디어 한숨 고를 시간이 찾아왔다. 몇년 만에 찾아온 영화산업의 긍정적인 지표들을 두고 그저 기꺼워하며 넘어가기엔 모처럼의 기회가 아깝다. 현재의 상황을 점검하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것은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도, 각 집단의 이해관계에 관한 문제도 아니다. 한국 영화산업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필수적인 작업이다. 이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 없기에 현재 영화계 각 분야에서 준비 중인 제도적 보완책의 면면을 짧게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해보았다.
영진위, 표준계약서와 지원정책에 총력
현재 영화산업을 위한 제도적 정비는 크게 규제와 지원,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 중이며 그 주체는 각각 국회와 영화산업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맡고 있다. 우선 영진위가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이제는 정치가 영화를 도와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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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영화계에 유입된 신규 자본은 거의 없었다. 금융자본이 포함된 영화 관련 펀드 역시 없었다. 다른 산업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영화는 2007년 산업의 붕괴를 겪으면서 투자자들에게 더이상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었다. 기존의 투자배급사와 창업투자사 역시 “위축까지는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신중해진 건 사실”이라고 조심스러운 투자로의 방향 선회를 인정했다. 그나마 지난 2, 3년간 적지 않은 영화가 제작될 수 있었던 건 “2010년 중소•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30%, 민간기업이 70%를 출자해 2천억원을 조성한 모태펀드(올해 상반기 모태펀드 영화 투자규모는 25편, 총 484억원으로, 편당 평균 19억3600만원이 투입됐다) 덕분”이라고 영화계는 한목소리로 말한다.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사업팀 창설
그러나 올해 들어 영화산업 금융지원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제1금융권이 있다. IBK 기업은행 문화콘텐츠사업팀이다. 과거 여러 은행이 부분투자를 한 경우는
제1금융에서 4500억원 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