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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여자배우 <만추> 탕웨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아우라
탕웨이가 없는 <만추>를 상상할 수 있을까. “탕웨이는 <만추>에 딱 맞는 대단히 감각적이고 세련된 연기를 보여주었다.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오롯한 존재감을 뿜는 그녀, 사랑할 수밖에 없다.”(황진미) “그녀의 이미지만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남동철) 올해의 여자배우로 탕웨이를 선정한 필자들의 반응은 대부분 위의 두 평과 비슷했다. 그러니 그녀 없는 <만추>는 상상할 수 없다. 휴가차 간 마카오에서 탕웨이가 장문의 이메일로 선정 소감을 보내왔다. “모든 감정의 고통은 애나가 겪고 상은 내가 탄다. 애나가 꿈속에서 나한테 따지러 올지도 모르겠다. 하하!”
<만추>를 찍은 지 거의 2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탕웨이는 <만추>와 관련한 모든 추억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애나는 참 행복한 여자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모든 사람들이 평생을
올해의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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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감독 <북촌방향> 홍상수
늘 변화하고 늘 설레게 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감독으로 또다시 홍상수 감독이 선정됐다. 먼저 한 젊은 평론가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들어보자. “이제 그만하고 싶다. 솔직히 아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다음 영화는 또 어떨까 하는 기대로 설레게 하는 감독이라니! 홍상수는 머물지 않는다. 어떤 방향으로든 늘 변화하고 변화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홍상수는 홍상수다. 지치지만 보지 않을 수 없고 보고나면 다음이 궁금해진다. 이미 그는 내 의지를 벗어나 있다. 그래서 올해도 그다.”(송경원) 그렇다면 같은 맥락을 촌철살인으로 요약한 선언문도 하나 들어보자. “작품을 쉬지 않는 한 무조건 그를 뽑는다.”(주성철)
두해째 같은 감독이 선정된 것은 식상한 일이 아닌가. 그렇게 반문하는 이들이 있다면 앞선 두 평자의 촌평의 뉘앙스에 주목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의 말은, 새로운 인물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을
올해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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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니> 올해의 과대평가 한국영화
퇴행적 운명론과 신자유주의 이념 잔치
<써니>는 여성들이 추억을 통해 개인사를 복원하고, 우정의 연대를 확인하는 영화인 양 소개되었다. 그러나 <써니>가 말하는 건 퇴행적 운명론과 신자유주의 이념이다. 게다가 거대사와 미시사를 괴상하게 접합해 여성을 탈역사적 존재로 고정하고 거대사를 조롱한다.
<써니>는 “나도 역사가 있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라 말한다. 그러나 ‘역사’란 단순한 사연이 아니라 ‘아와 비아의 투쟁’이다. 영화는 이들이 어떤 주체적 투쟁으로 개인의 역사를 발전시켰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춘화는 어떤 투쟁으로 자본가가 되었는지 역사가 괄호쳐져 있다. 나미가 중산층 아줌마가 된 것 또한 남편의 운발(“김서방이 이리 잘될 줄 알았니?”) 덕분이다. 이들의 과거와 현재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 결국 <써니>가 말하는 건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퇴행적 운명론이다. <써니>
올해의 과대·과소 평가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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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1. <북촌방향>
공간과 시간과 기억의 기묘한 체험
<북촌방향>이 올해의 영화 1위다. 압도적인 표차였다. 3분의 2에 가까운 필진이 <북촌방향>을 1위에 올리는 진기록이 세워졌고 그로써 2위에 오른 영화와의 격차도 유례없이 컸다.
문득 북촌에 불시착한 것처럼 보이는 한 남자. 그의 불명료하며 정의하기 힘든 이 여행은 놀랄 만큼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안겨주었고 그에 상응하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근거는 여러 갈래다. 혹자는 “패턴에 대한 강박과 패턴화로부터 탈주하려는 해체의 에너지가 한몸을 이룬 기묘한 텍스트”(장병원)라고 구조적 가능성을 해명했다. “서울 강북에 애정을 혹은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한창호)라고 말할 때에는 이 영화에 담긴 공간과 시간과 기억의 기묘한 접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감정과 기억이 시간의 흐름과 함께 축적되는 축과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는 축, 둘의 엇갈림이 팽팽하고 아름
홍상수의 압도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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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씨네21>의 한해 마무리는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을 선정하는 일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씨네21> 기자와 평론가 33명이 참여했다. 한국영화와 외국영화 베스트5를 각각 선정했고 2011년을 빛낸 한국영화계의 감독, 남녀 주연배우, 제작자, 촬영감독, 시나리오, 남녀 신인배우, 신인감독도 뽑았다. 예년에 비해 달라진 점도 있다. 올해는 한국과 외국영화 모두에 과대, 과소평가 부문을 신설했고 해당 작품의 비판 및 지지자들의 촌철살인 촌평을 실었다. 한편, 15명의 감독 및 프로듀서들에게 ‘올해 당신의 영화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목록도 함께 실었다. 2011년 올해의 영화, 올해의 영화인을 여기 소개한다. <씨네21>이 보내드리는 정성스러운 송년 인사다.
2011 BEST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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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는 280억원짜리 전쟁영화이며 2010년 10월15일부터 2011년 6월12일까지 8개월간 156회차의 촬영을 했다. 1939년 노몬한 전투(일본군 대 몽골·소련의 전투), 1941년 독일 대 소련의 전투, 1944년 노르망디 전투(독일군 대 연합군) 등이 영화에서 재현되고 있다. 제작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사진들을 추렸고, 송민규 프로듀서, 이모개 촬영감독, 조근현 미술감독, 강제규 감독의 제작기를 듣고 모았다.
러시아 벌목장을 봉화에서
영화 속 당시 소련의 쿤그르스크 지역의 벌목장은 봉화 청옥산 자연휴양림에서 촬영했다. “중국이나 러시아 헌팅을 많이 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찾는다 해도 영하 45도까지 내려가는 곳들이어서 촬영을 할 수가 없었다. 수백명의 스탭들이 체류할 수 있는 시설도 없었다(강제규).” 대신 이 장면에서는 두 가지 기준을 세워두고 국내 헌팅을 했다. “첫째, 시베리아에서 자생하는 나무의 수종을
새만금에서 라트비아까지 전장에서 보낸 두 계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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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는 280억원짜리 전쟁영화이며 2010년 10월15일부터 2011년 6월12일까지 8개월간 156회차의 촬영을 했다. 1939년 노몬한 전투(일본군 대 몽골·소련의 전투), 1941년 독일 대 소련의 전투, 1944년 노르망디 전투(독일군 대 연합군) 등이 영화에서 재현되고 있다. 제작 당시의 현장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하는 사진들을 추렸고, 송민규 프로듀서, 이모개 촬영감독, 조근현 미술감독, 강제규 감독의 제작기를 듣고 모았다.
장동건, 인력거를 몰다
영화 초반부 경성장면은 합천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물론 경성을 재현한 기존 영화의 세트가 이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판을 전부 교체하고 색을 다시 칠하고 일본인 거리와 조선인 거리로 나눴다. ‘활명수’ 같은 당시의 브랜드도 살렸다(조근현).” 인력거꾼 준식(장동건)이 위대한 마라토너 손기정을 손님으로 태우고 경성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 등에서는 “핸드헬드 느낌으로 따라갈 수 있도록 인력거 하나를
새만금에서 라트비아까지 전장에서 보낸 두 계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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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에서 느낀 뜨거움은 어떤 거였나.
=어떻게 이토록 기구하고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실화로 존재할 수 있을까 충격을 받았다. 우리 어르신들이 이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았다면, 삶에 대한 그런 집념과 애착은 무엇이었을까 싶더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전율이 돋았다. 한편으론 나에게 이런 기회가 또 올 수 있을까 싶었다. 영화감독으로서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볼 수 있다는 게 의미있는 도전이었다.
-준식과 타츠오를 마라토너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사실 당시 징병된 사람들은 대부분 가장 밑바닥의 청년들이었을 거다. 그리고 이들은 각각 조선과 일본의 심정적 영웅이다.
=이들을 지탱하는 동력과 힘을 생각하다가 나온 설정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동력은 회귀본능이었다. <마이웨이>의 자료조사를 하다 보니 그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손기정의 금메달 획득이더라. 또 그 당시에는 별다른 놀이문화가 없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마라톤 대회가 큰 행사였다
“그간 과잉이었다 싶어…이번엔 자제해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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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규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연이어 체급을 올리는 권투선수의 도전기를 닮았다. <은행나무 침대>부터 <쉬리>를 거쳐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규모와 기술, 장르적 확장을 시도한 강제규의 영화들은 그때마다 한국영화 전체의 체급을 올렸다. 그리고 <마이웨이>는 강제규와 한국영화가 드디어 헤비급 타이틀에 도전하는 프로젝트다. 280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의 제작비, 다국적 배우들의 참여와 해외 로케이션, 한국사에서 벗어나 2차대전이란 세계사의 격랑 속으로 뛰어든 이야기. 그의 전작들도 그러했지만 <마이웨이> 또한 한국영화계 전체로 볼 때, 한편의 개봉작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마이웨이>는 전설과 다름없는 실화를 소재로 품는다. 1930년대 후반, 한 조선인이 중국에서 소련으로 넘어갔다가 독일로 향한 뒤, 노르망디 해변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상상만으로도 고통과 울림으로 가득한 여정이다. 하지만 <
스펙터클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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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가 망하면 큰일난다.” 2011년 한해 동안 수많은 영화관계자들이 기대했고 걱정했다. 한국영화사상 최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마이웨이>는 지금 앞으로 제작될 또 다른 한국영화들의 진행 여부를 결정짓는 책임을 떠안고 있다. 한국의 대작영화들이 대부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낸 올여름을 돌이켜본다면 그 책임은 더욱 막중할 것이다. 지난 12월14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마이웨이>는 현재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얻고 있다. 과연 <마이웨이>의 성취와 한계는 무엇일까. 강제규 감독에게 <마이웨이>의 속내를 물었다. 또한 촬영감독과 미술감독, 프로듀서의 증언을 통해 <마이웨이>의 지난 8개월을 돌이켜봤다
강제규, 다시 링에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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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을 만들면서 전편의 성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텐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가이 리치_<셜록 홈즈>는 내 작품 중에서 과정이 가장 흥미진진한 영화다. 그만큼 열정적이었고, 가장 즐기면서 만들었다. 속편을 만들 때 어려웠던 점은 전편보다 여러 면에서 나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편을 본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오게,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도 극장으로 올 수 있게 하는 것, 전편과 같은 열정을 살리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 전편의 캐리커처에서 그치지 않고 부드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작가들에게 묻겠다. 첫편이 성공적으로 출발한 상황에서 프로젝트에 합류한 뒤 특별하게 노력한 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미셸 멀로니_마치 움직이는 기차를 뛰어가 따라잡은 뒤 올라탄 것 같은 상황이었다. 우리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자신의 자리에 오래 앉아 있던 사람들이었다. 우선은 첫편이 완성해놓은 부분을 포착하려 노력했고, 그 다음에는 <그림자 게임>
모리아티의 미스터리가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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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포머> 세대’를 위한 셜록 홈스.” <버라이어티>가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이하 <그림자 게임>)에 내놓은 촌평이다. 영국 감독 가이 리치의 인장이나 다름없는 슬로모션-패스트포워드의 액션신과 로봇의 자동차 변신장면에 환호하는 관객의 세대를 짐작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다. 두뇌회전조차 액션장면으로 표현하는 가이 리치의 스타일과 더불어 셜록 홈스(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왓슨 박사(주드 로) 사이의 ‘브로맨스’(Brotherhood와 Romance의 합성어) 덕분에 원작 속 셜록 홈스의 이미지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불경스럽기 이를 데 없었을 전편은 전세계에서 5억2400만달러를 극장 수입으로 벌어들였다. 속편 제작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2011년 크리스마스 극장가를 겨냥해 <그림자 게임>으로 돌아왔다. 정의 구현보다는 수수께끼를 해결해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것에서 더 큰 희열을 느끼는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홈스의
홈스, 최대의 적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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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의 모험은 일단락됐지만, 스필버그의 모험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올해 말, 미국 극장가에서 한판 대결을 벌일 두편의 연출작 <워 호스>(국내 개봉 2월2일)와 <틴틴: 유니콘호의 비밀> 이후에도 우리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극장에서 종종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의 행보와 마찬가지로 스필버그의 시선은 진보하는 테크놀로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와 진득한 드라마를 지닌 역사적 인물들의 주변 어딘가를 맴돌고 있다.
가장 먼저 <맨 인 블랙3>(2012년 5월25일 미국 개봉예정)가 있다. 이전 시리즈 두편의 제작에 관여했던 스티븐 스필버그는 3편에서도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맨 인 블랙3>은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스필버그와 함께 작업한 시나리오작가 제프 네이선슨이 각본을 맡았다는 점 외에도 스필버그가 제작했던 <백 투 더 퓨쳐>의 이야기 형식을 따르고 있어 팬들에겐 더 반가울
모험은 쭉~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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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전성기의 고전영화를 보는 듯했다. 특히 존 포드 감독의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영화를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포드 감독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일부러 그의 톤을 따라가려고 한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 로케이션을 직접 보면서 대지와 하늘이 이 작품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느꼈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대지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연이 캐릭터가 된 거다. 영국 시골 농부가 땅을 잃을까봐 걱정할 때 나오는 대지나 프랑스의 기름진 대지, 영국군과 독일군이 서로의 참호에서 대치하는 무인지대의 대지들이 모두 다른 의미로 표현된다.
-촬영 역시 당신의 다른 작품과 크게 다른 것 같다.
=자연을 캐릭터로 생각했기 때문에 클로즈업보다는 와이드 렌즈로 대부분의 촬영이 이뤄졌다. 내가 뒤로 빠지고 대지가 스토리를 말해주길 바랐다. 존 포드 감독도 이같은 방식을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데이비드 린이나 구로사와 아키라 같은 감독들도 이런 방식을 따
“긴장감이 나를 정직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