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드라마, 예능,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 CF. 이쯤 되면 ‘포위됐다’는 표현을 써도 될 법하다. 2014년의 한국은 모델 출신 엔터테이너들에게 ‘포위’됐다. 더이상 모델은 패션지 화보나 의류광고, 런웨이쇼에서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안방극장이든 영화관이든 유명 스타들이 모여드는 파티에서든, 이들 ‘모델테이너’는 대중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도처에 존재한다. 이 말이 잘 실감나지 않는다면 모델로 출발해 스타덤에 오른 일련의 인물들을 떠올려보자. 최근 가장 주목받는 한류스타로 손꼽히는 이종석(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과 김우빈(드라마 <상속자들>, 영화 <친구2>)은 몇년 전만 해도 국내 패션쇼 런웨이를 걷던 모델이었다. 아이돌 스타와 배우들이 주로 출연하는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의 새로운 인기남으로 떠오른 홍종현, tvN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3>를 통해 여성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너희들은 모델테이너에 포위됐다
-
김우빈, 이종석, 안재현, 홍종현…. 지금 스크린과 TV가 주목하고 있는 이 젊은 배우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패션 화보 촬영현장에서, 혹은 런웨이 무대에서 모델로 활동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패션계를 벗어나 광활한 엔터테인먼트 세계로 뛰어든 이들의 행보는 1990년대 이후 끊임없이 배출되어온 모델 출신 선배배우들과도 같지 않다.
패션계와 연예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모델의 가능성과 한계에 도전하는 ‘모델테이너’들의 활약상과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를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에게 물었다.
더불어 모델테이너의 전성시대를 가능하게 한 과거의 모델 출신 배우들의 계보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새로운 이름들, 올가을 첫 영화 출연작 <패션왕> 개봉을 앞둔 모델 출신 배우 안재현과의 만남을 함께 소개한다.
A STAR IS BORN
-
-영화가 시작하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뱃사람으로 탈바꿈한 여러 배우들을 보여준다. 생생한 디테일들이 꽤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EBS <극한직업> 같은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는, 어선 위의 일들을 편집해서 참고용으로 나눠줬다. 하지만 배우들 모두 열의가 대단해서 각자 연구를 많이 해왔다. 가령 ‘고수레’처럼 약식제사 같은 설정들은 김윤석 배우가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이다. 그렇게 모인 것들 중에서 취사선택하며 더욱 풍성해졌다.
-처음 연극 <해무>를 접했을 때 끌렸던 요소는 무엇인가.
=범죄자의 시점이라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들의 시각에서 무너져 내리는 죄의식과 그로 인한 생의 공포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해무가 엄습하면 1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 그런 상황에서 인물들 저마다 숨어 있던 괴물이 튀어나온다. 인간이란 누구나 자신의 잘못이건 타인에 의해 일어난 일이건 지금껏 쌓아온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배우를 따라, 필요 없는 것들은 다 쳐내고
-
어쩌다 앞서 개봉한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과 함께 마치 ‘여름 블록버스터’처럼 한데 묶이기도 했지만, <해무>는 ‘청불’ 영화라는 점에서 다르다(<군도: 민란의 시대>와 <명량>은 ‘15세 이상 관람가’이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은 ‘전체 관람가’이다).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명의 선원이 밀항자들을 실어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해무>는, 꽉 닫힌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지긋지긋한 욕망의 드라마다. 더불어 기획 및 제작을 맡은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2003)의 시나리오를 쓴 심성보 감독이 이룬 조합은 제작 초기부터 화제였다. 드디어 베일을 벗은 <해무>의 이모저모, 그리고 장고 끝에 장편 데뷔작을 만든 심성보 감독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해무>는 극단 연우무대의 창립 30주년 기념작인
해무 속에 욕망이 갇혀 있네
-
-
마블을 넘어설 수 있는 건 마블밖에 없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베일을 벗자마자 벌써부터 마블 최고의 영화가 될 거란 들뜬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히어로들을 우주로 보내버린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았지만 마블은 굳이 히어로에 매달리지 않고 제대로 된 우주 어드벤처를 완성해냈다. 삐딱한 캐릭터들이 모여 제대로 삐딱선을 타는 상상 이상의 모험. 이 한없이 가볍고 유쾌한 캐릭터들을 사랑하지 않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어디까지 확장시킬지는 직접 확인하시라. 새로운 우주는 열렸고, 바야흐로 모험의 시대가 왔다.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8년, 마블은 자신의 세계관을 영화로 새롭게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언맨, 닉 퓨리, 헐크(2008년), 블랙위도우(2010년), 토르, 호크아이(2011년)가 차례로 등장했고, 2012년에는 ‘어벤져스’란 이름으로 이 모든 슈퍼히어로들이 한 영화에서 대활약을 펼
우주까지 확장된 마블의 세계
-
이제는 계절과 무관하게 추리소설이 꾸준히 출간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독자된 입장에서 여름에 유독 미스터리에 끌리는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다만 너무 책이 많아서 뭘 읽어야 할지 고민이라면 이 가이드를 참고하면 어떨까. 게으른, 혹은 결정장애를 지닌 독자님들을 대신해 읽고 추려서 권하는 2014년 상반기 미스터리 베스트11(공포소설도 두권 포함되어 있다). 하루에 한권씩 섭렵하면 열대야도 끝나 있을거다.
첫 번째 밤
온다 리쿠의 <몽위>
꿈을 찍어낼 수 있다면 보고 싶은가?
<몽위>는 꿈을 기계를 통해 뽑아내는 몽찰이라는 기술이 만들어졌다면, 하는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 대중화, 상업화를 목표로 했으나 호기심이 시들해지면서 이제는 상담 목적으로만 쓰이는 몽찰을, 그러니까 꿈을 해석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고 있는 주인공이 히로아키다. 어느 날 한 초등학교에서 학급 학생 전체가 집단으로 악몽을 꾸는 일이 벌어지는데, 아이들의 몽찰을 보던 히로아키는
여름이 되었으니 미스터리 소설 한권쯤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
안병기 감독과 이종호 작가의 만남은 <분신사바>의 원작자와 연출자의 관계로 시작됐다. 10년도 넘게 한국의 유일한 공포영화 전문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짊어지고 있는 안병기 감독은 그사이 중국으로 진출해 <분신사바>의 리메이크 버전인 <필선> 1, 2, 3편을 만들었다. 그러는 동안 공포문학 작가였던 이종호 작가는 영화사 대표로 거듭났다. 2012년에 공포영화 전문 제작사 고스트픽쳐스를 세워, 직접 각본까지 쓴 <두개의 달> <소녀괴담>을 제작했다. 1년 반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한국 공포영화(시장)에 대한 애정과 걱정을 쉼 없이 풀어놓았다. 통렬한 자기반성의 시간까지 끝내고 나니, 두 시간이 훌쩍 흘러 있었다.
안병기_이종호 작가님과는 <분신사바>로 인연을 맺었으니 벌써 10년이나 알고 지낸 사이다. 사실 나는 그때 이미 한국 공포영화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가위>와 <폰>이 영화의 만듦새는
변명 필요없다, 우리가 잘하면 된다
-
공포영화들이 사라졌으니 돌아와야 한다고 무작정 주장한다면 그 자체로 무용하거나 무책임한 발언이 될 것이다. 오로지 관객의 주머니를 터는 데만 급급했던 조악하고 뻔뻔한 몇몇 영화들까지 다시 돌아오는 것을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불철저한 전망보다는 정확한 평가가 더 시급한 이유다. 그 평가의 일환으로 창의적 예시가 될 만한 작품 몇편을 골라보고자 했다. 너무 많이 거슬러 올라가는 대신 2000년대 중/후반 영화들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고 수작으로 평가할 만한 네편의 사례를 모았다. 적어도 이 네편의 영화가, 돌아올 공포영화의 어떤 기준점이 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흥행 수치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고 개봉되지 않은 중편도 한편 포함되어 있다.
고혹적 미, 표준적 정점, 상상력, 불안한 이미지
첫 번째 사례, <기담>(2007). 곧 이어질 세편과 비교한다면 <기담>은 만듦새 면에서 다소 뒤처지는 게 사실이다. 병원의 환자와 의사라는 일군의 무리, 그중에서 관점을 달
창의적 공포영화를 위하여
-
오인천 감독은 공포영화 마니아다. <소녀괴담> 이전에 만든 단편 <변신이야기> <모멘트>, 옴니버스영화 <십이야: 깊고 붉은 열두개의 밤 Chapter1>(현재 제작 중)은 모두 스릴러, 공포 장르에 발을 걸치고 있다. 안병기_감독 이후 거의 처음으로 등장하는 ‘공포영화 전문 감독’이랄 수 있겠다. 멜로와 코미디가 섞인 공포영화 <소녀괴담>으로 장편 데뷔한 오인천 감독을 부천에서 만났다. 오인천 감독은 신인감독이 공포영화로 데뷔할 때 겪을 수 있는 애로사항에 대해서도 솔직한 얘기를 들려줬다.
-얼마 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48만여명이 <소녀괴담>을 봤다.
=이제야 좀 안도가 된다. 여담인데,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식 때 선글라스를 끼고 갔다. 멋부리려고 쓴 게 아니라 눈병이 나서 쓴 거였다.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전까지 극도의 부담을 느꼈고,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소녀괴담>
타이밍을 뺏는 공포를 시도했다
-
<터널 3D>는 <더 웹툰: 예고살인>을 제작한 필마픽쳐스(공동제작 마당엔터테인먼트)에서 2년여간 기획/제작한 공포영화다. ‘3D 청춘 호러’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터널 3D>는 3D 단편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1982년생 신인감독과 정유미, 연우진, 송재림, 정시연, 도희 등 젊은 배우들이 청춘의 에너지를 쏟아부어 만든 영화다. 3D 기술을 접목해 공포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터널 3D>의 시도가 얼마나 관객에게 먹혀들지는 8월13일 영화가 개봉하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전에 후반작업이 한창인 박규택 감독을 불러내 <터널 3D>의 새로운 시도에 대해 들었다.
-<씨네21> 독자편집위원회 출신이라고.
=2007년에서 2008년 넘어갈 즈음 활동했다. 대학에선 불교학과 인도철학을 전공했는데 영화가 하고 싶어서 제대 뒤 ‘영화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독자편집위원회를 했었다.
-&
혼자 남겨진 공포를 체험하게 만드는 게 목표다
-
계속된 가뭄에 우물까지 말라붙었다. 올해 제작, 개봉하는 한국 공포영화는 <소녀괴담>과 <터널 3D>, 단 2편뿐이다. 비단 올여름 개봉작의 문제만은 아니다. CJ E&M, 롯데, 쇼박스 등 주요 투자배급사의 내년 라인업을 뒤져봐도 현재 진행 중이거나 계획 중인 공포영화는 찾아볼 수 없다. 내년 개봉예정인 공포영화(로 짐작되는 작품)마저 공포영화라는 프레임을 벗어나려 애쓰는 모양새를 보면 “제작사와 투자사들이 공포영화 제작을 무서워한다”라는 한 배급 관계자의 우스갯소리를 농담으로 흘려들을 수만은 없다. “기획 전반에 호러적 요소를 띠고 있더라도 이는 최소화한 채 스릴러, 미스터리 장르를 전면에 내세우는 영화가 대부분이고 공포영화의 전통적 공략 시점인 여름 시장에 매달리지 않는 것이 현재 추세”라는 게 해당 영화 관계자의 설명이다.
질적 하락이 야기한 적대적 시장
공포영화 시장에 대한 위기론은 해마다 반복됐고, 지적되는 문제도 예년과 별반 다르지 않다
공포영화 제작이 무서워요
-
“올여름엔 볼만한 공포영화 없어?” 한국 공포영화의 위기론은 해마다 거론됐지만 올해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볼만한 영화가 없는 게 아니라 애초에 볼 영화가 없다. 매년 똑같은 문제 지적이 이어지지만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다. 그래서 투자, 배급, 제작 관계자 그리고 감독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공포영화 안 만드시나요?’ 덧붙여 올여름 찾아온 단 두편의 공포영화, <소녀괴담>과 <터널 3D>의 속사정도 들어본다. 그간 한국 공포영화가 남긴 의미 있는 족적을 되새기며 모색 가능한 미래를 상상해보는 것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중국에서 <분신사바2>를 들고 돌아온 안병기 감독과 <분신사바> 1편의 원작자 이종호_작가의 대담도 준비되어 있다. 지금 여기서 한국 공포영화 시장의 민낯을 한번 들여다보자.
나는 올여름 공포영화가 사라진 이유를 알고 있다
-
“고래 그거… 낚시로 잡나, 그물로 잡나.” 고래의 ‘고’자도 모르는 산적들이 조선의 국새를 삼킨 고래를 찾으러 바다로 떠난다. 여기에 집단의 운명을 건 비장한 해적들이 합류한다면? 올여름 개봉 대기 중인 세편의 해양 블록버스터(<명량>과 <해무>) 가운데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은 ‘웃음’을 담당하는 영화다. 호방한 인물들과 스펙터클한 모험으로 관객의 마음을 공략할 준비를 마친 <해적>은 8월6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겨울, 혹독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막바지 촬영에 한창이던 <해적>의 남양주 야외 세트장을 방문했다. 양수리 산자락에서 금방 내려온 것만 같은 산적들과 화려한 갑옷으로 무장한 해적들이 입김을 호호 불어가며 대치 중이었던 그 겨울의 현장을 소개한다.
“형님!” 궁지에 몰리자 갑자기 ‘친한 척’하는 산적들의 능청스러움 앞에서도 목석같은 해적 소마(이경영).
목에 칼이 닿자 심각한 표
출항 준비는 끝났다 이제 코믹 액션 어드벤처의 바다로!
-
장편영화 4편을 함께 만들었다. 같이 영화를 만들고 있지 않을 때에는, 시시때때로 만나서 영화 이야기를 한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영화들을 말로 무수히 지었다 부수고, 끝내주는 남의 영화들에 대해 침을 튀긴다. 짐작건대 영화가 주는 회의(懷疑)까지도 서로가 제일 먼저 알게 될 법하다. 윤종빈 감독과 배우 하정우. ‘대담’이라 이름 붙여진 자리가 이보다 불필요한 두 사람이 있을까? 시작은 <용서받지 못한 자>(2004)였다. 대학에서 만난 20대 중반의 하정우와 윤종빈은 2004년 내내 <용서받지 못한 자>에 매달렸다. 그렇게 영화를 영화로 배웠다. 주연배우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습득했고, 같이 베타 테이프를 들고 돌아다니며 배급을 고심했다. 윤종빈 감독이 문득 경험에서 얻은 통찰을 덧붙인다. “큰 배우가 되려면 신인감독과 시작해야 해요. 러닝메이트가 있어야 해요.” 10년이 흘렀다.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 시사회 이튿날.
러닝메이트의 전성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