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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다음 세대가 어떤 방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지 궁금했다.” 아시아영화 담당프로그래머 지오반나 펄비는 올해 시티 투 시티(city to city)의 주인공으로 서울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올해로 6번째인 시티 투 시티는 특정 도시를 선정해 해당 도시와 국가의 영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TIFF)의 특별 프로그램이다. 텔아비브를 시작으로 이스탄불, 부에노스아이레스, 뭄바이, 아테네까지 이제껏 5개의 도시를 거쳐왔는데, 올해 대한민국 서울이 선정되어 8편의 한국영화들이 토론토 관객을 만났다. 5회까지의 시티 투 시티가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의 영화를 소개하는 발굴에 가까웠다면 올해는 상대적으로 익숙하지만 지속적인 노출이 부족한 한국영화에 대한 재발견의 의미가 더 크다. 임권택 같은 거장을 비롯해 박찬욱, 홍상수, 김지운, 봉준호 등 영화제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감독들이 다수지만 다음 세대의 출현과 인식은 정체되고 있다는 게 중론
한국을 직접 방문해 고른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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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TIFF)는 아시아영화에 특별히 신경 쓰는 모양새다. 비단 ‘서울’ 편을 주제로 시티 투 시티(도시 기행) 섹션 소개 뿐만 아니라 ‘아시아필름서밋’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산업 전반에서의 교류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2008년부터 TIFF의 예술총감독을 맡으며 영화제 전반의 방향타를 쥐고 있는 카메론 베일리를 만나 TIFF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올해 TIFF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떤가.
=긍정적이다. 관객 반응은 늘 좋았지만 올해는 특별하다. 토론토는 관객을 위한 영화제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고 화제작부터 다큐멘터리, 아트하우스, 어려운 실험영화까지도 감싼다. 올해는 <이미테이션 게임> 같은 화제작은 물론 디스커버리의 신진감독들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들려와 좋았다. 어떤 취향의 관객이 찾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꼭 찾을 수 있는 영화제로 단단하게 다져지는 느낌이다.
-TIFF의 특징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관객을
북미 시장 진출의 확실한 확실한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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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를 위한 특별한 자리를 마련했다. ‘시티 투 시티-서울’을 비롯한 각종 섹션에서 총 14편의 한국영화가 소개된, 그야말로 한국영화의 해였다. 해외에서 본 한국영화의 현주소와 더불어 ‘북미의 칸’으로 불리며 각광받고 있는 토론토국제영화제의 이모저모를 전한다. <미스 줄리>로 돌아온 리브 울만 감독과 베니스국제영화제 남녀주연상을 석권한 <헝그리 하츠>의 사베리오 코스탄조 감독의 인터뷰도 더했다.
로저 에버트는 토론토국제영화제(이하 TIFF)를 사랑했다. 2006년 암치료 때문에 한해 불참한 것이 화제가 될 정도로 영화제의 단골손님이었던 그는 토론토가 칸영화제보다 더 유익하고 중요한 영화제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최근 몇년 사이 급격히 성장한 TIFF를 보며 이른바 세계 3대 영화제에 TIFF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로저 에버트의 주장이 그저 팬심에서 나온 외침만은 아니란 걸 실감한다. TIFF는 북미 시장의 실질적인 반응으로
관객이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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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 슬립> Winter Sleep
누리 빌게 세일란 / 터키, 독일, 프랑스 / 2014년 / 196분 / 월드 시네마 / 작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 제한된 공간, 소수의 등장인물을 기반으로 하는 이 영화는 터키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의 캐릭터 스터디라고도 부를 만하다. 기나긴 겨울, 터키 아나톨리아 반도에서 작은 호텔을 운영하는 남자 아이딘이 주인공이다. 아름답고 젊은 아내와 함께 살며, 지역의 유지이기도 한 그는 얼핏 보기엔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개인적인 성취감을 위해 여가 시간에 지역 신문에 쓸 칼럼과 터키 극장에 대한 역사서의 집필을 구상하던 아이딘의 평화로운 일상은 그의 자동차에 돌을 던진 한 소년의 출현으로 흔들리게 된다.
타인에게는 엄격하나 정작 자신에게는 한없이 관대한 부르주아 어른과, 그런 그에게 부모가 빚독촉을 받는다는 이유로 자동차에 돌을 던져 그를 위험에 빠뜨린 소년. 우리는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줘야 할
당신이 올가을 부산을 찾아야 할 30가지 이유(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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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 Boyhood
리처드 링클레이터 / 미국 / 2014년 / 166분 / 월드 시네마 / 성장드라마
<비포 선라이즈>(1995), <비포 선셋>(2003), <비포 미드나잇>(2013) 연작을 통해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같은 배우(에단 호크, 줄리 델피)를 집요하게 탐구해왔다. 그의 신작 <보이후드> 역시 배우들을 오랫동안 담아낸 작품이다. 하지만 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찍은 앞의 연작과 달리 <보이후드>는 주인공 메이슨(엘라 콜트레인)과 그의 가족 등 주요 등장인물을 12년 동안 꾸준히 담아온 ‘진짜’ 성장담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표현에 따르면, 이 영화는 420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시간 나는 대로 배우와 스탭들이 만나 꾸준히 찍은 대서사시다.
메이슨은 아빠(에단 호크)와 이혼한 엄마(패트리샤 아퀘트), 누나(로렐라이 링클레이터)와 함께 사는 어린 소년이다. 일주일마다 자신을 돌보기
당신이 올가을 부산을 찾아야 할 30가지 이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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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경> Jauja
리산드로 알론소 / 아르헨티나, 덴마크, 멕시코, 미국 / 2014년 / 108분 / 월드 시네마 / 드라마
1882년의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 원주민들만이 살고 있는 이 거대하고 황량한 미지의 땅에 덴마크 점령군들이 들어와 있다. 장교 군너 딘센은 열다섯살 된 딸을 데리고 막사에서 생활한다. 그녀가 이곳의 유일한 여성이다. 비극은 딸이 젊은 장교와 사랑에 빠져 도망가면서 시작된다. 딸을 잃은 아버지 군너는 병영을 빠져나와 초원과 사막과 황야를 헤매며 딸을 찾으러 돌아다닌다. 어느 날 그는 딸과 함께 도망친 젊은 장교를 발견하지만 그는 이미 원주민에게 당해 죽어가고 있고 딸은 온데간데없다. 군너는 말까지 원주민에게 빼앗겨 걷고 또 걸으며 다시 딸을 찾는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던 그 앞에 털 빠진 개 한 마리가 나타나고 개가 인도하는 곳으로 이끌려간 군너가 중년의 한 여인을 만나게 될 때 <도원경>의 영화적 경이는 정점에 다다른다. 아르헨
당신이 올가을 부산을 찾아야 할 30가지 이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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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10월2일부터 11일까지 열린다. 축제에 가서는 후회 없이 즐겨야 하는 법. 그렇다면 영화의 축제에서 후회 없이 즐기는 방법은 뭘까. 말하나 마나 잘 보는 거다. 그렇다면 어떤 작품들을 보아야 잘 보는 것인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올해도 <씨네21>이 각 부문 주요작들을 뽑아 부산영화제 Must List 30을 작성했다. 칸, 베니스, 베를린, 로카르노 주요 영화제의 유명 수상작들에서부터 <씨네21>의 목록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단과 편견의 강추작까지 혹은 울리고 웃기는 대중 극영화에서부터 사회를 돌아보게 만드는 다큐멘터리와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실험적 미학의 영상 에세이까지. 자, 한편씩 차례차례 기억해두시라. 여기 모인 30개의 목록이 바로 올해 부산을 찾는 당신에게 권하는 우리의 추천서다.
<씨네21> 기자들의 Biff 위시리스트
김성훈
<단신남녀2> 두기봉
<황금시대> 허안화
<카
당신이 올가을 부산을 찾아야 할 30가지 이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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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타자, 그림자.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재일조선인. 그들의 목소리에 전심으로 귀기울여온 이들이 있다. 오사카조선고급학교 럭비부의 생활을 3년간 기록한 <60만번의 트라이>의 박사유, 박돈사 감독이다. 영화의 개봉(9월18일)에 맞춰 두 감독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만나자고 연락을 했다. 이 자리에는 혹가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를 3년간 촬영한 다큐멘터리 <우리학교>(2006)의 김명준 감독도 초대했다. 세 감독이 3시간여 동안 나눈 대화는 결국 하나로 정리됐다. ‘재일조선인, 재일동포 그들이 여기에 있다.’ 존재의 증명이자 인정의 투쟁이었다.
“한강에는 처음 왔습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들른 한강에서 ‘문학소년’ 같은 박돈사 감독이 휴대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재일동포 3세인 그는 서울을 남북으로 가르는 한강을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뒤따르던 박사유 감독이 가쁜 숨을 가다듬으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2008년 유
함께 기록합시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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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명의 새로운 얼굴들을 모았다. 아니, 과거의 ‘뉴 페이스’ 특집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어린! 친구들로 모았다. ‘베이비 페이스’와 ‘호러 퀸’을 오가는 <콰이어트 원>의 올리비아 쿡과 샘 클라플린, <더 기버: 기억전달자>에서 온통 흑백인 영화에서 유일하게 ‘컬러’를 지녔던 오데야 러시, 올리비아 쿡과 함께 TV드라마 <베이츠 모텔>을 빛내며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에 전격 캐스팅됐던 니콜라 펠츠, <안녕, 헤이즐>에서 셰일린 우들리에게 대책 없지만 귀엽게 ‘들이대던’ 앤설 엘고트, 2016년 찾아올 <배트맨 V 슈퍼맨: 돈 오브 저스티스>에 원더우먼으로 출연하는 갤 가돗 등 ‘미드’와 ‘영화’를 샅샅이 뒤진 명단이다. 당신의 눈을 사로잡은 이는 누구인가?
올리비아 쿡 Olivia Cooke
BIO 영국 맨체스터 출생. 연기학교 영국 올드햄 시어터 스쿨 수료.
BEST MOMENTS TV드라마 <베
HOLLYWOOD’S NEXT TOP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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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영화제작자를 폄하해 실패한 감독이라고 부르질 않나. 감독이 되려다 좌절한 사람이 제작자를 한다, 내가 딱 그거다. 대학교 2학년이었던 1978년, 김수용 감독의 연출부로 충무로에 발을 들였다. 이후 피카디리극장과 명보극장의 선전실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1988년 영화기획사 신씨네를 차렸는데 황기성 사장님이 첫 영화 제작에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해 강우석 감독이 데뷔를 했다. <달콤한 신부들>(1988)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성적이 썩 좋질 않았다. 신씨네가 준비했던 창립작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출연 이미연, 김보성, 1989)에 강우석 감독을 추천했다. 하지만 황 사장님이 강우석 감독의 데뷔작 성적이 좋지 않아 반대하셨다. 강헌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는데 진행이 잘되지 않았다. 다른 감독을 알아보던 중 지방 업자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들려나왔다. 고등학생 이야기는 장사가 안 된다.
어느 날 황 사장님이 그만두는 게 어떠냐고 말씀하시더라. 큰
수에 어두워도 사람에 밝았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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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
박영환 감독의 1960년작 <이별의 종착역>(출연 최무룡, 조미령, 김승호) 연출부 막내로 영화 일을 처음 시작했다. 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촬영현장에서 감독이 왕인 줄 알았는데, 제작자가 ‘왕초’더라. 50년이 훨씬 지났는데 어찌나 인상이 강했던지 아직도 이름이 기억난다. 김해병이라는 젊은 제작자였다. 카메라 앞에서 걸레질만 넉달 하니 촬영이 다 끝났더라. 배운 게 있을 리가 없었다. 이렇게 했다간 평생 영화감독은 못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영화를 산업적으로 공부해 제작자부터 된 뒤 감독은 나중에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영화계 우상이 누구였나. 신필름을 운영하며 제작과 감독을 겸임했던 신상옥 감독 아닌가. 고향 충남 아산 어른이자 신필름과 가까웠던 연기자였던 강계식(신상옥의 <젊은 그들>(1955), 이강천의 <백치 아다다>(1956), 김기영의 <봉선화>(1956)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했다.-편집자) 선생을 졸라 신필
제작자? 주판으로 예술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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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제작자 사랑방이 차려졌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가 동료 제작자, 후배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사랑방 좌담회를 열었다. ‘산전수전 공중전’을 겪은 경험을 서로 공유하고, 제작자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앞으로 함께 노력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자리다. 첫 번째 주자는 지난 8월13일 진행된 황기성사단 황기성 사장이고, 두 번째 주자는 8월27일 진행된 신씨네 신철 대표다. 다음 장부터 1980년대와 90년대에 각각 수많은 기획영화를 만들었고, 여전히 현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의 화기애애했던 방담 현장으로 초대한다. <씨네21>은 제협과 함께 황기성, 신철 대표를 시작으로 격주에 한번씩 12월 말까지 한국영화 제작자의 이야기를 연재할 계획이다.
80년대와 90년대 한국영화 최전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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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세 료는 홍상수 감독 영화의 오랜 팬이었다. 한편 홍상수 감독은 가세 료를 만나자마자 한눈에 반했다. <자유의 언덕>에서 가세 료는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한국에 온 ‘모리’라는 일본인으로 등장하게 됐고 단순히 주인공의 의미를 넘어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중심선이 되었다. 일본에서도 연기파로 정평이 나 있는 가세 료다. <자유의 언덕>에는 가세 료의 빛나는 연기가 가득하다. 그에게 <자유의 언덕> 제작과정에서의 일들과 연기에 관련된 느낌들을 물었다.
-당신이 <자유의 언덕>에 출연하기로 결정한 건 전적으로 홍상수 감독에 대한 존경과 신뢰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홍상수 감독과 일해본 느낌에 대해서는 <자유의 언덕> 촬영이 끝난 직후 <씨네21>과 가진 인터뷰(913호)에서 말씀해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첫 질문이니까, 이렇게 한번 더 물어보고 싶습니다. 홍상수라는 감독과 일해본 결과, 그에 대해 당
이 영화는 꼭 프리즘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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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열여섯 번째 장편영화 <자유의 언덕>은 2013년 6월 22일부터 7월9일까지 총 13회차에 걸쳐 서울 북촌과 경리단길, 부암동, 건국대 인근, 창덕궁 빨래터 등의 장소에서 촬영됐다. <자유의 언덕>에 대한 문답은 편지 대신 이메일로 오고 갔다.
-주인공인 여행자 모리를 연기한 가세 료 배우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이처럼 한 배우가 영화를 지배하는 경우는 <해변의 여인>의 문숙(고현정) 이후 처음이라고까지 느낍니다. 가세 료가 <자유의 언덕>이라는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그리고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준 영감을 되도록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2012년인지 2013년인지 일본에 갔을 때 잡지 인터뷰를 했는데 가세 료씨가 인터뷰어로 나왔습니다. 인터뷰 초입에 그 사람이 왜 제 영화를 좋아하는지 길게 얘기를 했는데, 그때 그 사람 뺨 전체가 빨개졌습니다. 그렇게 오래 얼굴이 빨개져 있는 사람은 처음 봤습니다. 수줍어서 그
시간이란 틀의 압력이 약해지면 뭐가 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