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스텔라>는 SF영화다. 다만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이 아니라 사이언스 팩트(Science Fact)로 읽고 싶어 하는 관객도 적지 않다는 점이 흥미롭다. 단순히 우주를 정밀히 재현한 영화인가, 아니면 과학의 영화적 증명인가. ‘우주교양다큐멘터리’라는 별명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인터스텔라>가 도달한 성취가 어디에 방점이 찍혀 있는지 분명히 알려준다. 그래서 물었다. <인터스텔라>는 정말 우주를 사실적으로 그렸을까. 이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충분히 과학적인가. 우리는 <인터스텔라>가 재현한 어떤 과학적 사실에 열광하는가. 물리학, 천문학, 로봇공학자에게 <인터스텔라>의 성취와 오류에 대한 답을 구했다. 지난 11월10일 상하이에서 열린 <인터스텔라> 아시아 기자회견에서 전해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제작자, 두 주연배우의 설명도 함께 보탠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
우리는 저마다 인생이라는 긴 방랑의 길 위에 서 있는 것일까. <몽테뉴와 함께 춤을>을 보고 든 생각이었다. 영화를 만들고자 하나 갈피를 잡지 못해 방황하던 이은지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를 카메라에 담으며 비로소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불문학자이자 번역가인 감독의 어머니는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의 <에세>를 번역해오고 있다. 하지만 번역을 하면 할수록 번역가로서의 한계를 느낀 그녀는 마침내 몽테뉴의 자취가 깃든 프랑스로 떠난다. 이 여정에 동행하게 된 감독은 그곳에서 어머니가 직면한 삶의 조바심, 불안의 실체와 마주한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이 느끼는 삶의 두려움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한다. 20여년간 치열하게 일본 문학을 번역해온 번역가 김난주가 이은지 감독과 만났다. 그녀 역시 두딸을 둔 엄마이기에 이 영화를 더 깊은 애정으로 바라봤다. 밤이 깊도록 맥주잔을 부딪치며 두 사람이 나눈 대화는 결국 삶의 조바심 너머에서 찾길 기대하는 삶의 평온함에 관한
내가 아는 어머니, 내가 모르는 어머니
-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일명 일제고사, 초•중•고의 일부 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시험)가 부활된 2008년, 학부모와 학생의 자발적 선택을 존중하여 시험 대신 체험학습을 허가한 전교조 소속 교사 7명이 파면 및 해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서동일 감독의 <명령불복종교사>는 이 부당한 징계에 맞선 그들의 저항과 승리의 과정을 다루고 있다. 뮤지션이자 라디오 DJ이며 태준식 감독의 다큐 <어머니>의 음악감독을 맡았던 이아립씨가 대담자로 흔쾌히 나서주었다. 영화를 보며 펑펑 울었다는 그녀는 빽빽하게 적은 질문지를 들고 서동일 감독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이내 ‘선생님들’에서 ‘아이들’로 초점을 옮겨가며 신선한 문답을 주고 받았다.
서동일_이아립씨 음악을 들으며 이 자리에 왔다.
이아립_유명한 노래가 워낙 없어서…. (웃음) <명령불복종교사>는 어떻게 찍게 된 영화인가.
서동일_2008년에 해직 파면된 선생님들의 기자회견을 뉴스에서 봤다. 성추행 교사,
“아이들이 선생님들의 어린 버전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
젊은이들의 고민은 시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다. 꿈을 좇자니 배가 고프고, 현실을 따르자니 마음이 쓰리다. 양시모 감독의 <표정들>은 연극에 대한 열망을 간직한 청년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어른이 되어가는 시간을 담았다. 자전적인 경험들이 듬뿍 녹아든 이야기는 얼핏 과거와 비슷한 꼴인 듯 하면서도 지금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고민을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방식과 감성은 시대마다 달라지는 것일까. 28살에 첫 장편영화를 만든 양시모 감독을 28살에 데뷔해 어느덧 12년차 만화가가 된 기선이 인터뷰했다.
기선_인터뷰 진행을 의식하다보니 내내 감독님이 어떤 사람일지 상상하면서 봤다. 주인공 캐릭터가 내성적이고 조용하고, 무력해 보이지만 반전이 있는 게, 보면서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신지가 떠올랐다. 주인공의 대사가 너무 없어서 감독님도 그렇게 말수가 적은 분인지 궁금했다.
양시모_그렇게 과묵한 편은 아니다. (웃음) 처음부터 조금 비겁한 소년 같은 인물
조용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강렬한…
-
-
<오늘영화>
감독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이옥섭 / 극영화 / 컬러 / 87분 / 개막작
개막작 <오늘영화>는 서독제의 ‘인디트라이앵글 프로젝트’의 네 번째 프로젝트이며 옴니버스영화다. ‘나의 영화, 나의 영화제’라는 주제하에 묶인 세편의 영화는 윤성호 감독의 <백역사>와 강경태 감독의 <뇌물>, 구교환•이옥섭 감독의 <연애다큐>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와 연애를 시작하는 남자의 첫 극장 데이트를 그린 <백역사>는 (‘흑역사’가 아닌) ‘백역사’라는 제목의 재기 그대로 낯선 남녀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해준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사람 없어준 극장에 바치는 오마주처럼 보인다. <백역사>가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에 주목했다면 <뇌물>은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 주목한다. 졸업작품을 준비 중인 연출과 학생 대일은 여자친구이자 배우인 소은과 함께 영화를 찍었지만, 그의 편집본
오늘영화 BEST 11+α
-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 밴드 ‘깜장고무신2’가 뜬다! 2001년 한국독립단편영화제 개막식에서 축하 공연을 했던 프로젝트 밴드 ‘깜장고무신’에 이은 2기 밴드다. 당시 공연을 끝으로 유야무야 사라졌던 ‘깜장고무신’이 올해 서울독립영화제 40주년을 축하하며 다시 뭉쳤다. 무려 13년 만의 부활이다. 영화제에서 신나게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독립영화인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멤버들은 그야말로 신구가 조합을 이뤘다. 보컬과 기타를 맡은 김동원 감독과 지난해 앨범까지 발매한 수준급의 기타리스트 김일안 독립음악인이 원년 멤버로서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다. 여기에 네명의 배우, 권해효(보컬, 기타), 김재록(보컬, 베이스), 서영주(보컬), 백수장(키보드)이 새롭게 가세했다. 또 한명의 히든카드는 김동원 감독의 친딸인 19살 김푸른양. 드러머로 합류한 푸른양 덕분에 ‘깜장고무신2’는 평균 연령을 확 낮추며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연령대가 고루 포진한 밴드로 거듭났다.
“나 이거 10분이
10대부터 60대까지, 소리질~러!
-
11월27일 2014년 서울독립영화제가 개막한다. 1975년 시작한 한국청소년영화제를 계승하고 2002년 현재의 서울독립영화제라는 이름으로 운영된 지 40년째다. 서울독립영화제의 올해의 슬로건은 ‘독립본색’.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본연의 의미를 잊지 않겠다는 다부진 포부다. 꿋꿋이 제자리를 지켜온 한국독립영화와 독립영화인들에게 축하와 응원의 마음을 담아 <씨네 21>이 준비했다. 송효정, 우혜경 평론가가 출품작 가운데 눈여겨 볼 작품을 뽑아 리뷰를 보내왔다. 이어 뮤지션 이아립, 번역가 김난주, 만화가 기선이 각각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며 살아왔을 세명의 독립영화 감독을 만나 색다른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혀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영화를 사이에 두고 대화할 때 예상치 못한 생기가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앞서 개막식 축하 공연을 위해 독립영화인들이 만든 프로젝트 밴드 ‘깜장고무신2’의 연습 현장도 깜짝 공개한다. 한국독립영화의 솔직한 본색, 화끈한 맨
서독제가 당신에게 보내는 마흔 번째 초대장
-
인터뷰 장소 저 너머에서 다가오는 한 여성을 보고, 단번에 그녀가 마스다 미리일 거라 예감했다. 그녀의 대표작 수짱 시리즈의 주인공 ’수짱’과 흡사한 단발머리를 한 마스다 미리는(그녀는 내한하기 한 달 전, 긴 머리를 잘랐노라고 고백했다.) 짐작보다 더 밝고, 소녀다운 모습을 간직한 작가였다. 두편의 에세이집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재출간)와 <여자라는 생물>(신작)의 국내 출간을 기념하는 한국 독자와의 만남을 위해 내한한 마스다 미리를 만나 긴 대화를 나눴다. 담담하지만 결코 핵심을 놓치지 않는 마스다 미리의 화법은, 그녀의 네컷 만화를 꼭 닮아있었다.
-작가님의 초기작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와 신작 <여자라는 생물>이 동시에 출간되었어요. 이 두 작품을 함께 본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두 작품 모두 에세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를 읽으며 흔들리고 불안정한 30대 여성의 마음 상태에 함
우리의 고민이 바로 인류 공통의 고민이에요
-
수짱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아무래도 싫은 사람>
<수짱의 연애>
본명은 요리모토 요시코, 조리사와 주산 4급 면허증이 있다. 한때 카페 점장으로서 아르바이트 점원들보다 월등하게 나이가 많았지만 어린이집 조리실로 직장을 옮긴 다음부터는 귀여운 막내가 되어 텃밭에서 채소 따고 있다.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맛있는 걸 먹다 보면 음식에 몰두하는 것이 장점. “어느 날이건 주문한 피자는 온다”는 것이 그녀의 신념이다. 언제부터인가 결혼을 포기하고 실버타운 광고 따위를 눈여겨보게 되었지만(슬프게도 실버타운은 비싸다), 카페 단골이었던 서점 직원 쓰치다를 우연히 만난 이후 가슴 두근거리고 있다.
비뚤어진 게 뭐가 나빠! 난 신선도 아니고 인간인데.
아이가 없다는 건 첫 손자 축하 파티도 없다는 것이고, 거기다가 내 집 장만 집들이도 없겠지. 주연급으로 부조금을 받는 건 자신의 장례식뿐?
치에코씨
나인 듯, 나 같은, 나 아닌
-
일본의 에세이스트이자 만화가인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수많은 물음표로 가득하다. 특별할 것도 없고, 화려하지도 않은 평범한 삶일지라도 한 사람의 인생은 누구의 삶과도 같지 않은 저마다의 것이다. 매 순간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어야 하는 불안감, 그로부터 비롯되는 수많은 물음표들을 해결할 순 없지만 함께 나눌 순 있다는 걸 마스다 미리의 작품은 알려준다. 국내에서도 만화 ‘수짱’ 시리즈를 통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녀가 신간 에세이 <여자라는 생물>, 초기 에세이 <나는 사랑을 하고 있어>의 출간(두 작품 모두 이봄출판사 펴냄)을 기념해 한국을 찾았다. 전작들을 통해 돌아본 마스다 미리의 작품 세계와 그녀와의 인터뷰를 전한다.
한우를 싸게 파는 날이었다. 포장된 고기 더미를 파헤쳐 가장 밑바닥에서 200g짜리 채끝 한 덩이를 찾아낸 나는 문득 쓸쓸했다. 서너명이 먹을 고기를 사냥하는 또래 여자들 사이에서 나만 반가웠던, 딱 한 사람만을 위한 고기
지금 이대로 모두 괜찮다
-
형만 한 아우 없고, 오리지널만 한 속편 없다는 말? 그것도 다 옛말이다. 여기, 전작의 구조는 그대로 가져오되 사이즈와 비주얼은 업그레이드한 영리한 속편들이 내년을 기다리고 있다.
먼저,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최종장이다. 2012년에 공개된 <바람의 검심>은 만화 원작에 바탕한 일본영화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지는 완성도를 자랑하는 시리즈였다. 실사로 본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을 켄신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한 사토 다케루의 공이 역시 가장 크다. 기본적인 스토리는 이렇다. 10년 전 모습을 감춘 전설의 칼잡이 발도제, 히무라 켄신(사토 다케루)은 살육으로 점철된 과거를 후회하며 사람을 벨 수 없는 역날검을 들고 세상을 방랑한다. 켄신은 발도제를 사칭하고 다니는 시시오를 벌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시리즈의 최종 두편이 2015년 국내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1월엔 시시오를 벌하기 위해 교토로 간 켄신의 이야기인 <바람의 검심: 교토 인페르노>가,
속편: 오리지널을 넘어설 테다
-
<윈터 슬립> Winter Sleep
감독 누리 빌게 세일란 / 출연 할룩 빌기너, 드멧 아크백 / 개봉 2015년 2월
올해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터키의 유명한 관광지 아나톨리아 반도의 카파도키아에서 아담한 호텔을 운영하는 아이딘. 그는 고정적으로 신문 지면에 칼럼을 싣는 칼럼니스트이며 터키 극장 문화에 대한 책을 저술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신중하면서도 근엄한 지식인이다. 하지만 그는 무엇보다 인근의 땅을 지닌 지주이기도 하다. 이것이 문제의 발단이 된다. 세입자의 아들이 일부러 아이딘의 차 유리창을 깨는 사건이 발생하고 아이딘은 이를 계기로 일종의 도덕적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소년을 용서할 것인가, 어떻게 용서할 것인가. 소년의 행동이 불씨가 되어 한편의 도덕극이 완성되어간다. 기나긴 논쟁의 장면들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딘은 함께 사는 누이와 아내를 상대로 자주 그리고 길게 인간과 도덕과 사회에 대해서 논쟁한다. 유려한 풍광과 고뇌하는 인간
예술영화: 시네필에겐 축복의 계절
-
<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 Theory of Everything
감독 제임스 마시 / 출연 에디 레드메인, 펠리시티 존스, 에밀리 왓슨 / 개봉 12월
블랙홀 연구의 권위자 스티븐 호킹의 삶은 너무도 영화적이어서 영화 제작자라면 누구나 스크린으로 옮기고픈 욕심을 낼 것이다. 역시나, 10년 전 그의 삶은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한 TV영화 <호킹>으로 재현된 바 있다. 워킹 타이틀이 만든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은 스티븐 호킹(에디 레드메인)의 업적보다는 그가 대학 시절에 만난 제인 와일드(펠리시티 존스)와의 사랑에 집중한다. 박사학위를 준비하던 중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호킹이 물리학계를 깜짝 놀라게 할 이론을 연이어 발표하고 시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배경에 위대한 사랑이 존재했다고 영화는 말한다.
<이미테이션 게임> The Imitation Game
감독 모튼 틸덤 / 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키라 나이틀리, 매
실화와 실존인물: 영화보다 더 영화 같다
-
<블랙코드> Blackcat
감독 마이클 만 / 출연 크리스 헴스워스, 탕웨이 / 개봉 2015년 1월
“마이클 만의 제목 미정 사이버 스릴러” 혹은 “사이버”라는 가제로 한동안 불렸던 작품. 2009년 <퍼블릭 에너미> 이후 마침내 돌아온 마이클 만의 신작. 주식 시장에 치명적인 사이버 테러가 일어나고 전세계가 위험에 처한다. 미국 정부는 사이버 범죄로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특수 전문가(크리스 헴스워스)를 빼내어 미모의 중국 요원(탕웨이)과 함께 수사를 맡긴다. 그들은 쿠알라룸푸르, 홍콩, 자카르타 등지에서 활약한다. “우리의 세계는 연결되어 있다. 우리의 시스템은 연결되어 있다”는 영화의 카피처럼, 마이클 만은 이제 한 도시나 국가가 아니라 전세계의 동시대성을 그 특유의 액션영화 장르 안에서 감지하려고 한다. 주인공 헴스워스는 “고양이와 쥐 놀이 모양새를 한 국제적인 강탈물”이라고 설명했고, 혹자는 <인사이더>와 <히트>의 결합
거장: 확실한 이름값, 진중한 관객에게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