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히 일본을 성우왕국이라 말한다. 사실이다. 하지만 단순히 산업의 규모가 크다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일본에서 성우 매니지먼트를 운영 중인 야마조에 도시히코는 성우 업계가 화려한 만큼 진입 장벽도 높고 버티기 힘든 곳이라 말한다. 여러 유명 성우를 키워낸 그에게 일본에서 성우가 되는 길과 성우업의 어려움에 대해 물어봤다.
일본에서 성우는 활동 영역이 다양하고 폭넓기 때문에 인기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성우들은 외화 더빙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목소리, TV프로그램의 내레이션, 게임 캐릭터, 드라마 CD(CD에 음성만 들어간 드라마를 수록한 것. 대부분의 경우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을 원작으로 하고 담당 성우가 1명일 경우는 ‘시추에이션 CD’라고 불리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송의 가수 활동 등 전 방위로 활동 중이다. 일차적으로 목소리 연기에 흥미를 느껴 성우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만 가수나 아이돌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서 성우를
적자생존의 세계
-
많은 성우들이 2000년대를 ‘한국 성우의 암흑기’라 부른다. 방송사들이 외화 더빙 대신 자막을 선호하기 시작했고, 스타 배우들이 애니메이션 더빙에 활발하게 참여하기 시작하며 성우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성우들은 더 다양한 분야로의 진출을 시도하며 미래를 모색하고 있고, 그 이야기는 들어가는 글에서 이미 소개했다. 이 지면에선 한국 성우들이 가장 찬란하게 빛났던 과거의 순간과 작품들을 시대별로 소개한다.
1950~60년대-라디오 드라마 전성시대
엄밀히 말해 한국에서 ‘성우’라는 직업의 시초는 ‘변사’였다. 무성영화 시대, 각 극장들은 변사들과 전속 계약을 맺었고, 극장 간판에 내걸린 변사의 이름이 관객의 영화 관람 여부를 결정할 정도였으니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무성영화 시대의 종말 이후 사라져버린 변사라는 직업과 달리 성우라는 전문 직업은 방송국 시대의 개막과 함께 본격적으로 그 존재감을 대중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라
멀더, 멀더! 왜 그래요 스컬리!
-
Q 성우가 되고 싶다면?
A 성우의 길에 왕도는 없습니다. 일단, 무조건, 각 방송사 성우 공채 모집에 지원하세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물론 성우를 뽑는 방송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채용도 매년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게 함정이긴 합니다. 진입장벽이 높다보니 재수, 삼수는 기본이고요. 하지만 ‘넘사벽’의 문턱만 넘으면 그야말로 대한민국 공식 ‘성우님’이 되시는 겁니다. 공채 시험을 보지 않고 활동하는 인디 성우도 있긴 합니다만 공식 성우 타이틀 없이 걷는 성우의 길이란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Q 한국에는 성우가 몇명 정도 있나요?
A 한국성우협회 신성호 부이사장의 말에 따르면 협회에 등록된 성우는 700여명인데요. 방송국 공채에 합격한 성우는 입사와 동시에 협회의 준회원이 되고 2년 전속 성우 생활이 끝나면 프리랜서 성우이자 협회의 정회원이 됩니다. 하지만 실제 성우로 밥벌이를 하는 수는 이보다 훨씬 적은 200~300명 정도로 예상됩니다. <토이 스토리>의 우
평범한 목소리로도 성우가 될 수 있을까
-
“‘셜록’도 곧 도착한대요.” 인터뷰 장소인 KBS 본관 로비에 마중나온 박영재 성우가 말한다. 온화한 표정이며 체격, 옷차림이 영락없이 ‘왓슨’이다. 머지않아 영국 신사처럼 코트 깃을 빳빳하게 세운 장민혁 성우가 “왔어요” 하며 조용히 합류한다. 함께 서 있는 두 사람을 보니 혹시 <셜록>의 한국판 더빙을 맡은 PD가 이들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캐스팅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조화롭다. “우리가 참 잘 맞는다. 개인적인 취향도 비슷하고, 이야기도 잘 통하고, 평소 일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수입도 공유한다.”(장민혁) 일부러 맞춰가야 하는 사이가 있고 처음부터 손발이 잘 맞는 사이가 있다면 <셜록>의 주연을 맡은 두 성우의 관계는 후자에 가까운 듯 보였다. 이들이 공유하는 비슷한 정서는 분명 셜록과 왓슨의 목소리 호흡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다.
지난 2010년 방영을 시작한 <셜록>은 당시 KBS 전속 성우에서 갓 프리랜서가 된 ‘신인’이었던
주연의 맛
-
-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작품과 함께하고 있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겨울왕국>에서 엘사 목소리를 더빙한 소연 성우는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겸손의 말을 먼저 꺼냈다. 1999년 KBS 공채 27기로 데뷔해 14년차를 맞이한 그녀도 이번 작품처럼 열광적인 반응은 접한 적이 없다. “연락이 뜸했던 친척들이나 지인들에게 연락이 와서 ‘잘 봤다’는 말을 들을 때 실감했다.” 안나 목소리로 데뷔 이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며 일부 팬들 사이에서 ‘갓지윤’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박지윤 성우 역시 감사의 말을 먼저 꺼냈다. “요즘은 인터뷰하느라 일을 못하고 있다. (웃음) 오빠와 남동생이 모두 영화계에 있는데 <씨네21> 인터뷰를 한다고 했더니 뜨긴 뜬 모양이라고 하더라.”
언론에 본격적으로 노출된 건 <겨울왕국>이 계기였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성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진작부터 알려진 인기 성우다. 이른바 광역계(목소리 연기 폭이 넓은 배우)로
뜨긴 떴나봐요
-
올겨울 극장가는 <겨울왕국>앓이 중이다. 개봉 27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은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1위는 물론 역대 외화 흥행에서도 <아바타>(1330만명), <아이언맨3>(900만명)에 이어 3위에 올랐다. 흥행뿐이 아니다. 가창력이 있다 싶은 여자가수들은 너도나도 <Let it go>를 따라 부르고 <겨울왕국> 셜록 버전이나 설날을 기념하여 만들어진 ‘떡국왕국’ 등 네티즌이 제작한 각종 패러디 영상이 연일 화제에 오른다. 영화관 밖에서도 꾸준히 진행되는 ‘겨울왕국’ 놀이가 새로운 관객을 끊임없이 불러모은 덕분인지 개봉 5주차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매율 1위, 주간 박스오피스에서도 2위를 기록하는 등 당분간 <겨울왕국> 열풍은 쉽게 식지 않을 기세다. 한편 TV에서는 또 하나의 앓이가 진행 중이다. <BBC>에서 제작한 <셜록> 시즌3가 그 주인공이다. 탐정 셜록
스타 성우를 기다리며
-
대개 영화를 ‘본다’고 표현하지만 사실 영화는 보고 ‘듣는’ 매체다. 눈에 보이지 않아 쉽게 잊곤 하지만 소리는 우리의 정서를 지배하는 강력한 수단이다. 최근 <겨울왕국>의 흥행을 계기로 새삼 목소리 연기를 펼친 성우들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커지고 있다. 꾸준히 우리 곁을 지켜왔지만 정작 알지 못했던 이들의 세계. 한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다는 성우들이 사는 법이 궁금해졌다. 우선 한국 성우들이 처한 현실을 통해 한국에서 성우로 살아가는 법에 대해 알아보고 성우에 대해 궁금했던 것 10가지를 물어봤다. <겨울왕국>으로 단번에 인기 성우 반열에 오른 박지윤, 소연 성우와 원작에 버금가는 팬들을 거느린 영국 드라마 <셜록>의 장민혁, 박영재 성우도 만났다. 성우왕국이라는 일본 성우 업계의 현황도 보탠다. 귀에 익숙하지만 눈으로 접하지 못했던 목소리 연기의 달인들, 소리로 감정을 전달하는 ‘성우들이 사는 세상’에 관한 짧은 가이드북이다.
어떤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
사설 정보지 혹은 증권가 찌라시. 줄여서 그냥 찌라시. 영화 <찌라시: 위험한 소문>(이하 <찌라시>)은 그 찌라시의 세계를 파헤친다. <찌라시>를 기획한 신범수 대표와 김광식 감독, 황성구 작가, 신창길 프로듀서는 그 세계에 ‘누가, 어떻게, 왜’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들이 경험한 찌라시의 세계는 어땠는지, 이들이 <찌라시>를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무엇이었는지 들었다.
“혹시 잠입취재를 해볼 생각은…?” <찌라시>에서 배우 매니저인 우곤(김강우)은 자신의 신분을 연예부 기자로 속이고 찌라시 정보회의에 참석한다. 시나리오엔 찌라시가 제작/유통되는 과정이 꽤나 리얼하게 묘사돼 있다. 혹여라도 용감무쌍한 감독(혹은 작가, 제작자)이 정보회의에 잠입하진 않았을까 궁금했다. 김광식 감독은 “그럴 순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예부 기자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 그게 곧 정보회의”라며 “영화기자들의 정보회의는 없나요?”라고 되물
허가받지 않은 진실의 대한민국
-
Philip Seymour Hoffman 1967.07.23~2014.02.02
<여인의 향기>(1992)
<남자가 사랑할 때>(1994)
<리노의 도박사>(1996)
<트위스터>(1996)
<부기 나이트>(1997)
<위대한 레보스키>(1998)
<해피니스>(1998)
<매그놀리아>(1999)
<플로리스>(1999)
<펀치 드렁크 러브>(2002)
<카포티>(2005)
<미션 임파서블3>(2006)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2007)
<시네도키, 뉴욕>(2008)
<다우트>(2008)
<마스터>(2012)
<마지막 4중주>(2012)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2013)
<모스트 원티드 맨>(2014)
“사람들은 날더러 통통하다고 그래요. 아니면 비대하다고. 다른 말
당신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
올해 상반기 개봉예정인 액션범죄영화가 있다. <표적>(제작 용필름, 감독 창감독,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이다. 어떤 살인사건에 휩쓸린 여훈(류승룡)이라는 남자와 납치된 아내를 구출하려는 태준(이진욱), 두 남자가 우연히 만나 36시간 동안 동행하는 이야기다. <씨네21>은 <표적>의 막바지 촬영이 진행된 지난해 12월30일과 지난 1월8일 두 차례 현장을 찾았다. 추운 날씨에도 현장은 스탭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그리고 현장을 찾기 전 이미 촬영을 완료한 김성령, 촬영현장에서 만나지 못했던 조여정, 조은지 등 세 여배우들의 인터뷰도 함께 덧붙인다.
“고난도의 촬영을 보러 오셨네.” 땅거미가 깔릴 무렵,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난든집 나다 스튜디오에 도착하자 <표적>의 제작사인 용필름 임승용 대표가 반갑게 맞아준다. 코까지 내려온 그의 다크서클과 퀭한 행색을 보니 강행군을 제대로 하고 있는 모양이다. 경찰서 세트가 마련된 이곳에서 스탭들은
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
한류를 논할 때 한국 문화의 우수성, 경제효과 등 좋은 점만을 부각시킨다. 그러나 한류의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반한류나 혐한류처럼 한류가 오히려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는 물론 해외에서 너무 인기가 있다 보니 반대급부로 나타난 현상이기도 하다. 항상 양지의 뒷면에는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음지에 숨겨져 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한류의 문화제국주의론이다. 문화제국주의란 부와 권력을 갖춘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와 상대적으로 힘이 약한 저발전국가 사이의 지배와 종속의 이론, 즉 제국주의이론이 문화에도 적용된다는 견해이다.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의 콘텐츠, 상품, 유행 등의 문화가 저발전국가로 유입되고 종속국가의 시장이 지배국가의 문화에 대한 수요와 소비를 불러와 지배국가의 문화에 예속되고 종속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론은 특히 미국의 할리우드 문화가 제3세계에 수출되어 그 나라 고유의 문화를 축출하고 할리우드 문화가 대신하는 것을 크게 우려한 데서 나온 것이다.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
초기 한류가 1990년대 후반 드라마를 통해 아시아 지역에서 형성되었다면, 최근에는 K-POP을 통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다양한 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다. 드라마는 비교적 유사한 문화환경으로 연결되는 아시아 지역에서, 음악은 비교적 문화 할인율이 낮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한 이용이 훨씬 용이하다는 점에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K-POP을 논할 때 유튜브 등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역할이 항상 같이 얘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싸이의 미국 시장 진출은 국민들에게 한국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갖게 할 뿐 아니라, 글로벌 문화로서의 가능성을 상징하는 대표적 사례로 인식되기에 이른다. 이를 계기로 한류는 국가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넘어 건축한류, 의료한류, 웨딩한류 등 다른 산업 영역과의 연계 움직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높은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산업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한국 대
초국적 문화수용의 텍스트가 필요하다
-
2030년이 되면 우리는 어떤 기계로 음악을 듣고 있을까? 아이폰30? 갤럭시Z2? 아니면 스마트폰을 능가하는 새로운 판도라의 상자라도 나올까?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미래란 ‘장담’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니까. 하지만 상상해보자. 우린 잠시 뒤의 미래에 어떻게 음악을 듣고 있을지. 일단 작게나마 확신할 수 있는 건 앞으로 음악계가 더욱더 모바일과 스트리밍 중심으로 흐를 거라는 점이다. MP3가 ‘음반’에서 ‘파일’로의 변혁을 이뤄냈다면 스마트폰은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의 변화를 주도했다. 이젠 다운받은 파일을 재생하는 속도나 LTE 모바일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로딩하는 속도나 별 차이가 없어졌다. 굳이 용량만 차지하게 다운로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아이튠즈에서 스포티파이로 대세가 이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멜론이 ‘무제한 스트리밍 정액제’를 보편화한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음악계는 어떻게 달라질까? 음악의 단가가 급격히 하락하므로 ‘저
당신도 월드스타가 될 수 있습니다
-
세계 속 한류에 대해 몇 가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알려져 있어도 그 중요성이 충분히 인식되지 않은 사실이 두 가지 있다. 첫째, 한류 현상이 시작된 동아시아와 그외 지역에서 한류 콘텐츠의 유통 플랫폼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에서의 한류가 텔레비전이라는 각국의 지배적 매체의 매개 과정을 통해 유통되었다면, 세계 속 한류 현상에서 제도권 미디어의 역할은 훨씬 덜 중요하다. 이것은 아직 공중파에서 한국 드라마가 한번도 방송되지 않은 헝가리 서쪽, 서유럽의 경우에서 가장 극단적 사례를 관찰할 수 있다(이 글에서는 한류의 핵심 콘텐츠인 드라마와 K-POP에만 초첨을 맞추어 논의하도록 한다). 둘째, 한류 현상의 핵심을 이루는 드라마와 K-POP은 유통경로와 유통방식, 문화간 커뮤니케이션의 차원에서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K-POP은 리듬앤드블루스, 랩, 일렉트로닉 댄스음악 등 미국과 유럽의 대중음악을 통해 전세계인의 귀에 익숙해진 문법으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유니버
인터넷과 팬문화가 만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