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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아사야스의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는 간명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감독의 속마음이 듣고 싶은 영화에 속한다. 그에게 줄리엣 비노쉬와의 관계에서부터, 이 영화에 등장한 인물과 삽입된 영화 클립, 그리고 캐릭터의 구상 등에 대해 물었고, 그는 지극히 개인적인 단상을 더해가며 시적인 답을 보내주었다.
-앙드레 테시네의 <랑데부>(1985)에서 당신은 시나리오작가로, 줄리엣 비노쉬는 주연배우로 함께 작업했다. 이후 근 20년 만에 당신의 영화 <여름의 조각들>에서 감독과 여배우로 다시 작업했다. 이런 경험이 이 영화를 떠올리게 된 계기가 됐다고 당신은 말한 적이 있다. 당신과 줄리엣 비노쉬 사이의 실제 인연이 어떻게 이 영화에 대한 생각을 부추겼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듣고 싶다.
=나와 줄리엣은 우리의 영화 인생 초반에 처음 만났다. 그게 바로 내가 앙드레 테시네와 함께 시골에서 온 배우 지망생 니나의 이야기를 담은 <랑데부>
인생의 공허를 들여다보며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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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에 아사야스의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를 향한 사랑은 오래됐다. ‘영화에 대한 영화’인 출세작 <이마 베프>(1996)가 발표될 때부터 아사야스는 파스빈더를 거명하곤 했다. 많은 영화인들이 <이마 베프>의 참고 작품으로 프랑수아 트뤼포의 <아메리카의 밤>(1973)을 말할 때, 아사야스는 오히려 파스빈더의 <성스러운 창녀에 주목하라>(1971)를 더 강조했다. 두 영화 모두 ‘영화에 대한 영화’를 말할 때면 자주 인용되는 작품들이다. 정치적으로 기 드보르의 상황주의에 영향을 받은 급진파였고, 영화적으로는 브레히트-고다르의 반미학의 계보 속에 있는 아사야스 입장에선 트뤼포보다는 파스빈더와의 친연성이 더 자연스러웠을 테다. <이마 베프>가 영화에 대한 영화인 점은 맞지만, 관습적인 영화문법을 공격하는 형식상의 특성이 더욱 남달랐는데, 아사야스는 바로 그 점을 강조하고 싶었을 거다.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이하 &l
구름의 낭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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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4일, 런던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은 클라리지스 호텔에서 <호빗: 다섯 군대 전투>(이하 <다섯 군대 전투>)의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J. R. R. 톨킨의 소설을 바탕으로 해 2001년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로 첫 영화화를 시작한 피터 잭슨 감독의 중간계 이야기가 13년 만에 종착역을 맞이한 까닭에 기자들의 공통된 호기심은 오랜 촬영의 마지막날이었고, 배우들은 각자의 시원섭섭함을 전했다. 이곳에서 빌보 역의 마틴 프리먼과 <반지의 제왕> 시리즈부터 피터 잭슨과 함께한 이안 매켈런, 올랜도 블룸을 만났다.
3편만 더 찍을까?
이안 매켈런
-긴 여행의 마지막 촬영날이 궁금하다.
=지난주에 목소리 녹음을 완료했다. 아직 영화가 완성된 것이 아니어서 다음주에 다시 촬영장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든다. 하지만 배우로서 나의 역할은 끝났고, 이 점은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시작이 있다면 반드시 끝도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당신들의 마지막 촬영날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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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빗: 다섯 군대 전투>(이하 <다섯 군대 전투>)는 온전히 전투 ‘장면’에 헌사된 영화다. 3부작을 한편의 영화로 본다면 흠잡을 데 없지만 <다섯 군대 전투>만으로는 서사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다섯 군대 전투>로 이 세계를 처음 접할지도 모를 독자들을 위해 중간계 6부작으로 마감된 이야기의 흔적을 정리해봤다. 이것은 연표만 정리해도 40페이지가 넘는 중간계의 긴 역사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신들의 시대에 해당하는 등불의 시대와 나무의 시대는 생략하고 ‘절대반지’의 탄생부터 <왕의 귀환>까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했다. 기본적으로 원작 소설의 연표를 기초로 하되 영화에 맞게 부분적으로 재구성했다. 중간계 6부작을 정리하는 시놉시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절대반지가 어떻게 태어나고, 우리를 유혹하고, 사라져갔는지 흐릿한 기억의 구멍을 메워보자.
제1기
등불의 시대, 나무의 시대로 불리는 신들의 시대. 요정
끝나지 않은 역사의 시작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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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톨킨은 용에 심취한 사람이었다. 최초의 영웅서사시라 불리는 북유럽 신화 <베오울프>에 빠져들었던 그에게 입에서 불을 뿜는 용은 하늘과 땅을 지배하는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는 1965년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 “용은 항상 신화적인 요소로 나를 매혹했다. 그들은 인간의 사악함과 야수성, 그리고 심술궂은 꾀와 명민함까지도 절묘하게 담아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 실로 겁나는 괴물이다.” 심지어 그는 7살 무렵부터 용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단적으로 피터 잭슨이 <호빗>을 영화화한다고 결정했을 때, 그것은 바꿔 말해 ‘용을 등장시킨다’는 얘기였다. 톨킨은 중간계에서 영웅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적이 용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렵고도 강력한 용의 본성을 지닌 용을 묘사했고 피터 잭슨의 생각 또한 마찬가지였다. <스마우그의 폐허>에서 빌보를 위협하는 거대한 용의 위압감, <다섯 군대 전투>에서 불을 내뿜으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용
톨킨이 사랑한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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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의 첫 장면은 친구 디골을 죽이고 반지를 빼앗는 스미골(골룸)의 탐욕이었다. 어쩌면 그 탐욕은 <반지의 제왕> 3부작과 <호빗> 3부작 모두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테마다. 또한 총 6부작을 간단히 정리하여 빌보와 프로도와 간달프가 이루는 삼각형이라고 한다면, 그들 모두와 긴밀하게 엮여 있는 캐릭터가 바로 골룸이다. 앞서 <반지의 제왕> 3부작에서 골룸은 갈등의 전개 양상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호빗> 1편에서부터 이미 골룸이 등장한다. 간달프가 사라지고 리벤델에 남겨진 소린과 빌보, 난쟁이 무리는 고블린 무리에게 포위당하는데, 이때 난쟁이 무리와 떨어져 동굴 아래로 굴러 떨어진 빌보는 지하 호수에서 고블린과 물고기를 잡아먹으며 연명하는 반지의 주인 골룸을 만나게 된다.
<반지의 제왕> 때와는 달리 보다 젊고 치열도 고른 골룸의 등장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자신을 지켜주며 강하게 해준
빌보에게 반지를 뺏기는 골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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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 <호빗> 시리즈 흥행 및 수상실적
<반지의 제왕: 반지원정대>
2001년 12월31일 개봉 / 165분 / 390만 관객
2002 아카데미 촬영상, 시각효과상, 분장상, 음악상 수상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
2002년 12월19일 개봉 / 177분 / 518만 관객
아카데미 특수효과상, 음향편집상 수상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
2003년 12월17일 개봉 / 199분 / 596만 관객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주제가상, 편집상, 작곡상, 미술상, 시각효과상, 의상상, 분장상, 음향믹싱상 수상
<호빗: 뜻밖의 여정>
2012년 12월13일 개봉 / 169분 / 280만 관객
아카데미 미술상, 시각효과상, 분장상 노미네이트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2013년 12월12일 개봉 / 161분 / 228만 관객
아카데미 시각효과상, 음향편집상 노미네이트
“땅속 어
작정하고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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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위대한 여정이 끝났다. 판타지 장르를 할리우드의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올린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통해 피터 잭슨은 이른바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새로운 역사를 열었다. 하지만 그의 야심은 그 3부작에 머물지 않았다. J. R. R. 톨킨의 원작 중 그보다 앞선 작품인 <호빗> 또한 3부작으로 시작해 이제야 비로소 매듭지은 것.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월드 프리미어 당시 가졌던 현지 인터뷰, 그리고 톨킨이 창조한 중간계의 방대한 연대기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피터 잭슨이 완성한 6편의 영화가 과연 무엇을 바꿨는지 되짚어본다. 당대 가장 뜨겁고 거대했던 시리즈와의 애틋한 작별인사다.
THE FINAL B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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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12월17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윤제균 감독의 신작 <국제시장>은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한다. 6•25 전쟁부터 서독 파견 광부, 베트남전쟁, 이산가족찾기를 거쳐 지금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관통해온 덕수(황정민)와 영자(김윤진) 부부와 그들 가족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다. 윤제균 감독, 이상직 프로듀서, 최영환 촬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 임승희 의상감독, 한태정 VFX 슈퍼바이저, 디지털아이디어 손승현 본부장, 신인배우 황인준이 없는 게 없는 <국제시장> 제작 스토리를 들려줬다. 마, 읽을 준비 됐나?!
6•25 전쟁 흥남 철수 신과 서독 파견 탄광 그리고 1950년부터 80년대까지 시대별 국제시장의 시각적 특수효과(VFX)를 작업한 업체가 모두 다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국제시장>에 매달린 한국 VFX 3개 업체가 그런 심정이었을 듯하다. 평소 경쟁 관계인 회사들이 어떤 연유로 <
마, 타임머신 탈 준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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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이하 <엑소더스>)은 리들리 스콧이 먼 길을 돌아온 모세 이야기다. 그의 장대한 필모그래피를 <글래디에이터>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면, 그가 가장 멀리 거슬러 올라간 시대극이기도 하다. 어쩌면 리들리 스콧은 ‘선택된 한 남자의 박해받는 영웅주의’라는 관점에서, 데뷔작 <결투자들>부터 줄곧 모세의 변주를 그려온 것인지도 모른다. 모세를 경유하여 거꾸로 읽는 리들리 스콧의 지난 시간들.
‘결투’라는 기이한 욕망
<결투자들>(1977)
1977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한 리들리 스콧의 데뷔작. 영국 출신 앨런 파커 감독의 데뷔작 <벅시 말론>(1976)에 넋이 나간 파라마운트 스튜디오는 제작자인 데이비드 퍼트넘에게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영국 신인감독을 추천해달라고 했고, 그는 영국 광고업계의 스타 중 하나인 리들리 스콧을 연결해줬다. 그즈음 극영화 데뷔를 꿈꾸고 있던 리들리 스콧의 나
내 안에 모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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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때 가장 빈번하게 다루어지는 내용은 무엇일까? 예수를 소재로 한 작품을 제외하고 그다음 순위를 차 지하는 것을 고르라면 단연 모세의 출애굽 관련 내용이 아닐까 싶다. 찰턴 헤스턴이 주인공 모세로 나왔던 <십계>(1956),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1998)가 대표적이고,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2014, 이하 <엑소더스>)은 구약성서 속 ‘출애굽기’를 뜻하는 영어 ‘Exodus’를 그대로 영화 제목으로 사용한 경우다. ‘애굽’이 한자어로 이집트를 뜻하는 말이니, ‘출애굽기’는 풀이하면 ‘이집트를 탈출한 이야기’라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왜, 할리우드는 주기적으로 반복하여 모세를 소환해 다시 무대로 올리는 것일까?
왜, 다시 모세인가?
‘엑소더스’라는 말에는 일종의 주술적 의미가 깃들어 있다. 서구인들의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던 그 무엇을 의식의 차원으로 호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것은 바로 자유
관점, 상상, 그리고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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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진 엄지손가락’이라는 뜻의 19세기 화가 장 레옹 제롬의 그림 <폴리세 베르소>(Pollice Verso). 15년 전 리들리 스콧은 드림웍스가 보내온 그 그림을 보고 <글래디에이터>에 사로잡혔다. 콜로세움에서 사선을 넘나드는 격렬한 시합을 벌인 후, 패배자를 죽이라고 외치는 군중을 올려다보고 있는 한 고독한 글래디에이터의 모습에서 그는 1980∼90년대 내내 할리우드에서 악전고투해온 그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글래디에이터>에서 승리의 기분에 도취되는 것도 잠시, 아찔한 360도 패닝이 이어진 후, 콜로세움을 가득 채운 군중을 향해 막시무스(러셀 크로)는 이렇게 외친다. “이래도 만족하지 못하나? 이걸 보러온 게 아닌가!”
리들리 스콧의 방대한 필모그래피를 거칠게 <글래디에이터>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면, 그는 그렇게 콜로세움으로 향하는 글래디에이터처럼 버텨왔고, 또한 명맥이 끊겼다고 생각되어온 할리우드 시대극을 찬란하게 부활시킨
리들리 스콧의 영웅들은 어떻게 진화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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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와 <프로메테우스> 사이, 그처럼 리들리 스콧에게 있어 시제의 한계란 없어 보인다. 이집트 파라오 람세스에 맞서 40만 노예를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는 모세의 여정과 이집트에 닥친 끔찍한 재앙을 그려낸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은 고유명사처럼 다가오는 ‘리들리 스콧 시대극’이 가장 멀리 거슬러 올라간 버전이다. 그는 왜 이제 다시 모세 이야기를 끄집어낸 것일까. 어쩌면 그가 줄곧 그려온 선택받은 남자의 이야기, 기어이 고향으로 돌아가고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모세와 출애굽은 반드시 다뤄야만 했던 이야기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을 통해 리들리 스콧의 지난 시간들을 꼼꼼히 돌아보고, 영화 속 실제와 상상 사이에서 드러나는 신학적 관점에 대해서도 면밀히 짚어본다. 왜 ‘엑소더스’여야만 했는가.
칼을 든 모세 그의 위대한 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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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이야기보다 무대가 더 궁금하다. 2015년 찾아올 새로운 우주들은 그 배경 설정만으로도 벌써부터 흥분을 자아낸다. 우선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5년 2월 예정)는 마크 밀러 원작의 촘촘한 설정을 어떻게 구현할지가 관건이다. <킥 애스> 시리즈,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부터 호흡을 맞춰온 조 하워드가 이번에도 함께한다. 사실적인 고증과 기발한 디자인을 동시에 선보였던 조 하워드가 이번엔 어떤 새로운 무기를 들고 나올지 기대된다. 폴 워커의 공백으로 잠시 멈췄던 <분노의 질주7>(4월 예정)은 시리즈 최고의 화력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자동차 액션만큼 각종 기발한 장비와 전세계를 무대로 한 로케이션이 또 하나의 볼거리다.
내년 여름의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쥬라기 월드>(6월 예정)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기획으로 물러나고 신인 콜린 트레보로를 과감히 감독으로 기용했다. 뉴올리언스에 지어진 세트장은
<어벤져스> 속 서울이 어떨지 기대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