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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VR이야말로 미래의 기술이 될 것”이라고 단언했던 이유는 바로 이 남자 팔머 러키 때문이다. 가상현실을 다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10대 소년이 그럼 ‘내가 한번 만들어보겠다’며 사업을 시작한 지 불과 2년 만에, 그리고 그의 나이 22살에 세상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지난 4월17일, 게임개발자포럼인 ‘유나이트서울2015’ 행사에 참가한 그를 만나 VR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오큘러스는 삼성과 손잡고 기어VR을 내놓기도 했지만 그와 별개로 업그레이드 모델인 크레센트 베이를 개발 중이다. 직접 시연해봤더니 기동성을 부여하면 방안에서만 즐기기엔 아까울 만큼 무궁무진한 콘텐츠 개발이 가능할 것 같다.
=중요한 지적이다. 크레센트 베이는 얼마든지 서서도 이용 가능하지만 사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게임을 앉아서 즐기기 때문에 그에 맞춰 개발 중이다. 원래 크레센트 베이는 게임 외에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도 고려했었다. 하
“후각과 촉각마저 자극하는 영상이 구현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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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VR, Virtual Reality)은 개념인가? 테크놀로지인가? ‘가상현실’이란 단어는 종종 단어의 뜻을 이야기할 때와 그 뜻을 표현하는 특정 기술을 지칭할 때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우선 가상현실의 뜻은 ‘실제와 유사한 인공적인 환경’ 즉, 상상 속의 혹은 가짜의 공간을 지칭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공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그래픽 혹은 촬영 기술이 존재할 것이다. 그 촬영 기술을 지칭할 때도 흔히 ‘가상현실’ 기법이라고 지칭한다. 마지막으로 특수촬영 기술로 찍어낸 영상 혹은 만들어낸 그래픽을 입체적으로 보이게끔 하는 영사 기술이 존재할 것이다. 즉, 평면이 아닌 360도 모든 방향을 한꺼번에 촬영할 수 있는 특수촬영 기법으로 찍은 360도 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지칭할 때 역시 ‘가상현실’이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기술로 구현한 영상물이 게임과 영화에 상용될 날이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VR 기술은 어디까지 진화했나.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경험하게 될
미래를 보는 눈, V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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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혜수가 맞는 서른 번째 봄이다. 결코 다작이랄 수 없고 이따금 떨리는 걸음이었지만, 포개어 고운 주름을 잡기 넉넉한 시간이 흘렀고 성패를 넘어 김혜수는 한번도 트릿한 적 없는 배우였다. 곧이곧대로 열심이었고 그래서 매번 선연했다. 이제 수십을 헤아리는, 은막과 TV 스크린에서 살다간 김혜수의 그녀들은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든다. 밀회를 위해 교외로 명랑하게 차를 모는 <바람 피기 좋은 날>의 이슬은, 두근두근 밤길 자전거 페달을 밟던 <첫사랑>의 영신에게 응원을 보낸다. <얼굴 없는 미녀>와 <타짜>의 두 여자는 좁은 골목을 또각또각 지나다 어깨를 스치고 흘긋 돌아본다. “한국 아저씨들은 일정 나이 지나면 충고 자격증이라도 받나?”라고 버럭했던 <이층의 악당>의 우울한 연주는, “지금 나 가르쳐?”라고 사내를 일축하는 <차이나타운>의 마우희에게 화들짝 겁먹으면서도 슬며시 끄덕인다. 기억을 잃고 행방불명된 신도시 주
열망과 두려움 사이에서,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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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TV로 직행한 <블랙코드>는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사이버 범죄에 맞서는 미국과 중국 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미국 시카고와 로스앤젤레스, 홍콩, 자카르타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와 탕웨이, 그리고 마이클 만 감독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처참한 흥행 실패를 겪었다. 마이클 만은 극영화 데뷔작 <비정의 거리>부터 <히트> <콜래트럴> <마이애미 바이스> <퍼블릭 에너미> 등 반드시 특정 업계의 전문가인 남성들만을 주인공으로 그렸다. 그리고 <비정의 거리>부터 그들은 ‘론 울프’(외로운 늑대)로 남기로 결심했고 서서히 사랑이란 관념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블랙코드>에 이르러서는 가상이 현실을 위협하는 세계에서 여자의 도움 없이 도망칠 수 없게 되었다. 마이클 만의 이상한 실패에 대해 한국영화아카데미 연출전공 25기이자 <간증>(2010)을 연출한 박수민
여자와 함께 도망칠 수 있게 된 론 울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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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
1987년생.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재학 중. <얼어붙은 땅>(2010), <복무태만>(2012), <원나잇 온리>(2014), <서울연애>(2014), <거인>(2014)
우문기 감독
1983년생. 홍익대학교 영상영화전공 졸업,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전문사 과정. <냉탕과 열탕 사이>(2008), <이공계소년>(2010), <서울유람>(2012), <몽구스피킹>(2012), <족구왕>(2013)
이병헌 감독
1980년생. 가천대 국제통상학과 졸업. <냄새는 난다>(2009), <힘내세요, 병헌씨>(2012), <스물>(2014)
홍석재 감독
1983년생. 중앙대학교 영화학과 졸업, 한국영화아카데미 28기. <필름>(2010), <Keep Quiet>(2011), <과월 사랑세 납부고지
제작사 기획에 감독을 맞춰넣는 현재 방식이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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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저편>(2012)
21세기 말, 인류는 종말을 맞이하고 살아남은 소수의 인간은 모든 체계가 무너진 지구 안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해나간다. “마지막 종말의 순간, 예술은 어떤 의미일까? 또한 이전의 모든 가치가 사라지고 난 후 새로운 예술은 과연 어떤 형태이고 무슨 의미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두개의 스크린에 각각 종말의 순간을 맞이하는 과거의 예술가(이정재)와 그의 작업실에서 과거의 예술의 흔적을 발견하는 신인류(임수정)의 모습을 담는다. 두개의 스크린이 시공간을 뛰어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 인상적인 작품. 이 영화 속 임수정의 모습은 <축지법과 비행술>에서 그녀가 분한 신인류의 모습과도 겹치는 지점이 있다.
<순수존재>(2012)
<세상의 저편>의 속편. 변방의 아카이브로부터 과거의 예술과 조우했던 여인이 돌아온 이후, 신인류가 세운 새로운 도시 템퍼스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더 이상 템퍼스의
이정재, 임수정, 고수, 한효주, 소지섭의 새로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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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스페셜 포커스 섹션에서는 왕빙의 다양한 작품들을 독특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준비되어 있다. ‘왕빙: 관찰의 예술’이라는 부제하에 진행될 이번 프로그램은 왕빙의 최근작 다큐멘터리 세편과 각각의 촬영현장에서 왕빙 자신이 찍은 40점의 사진들이 함께 상영, 전시된다. 왕빙의 사진 작품들은 이미 지난해 프랑스 파리의 퐁피두센터와 파리-베이징 갤러리(Galerie Paris-Beijing), 스페인 등지에서 몇 차례 소개된 바 있으며, 이번 전시에서는 실험영상작가 전하영이 큐레이터로 참여했다.
세편의 다큐멘터리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중국의 시골 마을,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며 석공으로 일하는 아버지 카이의 일상을 담은 이 작품은 이제껏 왕빙이 주목해왔던 ‘관찰의 시선’을 좀더 극단까지 밀고 나간다. 카메라는 침대 한개가 겨우 들어갈 좁은 방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올 아버지를 기다리는 두 아이의 지루한 일상을 지켜본다.
시간을 포착하는 두 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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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스페셜 포커스’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몰락한 신화: 그리스 뉴웨이브의 혁신’은 2000년대 후반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그리스영화의 실상을 소개한다. 통념적으로 그리스영화에 일어난 변화의 출발점은 2009년으로 공인되어 있다. 2009년 국내에 개봉하여 반향을 일으켰던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두 번째 영화 <송곳니>가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2009년 제6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란티모스의 <알프스>가 각본상을 받은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비평가들과 시네필들은 이제 그리스영화를 우리 시대의 아방가르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한 나라의 영화를 하나의 개념으로 매핑하는 것은 복잡하고 때로는 무익한 작업일 수 있다. 2011년 스티브 로즈가 <가디언>에 그리스영화에 대한 글 ‘<아텐버그> <송곳니> 그리고 그리스영화의 기이한 뉴웨이브’라는 글을 기고했을 때, 요르고스 란티모
우리 시대의 아방가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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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는 그간 미완의 대기들이 창조적 역량을 발산할 수 있는 등용문 역할을 해왔다. 현실의 표현 제약에서 벗어나 순수한 충동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거침없이 표현하는 것. 전주영화제가 기대하는 유형의 도전은 올해도 젊은 감독들의 영화에서 발견된다. 이들의 작품은 영화예술의 새로운 미학을 탐구하려는 소명을 가진 전주영화제의 성격과 호응하는 지점에 서 있다.
‘국제경쟁’에 포함된 작품들에 먼저 눈길이 간다. 빙햄 브라이언트와 카일 몰잔의 <포 더 플라즈마>는 슈퍼 16mm 포맷의 초저예산으로 제작된 유목민적인 영화이다. 인터넷 모금을 통해 제작비를 변통한 이 영화는 영화비평지 <필름 코멘트>가 선정한 2014년 베스트영화 목록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화는 외딴 숲에서 산불 감시원으로 만난 두 친구의 괴이한 동거담이다. SF와 재난영화, 호러의 기운을 비관습적으로 사용한 이 영화는 컴퓨터 모니터 이미지, 최면적인 음악을 사용하여 괴상
거장 예감, 신성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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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삼인삼색 2014’에서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 2015’로 프로젝트 이름을 바꾼 올해, 전주가 호명한 이름은 벤자민 나이스타트, 김희정, 이현정이다. 실험적인 데뷔작 <공포의 역사>로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벤자민 나이스타트 감독은 1년 만에 신작 <엘 모비미엔토>를 들고 다시 전주를 찾는다. <열세살, 수아>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을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들려준 김희정 감독은 알코올중독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설행_눈길을 걷다>를 선보이고, 다큐멘터리 <원시림> <용문>으로 생경한 소재를 시각화해온 이현정 감독은 첫 번째 극영화 <삼례>를 공개한다. 영화적 순간들로 가득 찬 삼인삼색 영화들을 소개한다.
<엘 모비미엔토> El Movimiento
벤자민 나이스타트 / 한국, 아르헨티나 / 2015년 / 7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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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적 순간에서 혁신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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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ju in Spring.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슬로건이다. 도약하는 전주, 봄날의 전주를 뜻하는 슬로건처럼,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도약을 위한 크고 작은 변화를 꾀했다. 프로그램 외적으로 눈에 띄는 것은 두 가지다. 메인 상영관이 CGV전주효자로 바뀌었고, 전주종합경기장에서 대규모 야외상영이 이뤄진다. 47개국에서 온 200편의 영화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영화제 개막에 앞서 <씨네21> 기자들은 안구건조증에 시달려가며 개막작 <소년 파르티잔>을 포함한 22편의 추천작을 선별했다.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 2015’에서 소개되는 세편의 영화 <엘 모비미엔토> <설행_눈길을 걷다> <삼례>도 미리 보았다. 장병원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앞으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신성들과 그리스 뉴웨이브 특별전 상영작들에 관한 글을 보내주었고, 왕빙의 영화 세계를 흠모해온 우혜경 평론가는 스페셜 포커스 섹션에서 상영되는 왕빙의 다큐
봄처럼 다가온 영화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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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호
1969년생. 동의대 미대와 영국 첼시 미술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화폐의 그림을 소재로 자본주의 사회와 이데올로기 등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는 (bank note) 시리즈로 이름을 알렸다. 영상, 조각, 회화 등 늘 다양한 매체가 어우러진 작업을 선보인다는 점이 특징.
문경원
1969년생. 이화여대 서양화과, 미국 칼아츠 대학원을 졸업했다. 미디어 아티스트이면서도 “가장 일차적인 ‘그리기’”인 드로잉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때문에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진보된 테크놀로지를 두루 활용한 작업에 능하다고 평가받는다. 인간과 풍경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프로젝트가 대표작.
‘미술계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국제현대미술전시회 베니스 비엔날레가 오는 5월9일 개막한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카셀 도쿠멘타, 휘트니 비엔날레와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행사로 손꼽힌다. 베니스 비엔날레만의 차별화되는 특징은 유일하게 ‘국가관 전시’가 열린다는 것인데, 올해로 개관 20주
영화와 미술의 경계를 가로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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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이 창간 2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영화계의 현재를 진단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류승완, 강형철, 윤종빈, 박정범 감독은 내놓는 작품마다 가장 뜨겁게 이슈를 생산해내는,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감독들이다. 말하자면 현재 저마다의 자리에서 가장 ‘파이팅 넘치는’ 감독들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독립영화의 대중적 호응을 입증한 후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2) 등을 선보이며 장르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류승완 감독, 데뷔작 <과속스캔들>(2008)의 성공과 두 번째 영화 <써니>(2011)에 이어 지난해 <타짜-신의 손>(2014)에 이르기까지 흥행하며 대중과 가장 가까운 자장 안에서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강형철 감독,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주목받은 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와 <
한국영화를 위협하는 영화가 나와야 발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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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 창간 20주년, 대망의 1000호를 맞아 배우 송강호 별책부록을 마련했다. 송강호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출연한 것이 바로 1995년 가을, 그 또한 연기 인생 20년을 맞이한 셈이다. 이후 그가 수많은 영화를 거쳐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무어라 설명을 더 할 필요가 없다. 한국영화와 <씨네21>의 지난 20년을 말할 때, 과연 송강호를 빼고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농담 섞어 1000호에 등장한 그를 <씨네21>의 아바타로 생각해주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그를 기념하기 위해 그와 두편 이상 함께한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한재림 감독이 인터뷰어로 나서주었다. 특히 현재 차기작 준비를 위해 미국 체류 중인 봉준호 감독은 콜로라도 덴버에서 스카이프 화상통화로 참여하여 꽤 글로벌한 좌담이 이뤄졌다. 이들과 함께한 송강호의 영화들만 모아도 한국영화의 20년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렇게 진한 우정의 역사
우리가 잘 아는 사람 같은 동시에 그 모든 패턴을 비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