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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DP 촬영 시스템은 결국 촬영팀과 조명팀, 그립팀이 현장에서 어떻게 상호 업무 분담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촬영장을 DP 촬영 시스템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DP 촬영 시스템 내에서 파트별 주요 인력이 하는 일을 정리해봤다.
촬영팀
디피 / DP, Director of Photography
‘촬영감독’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다른 영어 표현인 ‘시네마토그래퍼’보다는 다소 축소된 역할을 지칭한다고 여기는 영화인들도 있다. 어쨌든 할리우드에서 주로 쓰는 단어이며 촬영과 조명, 그립 등 현장에서 화면에 잡히는 모든 것을 관할하는 인물.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카메라를 잡지 않고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 전체를 보며 지시를 내린다.
오퍼레이터 / Camera Operator
‘카메라맨’이라고도 부른다. 꼭 영화뿐만 아니라 영상 전반에 걸친 기술자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즉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을 잡아주는
영상을 만드는 장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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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이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촬영감독이 조명까지 관장하는 시스템이라는 뜻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DP 시스템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다. 때로는 경험 많은 조명감독과 함께 일하는 편이 화면의 퀄리티를 수월하게 높일 수 있다. 영화의 규모와 촬영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DP 시스템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DP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9개 Q&A로 살펴봤다.
Q1 DP와 시네마토그래퍼의 차이는 뭔가.
넓은 범위에서 둘 다 ‘촬영감독’이다. DP가 촬영과 조명 모두 책임지는 역할에 방점을 찍는 단어라면 시네마토그래퍼는 아티스트로서 촬영감독을 의미하는 말이다. 단순히 카메라를 움직이는 오퍼레이터가 아니라 감독이 원하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촬영감독에게 DP라고 불렀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DP 시스템은 촬영감독이 촬영
카메라, 조명 모두 컨트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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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많은 촬영감독이 촬영뿐만 아니라 조명까지 관장하고 있다. 조명을 담당하는 개퍼(Gaffer)가 촬영팀에 소속되어 있는 DP 시스템과 달리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이 동등한 위치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현장도 여전히 많다. 영화의 규모나 촬영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DP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충무로의 DP 시스템이 할리우드 DP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9가지 Q&A를 통해 충무로에서 DP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아보자. DP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독자를 위해 DP 시스템의 촬영팀, 조명팀, 그립팀의 역할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충무로를 대표하는 홍경표 촬영감독과 김우형 촬영감독이 만나 한국의 DP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대화를 나눴다.
ALL ABOUT THE DP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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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은 프랜차이즈와 소설의 영화화가 많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시각화했기 때문에 제작기간이 5년이나 걸렸다. 5년을 한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인내와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작사라는 행운을 가진 피트 닥터 감독과 <인사이드 아웃>에 대해 이야기했다. 20분간 이어진 인터뷰를 간추려 전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당신이 딸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하던데.
=<인사이드 아웃>을 시작할 때 엘리는 11살이었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용해지고 거리감이 생겼다. 아이의 머리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조금 슬프기도 했다. 나는 아이와 마주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자연스럽고 필요하며 아름다운 과정이지만, 힘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인사이드 아웃>
“이야기할 만한 조각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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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의 위대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영화, 명가의 부활, 경이로운 창의력 등등. 찬사 일색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부터 호평이 쏟아지며 궁금증을 자아냈던 <인사이드 아웃>은 그간의 격찬이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별다른 설명을 할 것도 없다. 보기 드문 창의력과 마법 같은 이야기로 무장한 영화다.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고 한 조각 울림을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만 ‘재밌고 감동적인’이란 행간 사이에서 무언가를 더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디즈니와 합친 뒤에도 여전히 픽사스러운 색깔을 잃지 않고 있는 피트 닥터 감독을 중심으로 <인사이드 아웃>의 눈부신 성공비결을 살펴봤다. 픽사가 다시 돌아왔다.
고백하건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를 배웠다. 초기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낀 건 고전 속 명장면들이었지만 그 움직임에 처음으로 매혹된 건 <업>(2009) 초반 2분짜리 무성 몽타주 시퀀스를 통해서였다. <업
그렇게 어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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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와 함께 무대에서 연기를 하거나 연희단거리패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동료 배우들이 그녀가 왜 뛰어난 배우인지 전해왔다. 그녀가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 보다 많은 관객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송강호 “연극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를 함께하면서 청춘을 불살랐다. 그 친구를 보면 참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김윤석을 아주 잡아먹으려고 했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파스카>는 그 친구가 영화를 정말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닐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배우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던 친구니까. 그런데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영화에서도 활동한다면 대단한 여배우의 발견이 될 것이다. 영화팬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쪽으로 오기만 한다면 우리야 반갑지. (웃음)”
김윤석 “소녀부터 팜므파탈까지 모든 모습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왜 이제야 영화판이 그녀의 이름을 호명하는지… 좀 늦은 감이 있다. 영화가 그녀의 매력을 더 많이
“에너지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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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혜경궁 홍씨>(2015)
<야간비행>(2014)
<파스카>(2013)
<춘정>(단편, 2013)
<굿바이 보이>(2010)
<오구>(2003)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1999)
연극
<혜경궁 홍씨>(2013)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2013)
<고곤의 선물>(2012)
<맥베스>(2011)
<햄릿>(2010)
<갈매기>(2010)
<베니스의 상인>(2009)
<길>(2008)
<원전유서>(2008)
<아름다운 남자>(2006)
<오월의 신부>(2005)
<리어왕>(2004)
<하녀들>(2002)
“인간 내면의 감추어진 욕망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연기가 국내 최고다.”(이윤택) “이제껏 만나본 여배우 중에서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배우.”(송강호) “어렸을
연기의 끝까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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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7월2일 개봉했다. 다섯 번째 터미네이터 영화인 이 작품은 파라마운트가 제작하는 새로운 트릴로지의 첫편이 될 거라고도 알려졌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영화 <토르: 다크 월드>의 앨런 테일러가 창조해낸 T월드는 과연 제임스 카메론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누렸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시리즈의 리부트를 꿈꾸는 이 작품의 야심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터미네이터 세계의 복잡한 시공간을 한데 펼쳐놓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다층적인 타임라인은 그 야심의 증거가 되어준다. 한 작품에서 함께 존재할 수 없다고 믿어왔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요 인물들,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 존 코너는 어떻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같은 시공간에 놓이게 되었나. 이어지는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어줄 거다. 더불어 시리즈의 타임라인을 연대기순으로 정리한 글은 극장에 가기 전에 미리 읽
기계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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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가 표절인지 정확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걸면 걸린다. 한국영화 표절 논란은 한쪽의 일방적 주장만 있을 뿐 결론이 없다. 2000년 이후 한국영화에서 표절이 거론된 대표적인 사례들을 몇 가지 유형별로 정리해봤다. 여기 언급되는 영화들에 표절작이라는 낙인을 찍기 위한 자리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의 정리이며 이후 표절 여부를 가리기 위한 준비 과정이다. 아직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데 묶어 비난과 오해를 남기는 일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한국영화 표절 논란이 남긴 피폐한 흔적을 전한다.
액션 시퀀스
<최종병기 활>(2011)과 <아포칼립토>(2006)
멜 깁슨의 <아포칼립토>는 부족민들을 학살한 적들에 맞서 가족을 지키려는 마야의 젊은 전사 ‘재규어의 발’을 주인공으로 한다. 재규어의 발과 적들의 정글 추격 신은 이 영화의 백미. 김한민 감독의 <최종병기 활>이 <아포칼립토>와
어디서 많이 본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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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hommage), 사전적으로는 존경, 경배, 헌사의 의미이지만, 내게 그것은 자신의 영화적 상상력의 기원에 대한 ‘고백’의 의미다. ‘표절’이 자신의 탄생 비화를 꽁꽁 숨기려 한다면, 오마주는 자신의 영화 세계가 맞닿은 뿌리가 무엇인지 고백한다. 오마주는 지금의 자신을 존재할 수 있게 한 과거의 영화, 감독, 배우, 장르를 끊임없이 ‘지금 이 자리’로 불러낸다. 그렇기에 오마주는 주술을 부려 죽음과 망각으로 이끄는 시간과 대결하고, 끝내 사(私)적이면서도 사(史)적인 영화 박물관을 짓는다. 기억을 공유하는 사적 박물관. 그러니까 ‘잇기’와 ‘짓기’로서의 오마주.
오마주의 모든 것, 히치콕과 드 팔마
오마주를 이야기할 때, 앨프리드 히치콕이라는 이름이 조건반사처럼 튀어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를 넘어서는 오마주의 대상이 나타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영화사의 거장들, 그러니까 누벨바그 감독들부터, 구스 반 산트, 마틴 스코시즈, 니콜라스 뢰그 같은 감
나의 영화에 대한 고백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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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시마 유키오가 살아 있어서 신경숙 작가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건다면? 미시마 유키오의 승소를 확신하는 법조인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법무법인 강호의 박찬훈 변호사는 말했다. “표절이다. 그런데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는 말이 법원에선 종종 성립된다는 것이다. 현행 법은 창작자의 권리만큼이나 창작자의 자유를 최대한 보호하고 있다. 문제는 보호받아야 할 두 가치가 충돌했을 때다. 국내 판례를 보면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한 경우는 드물다. 모방의 정도, 모방의 악의성이 짙지 않다면 법을 피해 타인의 저작물을 표절할 수 있는 방법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아래 3건의 판례를 통해 ‘표절’과 ‘저작권 침해’ 사이의 간극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판례1_영화 <왕의 남자>와 희곡 <키스> 사건
개요_희곡 <키스>의 윤영선 작가가, <왕의 남자>(2005)가 <키스>의 제1막 대사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나 여기
소송, 이기기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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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작들의 귀환이 이어지고 있다. 23년 만에 돌아온 <쥬라기 월드>는 2015년 상반기 최고의 흥행을 거뒀고 조지 밀러 감독이 10년 넘게 매달린 프로젝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는 평단의 찬사가 쏟아졌다.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2009)으로 사실상 시리즈의 사형선고를 받았던 ‘터미네이터’마저 “I’ll be back”을 또다시 읊조리며 스크린 위에 섰다. 그 시절 두근거림을 떠올리면 내심 반갑지만 한편으론 선뜻 환영하긴 어렵다. 흥행작들의 속편이나 프랜차이즈에 치우친 기획은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의 이야기 기근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영화의 산업적 측면을 고려할 때 오리지널 스토리보다 프랜차이즈와 시리즈에 매달리는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스튜디오들은 학습된 관객이 일정 정도의 흥행을 보장해준다는 통계상의 믿음을 바탕으로 곳간이 바닥을 보일 때마다 속편들을 쏟아냈다. 이러한 속편의 연쇄가 소위 장르, 시리
의혹들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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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 작가의 표절은 우리 사회 전반에 파문을 남기고 있다. 침묵의 카르텔을 깨고 자성의 목소리를 촉구하는 건 문단만이 아니다. 창작 전반에 걸쳐 자기반성과 시스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영화계 역시 오랜 시간 표절 관련한 문제 자체를 덮어두고 지나왔다. 매해 거르지 않고 의혹이 불거져도 잠시만 침묵하면 뒤이어 밀려오는 파도에 묻혀 어느덧 잊혀져가는 관행은 좀처럼 깨지지 않는다. 표절 자체보다 두려운 건 점차 무뎌져가는 수치심과 좌절된 도덕이다. 지금이야말로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이 필요한 시점이라 믿으며 아직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이 남아 있을 때, 한국영화계가 묻어온 표절 논란을 다시 살펴보려 한다. 우선 마녀재판식의 감정적 과열을 경계한 채 영화에서 표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를 살펴봤다. 이어 안시환 평론가가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조적 모방의 사례를 살폈다. 2000년 이후 한국영화계에 어떤 표절 논란이 있었는지도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판례를 통해 표
양심이라는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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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가 훤히 비치는 투명한 유리의 회의실. 중년의 부장이 남직원과 대화중이다. 남직원은 계약 기간이 2달 남은 비정규직 인턴 사원이다. 이것은 곧 그가 취업준비생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부장은 남직원에게 사표를 제출한 직원을 대신해 정규직으로 일해 달라는 제안을 한다. 하지만 남직원은 거절한다. 부장은 다시 한 번 그에게 고민할 시간 10분을 준다. 남직원은 망설이며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 한다. 이승용 감독의 영화 <10분>은 주인공 호찬(백종환)의 결정을 보여주지 않은 채 끝난다.
<10분>과 함께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작품은 TV드라마 <미생>이다. <미생>과 <10분>의 주인공은 둘 다 비정규직이며 결말에서 두 작품의 주인공은 모두 정규직 전환의 기로에 서게 된다. 하지만 <미생>과 <10분>은 같은 질문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답변에 도달한다. <미생>의 장그래(임시완)는 정규직 전환에 실
제20회 <씨네21> 영화평론상: 호찬과 장그래가 속한 세계의 차이(작품비평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