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요즘 만나는 영화인들마다 시사 소감을 묻는 두편의 영화가 있다. 올해 추석 극장가의 화제작인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그 작품들이다. 9월7일 극장가에서 동시에 관객을 마주하게 될 이들 영화는 충무로에서 확고한 자기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김지운, 강우석 감독의 꽤 오랜만의 한국 장편상업영화 복귀작이라는 점, 한때 차기작으로 염두에 두었던 다른 영화들을 각기 우회해 당도한 정착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동안 대중의 시선과 잠시 거리를 두고 새로운 도전을 꾀했던 두 감독의 변화는 그들의 영화 곳곳에 담겨 있으리라 믿는다. 이미 언론 시사회를 마친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밀정>의 면모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두 영화의 리뷰, 스탭들의 제작기와 강우석, 김지운 감독과의 만남을 지금부터 전한다.
[스페셜]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밀정>이 맞붙는 추석 연휴를 위한 가이드
-
2005년, 한국을 방문해 존 포드 특별 강연을 했던 일본의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에게 “현재 당신이 가장 주목하는 일본 감독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구로사와 기요시와 아오야마 신지라고 응답한 바 있다. 놀랍지 않은 답변이었다. 당시 그들은 일본의 젊은 작가주의의 한축이었고, 세계적인 시네아스트 반열에 오른 이름들이었다. 둘 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그 유명한 ‘영화표현론’ 수업을 통해 영화세계에 입문하였으며, 일본 ‘자주영화’의 장 안에서 이른바 ‘속도주자’라고 분류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자신들의 필모그래피를 축적해가는 감독들이었다. 그러나 이후 그들을 둘러싼 상황들은 달라지고 있었다. 1년에 무려 세편의 영화까지 연출했던 이들의 필모그래피는 매우 더뎌졌다. 구로사와 기요시가 2008년에 연출한 <도쿄 소나타>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았지만, 이후 극장용 영화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2013)을 선보이기까지 무려 5년이나
[스페셜] 재앙의 예언자 / 기록자 -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홈드라마는 언제나 평균 이상의 감동을 준다. 이 장르에서 그가 만든 최고작 <걸어도 걸어도>(2008)의 성취에 못 미친다 해도 상관없다. 좀 이상한 얘기지만 <태풍이 지나가고>는 두 가지 점에서 슬픈 여운을 남기는데, 첫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홈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죽음과 이별을 포함하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단호한 체념 같은 것이 배어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에선 가장 친절하게 관객에게 설명하려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고레에다의 화법은 이미 충분히 친절한데도 그는 점점 관객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이는 더 많은 관객을 원하는 게 아니라 더 관객이 줄어드는걸 원하지 않는 연출의 방어심리인 것 같아 슬프다. 묘하게도 이는 영화 속 기키 기린이 연기하는 할머니 요시코가 아들과 딸, 며느리에게 줄곧 중언부언하며 잔소리를 하는 상황과 겹쳐 다가온다. 상황을 돌이킬 수
[스페셜] 단념의 정조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가 영화적 호흡을 쌓아가는 법
-
일본을 대표하는 두 감독의 영화가 나란히 개봉했다. 1962년생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7월27일 개봉)와 1955년생 구로사와 기요시의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8월18일 개봉)으로, 두 작품은 그들 필모그래피의 연장선에서 무척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또한 지금 일본영화계의 현재와 그로부터의 변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김영진, 정지연 평론가 모두 두 작품을 얘기하면서 각각 그들의 최고작이라 여기는 <걸어도 걸어도>(2008)와 <큐어>(1997)를 떠올린 것도 무척 의미심장하다. 그러면서 두 영화가 그들의 보다 단호해진 시선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김영진 평론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홈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죽음과 이별을 포함하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단호한 체념 같은 것이 배어 있어 슬픈 여운을 남긴다”고 했고, 정지연 평론가는 “일본 사회를 인식했던 구로사와 기요시의 시선이 20여년 전보다 더
[스페셜] 멈추지 않고 창작하는 두 일본 감독의 현재
-
-
이요섭 감독의 <범죄의 여왕>은 <1999, 면회>(2013), <족구왕>(2014)에 이은 광화문시네마의 세 번째 영화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영상원 전문사 13기 동기들이 만든 광화문시네마는 <굿바이 싱글>(2016), <1999, 면회>의 김태곤 감독, <돌연변이>(2015)의 권오광 감독, <족구왕>의 우문기 감독, <범죄의 여왕>의 이요섭 감독, <소공녀>를 준비 중인 전고운 감독 그리고 김보희•김지훈 프로듀서가 꾸려가고 있다. 광화문시네마의 존재를 확실히 알린 작품은 <족구왕>이었다. 2014년 여름,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무>와 맞붙었던(!) <족구왕>은 4만6천여 관객을 불러모으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족구왕>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요섭 감독의 &
[스페셜] “우리의 헤드라이트는 계속 켜져 있다” - <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과 <족구왕> 우문기 감독의 대화
-
2016년 한국영화는 부재중이다. 극장에 걸어놓기만 해도 관객이 드는 요즘인데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사회를 투사하는 거울이라면 현재 한국영화라는 거울이 열을 올려 비추는 건 무언가의 빈자리, 혹은 그저 비어 있다는 상태다. 때론 그 빈자리에 맹목적인 욕망이 들어차기도 한다. 어느 쪽이건 현재 극장가를 점령하고 있는 영화들 사이에서는 무언가 비어 있다는 의심, 다시 말해 부재중인 상태만이 분명하게 감지된다.
시스템의 부재라는 만능키
한국영화가 시스템의 부재를 묘사하는 데 매달린 건 오래된 일이다. 신뢰할 만한 정의와 온당한 과정이 사라진 환경은 서사적으로 접근해도 갈등을 부각시키는 효과적인 장치다. 인물은 부조리한 상황에 내던져지고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갈등한다. 심지어 매일 영화 바깥에서 그 부재를 느끼며 하루하루 자력갱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불안의 시대를 거치고 있는 우리는 영화를 적극적으로 독해해나갈 준비가 되어있다. 세월호 사건 이후 많은 영
[스페셜] 게으르거나 뻔뻔하거나 - 2016년 여름 영화시장의 풍경… 한국 사회와 한국영화가 동시에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
올해 개봉한 영화를 엮어보자. 고종의 자녀들이 일본으로 (강제로) 건너가 고초를 겪고 있을 때(<덕혜옹주>), 일반 여성들은 위안부로 끌려가 끔찍한 수난을 당하고(<귀향>), 항일운동에 가담한 시인은 일본 생체실험의 희생자가 된다(<동주>). 해방이 되었으나 한국전쟁이 발발해 전대미문의 참상을 겪는다(<인천상륙작전>). 그들의 수난과 희생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는 ‘대중은 개, 돼지’라고 말하는 신문사 논설 주간과 대통령 후보와 재벌 회장이 이해관계로 똘똘 뭉쳐서 온갖 비리를 자행한다(<내부자들>). 또는 좀비가 창궐해 국민들이 수없이 죽어나가거나(<부산행> <서울역>), 평범한 가장이 부실공사로 무너진 터널에 갇혀 사투를 벌인다(<터널>). 이때 공권력은 좀비를 물리치기는 커녕 엉뚱하게도 그 괴물들을 피하려고 악전고투하는 국민들에게 물대포를 쏘며 결국 죽음으로 몰아가거나, 애초에 국민의 생명을 지
[스페셜] 보수영화의 욕망 -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이 역사를 말할 때 보이는 정서에 대해
-
안산 단원고 기억교실이 옮겨지기 시작한 8월20일. 폭염에 달궈진 학교 운동장은 오전부터 이글거렸다. 수학여행에서 돌아오면 주인과 다시 만났을 책걸상과 학용품, 추모 편지 같은 물건들이 베이지색 상자에 포장돼 있다. 상자 속 물품들은 2년여 후에나 완공될 영구 기억교실로 가기 앞서 안산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임시 공간에 머물게 된다. 이제는 학교를 일상으로 되돌리고 학업에 전념하게 해달라는 재학생 학부모들과 적잖은 갈등 끝에 나온 합의였다. 주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합의였지만 실상은 내몰린 쪽에 가깝다. 한 어머니는 유품 상자를 안은 채 “나는 내 아이가 창고로 간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며 울었다. 책걸상을 옮기는 데는 6대의 대형 탑차가 동원됐는데, ‘잊지 않겠습니다’라든가 ‘기억교실 이전 차량’이라고 새겨져 있어야 할 자리에 ‘이사업 연합회’, ‘○○24mall.com’ 따위의 이삿짐 업체 광고 문구를 종이로 대충 가려놓은 게 보였다. 유족들은 “우리 애들이 이삿짐이냐”며 또 울
[스페셜] 망각과 싸우라 - 세월호 이후 한국의 재난영화를 본다는 것은
-
2016년 여름 영화시장은 한국영화 일색이다. 1100만 관객을 돌파한 <부산행>을 선두로 680만 관객을 동원한 <인천상륙작전>, 500만 관객의 <덕혜옹주>, 550만 관객이 관람한 <터널>까지 모두가 승자라 불러도 손색없을 기록을 남겼고 흥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같은 흥행세를 단지 시원한 극장으로 발길을 돌리게 만든 폭염 탓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만큼 한국영화가 풍성해졌냐고 묻는다면 거기에도 선뜻 긍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에 여름 영화시장을 점령한 한국영화들의 면면을 통해 올해 한국영화의 경향을 짧게나마 살펴보려 한다. 흥행의 이유를 분석하는 건 우리의 몫이 아닐지라도 개별영화들이 담고 있는 함의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는 더듬어볼 수 있을 것이다. ‘세월호 이후 한국의 재난영화를 본다는 것’을 주제로 송형국 영화평론가가 문을 열고 ‘애국보수영화들의 욕망’에 대한 김경욱 영화평론가의 분석을 전한다.
[스페셜] 재난과 국뽕 사이, 한국영화여 어디로 가는가
-
참석자
대관총대(30차 관람)
대관동무1(16차 관람)
대관동무2(19차 관람)
대관동무3(14차 관람)
-‘<아가씨>갤’(이하 아갤)을 알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대관동무3_ 스포츠를 좋아해 오래전부터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를 들락날락했다. <아가씨> 1차를 찍고 난 뒤 아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아가씨> 촬영장소를 아갤에 공유하니 반응이 좋았고, 그때부터 아갤에 계속 들르게 됐다.
=대관동무2_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아가씨>를 혼자서 보고 영화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찾아야 했다. 그때 그 여성 커뮤니티에서 아갤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커뮤니티에서는 <아가씨> 얘기를 많이 할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아갤에선 영화 얘기만 해서 계속 가게 되더라.
=대관총대_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스릴러영화인 줄 알았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장면 모두 슬프고 예뻤다. 1차를 찍고 아갤에
[스페셜] <아가씨> 확장판 극장 상영을 준비하고 있는 대관동무들을 만나다
-
‘영화 <아가씨> 마이너 갤러리’(이하 아갤)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두달 전이었다. 세상에서 영화 <아가씨>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고 한다. 영화를 만든 사람보다 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게 가능하긴 한 일인가. 그런데 이 곳을 둘러본 박찬욱감독도, 용필름 임승용대표도, 윤석찬PD도 이들의 유별난<아가씨> 사랑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기자도 인정, 항복.
다음 장부터 ‘아갤 2개월 눈팅기’를 전한다. 크로아티아에 출장을 간 박찬욱 감독을 겨우 졸라 진행한 짧은 인터뷰도 실었다. 아갤을 처음 기웃거리는 갤러들을 위한 은어 사전도 전한다(이것만 숙지하면 프로 아갤러 행세는 문제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가씨> 확장판 극장 상영을 추진하고 있는 대관총대, 대관동무1,2,3등 4명의 아갤러와의 인터뷰도 덧붙였다.
“‘아갤’이라고 들어봤어요?” 두달 전, 사석에서 만난 <아가씨>
[스페셜] ‘영화 <아가씨> 마이너 갤러리’ 팬덤 통해 본 영화 팬문화와 2차 창작의 세계
-
<마이 리틀 자이언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숱한 필모그래피 가운데에서도 특별하게 기억해야 할 작품이다. 스필버그의 영화세계가 과거의 영광이나 향수에 빠지기는커녕 여전히 전진하고 있다는 증거이자, 할리우드 최후의 작가와 유능한 장사꾼 사이를 오간다며 오해받았던 그의 오랜 행적이 드디어 하나로 모아지는 오솔길의 길목에 서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흥행 실패는 영화산업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사건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할리우드영화, 특히 디즈니를 중심으로 한 영화들의 미래에 대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이에 조금 늦었지만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긴 모험의 연장선에서 <마이 리틀 자이언트>가 어디쯤 와 있는지 그 위치와 의미를 더듬어보기로 했다. 여전히 영화라는 꿈을 믿는 거장은 먼 길을 에둘러 다시금 순수로 회귀했다.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라던 들뢰즈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필버그에게 ‘모든 꿈은 이미 영화다’.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
[스페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세계에서 <마이 리틀 자이언트>가 지닌 의미를 더듬다
-
한국영화아카데미(이하 아카데미, 현 원장 유영식)가 설립된 지 올해로 33년. 봉준호, 김태용, 최동훈 등 수많은 감독들이 아카데미를 거쳐갔다. 2007년부터는 정규과정에 더해 장편영화제작연구과정(이하 장편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2010), 조성희 감독의 <짐승의 끝>(2010),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2014) 등이 장편과정을 통해 제작된 영화들이다. 장편과정 10주년을 맞아 올해 아카데미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과정 10주년: KAFA 十歲傳’을 준비했다(9월1일부터 4일까지 롯데시네마 월드타워,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에서). ‘KAFA 십세전’이 열리기 앞서, 장편과정을 통해 주목받은 젊은 감독들에게 만남을 청했다. 모두 이번에 상영되는 작품들의 감독들로 <장례식의 멤버>(2008)의 백승빈 감독, <짐승의 끝>의 조성희 감독, <이쁜 것들이 되어라>(2013)의 한
[스페셜] 젊은 감독들이 이야기하는 한국영화아카데미
-
올해 상반기를 휩쓴 한국영화 <곡성> <아가씨> <부산행>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로 아역배우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것이다. <곡성>에서 신들린 빙의 연기로 관객의 혼을 쏙 빼놓은 김환희, <아가씨>에서 고고하고 처연한 얼굴로 히데코의 과거를 완성한 조은형, <부산행>에 탑승해 지옥도 속 희망이 된 김수안. 이 시점에서 ‘아역배우 트로이카’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는 세명이다. <씨네21>은 상반기 대작 속에서 빛났던 얼굴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았다. 15살의 김환희, 12살의 조은형, 11살의 김수안. 긴 대담이 가능할지 우려했던 노파심과는 달리, 세 아역배우는 높은 수준의 어휘력과 언어 구사력을 선보이며 연기 이야기부터 학교생활까지 다양한 주제로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갔다. 프로페셔널다운 그들의 모습에 따라 본 대담도 성인배우의 담화를 정리하는 기준에 맞춰 기록했다(그러나 김수안이 챙겨온 막대 사탕을 사이좋게 하나씩
[스페셜] 아역배우 트로이카 - <곡성> 김환희, <아가씨> 조은형, <부산행> 김수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