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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지구의 끝에서 단 두 사람만이 살고 있다는 이미지”가 가장 아름답고 기이하게 구현될 수 있는 장소로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은 홋카이도 유빙을 떠올렸다. 서늘한 풍광을 배경 삼은 그의 신작 <내 남자>에서 배우 아사노 다다노부(오른쪽)는 품어서는 안 될 상대를 사랑하다 파국을 맞는 준고를, 니카이도 후미(왼쪽)는 준고를 파멸로 이끄는 매혹적인 소녀 하나를 연기한다. <내 남자>에서 준고는 점점 피어나는 하나와는 정반대지점에 서 있다.
아사노 다다노부가 특유의 무표정으로 체화한 준고는 점점 더러워지고, 너덜너덜해지다 끝내는 버석버석 말라버린다. 이상한 말이지만, 아마도 ‘무표정’을 가장 뛰어난 표정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있다면 그건 아사노 다다노부일 것이다. 건조한 무표정으로 그는 하나와 동행한 15년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내 남자>는 2011년 부산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 지원을 받아 사쿠라바 가즈키의 원작 소설
무표정의 극점×마성의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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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야생마가 왔다. 아시아 아르젠토가 <아리아>를 들고 부산을 찾았다. 전작 <이유 있는 반항> 이후 무려 10년 만의 장편 연출작이다. 이탈리아 호러영화의 거장 다리오 아르젠토와 배우 다리아 니콜로디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9살부터 지금까지 3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온 배우이자 데뷔작 <스칼렛 디바>(2000), <이유 있는 반항>(2004), 신작 <아리아> 등 장편영화 3편을 만든 감독이다. 5년 전 부산을 찾았던 아버지 다리오 아르젠토처럼 그 역시 부산에 홀랑 빠졌다. “아버지로부터 열광적인 관객이 많은 영화제라는 얘길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나이를 먹으면서 감동을 받는 날이 많은데 부산이 그런 날인 것 같다. 좀 피곤했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아버지 다리오 아르젠토가 5년 전 부산을 찾은 적 있다. 알고 있나.
=아버지와 함께 올 계획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퇴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러지 못했다.
어린 배우 연출, 아역 시절 만난 감독들보단 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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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의 전작 <고백>(2011)이 차가운 영화라면, 그의 신작 <갈증>은 부글부글 끓어올라 폭발하는 작품이다. 폭력이 난무하고 피가 낭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깜짝 놀랄 것까지야. 우리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2006)을 통해 그가 만들어낸 지옥을 이미 맛본 바 있지 않나. 그 지옥에서 한 송이 꽃은 핀다는 사실도 보았다.
<갈증>은 전직 형사 후지시마(야쿠쇼 고지)가 실종된 딸 가나코(고마쓰 나나)의 행적을 좇다가 딸의 무시무시한 과거를 알게 되는 이야기다. 후카마치 아키오 작가의 소설 <끝없는 갈증>이 원작이다. 사건이 단순하게 진행되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딸을 찾는 아버지의 현재와 가나코와 그의 남자친구의 3년 전 이야기가 재빠르게 교차하며 진행된다. 무엇보다 나카시마 데쓰야 감독이 원작을 읽고 매료된 건 남자주인공 후지시마.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폭력밖에 없는 남자. ‘죽여버릴 거야’
지옥의 관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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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세계 최고의 영화들이 언급되는 자리마다 빠지지 않던 영화 한편이 있다. 조슈아 오펜하이머라는 신예감독이 연출한 장편 데뷔작인 다큐멘터리 <액트 오브 킬링>이다. 1965년 쿠데타로 집권한 인도네시아 군부정권이 공산주의자를 몰아낸다는 명분으로 벌인 대학살, 그 현장에 참여했던 가해자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모습을 요란하고도 섬뜩하게 그려낸 영화다. 가해자들은 지금까지도 세력을 잡고 있으며 심지어 과거 잔인한 학살 행위를 무용담 늘어놓듯이 자랑하며 스스로를 주인공 삼아 영화제작까지 한다. <액트 오브 킬링>이 대대적 관심을 얻는 가운데 오펜하이머는 발빠르게 후속작 <침묵의 시선>을 완성했고 2014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이번에는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주요 인물이다. 대학살로 형을 잃은 ‘아디’라는 인물이 그의 형 ‘람리’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가해자들을 차례로 만나러 다닌다는 내용으로 <액트 오브 킬링>과는 동전
가해자가 승리한 세계에서 피해자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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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축제 부산국제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귀한 게스트들이 많았고 <씨네21>은 그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었다. 데뷔작 <액트 오브 킬링>으로 전세계 영화 평단을 깜짝 놀라게 한 뒤 두 번째 장편영화 <침묵의 시선>을 만들어 부산에 온 조슈아 오펜하이머, 다리오 아르젠토의 딸이며 <아리아>라는 자신의 연출작을 들고 온 감독이자 여배우 아시아 아르젠토, 프랑스의 동시대 영화를 대표하는 감독 중 한명인 베르트랑 보넬로, <내일까지 5분전>의 주연이자 현재 일본의 가장 뜨거운 청춘스타 미우라 하루마, 그리고 102번째 영화 <화장>을 완성한 임권택. 그 밖에도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감독과 배우와의 소중한 대화들이 여기 가득하다. 당신에게 부산을 바친다.
영화를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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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환 학생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어느 날 한국영상자료원 SNS에 한 소년의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어느 중학생이 해외 웹사이트를 뒤져가며 국내에 없는 한국 고전영화를 발굴해 정기적으로 자료원에 기증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특한 소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소년의 기증작 편수가 무려 130여편이라는 겁니다. ‘보통 아닌 덕후로구나!’ 싶어 한국영상자료원 수집부에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소년이 “영화과에 진학할 생각인데 혹시라도 기사들이 불공평하게 가산점이 될까봐 우려한 까닭에 지금까진 사진촬영을 겸한 인터뷰를 거부했지만, 영화잡지인 <씨네21>이라면 사진촬영에 응할 생각이 있다고 하더라”는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다시 소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간단하게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소년은 중학생 때부터 자료를 기증해왔으며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잃어버린 한국영화를 찾는 일이 무척 즐겁기도 하고, 이 재미있고 예쁜 영화들을
언젠가 이 편지를 꺼내볼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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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자로서 캐릭터를 구축해가는 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김운경 선생님이 캐릭터 구축의 달인이다. 내가 신경 쓴 건 오히려 공간이었다. 처음부터 대본에 ‘중정이 있는 연립’이라고 적혀 있었다. 인물들이 모여 살며 부대끼고 남의 인생에 끼어들고. 그러다 오해하고 또 서로를 더 많이 알게 되는 게 아닐까. 마당의 위력이라 생각한다. 옥상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공간이다.
-소매치기 유나를 비롯해 전직 건달, 꽃뱀 등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김운경 선생님 댁에 가보면 <중국 거지의 문화사><도둑의 문화사> 같은 책이 엄청나게 많다. 연구를 많이 하시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에게 멸시나 냉대를 받던 인물이 과연 세상에 어떤 표정을 지을까라는 질문에서 유나 같은 인물을 만드신 것 같다. 유나는 기존의 가치에 도전하고 반항하는 인물이다.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런 인물의 반항이 체제 안에서 안온하게 자기 이
코믹한 연기도 진지하게, 슬픈 장면도 눈물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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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한테 제가 묻죠. 창만이는 왜 제 인생에 이렇게 참견을 하는 거죠? 지금 이 순간 창만이가 너무 보기 싫어요.”(김옥빈) “(유나의 첫사랑) 태식이가 그냥 꼴 보기 싫어요. 저한테 인사해도 (시큰둥하게) ‘어’라고 해버리고. 이렇게 얘기하다보니까 옥빈이나 저나 캐릭터에 너무 물든 것 같네요. 진짜 우리 사는 얘기라고 느끼고 있어서 그런가봐요.”(이희준) 그럴 만도 하다. 벌써 6개월째. 김옥빈과 이희준은 유나와 창만으로 살고 있다. 잠도 못 자가며 연일 촬영 중이지만 “<유나의 거리>를 통해 연기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는 그들의 말에서 드라마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난다.
김옥빈이 말하는 유나, 유나가 말하는 김옥빈
“일상적인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타이밍이 좋았어요. 게다가 50부작이니 제가 계속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것도 좋을 것 같았고요. 유나는 세상에 끊임없이 반항하고 사람들을 밀어내는 인물이죠. 어렸을 때 엄마로
여장부 오지랖퍼와 다세대주택의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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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 이 양반과 술 어떻게 마시지?’ 퍼뜩 그 생각부터 들더라니까요. <유나의 거리>를 보는데 작가님이 사람 속마음을 훤히 다 꿰고 있는 것 같았거든요. 그동안 작가님과 편하게 술도 걸치고 놀았는데 얼마나 제 흠을 많이 알고 계시겠어요. 작가님 전작들도 봐왔지만 제가 <유나의 거리>에 유독 심하게 빠져들고 있어요. 작가님이 그간 연구해온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보여주고 계신 것 같달까요. 캐릭터의 성격이나 인물들 사이의 관계를 신기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내십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대사가 완벽한 구어체라는 거예요. 그러니 연기자는 작가가 만들어놓은 세계에 들어가 작가의 의도대로만 연기하면 잘하는 연기자가 되는 겁니다. 제 트위터에도 썼지만 이번 드라마에 합류한 배우들을 보면 동업자로서 부럽기 그지없어요.
그러고 보니 작가님과의 인연도 꽤 되었네요. 그분 덕에 등산을 배워 2004년부터 같이 산에 오르곤 했어요. 같이 등산하고 내려와 그분이 산악회
김운경 작가는 시장통의 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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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뉴욕에서 망명할 때였지요. 그곳 청년연합에 나가서 김운경 작가의 드라마들을 보는 게 하루 일과였어요. 비디오 가게에서 빌려온 <서울의 달> <형> 등을 쌓아두고 다 같이 둘러앉아 오후 내내 봤어요. 소설이 아닌 드라마에서 그처럼 실감나고 생생한 리얼리티를 구현한다는 데 정말 놀랐습니다. 작가의 저력이랄까요. 그 뒤에 한국에 돌아와 일산에 정착했는데, 배우 문성근씨가 김운경 작가를 안다고 해서 같이 술 한잔하자는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했지요. 그렇게 인연이 시작돼 어느덧 15년 정도 알게 됐나 봅니다. 그 양반 참 대단하다고 느낀 게 있어요. 어느 날 나보고 일산 재래시장에 가재요. 그래서 동행했더니 김운경 작가가 시장통에 퍼질러 앉아서 상인들과 같이 노는 게 아니에요. 장날 이틀 전인가 하루 전에 소 잡는 날이 있다는 건 또 어떻게 알았는지. 그날 가서는 아는 사람만 안다는 시장 정육점에 들어가 ‘저 부위 좀 떼주쇼’ 하는 겁니다. 생생한 다이얼로그를 수집
따뜻하구나,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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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잡지 <씨네21>에서 드라마 촬영장에 오시겠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어요.” JTBC 드라마 <유나의 거리> 현장에서 만난 배우들과 스탭들의 이 질문을 <씨네21> 독자들도 품을 법하다. 시청률이 눈에 띄게 높은 것도, 이슈를 몰고 다니는 스타 배우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조금만 방향을 비틀어 물어본다면, 내놓을 수 있는 답변 하나가 있다. 우리의 질문이 ‘좋은 이야기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디에서 오는가’에서 시작한다고 했을 때, <유나의 거리>는 이 질문에 응답해줄 믿을 만한 레퍼런스라고 말하고 싶다. <유나의 거리>는 하류 인생에도 들어볼 사연이 있고, 어쩌면 우리 인생의 진실을 그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는 걸 사려 깊게 보여주는 흔치 않은 드라마다. <서울뚝배기> <서울의 달> <파랑새는 있다> 등에서 달동네 인생에 깊은 애정을 보여준 김운경 작가는 이번
그 거리에 인생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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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는 1852년 6월25일 타라고나 지방의 소도시, 레우스에서 태어났다. 세례증서에 기록된 그의 이름은 안토니 플라시드 기옘 가우디 이 코르넷(Antoni Pla‵ cid Guillem Gaudi′ i Cornet′) 으로, 그는 가우디 집안의 다섯째 막내로 태어났다. 하지만 둘째와 셋째 형제는 그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사망했고, 1876년에는 어머니와 형, 1879년에는 어머니 대신 그를 보살피던 이모와 큰누나가 세상을 떠나, 대학을 갓 졸업한 가우디에게 남은 식구는 나이든 아버지(66)와 어린 조카 로사(3)뿐이었다. 1912년 유일한 혈육인 로사가 사망하면서 그는 홀로 남겨졌고,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그의 집안은 대를 이어온 대장장이였고, 어려서부터 가업을 익힌 가우디는 모든 종류의 공작에 능했다. 그는 금속으로 볼륨을 형성하는 대장 작업이 자신의 건축에 상당한 영감을 주었노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장식>이라는 책은 1878년 가우디가 직접 쓴 노트를 엮어
가우디의 비밀이 이 노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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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간을 글로 써내는 일에 관심이 있다면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을 읽어보라고, 막내 기자 시절에 선배로부터 들었다. 바로 구입해 일독했음은 말할 나위 없겠지만 무엇이 특별한지를 알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발자크의 책을, 아니 세상의 책을, 그보다 인간을 충분히 경험하지 않고는 이 책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은 오노레 드 발자크의 삶을 담은 슈테판 츠바이크의 삶이다. 츠바이크가 말년에 집요하게 붙들고 있으며 퇴고를 거듭하고 끝내 살아서 출간하지 못한 미완의 원고가 바로 이 책이니까(이 책의 작가소개의 표현을 빌리면 그는 1942년 ‘자유의사로 삶을 마감하였다’). 비현실적인 전쟁의 처음 몇달 동안 츠바이크는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 책의 원고를 완성했고,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에 이 책은 출간되었다.
예술가의 평생을 글로 써내겠다는 야심을 품은 작가라면 누구나, 그의 삶의 초년 어디에서 그 천재성이 반짝이며 최초의
끝 모를 쾌락, 끝없는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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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이 서거했을 때, 빈에서 거행된 장례식장에는 무려 2만명에 달하는 조문객들이 모여들었다. 어떤 기록자는 3만명에 달했다고 쓰고 있다. 대서양 맞은편의 신생독립국에서도 조문단이 건너왔다. 당대 최고 음악가의 장례식이라는 점도 있었지만 그때만 해도 유럽 전역에 걸쳐 황실의 영향력을 드리우고 있었던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황가에 대한 외교적 예우의 측면도 있었다. 프란츠 스토버의 기록화를 보면, 1827년 3월29일 오후 4시경, 빈의 슈바르츠 슈파니어 교회에서 거행된 장례식 때 훔멜, 그릴파르처, 체르니, 슈베르트 같은 당대의 예술가들이 만기를 들거나 운구를 하였고, 드넓은 광장을 수많은 조문객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그때 관 속의 베토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당대 최고의 작곡가, 국민 작곡가, 원로 예술가, 사회 저명인사 등등의 말들이 지시하는 이미지들 그러니까 대가다운 풍모, 두루두루 존경받는 원숙한 명망가로 드러누워 있을까, 아니면 관 뚜껑을 발작적으로 두드리면서
죽는 날까지 타협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