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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워커스>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광고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앙투안 바르두 자퀘트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자퀘트 감독은 “장르영화라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막작으로 초청받았을 때 놀랐다”라고 운을 뗐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이면의 음모론을 다룬 이 영화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다. “폭력과 웃음은 항상 잘 어울리는 콤비라고 생각해왔다. 둘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그의 말에는 <문 워커스>의 핵심이 깃들어 있다. 개인적으로 음모론을 믿지 않는다는 자퀘트 감독은 “사람들이 음모론을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에 재미를 느끼는 게 아닐까 싶었다.” <문 워커스>는 음모론에 대한 기발한 농담이자 권력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 날카롭게 헤집는 풍자물이다. 달 착륙 영상 제작을 의뢰받은 이가 스탠리 큐브릭이란 설정에서 알 수 있듯 “영화 전반에 스탠리 큐브릭에 대한 오마주가 깔려 있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이
음모론에 대한 기발한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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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중의 남자, 집사 중의 집사 마다라메 규타로가 돌아왔다. <고양이 사무라이2>의 기타무라 가즈키다. 그는 원작 드라마와 극장판 첫편 출연에 이어 이번엔 원안과 각본에까지 참여했다. “프로듀서와 틈틈이 이후 시리즈에 대해 얘길 나눴다. 별도의 각본가가 시나리오를 썼는데 고양이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별로 없는 게 원래 의도와 다른 것 같아 촬영 중 조금씩 시나리오를 고쳐나갔다. 주역은 고양이니까. (웃음)” 원작 드라마 두 시즌을 연출한 와타나베 다케시 감독이 두 번째 극장판의 메가폰을 잡은 덕에 기타무라 가즈키로서도 “의견을 교류하기 편했다”지만 촬영엔 “전투적으로” 임해야 했다. 저예산이라 열악한 현장이었던 데다 “바보스러운 영화이지만 그 유머의 정도를 조절할 때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으로 고양이 배우 ‘아나고’는 프로페셔널했다. “아나고는 깜짝 놀랄 정도로 함께 연기하기 편한 배우였다. NG를 내는 일도 결코 없었다. 전투 신을 찍을 때조차
고양이는 내 품에서 잘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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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야말로 중산계급을 가장 잘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지만 결국 죽여야만 하니까. 대다수 사람들도 킬러처럼 일을 하고 싶지 않지만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대만 감독 리청의 <세탁소 기담>은 세탁소로 위장한 청부살인 사무소에 고용된 킬러가 자신이 죽인 이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가는 영화다. 코미디, 멜로, 로맨스 등 여러 장르의 조합이 돋보이는 <세탁소 기담>은 2013년 부천국제영화제가 운영하는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NAFF)에서 최고상을 받은 작품이다. “장편 전에 만든 단편들은 모두 어두운 영화였다. 그래서 처음 만든 상업영화는 되도록 밝게 만들고 싶었다.” 리청 감독은 NAFF 기간 만났던 영화인들의 조언을 적극 받아들여 <세탁소 기담>에 유머를 더했다. 그는 영화감독이기 이전에 촉망받는 소설가였다. “영화를 생각하면 이미지보다 글이 먼저 보여” 고민이라고. 하지만 그는
킬러는 중산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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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가즘>의 주인공 브로디는 친구들과 메탈 밴드를 결성하지만 하필 저주가 깃든 노래를 연주하는 바람에 지옥의 악마를 깨운다. 마을 사람들도 전부 좀비로 변해간다. 학창 시절, 헤비메탈 음악에 흠뻑 빠져 살았던 뉴질랜드 웰링턴 출신의 제이슨 레이 호든 감독은 아이언메이든, 카니발콥스, 메가데스 등의 밴드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데스가즘>의 주인공 브로디가 겪는 에피소드에 개인적인 경험이 반영됐다”. 메탈 마니아로서의 음악 취향이 캐릭터를 만들어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는 영화학교 졸업 후 독학으로 컴퓨터그래픽을 배워 VFX 회사 웨타디지털에서 페인트 아티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다. 악마와 싸우는 호러 장르에 도전할 수 있었던 것도 크리처 디자인이나 특수효과가 그의 주전공이었기 때문.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악마 분장과 특수효과 완성도에 만족한다”며 껄껄 웃는 레이 호든 감독의 웃음에는 성공한 덕후의 자부심
세상을 구한 헤비메탈 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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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BiFan에서는 KAFA가 쌓아온 3년간의 성과를 돌아볼 수 있는 ‘KAFA+ Next D, 3D, ONCE AGAIN’ 특별전을 마련했다. 2009년 <아바타>가 영화 시장에 일대 변화를 몰고 온 지도 6년이 흘렀지만 아직 한국 장편상업영화 중에서는 3D의 성공 사례가 전무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관객이 3D영화를 보는 데 익숙한 반면 영화인들이 제작하는 것은 아직 낯선 탓이 크다. 이에 한국영화아카데미는 Next D 프로그램을 통해 기성감독들에게 3D 연출 기회를 제공하고 저변을 넓혀왔다.
8기의 결실, <방안의 코끼리>는 박수영 감독의 블랙코미디 <치킨게임>, 권칠인 감독의 에로틱 멜로 <세컨 어카운트>, 권호영 감독의 SF 스릴러 <자각몽>을 묶었다. 박수영 감독의 블랙코미디 <치킨게임>은 3D 연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리한 상황 설정이 돋보이는 영화다. 권칠인 감독의 멜로드라마 <세컨 어카운
“3D만의 미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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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증으로 차 있다”는 송일국은 이서 감독의 <타투이스트>(2014)의 사이코패스 살인마 한지순 역을 “딱 원해왔던 역할”이라고 표현했다. <타투이스트>는 살인마 한지순이 타투이스트 수나에게 문신을 받으며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 삼둥이의 아버지라는 친근한 이미지로 자리한 그에게 사이코패스 역할은 부담이 될 수도 있는 배역이었을 터다. 그러나 송일국은 “파격적인 역할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고 한다. 외려 그는 “사실 예능을 하는 것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배우는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 모습을 너무 노출해버리면 몰입을 방해할 수 있지 않나. 예능을 한 게 어떤 면에선 관객에게 죄송하다. 이미지를 해칠까 하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관객의 관람을 방해할까 걱정”이라고.
관객을 향한 배려만큼 송일국은 역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는 “고통을 즐기는 한지순을 이해하기 위해 판사인 아내에게 범죄자의 심리에
영화라는 행복한 일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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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소년, 소녀를 그린 사키사카 이오의 인기 순정만화 <스트롭 에지>가 영화화됐다.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원작은 히로키 류이치 감독의 손에서 좀더 현실감을 얻었다. 일본의 주목받는 신예 후쿠시 소타와 아리무라 가스미가 각각 주인공 이치노세 렌과 기노시타 니나코를 연기했고 일본에선 화이트데이에 개봉한 직후 오랫동안 순위권을 지키며 20억엔 이상의 수익을 올린 흥행작이다.
-최근 <노란 코끼리>(2013), <가부키초 러브호텔>(2014), <남자의 일생>(2015) 등 소설과 만화의 영화화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영화계는 상당히 보수적이라 일정 정도의 흥행이 보장되는 프로젝트를 원한다. 이번에도 프로듀서가 <스트롭 에지>와 <아오하라이드>(같은 작가의 또 다른 인기작)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는데 스토리가 더 단순하고 ‘순정만화’다워서 <스트롭 에지>를 골랐다. 짝사랑을 겪고 있는
소매접기가 그렇게 유행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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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인터뷰에는 마스터클래스 ‘나는 소노 시온이(아니)다’ 에서 관객과 나눴던 이야기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영화 찍어내는 공장장, 소노 시온 감독이 최근 완성한 두편의 영화가 올해 BiFan 특별전 ‘나는 소노 시온이(아니)다’에 초청됐다. 피와 살점이 화면을 가득 메우는 잔혹 호러 <리얼 술래잡기>는 상상 이상의 잔인한 장면으로 관객을 충격에 빠트린다. 이어서 희망을 노래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용 가족영화 <러브&피스>를 보고 나면 두 영화를 도저히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소재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지구의 모든 장르를 섭렵할 기세로 한해 평균 서너편을 만들어내는 소노 시온 감독에게 창작의 비결을 들어봤다.
-상당히 피곤해 보인다. 요즘 특히 바쁘다고 들었다.
=내 인생을 통틀어 지금이 가장 바쁘다. (웃음) 지난주에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 다녀왔고 도쿄에서 <러브&피스> 원화 전시회 등 두개의 개인전시가
사실 나는 피를 싫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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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중반 일본의 버블경제가 서서히 붕괴하던 때,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대학생 고타(이케마쓰 소스케)와 가까워진다. 형편이 어려운 고타를 위해 남몰래 은행 예금에 손대기 시작한 리카는 사랑의 쾌락에 환희를 느끼는 동시에 양심과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기 시작한다.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종이 달>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서늘하고 어른스러운 드라마다. 감독은 전작 <겁쟁이라도, 슬픈 사랑을 보여줘>(2006), <퍼머넌트 노바라>(2010) 등에서 긍정적이고 따뜻한 여성들을 그렸으나 <종이 달>에선 위태롭고 고독한 계약직 은행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야자와 리에의 8년 만의 복귀작.
-원작은 동명의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영화화한 계기는 뭔가.
=나는 돈을 비롯해 여러 압박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어디에서 자유를 느끼는지를 그리고 싶었다. 리카의 직장동료 두명은 책엔 없는
여성과 함께 싸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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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고전 타이틀은 ‘훌륭한 배우 좋은 사람’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고민에 빠졌다. 영화로 그를 접한 이들이라면 ‘훌륭한 배우’를 그의 앞에 놓는 데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1980년에 데뷔한 이래 200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한 대배우 앞에서 더이상 연기에 대해 논할 필요가 있을까. 과거의 이미지에 기대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연기 영역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그는 ‘훌륭한’을 넘어 ‘놀라운’ 배우다. 하지만 임달화를 직접 만나본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을 앞에 놓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어디를 가더라도 아내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가정적인 남편이자 세상 둘도 없을 ‘딸바보’다.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이 겸손한 대배우는 힘들고 피곤한 촬영장에서도 유쾌한 미소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 즐겁게 만드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그와 한번이라도 인터뷰를 해본 사람들 역시 그의 매력을 칭찬하기 바쁘다. 매체마다 사진이 겹치면 심심하지 않겠냐며 손수 챙겨온
“연기는 삶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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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5개국 235편의 판타스틱한 영화가 열혈 장르팬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아마도 BiFan만큼 팬과 스타, 감독이 하나되는 영화제도 드물 것이다. 장르영화의 이름 아래 모두 ‘Fan’이 되는 축제의 현장, 특별전을 가진 배우 임달화와 감독 소노 시온을 비롯해 BiFan을 방문한 개성 만점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장르의 깃발 아래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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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은 어떤 면에서 도전이었나.
=우선 일제강점기가 유쾌한 시대가 아니잖나. 일제강점기를 다룬다면 무장독립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스토리가 너무 숭고해지면 부담스러우니, 입장이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갈등이 영화의 주가 되었으면 했다. 그런데 <도둑들>과 같은 스타일로, 범죄영화를 찍던 스타일로 만드는 게 가능한 이야기일지 잘 모르겠더라. 처음에 쓴 시나리오가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없었다. 그 무언가를 찾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결국은 가장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런 것들이 내겐 도전이었다.
-1930년대는 어떤 점에서 매혹적이었나.
=당시 항일투쟁은 식민지 조선에선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고, 해외에서의 무장투쟁활동이 점차 무르익어갔다. 해외와 경성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 거다. 경성에선 개인주의와 모더니티가 싹트기 시작했고, 또 한쪽에선 독립운동에 대한 질서가 막 잡혀가고 있
대하드라마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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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이 돌아왔다. <도둑들>(2012) 이후 3년 만이다. <도둑들>의 주역인 전지현과 이정재는 <암살>에서 다시금 최동훈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거기에 하정우까지 가세했다. 이름의 조합만으로도 설레는 영화 <암살>이 공개됐다. 개성 강한 캐릭터, 속도감 있는 전개, 맛깔나는 대사, 화려한 배우진 등 최동훈 감독 영화의 단골 요소들이 <암살>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있다. 하지만 다르다. 1933년 일제강점기, 친일파 암살 작전에 투입된 무장투쟁 운동가와 밀정, 청부살인업자 이야기인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진중하다. 물론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최동훈 감독은 특정 시대가 주는 무게에 쉽게 압도당하지 않는다. 새로운 총알을 장전하고 돌아온 최동훈 감독을 <암살>이 공개된 날 만났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10년 전, 최동훈 감독
흔들림 없이 운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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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의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과 한국의 촬영 시스템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혹은 DP와 시네마토그래퍼의 용어는 어떻게 구분지어 사용되는가? 왜 일부 감독들은 DP라고 부르기를 꺼려하는 걸까. 이러한 해석과 입장 차이에 따라 현장에서 촬영감독의 역할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완성도 높은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홍경표, 김우형 촬영감독을 한자리에 불러냈다. 이들은 각각 <하우등>(1998)과 <나쁜 영화>(1997)로 영화계에 본격 데뷔해 2000년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관통하며,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과정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국영화 제작 전반의 시스템 변화를 현장에서 몸소 겪어온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고유의 촬영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정에 맞는 생산적인 현장 시스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연일 바쁜 촬영 스케줄로 전화 통
“화면을 책임지는 우리의 일은 변함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