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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삑, 가방 안에서 급작스런 경보음이 울린다. 설마 내 가방? 서둘러 보니 휴대폰에 도착한 긴급재난 문자 알림 사운드다. 올해만 벌써 두 번째 폭염특보 발표다. 밤 기온이 25도가 넘는 열대야가 계속되지만 뾰족한 대책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 올여름 참 덥다. 습한 여름, 불쾌지수는 점점 높아져 이 여름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까 싶은 기분마저 든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휴가를 떠나지 못한 당신들을 위해 더위를 잊게 만들 여름 아이템을 총망라한다. 영화, 공연, 음반, 도서, 페스티벌, 아웃도어, 테크까지 <씨네21>이 엄선한 30가지 여름 아이템을 실행해보라. 어느새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여름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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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총괄 프로듀서 다나 골드버그의 인터뷰를 읽은 적 있다. 당신이 몇달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더라. 할리우드에서 가장 거대한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에 합류하게 된 압박감 때문이었나.
=<잭 리처>(2012)를 연출했을 때보다는 잠을 더 많이 잔 편이다. (웃음) 운좋게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현장에서 아무리 못 자도 하루에 몇 시간 정도는 잘 수 있었다. <잭 리처> 현장에서는 밤을 꼬박 새워야 할 때가 많았다.
-<미션 임파서블> 5편의 감독을 맡으며 염두에 두었던 점은.
=<미션 임파서블>이라는 시리즈의 유산을 이어나가고자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제작자이자 주연을 맡은) 톰 크루즈는 5편을 기획하며 시리즈의 전편인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기본적인 정서를 유지하고자 했다. 너무 어둡거나 심각한 영화는 지양하고, 여름에
시리즈의 유산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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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30일 목요일 오전 11시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그랜드볼륨에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리즈 메인 테마와 함께 등장한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과 톰 크루즈는 한국에 대한 반가움과 팬들에 대한 감사 인사부터 건넸다. 벌써 일곱 번째 방한인 톰 크루즈는 물론이고 매쿼리 감독 역시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라며 한국에 대한 친숙함을 표시했다. “매쿼리 감독과는 이번이 다섯 번째 작업이다. 지난주 토요일까지 런던에서 함께한 작업을 마무리하자마자 이번 투어를 시작했다”는 톰 크루즈는 매쿼리 감독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를 드러냈다. “엔딩 크레딧에는 없었지만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때도 스토리와 장면 구성에 매쿼리 감독의 도움이 컸다.” 톰 크루즈는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 대해 “영화를 찍을 때마다 이 작업 자체가 불가능한 미션처럼 느껴진다”면서도 “매번 이 장르를 얼마나 확대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스턴트의 수준도 점
시리즈 제작 자체가 불가능한 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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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장가의 가장 강력한 외화 경쟁작이 베일을 벗었다. 7월30일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얘기다. 브라이언 싱어의 오랜 조력자이자 <유주얼 서스펙트> <작전명 발키리>의 각본가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연출을 맡은 이 작품은 프랜차이즈와 인물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질문을 장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마침 영화가 개봉하는 30일, 톰 크루즈와 크리스토퍼 매쿼리가 내한했다. 다섯 번째 <미션 임파서블>의 면모와 더불어 인터뷰로 만난 톰 크루즈, 크리스토퍼 매쿼리의 이야기를 함께 전한다.
“생각해봐, 에단. 그건 불가피한 선택이었어. 냉전도 없고, 지켜야 할 비밀도 없지.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보니 대통령이 네 허락 없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는 거야. 개자식,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리고 넌 깨닫는 거지. 모든 게 끝났다는 걸. 네가 한물간 하드웨어라는 걸 말야.” 브라이언 드 팔마가 연출한 <
에단 헌트, 스파이 존재증명을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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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에는 액션 명장면들이 많다. 류승완 감독과 정두홍 무술감독으로부터 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톰과 제리>, <폴리스 스토리> 시리즈, <프로젝트 A> 시리즈,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등 <베테랑>이 바친 오마주도 함께 정리했다.
카센터 액션
영화 초반, 중고차 절도단이 차량을 불법 개조하는 창고 장면에선 카센터의 지형지물을 활용한 슬랩스틱 코미디가 빛을 발한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타격감이 센 성룡의 액션이 생각났다고 하자 정두홍 무술감독은 이런 답을 들려주었다. “성룡스러웠나? 이건 황정민스러운 액션, 서도철스러운 액션이다. 서도철이 유쾌하고 통쾌한 캐릭터 아닌가. 앞서 장윤주와 황정민이 투닥거리면서 코믹한 모습도 보여주고. 그러한 서도철의 캐릭터를 반영해 힘이 아니라 지략으로, 꾀와 순발력으로 일대 다수의 싸움을 영리하게 돌파해가는 액션의 합을 짰다.” 중고차 절도단 멤버 배성우가 혼자 쇠로 된 공구에
본 시리즈 말고 <톰과 제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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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과 <베테랑>은 제작과정부터 결과의 온도까지 상당히 다른 영화다. <베를린>으로부터 정말 멀리 왔는데, 어쩌면 <베를린>이 있었기 때문에 그 반작용으로 <베테랑>이 태어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두 영화의 거리차는) 딱 겨울의 베를린과 봄의 서울만큼의 거리다. <베테랑>이 만들어진 데에는 <부당거래>와 <베를린> 연작에 대한 반작용이 있었다. 시스템에 무너지는 개인들, 패배하는 인물들, 그게 너무 안쓰러웠다. 내가 응원하는 인물들이 승리했으면 좋겠다, 밝은 곳으로 나오고 싶다는 생각이 쌓여 있던 차였다. <베를린>을 만들면서 제일 당혹스러웠던 건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베를린에 갔는데 여전히 모르겠다 싶은 부분이 있었다는 거였다. 필사적으로 찍었지만 이 영화를 받아들이는 관객의 세대가 반공 교육을 받은 내 세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알고
“슬랩스틱 코미디를 응용해 나만의 방식으로 액션을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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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카센터 안을 쩌렁쩌렁 울리는 추임새를 신호삼아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발로 찬 쇳덩이가 쉭 하고 날아가 악당의 머리에 땡 하고 명중한다. 휘리릭 하고 날아간 차 번호판은 연장을 들고 달려오던 또 다른 악당의 급소를 정통으로 가격한다. 조무래기 두명이 안 되겠다 싶어 한꺼번에 달려들자 서도철은 도색용 분무기를 둘의 눈에 찍찍 하고 뿌린다. 성룡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장면은 류승완 감독의 9번째 장편영화 <베테랑>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카센터 액션 시퀀스다. 지형지물을 이용한 슬랩스틱 액션이 발랄하고 호쾌하다. 그런 점에서 <베테랑>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생이 많았던 전작 <베를린>(2012)이나 <부당거래>(2010)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다. 선과 악이 모호하고(<부당거래>), 철석같이 믿었던 이데올로기로부터 낙오돼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베를린>) 인물이 이 영화에는 없다. <베
액션 키드 류승완, 자신의 스타일을 완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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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감독이 돌아왔다. 그의 9번째 장편영화 <베테랑>은 서도철(황정민)을 포함한 광역수사대가 범죄를 저지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쫓는 형사영화다. 으슬으슬했던 전작 <베를린>(2012)이라는 먼 길을 돌아와 그가 꺼내든 카드는 오락만점 유쾌한 액션영화다. 정의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지금, <베테랑>은 관객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것이다. 류승완 감독을 만나 긴 <베테랑> 제작기를 들었다. 류승완 감독, 정두홍 무술감독으로부터 들은 액션 명장면 뒷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재밌다! <베테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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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영화인은 물론 만화와 게임 팬들은 매년 7월 미국 샌디에이고에 모여 한해 동안 어떤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냈는지, 그리고 또 얼마나 창조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지, 소식을 주고받고 자랑하고 관련 상품을 사고파는 행사 ‘코믹콘’을 연다. 걸음마를 떼면서부터 만화책을 옆구리에 끼고 살아왔던 그래픽노블 전문 번역가 최원서씨가 생애 첫 코믹콘 참관기를 보내왔다. 현재 전세계 영화산업을 뒤흔드는 슈퍼히어로영화 등 장르영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성지’와도 같은 ‘코믹콘’을 생생한 글과 함께 만나보자.
인터넷으로 소식만 접하던 샌디에이고 코믹콘 참가는 이번이 처음이다. 코믹콘의 정식 명칭은 ‘샌디에이고 코믹콘 인터내셔널’, 줄여서 ‘SDCC’라고 한다. 팝 컬처 팬들에게는 참으로 설레는 행사다. 1970년 네명의 만화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골든 스테이트 코믹북 컨벤션’이라는 이름으로 개최한 1회 행사에 약 300명이 참가했다. 애초 행사의 취지는 수집한 만화책들을 판
상상이 현실이 되는 지상 최고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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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기에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가 난무하는 글입니다. 그러나 비치 보이스와 브라이언 윌슨을 잘 모른다면, 이 글을 읽는 게 영화 보기에 도움이 될 거라고 조심스레 입장을 밝혀봅니다.
<러브 앤 머시>는 1960년대 미국 대중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밴드 비치 보이스와 팀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를 본 배순탁 음악평론가가 흥미로운 글을 보내왔다. 영화를 통해 그는 비치 보이스가 활동했던 당대 음악사의 한 경향, 영국 출신 밴드들의 활약에 미국 밴드 뮤지션들이 어떤 식으로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음악을 만들고 보존하려 애썼는지를 짚어냈다. 이어서 비치 보이스의 명반 《Pet Sounds》의 탄생과 비치 보이스의 음악에 얽힌 후일담까지 덧붙였다. 영화로 보고 듣는 음악의 기록, <러브 앤 머시>다.
때는 1960년대 중반. 흥겨운 파티가 한창인데, 파티는 뒷전인 한 남자가 밴드의 멤버를 향해 살짝 너드 같은
결국 사랑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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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멜로드라마를 정말 좋아한다. <연애소설>은 20번 봤고, <건축학개론>도 좋아한다”는 베니 라우 감독은 한류 1세대 팬이다. 김건모, H.O.T를 좋아했고 1998년부터 <코리안 웨이브>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홍콩에 한국 문화를 소개한 전도사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2000년 가수 이정현을 인터뷰했는데, 감독으로 BiFan에 초청받아 심사위원 이정현을 만나니 감개무량하다”며 BiFan에 온 소회를 밝혔다. 라디오 DJ로 활동하던 그는,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제작사에 들어가 시나리오를 썼고, <미스터 라이트>(2008)라는 단편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기도 했다. <왕가흔>으로 감독 데뷔를 준비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고 7년이 지난 후에야 영화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첫눈에 반한 여자, 왕가흔을 찾아다니는 남자의 이야기인 <왕가흔>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사랑” 그 자체라고 한다. “<왕
한국은 나의 두 번째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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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멜로드라마 <왕가흔>의 두 주인공이 한국을 찾았다. 첫눈에 반한 여자, 왕가흔을 찾아다니는 순정남 춘잉을 연기한 황우남(왼쪽)과 그를 돕는 동명이인 왕가흔을 연기한 우첸위(오른쪽)다. 황우남은 남성 듀오 샤인의 멤버이자 <엽문>(2008)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한 만능 엔터테이너이고, 우첸위는 배우와 모델로 활동 중이며 이민호와 함께 한•중 합작영화 <바운티 헌터스>에 캐스팅된 떠오르는 스타다. BiFan에 첫 초청된 황우남은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다. 한국은 시민들도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다”며 운을 뗐고 우첸위 역시 “관객 수준도 높다. GV에서 구체적인 질문들이 쏟아져 놀랐다”며 눈을 빛냈다. 두 배우는 한국영화 팬이라며 “연기를 위해 <엽기적인 그녀>(2001)를 비롯한 한국 작품들을 참고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차태현의 순수한 연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또 10대 때 짝사랑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연기했다”는 황우남과 달리
한국영화 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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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호러 스릴러 <허니문>은 사랑하는 여인을 납치하여 감금하고 자신만의 결혼식을 올리는 남자의 이야기다. 멕시코의 신예 디에고 코헨 감독은 호러 팬이자 독립영화 제작자로, “멕시코에는 설화와 전설이 많기 때문에 장르영화에 강한 것 같다. 나도 그런 것들을 듣고 자라 장르적 정서가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며 운을 뗐다. 하지만 정작 멕시코에서는 본격적 장르영화를 하기 어렵다고. “멕시코에서는 정부 지원을 받아야 영화를 만들기 쉬운데, 수위가 높거나 실험적인 영화는 지원을 받기 어렵다. <허니문>도 지원을 받지 못해 직접 프로덕션을 설립하여 저예산으로 제작했다. 오히려 해외에서 주목받는 것 같다. BiFan에 온 것처럼 말이다. (웃음)” <허니문>은 감금과 고문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알고 보면 “고문 자체를 다룬 고어영화라기보다 후반부 캐릭터의 변화에 방점을 찍는 영화”다. 그는 순수한 피해자의 변화를 통해 “극단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재창조되는 한
멕시코에서 장르영화하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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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C급 무비를 표방한 <숫호구>(2012)의 백승기 감독이 인류의 기원을 파헤치는 신작 <시발 놈, 인류의 시작>으로 돌아왔다. 주변 모습을 C급 유머 코드로 담아낸 전작과 달리 이번에는 스케일이 크다. 선사시대, 원숭이들 사이에 최초의 인간이 등장한 이야기를 그려낸 <시발 놈, 인류의 시작>은 “C급 무비의 다양성을 보여주고자 한 작품”. “자본에 구애받지 않고 상상력을 펼치는 C급영화야말로 넓은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장르다. 저예산으로 과감하게 큰 스케일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가 말하는 C급 무비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누구나 자유롭게 찍을 수 있는 영화. <시발 놈, 인류의 시작> 촬영 전 중학교 미술교사를 그만두고 온전히 영화에 뛰어든 백승기 감독은 “판에 박힌 어른들만 봐온 아이들에게 꿈을 좇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의 꿈은 최상의 C급 무비를 만드는 것. “주성치, 찰리 채플린, 남기남 감독이 그랬듯 저예산으
C급 무비가 여기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