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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개밥
<무장원 소걸아>
사극을 한다고 달라질 주성치가 아니었다. <심사관>(1992)에서 주성치는 현대극에서 보여준 엉뚱한 유머를 그대로 사극의 틀 안에 옮겨왔고, <녹정기>(1992)에서는 능청스러운 캐릭터 ‘위소보’로 주성치스러움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정의해주었다. 이즈음 그는 코믹한 캐릭터에 머물지 않고 캐릭터에 휴머니즘의 정서를 가미하기 시작한다. 페이소스가 가미된 주성치 월드의 시작을 찾자면, <무장원 소걸아>(1992)의 개밥 장면을 놓칠 수 없다. 하루아침에 거지가 된 아버지(오맹달)와 아들(주성치)은 온갖 핍박 속에서도 개밥까지 함께 나눠먹으며 부자간의 정을 과시한다. 밥그릇 사이로 오가는 절박한 눈빛은 주성치 연기의 백미로 눈물 없이 보기 힘들다. 주성치를 진지한 연기자로서 호평받게 해준 명장면.
쇼 미 더 래퍼
<당백호점추향>
주성치 사극의 핵심은 그가 개입되는 순간, 사극의 시공간이 사실상 무의미해
당당하게 뻔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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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슬로모션
<도성>(1990)
이른바 ‘주성치 신드롬’이 시작되던 위대한 순간. 특별한 신통력을 지닌 주성치가 친척을 찾아 홍콩으로 오고 오맹달은 그를 십분 활용해 일약 유명해진다. 이후 국제도박대회에 참석한 주성치는 초반의 촌뜨기 스타일을 완전히 버리고, 올백에 롱코트 차림으로 마치 <정전자>의 주윤발처럼 멋지게 슬로모션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철저히 기의 안배로 이뤄낸, 실제로 천천히 움직이며 포착한 경이로운 발걸음이다. 어떤 기계적 조작도 없이 고도의 집중력으로 완성한 장인정신의 승리다.
맥당복 뮤지컬
<도협2>(1991)
‘시간여행’이라는 장치를 활용한 도박영화 <도협2>에서 주성치는 1937년의 상하이로 간다. <도성상해탄>이라는 부제에서 보는 것처럼 인기 TV시리즈 <상해탄>의 변주이기도 하다. 시간여행은 물론 세상 모든 것을 거침없이 패러디하는 키치정신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된다. 맥도널드
인간 슬로모션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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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이면 멀쩡한 얼굴로…
<홍콩 마스크>(1995)
90년대 중반 홍콩 영화계에선 유명한 할리우드영화의 저질 패러디영화가 물밀 듯이 쏟아져나왔다. 주성치 역시 빠지면 섭섭할 이름. <홍콩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장인정신이 엿보이는 할리우드 프로덕션 디자이너들의 특수효과와는 무관한 마구잡이식 특수효과가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홍콩 마스크>의 과학자 장박사(서금강)는 한번 죽은 이적성(주성치)을 인조인간으로 만들어 되살려주는데 이때 등장하는 각종 실험작들이 괴이하기 짝이 없다. 아버지(오맹달)조차 얼굴이 네모가 된 채로 살아난 이적성을 차마 똑바로 쳐다보지 못할 정도.
몸개그도 왕입니다요
<파괴지왕>(1994)
주성치 영화 중 최고로 유치찬란한 작품을 꼽는다면 단연 <파괴지왕>일 것이다. 마귀근육인(오맹달)은 성룡을 제자로 두었다는 둥 중국 고권법부의 대가라는 둥 모를 소리를 지껄이며 어리숙한 하금은(주성치)을 제자로 받아들
액션도 코미디도 여기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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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 세계의 영원한 미녀
장민
주성치의 영화 안에서 장민만큼 망가지지 않는 여배우가 또 있을까. 망가져봤자 <도성>(1990)에서 겨드랑이에 슬쩍 굵은 점을 찍은 정도다(물론 몸개그는 오군여가 한다). 주성치와는 <소자병법>(1988)에서 처음 만나 <도성>을 계기로 첫 ‘연인’ 자리를 공고히 했다. 초기 주성치 영화에서 주로 당당하고 고혹적인 여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대개 주성치가 장민을 보자마자 홀딱 반하는 설정이다. 가까운 연인이라기보다 주성치가 우러러보는 이상향의 여인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도성>에선 주성치의 은인이자 힘의 원천이 되는 여인이었고 <무장원 소걸아>(1992)에선 주성치가 결혼하고 싶어 안달하는 미모의 기녀를 연기했다. <녹정기>(1992)에선 힘 있고 도도한 태후 역으로 주성치와 대립한다. 1988년 미스 홍콩 출신의 진짜배기 미녀!
주성치의 개그 라이벌?
오군여
오군여는 장민의 대
동료와 연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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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서유쌍기>는 주성치 영화 중에서도 걸작으로 손꼽힌다. 주성치가 20년 만에 다시 <서유기>를 들고 찾아왔다. 이번엔 주연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말이다. <서유기: 모험의 시작>은 2013년 중국 개봉 당시 박스오피스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우며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쿵푸허슬> 이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가 싶더니 주성치 특유의 가벼움과 뻔뻔함, 그리고 눈물 한 방울의 힘은 여전히 살아 있다. 88년 <벽력선봉>으로 웃음의 신세기를 연 지 어언 28년. 주성치에게도, 우리에게도 특별한 <서유기>를 통해 주성치의 영화 세계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가늠해봤다. 자신의 영화엔 언제나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지만 배우 주성치와 감독 주성치를 비교해보기에 이만큼 적합한 기회도 없을 것이다. 키워드로 읽는 주성치 영화 명장면도 더한다. <서유기>, 모험의 아니 주성치의 시작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일수록 소
주성치 비긴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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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97>(2012)에서 우리는 윤제(서인국)와 시원(정은지)이 어떻게 21세기에 진입했는지 알고 있다. 공부 머리가 있던 윤제는 법대에 진학을 해 판사가 되었고, H.O.T가 등장하는 팬픽을 쓰던 시원은 글재주를 살려 방송작가가 되었다. 그들이 회상하던 1997년의 일들은 2012년이라는 현재와 무관하지 않고,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어떤 맥락으로 연결되어 있는지 공들여 설명한다. 같은 해 한발 앞서 개봉한 영화 <건축학개론>(2012)은 그 정도로 상세하게 성장담을 들려주진 않지만, 적어도 서연(한가인)과 승민(엄태웅)이 어떤 과정을 겪어서 이렇게 시니컬한 어른으로 성장했는지 되짚어볼 만한 단서들을 던져준다. 그리고 과거 제대로 매듭짓지 못해 잔뜩 엉킨 채로 있었던 감정의 실타래를 30대가 되어 풀어냄으로써, 두 사람은 과거의 추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되었다.
한국민속촌처럼 재현된 90년대
<응답하라 1997>과 <
대화하지 않는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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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예전의 좋은 것이 다시 부활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새로운 것보다는 과거의 것에 얽매인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양쪽 이미지 모두를 상황에 맞게 조율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지겨울 정도로 복고가 많았기 때문일까. 복고에 대한 이미지는 후자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 문화계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능력을 잃고 자꾸만 과거에서 뭔가를 찾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최근의 복고 경향이 현재와 과거의 생산적인 만남이 아닌 단순 ‘추억팔이’ 성향이 짙다는 것도 이 인식을 부추기는 것 같다. 아무리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 보태야 예술이고 창작이랄 수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다. 서랍장에서 사진 꺼내서 보듯 추억만 추구하는 현재의 한국 문화계를 과연 ‘창의적’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곳곳에서 진단이 나오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
올드 앤 뉴, 조화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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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이하 <토토가>)가 대박을 쳤다.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하는가 하면 거리는 어느새 1990년대 대중가요 일색이다. 혹자는 현재 대중가요 시장과 문화계 전반의 빈약함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누군가는 복고 트렌드의 일시적 반동에 불과하다고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한다. <토토가>뿐만 아니다. 영화 <국제시장>의 천만 관객 달성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TV 예능 <토토가>, 영화 <국제시장>으로 대표되는 복고 성향은 현재에 대한 불안과 불만이 반영되어 과거로 회귀하는 반동적인 흐름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저 그 시절의 콘텐츠가 즐기기 제법 괜찮았기에 나타난 일시적 유행일 수도 있다. 쏟아지는 말의 홍수 사이에서 복고 트렌드에 대한 두 가지 입장을 들어봤다. 정답은 아닐지라도 현재에 대한 우리의 갈증을 되짚어보기에 제법 도움이 될 지표들이다.
빽 투 더 90’s! 파뤼 투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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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터너>에는 화가의 유명한 그림들이 대거 등장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보여준 뒤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그냥 완성된 그림이 배경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또 그림은 직접 등장하지 않고 그림처럼 묘사된 화면이 등장할 때도 있다. 수많은 그림 가운데 <미스터 터너>에서 주요한 모티브로 사용된 일곱 작품을 소개한다.
영화는 대략 1830년경부터 시작된다. 터너의 나이 50대 중반일 때다. 따라서 이전의 작품들은 완성된 채 배경으로 제시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여성 자연과학자 섬머빌이 터너의 집을 방문하여 개인 갤러리를 구경할 때다. 이때 강조된 작품이 <눈보라: 알프스를 넘는 한니발과 군대>(1812)이다. 터너가 30대 중반에 그린 작품으로, 한창 낭만주의의 테마인 ‘숭고’의 미학에 주목할 때다. 여기서도 자연은 무한과 경외의 대상으로 표현돼 있다. 화면의 아래에 한니발의 군대들이 이동하고 있고, 캔버스의 대부분은 눈보라 치는
낭만주의의 정점에서 현대미술의 맹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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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리의 전기영화 <미스터 터너>는 화가의 말년에 초점을 맞춘다. 낭만주의의 대가였던 윌리엄 터너가 정점으로 올라가는 화려한 성장기는 생략됐다. 대신 영화에는 대가의 고독과 피폐함이 강조돼 있다. 마이크 리가 주목하는 화가의 삶에, 터너의 무엇이 들어 있는지 바라봤다. 마이크 리는 그것이 ‘역사적인 예술가’의 운명이라고 보는 듯하다.
예술가에게 낭만주의의 천재는 꿈의 대상이다. 제도와 이성을 초월하여 세상을 조종하는 연금술사처럼 보이는 까닭이다. 평범한 집안 출신에, 지적 배경이 낮고, 성격적 결함도 많은 베토벤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숭고의 힘을 느끼게 할 때, 대개 우리는 예술의 신비한 마력 앞에 이성을 잃는다. 예술가란 그런 마법을 부리는 주술사의 표상이 아닌가. 그래서 낭만주의의 천재 앞에 교육 같은 제도는 하찮은 미물로 전락된다. 설사 그런 정체성이 낭만주의자들이 지어낸 허상이라 할지라도, 그 허상은 실제보다 더 큰 설득의 유혹을 갖는다. 마이크 리는
베토벤의 슬픔을 듣는 낭만주의 예술가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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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누가 더 웃기나. 지난해 12월15일 런던 클라리지 호텔에서 열린 <박물관이 살아있다: 비밀의 무덤> 기자회견은 재치 있는 만담과 기자들의 폭소가 흘러넘치는 유쾌한 자리였다. 특히 시리즈의 주연을 맡은 벤 스틸러와 이번 영화에서 새롭게 합류한 호주 출신의 코미디언 레벨 윌슨은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를 아리송한 농담으로 회견장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는데, 타이밍을 절대 놓치는 법이 없는 그들의 날카로운 유머는 이 시리즈의 성공 요인이 영리한 배우들과 재치 있는 유머에 있다는 점을 다시금 확인시켜줬다.
-모두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의 집에서 한밤중에 무언가 살아 움직인다면, 그게 무엇이었으면 좋겠나.
=벤 킹슬리_한 20분 정도만, 우리 집에 나폴레옹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그와 대화를 해보고 싶다. 불어로. (웃음)
벤 스틸러_질문이 뭐였더라…. 내 아내라고 대답하면 안 되겠지? (좌중 폭소)
-댄 스티븐스에게 묻는다. 이번 영화의 새로운 캐릭터인 란셀롯을 연
대영박물관 촬영이 ‘진짜’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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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잠든 시간, 굳어 있던 존재들이 비밀스럽게 살아나 움직인다는 이야기. 아마 전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침대 머리맡에서 한번쯤 들어보았거나 꿈꾸었을 에피소드일 거다. 하지만 이 마법의 시간은 대개 아이들의 좁은 방구석이나 이집트의 고대 유적지 같은 현실 너머의 공간에 내려앉았다.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가 등장하기 전에는. 지난 2006년 크리스마스 시즌 북미에서 개봉해 쟁쟁한 연말 개봉작들 사이에서 3주간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켜낸 <박물관이 살아있다!>는, 세상에서 가장 고색창연한 장소였던 박물관을 과거의 존재들이 살아 움직이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만들었다. 생명력이라곤 없어 보이는 딱딱한 밀랍인형들과 지루하기 그지없는 해설이 존재하는, 역사에 관심 많은 이들을 제외하면 그저 아이들의 방학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는 곳으로 치부되던 박물관이 이집트 석판의 영향으로 밤마다 마법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는 설정이 가족 단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1편의
매혹적 모험물 마음을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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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2015 MBC <여왕의 꽃>
2014 SBS <괜찮아, 사랑이야>
뮤직비디오
2013 강승윤 <Wild And Young> 외
별명은 까불대서 ‘깝경’. 학창 시절, 오락부장과 체육부장을 도맡다시피했다. 노래에 댄스에 사회 보는 실력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에너자이저’로 통하는 솔직하고 거침없는 왈가닥. 그녀가 이성경이다. 말할 때마다 표정도 시시각각 변한다.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가, 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렸다가, 어깨를 힘껏 들어올려도 본다. 귀여운 애니메이션 속에서 지금 막 뛰어나온 영락없는 장난꾸러기다.
이성경은 지난해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극중 인물들을 ‘뜨악’하게 만든 날라리 고등학생 오소녀 역으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 당돌한 소녀 역으로 새로운 얼굴을 물색하던 김규태 감독의 눈에 자유분방하고 당찬 이성경이 딱 들어왔다. 노희경 작가도 그녀에게 “연기하려 하지 말고 너처럼
예쁘게 나오는 건 관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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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쎄시봉>
2014 <하이힐> <몬스터> <원 나잇 온리> <명량> <우리는 형제입니다>
2013 <소원>
“소매치기로 나온 <우리는 형제입니다>! 아니 <하이힐>!! 아니 <명량>!!!” 특별한 기억으로 새겨진 작품이 뭐냐고 묻자 조복래는 자신의 대답을 두번 수정한 끝에 <명량>을 외쳤다. “하늘엔 우주선처럼 큰 조명기”가 떠 있었고, “눈앞엔 연기 끝판왕 최민식 선배님”이 서 있었던 <명량>의 현장은 “독립단편영화 출연 경험조차 전무”했던 조복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를 제대로 가르쳐주었다. 풀숏이든 클로즈업이든 매 테이크 온 힘을 다해 오열하는 감정 신 연기를 선보이며 신인배우의 ‘도리’를 다한 그는 <명량>에서 이순신에게 목이 베이는 탈영병 오상구를 연기했다. 서울예대 연극과 선배이자 현 소속사 필름있수다의 대표인 장진
너무 빠른 거 아닌가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