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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이와이 슌지 감독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한국을 찾았다. 각각 신작 홍보와 기획전 참석으로 방한한 것이었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기획전이 열리는 강남에 있었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신작 상영회가 열리는 강북에 있었다. 62년생 고레에다 감독과 한살 아래인 이와이 감독은 최근 일본의 모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뒤 친분을 다지게 됐다고 한다. 두 감독이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으나 스케줄상 여의치 않았다. 이날 사석에서 만난 두 감독은 일본의 현재를 비판하는 영화를 계획 중이지만 투자 받기가 어렵다는 연출가로서의 고민을 나누었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 두 감독이 작품 스타일은 다르지만 일본이라는 바탕에서 영화를 연출하는 감독으로서의 고민, 그 지점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짐작이 갔다. 일본영화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이와이 슌지. 두 감독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견해를 통해 지금 일본영화계의 흐름을 짐작해볼 수 있을
일상적인 언어로 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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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가 진통을 겪으며 넷이 되어가는 순간, 그렇게 또 ‘하나의’ 가족이 형성된다. ‘자매’라는 특수한 여성의 코드와 디테일은 배우 아야세 하루카, 히로세 스즈, 나가사와 마사미, 가호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그들을 곁에서 세심하게 관찰하고 역할과 접목시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협업에 의해서 완성되었다. 일본영화계의 주축인 아야세 하루카부터 기존 이미지를 벗어나 점차 연기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는 나가사와 마사미와 가호, 이번 영화에서 발견된 신성 히로세 스즈까지, 네 배우에게 고레에다 감독과의 이번 작업에 대해 들어보았다(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되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정해진 대본대로가 아닌 현장에서, 혹은 배우들의 말투를 통해 새롭게 대본을 꾸리는 방식으로 작업하기로 유명하다. 이번 작업은 어떤 경험이었나.
=아야세 하루카_보통은 ‘촬영 들어갑니다-’라는 느낌으로 촬영이 시작되는데, 이번 영화는 촬영이 아닌 일상처럼 느껴져 촬영을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 잘 모르겠더
네 여배우들이 함께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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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집 나간 아버지에게서 온 부음을 통해 만나게 된 이복동생. 가마쿠라의 세 자매는 그렇게 아버지의 죽음으로 갑자기 한가족이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네 자매에게 닥친 변화된 일상으로 들어가 그간 견지해온 가족, 죽음, 관계의 순환에 대해서 또 한번 질문한다. 아야세 하루카, 나가사와 마사미, 가호, 히로세 스즈가 들려주는 고레에다 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기억도 함께 실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만큼 지독한 관찰자가 또 있을까. 그의 시선은 항상 누군가가 묻으려고 하는 기억에 가닿는다. 시간의 축적 속에 덮여 있었을 뿐 상실은 예나 지금이나 빈 공간으로 남아 메워지지 않으며, 상처는 감추고 싶은 흉터로 남아 있다. <환상의 빛>(1995)의 유미코는 5년이 지나 남의 아내가 되었음에도 문득 전남편이 자살한 이유를 찾아 나서야 했고, <걸어도 걸어도>(2008)의 가족들은 15년 전 물에 빠진 소년을 구하고 죽은 아들의 기억 속에서 함께 허우적
그렇게 가족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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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도시락 하나 달랑 싸들고 산으로 산으로. 호시절의 등산객 얘기가 아니다. 지난여름 매일같이 산을 타야 했던 <대호> 연출부의 사연이다. 2인1조로 팀을 이뤄 하루에 산 하나를 오르고 또 올랐다. <대호>는 지리산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리산은 험준하기로 유명한 데다 촬영 허가가 쉽게 나지 않아 대체할 수 있는 산을 찾아야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길 6개월여 끝에 제천, 포천, 곡성, 합천, 남해, 전주, 대관령 등 10여 군데가 넘는 전국의 산들을 로케이션 장소로 확정했다.
최종 헌팅까지 다녀온 뒤 이모개 촬영감독은 <대호>의 산에 대한 생각이 확실해졌다. “시나리오를 읽는 순간 <대호>는 천만덕과 대호 그리고 산이 주인공이구나 생각했다. 산은 이야기의 무대만이 아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곧은 정신과 같은 것을 영화 속 산이 품고 있어야 했다. 산이 주는 경외감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호랑이 등 CG 작업을 하기에 용이한 지형의 산
시원(始原)적 정신의 숲속으로 가는 인간과 CG의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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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히말라야 눈밭에서 대체 얼마나 구르다 온 걸까. 예상과 달리 휴먼 원정대는 강원도 영월의 한 채석장에서 두달 반을 보냈다. 에베레스트와 칸첸중가 근접 촬영의 대부분이 영월 채석장에서 촬영됐기 때문이다. 비전문가 눈엔 눈 덮인 산이 거기가 거기 같지만 에베레스트와 칸첸중가는 산을 구성하는 돌의 색이 크게 다르다. 주승환 프로듀서는 근 2년간 경남을 제외한 전국의 채석장을 죄다 돌아보았다고 한다. 주승환 프로듀서는 강원도 군청을 통해 영월군수와 만났고 영월군에서 60년 넘게 성업 중인 채석장 쌍용양회를 소개해줬다. 워낙 넓은 곳이라 회색빛의 에베레스트와 갈색빛을 띠는 칸첸중가의 표현이 모두 가능한 곳이었다. 베이스캠프 장면도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폐채석장에서 찍었다. 폐채석장은 손질이 되지 않아 잡초가 무성했기 때문에 산 초입의 베이스캠프 장면을 촬영하기에 적절했다. 뜻밖에도 다른 영화 제작진이었다면 쌍수들고 환영했을 ‘따뜻한 겨울’은 <히말라야>팀엔 이도저도 못할 계륵
장비를 몸처럼 다루며 산을 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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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대호(大虎)를 어떻게 만들어내서 관객에게 보여줄 것인가. 이 막막한 질문 앞에서 <대호>의 박민정 프로듀서는 확실한 비전을 제시했다. “호랑이는 <대호>의 주인공이지만 호랑이만이 이 영화의 전부는 절대 아니다. 명포수 천만덕(최민식), 천만덕과 대호가 살아가는 지리산이야말로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천만덕, 호랑이 그리고 산을 통해 서사의 균형을 맞추는 게 호랑이 그 자체보다 더 중요했다.” 호랑이를 100% CG로 구현하기로 결정한 결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호랑이를 실사로 촬영할 때 호랑이를 조련하는 등의 한계도 있었지만 산을 CG로 처리해야 하는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그건 <대호>의 서사가 지향하는 바가 아니었다. “무엇이 <대호>에 필요한가를 정확히 파악해 선택과 집중을 했다”는 게 박민정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호랑이 만들기는 방대한 자료 수집에서부터 시작됐다. 연출팀, 미술팀, VFX팀
내가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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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이 아닌, 사람의 이야기. 2005년, 휴먼 원정대가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에서 눈감은 고 박무택, 백준호, 장민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러 가겠다는 숭고한 결단을 내린 것은 산악인들이 산으로 향하는 궁극적 이유가 결국 사람에 닿아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히말라야>에서 이동규 대장으로 나오는 실제 인물, 손칠규 원정대장에게 엄홍길 대장이 무전을 친다.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무택이를 만났는데 도저히 함께 내려갈 수가 없어 동쪽 해 잘 드는 데에 묻어줬다’고 하는데 그 목소리가 강하게 각인이 됐다.” 엄홍길의 그 목소리가 주승환 프로듀서를 히말라야 설산으로 한발 한발 내딛게 만들었다. 실화의 위엄이 막강한 만큼 JK필름은 4년에 걸쳐 <히말라야>의 이야기를 다듬었고, 완결된 이야기로서의 구색을 갖춘 뒤에야 프로덕션에 제대로 시동이 걸렸다.
2004년 5월18일 오전 ‘2004 계명대 에베레스트 원정대’를 이끌고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박무택 산악대장은 불과 한
영화가 다 말할 수 없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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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 현장에는 총 네 마리의 ‘호랑이’가 상주하고 있었다. CG로 구현될 가상의 호랑이 대호와 호랑이띠인 배우 최민식과 정만식, 박훈정 감독이 그들이다. “갖다붙이려면 뭔들 못 갖다붙이겠나”라며 박훈정 감독은 웃었지만, 사실 호랑이는 오래전부터 그의 무의식 어딘가를 배회하고 있던 존재였다. “어렸을 때부터 가끔씩 호랑이꿈을 꿨다. 스윽 지나가기도 하고, 곁에 와서 잠도 자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1년에 한두번씩은 호랑이꿈을 꿨다.” 그렇게 아득한 존재였던 호랑이에 현실감과 정서를 불어넣은 영화를 만드는 건 어쩌면 박훈정 감독의 숙명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호>를 통해 그는 모두의 머릿속에 조금씩 다른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는 미지의 동물, 호랑이를 하나의 명징한 캐릭터로 구체화하는 데 성공했다. <혈투>와 <신세계>를 거쳐 <대호>에 당도한 감독 박훈정의 ‘신세계’는, 그렇게 확장되어 있었다.
-몇달 전 SNS에 ‘중경외폐’(中
호랑이가 포스 넘치게 보이는 계절이 바로 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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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 안 하는 영화감독이 어디 있겠냐마는 최근작만 보면 이석훈 감독은 제대로 고생할 팔자인가보다. 전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2014)이 바다 CG와 사투를 벌인 블록버스터였다면, <히말라야>는 무거운 실화를 양어깨에 짊어지고 해발 8750m 높이의 산을 담아낸 산악영화다. 충무로가 산악영화의 불모지인 걸 감안하면 다소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도전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산악영화를 찍고 나니 산이 좀 달라 보인다”고 말한다. 막 언론 시사회를 마치고 인터뷰 장소에 들어온 이석훈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었던 지난 1년 반은 인생에서 중요한 시간이었다. 좋은 추억이 됐다. 배우, 스탭들도 그렇게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고 겨울 시장에 나서는 출사표를 던졌다.
-평소에 등산을 즐기나.
=즐기진 않지만 산을 좋아하는 편이다. 예전에는 좋아하는 영화인들과 6개월 정도 산을 오르기도 했다. 요즘은 그렇게 못하고. 꼭 정상을 오르기보다
“자연 풍광보다 사람을 보여주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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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질문 하나. 우리는 왜 괴수에 매혹되는가? 거기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으로는 괴수의 크기와 힘, 기묘한 모양새와 인간을 뛰어넘는 어떤 초월성에 매혹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음지를 배회하던 괴수가 서스펜스를 자아내다가 마침내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마침내 압도적인 파워로 상대를 제압하는 순간을 사랑한다. 거칠게 말하자면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의 성공 여부는 괴수를 얼마나 멋지고 효과적으로 구현해내느냐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괴수의 매력은 물리적인 존재감에서만 비롯되는 것은 아니다. 괴수가 지닌 사연과 정서가 복합적일수록 이 미지의 존재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 사례가 잘 생각나지 않는다면 <혹성탈출> 시리즈의 시저나 <킹콩>(2005)의 콩,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등을 떠올리면 될 것이다.
박훈정 감독의 신작 <대호>
아름다운 괴수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가 부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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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K2, 칸첸중가, 로체, 마칼루,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초오유, 낭가파르바트, 안나푸르나 등.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8000m급 봉우리를 높이 순서대로 나열해보니 산에 오른 것도 아닌데 괜히 머리가 아찔해진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K2(8611m)보다 훨씬 위에 있는 히말라야 8750m에 방치된 동료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엄홍길 대장이 휴먼 원정대를 꾸렸다는 소식을 10년 전 처음 들었을 때 꽤나 무모해 보였던 것도 그래서다. 그곳은 난다 긴다 하는 산악인도 제 한몸 가누기조차 힘든 ‘죽음의 지대’(해발 7500m 이상의 높이는 데스 존이라고 불린다.-편집자)가 아닌가. 그들은 왜 위험을 무릅쓰고 산에 오르려 했을까. 단지 동료의 시신이 거기에 있으니까? 이석훈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 <히말라야>는 ‘산이 거기에 있으니까 산에 오른다’는 산악인들의 기본명제와 다른 성격의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아가는 산악영화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찾기
그곳에 동료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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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폭풍전야다. 2015년 12월 둘쨋주 한국영화계의 풍경이 딱 그렇다. 12월7일 월요일 <히말라야>가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됐고, 그다음날인 화요일 <대호>의 시사회가 열렸으며 수요일에는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의 제작진이 내한해 한국 관객과 만남을 가졌다. 12월 셋쨋주부터 이 세편의 영화는 겨울 극장가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치열한 레이스에 돌입하게 된다. <암살>과 <베테랑>이 맞붙었던 여름 시장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오른 최근 극장가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서는 화제작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고 느꼈다. 이 지면에서는 연달아 공개된 두편의 한국영화, <히말라야>와 <대호>에 대한 심층기사를 마련했다. 영화에 대한 소개글과 더불어 감독과의 인터뷰, 제작과정을 좀더 상세히 알 수 있는 스탭들의 코멘터리도 함께 전한다. 이번 특집은 좌우로 기사를 나누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두 영화에 대
자연과 인간 그 사이 영화적 상상력이 숨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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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캐스팅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데이지 리들리_잘 모르겠지만 내가 솔직하고 용감한 역할에 잘 어울린다고 본 것 같다. 마지막 오디션 때 최선을 다해서 후회는 없다고 말한 기억이 난다.
존 보예가_내 첫 오디션은 최악이었다. 그래서 낙담하고 있었는데 나를 다시 부르더라. 보통 오디션에서는 자신감을 어필하는데 이번 오디션에서는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핀’이라는 인물과 잘 맞았나 보다. 데이지와의 연기 호흡도 좋았다.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첫 3편은 루크 스카이워커의 여정이었고, 다음 3편은 아나킨 스카이워커의 여정이었다. 새로 이어질 3부작은 ‘레이’의 여정인가.
=데이지 리들리_관객의 입장에서는 누군가의 여정처럼 보이겠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그 어느 때도 한 사람이 주인공인 에피소드는 없었다. 루크의 이야기를 다룰 때도 한솔로나 레아 공주가 없었다면 그 여정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에도 레이 중심으로 꾸며질 거라 생각하는
“선과 악의 대결 아래 여정이 뒤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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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서 연기한 카일로 렌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마스크 연기를 처음 경험했는데 어떻든가.
=마스크 뒤에서 연기하는 건 쉽지 않았지만 도전 자체는 신선하게 느껴졌다. 마스크란 제약이 생기면서 다른 극적인 가능성이 열리더라. 마스크 뒤에 숨은 캐릭터가 또 있다고 생각하니 흥미로웠다. 다스 베이더도 마찬가지지만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까 관객이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기가 수월한 것 같다. 감독님과 마스크에 구멍을 뚫어 눈을 보이게 할까도 고민했지만 지금이 최선의 결정이었다. 어떤 장면에서 마스크를 벗고 나오느냐고? 개봉까지 기다려달라. (웃음)
-퍼스트 오더 소속 카일로 렌을 연기하는 데 군복무 생활이 도움이 됐나.
=군대에서 라이트세이버를 휘두르지는 않으니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팀원간의 협력이나 조화에 대해서 깨닫는 계기를 제공했다. 개인보다는 팀의 결과를 위해 모두 함께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영화 촬영과 같다. 그것은
“가장 아름다운 라이트세이버가 탄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