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대 중반 일본의 버블경제가 서서히 붕괴하던 때, 리카(미야자와 리에)는 대학생 고타(이케마쓰 소스케)와 가까워진다. 형편이 어려운 고타를 위해 남몰래 은행 예금에 손대기 시작한 리카는 사랑의 쾌락에 환희를 느끼는 동시에 양심과 현실의 무게에 짓눌리기 시작한다. 가쿠다 미쓰요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종이 달>은 요시다 다이하치 감독의 작품 중 가장 서늘하고 어른스러운 드라마다. 감독은 전작 <겁쟁이라도, 슬픈 사랑을 보여줘>(2006), <퍼머넌트 노바라>(2010) 등에서 긍정적이고 따뜻한 여성들을 그렸으나 <종이 달>에선 위태롭고 고독한 계약직 은행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미야자와 리에의 8년 만의 복귀작.
-원작은 동명의 TV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영화화한 계기는 뭔가.
=나는 돈을 비롯해 여러 압박에 시달리는 여성들이 무엇에 기대고 있는지, 어디에서 자유를 느끼는지를 그리고 싶었다. 리카의 직장동료 두명은 책엔 없는
여성과 함께 싸워나가고 싶다
-
회고전 타이틀은 ‘훌륭한 배우 좋은 사람’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고민에 빠졌다. 영화로 그를 접한 이들이라면 ‘훌륭한 배우’를 그의 앞에 놓는 데 망설임이 없을 것이다. 1980년에 데뷔한 이래 200편에 달하는 영화에 출연한 대배우 앞에서 더이상 연기에 대해 논할 필요가 있을까. 과거의 이미지에 기대지 않고 현재진행형으로 연기 영역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그는 ‘훌륭한’을 넘어 ‘놀라운’ 배우다. 하지만 임달화를 직접 만나본 사람이라면 ‘좋은 사람’을 앞에 놓고 싶어 할지도 모르겠다. 그는 어디를 가더라도 아내의 기분을 먼저 생각하는 가정적인 남편이자 세상 둘도 없을 ‘딸바보’다.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이 겸손한 대배우는 힘들고 피곤한 촬영장에서도 유쾌한 미소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까지 즐겁게 만드는 걸로 정평이 나 있다. 그와 한번이라도 인터뷰를 해본 사람들 역시 그의 매력을 칭찬하기 바쁘다. 매체마다 사진이 겹치면 심심하지 않겠냐며 손수 챙겨온
“연기는 삶과 다르지 않다”
-
제1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BiFan)가 열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45개국 235편의 판타스틱한 영화가 열혈 장르팬들의 오감을 만족시켰다. 아마도 BiFan만큼 팬과 스타, 감독이 하나되는 영화제도 드물 것이다. 장르영화의 이름 아래 모두 ‘Fan’이 되는 축제의 현장, 특별전을 가진 배우 임달화와 감독 소노 시온을 비롯해 BiFan을 방문한 개성 만점 영화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장르의 깃발 아래 모였다
-
-<암살>은 어떤 면에서 도전이었나.
=우선 일제강점기가 유쾌한 시대가 아니잖나. 일제강점기를 다룬다면 무장독립투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스토리가 너무 숭고해지면 부담스러우니, 입장이 각기 다른 캐릭터들의 갈등이 영화의 주가 되었으면 했다. 그런데 <도둑들>과 같은 스타일로, 범죄영화를 찍던 스타일로 만드는 게 가능한 이야기일지 잘 모르겠더라. 처음에 쓴 시나리오가 재미는 있었다. 그런데 ‘무언가’가 없었다. 그 무언가를 찾는 데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결국은 가장 전통적이고 클래식한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기로 했는데, 이런 것들이 내겐 도전이었다.
-1930년대는 어떤 점에서 매혹적이었나.
=당시 항일투쟁은 식민지 조선에선 더이상 일어나지 않았고, 해외에서의 무장투쟁활동이 점차 무르익어갔다. 해외와 경성의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는 거다. 경성에선 개인주의와 모더니티가 싹트기 시작했고, 또 한쪽에선 독립운동에 대한 질서가 막 잡혀가고 있
대하드라마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
-
최동훈 감독이 돌아왔다. <도둑들>(2012) 이후 3년 만이다. <도둑들>의 주역인 전지현과 이정재는 <암살>에서 다시금 최동훈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거기에 하정우까지 가세했다. 이름의 조합만으로도 설레는 영화 <암살>이 공개됐다. 개성 강한 캐릭터, 속도감 있는 전개, 맛깔나는 대사, 화려한 배우진 등 최동훈 감독 영화의 단골 요소들이 <암살>에도 그대로 이식되어 있다. 하지만 다르다. 1933년 일제강점기, 친일파 암살 작전에 투입된 무장투쟁 운동가와 밀정, 청부살인업자 이야기인 <암살>은 최동훈 감독의 영화 중 가장 진중하다. 물론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영화가 무엇인지를 잘 아는 최동훈 감독은 특정 시대가 주는 무게에 쉽게 압도당하지 않는다. 새로운 총알을 장전하고 돌아온 최동훈 감독을 <암살>이 공개된 날 만났다.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런 거 안 배웠어?” 10년 전, 최동훈 감독
흔들림 없이 운명 속으로
-
할리우드의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과 한국의 촬영 시스템은 무엇이 어떻게 다를까? 혹은 DP와 시네마토그래퍼의 용어는 어떻게 구분지어 사용되는가? 왜 일부 감독들은 DP라고 부르기를 꺼려하는 걸까. 이러한 해석과 입장 차이에 따라 현장에서 촬영감독의 역할이 달라지기도 하는 것일까. 수많은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며 완성도 높은 작업을 보여주고 있는 홍경표, 김우형 촬영감독을 한자리에 불러냈다. 이들은 각각 <하우등>(1998)과 <나쁜 영화>(1997)로 영화계에 본격 데뷔해 2000년대 한국영화의 르네상스 시기를 관통하며, 필름에서 디지털로의 전환 과정에 이르기까지 최근 한국영화 제작 전반의 시스템 변화를 현장에서 몸소 겪어온 사람들이다. 또한 이들은 그 과정에서 서로 다른 고유의 촬영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정에 맞는 생산적인 현장 시스템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연일 바쁜 촬영 스케줄로 전화 통
“화면을 책임지는 우리의 일은 변함없다”
-
한국형 DP 촬영 시스템은 결국 촬영팀과 조명팀, 그립팀이 현장에서 어떻게 상호 업무 분담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아무리 선진화된 시스템이라고는 하지만 하루아침에 모든 촬영장을 DP 촬영 시스템으로 바꾸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DP 촬영 시스템 내에서 파트별 주요 인력이 하는 일을 정리해봤다.
촬영팀
디피 / DP, Director of Photography
‘촬영감독’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다른 영어 표현인 ‘시네마토그래퍼’보다는 다소 축소된 역할을 지칭한다고 여기는 영화인들도 있다. 어쨌든 할리우드에서 주로 쓰는 단어이며 촬영과 조명, 그립 등 현장에서 화면에 잡히는 모든 것을 관할하는 인물.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카메라를 잡지 않고 여러 대의 모니터 앞에 앉아 화면 전체를 보며 지시를 내린다.
오퍼레이터 / Camera Operator
‘카메라맨’이라고도 부른다. 꼭 영화뿐만 아니라 영상 전반에 걸친 기술자로서의 의미가 강하다. 즉 카메라의 위치와 앵글을 잡아주는
영상을 만드는 장인들
-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이라는 말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촬영감독이 조명까지 관장하는 시스템이라는 뜻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DP 시스템이 언제나 옳은 건 아니다. 때로는 경험 많은 조명감독과 함께 일하는 편이 화면의 퀄리티를 수월하게 높일 수 있다. 영화의 규모와 촬영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DP 시스템은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DP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되었는지를 9개 Q&A로 살펴봤다.
Q1 DP와 시네마토그래퍼의 차이는 뭔가.
넓은 범위에서 둘 다 ‘촬영감독’이다. DP가 촬영과 조명 모두 책임지는 역할에 방점을 찍는 단어라면 시네마토그래퍼는 아티스트로서 촬영감독을 의미하는 말이다. 단순히 카메라를 움직이는 오퍼레이터가 아니라 감독이 원하는 세계를 구현하기 위해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아무 생각 없이 촬영감독에게 DP라고 불렀다가 오해를 살 수도 있으니 조심할 것. DP 시스템은 촬영감독이 촬영
카메라, 조명 모두 컨트롤한다
-
DP(Director of Photography) 시스템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많은 촬영감독이 촬영뿐만 아니라 조명까지 관장하고 있다. 조명을 담당하는 개퍼(Gaffer)가 촬영팀에 소속되어 있는 DP 시스템과 달리 촬영감독과 조명감독이 동등한 위치에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현장도 여전히 많다. 영화의 규모나 촬영감독의 스타일에 따라 DP 시스템을 구성하는 방식도 제각각이다. 하지만 충무로의 DP 시스템이 할리우드 DP 시스템과 동일하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9가지 Q&A를 통해 충무로에서 DP 시스템이 어떻게 진화하는지 알아보자. DP 시스템을 전혀 모르는 독자를 위해 DP 시스템의 촬영팀, 조명팀, 그립팀의 역할을 상세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충무로를 대표하는 홍경표 촬영감독과 김우형 촬영감독이 만나 한국의 DP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만한 대화를 나눴다.
ALL ABOUT THE DP SYSTEM
-
<인사이드 아웃>은 프랜차이즈와 소설의 영화화가 많은 이 시대에 보기 드문, 오리지널 스토리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다. 게다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을 시각화했기 때문에 제작기간이 5년이나 걸렸다. 5년을 한 작품에 매진할 수 있는 인내와 그걸 뒷받침해줄 수 있는 제작사라는 행운을 가진 피트 닥터 감독과 <인사이드 아웃>에 대해 이야기했다. 20분간 이어진 인터뷰를 간추려 전한다.
-<인사이드 아웃>은 당신이 딸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하던데.
=<인사이드 아웃>을 시작할 때 엘리는 11살이었다.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나이가 들면서 조용해지고 거리감이 생겼다. 아이의 머리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조금 슬프기도 했다. 나는 아이와 마주 앉아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더이상 할 수 없게 됐다. 자연스럽고 필요하며 아름다운 과정이지만, 힘들었다. 이런 생각들이 <인사이드 아웃>
“이야기할 만한 조각을 남기고 싶다”
-
픽사의 위대한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영화, 명가의 부활, 경이로운 창의력 등등. 찬사 일색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부터 호평이 쏟아지며 궁금증을 자아냈던 <인사이드 아웃>은 그간의 격찬이 부끄럽지 않은 완성도로 관객을 즐겁게 한다. 별다른 설명을 할 것도 없다. 보기 드문 창의력과 마법 같은 이야기로 무장한 영화다.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고 한 조각 울림을 간직한 채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만 ‘재밌고 감동적인’이란 행간 사이에서 무언가를 더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느껴졌다. 디즈니와 합친 뒤에도 여전히 픽사스러운 색깔을 잃지 않고 있는 피트 닥터 감독을 중심으로 <인사이드 아웃>의 눈부신 성공비결을 살펴봤다. 픽사가 다시 돌아왔다.
고백하건대, 애니메이션으로 영화를 배웠다. 초기 영화의 아름다움을 느낀 건 고전 속 명장면들이었지만 그 움직임에 처음으로 매혹된 건 <업>(2009) 초반 2분짜리 무성 몽타주 시퀀스를 통해서였다. <업
그렇게 어른이 된다
-
김소희와 함께 무대에서 연기를 하거나 연희단거리패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동료 배우들이 그녀가 왜 뛰어난 배우인지 전해왔다. 그녀가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 보다 많은 관객에게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송강호 “연극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를 함께하면서 청춘을 불살랐다. 그 친구를 보면 참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김윤석을 아주 잡아먹으려고 했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쳤다. <파스카>는 그 친구가 영화를 정말 하고 싶어서 한 건 아닐 거다. 처음부터 끝까지 연극배우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했던 친구니까. 그런데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영화에서도 활동한다면 대단한 여배우의 발견이 될 것이다. 영화팬들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쪽으로 오기만 한다면 우리야 반갑지. (웃음)”
김윤석 “소녀부터 팜므파탈까지 모든 모습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왜 이제야 영화판이 그녀의 이름을 호명하는지… 좀 늦은 감이 있다. 영화가 그녀의 매력을 더 많이
“에너지가 넘친다”
-
영화
<혜경궁 홍씨>(2015)
<야간비행>(2014)
<파스카>(2013)
<춘정>(단편, 2013)
<굿바이 보이>(2010)
<오구>(2003)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1999)
연극
<혜경궁 홍씨>(2013)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2013)
<고곤의 선물>(2012)
<맥베스>(2011)
<햄릿>(2010)
<갈매기>(2010)
<베니스의 상인>(2009)
<길>(2008)
<원전유서>(2008)
<아름다운 남자>(2006)
<오월의 신부>(2005)
<리어왕>(2004)
<하녀들>(2002)
“인간 내면의 감추어진 욕망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연기가 국내 최고다.”(이윤택) “이제껏 만나본 여배우 중에서 에너지가 가장 넘치는 배우.”(송강호) “어렸을
연기의 끝까지 가고 싶다
-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가 7월2일 개봉했다. 다섯 번째 터미네이터 영화인 이 작품은 파라마운트가 제작하는 새로운 트릴로지의 첫편이 될 거라고도 알려졌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 영화 <토르: 다크 월드>의 앨런 테일러가 창조해낸 T월드는 과연 제임스 카메론의 오리지널 시리즈가 누렸던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시리즈의 리부트를 꿈꾸는 이 작품의 야심이 어마어마하다는 점이다. 터미네이터 세계의 복잡한 시공간을 한데 펼쳐놓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다층적인 타임라인은 그 야심의 증거가 되어준다. 한 작품에서 함께 존재할 수 없다고 믿어왔던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주요 인물들, 사라 코너와 카일 리스, 존 코너는 어떻게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서 같은 시공간에 놓이게 되었나. 이어지는 글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되어줄 거다. 더불어 시리즈의 타임라인을 연대기순으로 정리한 글은 극장에 가기 전에 미리 읽
기계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