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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제임스 에이지(James Agee)라는 이름이 생소하다면 이런 설명이 강렬할 것 같다. 미국 문단의 제임스 딘. 누구라도 인정할 만한 미남이었고, 반항적 성향이었던 데다 비교적 일찍 세상을 떴다는 점에서, 미국의 문화비평가 드와이트 맥도널드는 자신의 친구였던 에이지를 ‘문단의 제임스 딘’(Literary James Dean)이라 칭했다. 에이지는 미국의 저널리즘 글쓰기와 영화 비평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다. 국내에는 그의 책이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최근 그의 자전적 소설이자 유작인 <가족의 죽음>(A Death in the Family)이 출판됐다. 조금은 어쩌면 많이도 뒤늦은 만남이다(1961년 <만장>(輓章)이란 제목으로 <가족의 죽음>이 출간된 적 있으나 현재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디지털로만 열람 가능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얘기되는 르포르타주 <이제 훌륭한 사람들을 찬양하자>(Let Us Now Praise
이제 위대한 작가를 찬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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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블록버스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굳이 후속작이 필요 없는 간소한 소품이, 어떻게 이어지는 불필요한 속편들로 인해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가 될 수 있었는지, 이들이 조금씩 쌓이면서 만들어진 위태로운 세계가 어떻게 원작의 의도와 계획을 거슬러가며 수많은 작가와 감독이 공유하는 놀이터가 될 수 있었는지, 그런 놀이의 결과가 어떻게 그 놀이터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한 90%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착한 터미네이터로 나오는 <터미네이터2>를 진짜 원조 <터미네이터> 영화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한번 1편과 2편을 연달아 봐주기 바란다. <터미네이터2>가 정말로 쓸모없는 속편이라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터미네이터> 1편은 자기완결성이 분명한 작품으로 속편 따위는 필요 없다. 스카이넷은 핵폭탄으로 인류의 대부분을 멸망시켰다. 하지만 카일 리스가 미래에서 와서 사라
정말 괴상한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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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블록버스터
블록버스터 시리즈는 종종 한 인물의 전기로 존재한다(<다이하드> 시리즈,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 등). 어떤 블록버스터 시리즈는 한 세계의 역사로서 존재한다(<스타워즈> 시리즈,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 등).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끊임없이 재방문을 해야 이야기가 진행되는 일종의 테마파크로 존재한다. 그리고 <쥬라기 월드>는 그 유원지성이 시리즈 중 가장 극대화된 작품이다.
수많은 영화들이 유원지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많은 관객은 현실세계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겪기 위해 영화관을 찾는다. 그리고 대부분 장르물은 특성화된 테마파크와 같은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 무협영화의 중원, 로마 사극의 검투장, 서부극의 미국 평야, <스타워즈>에 나오는 미지의 행성, 제2차 세계대전의 유럽과 같은 곳은 모두 우리가 익숙함과 흥분을 동시에 체험할 수
너무도, 너무도 유원지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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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의 블록버스터
“감독이 약 빨고 만든 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개봉한 뒤 인터넷상에서 가장 자주 목도할 수 있었던 말이다. 과연 이 작품은 보는 이들의 상상을 압도하는 독특한 설정과 기괴한 개성의 인물들로 가득하다. 그런데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 관객이 열광하는 건 뭇 21세기 블록버스터영화들의 성공 법칙과는 조금 다른 이유에서인 것 같다. 이성과 과학의 세계를 기반으로 더 많은 관객의 공감대를 꾀하는 일련의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윤리와 규범이 부재하는 광기와 난장의 세계를 과감하게 펼쳐 보인다.
“빌어먹을, 이런 영화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이하 <분노의 도로>)의 미국 시사회가 끝나고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조지 밀러 감독이 받은 첫 번째 질문이라고 한다. 질문자는 다름 아닌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이었다. <분노의 도로>는 과연 후배 연출자를 좌절케
이런 미친! 끝내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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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형 블록버스터
장르에서 시리즈로, 시리즈에서 프랜차이즈로,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항상 안정적인 속편을 갈망해왔다. 마블이 선보인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개별 시리즈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합종연횡하는 새로운 차원의 프랜차이즈 모델을 제시했다. 페이즈2의 대미를 장식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단단하게 응집한 개별영화라기보다는 각 히어로들의 개별 영화의 주요 시퀀스 조각들을 효율적으로 조립한 거대한 장난감처럼 보인다.
대개 속편은 성공한 테마에 대한 질척거림과 볼품없어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중독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생명을 부지한다. 특히 블록버스터 속편들은 전작의 흥행에 힘입어 어떻게든 ‘말이 되게’ 이야기를 이어가려 애쓰곤 한다. 1편 안에서 완성되고 이미 마감된 이야기에 심폐소생기를 들이대다 보니 무리수도 많고, 시리즈가 쌓여갈수록 허점도 늘기 마련이다. 007처럼 각 편의 연결이 다소 헐거운 시리즈는 개별 영화의 개성이 도드라
또 한번의 빅뱅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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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쥬라기 월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최근 천만 관객을 달성한 두편의 한국영화가 나왔지만 상반기 극장가를 지배했던 건 분명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였다. 블록버스터 전반의 질적 향상 덕분이라고 쉽게 단정하진 않겠다. 실망할 때 하더라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실망하고 싶은 게 블록버스터의 힘이고 올해 상반기를 장식한 영화들도 대개 그러했다.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영화도 있었고, 예상대로 흥행 가도를 달린 영화도 있었으며,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도 있었다. 완성도와 만족도, 평단의 반응과 관객의 호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대체로 하나의 경향을 짚자면 이른바 ‘귀환’이 아닐까 싶다. 리부트, 리메이크 등 성공한 영화의 생명을 어떻게든 연장시키고자 하는 건 블록버스터의 자연스러운 속성이지만 올해는 그 정도가 유난했다. 오래된 시
부활해야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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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 크레이븐의 이름은 영화역사의 지층에 새겨진 선홍빛의 단층이다. 슬래셔 무비를 창시한 건 아니지만(그보다 먼저 마리오 바바의 <죽은 신경의 경련>(1971)이 있었다) 1970년대 호러영화의 수작으로 꼽히는 <왼편 마지막 집>으로 데뷔한 이래 그는 줄곧 이 장르에 천착해왔다. 출세작 <나이트메어>는 그의 이름을 장르의 전설로 끌어올렸으며, <스크림>(1996)은 침체에 접어들던 장르의 인기를 성공적으로 부흥시킨 기념비적 역작이었다. 이 두편에 각기 등장한 ‘프레디 크루거’와 ‘고스트 페이스’ 캐릭터는 슬래셔 무비의 상징적인 아이콘이자 현대 문화의 일부로 관객의 뇌리에 선명히 각인되었다.
그러나 <나이트메어>와 <스크림>만으로는 웨스 크레이븐의 영화세계가 지닌 의의를 다 풀어낼 수 없다. 유작이 된 <스크림 4G>에 이르기까지 40년에 달하는 그의 필모그래피는 항상 장르의 명맥을 따라 발전과 쇠퇴를 같이
미국 사회의 선홍빛 프레스코화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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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많은 부분은 당신에게 내린 저주와의 거래, 당신에게 주어진 별로 좋지 않은 카드와의 거래다. 그 저주는 당신을 괴물로 만들거나 좋은 방식으로 길들이거나 혹은 받아들여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한다.”
지난 8월30일 뇌종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웨스 크레이븐이 한 말이다. 크레이븐은 어린 시절부터 호러광이었던 여러 감독들과는 달리 근본주의적 종교관을 지닌 침례교도로 성장했다. 크레이븐은 시카고 근교에 있는 위튼 칼리지에서 영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이 학교는 크레이븐 재학 당시 신앙생활에 방해가 된다고 학생들에게 영화 관람을 금지시켰을 정도로 종교색이 강한 학교다. 이것은 호러영화의 거장이 될 그에게 ‘별로 좋지 않은 카드’였을까. 어쨌든 크레이븐은 그 ‘저주’를 받아들여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20대까지 청교도적으로 억압된 삶을 살았던 크레이븐은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의 석사 학위와 클라크슨 칼리지에서의 연구 교수 과정을 거쳐 엉뚱하게도 B급 호러영화의 감독이 됐다.
공포의 제왕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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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1984)와 <스크림>(1996)을 만든 호러영화의 거장 웨스 크레이븐이 세상을 떴다. 지난 몇년간 뇌종양으로 투병해오던 그는 지난 8월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76살로 숨을 거뒀다. 독실한 그리스도교 가정에서 성장했고 위튼 칼리지에서 영문학과 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철학과 창작 석사 학위를 이수했다. 어려서부터 부모를 따라 극장을 드나들며 영화에 매료됐던 그는 세월이 흘러 대학 강사 생활을 하던 중, 우연히 장만하게 된 16mm 카메라에 매료돼 취미로 영화 편집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나중에 <13일의 금요일>을 만들게 되는 숀 커닝엄의 다큐멘터리에 편집자로 참여하며 아예 대학을 떠나 할리우드로 향했다. <왼편 마지막 집>(1972)으로 데뷔한(제작자가 숀 S. 커닝엄이다) 이후 <나이트메어>를 통해 상업적인 성공은 물론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꿈에 나타나 사람을 죽이는 살인마 프레디
굿바이,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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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감독. 5년 전에 제작했던 <자가당착: 시대정신과 현실참여>가 지난해 7월10일 대법원으로부터 제한상영가 최종 취소 판정을 받았고, 9월10일 개봉한다.
곽용수
인디스토리 대표. 올해 상반기에만 다큐멘터리 <그라운드의 이방인>(감독 김명준),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감독 장건재), <살인재능>(감독 전재홍) 등 세편의 독립영화를 개봉시켰다.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3만5천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집계)을 불러모았다.
박광수
강릉 독립예술극장 신영과 정동진독립영화제 프로그래머.
김정석
인디플러그 대표. 상반기에 <후쿠시마의 미래>(감독 이홍기)와 <명령불복종 교사>(감독 서동일) 두편을 개봉시켰고, 최근 <오늘영화>(감독 윤성호, 강경태, 구교환, 이옥섭)를 배급했다.
“위탁 수행자가 선정한 48편 이외의 영화들은 유통 기회가 박탈당할 가능성이 높다.” “어떤 기준
후퇴하거나 혹은 사라지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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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감독 100선, 1~10위 감독 리스트
1위 오즈 야스지로(일본)
2위 허우샤오시엔(대만)
3위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이란)
4위 구로사와 아키라(일본)
5위 샤트야지트 레이(인도)
6위 왕가위(홍콩)
6위 아피찻퐁 위라세타쿤(타이)
8위 지아장커(중국)
8위 미조구치 겐지(일본)
8위 에드워드 양(대만)
예술(가)에 순위를 매기는 것은 분명 불편한 일이다. 예술은 기록이나 점수로 환산할 수 있는 무엇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시아 감독 100선’을 영화인들이 ‘사랑’한 감독들의 리스트로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결과적으로, ‘아시아영화 100선’에 1위로 이름을 올린 <동경 이야기>의 오즈 야스지로가 영화인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은 행복한 감독이 되었다. 오즈 야스지로는 가장 일본적인 영화로 세계를 매혹시킨 감독이다. 결혼과 가족은 오즈 영화의 오랜 테마였고, 섬세하고 정갈한 미장센과 다다미숏은 오즈 영화의 인장이라 할 수 있다. 데뷔작 <참회의
작가들의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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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편을 뽑기 위해 리스트를 모았어도 내 마음에 담긴 영화는 모두 다르다. ‘아시아영화 100’의 첫걸음인 만큼 이번에는 구체적인 선정기준을 제시하는 대신 각 선정위원의 자율적인 선택을 믿고 맡겼다. 어떤 이는 잊혀진 걸작의 발굴에 초점을 맞췄고 누군가는 자신의 취향을 적극 반영했다. 그들 각자의 영화적 자양분이 된 리스트를 공개한다. 길은 다양할수록 즐겁다. 누구의 영화 취향이 자신과 닮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김혜리 평론가
(무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에드워드 양
<동년왕사> 허우샤오시엔
<부운> 나루세 미키오
<북촌방향> 홍상수
<스틸 라이프> 지아장커
<엉클 분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춘향뎐> 임권택
<7인의 사무라이> 구로사와 아키라
<하나 그리고 둘> 에드워드 양
<화양연화> 왕가위
류승완 감독
1 <라쇼몽> 구로사와 아
심사숙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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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에는 마력이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대상도 숫자로 설명하면 왠지 명확해지는 것 같고 어지럽게 흩어진 대상도 숫자로 정리하면 순식간에 정리된다. 필요에 따라 사물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호가 되기도 하고, 합리적인 답을 도출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숫자는 그만큼 단순하지만 강력한 기호 체계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행간을 생략해버릴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숫자를 매긴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최초의 영화가 세상에 다양한 목적으로 선보인 지 어느덧 120년이 지난 지금, 영화사에도 수많은 숫자가 활용되었다. 세간의 평판과 세월은 고전이라는 이름하에 챙겨봐야 할 영화들의 목록을 정리해나가기 시작했고, 숱한 영화들의 리스트가 만들어졌다. 올해의 베스트, 죽기 전에 봐야 할 영화, 위대한 영화, 고전 명작 100선 등 다양한 리스트들이 영화에 목마른 관객에게 각자의 기준으로 가이드를 제시한다. 관객은 취향과 기준에 맞게 리스트로 정리된 영화들을 살펴보고
걸작을 환기하라 소통을 위해 노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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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20주년 아시아영화 100선 리스트 선정에 참여한 사람은 다음과 같다. 토니 레인즈/평론가, 피에르 루시엥/제작자, 크리스티앙 전/칸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디나 이오르다노바/FFRN(Film Festival Research Network) 회장, 장 미셸 프로동/<르몽드> 기자, 장 프랑수아 로제/시네마테크 프랑세즈 프로그래머, 막스 테시에/평론가, 카메론 베일리/토론토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크리스 후지와라/에든버러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더들리 앤드루/예일대 교수, 데이비드 데저/일리노이대 교수, 스테파니 자카렉/평론가, 조너선 로젠봄/평론가, 에이드리언 마틴/평론가, 아루나 바수데프/넷팩(NETPAC) 의장, 우마 다 쿤하/평론가, 무랄리 나이르/감독, 시나리오작가, 아이자즈 굴/평론가, 아흐메드 무즈타바 자말/다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모스타파 파루키/감독 , 애슐리 라트나비후샤나/감독, 세디그 바르막/감독, 필립 체/전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에
아시아영화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