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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2일 CGV압구정 ‘한국영화인 헌정 프로젝트’ 개관식. 스크린 속 <서편제>의 송화(오정해)와 유봉(김명민), 동호(김규철)가 판소리 가락을 읊으며 봇짐 지고 고개를 넘고 있을 때, 극장 앞 무대에서는 모그 음악감독과 연주팀이 연주하는 <아리랑>이 울려퍼진다. 오정해의 춤사위를 따라 극장 계단에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소리꾼이 소리를 하며 무대로 향하고 있다. 12분으로 구성된 연극은 이날 CGV 아트하우스에서 열린 개관식을 위해 마련한 것으로, 신연식 감독이 임권택 감독과 안성기 배우의 대표작을 모아 콩트식으로 꾸린 것이다. 헌정관은 한국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과 국민배우 안성기의 이름을 딴 것으로 CGV압구정 아트하우스에는 안성기 상영관이, 부산에 위치한 CGV서면 아트하우스에는 임권택 상영관이 각각 열린다.
<서편제>를 비롯해 <고래사냥> <칠수와 만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취화선&
그들의 한길 영화인생을 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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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떤 존재도 단 한방에 무찌르는 능력자 원펀치맨, 사이타마라는 청년이 주인공인 액션 활극 <원펀맨>은 ‘이웃집 영점프’라는 웹사이트에 연재되던 중 창작자들 사이에서 재미있다고 먼저 소문이 났다. 그중 만화가 ONE의 원작을 본 작가 무라타 유스케는 리메이크 작업을 스스로 자청했을 정도다. 결국 TV애니메이션은 그의 리메이크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작화 감독 구보타 지카시의 작화 총지휘, <스페이스 댄디>의 나쓰메 신고 감독의 연출, <타이거 앤 버니>의 스즈키 도모히로 작가의 구성 아래 탄생한 이 작품은 존재감을 잃어가던 매드하우스를 다시 회생시켰다. 심지어 주요 캐릭터인 사이타마와 제노스의 성우로 출연한 후루카와 마코토, 이시카와 가이토 역시 이 작품 때문에 인지도가 급상승했다. 영웅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할 일이 없어 취미로 히어로 행세를 하는 <원펀맨>의 사이타마는 우주 최강의 괴물이 와도 거
전통 스튜디오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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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볼을 던지는 시늉만 해도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외칠 수 있을 거다. “피카츄! 너로 정했다!” OLM(Oriental Light & Magic)의 킬러콘텐츠 <포켓몬스터>(1997)는 말 그대로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역사를 갈아치웠다. 닌텐도의 동명 게임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며 독보적 캐릭터 피카츄와 동행한 소년, 소녀들이 몬스터들을 모으거나 친구들을 사귀는 동안 겪는 긴 여행의 과정을 그린다. 다른 여러 지역을 여행한다는 내용의 후속 시리즈가 현재까지도 출시되고 있다.
1994년, 중소 애니메이션 제작사로 출발한 OLM은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 쉽게 접할 수 있고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단순하고 반복되는 구조를 갖춘 시리즈 애니메이션에 강한 제작사다. 제작팀을 예닐곱팀으로 나누어 팀별로 개별 작품을 제작하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포켓몬스터>로 재미를 보아서인지 <다마고치>(2009), <요괴워치>(2014)
게임 원작의 아동물에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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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쿄애니’라고도 불리는 제작사 교토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 이후 극장판 <경계의 저편> 시리즈를 비롯해서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2013), <케이온!>(2010),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2006) 등 주요 히트작을 내놓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은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으로, 특히 외계인을 만난 고교생을 소재로 한 SF 드라마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교토 애니메이션은 최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뒤이어 고교생 밴드 단원들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다룬 <케이온!>도 성공을 거두면서, 어떤 주제의 이야기든 캐릭터는 사랑스러운 미소녀를 주인공으로 해 ‘모에’ 포인트를 강조하는 작품 스타일의 노하우가 쌓여갔다. 그런데 가장 최근작인 TV시리즈 <프리!>(2014)는 남성 관객층을 타깃으로 한 작품이 아니라 오히려 여성 관객층을
여성을 위한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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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도 충분하다. 설레게 하거나 울게 만드는 데는. A-1픽처스(에이원픽처스)의 작품들은 다 그렇게 속삭이는 것 같다.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2011), <4월은 너의 거짓말>(2014),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2015) 등 제목에서부터 특유의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A-1픽처스 애니메이션의 특징은 깨지기 쉬운 소년, 소녀의 유리 같은 마음을 아련하고 서정적인 작화로 연출해낸다는 것이다.
A-1픽처스는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애니플렉스에 속해 있으며 감독, 작가, 애니메이터를 전속으로 두지 않고 대체로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여러 회사와 협업하는 시스템을 고수한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은 자연히 소니뮤직에서 사운드트랙 음반을 만들고, 모회사인 소니에서 게임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노래하는 왕자님 진심 LOVE 1000%> 시리즈나 <토가이누의 피>(2010)처럼 타사의 게임을 원작으로 애니
섬세한 마음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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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사(란티스)와 출판사(아스키 미디어 웍스), 애니메이션 제작사(선라이즈)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러브 라이브!>는 일종의 사이버 아이돌 가수 개념의 음반 출시를 시작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이 뒤이어 제작된 프로젝트다. 사용자의 의도대로 캐릭터의 삶을 만들어가는 캐릭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의 속성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면서 동시에 다양한 매체의 콘텐츠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팬들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를 재미있게 본 다음 극중 캐릭터가 참여하는 그룹의 앨범을 현실에서 구매하거나 참여한 성우들의 라이브 공연도 찾아 즐길 수 있다. 그런 다음 <러브 라이브!> 관련 새로운 정보는 모두 합작사에서 출간하는 게임 및 캐릭터 잡지 <전격 G’s 매거진>을 통해 얻게 되는, 흥미로운 합작 구조를 통해 수많은 파생 상품이 만들어지는 프로젝트다.
지금 일본은 ‘러브 라이브 광풍’에 휩싸여 있다. 2014년 아티스트별 전체 음반 판매 수
모두가 센터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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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일본 전체 박스오피스 흥행 성적이 관객수 1억6663만명을 돌파해 전년 대비 3.4%가 증가했다. 전체 흥행 수익 역시 2171억1900만엔으로 전년 대비 4.9%가 증가했다. 왜 그럴까? 재미있는 외화가 늘어나서일까, 아니면 자국 내 흥행 영화가 많아져서일까. 많은 언론에서는 애니메이션과 만화가 원작인 실사영화의 활약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자국영화 흥행 수익 1위를 기록한 영화는 <극장판 요괴워치: 탄생의 비밀이다냥!>으로 78억엔의 수익을 남겼고 10억엔의 수익을 달성한 애니메이션영화는 무려 13편에 달한다. 물론 그 영화들은 이제 서서히 국내에서도 팬층을 넓히고 있다. 일본의 산업적 전략과 아이디어는 단지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도 똑같이 재미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해체 이후 여전히 풀가동 중인 일본 애니메이션 업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일본에서 가장 시끄럽게 돌아가는 스튜디오 다섯곳과 그 히트
재미 파는 장인, 재패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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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대 호날두. 애플 대 삼성. 아이언맨 대 캡틴 아메리카. 배트맨 대 슈퍼맨. DC 대 마블. 사람들은 왜 라이벌에 집착을 할까. 왜 모든 것이 경쟁이 되어야 할까? 우리는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대결 구도로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해야만 적어도 어느 한편에는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은 이 넓은 세상에서 우리가 어느 편에 속하고 누구를 함께 응원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DC와 마블이 경쟁상대라고 생각하지만, 역사적으로 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대결이라기보다 이 두 회사는 결과적으로 각자 자기만의 특별한 브랜드와 정체성을 갖출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공생적인 관계를 이루어온 것이다.
현대 슈퍼히어로의 탄생
1938년 4월18일, 형사물(Detective) 코믹스의 액션 코믹스 브랜드를 통해 슈퍼맨 첫회가 출간되며 만화책 황금시기(1930년 말~1950년 초)가 시작되었다. 이것이 우리 현대 슈퍼히어로의 탄생이다. 그전의 만화책들은 깡패 서부 포르노
패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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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이는 지면에 등장한 지 거의 80년이 다돼가는 슈퍼맨과 배트맨의 독자들과 작가들이 계속 궁금해왔던 원초적인 질문이다. DC 코믹스의 가장 큰 지적 재산인 두 캐릭터가 스크린에서 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들은 이미 지면에서 티격태격해오던 오랜 친구와 같은 사이다. DC 코믹스의 공식 그래픽노블 홍보지 2016년판에서 제시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관련 있는 만화 중 국내에서 정식 발간된 작품들을 살펴보자(국내 발간순).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
프랭크 밀러 지음 출판연도 1986년
만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리스트에서 항상 3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이 원작 만화에서 많은 요소들을 차용했다. 새로운 배트맨 로고와 갑옷과 비슷한 아머슈트를 포함한 배트맨 복장은 이 작품에서 프랭크 밀러가 디
전설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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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같은 사람들을 찾게 해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의 말미에서, 배트맨은 원더우먼에게 이렇게 말한다. 아직은 거대한 물음표로 남아 있는 DC의 다른 슈퍼히어로와 빌런들은 워너브러더스가 오는 2020년까지 제작할 9편의 영화에서 차츰 그 존재감을 드러낼 예정이다. 올해 8월 국내 개봉예정인 <수어사이드 스쿼드>부터 <그린랜턴 군단>까지, 앞으로 극장가에서 만나보게 될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 영화들을 소개한다.
<수어사이드 스쿼드>
감독 데이비드 에이어 / 출연 마고 로비, 윌 스미스, 자레드 레토 / 개봉 2016년 8월5일
킬러, 갱스터, 미치광이, 식인종이 한팀이 되어 싸운다면?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DC의 안티히어로들을 한자리에 모은 영화다. 수완 좋은 정부 관료 아만다 월러(바이올라 데이비스)가 악당들의 몸속에 폭탄을 심은 뒤 위험한 미션에 투입시킨다는 설정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그래서 <저스티스 리그>는 언제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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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슈퍼맨이 일상복을 입고 무대에 섰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장신의 근육질인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마주선 순간, 연출된 퍼포먼스임을 알면서도 절로 감탄이 나왔다. 함께 작업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며 운을 뗀 두 사람은 대결 상대답게 은근한 경쟁심도 감추지 않았다. 벤 애플랙의 배트맨과 헨리 카빌의 슈퍼맨. 앞으로 두 히어로의 이름 앞에 고유명사처럼 거론될 것 같은 믿음직한 슈퍼히어로의 등장이다.
-새로운 배트맨의 등장이다.
=벤 애플렉_코믹스 원작이라고 가볍게 보는 이들도 있지만 스스로 엄격하고 진지하게 임했다. 워낙 오래 지속되어온 전통적인 캐릭터다. 독자적인 해석보다는 잭 스나이더 감독의 확고한 비전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팬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지만 이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영광스럽고 감사하다.
-다시 한번 슈퍼맨이 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이 있나.
=헨리 카빌_근육을 키웠
변화된 세계에서 슈퍼맨은 어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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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가 향후 이어질 저스티스 리그의 연출을 맡는다는 소식에 기대와 우려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300>(2007), <왓치맨>(2009) 등 그래픽노블 원작을 성공적으로 스크린에 옮긴 경험은 신뢰의 근거가 되었지만 그만큼 반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른바 성공한 덕후 중 한 사람인 그는 DC 코믹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시종일관 밝았던 그는 지금의 부담감을 외려 즐기는 듯했다. 뚜껑을 열어본 지금, 그의 자신감이 어디에서 기인한 건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품 속 표현을 빌리자면 ‘정의에는 어두운 일면이 있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잭 스나이더는 누가 뭐라 해도 잭 스나이더다.
-DC 유니버스의 시작이다. 마블의 사례에 영향을 받진 않았나.
=DC 코믹스가 자신의 길을 가는 것처럼 여타 다른 요소는 크게 신경 쓰진 않았다. 관건은 DC의 세계관을 얼마나 제대로 표현할 수
다양한 영웅들과의 크로스오버를 기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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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은 워너브러더스가 앞으로 펼쳐 보일 DC 익스텐디드 유니버스의 실마리를 곳곳에 숨겨놓은 영화다.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에 대한 놀라움을 온전히 체감하고 싶은 독자라면 이 글은 영화 관람 뒤에 읽는 것이 좋겠다. 엔딩 크레딧이 마저 올라갈 때까지 자리를 뜰 수 없게 하는 쿠키영상은 이 영화에 없지만 그 아쉬움을 감독 잭 스나이더와 제작진이 숨겨놓은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는 것으로 달래볼 순 있다.
무엇보다 가장 반가운 ‘떡밥’은 두편의 <저스티스 리그> 영화에 등장할 새로운 캐릭터들에 대한 정보다. 렉스 루터의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던 영상을 통해 플래시, 아쿠아맨, 사이보그의 모습을 짧게나마 볼 수 있다. 특히 번개만큼 빠른 속도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플래시(에즈라 밀러)는 배트맨의 꿈에 나타나 미래의 위험에 대한 중요한 힌트를 제공한다. 이 세명의 캐릭터와 함께 ‘저스티스 리그’의 주요 멤버로 활동하게 될 원더
저스티스 리그를 위한 이스터에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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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올해가 정점이 아닐까 싶다. 슈퍼히어로영화에 대한 피로의 목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는 가운데 히어로발 프랜차이즈 경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미 고지를 선점한 마블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필두로 페이즈3에 본격 시동을 걸었고, 브라이언 싱어가 되살린 <엑스맨> 시리즈는 종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다소 늦었지만 드디어 DC도 출사표를 던졌다. 정확히는 사활을 건 결정구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이번 작품에서 대뜸 간판이랄 수 있는 두 영웅, 슈퍼맨과 배트맨의 대결을 성사시킨 것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트맨 대 슈퍼맨>)은 제목 그대로 저스티스 리그를 향한 본격적인 첫걸음을 떼는 영화다. 팬이라면 환호할 수밖에 없는 꿈의 매치로 프랜차이즈의 문을 여는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일 것이다. 브라이언 싱어의 <수퍼맨 리턴즈>(2006)에 대한 반응이 예상과 달
배트맨 대 슈퍼맨 꿈의 대결이 성사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