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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의 여자주인공들의 가장 큰 특징은 그들 대부분이 번역된 캐릭터라는 것이다. 박찬욱의 영화에는 일반적인 한국영화나 문학이 습관적으로 해석해 내미는 ‘한국 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스토커>(2013)의 인디아(미아 바시코프스카)는 미국인이고 <공동경비구역 JSA>(2000)의 소피(이영애)는 스위스인이다. <박쥐>(2009)의 태주(김옥빈)는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에서 가져온 인물인 데다가 심지어 뱀파이어다.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의 영군(임수정)은 일본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친절한 금자씨>(2005)의 금자(이영애)의 국적을 따지는 건 힘든 일이지만, 이 인물을 한국 여성의 전형성 틀에 맞추는 건 더 힘든 일일 것이다.
이들 영화에서는 일반적인 한국 여성 캐릭터를 정의하고 결박하는 고정된 테마들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그들이 한국영화에 나오는 동료들과 다르게 행동
[스페셜] 듀나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와 박찬욱의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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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가 여러 갈래의 길로 뻗어나갈 때, 혹은 그 하나의 텍스트가 겹겹의 레이어를 품고 있을 때 독해자의 재미는 배가 되고 독법의 가짓수는 늘어난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박찬욱 감독은 언제나 관객과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풍부한 원재료의 제공자였다. <아가씨> 역시도 그런 미덕의 영화다. 지난주 <씨네21> 1058호에서 <아가씨>에 대한 개괄적인 리뷰와 박찬욱 감독과의 긴 인터뷰를 실은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가씨>는 여러 갈래와 층위에서 이야깃거리를 발견해가는 즐거움을 가능하게 한다. 세라 워터스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와의 비교 속에서, 박찬욱 감독의 전작들 가운데서, 히데코(김민희)와 숙희(김태리)의 로맨스라는 점에서 <아가씨>에 이르는 길을 탐색해봤다. 그 여정에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여성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를 얼마간 가늠해보게 된다.
[스페셜] 세 가지 키워드로 <아가씨>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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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정보 <곡성>
사용 카메라 아리 알렉사 XT 4:3(ARRI ALEXA XT 4:3)
사용 렌즈 아리 마스터 프라임, 울트라 프라임, 호크 V 라이트
화면 비율 2.39:1(칸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은 2.35:1)
촬영정보 <아가씨>
사용 카메라 아리 알렉사 플러스 4:3(ARRI ALEXA PLUS 4:3)
사용 렌즈 애너모픽 호크 74 빈티지, 울트라 프라임
화면 비율 2.39:1(칸국제영화제 상영 버전은 2.35:1)
곽경택 감독의 조감독 시절, 사무실에 종종 놀러오곤 했던 홍경표 촬영감독은 한 마리의 맹수 같았다. 가슴팍엔 호랑이를, 왼팔엔 불새(문신)를 품고 있었고, 캡에서 삐죽 튀어나온 거친 헤어스타일은 누구라도 쉬이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었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불같은 성격을 동력 삼아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가며 현장을 끌고 가는 모습은 무척이나 강렬했다.
“영화 어땠어? 촬영은 괜찮아?” 정정훈 촬영감독은 제69회 칸국제영
[스페셜] 나홍진 감독과 박찬욱 감독, 그리고 영화 촬영에 대해 이야기하다 - <곡성> 홍경표 촬영감독, <아가씨> 정정훈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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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완의 <쏘우> 시리즈는 존 카펜터의 <할로윈>(1978)이나 댄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의 <블레어 윗치>(1999)에 비견될 만한 2000년대를 대표하는 공포영화 브랜드다. 2004년 각본가이자 배우인 리와넬과 의기투합해 탄생한 <쏘우> 1편은 제작비 대비 50배의 수익을 올리며 전설로 남았고, 아직까지 시리즈가 이어지고 있다. 제임스 완은 이후 <인시디어스> 시리즈와 <컨저링>을 연이어 선보이며 그 이름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다. 재기발랄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호러 거장은 최근 장르의 한계를 넘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도 러브콜을 받는 중이다. 2015년 <분노의 질주: 더 세븐>으로 안정적인 흥행은 물론 평단의 호평까지 이끌어냈고, 현재 DC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모탈 컴뱃> <맥가이버> 등 리부트영화의 연출도 확정지었다.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대세
[스페셜] <쏘우> <인시디어스> <컨저링> 시리즈 제임스 완 감독 마스터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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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북>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 모글리 역의 닐 세티를 제외하곤 모든 것이 컴퓨터그래픽으로 그려진 이 영화의 진정한 창조주는 시각효과((VFX) 슈퍼바이저를 맡은 로버트 리가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를 시작으로 <타이타닉>(1998), <아마겟돈>(1998), <에비에이터>(2004), <휴고>(2011) 등을 작업한 그에게 시각효과의 의미와 미래에 대해 물었다.
-<정글북>은 현재 CG가 동물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한계를 보여줬다.
=<정글북>에서 성취한 가장 큰 발전은 진짜 그대로를 모방하도록 예술적인 선택과 절제를 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실제로 더 세밀한 표현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컴퓨터를 실사영화의 카메라처럼 사용했다. 진짜 촬영 카메라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 이상의 그 어떤 것도 표현하지 않았다는 점이 <정글북>이 선보인 리얼리티의
[스페셜] 특수효과란 표현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업 - <정글북> 시각효과 슈퍼바이저 로버트 리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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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디즈니 스튜디오 제작 어시스턴트로 업계에 발을 들인 브리검 테일러는 현재 총괄 제작 부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라이브 액션 스튜디오의 작품 개발과 제작에 매진 중인 그는 워너 스튜디오에 한발 앞서 <정글북> 실사영화를 제작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며 성공적인 흥행에 힘입어 <정글북>의 속편도 이미 기획 중이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정글북>을 다시 실사영화로 제작한 이유는 뭔가.
=<정글북>은 시대를 초월한 강력한 테마를 가진 이야기다. 무엇보다 현대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완전히 재탄생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모글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정글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드벤처영화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로맨틱 스토리나 중세의 마법 같은 부분에 핵심을 둔, 디즈니의 여타 동화들과는 차별된 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동화이기도 하다.
-당신이 제작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
[스페셜] “존 파브로는 기술적인 표현에 특히 강하다” - <정글북> 제작자 브리검 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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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무리에 의해 키워져 자신이 늑대인 줄 알고 자란 인간 소년, 모글리의 이야기 <정글북>이 실사영화로 만들어졌다. 자사의 클래식 애니메이션 아카이브를 실사영화로 제작해 새로운 세대와 오래된 팬을 사로잡으려는 디즈니의 행보에 더해진 신작이다. <아이언맨> 시리즈와 <아메리칸 셰프>의 존 파브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정글북>은, 1967년작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글북>을 생생하게 영상으로 옮겨놓은 듯한 시각적인 성취를 보여준다. 정글에 한발도 들여놓지 않고, 그리고 동물 배우는 한 마리도 캐스팅하지 않고 동물의 왕국을 그럴듯하게 재현한 점이 특히 놀랍다. 또한 이러한 시각적 완성도에 뒤지지 않는 이야기로서의 재미도 갖춰 미국에서는 개봉한 지 한달 반 만에 3억4천만달러가 넘는 흥행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정글북>의 북미 개봉을 2주 앞둔 지난 4월1일, 할리우드의 유서 깊은 엘 캐피탄 극장에서 <정글북>
[스페셜] <정글북>을 만나는 여섯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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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희 미술감독은 <아가씨>에 합류하기 전에 두편의 시대극을 작업했다. 하나는 6•25 전쟁부터 이산가족찾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을 재현했던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2014)이었고, 또 하나는 항일운동이 한창이었던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스크린에 펼쳐냈던 <암살>(감독 최동훈, 2015)이었다. 당시의 시대상을 충실히 재현하고(<국제시장>), 장르영화의 스펙터클을 화려하게 전시했던(<암살>) 전작과 달리 <아가씨>는 류성희 미술감독에게 “재현을 넘어서 시대의 분위기를 공간에 내면화해야 했던 도전”이었다. 그녀를 만나 <아가씨>의 주요 공간 스틸을 함께 보면서 나눈 코멘터리를 전한다.
#1 양관 응접실
모든 등장인물(하인들까지)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적 공간. 유럽식 건축양식으로 건축된 양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왼쪽에 응접실이, 오른쪽에 식당이 보인다. 응접실에 있는 소파, 테이블,
[스페셜] 류성희 미술감독이 말하는 <아가씨> 포토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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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명랑하고 통쾌할 줄이야. 새침하면서도 가차 없는 이야기일 거라고는 어렴풋이 짐작했다. 에로틱한 영화가 될 거라는 점은 확신했다. 그런데 <아가씨>의 서슴없는 관능성은 천연덕스런 순진함과 맨살을 맞대고 있다. 우는 아기를 술 한 모금으로 취하게 만들어 잠재우고, 막대사탕으로 키스의 기술을 마스터하는 극중 일화처럼 말이다. 산전수전 겪고 나름 교묘한 계획을 세웠던 주인공들은 모든 적신호를 무릅쓰고 사랑에 빠진다. 아니, 사랑이 그 잘난 프로젝트들을 거꾸러뜨린다(이 점은 준주연인 백작과 코우즈키 경우에도 얼마간 적용된다). 그런데 그 사랑이 훨씬 교묘한 책략까지 선사한다. 이보다 만사형통일 수가 있을까. 성인을 위한 환상적 동화라고 불러도 거리낄 것이 없다. <위험한 관계> <도브> 등 남녀 세 사람의 조합이 음모로 출발해 진심에 부딪히는 이야기는 많은 영화에 쓰였다. 위의 영화들이 반성적 파국으로 귀결된다면 <아가씨>는 사랑의 혁혁한
[스페셜] <아가씨> 본격 스포일러하는 인터뷰 - 박찬욱 감독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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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꽃이 제 색깔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는 지금의 자신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어. 이것을 깨달을 때만 자유로워질 수 있고, 어른이 된다는 건 바로 자유로워진다는 거지.”
박찬욱 감독의 전작 <스토커>(2013)에서, 인디아(미아 바시코프스카)는 그렇게 어른이 된다. 남들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믿었던 소녀는 자신이 아빠의 벨트와 엄마의 블라우스, 삼촌의 구두를 물려받은 존재라는 점, 그리고 자신에게 불온한 광기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 다시 말해 자신의 유일무이함을 포기하는 순간 현실에서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박찬욱 감독의 세계에서 등장인물들의 성장과 도약은 종종 자신의 한계를 자각하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복수에는 성공했지만 그토록 원하던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은 <친절한 금자씨>의 이금자(이영애
[스페셜] 박찬욱 감독의 ‘소녀 3부작’ 그 마지막 장 <아가씨>를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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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 뒤 읽어주세요
무려 7년 만이다. 박찬욱 감독의 한국 장편 상업영화 신작을 극장가에서 만난다는 것 말이다. 2009년 오랜 숙원이었던 영화 <박쥐>를 세상에 내놓은 뒤, 박찬욱 감독은 할리우드로 떠나 <스토커>(2013)를 만들었고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2013)를 제작했다. ‘Parking Chance’라는 이름 아래 동생 박찬경 감독과 공동 연출한 단편영화 <파란만장>(2011)과 <청출어람>(2012), <고진감래>(2014), 이탈리아 패션브랜드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협업한 패션필름 <어 로즈 리본>(A Rose Reborn) 또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6월1일 국내 개봉한 <아가씨>는 이처럼 수많은 경유지를 거쳐 박찬욱 감독이 마침내 당도한 오랜만의 한국영화다. 1930년대 한국과 일본을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김민희)의 막대한 재산을
[스페셜] <아가씨>를 만나는 세 갈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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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군함도>
2016 <곡성>
2015 <기화>
2010 <황해>
2006 <예의 없는 것들>
2005 <종려나무숲>
연극
2016 <밥>
2016 <최고의 사랑> 연출
2013 <미운 남자>
2011 <화장>
2009 <윤이상 나비이마주>
2006 <삼류배우>
2015 <둘이 타는 외발 자전거>
1997 <대권무림>
1991 <사랑 청문회>
드라마
2014 <정도전>
2012 <빛과 그림자>
2001 <여인천하>
2001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황해>에서 구남(하정우)을 연변에서 쫓아다니던 험상궂은 빚쟁이를 기억하는가. 구남의 주머니를 뒤져 돈 몇푼을 털어내던 그가 <곡성>에선 종구(곽도원)의 친구, ‘양복’으로 등장한다.
[스페셜] 액션에는 자신 있다 - <곡성> 종구 친구 역의 백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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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곡성>
2012 <26년>
2012 <마이 라띠마>
2012 <하울링>
연극
2011 <대한국인 안중근>
2010 <별방>
2010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어찌하여 너희는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 <곡성>은 누가복음 24장 37~39절을 인용하며 시작된다. 이 구절을 극중 누구보다 마음속 깊이 품었을 인물은 부제인 양이삼일 것이다. 신앙은 있지만 아직은 어리숙하고 유약한 이 부제는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이유로 종구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믿을 수 없는 광경들을 목격하며 혼란에 빠져든다. 부제를 맡은 배우 김도윤은 “주위에선 계속해서 끔찍한 일을 당하는데, 내가 믿는 신은 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가”에서 그의 의심이 출발한다고 말한다. 어찌 보면 나홍진 감독의 작가적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라 할 법하다. 김도윤은 성직자들을 만나며 “믿음을 시험당하는 상황에선 어떻게
[스페셜] 희망과 절망을 보고, 한 차례 성장했다 - <곡성> 부제 역의 김도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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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프리즌>
2016 <곡성>
2015 <검사외전>
2015 <히말라야>
2014 <강남 1970>
2014 <해적: 바다로 간 산적>
2014 <우는 남자>
2012 <광해, 왕이 된 남자>
2010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 <심장이 뛴다>
2009 <핸드폰>
2008 <모던 보이>
2006 <사랑을 놓치다>
연극
2013 <난중일기에는 없다>
2012 <키사라기 미키짱> 외 다수
천벌을 받아 마땅한 가당찮은 말을 일컬어 ‘벼락 맞을 소리’라 한다. 그렇다면 <곡성>에서 덕기는 얼마나 얼토당토않은 말을 했기에 진짜 벼락을 맞은 걸까. 마을 야산에서 고라니 따위를 잡아 건강원을 운영하는 중년의 사내 덕기. 그가 한 말이라면 이런 것이다. “내가 참말로 봤당께. 짐승맨치로 깨 벗고 기어댕기는
[스페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내 것을 찾아서 - <곡성> 덕기 역의 전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