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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한이 일본에서 극심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시점,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에 맞서 목소리를 높인 집단이 등장했다. SNS를 통해 익명으로 모이기 시작해 혐한반대 맞불 시위를 벌인 ‘카운터’가 그들이다. 15년 전 유학을 떠난 후 줄곧 일본에서 지내온 이일하 감독은 카운터 안의 무력 제압부대 ‘오토코구미’, 그중에서도 야쿠자 출신인 대장 다카하시를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카운터의 활동은 혐한 반대 시위에 그치지 않고 아베 정권의 안보법안 개정과 평화헌법 개정 시도에 맞서는 시민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엊그제도 시위에 참여하고 왔다는 그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카메라를 내려놓지 못할 예정이다.
-오래 일본에서 생활했다. 재일동포 학생들의 권투 동아리 활동을 다룬 다큐멘터리 <울보 권투부>도 완성했다.
=재일동포로 아는 사람도 많다. (웃음) 소수자 외국인으로서 일본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 10월22일 개봉하는 <울보 권투부>는 재일동포라는 존재의
“행동해서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사람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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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현은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내는 사람이다. <파산의 기술>(2006)에서는 현미경으로, <보라>(2010)에서는 망원경으로 시대의 초상을 그려냈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 구체성을 띤다. 그가 추상화에서 인물화로 선회하려는 것인지 궁금했다. 아직 보지 못한,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영화로 이야기를 나누기란 쉽지 않았다. 내쪽에선 좀더 명확한 좌표를 원했고, 감독은 좌표 너머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랬기에 인터뷰는 종종 길을 잃었다. 알 듯 말 듯한 대답 어딘가에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작품이 반짝 하고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느 날 지도가 생각났다. 지도가 주는 여러 가지 느낌이 감정적인 울림을 줬다. 지도라는 것은 황당무계하다. 그 안에 의미가 꽉 차 있는데 텅 비어 있고, 현실의 가장 완벽한 모사물인데 실제 현실은 아니다. 장소를 전제하고 있으면서도 ‘지도 밖은 뭐가 있지?’ 생각하게
‘바깥’에 대한 감각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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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없는 밴드, 그럼에도 음악을 하려는 열정으로 가득 찬 밴드가 있다. <울트라 젠틀맨>은 보컬의 탈퇴와 교체, 부재에도 굴하지 않고 음악을 해온 밴드 ‘더 모노톤즈’의 행적을 좇는다. 밴드의 리더이자 노브레인과 문샤이너스 출신 기타리스트 차승우는 한때 홍대 인디신의 부흥을 이끌었던 록스타다. 그가 마지막으로 결성한 더 모노톤즈는 보컬을 영입하려 한다. 들어오는 보컬들마다 족족 실력 미달, 성격 차이 등으로 나가버리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결성 후 3년째, 그들을 좇은 카메라는 보컬을 찾는 밴드만큼이나 집요하다. 집요함의 주인공은 갈재민 감독. 차승우의 팬이자 중학교 친구로서, 록 음악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인물이다. “해외에는 록 뮤지션에 대한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나 기록 영상이 많은데 한국엔 거의 없더라. 차승우와 더 모노톤즈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어 찍기 시작했다.”
밴드의 결성과 방황을 함께한 그는 어느 시점에서 이 기록물이 영화가 될 수 있는 가능
“원하는 삶을 위해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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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빛을 잊을 수 없었다.” 오랫동안 한곳에 살다보면 사람의 눈빛이 장소의 깊이를 닮게 되는 것일까. 문창용 감독은 라다크에서 만난 노승과 동자승과의 만남을 이렇게 기억한다. 누구라도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는 풍광 속에서, 정작 감독의 마음을 흔들어놓은 건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100여편의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 경험이 있는 문창용 감독은 방송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방문한 라다크에서 노승 우르갼과 다섯살의 동자승 앙뚜를 처음 만났다. “노승과 꼬마승이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그들이 보여주는 관계가 너무 사랑스러웠다”는 그는 언젠가 꼭 다시 오겠다고 결심한다.
드라마틱한 일이 펼쳐진 건 그다음이었다. 라다크를 다시 찾았을 때 “앙뚜가 린포체(환생한 고승)로 지명되면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뒤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린포체는 티베트 불교에서 거의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존재다. 문제는 하나의 하늘에 두개의 태양이 존재할 수 없듯이 한 마을에 두명의 린포체가 존재할 수
“나도 저런 스승이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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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는 왜 그렇게 하면 안 되나?” 박혁지 감독의 관심사는 언제나 한결같다. 보는 사람이 흥미롭게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바로 재미다. 이를 위해서라면 기존의 틀은 언제든 허물 수 있다. <시간을 꿈꾸는 소녀>의 기획안은 마치 극영화 시나리오처럼 구성이 흥미롭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감독의 머릿속에는 명확한 그림이 이미 잡혀 있는 듯하다. ‘서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도 달라진다’는 말처럼 흔한 소재라도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참신한 장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무당이 되어야 했던 고등학생 소녀의 사연을 다룰 때도 그는 흔한 운명론이나 어두운 방향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지 않는다. ‘소녀가 왜 무당이 되었어야 했는가’가 아니라 ‘무당의 능력을 지닌 소녀는 어떤 오늘을 살고 있을까’가 질문의 출발이다.
-무당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가 적지 않은데, 이 소재에 끌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무녀 관련 다큐가 얼마나 많은지 잘 알고 있다. 그럼
‘그’ 꿈이 소녀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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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흥망성쇠를 함께한 한 가족의 일대기와 현재를 그려낸 <버블 패밀리>는 피칭작 중 유일한 사적 다큐멘터리다. 마민지 감독은 부동산 브로커인 아버지와 부동산 텔레마케터 어머니, 감독 본인의 삶에 주저 없이 카메라를 밀어넣었다. 집 안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카메라에 담겼고, 어색하게 브이를 그리던 부모님은 나중엔 카메라가 있다는 사실을 잊기 시작했다. “촬영 중반까지는 관찰자 입장에서 촬영하려 했다. 그런데 점점 거리가 좁혀지면서 나 역시 카메라 안으로 들어가게 되더라. 급기야 경계가 없어져 촬영 중에 싸우기도 했다. (웃음)” 그러나 <버블 패밀리>는 단순히 한 가족의 자화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잠실 토박이인 마민지 감독은 1970년대 섬이었던 잠실이 개발된 과정과 그에 따른 부동산 열풍, 중산층의 모습을 다면적으로 그려낸다. 가족의 자화상은 곧 중산층의 자화상이자 도시의 자화상이 됐다.
“공간과 지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온
중산층의 자화상, 도시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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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불현듯 찾아오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변화는 충분히 숙성된 욕구의 결과물이다. 때문에 변화를 열망하는 환경이 갖추어졌을 때 적절한 물꼬를 터주는 첫걸음이 중요하다. 최근 극장과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다큐멘터리도 전통적인 개념을 벗어나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인천다큐멘터리포트는 최근 다큐멘터리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결과물이자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시도다. 아시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마켓을 기치로 내걸고 공공지원과 투자, 구매의 결합을 시도하는 이 새로운 개념의 마켓은 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22편의 국내외 다큐멘터리가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자신의 진가를 알아봐줄 파트너와 투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 한국 다큐멘터리 피칭에서 공개되는 10작품은 향후 몇년간 회자될 한국 다큐멘터리의 미래이자 현재를 움직이는 동력이라 할 만하다. 강상우 감독의 <김군>,
Documentary about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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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후드>를 보고 나서 <웨이킹 라이프>를 다시 봤다. <웨이킹 라이프>는 <보이후드>의 최초의 시작점 2002년으로부터 몇년 전에 이미 만들어진 영화지만 <보이후드>의 엔딩에서 새로 시작하는 주인공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웨이킹 라이프>의 회상 신에 <보이후드>의 처음처럼 어린 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반갑게도 주인공 소년과 대화를 나누는 소녀로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가 나온다(로렐라이는 <보이후드>에서 메이슨의 누나로 출연, 12년의 성장사를 같이 보여줬다). 그녀는 영화 시작에서 <웨이킹 라이프>의 주인공과 미래를 점찍는 게임을 하고 주인공 소년에게 “꿈은 운명이다”라는 점괘를 준다. 그리고 소년은 고단한 10대의 성장사를 담은 <보이후드>의 시기를 지나며 수많은 상실을 겪고 <보이후드>의 엔딩이자 <웨이킹 라이프>의 시작점
여행자의 시점에서 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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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비포(before)여야만 했을까? ‘비포’ 시리즈로 불리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을 다시 보고 든 의문이다. 텍스트를 재독한 결과가 제목에 대한 단상으로 귀결되었다는 사실을 설명하기에 앞서, 한 가지 전제부터 밝혀야겠다. 어떤가 하면 나는 두번의 반복은 우연일 수 있지만, 세번 이상의 반복은 우연이 아니라고 믿고, 그 이유를 해명해야 한다고 믿는 쪽이다. 예컨대 영화 제목에 ‘~전에’라는 뜻의 비포가 거듭해서 쓰이고 있다면, 특정한 전치사가 내포한 시제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비포를 고수하는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는 감독처럼 보인다. 그는 끝을 출발점으로, 시작을 종결점에 두고 시간을 사유한다. 반대의 경우였다면 제목에 비포 대신 애프터(after)가 사용되어, 이 영화들은 어쩌면 우리에게 애프터 시리즈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가령 비포 시리즈의 첫 번째
그는 비포를 포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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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머릿속에서 리처드 링클레이터라는 이름과 가장 가까이 붙어다니는 몇개의 단어들이 있다. 이를테면 사랑, 시간, 성장 그리고 변화(혹은 이 단어들을 조합한 변주들). 축을 달리해보면 끝없이 이어지는 수다스러운 대사들, 엔딩 크레딧을 빼곡하게 채운 음악들, 그리고 영화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배우들도 떠오른다. 그의 최근작 <보이후드>를 보고 있으면 실제로 링클레이터와 함께 머릿속을 떠다니는 저 ‘아이템’들이 그를 읽어내는 ‘만능열쇠’란 생각을 굳히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잠깐만, 1991년 <슬래커>로 시작한 링클레이터의 필모그래피 속엔 이 만능열쇠가 잘 맞지 않는, 그래서 슬쩍 뒤로 밀쳐놓고 싶은 영화들이 있다. 이 ‘당혹스러움’의 가장 끝에 놓인 것이 바로 몇편의 코미디영화들이다. ‘내 인생의 링클레이터’란 이름으로 이야기하긴 머쓱하지만, ‘조심스러운 추천작’ 정도로는 충분히 흥미로운 영화들이랄까?
시간 순서 말고 당혹스러움의 순서대로 보자면
웃픈 남자들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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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해도 아이들 앞에선 내색 한번 하지 않는 엄마, 알코올에 중독돼 항상 폭언과 폭력을 휘두르는 새 남편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엄마. <보이후드>의 주인공 메이슨(엘라 콜트레인)과 그의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가 별 탈 없이 자랄 수 있었던 것도 그들 옆에 항상 씩씩한 엄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 올리비아를 연기한 패트리샤 아퀘트의 주름은 아이들이 성장한 만큼 늘었다. <보이후드>로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과 처음 작업한 패트리샤 아퀘트를 지난 2월, 베를린 시내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12년 전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이들은 훌륭했다. ‘이 아이들이 내 아이들이라면 정말 신날 거야’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웃음)”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12년 전이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앞으로 12년 동안 뭘 할 거냐고 물었다. 계속 일을 구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그가 12년 동안 매
“성장한 두 아이를 생각할 때마다 울음이 나올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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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드리브는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연기 연출을 둘러싼 반복되는 오해 중 하나였다. 그의 영화 속 모든 장면들은 일상의 한순간을 솜씨 좋게 베어낸 듯 감쪽같았기에 어디까지가 연출이고 실제인지 관객은 궁금했다. 그러나 링클레이터로 말하자면, “나쁜 연기는 나쁜 시나리오의 다른 말”이라고 믿는 감독이다. “느슨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꼼꼼하게 구축되어 있을 뿐이다. 임기응변을 통해 정확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법을 나는 모른다”는 그의 촘촘한 영화 설계도에 애드리브를 위한 자리는 없다. 느슨함을 연출하는 치밀한 구성의 레시피를 완성하는 것은 “첫째는 시나리오고 둘째는 리허설”.
배우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대사를 완성함으로써 캐릭터를 넘어 영화 전체의 주인이 되도록 독려하는 것은 <슬래커>부터 이어진 그의 연기 연출법이고, ‘비포’ 시리즈를 거치면서 이는 그의 영화론으로 발전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 어떻게 셀린느를 기차에서 내리게 할 것인가 등을 두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
그들 모두가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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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 텍사스를 포위한 산불이 모든 걸 집어삼켰다. 1천여채가 넘는 주택이 전소한 가운데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집도 화마를 피해갈 수 없었다. 수많은 시나리오와 제작노트들이 한줌 재가 되어 사라졌지만 무엇보다 <보이후드>에 대한 몇몇 기록들과 앞으로의 진행에 대한 아이디어가 날아간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을 것이다. 6살 소년이 18살 성인이 될 때까지 12년의 이야기를 매년 15분씩 카메라에 담기로 했던 무모한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우려했던 대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친 것처럼 보였다. 일정 부분 방향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주변의 질문에 그러나 그는 천연덕스럽게 답했다. “이런 게 인생이지.”
링클레이터가 영화의 리얼리티에 대해 사유하는 방식
<보이후드>는 얼핏 인생의 불확정성을 담아내려는 시도처럼 보인다. 12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담아낸다는 건 감독의 야심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프로젝트가 될 수밖에 없다. 안정성을 담보로 해야 하는 상
당신도 <보이후드>의 일부가 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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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목격한다. 소년이 어른이 되기까지의 기록이자 그 시절에 대한 당신과 나의 기억이며 한 영화가 클래식의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가 12년이란 시간의 도움을 받아 완성한 <보이후드>는 단순히 걸작이란 말 안에 가두기 힘든 영화다. 그저 상찬하는 것만으로는 이 영화와 관객, 나와 시간 사이의 공명을 채 설명할 수 없다. 제작과정을 제외하곤 얼핏 여타 성장영화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영화가 나이 들어가는 경이로운 체험의 끝에서 시간과 기억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사유를 발견한다. 불가능해 보였던 프로젝트를 완성시킨 뚝심에 경의를 표하며, 전혀 다르게 체험되는 영화의 발견에 감사를 보내며,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에게 말을 걸어본다. 당신의 지금은 어디입니까. 이제 영화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언제나 지금 여기 우리 함께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