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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삶을 다룬 <본 투 비 블루>는 일대기 형식을 갖는 보통의 전기영화와는 다른 노선을 취한다. 영화는 그의 연주를 닮아 담백하지만 미묘하다. 로베르 뷔드로 감독이 풍기는 느낌도 영화와 비슷했다. 건강한 캐나다인의 느낌과 예민한 예술가의 분위기가 공존했다. 데뷔작 <뷰티풀 섬웨어>(2006) 이후 <큐비클 워리어스>(2013), <솔로>(2013) 등 다수의 영화에 프로듀서와 각본가로 이름을 올린 로베르 뷔드로 감독이 두 번째 연출작 <본 투 비 블루>를 들고 전주를 찾았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 쳇 베이커의 삶을 영화로 옮겼다. 원래 재즈 애호가였나.
=재즈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아한다. 영화를 공부하던 학생 시절인 2003년에는 1940년대 재즈 클럽에서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다룬 5분짜리 단편 <드림 레코딩>을 만들었다. 그때 인연을 쌓은 캐나다 유명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스페셜] “에단 호크의 연주 신, 대역은 한 장면도 쓰지 않았다" - <본 투 비 블루> 로베르 뷔드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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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해피 아워>(2015)는 여러모로 놀라움을 준다. 러닝타임이 무려 5시간17분인데 보고 있으면 전혀 그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드라마틱한 사건이랄 건 없다. 30대 후반 네명의 여자 친구들의 일상과 그 일상의 균열이 만들어낸 파문이 그대로 영화의 러닝타임이 된다. 게다가 자연스러운 얼굴로 일상의 순간을 담담히 연기한 네명의 주인공들 모두가 비전문배우라는 점은 더욱 놀랍다. 이혼 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준과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외로운 아카리를 연기한 가와무라 리라와 다나카 사치에가 전주를 찾았다. 데뷔작 <해피 아워>를 만들면서 그들이 경험한 생의 첫 번째 순간들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났다.
=다나카 사치에_영화를 일본,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때에 이어 오늘까지 총 세번 극장에서 봤다. 긴 러닝타임에 인터미션도 없어서 관객이 지루해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셨다. 또 중간중간 웃
[스페셜] 긴 영화가 아니다, ‘슬로 무비’일 뿐이다 - <해피 아워> 가와무라 리라, 다나카 사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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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가득한 전주, 영화로 꽃핀 봄이었다.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는 경청할 만한 이야기와 주목할 만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5시간17분이라는 무시무시한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 <해피 아워>의 두 배우를 만났고, 적나라한 섹스 장면을 3D로 담아낸 <러브>(3D)의 문제적 감독 가스파 노에도 만났다.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신작을 완성한 <최악의 여자>의 김종관 감독, 국가정보원의 실체를 보여주는 문제적 다큐멘터리 <자백>의 최승호 감독, 오랜만에 신작 애니메이션을 선보이는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 이성강 감독의 얘기도 들었다. 필립 그랑드리외 감독과 나눈 길고 긴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축제는 끝나도 영화는 계속된다.
[스페셜] 조세호씨 전주 왜 안 왔어요? 멋진 영화가 이렇게 많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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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숨’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바다 속 해녀들이 더이상 숨을 참을 수 없을 때 마지막 한번을 더 참을 것인가, 물 밖으로 나갈 것인가를 가르는 마지막 숨이다. 때론 그 숨이 삶과 죽음을 나눈다. 고희영 감독의 <물숨>은 바다와, 물숨과 싸워나가는 제주 우도의 해녀들을 7년간 좇은 다큐멘터리다. 한국경쟁부문 특별언급상과 CGV아트하우스상 배급지원상을 수상했다. 감독은 수상의 소회를 이렇게 전했다. “촬영하면서 마음이 약해졌다, 독해졌다를 무수히 반복했다. ‘그만둬야 하나’ 싶을 때 ‘걸어서 별까지’라는 한 시구가 눈에 들어왔다. 영화 작업이 딱 그랬다. 너무 더딘데, 가다보면 어느 별인가에 닿아 있는.” 7년의 촬영, 2년의 후반작업으로 고희영 감독이 가닿은 <물숨>에 대해 들어봤다.
-2관왕을 축하한다.
=전혀 예상 못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첫 상영을 함께 보고 헤어진 스탭들에게 시상식까지 함께 있자고 할걸. (웃음) 거의 재능기부로 7년을 버텨
[스페셜] 해녀들로부터 배운 것… ‘딱 너의 숨만큼만 있다 와라’ - <물숨> 고희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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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B>는 탈북 여성 마담 B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마담 B는 1년만 돈 벌고 돌아갈 생각으로 중국으로 향하지만 중국 시골의 가난한 남자에게 팔려가 그곳에서 중국 남자와 정 붙이며 살아간다. 그러다 북에 두고 온 두 아들의 탈북과 남한 정착을 돕고자 중국 남편의 동의하에 한국으로 향한다. 윤재호 감독은 충실한 기록자로서 마담 B의 삶에 밀착한다. 동시에 의식 있는 작가로서 분단의 현실을 비춘다. 줄곧 프랑스에서 영화 작업을 해온 감독은 단편 <약속>(2010), 다큐멘터리 <북한인들을 찾아서>(2012),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 단편부문에 초청된 <히치하이커>(2016) 등을 통해 꾸준히 분단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였던 <마담 B>의 윤재호 감독을 만났다.
-탈북 여성 관련 극영화 시나리오를 쓰려고 중국에 갔다가 탈북자이자 브로커인 마담 B를 만났다. 결국 그녀에 관한 다큐
[스페셜] 분단에 대한 혼란, 고민, 질문을 영화에 담았다 - <마담 B> 윤재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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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희, 류선영 두 배우의 연기가 매우 인상깊었다.” <연애담>(2015)을 한국경쟁부문 공동 대상작으로 발표하던 심사위원 이치야마 쇼조. 두 배우의 이름에 힘을 실으며 깊은 지지를 보냈다. 멜로극 <연애담>에서 이상희와 류선영은 각각 사랑에 서툰 윤주와 윤주에게 사랑의 감정을 일깨워주는 지수를 연기한다. 이상희는 <철원기행>(2014)으로 사할린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남매>(2014)로 제40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독립스타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아왔다.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은 “섬세하게 연기하다가도 한순간 감정을 터뜨리는 힘이 있다”며 이상희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류선영은 <연애담>이 주연으로 참여한 첫 장편작이다. 촬영 전부터 “<연애담>이 선영의 덕을 보게 될 것”이라 예견했던 선배 이상희의 말이 에두르는 말 같지 않다. 충분히 귀 기울여보고 싶은 윤주와 지수의 연애담, 이상희와 류선영의 &
[스페셜] 서로를 알아가는 영화적인 과정 - <연애담>의 배우 이상희, 류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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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조금 알 것 같아.” 연애 감정에 설레고 있는 윤주(이상희)는 살포시 볼을 붉히며 말한다. 하지만 부푼 마음은 오래지 않아 꺼지고 만다. 이현주 감독의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 연구과정 8기 졸업작품이자 장편 데뷔작인 <연애담>은 지수(류선영)와 연애를 시작한 윤주가 낯선 상황과 감정에 조금씩 적응해간다는 이야기다. 단편영화 <Distance>(2010)와 <바캉스>(2014)에 이어 세 번째로 여성간의 사랑을 그렸다. <연애담>으로 이현주 감독은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공동 대상을 수상했다.
-“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는데 대상까지 수상했다.
=경력이 많지 않은 사람들끼리 모여 겨우 만들어 영화제에 초청되고, 관객을 만난 것만으로도 뿌듯했는데 상까지 받게 돼 정말 모두에게 고맙고 기쁘다. “힘드니까 그만해도 된다”고 하시던 부모님도 이번 수상 소식을 듣고 “이제 네가 하는 걸 지지하겠다”고 말
[스페셜] 지수는 윤주의 미래이고 윤주는 지수의 과거다 - <연애담> 이현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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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이 영화로 ‘쇼부’를 보고 싶었다.” 배우 백승환의 얘기다. 백승환을 비롯해 이웅빈, 신민재, 김충길 네 배우는 고봉수 감독을 만나 연기다운 연기를 하게 된다. 고봉수 감독은 네 배우에게 ‘기회’를 줬고, 네 배우는 영화에 ‘숨’을 불어넣어줬다. 네 배우가 없었다면 <델타 보이즈>는 리얼리티를 확보하지 못한 어설픈 코미디가 됐을지도 모른다. 음악이 하고 싶은 남자들의 이야기는 곧 연기를 하고 싶은 네 배우의 자전적 이야기이기도 하다. 고봉수 감독의 작품을 제하곤 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 경험이 전부인 이들이지만, <델타 보이즈>는 네 배우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과 매력을 갖추고 있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캐릭터가 비슷하다고 들었다.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듯한 느낌도 많이 들었겠다.
=백승환_그래서 영화가 자연스럽고 날것의 느낌이 나는 것 같다. 일단 감독님의 설정이 30, 배우들의 애드리브가 70이었다.
김충길_대본은
[스페셜] 틀리는 것조차 아름답게 느껴졌던 경험 - <델타 보이즈> 이웅빈, 신민재, 백승환, 김충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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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는 진중한 편입니다. 말도 별로 없고.” 영화가 꼭 감독을 닮는 건 아닌 모양이다. 고봉수 감독의 <델타 보이즈>는 배꼽 빠지게 웃겼다가 제대로 감동 주는 영화다. 노래하는 게 꿈인 일록(백승환), 예건(이웅빈), 대용(신민재), 준세(김충길), 네명의 지질한 남자들은 사중창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 좌절된 꿈과 희망 없어 보이는 미래를 이야기한다. 볼품없어 보이는 네명의 캐릭터를 끝내 응원하게 만드는 이 영화는 좋은 캐릭터와 좋은 연기, 차분한 호흡과 독특한 코미디 감각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다. 단편 <G4> <안나> 등을 만들었던 고봉수 감독은 250만원의 제작비로 완성한 장편데뷔작 <델타 보이즈>로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경쟁부문 대상과 CGV아트하우스 창작지원상을 받았다. 정직하고 진심 어린 이 영화에 사람들이 감응한 결과다. 수상 결과가 발표되기 두어 시간 전, 전주에서 고봉수 감독을 만났다.
-오늘(5월5일)
[스페셜] 코미디는 일상의 판타지, 앞으로 블랙코미디 계속하겠다 - <델타 보이즈> 고봉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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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5월7일 막을 내렸다. <씨네21>은 영화제 기간 내내 전주에 머물며 새로운 영화의 발견에 눈과 귀를 집중했다. 그 기대에 부응이라도 하듯, 올해 전주에서 발견한 귀중한 한국영화들이 있다. 지난 필모그래피보다 앞으로의 자취가 궁금해지는 지금 가장 주목해야 할 명단이다. 한국경쟁부문 공동 대상작인 <델타 보이즈>와 <연애담> 각각의 감독과 배우들, 다큐멘터리의 약진을 보란 듯이 증명한 <물숨>의 고희영 감독과 <마담 B>의 윤재호 감독이다. 지난주 특집 기사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영화인들’과 함께 이번 기사에 소개되는 이름들을 기억하면서 한국영화의 밝은 미래를 예상해보면 어떨까.
[스페셜] 전주의 발견- 한국영화들 <델타 보이즈> <연애담> <마담 B> <물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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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의 46번째 영화 <카페 소사이어티>는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꿈을 찾아 할리우드에 온 한 젊은 남자의 뒤를 쫓는다. 그의 이름은 바비(제시 아이젠버그). 외삼촌 필(스티븐 카렐)이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제작자인 덕분에 그는 손쉽게 영화계 사람들과 친분을 쌓게 되고, 필의 비서 보니(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사랑을 느낀다. 하지만 그녀에겐 이미 애인이 있다. 보니는 안정적이지만 바쁜 애인과 자신만을 바라보는 바비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애인을 택한다. 바비는 다시 뉴욕으로 떠나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두 남녀는 뉴욕에서 재회한다.
1930년대 할리우드를 조명한다고 해서 코언 형제의 <헤일, 시저!> 같은 영화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진저 로저스, 베티 데이비스, 프레드 아스테어와 게리 쿠퍼처럼 당대를 풍미하던 스타들의 이름이 수두룩하게 호명되지만 그들은 그저 바비와 보니가 살아가며 스쳐 지나는 풍경에 불과할 뿐이다. 백만장자와 패션잡지 모델, 스
[칸 스페셜]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는 어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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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종려상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는 심사위원장 조지 밀러가 이끄는 심사위원단 9명만이 안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유명 감독(아르노 데스플레생, 라슬로 네메시)과 유명 배우(매즈 미켈슨, 도널드 서덜런드, 커스틴 던스트, 발레리아 골리노, 바네사 파라디)로 구성된 게 눈에 띈다. 이중 배우만 무려 5명인데, 이 사실이 심사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다음은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장에서 나온 인상적인 말들을 모았다.
조지 밀러_“내가 여기에 온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좋은 영화를 보는 것. 올해는 라인업이 훌륭하다. 둘째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칸은 영화 학교 같지 않나. 민주적으로 심사할 생각이냐고? (다른 심사위원들을 둘러보며) 비민주적일 수가 없다. (일동 폭소) 우리 9명은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다.”
발레리아 골리노_“심사위원단의 일부가 된 건 어떤 작품을 선택한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아름답고, 삶의 기적을 담
[칸 스페셜]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단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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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쇼퍼> Personal Shopper /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 / 제작국가 프랑스
프랑스영화의 현재를 대표하는 시네아스트,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신작 <퍼스널 쇼퍼>는 줄거리를 들어도 도무지 짐작할 수가 없는 작품이다. 패션계에 종사하고 있지만 이 업계에 완전히 질린 한 젊은 여성이, 몇달 전에 죽은 쌍둥이 형제가 신호를 주기를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다리오 아르젠토의 고전 호러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라는 루머도 솔솔 들려온다. 여기까지 들어도 역시 알 수가 없다. 오히려 아사야스의 전작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국내 개봉 당시 <씨네21>에 소개된 인터뷰 한 구절이 계속 마음에 남는다. “(이 영화를 만들며)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차별 없이 드러내 세상을 재창조하는 문제 혹은 무언가를 제거하는 것만큼 또 반드시 드러내는 문제를 염두에 두었다.” 어쩌면 아사야스는 유령이라는 보이지 않는 존재와 패션이라는 지극히 물질
[칸 스페셜] <씨네21>이 꼽은 경쟁부문 기대작 10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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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뽀, 삐뽀, 삐뽀.” 개막식 하루 전날인 5월10일(프랑스 현지시각), 칸국제영화제(이하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 앞 라 크루아제트 거리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프랑스 정부가 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테러를 예방하기 위해 수백명의 경찰과 특수부대를 칸에 투입한 것이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프랑스 내무장관은 “프랑스에 아직 테러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경찰, 특수부대뿐만 아니라 민간요원 400명을 투입했으며 조금도 방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칸 시내에만 500대의 CCTV가 설치될 정도로 단 한순간도 긴장을 놓지 않은 가운데, 제69회 칸영화제가 5월11일 막을 올렸다.
“올해는 스타들이 대거 참석하는 해다.” <르몽드>에 보도된 티에리 프레모 칸 예술감독의 말대로 올해 칸 상영작은 “우리가 잘 아는 감독들의 작품이 대부분”이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우디 앨런의 <카페 소사이어티>가 배우 크리스틴 스
[칸 스페셜]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개막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