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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영화를 보기엔 우리 삶이 너무 짧다.” 영화 사이트 뮤비(Mubi)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내건 자극적인 슬로건이다. 이 사이트가 제공하려는 영화들은 이른바 좋은 영화들, 말하자면 ‘에센셜 시네마’들이다. 일종의 정전(canon)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그 목록은 어떻게 결정될 수 있을까? 이미 우리는 다양한 비평가들의 목록들을 봤었다. 제임스 아제, 마니 파베르, 앙드레 바쟁, 폴린 카엘, 피터 보그다노비치, 앤드루 새리스, 로저 에버트, 조너선 로젠봄, 하스미 시게히코 등 유수의 비평가들의 목록들이 인터넷을 돌아다닌다. 영국영화협회(BFI), 미국영화협회(AFI), 프랑스 잡지 <카이에 뒤 시네마>, 영국 잡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 <필름 코멘트> 등의 영화기관, 잡지가 선정한 조금 더 공식적인 목록들도 있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꼽은 100편의 한국영화, 부산국제영화제가 꼽은 100편의 아시아영화들도 있다. 이는 최고의 영화
[스페셜] 어떻게 영화산업이 우리들의 목록을 제한하고 있는가? - <에센셜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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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화의 맨살>은 읽었고 지금도 읽고 있다. 아니, 대체로 읽었지만 어떤 것들은 전혀 모르겠고 어떤 것들은 인상 깊었으며 어떤 것들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언제고 다시 읽으려고 연구실 책상에 책을 놓아두고 있다. 갑자기 읽고 싶으면 책을 들어 무작위로 읽다가 지치면 다시 놓아둔다. 때론 오후 내내 읽을 때도 있고 아니면 금방 피곤해져서 책을 덮을 때도 있다. 요컨대 이런 것이다. 하스미 시게히코가 특정 작품의 표면을 맹렬하게 훑으면서 풀어내는 생각지도 못했던 통찰에 압도당하기도 하지만, 도무지 끝날 줄 모르고 한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읽다가 흐름을 놓쳐서 다시 앞으로 되돌아가 읽어도 알 듯 모를 듯 곤란해지는가 하면, 자기만의 영화론이 있는 사람 특유의 태도로 감독들을 위계적으로 평가하는 대목에서는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아서 책읽기를 멈추는 식이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만신전에 들어갈 수 있는 감독들이나 작품의 수는 제한 돼 있다. 장 뤽 고다르는 되
[스페셜] 그의 문장에 새삼 반하다 - <영화의 맨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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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맞이하는 책 특집. 이번에는 영화책이다. 지난 1~2년간 새로이 출간된 영화책들 중에서만 골랐는데도 좋은 책들이 많았고 새롭게 추천할 만한 학자의 책도 있었다. 먼저 김영진 평론가가 하스미 시게히코의 <영화의 맨살>, 김성욱 서울아트시네마 프로그램 디렉터가 조너선 로젠봄의 <에센셜 시네마>를 추천했고 정지연 평론가가 <어둠에서 벗어나기>에 더해 <기록시스템 1800·1900>과 <광학적 미디어: 1999년 베를린 강의 예술, 기술, 전쟁>을 소개하며 조르주 디디 위베르만과 프리드리히 키틀러를 소개해주었다. 김지훈 교수 또한 <해방된 관객>과 더불어 최근 여러 신간이 소개되고 있는 자크 랑시에르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김형석, 최은영 평론가는 각각 자크 오몽의 <영화작품 분석>과 노엘 캐럴의 <비평 철학>을 추천하며 비평의 입문 단계를 넘어서려는 독자를 위해 친절한 글을 써주었다. 끝으로 김보
[스페셜] 영화를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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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아니었다면 이 기구한 여인의 삶에 누가 덤빌 수 있었을까. 자양강장제를 팔며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이 사회의 치부 ‘박카스 할머니’ . 한때 양미숙이었고, 소영이었고, ‘공순이’였으며, ‘가정부’였다가, ‘양공주’였고, 지금은 그렇게 박카스 할머니로 전락했을 65살 여인을 스크린에 불러오는 일. 발기가 힘든 노인을 대상으로 한 오럴섹스 장면이나, 늙어 죽어가는 노인의 부탁을 받아 그를 대신 ‘죽여주는’ 살해 장면을 감당해야 하는 파격적인 연기 앞에서 이재용 감독은 곧장, 배우 윤여정을 떠올렸다고 한다. 아니, 윤여정이 아니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영화였다고 말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3D 영화제작교육과정 10기 작품 <죽여주는 여자>는 지난 9년간 신뢰와 우정을 쌓아간 두 사람이 함께 의기투합한 파격행보다. 겉으론 쿨하게 내뱉지만, 마음으로는 코피노(Kopino,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자녀를 이르는 말)와 성소수자, 장애인까지
[스페셜] 윤여정의 ‘사치’와 이재용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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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과 기장과 부기장을 연기한 톰 행크스, 에런 에크하트를 한자리에서 만났다. 허드슨강 위로 비행기를 착륙시켜 155명의 목숨을 구한 기적을 다루면서도 불안과 긴장, 의심과 편견으로 90여분을 꽉 채우는 노련한 감독은 기자들의 질문에 즉흥적으로 답하다가도 곧 제자리로 돌아와 진중한 답을 내놓곤 했다. 능수능란하게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 같았다. 영화 개봉을 몇주 앞둔 8월27일, 웨스트할리우드에서 열렸던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의 기자회견을 정리해 전한다.
-비상착륙 장면은 혼돈 그 자체다. 촬영도 힘들었을 텐데.
=클린트 이스트우드_ 톰(행크스), 에런(애크하트)과 함께 촬영해서 특히 힘들었다. (좌중 웃음) 그런데 이렇게 인터뷰 자리에 같이 앉게 될 줄은 몰랐으니, 조금은 거짓말을 해야겠다. (좌중 폭소) 사실은 두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 로라 리니와는 전에 함께 일을 해봤는데
[스페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기자회견 현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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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은 2009년 허드슨강에 수상 착륙해 승객들의 목숨을 구한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애칭 ‘설리’)의 실화를 다룬다.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155명을 태우고 뉴욕의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해 노스캐롤라이나의 샬럿으로 가던 US 에어웨이스 1549편은 850m 상공에서 날아든 새떼와 충돌해 엔진 2개가 정지되는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인근 공항까지 닿는 건 무리라 판단한 설리 기장의 침착한 대응으로 여객기는 허드슨강 수면 위로 무사히 불시착했고 승객 전원은 무사히 구출된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설리 기장의 수기 <최고의 의무>(Highest Duty)를 손에 쥐고 <아버지의 깃발>에서처럼 영광스러운 사건 당시의 경험과 이를 둘러싼 이면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톰 행크스가 연기한 설리 기장은 숙련된 조종사로서 자긍심과 책임감이 투철한 직업의식의 화신으로 묘사된다. 설리가 뉴욕 시내를 조깅하는 장면을 보자.
[스페셜] '미국의 얼굴' 톰 행크스라는 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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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년 동안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걸걸하고 거친, 그러나 자신이 해야 할 일에 관해서는 강인한 ‘남자’에 관한 영화들을 양산해왔다. 이스트우드가 창조한 주인공들은 스크린에 모습을 드러낸 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찾고, 임무를 수행한 뒤 조용히 사라진다. 과묵하고 신비로운 이 인물들은 금욕적이고 정의와 책임감을 구현한 존재들이다. 요컨대 그들은 ‘인간’을 넘어선 ‘신화’다.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이하 <설리>)은 이러한 전형의 주인공을 제시한다.
<설리>는 2009년 1월15일 양 날개를 잃고도 뉴욕 허드슨강에 안전하게 비상착수한 US 항공기 1549편의 실화에 기초한 이야기다. 당시 비행기를 몰았던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톰 행크스)는 장인적인 직관과 연륜, 담대함으로 155명의 승객을 모두 생환시켜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경제위기, 테러와의 전쟁으로 미국이 시름에 빠져 있던 시절에 일어난 일이다. 영웅의 탄
[스페셜] 클린트 이스트우드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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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돌아왔다. 9월28일 국내 개봉한 이스트우드의 신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은 지난 2009년 양쪽 날개 엔진을 모두 잃고 뉴욕 허드슨강에 비상착수했으나 탑승자 전원이 생존한 US 항공기 1549편의 기적적인 실화, ‘허드슨강의 기적’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스트우드의 관심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게 있다. 모두가 기적이라 말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는 고독한 영웅, 1549편 기장 체슬리 설렌버거는 해피엔딩 스토리에 대한 이스트우드의 새로운 관점을 엿보게 해주는 인물이다. 근작을 통해 끊임없이 21세기 미국 사회와 그 속을 유랑하는 인물들에 대한 명민한 통찰력을 선보여왔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하루아침에 항공업계의 슈퍼스타가 된 인물을 통해 어떤 것들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 이스트우드의 현재와 설리를 연기한 톰 행크스에 대한 고찰, 이스트우드와 LA 현지에서 가졌던 만남에 대한 글을 함께 소개한다.
[스페셜] 미국식 영웅주의의 본질을 그린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신작 <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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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2005) 백 선생 테리어
황효균 대표 박찬욱 감독이 얼굴은 백 선생(최민식), 몸은 개인 생명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엔 셰퍼드를 찍고 얼굴만 CG로 최민식의 얼굴을 합성하려고 했다. 그런데 셰퍼드를 마취하는 건 동물학대 같아서 개의 몸만 만들어 찍고 얼굴은 합성하려고 했는데… ‘하는 김에 얼굴까지 만들어 붙여볼까?’가 된 거다. (웃음) 애니매트로닉스 개를 만들고, 위에 최민식의 얼굴을 더미로 만들어 얹었는데 괜찮게 나왔더라. 완전히 아날로그적인 방식으로 만들었고, CG는 개를 조종하는 라인을 지우는 정도로만 사용됐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말
곽태용 대표 한국 최초로 말 애니매트로닉스를 만든 영화다. 훈련이 안 된 말들은 총을 들기만 해도 낙마할 위험성이 있어 촬영용 말을 만들기로 했다. 하단은 기동성 있고 카메라도 올릴 수 있는 차 형태로 만들었고, 상체엔 말 더미를 씌웠다. 관건은 말이
[스페셜] 셀 직원들이 꼽는 베스트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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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서는 기계음이, 저 방에서는 (스프레이 냄새를 없애기 위한) 환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방의 컨셉마다 드라마틱하게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는, 셀 스튜디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특수분장사들의 작업도구를 엿봤다.
전선과 스패너, 각종 나사들. 곽태용 대표와 셀의 일부 직원들이 애니매트로닉스 작업을 하는 기계실은 흡사 공대 랩실에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계적인 소품들로 가득하다. 자주 쓰는 작업도구를 보여달라고 하자 곽태용 대표는 잠시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 작업상자를 가져왔다. <로봇, 소리>의 현장에 늘 가지고 다녔다는 이 작업상자는 애니매트로닉스의 프로그래밍을 위해 필요한 도구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모든 기계는 엑추레이터(동력원)가 있어야 작동된다. 기계에 움직임을 주거나 기계를 컨트롤하려면 이러한 동력원들이 필요하다. 현장에 가면 간혹 기계가 작동을 멈추는 경우가 있는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기계를 수리할 수 있는 부자재를 이 상자에 늘 넣어가지
[스페셜] 스튜디오 셀 의 다섯개의 비밀의 방… 특수분장사들의 작업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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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얼굴 보네.” “그러게.” 일산에 위치한 특수분장 전문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에 들어서자 서로 안부를 묻는 직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각자 전국 방방곡곡의 영화현장에 상주하느라,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는 건 꽤 오랜만의 일이라고 했다. 최근 황효균 대표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의 촬영장인 광주에, 곽태용 대표와 이희은 실장은 <군함도>(감독 류승완)의 현장인 춘천에, 김호식 팀장은 일산에 위치한 셀의 사무실에서 <대립군>(감독 정윤철)의 소품을 만들었다. “제작물이 많을 때는 사무실에서 모두 함께 작업을 하는데, 지금은 제작물을 만드는 일정과 현장에 나가야 할 시기가 겹쳐 서로 얼굴 보기가 힘들다”고 황효균 대표는 말했다.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류승완, 최동훈, 김용화, 나홍진…
셀 스튜디오의 앞마당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방문객은 자연스럽게 향후 1년 내로 극장가에서 관객을 만날 한국영화의 밑그림을 절로 그려보게 된
[스페셜] 특수분장 전문업체, 테크니컬 아트 스튜디오 셀이 작업하는 방식을 살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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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다. 현장 의상팀 진행보다 의상 제작만 해도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을 정도다.” 조상경 의상감독이 윤정희 의상실장의 실력을 높이 샀다. 윤 실장은 아트워크 작업에 관심이 많아 틈만 나면 사진전과 미술전을 찾아 자극 받길 즐긴다. <내사랑 싸가지>로 영화의상 작업을 시작해 조상경 의상감독과는 <미녀는 괴로워>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윤정희 실장은 “조상경 의상감독님은 전체 컨셉만 확실히 잡고 현장 운영은 실장을 믿고 전적으로 맡겨준다. 무엇보다 배울 점이 많다. 책은 물론이고 논문까지 찾아가며 공부하고, 간지 없는 새 옷은 절대 현장에 내보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 경험치를 끌어올려 윤정희 실장은 지난해 <검은 사제들>로 의상감독 데뷔를 했다. “집안 종교가 가톨릭이다보니 엑소시즘과 구마(사령을 쫓아내는 가톨릭 예식)라는 주제에 관심이 많았다. 방대한 자료 조사에 드는 시간을 줄인 셈이지만 무엇보다 <박쥐> 의
[스페셜] 끈질기게 캐릭터를 물고 늘어지기 - 윤정희 의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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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지 않고 시원시원한 스타일이라 프로젝트를 끌어갈 때 전체적인 서포트를 잘한다. 영화로 치면 인물이 단독으로 끌고 가는 영화라기보다 전체적인 상황의 밸런스가 중요한 영화 같은 친구라 할까.” 손나리 의상실장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동료 곽정애 의상실장의 평가다. 최근 <암살> <밀정> 등 규모가 큰 시대극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이유도 손나리 실장의 시원시원한 성격 덕인 듯하다.
<암살>에서 가장 중요한 의상 컨셉은 “액션에 용이하면서도 근사해 보여야 한다는 점”이었다. 안옥윤(전지현)에게 입힌 옷들도 전부 당대의 사진과 자료를 통해 시대상을 살려 제작한 옷들이다. 안옥윤의 클래식하면서도 실용적인 룩은 “취미로 찾아다니는 빈티지숍”에서 얻은 영감을 적극 활용한 결과물이었다. “레이스가 많은 부츠는 드레시해 보이지만 지퍼가 발명되기 이전 시대에 보편적으로 존재한 소품이다. 요즘의 시각으로 보니 낯설고 예뻐 보이는 거다.”
<밀정>
[스페셜] 범죄물의 감각 - 손나리 의상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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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맨몸과 마주하는 의상감독으로서 곽정애 의상실장의 최대 강점은 친화력과 세심함이다. 동료 의상실장들은 그런 면에서 곽정애 실장이 “박찬욱 감독이 가장 편히 여기는 의상실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연 곽정애 실장은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쓰리, 몬스터>의 의상팀을 거쳐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아가씨>의 의상팀장까지 두루 맡았다. 지금은 김홍선 감독의 신작 <아리동 라스트 카우보이>(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김홍선 감독과도 <공모자들> <기술자들>에 이어 세 번째로 합을 맞추는 작품이다. 연이은 협업의 비결을 물으니 그저 “감독님들이 새로 누굴 알아가는 게 귀찮으신 것 아닐까”라며 미소만 지어 보일 따름이다. 조상경 의상감독과도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때부터 시작해 가장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 “(조상경) 언니도 나도 취향이 모던한 편인데 예쁘다고 생각하는 게 비슷하다
[스페셜] 배우의 연기에 힘을 얹는다 - 곽정애 의상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