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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은 드라마 <시그널>의 주인공처럼 다시 그날로 돌아간다면 “절대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물론 웃으며 건넨 농담이지만 그만큼 <무한도전> 멤버들뿐 아니라 감독 자신에게도 이번 프로젝트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한동안 드라마 각본 작업에 매진하던 그가 오랜만에 돌아온 영화 현장이자, 아내 김은희 작가와는 드라마 <싸인>(2011) 이후 5년 만의 협업이다.
-<무한상사> 촬영현장을 전격 공개한 지난주 8월27일 <무한도전>에서 “불면증 약을 먹었다”고 할 정도로 중압감이 상당한 것 같았다. 한동안 연출이 뜸해 <무한상사> 연출을 맡은 기분이 복잡할 것 같다.
=김은희 작가가 박지은, 김은숙 작가 등 동료 작가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 프로젝트를 한다고 했더니, 다들 왜 하냐고 했다더라. 그 말을 듣고 아뿔싸 했다. 내가 독이 든 사과를 물었구나. (웃음) <무한도전>은 팬들
[스페셜] 기존 <무한상사>를 따라하기보다 캐릭터는 두고 사건을 만들었다 – 장항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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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 이제훈, 지드래곤보다 솔직히 더 ‘충격적인’ 캐스팅이었다. <곡성>의 외지인 구니무라 준을 어떻게, 또 어떤 역할로 캐스팅한 걸까. 극비에 부친 역할은 작품이 공개되면 낱낱이 밝혀질 테고, ‘어떻게’에 대한 답을 하자면, 숨은 비결은 손편지(!)였다. 장항준 감독이 출연을 고사한 구니무라 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손편지를 보냈다. “당신을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이번 작품에 꼭 함께하고 싶습니다.….” 간절한 마음이 결국 통했고, 촬영전 장항준 감독과 장원석 대표가 일본으로 가 구니무라 준을 만나 작품에 관한 논의를 했다(촬영이 끝난 후 김은희 작가가 다시 구니무라 준에게 감사의 손편지를 전하며 꼭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다고 하니, 이들의 ‘아날로그적인’ 인연이 지속되길 기대한다).
-<곡성>으로 한국에서 인기가 상당하다.
=특별한 변화는 모르겠다. (웃음) 달라진 점은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정도다. 이번 촬영 때문에 올 때도 비행기
[스페셜] 예능이라기보다는 영화라는 감각으로! – 구니무라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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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라는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무한도전>팀과 장항준 감독-김은희 작가의 콜라보레이션에 더해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기획을 비롯해 <끝까지 간다> <터널> 등을 제작하며 화제작을 양산해온 제작자 장원석의 합류가 장르영화의 성격을 한층 강화했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빅뱅의 지드래곤 외에도 구니무라 준, 김혜수, 이제훈, 김희원, 전석호 등 막강 배우들의 등장, 즉 화제의 드라마 <미생> <시그널>과 영화 <곡성>의 멤버들이 포함된 막강 조합이다. <무한도전> 역사상 외부인의 현장 방문은 불허한다는 입장이 확고했지만, <씨네21>로서는 도저히 건너뛸 수 없는 톱프로젝트 ‘영화’ 촬영현장이었다. 장항준 감독의 신작이라는 이유로 감독에게 거듭 청한 결과, 현장에서 장항준 감독과 <곡성> 이후 한국에서 두 번째 작업에 참여하는 구니무라 준을 어
[스페셜] 장항준 감독, 김은희 각본, <무한도전>팀 출연 <무한상사> 제작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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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는 노동당 지령을 받고 내려온 밤섬해적단입니다.”(보컬, 베이스 장성건)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생기면 경제가 좋아진다죠?”(드러머 권용만) “그러면 군이 많이 주둔한 강원도 철원의 경제는요?”(장성건)
만담꾼이야? 아니면 밴드야? 홍대 자립음악가 밤섬해적단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공연보다 잡담 시간이 더 긴 이 밴드가 당혹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잡담 혹은 만담은 밤섬해적단의 음악의 일부다. 이것이 지난 7월 <잼 다큐 강정>(<씨네21> 812호 기획 ‘100일간의 잼다큐멘터리 <강정> 촬영현장’ 기사 참조) 촬영현장 취재차 내려간 제주도에서 만난 그들에 대한 첫인상이다. 지난해 두리반에서 열렸던 ‘51+ 페스티벌’에서 정윤석 감독 역시 밤섬해적단의 공연을 보고 똑같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마당극이나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처럼 보였어요. 음악을 통해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한국사회에 대한 풍자이고, 그 뜻
[스페셜] 홍대 자립음악가 밤섬해적단 뒤쫓는 <밤섬해적단, 습격의 시간>(가제)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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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로케이션 촬영, 시대극, 밤과 새벽 장면 등 세 가지 중에서 하나만 있어도 제작 난이도가 높다. <밀정>은 세 가지 요소 모두 돌파해야 했던 프로젝트다. 최정화 PD, 김지용 촬영감독, 조화성 미술감독으로부터 제작 뒷이야기를 들었다.
일본 경찰이 김장옥(박희순)을 잡기 위해 쫓는 오프닝 시퀀스는 촬영 난이도가 높은 장면이었다. 밤 촬영이고, 카메라가 커버해야 하는 앵글의 범위가 넓은 데다가 김장옥과 수십명의 일본 경찰들이 한옥 지붕 위를 넘어다니는 액션 신이기 때문이다. 촬영은 한옥이 있는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에서 진행됐다. 물론 처음부터 이곳을 생각한 건 아니라고 한다. “인물이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설정을 찍을 수 있는 세트가 거의 없다. 문경은 생각지 않고 있다가 한옥 지붕 위로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곳으로 가게 됐다”는 게 김지용 촬영감독의 얘기다. 그는 크레인을 이용해 네모난 큐브 조명인 소프트 박스 두세대를 하늘 높이 띄웠다. 그 조명에서
[스페셜] <밀정>은 어떻게 찍었나 - 최정화 프로듀서, 김지용 촬영감독, 조화성 미술감독이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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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김지운 감독의 신작 <밀정>은 설명하려 할수록 단어와 단어 사이로 빠져나가버리고 마는 영화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의열단 단원들의 희생, 독립군을 척결하려는 일본 경찰들의 계략, 조선과 일본 중 어느 쪽에 서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수많은 밀정들의 암약과 방황. 이 모든 것들이 <밀정>을 수식하는 문장이 될 수 있으나 이들 중 어떤 것도 이 영화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난 뒤 잔상에 오랫동안 남는 건 순간적으로 눈앞을 스쳐지나간 1920년대 경성과 상하이의 어떤 풍경이다. 너무도 고요해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긴장감을 주는 새벽녘 상하이의 뒷골목, 화려하지만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경성의 밤풍경, 그 사이를 배회하는 모던보이들의 고독한 얼굴. 그렇게 <밀정>은 표정과 무드의 누아르영화로 기억될 듯하다. 할리우드에서 작업한 <라스트 스탠드>(2013) 이후 3년 만에 한국 장편영화로 복귀한
[스페셜] ‘무엇이 필요한가’를 먼저 생각하는 효율적인 쪽으로 변했다고들 하더라 - <밀정> 김지운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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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이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영화를 만들겠다고 했을 때, 어떤 이미지에서 출발한 이야기일까 궁금했다. 한 남자가 총을 들고 좁고 긴 복도를 걸어가고(<달콤한 인생>(2005)), 한 무리의 사나이들이 말을 타고 벌판을 내달리고(<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연쇄살인범이 사람을 끌고 가 토막살해하고(<악마를 보았다>(2010)), 보안관이 자신의 울타리를 침범한 악당들을 쫓아내기 위해 총을 잡는(<라스트 스탠드>(2013)) 등 그는 누아르, 서부극, 하드코어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를 순회하며 그 장르를 대표할 만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8번째 장편영화 <밀정>은 그림과 공간을 먼저 잡아낸 뒤 서사를 꿰맞추었던 전작과 다른 궤적에 놓인 작품이다. 누가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고, 누구의 편인지 몰라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며, 계층을 불문하고 누구나 스파이가 될 수 있었던 시대의
[스페셜] 뜨거운 레지스탕스 영화 - 김지운 감독의 <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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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팔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에만 9개월을 쏟아부었다. 고산자 김정호의 고된 여정에 동행한 백선희 프로듀서, 최상호 촬영감독, 임재영 조명감독과 판각 자문을 담당한 목우 조정훈 각수(刻手)에게 <고산자, 대동여지도>의 대장정에 관해 물었다.
대동여지도를 스크린에 옮긴다고 하면 으레 기대하게 되는 게 있다. 백선희 프로듀서는 “5시간 이동해서 10분 촬영하고 6시간 이동해서 30분 촬영하는 식”이었지만 이동에 시간이 많이 걸린 걸 제외하곤 도리어 그렇게 힘든 일이 없었다고 한다. 차로 달린 거리만 10만km가 넘는 로케이션은 고된 행군이었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작업이었다. “워낙에 콘티를 꼼꼼히 짜서 쓸데없는 화면을 찍지 않았다.” 전국을 답사하며 발로 지도를 그렸다는 김정호의 행보를 따라가다 결국 도착한 백두산. 최상호 촬영감독은 “백두산 촬영을 두번 갔다. 긴장을 많이 해서 첫 촬영을 망쳤는데 감독님이 흔쾌히 이번엔 배우들도 함께 다시 가자고 하셨
[스페셜]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어떻게 찍었나 - 백선희 프로듀서, 최상호 촬영감독, 임재영 조명감독과 판각 자문을 담당한 목우 조정훈 각수가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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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자, 대동여지도>의 강우석 감독을 만나기 위해 강남 도산대로 한복판으로 갔다. <고산자, 대동여지도>를 준비하던 지난해 시네마서비스는 충무로에서 이곳으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이사 이후 시네마서비스가 제작한 첫 번째 작품이 <고산자, 대동여지도>다.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연출작이기도 하다. “충무로에 있으면서 80여편의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했다. 근데 한곳에 너무 오래 있다보니 자꾸만 처지더라. ‘회사 규모는 줄이더라도 강남으로 가자! 내가 다시 시작할게!’ 그래서 요즘 가장 ‘핫’하다는 도산대로로 왔다.” 새롭게 출발하고자 하는 강우석 감독의 의지가 전해진다. 한국영화계에서 승부사로 통하는 강우석 감독에게도 <고산자, 대동여지도>는 터닝 포인트로서 중요한 작품이었다. 그만큼 만드는 내내 기대만큼의 걱정과 그 이상의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현장이기도 했다. 고산자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지도에 담긴 김정호의 철학을
[스페셜]“한국영화 흥행기록, 조만간 앞자리가 ‘2’가 될 수도 있다” - <고산자, 대동여지도> 강우석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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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영화의 미덕은 이제껏 본 적 없는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이는 데 있지 않다. 설사 처음 접하는 소재일지라도 모두가 친근하게 소화할 수 있는 평균의 감각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강우석은 데뷔 이래 꾸준히 한국 상업영화의 제일 앞줄에 서 있던 감독이자 제작자다. 당대에 유효하게 통용될 장르를 전면에 내세워 웃음과 시대성을 버무리는 감각은 눈높이를 맞출 줄 아는 친숙함과 쉽게 넘볼 수 없는 과감함을 두루 갖추고 있다. 그런 그가 정작 사극을 연출한 경험이 거의 없다는 건 차라리 이례적이라 할 만하다. 그는 <혈의 누>(2005), <황진이>(2007), <신기전>(2008) 등 적지 않은 사극영화의 기획을 맡았지만 직접 메가폰을 잡은 적은 없었다. 이는 아마도 최근 몇년간의 조용한 행보와도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최근 2, 3년간 극장가를 휩쓸었던 사극 열풍은 올해 다소 잠잠해진 모양새인데, 이 시점에 강우석 감독이 자신의 스무 번째 작
[스페셜] 순박한 드라마의 정공법 -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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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영화, 어떻게 보셨어요? 요즘 만나는 영화인들마다 시사 소감을 묻는 두편의 영화가 있다. 올해 추석 극장가의 화제작인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김지운 감독의 <밀정>이 그 작품들이다. 9월7일 극장가에서 동시에 관객을 마주하게 될 이들 영화는 충무로에서 확고한 자기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있는 김지운, 강우석 감독의 꽤 오랜만의 한국 장편상업영화 복귀작이라는 점, 한때 차기작으로 염두에 두었던 다른 영화들을 각기 우회해 당도한 정착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동안 대중의 시선과 잠시 거리를 두고 새로운 도전을 꾀했던 두 감독의 변화는 그들의 영화 곳곳에 담겨 있으리라 믿는다. 이미 언론 시사회를 마친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밀정>의 면모를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두 영화의 리뷰, 스탭들의 제작기와 강우석, 김지운 감독과의 만남을 지금부터 전한다.
[스페셜] <고산자, 대동여지도>와 <밀정>이 맞붙는 추석 연휴를 위한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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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국을 방문해 존 포드 특별 강연을 했던 일본의 영화평론가 하스미 시게히코에게 “현재 당신이 가장 주목하는 일본 감독이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주저하지 않고 구로사와 기요시와 아오야마 신지라고 응답한 바 있다. 놀랍지 않은 답변이었다. 당시 그들은 일본의 젊은 작가주의의 한축이었고, 세계적인 시네아스트 반열에 오른 이름들이었다. 둘 다 하스미 시게히코의 그 유명한 ‘영화표현론’ 수업을 통해 영화세계에 입문하였으며, 일본 ‘자주영화’의 장 안에서 이른바 ‘속도주자’라고 분류될 정도의 빠른 속도로 자신들의 필모그래피를 축적해가는 감독들이었다. 그러나 이후 그들을 둘러싼 상황들은 달라지고 있었다. 1년에 무려 세편의 영화까지 연출했던 이들의 필모그래피는 매우 더뎌졌다. 구로사와 기요시가 2008년에 연출한 <도쿄 소나타>는 칸국제영화제에서 찬사를 받았지만, 이후 극장용 영화 <리얼 완전한 수장룡의 날>(2013)을 선보이기까지 무려 5년이나
[스페셜] 재앙의 예언자 / 기록자 -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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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홈드라마는 언제나 평균 이상의 감동을 준다. 이 장르에서 그가 만든 최고작 <걸어도 걸어도>(2008)의 성취에 못 미친다 해도 상관없다. 좀 이상한 얘기지만 <태풍이 지나가고>는 두 가지 점에서 슬픈 여운을 남기는데, 첫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홈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죽음과 이별을 포함하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단호한 체념 같은 것이 배어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고 둘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중에선 가장 친절하게 관객에게 설명하려드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고레에다의 화법은 이미 충분히 친절한데도 그는 점점 관객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태로 가는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든다. 이는 더 많은 관객을 원하는 게 아니라 더 관객이 줄어드는걸 원하지 않는 연출의 방어심리인 것 같아 슬프다. 묘하게도 이는 영화 속 기키 기린이 연기하는 할머니 요시코가 아들과 딸, 며느리에게 줄곧 중언부언하며 잔소리를 하는 상황과 겹쳐 다가온다. 상황을 돌이킬 수
[스페셜] 단념의 정조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가 영화적 호흡을 쌓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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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두 감독의 영화가 나란히 개봉했다. 1962년생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태풍이 지나가고>(7월27일 개봉)와 1955년생 구로사와 기요시의 <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8월18일 개봉)으로, 두 작품은 그들 필모그래피의 연장선에서 무척 중요한 자리에 놓여 있다. 또한 지금 일본영화계의 현재와 그로부터의 변화 모두를 끌어안고 있다. 김영진, 정지연 평론가 모두 두 작품을 얘기하면서 각각 그들의 최고작이라 여기는 <걸어도 걸어도>(2008)와 <큐어>(1997)를 떠올린 것도 무척 의미심장하다. 그러면서 두 영화가 그들의 보다 단호해진 시선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김영진 평론가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홈드라마가 늘 그렇듯이 죽음과 이별을 포함하여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에 대한 단호한 체념 같은 것이 배어 있어 슬픈 여운을 남긴다”고 했고, 정지연 평론가는 “일본 사회를 인식했던 구로사와 기요시의 시선이 20여년 전보다 더
[스페셜] 멈추지 않고 창작하는 두 일본 감독의 현재